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앞선 글들은 제 블로그의 최근 글들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복지와 문화, 교육 분야의 사회적 투자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각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에 무분별하게 나서며 예산을 탕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자체의 정책 틀이 과거 3,40년 전의 개발연대에 비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개발연대에는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따라서 이 같은 SOC를 확충하는 것이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SOC 확충 등을 전제로 한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전후방 연계효과를 통해 그 자체로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음은 물론이다.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왔고,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가시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상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SOC 확충은 교통편의 확대 등 삶의 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개발연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개발사업=경제발전=삶의 질 향상이라는 등식이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각종 SOC가 확충돼 공항과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충분히 갖춰졌거나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사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중후장대형의 시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거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역시 개발연대 시절의 토건사업 위주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 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

 

이처럼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방식이 강력히 남아 있는 것은 개발연대 시절의 정부주도 정책 및 제도 등의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대가 변하고 경제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및 제도의 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료적 틀은 여전히 개발연대 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개발연대 초기 정부산하 공기업들과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차관 등 제한된 자본을 배정해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개발사업들을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과 산하 공기업은 한 덩어리로 움직이게 됐고, 재벌기업 등 업계와도 강력한 유착 아래 정책과 제도가 결정돼 추진됐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하게 이른바 민간 방식을 효율성이라는 명분하에 공적 부문에 무리하게 도입하다 보니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기는커녕 오히려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심지어는 민간이 주요 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각종 정부 태스크포스 조직을 보면 사실상 민간기업 직원들이 정부 조직에 파견돼 규제 완화의 구체적 내용을 입안하고 결정하고 있다. 또한 민간기업의 기법을 파악한다는 취지로 아예 정부 관료들이 민간기업에 2~3년간 파견돼 해당기업 직원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형식적으로 일하는 제도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관료적 행정을 바꾸는데 기여하기보다는 사실상 정부와 민간이 유착하거나 민간이 대정부 로비 창구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민간과의 유착이 당연시돼버리다 보니 정치 민주화가 진전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 내지는 국민들의 의사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의 업자들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업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관료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폭넓게 공직에 채용하는 선진 각국과 달리 시대착오적인 고시제도나 획일적인 공무원 임용시험의 틀 속에서 채용된 공무원들이 해당 분야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쫓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기업에 구체적인 방안을 의존하는 경우가 일상화되어 왔다. 특히 지자체의 특성상 각종 도시계획과 관련한 사업들이 많은데, 지자체들은 각종 도시계획상의 세부 개발계획을 짜거나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아예 실시방안까지 짜오도록 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디자인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경우도 특정 건축사무소가 마련한 마스터플랜을 기본 컨셉으로 해서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이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거의 없다. 설사 공청회 등을 연다고 해도 이미 마련한 정책안을 추진하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을 서울시장은 남산르네상스한강르네상스니 하는 식으로 포장해서 어느 날 갑자기 대외적으로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정책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 기획(plan)-집행(do)-평가(see)의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한 사업이 끝나면 다시 피드백을 거쳐 차후의 정책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책기획 단계에서 정책 목표를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정책 집행단계에서는 필요한 정책 수단들과 자원을 투입(input)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process)을 거쳐 정책 목표에 걸맞은 바람직한 결과(outcome)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같은 결과는 상당히 추상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산출물(output), 예를 들면 시민들의 공연관람 회수의 증가나 공공도서관 대출 횟수 증가 등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집행 과정이 끝나면 최종 산출물이나 정책 결과를 당초의 정책 목표와 비교해 엄밀하게 사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처럼 결과 지향적인(outcome-oriented) 행정체계를 통해 정부시스템 개혁을 이룬 나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뿐만 지자체들 대부분이 정책목표에 상응하는 바람직한 산출물이 나오는 지와는 관계없이 과거 개발연대 방식의 콘크리트 토건 사업 및 시설 확충에만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글에서 거론한 바 있는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일견 정책사업을 한다는 모양새를 낼 수 있고 대중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쉽기 때문에 해당 관료는 일 잘하는 것으로 평가 받기 쉽다. 