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보신 분들 계시겠지만, 어제 오랜만에 MBC 백분토론에 출연했습니다. 한 1년반 정도 만인 것 같습니다. 잘 몰랐는데, 밤늦게까지 많은 분들께서 시청하면서 응원해 주신 모양이더군요. 다음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려 주시고. 오늘 아침 저의 페북과 트위터에 남겨주신 댓글과 멘션들을 읽으면서 감동(?) 먹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 성원해주시고 아껴주셨는데, 어제 시간 제약이 많아 충분히 말씀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말은 ‘백분토론’인데 실제로는 시간이 80분 토론이었고, 시민패널 발언과 사회자 발언 시간까지 포함하면 70분쯤 토론했을까요? 더구나 시간이 짧으니 토론을 주고받기보다는 한 사람씩 짤막하게 돌아가면서 말하게 하는 포맷으로 사회자가 진행하더군요. 정관용교수님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바로바로 반박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어려워 토론하면서도 갑갑해지는 토론방식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나성린의원이나 두성규 연구원이 내놓은 ‘부동산시장 정상화’ 발언, 결국 집값 올리겠다는 것 스스로 폭로한 것 아닌가요? 자신들은 ‘부동산시장 정상화=거래 활성화’라고 얘기해놓고는, 지금 상황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것이니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결국 집값 상승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게 결국 정부 대책이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라는 고백 아닌가요?
그리고 두성규박사 주장한대로 그 동안 집값 오른 게 주택 품질이 좋아져서라고 하는데, 그럼 지금까지 품질 안 좋아진 물건 있나요? 요즘 세상에 품질을 업그레이드 안 하고 가격 올리면 욕 먹죠? 문제는 한국의 집값은 품질이 좋아진 것 대비해 주택만큼 가격 급등한 재화가 어디에 있나요? 자산과 일반 공산품과의 비교이긴 하나 컴퓨터 등은 품질이 엄청나게 좋아져도 값이 더 떨어졌죠.
그리고, 마지막에 나성린의원 취득세 인하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이미 제가 글로 쓰기도 했고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판넬을 준비해갔는데, 사용할 시간이 없더군요. 이런 식으로 바로바로 반박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할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지금 간단히 말씀드리면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점선으로 된 부분이 실제 거래량인데, 취득세 감면을 해주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몰리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곧 그만큼 거래절벽이 오죠. 그래서 취득세 감면 종료를 포함한 전후 4개월 평균치를 내보면 실선에서 보는 것처럼 거래 증가 효과가 거의 나타나질 않습니다.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죠. 집을 사는데 들어가는 수억 원의 비용에서 세금으로 집값의 1%를 깎아준다고 안 살 물건을 사겠습니까? 그런데 나성린의원은 이렇게 일시적으로 거래가 몰렸다 끊겼다 하는 걸 '효과가 있다'고 눈속임한 겁니다. 이처럼 효과도 없는데 2조 40000억 원의 멀쩡한 지자체 세수를 날려서 우리 아이들 무상복지를 비롯해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겁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짓입니까?
<그림1>
주) 국토교통부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리고 어제 취득세 영구 인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효과 없을 겁니다. 취득세 감면 때는 감면 종료 전에 거래가 몰리는 효과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취득세 인하된 상태가 평상시 가격이 되는데 일시적 진폭조차 사라질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함께 통과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에도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원래 주택 리모델링은 거주자가 자비로 자신의 낡은 주택을 수선하거나 개비해서 쓰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은 소유자들이 자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면서 평수를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이 같은 소유자들의 욕구는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와 맞물려 증폭돼왔죠.
하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대부분은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우리 연구소가 한 신문에 소개된 안양시 평촌동 A아파트 전용면적 58m²의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해도 가구당 분담금이 1억원이 넘었습니다. 이보다 넓은 아파트일수록 분담금은 더 커져 대형 아파트의 경우 2억~3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해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시세 차익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도 4500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향후 집값이 더 내린다고 생각하면 시세차익은 없이 분담금 비용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이 정도 비용과 예상 차익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업 추진은 시간이 지나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어쨌거나 정부여당이 추진한 부동산 관련 입법들이 하나둘씩 통과되고 있네요. 그래서 이런 보도가 나오자 마자 또 ‘1기신도시 지역들 들썩’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네요. 무슨 주식도 아니고 법안 통과되자마자 주택이 들썩인답니까? 그냥 바람잡는 보도이지요. 하지만 속지 마세요. 결코 오래 못 갑니다. 8.28대책 나오고 11월 들어 집값이 다시 가라앉은 게 정말 법안 통과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요? 더 이상 빚 내서라도 집을 사줄 사람들이 없어서일 뿐입니다. 제 평소 정책적 지향과는 다르지만 차라리 이렇게 빨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관련 입법들 마저 다 통과됐으면 좋겠네요. 부동산 입법이 통과 안 돼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 안 나오도록 말입니다. 결국 이들 입법 다 통과돼봐야 최대 2~3개월 정도도 약발이 지속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여기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어제 백분토론에서 확인한 것처럼 이명박정부 때 훨씬 더 가계부채와 공공부채가 많이 늘었는데도, 그런 사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사람이 집권당의 정책통이랍시고 나대고,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원들만 친하게 지내니 이 나라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요? 대책이라고 내놓아 봐야 늘 부동산 부자들 위한 대책이니 서민들은 늘 고생만 하게 되죠. 그런 현실 모르는 건 아닌데, 어제 백분토론 하고 나서 그런 마음에 더 씁쓸해졌답니다. 그래도 힘내려 합니다. 여러분들이 같이 힘내주시고 격려해주시니 외롭지도 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들도 더 이상 이대로 버틸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가 올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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