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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28대책에서 내놓았던 1%대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대출을 12.3대책에서는 더욱 확대했다. 당초 3000억원, 3000호 지원에서 이번에는 2조원, 1만5000호 지원까지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이다. 이들 모기지대출은 워낙 저금리여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1%대 초저금리이니 ‘그저네, 그저’ 이런 말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금리 대출이어도 빚은 빚을 뿐이다.
왜 그럴까? 우선 이들 공유형 모기지대출의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수익공유형은 주택기금에서 집값의 최대 70%까지 1.5% 금리로 2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1년 또는 3년 거치) 조건으로 최대 2억 원까지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매각차익 또는 평가차익이 발생할 경우 차익의 일부를 주택기금이 배분 받는 조건이 달려 있으며,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주택 매입자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
손익공유형은 주택기금이 집값의 최대 40%까지 지분 성격의 저리(초기 5년 1%, 6년차부터 2%, 20년 만기 일시상환) 모기지를 역시 최대 2억원 한도로 공급하는 대신 주택 매입자와 매각 차익뿐만 아니라 손실까지 공유하는 제도다. 매입자와 국민주택기금이 손익을 배분하는 비율은 집값에 차지하는 지분 비율에 따른다. 예를 들어, 매입자가 자기자본 2억원과 주택기금 1억원을 합쳐 3억원짜리 주택을 사서 향후 매각 또는 만기시에 1억원의 수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매입자와 주택기금이 각각 주택 매입에 기여한 자금의 비율인 2 대 1로 수익과 손실을 나눠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모기지 대출을 내놓은 정부의 의도는 집값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큰 시대에 정부가 든든히 받쳐줄 테니 안심(?)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무주택자라면 물가상승률이나 시중 주택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2013년 7월 현재 3.77% 전후)는 말할 것도 없고, 현행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지원금리(2.6~3.4%)보다도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고, 선택에 따라 국민주택기금과 손실 위험까지 나눌 수 있으니 조건에 해당하는 많은 무주택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실제로 자격조건에 해당되고 어차피 조만간 주택을 살 계획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시중의 어떤 주택자금 대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없었던 사람이 무리하게 이 모기지 대출과 다른 대출까지 얻어 집을 사려고 한다면 좀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경고했듯이 향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빚은 빚이기에 일정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집값이 한 번 하락하게 되면 단순히 이자 부담이 조금 적어진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향후 5년간에 걸쳐서 30% 가량 떨어지게 되면 매년 시중의 일반적인 주택자금 대출 금리보다 매년 2~3% 가량 낮은 유리한 조건이라고 해서 30%의 집값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인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계산의 편의상 현재 무주택자인 A씨가 전세보증금 3억 원에 세 들어 살다가 전세보증금 3억 원에 주택기금 모기지 대출 최대 한도인 2억 원을 얻어 총액 5억 원짜리 집을 샀다고 생각해 보자. 5년 정도 기간만 따져보면 A씨는 그 동안 발생한 이자 추정액 약 1400만원(수익공유형), 1000만원(손익공유형)을 내야 한다. 일반적인 주택대출에 비해 같은 기간 35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부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빚은 빚이다.
그런데 이 집의 가격이 5년 후 4억 원으로 1억 원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A씨는 그 사이 자신의 돈 3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날리게 된 셈이지만 부채는 여전히 2억 원이 남게 된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했을 경우 그는 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손익공유형이라도 집값의 60%(3억원)에 비례해 6000만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명목 가격으로 1억 원이 날아가는 것이지만, 그 동안 물가 상승률이 매년 3%라고 하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그 주택의 실질 가격은 5년 후 3억 5411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적인 손실은 약 1억 46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자기 돈 3억 원을 갖고 있던 사람이 절반 가까이를 까먹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집값이 뛴다면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미안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기간을 연장해 모기지 대출 기간인 향후 20년 후쯤으로 잡으면 어떨까. 우리 연구소가 추산한 바 있듯이, 2030년경 전국 기준 부동산 구매력 총량 지수는 2000년 대비 4분의 1 수준, 수도권의 경우 4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로 인해 현재와 같은 주택 구매력을 유지하게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때가 된다고 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올라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명목가격으로는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연간 물가 상승률이 3%라고 가정할 때 주택 가격이 현재 가치를 유지하려면 명목 가격이 20년 후 8억 7675만원이 돼야 한다. 물론 지난 수십 년처럼 주택 가격이 상승해준다면 그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주택시장은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모기지 대출의 조건을 생각해보면 정부 또한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해 어느 정도는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익만 공유하는 경우에 비해 손실을 함께 공유하는 모기지 대출의 경우에는 집값 대비 대출 금액의 비율도 낮고 금리도 5년 이후에는 2%로 높아지도록 설계한 것은 집값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일어날 손실은 감당하겠지만, 손실이 너무 확대되는 경우는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개별 가계 차원을 넘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이 제도가 나온 뒤 상당수 신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8.28대책의 약발도 오래가지 않아 바닥나자 정부가 12.3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은 것 아닌가. 그에 앞서 4.1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많은 신문들이 그 같은 선동 보도를 쏟아냈지만, 두 달도 채 약발이 가지 않았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이미 1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 자산가치로 65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이 정도 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신종 모기지 대출에 투입하겠다는 자금 규모가 올해의 2조원이라고 해봤자,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물 한 국자 떠 넣는 정도밖에 안 된다. 또 그 같은 모기지 자금 지원으로 주택을 살 것으로 추정되는 1만5천 호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과 2012년 2년 간의 연간 주택 거래량 평균 60.4만 가구의 2.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1만5천 호의 주택 거래량조차도 상당 부분은 그 같은 주택 모기지 자금 대출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자체로서는 무너지는 집값을 떠받치는데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껏해야 중소형, 저가 주택의 가격 하락세를 잠시 막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렇게 빌린 대출은 아무리 초저금리라 해도 평생 갚아야 하는 빚이다. 그리고 초저금리까지 내려왔으니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주택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1%대 초저금리 모기지대출까지 내놓은 것이다. 신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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