그래서 전시행정의 콘크리트 토건사업들이 남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강 예술섬이 건립된 뒤 공연문화를 활성화하고 일반인들의 문화예술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풍부하게 하는 일에는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고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책에 대한 사후평가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강 예술섬이 운영 면에서 만성적자에 빠지거나 당초의 정책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업을 벌인 선임자가 그 자리를 떠나 버리면 그만이며 후임자가 뒤치닥거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당초 설정한 목표의 달성에 관계없이 채 토건사업으로 끝나버리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예산을 들여 공연예술가들의 예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좀더 저렴한 가격에 이들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직접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건립 사업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상당한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각 지자체의 예산사업 내역을 보면 사업이름만으로는 일견 소프트웨어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속 내용을 뜯어보면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이 과도하게 편성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의 기획-집행-평가 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고 전시행정 위주로 추진하다 보니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사업처럼 취지가 좋고 필요한 사업조차도 도시의 품격을 올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그저 업자를 위한 토건사업들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예산 낭비는 개발연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장의 정치적 전시행정 수요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주민들 눈에 띠는 가시적 사업을 추진해 재선 등에 활용하려는 정치적 욕구가 작용한다. 지자체 관료들 역시 실적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 건립사업을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에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 토호들이 지자체장이 되거나 지방의회 등을 장악하면서 이권을 추구하고 음성적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것도 이들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예산이 낭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호화청사를 짓거나 비슷비슷한 온갖 첨단사업 명칭을 내건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내걸고 각종 스포츠대회 및 경주대회를 개최한다면서 대형 운동장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만들지만 정작 시민들의 삶과는 대부분 무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자체장의 정치적 이해와 관료들의 개발연대 사업방식이 일치해 벌어진 대표적 사업으로 영어마을사업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 당시 학규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욕구에 따라 시작된 영어마을사업은 초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각 광역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 영어마을사업은 당초 국내에서 외국과 비슷한 환경에서 초중학생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 조기유학에 따른 외화낭비를 막는다는 것이 사업 목표였다. 이를 위해 대규모 영어마을을 건설하느라고 한 곳당 수백 억원씩 예산을 투입했고 전국적으로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업료 부담과 실력 있는 강사 확보 실패로 당초 목표했던 학생들의 영어 수준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적자투성이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차라리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각 지자체의 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두 배로 늘리거나 상대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료를 경감해주는 쿠폰으로 지급했다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좋은 성과를 올렸을 지도 모른다. 전국 곳곳에서 영어마을이라는 시설이 생겨나 해당 지자체장이나 관료들이 당장은 전시행정의 성과를 남긴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궁극적인 정책 대상인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적자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식서비스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연대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들은 오히려 당초 정책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지난해 첫 정책 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올초 마포구 서교동과 동교동 등 홍익대 일대를 포함한 74개발진흥지구(산업뉴타운)으로 지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대해 각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업종을 집중 육성하고 입주업체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이에 발맞춰 올해 7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포DCF (Design Core Facilities)를 건립하는 한편 1,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상업시설, 지원시설 등이 들어서는 기반시설과 주변 지상가로를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예산사업의 대부분이 예술 창작 활동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개발계획 발표와 시설물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와 마포구의 정책은 오히려 홍대 앞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디자인 거리 등 홍대 일대를 개발하는 각종 정책을 내놓자 이 일대에서 일하는 디자인 및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임대료 급등으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홍대 앞 예술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대규모 상권으로 변모하면서 값비싼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하고 인근의 망원동과 합정동 일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이 개발계획에 포함되자 또 다시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모여 열었던 조그만 갤러리나 공방들이 음식점이나 주점으로 대체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이들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일대에서 살고 있는 배 고픈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창작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데도 서울시와 마포구는 건물을 짓고,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제한 등 개발규제를 완화해 임대료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홍대 앞 예술가들은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반면 건물주들과 부동산 업계만 이를 반기고 있다.

