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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나며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나아진다는 주장이 흔히 들린다. 더구나 부동산 침체와 경기 침체가 겹치니 많은 이들이 부동산 경기가 살아야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이라도 팔려야 대출 빚이라도 갚을 텐데’ 하고 한숨짓는 하우스푸어들 입장에서는 이런 기대가 더욱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우리 경제에 생기가 돌고, 일자리가 늘어날까? 현상만 보면 그럴 것 같지만 지금 한국경제가 악화된 근원을 생각하면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실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결국 경제가 침체와 위기에 빠지고 일자리와 소득도 줄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값, 집값이 오르면 사람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가상의 예를 들어 보자. 50대 중반반인 김중화씨는 2년 전 정규직장에서 퇴직한 뒤 동네에서 중화요리식당을 차렸다. 김씨는 한 달에 5,000원짜리 짜장면을 4천 그릇 정도 팔고 있다. 그러면 매출은 2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식재료비로 30%인 600만 원을 쓰고 주방장과 주방 보조 월급으로 500만 원을, 홀에서 서빙을 보는 아르바이트생 두 명에게 월 200만 원을 지급한다. 그리고 전기료, 수도료 등 각종 공과금 비용이 100만 원 정도 나간다. 그리고 가게 임대료를 월 200만 원정도 내고 있다. 그러면 김씨에게 남는 돈은 월 4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가계 임대 계약을 연장하려고 하니 건물주가 요즘 주변 시세가 많이 뛰었다면서 임대료를 3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베이비부머들의 대거 은퇴로 자영업을 차려 들어올 사람들은 줄을 섰으니 싫으면 나가라고 한다. 김씨는 고민해봤지만 다른 곳의 임대료도 이미 올라있고 인테리어와 이사 비용을 감안하니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주인 요구에 따라 100만원을 더 올려 주기로 했다.
그런데 오른 임대료를 보상하기 위해 자장면 값을 올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사람들은 비슷한 다른 중국식당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 뻔했다. 식재료비도 이미 더 아낄 수 없을 만큼 아끼고 있었다. 식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산, 동남아산 식재료까지 사다 쓴 지 오래다. 그렇다고 자신의 노후비용은커녕 아직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 학비와 당장의 생활비를 생각하면 수입이 월 100만원 씩 줄어드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아르바이트생 두 명 중 한 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여파가 김씨의 경우에는 임대료 상승으로 나타난 경우다. 그런데 임대료 상승에 따라 다른 비용을 아끼다 보니 결국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김씨의 경우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로 생각해보자.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동안 김씨와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면 김씨처럼 두 명 쓸 걸 한 사람으로 줄이는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 전체로는 실업난과 고용 불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는 김씨가 같은 상황에서 두 명의 알바생을 고용하되 알바비를 깎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상황이 경제 전체로 확대되면 비정규직과 ‘88만원세대’가 급증하는 것이다. 2000년대 내내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었고 ‘고용의 알바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상의 내용을 매우 기본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경제학적 원리로 풀어보자. 완전경쟁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에서 자원은 시장가격에 의해 자연스레 배분된다. 그런데 이 때 시장가격은 단순한 명목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재화의 상대가격을 말한다. 현실에서는 무수한 재화가 있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고전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인 노동과 자본, 토지(부동산) 만으로 구성된 시장경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A라는 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 노동과 자본, 부동산의 상대가격이 100 대 200 대 300이라고 해보자. 시장경제에서는 이 같은 상대가격에 비례해 자원이 돌아간다. 따라서 A는 부동산의 상대적 가치가 가장 높은 부동산 중심의 경제이고 부동산 투기가 수시로 일어난다. 대신 자본의 가치는 떨어지고, 더더욱 노동, 즉 사람값은 가장 떨어진다. 이런 나라에서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가진 사람들만이 승승장구하고 웬만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임금도 높지 않다. 임금이 높지 않으니 소득이 늘지 않고 저축과 소비도 많이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할 수 없으니 경제 전체적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고 소비를 줄이니 내수가 갈수록 위축된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그 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경제가 지속될 수 있을까? 경제가 침체되면 결국 비싼 부동산을 사줄 수 있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 결국 부동산 가격도 어느 시점에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이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사람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원래도 사람값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나라였는데,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사람값은 더 낮아질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것이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내수가 침체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임금도 떨어지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헤매고 있는 이유의 상당 부분도 바로 부동산 가격 거품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김씨가 경영하는 중국식당 사례에서 봤듯이 부동산 임대료가 100만원씩 올라갈수록 알바 일자리 하나씩이 사라지고, 200만원 오르면 정규직 일자리가 어딘가에서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는 A의 경우와는 상반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B라는 나라에서는 노동과 자본, 부동산의 상대가격이 300 대 200 대 100이라고 해보자.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값이 가장 높은 경제다. 이런 나라에서는 노동의 질적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나라로 일자리도 풍부하고 임금도 높다.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한 탕을 노리기보다는 자신의 직무 역량을 높이는 등 자기계발에 치중한다. 자기계발에 치중해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가계경제를 확실히 개선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가계는 높은 소득으로 저축과 소비를 하게 되고 결국 경제 전체가 계속 활발해진다.
과거 일본이나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부동산 투기 거품이 심각했지만, 적어도 이들 선진국의 공통점은 인건비가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이들 나라에선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식당 알바나 청소부로 일해도 일정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이런 경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가 건강해지고 전반적인 가계의 살림살이가 윤택해진다. 또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나면 더 이상 기댈 데가 없는 경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가 된다.
우리 연구소가 토건과 부동산을 상징하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자고 주장하는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지식정보화, 창의경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식을 생산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창의성을 발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바로 사람이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바로 사람 값이 올라가고 우리 젊은이들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한다. 그래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건강해지고 지속 가능해진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기 열풍이 몰아치면서 우리 경제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생산경제에서 돈이 돈을 낳는 투기적인 자산 경제로 급속하게 바뀌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가 형성됐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계속 올랐다. 이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리가 없어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까지 오르니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서민경제는 늘 만성불황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리 해도 너무 높아진 부동산 가격을 떠받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왔는데도, 정부와 상당수 언론들은 여전히 부동산시장을 살려야 경기가 좋아진다는 식의 인식과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렇게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면 떠받칠수록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내수가 침체되는 등 나라 전체적으로 기회비용은 막대하게 커진다. 물론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는 충격이 따르지만 그것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이미 생겨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격이 있더라도 질서정연한 형태로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이 길게 보면 우리 경제에 돌아올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또한 그것이 장기적으로 사람값을 올려서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는 건전한 경제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출간 일주일 만에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서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특히 알라딘에서는 종합 6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성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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