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필자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집값 거품이 일정하게 빠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집값이 고점에 가깝고, 집값 바닥과는 거리가 멀며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집값 바닥론'으로 무책임하게 선동하는 언론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말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그런 탓인지, "그럼 집은 도대체 언제 사란 말이냐?"라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심지어는 "그럼 평생 집을 사지 말란 말이냐?" 이런 질문도 나온다. 무리하게 빚 내서 집을 사지 말라고 한 것이지, 평생 집 사지 말라거나 한 적은 없다. 거꾸로 소득이 충분하고 빚을 안 내도 된다면 집값이 10억, 20억을 가든 필자는 절대 말리지 않는다. 소득이 충분해서 자기 가족이 살고 싶은 집을 마련해서 살겠다는데 그걸 왜 말리나?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말리는 것이다. 소득이 부족한 가운데 지금 집을 안 사면 또 집값이 뛰지 않을까, 불안해서 몇 억원씩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말리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모두 실수요자라고 주장한다. 그럴 것이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집 사서 대박을 노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지금 집 사면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나 과거처럼 집값이 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게 없다면 그토록 무리하게 집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언제 집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소개한다. 이 글을 읽기 전에 향후 집값 전망에 관한 지난 글을 반드시 읽고 아래 글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향후 집값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으면 아래 글이 주는 의미는 뜬 구름 잡기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729180
더 나아가서는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한다>를 꼭 읽어주시길 바란다. 지금 부동산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제발 좀 자세히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이다. 사실 그 책을 읽으면 자신의 처지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자연스레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필자는 꾸준히 다음 아고라에 글을 써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때 그 때 단편적인 의견 피력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체계적으로 현재 상황과 위기 요인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정부와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설명했다. 제발 수억 원 짜리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필자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상반되는 여러 정보를 취합해봐야 할 생각은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냥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로 포장된 이해관계자들의 말만 듣고 덥썩 집을 살 것인가. 그 동안 그렇게 집을 샀던 사람들이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나. 지금 빚을 내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아마도 평생을 좌우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제발 신중하게 정보를 따져보고 움직이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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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꼭 사고 싶은 사람들이 무한정 주택 구입을 미룰 수만은 없다. 앞으로는 투자 가치보다는 실제 내가 살아가는 공간으로서 효용 가치에 초점을 두고, 집을 사기보다는 장기 임대 등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꼭 집을 사고 싶은 개인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꼭 필요해서, 원해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 때나 집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내 집을 꼭 가지고 싶은 분들 입장에서 언제 집을 사야 할지 생각해보자.
내가 지속적으로 설명했듯이 향후 몇 년 동안에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령 시간이 흐르고 거품이 빠져서 바닥을 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확률은 더더욱 희박하다. 이는 가격이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값이 명확하게 바닥을 찍고 상승 반전하는 시기에 집을 사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값이 실제로 바닥을 찍을 조짐이 언제인지는 경제 지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봄으로써 짐작할 수 있다. 일단 가계부채가 줄어들어야 한다. 부채가 줄어들어야 구매 여력이 생기고 매매 수요가 생긴다. 전 세계적인 사례를 봐도 부동산 거품이 터진 뒤에는 가계부채가 일정 정도 줄어든 다음에야 다시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조짐을 보인다. 지금처럼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면서 가계부채를 더욱 키우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는 정부 대책 등으로 반짝 상승 이후에 장기 하락하는 패턴을 상당기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가계의 소득과 구매력도 늘어나야 부동산 경기도 상승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지표의 추세를 확인한 다음에 주택 구입을 고려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상당수 가계들이 서둘러 집을 사려는 이유 중에 하나는 집값이 일단 반등하면 과거처럼 순식간에 급등하면서 매물이 씨가 마를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시기가 와도 과거처럼 단기간에 급등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V자형 반등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은 바닥을 충분히 확인한 다음에 사도 늦지 않다. 집값 바닥 시기를 엄동설한인 1월이라고 본다면 2월이나 3월초쯤 산다는 생각을 하라는 뜻이다. 과거와 같은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은 없기에 2월이나 3월초라고 해도 바닥에 상당히 근접한 가격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바닥을 판단하는 방법도 있다. 주변 사람들 10명에게 물어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이 “소득 대비 집값이 싸거나 적정하다”고 답할 때면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어떤 물건의 가격은 잠재적 수요자의 기대가격 수준으로 언젠가는 수렴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비싸다고 여기는 물건들은 비싼 것이고,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떨어지게 돼 있다. (“지금 집을 사면 좋을 것 같으냐?” “지금 집값이 바닥인 것 같으냐?”라는 식으로 물으면 안 된다. 그렇게 물으면 일반인들은 대체로 언론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말한다. 그렇게 물어서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주택의 잠재적 수요자로서 소득 대비 집값의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느끼는지를 물어야 정확한 감을 잡을 수 있다. 참고로 현재까지는 필자가 대부분의 강연에서 해당 질문을 던져보면 청중들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거의 대다수가 집값이 비싸다고 손을 든다. 집을 살 때가 아닌 것이다. 심지어 건설업체 임직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모든 가계가 집을 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 조건뿐만 아니라 개별 가계의 구체적 사정도 생각해야 한다. 우선 아무리 집값이 충분히 내렸더라도 자신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무리하게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 빚을 크게 내지 않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빚 권하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2억~3억원씩 빚 내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여겨졌지만,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시대에 그만한 빚은 매우 큰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집값의 30%까지 빚을 내는 건 괜찮다는 식의 조언이 신문지상에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도 과한 기준이다. 아주 고액연봉자가 아니라면 가급적 1억 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자뿐만 아니라 원리금까지 함께 상환할 때 가계 생활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렇게 원리금을 빼고 생활이 잘 될까, 걱정된다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정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30대 전반의 무주택자를 가정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자녀들을 위해서나 노후의 안정된 주거공간이 필요한 시기는 10년 후쯤이 될 것이다. 지금 전세를 살더라도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충분히 집값 거품이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면 된다. 그때가 언제일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은행 빚을 크게 지지 않고도 그 동안 모은 돈으로 크게 무리하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고 느낄 때가 올 것이다. 그 때가 집을 사도 괜찮을 때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출간 6일 만에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서 모두 종합 30위권에 안착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성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집 걱정 때문에 잠 못드는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예스24에 올라온 한 블로거의 서평)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jhe1212&artSeqNo=7493962&viewRepl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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