 

서울시가 문화시정창조경제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문화와 창조성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창조적 계급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으로 경제지리학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은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발전의 3T라고 불리는 기술(technology)과 함께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와 관용(tolenrence)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경제적 발전은 다양하고 관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지역을 선호하는 창조적인 사람들에 의해 촉진된다사람들의 지역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창조경제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시개발 정책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도시의 발전을 저해한 사례로 미국 피츠버그시를 예로 들었다. 피츠버그시는 카네기멜론대를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되고 1980년대 이전에 미국의 철강산업, 알루미늄산업, 전기산업이 매우 활발했던 도시였다. 특히 워싱턴하우스, 유에스스틸, 알코아 등 대기업들의 R&D센터가 자리잡아 한때 세계적인 산업혁신의 중심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등의 쇠퇴와 함께 빠르게 몰락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피츠버그 시의 쇠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재개발을 꼽았다. 피츠버그시 당국이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던 지역을 낙후된 지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재개발을 실시해 도로가 많은 교통 순환선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쇼핑몰 스타일의 단지로 대체했고, 결국 그 지역의 거대한 창조적 공동체는 뚜렷한 소규모 집단주거지로 쪼개지고 분열되었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시는 1990년대 말에 2개의 새로운 스포츠 경기장과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 1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그는 이를 두고 그 지역의 진정한 건축물을 교외의 쇼핑몰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상표로 대체함으로써 파괴하고 태우는 재개발 전략을 계속 장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홍대 앞의 문화 생태계에 대해서도 사실상 이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성의 인적, 문화적 토대를 활성화하기보다는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에 더욱 열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공동체마저 파괴하며 흩뜨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양태는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본 것처럼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중앙정부의 감세정책과 무리한 토건부양책이 지자체 재정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정책을 바로잡고 대규모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남발을 줄이는 등 세입세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세입세출 구조조정은 현재의 행정시스템 변화와 함께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시민들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요구하고 편성할 수 있는 참여예산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공무원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제구조와 시대 상황에 걸맞은 방식으로 공무원 채용 방식과 성과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이 없이 일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기보다는 서구의 공무원 채용 방식처럼 각계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폭넓게 채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투입이 아닌 결과 지향적인 방식으로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사 체계를 바꿔야 한다.

 

물론 관료 시스템의 변화 못지 않게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구조를 바꾸거나 일반 시민들이 단순한 개발 욕구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각종 명분을 내세워 콘크리트 정책 사업을 남발할 뿐이며 결국에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소중한 재원들만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9. 08:18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앞선 글들은 제 블로그의 최근 글들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자체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여전히 개발연대의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의 순채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중앙정부가 심의 의결한 2009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방정부 순채무는 13.5조원에 이르렀다. 2007 9.8조원, 2008 10.1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순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지자체 채무 가운데 중앙정부에 진 빚은 차감하게 되는데, 중앙정부에 진 빚까지 포함해 지방정부의 지방채권 발행 및 차입금 잔액을 나타내는 자치단체 채무는 2008 19 486억원에서 2009년에는 258,7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에는 이보다 15% 더 늘어난 29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자체의 감춰진 채무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지자체가 설립한 각종 개발공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 공기업들의 부채는 해당 지자체의 채무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을 잠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도표1>에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자. 참고로, 지방채 발행 추이는 관련 통계가 정리돼 있는 2007년부터 올해 4월초까지 발행 물량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 47조원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을 기록했던 발행 물량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거래 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한 데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편성한 중앙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지자체들도 경기부양 명목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 7일 현재까지 약 1.65조원이 발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지방채 발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표1> 지방채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2.7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0조원, 인천 1.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전체의 54.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경남이 8,312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2,000~5,000억원 대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액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산하 개발공기업들을 통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해당 지자체의 2년 전 예산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증가를 눈속임하게 위해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8조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도표2>를 보면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공기업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물량은 모두 16.17조원으로 지방채 발행 규모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채권 발행 추이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2007 0.67조원에 불과하던 채권 발행액이 2008 2.59조원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1.39조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각 지자체들이 경기부양책 편성을 핑계로 내세우는 한편 올해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전시용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는 4 7일 현재까지 1.57조원 수준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6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 발행이 주로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도표2>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는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 가운데 지방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7 2.74%에 불과했던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 비중이 2008 5.90%, 2009 17.54%로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가파르게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지방공기업의 상대적 비중이 이렇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잔액을 만기별로 살펴보자. 올 초를 기준으로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잔고는 모두 15.31조원이다. 연도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올해 1.99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4.11조원, 2012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어 2013년에는 2.07조원, 2014년 이후에는 2.01조원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가 보통 3년물을 중심으로 2~4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013년 이후 만기 도래 채권 물량도 계속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2011년 이후로는 4~5조원 대의 채권 상환 부담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2012년이 되면 이들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지방공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지방공기업들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주택단지 개발사업이 많은데,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들 주택단지들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리하게 각종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돈이 묶여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건설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지방공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2006년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임대단지인 웰카운티 3 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냈고, 김포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돼 13000억여원이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사업(가든파이브)에서도 거의 분양이 되지 않아 대규모 유령상가로 전락한 가운데 에스에이치공사에 향후 막대한 손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지방공기업별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채권 발행 누계를 살펴보자. 먼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의 채권 발행이 5.9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도시개발공사 3.20조원, 경기도시공사 1.70조원 순이다. 이들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모두 10.87조원 규모로 전체의 2/3 가량인 67.0%에 해당한다. 지방채보다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이어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가 각각 1.46조원, 0.93조원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두 공사의 발행액을 합하면 2.38조원으로 오히려 경기도시공사보다 발행액이 더 많다.

 

이 같은 채권 발행액 증가는 이들 지방공기업의 급격한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에스에이치공사의 경우 부채가 2005 3.36조원에서 2009년에는 16.35조원으로 급증했다. 물론 이는 에스에이치공사의 각종 개발사업이 늘어나면서 자산도 함께 증가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상당 부분은 향후 주택 분양이나 개발사업 완료로 상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만성적인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의 침체가 시작되면서 이들 공기업의 경영 수익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SH공사의 경우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008 3,712.9억원과 3,569.2억원에서 2009년에는 2,993.9억원과 2,451.7억원으로 줄었다.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에도 부채가 급증한 반면 2007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급감했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실적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공사의 2009년 실적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으로 오면서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산하 개발공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기도 김포, 화성, 평택, 하남, 남양주, 안산, 양평, 용인 등 10개 지자체에 개발공기업이 설립됐고, 고양시, 구리시, 과천시, 파주시, 부천시 등도 산하 개발공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각 기초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을 벌이고 개발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지역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들 공기업들은 2000년대의 부동산 붐에 편승해 지역 주택사업을 대부분 주사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공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돼 자금난을 겪거나 결국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김포도시개발공사 5,800억원을 비롯해 화성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이 부족한 사업재원을 마련하기 상당액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터무니없는 장미빛 계획에 따라 계획인구를 대폭 늘려 잡는 식으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거나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개발공기업들을 설립하는 한편 이들 공기업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규모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들 개발사업들은 경기부양이나 지역개발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펼치거나 이미 지나간 부동산 붐에 편승해 개발이익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들 공기업들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경영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남은 빚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채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각 지자체의 공기업을 통한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제어하지 못하면 가까운 장래에 사실상 파산에 직면하는 지자체가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7. 08:59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글과 두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이 바보들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4652

 

급전직하하는 지방 재정자립도, 당신의 삶이 흔들린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6644&RIGHT_DEBATE=R3

 

 

 

지난 글들에서 지자체 세입(수입) 측면에서 심각한 재정상황을 살펴보았다.  일반 가정의 경우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지출은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늘리면서도 불필요한 낭비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각 지지체들이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재정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지자체의 세출 측면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도표>를 참고로 2010년 서울시 세출예산 현황을 살펴보자.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는 것은 서울이 한국의 수도이고, 재정 규모가 가장 큰데다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 다른 정치적 고려는 없음을 밝혀둔다.

 

2010 서울시 예산의 사업별 구성비를 보면 사회복지비가 24.6% 가장 비중이 크고, 이어 자치구지원(17.7%) 교육지원(14.85), 환경보전(13.0%), 도로교통(11.1%), 주택도시관리(5.8%), 산업경제(3.2%), 문화관광(3.0%), 도시안전(3.0%)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예산이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도표> 서울시 재정 현황

(주) 서울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사업영역별로 구체적인 예산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예산 가운데에 원지동 추모공원(335억원)사업이 포함돼 있고 환경보전예산 가운데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576억원)과 강북지역 생태문화공원조성(137억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원) 사업 등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강예술섬 조성(243억원) 사업과 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원) 예산 등이, 산업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원) 등 하드웨어형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 사업이 타당성이 없다거나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꼭 뒷전에 밀려야 할 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흔히 소프트웨어 예산으로 느껴지는 예산 항목의 상당수가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이처럼 각종 시설 건립 및 조성 등의 하드웨어형 사업이라는 점이다. 예산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각종 개발 및 토건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회계뿐만 아니라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특별회계는 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선사업 등 모두 12가지로 2010년 기준으로 58,353억원 규모다. 그나마 지난해 서울시가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크게 늘려 편성한 71,086억원 가량보다는 17.9%가량 줄어든 액수다.

 

이들 각 특별회계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각종 지하철 신설 및 연장선, 경전철 건설사업, 교통체계구축 및 개선 사업, 버스 운영체계 개선 및 관리 사업, 주차장 건설, 동부간선도로 건설 및 강변북로 확장 등 각종 서울시내 도로 건설 및 확포장 사업, 광역전철건설 및 광역도로 건설사업, 이대 동대문병원공원화 사업 및 서울의료원 이전사업, 물재생센터고도처리 및 현대화사업, 하수처리장 및 하수관거 정비사업, 각종 뉴타운 부대 시설 및 정비 사업 등 온갖 토건형 개발사업과 시설 사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특별회계의 거의 대부분은 SOC 및 개발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따라서 계산의 편의상 특별회계 전체와 일반회계 가운데 도로교통예산 18,443억원, 주택도시관리예산 9,683억원 전체, 그리고 환경보전, 산업경제, 문화관광 분야 예산의 절반 가량을 포함할 경우 전체 서울시 총예산 21 2,573억원 가운데 약 48.2% 가량인 102,373억원을 하드웨어형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 자치구 지원예산 29,401억원과 교육청 지원예산24,548억원 등 서울시가 다른 행정기관에 이전해야 하는 예산과 일반행정 예산 4,402억원 및 예비비 1,888억원 등을 제외하면 서울시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은 49,96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 서울시 전체 예산의 23.5%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4834억여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4,759억원, 의료급여지원 6,085억원, 종합사회복지관(95개소) 운영 및 기능보강 지원 578억원, 재개발 재건축 임대주택 매입 1,884억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분담금 694억원, 기초노령연금 지급 3,960억원, 보육시설 운영지원 1,987억원, 보육료 지원 3,094억원 등 대부분이 의무적인 법정지원 예산이어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편성해 운용하는 소프트웨어형 예산은 사실상 전체 예산의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다 보니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늘린다든지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문화 및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사회자본 및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회복지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 21720명에서 22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5,292억원에서 20104,759억여원으로 533억여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 22330명에서 올해 22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원에서 6,085억원으로 354억여원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 414억여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원에서 264억원으로 813억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천억원 단위의 토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지만 조금만 예산이 줄어들어도 한 푼의 지원이라도 아쉬운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형 사업의 비대화로 인한 상대적 위축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교육지원 사업도 대표적 분야다. 서울시의 2010년 교육지원 사업예산 24,548억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4,288억원이 교육청 전출금으로 사용되는 반면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교육예산에 책정한 것은 불과 260억원이다. 그나마도 2009년 대비 28.5억원이 줄어든 액수다. 물론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교육자치가 별도로 이뤄지고 있고, 서울시가 교육청에 2.5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진정으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자체 교육예산은 얼마든지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전체 서울시 예산의 겨우 800분의 1에 불과한 예산을 자체 교육사업에 배정하고 있을 뿐이다. 비슷한 사정은 서울시가 자치구 도서관 78곳과 문고 620곳에 지원하는 올해 운영 지원비가 82억원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위 <도표>에서 본 것처럼 2009년 예산 대비 사업예산이 줄어든 것은 복지나 교육예산뿐만 아니다. 전반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대규모 확대재정을 폈던 2009년 예산에 비해 다소 예산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그 동안 하드웨어 위주의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배정된 반면 복지나 문화, 교육 예산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됐기에 이들 예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해서나 일반 시민들의 수요가 매우 큰 예산은 과감히 줄이면서도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처럼 사업추진 당시부터 논란을 빚었거나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사업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사업들은 거액의 예산이 배정돼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시정홍보에는 491.2억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이는 2009 493.2억원보다 2억원 가량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우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홍보예산에는 해외마케팅 관련 예산이 64% 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약 166억원에 이르는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2007년 해당 예산이 94억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역사와 화장실, 그리고 가로판매대와 버스 및 각 언론사 전광판, 공사장 펜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서울시 치적 홍보용 광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이처럼 대형 토건형 사업과 지자체장의 치적 홍보용 예산 편성이 관행화돼 있는 것에 더해 이들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턴키입찰 방식은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담합을 통해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25~30% 가량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25~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08년에 턴키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이 지하철 9호선 2단계 세 개 공구와 서남권 문화체육콤플렉스 건립공사, IT콤플렉스, 중랑 및 탄천, 서남 물재생센터 고도처리시설 등 모두 13건을 턴키사업 방식으로 발주했다. 이들 턴키사업의 추정 사업비는 16,739억원에 이르렀다. 물론 이 가운데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들의 경우 필자가 당시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입찰 업체들의 담합을 분쇄해 가격경쟁이 이뤄져 낙찰률이 떨어졌으나 다른 대부분 사업들은 결국 경쟁입찰에 비해 25~30% 이상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만약 지하철 9호선 2단계사업도 평소 관행대로 95% 또는 9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면 이들 사업에서만 연간 최소 4,184억원의 예산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탕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건설토목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는 것은 사실 서울시에서도 상당히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오세훈 시장의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대규모 턴키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가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지금도 극히 부진해 유령상가로 전락해 언론의 조롱감이 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 나서면서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예산을 절감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기만적인 주장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새만금사업, 심지어 보금자리 주택까지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지자체 시절의 예산 낭비를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당시 서울시의 하드웨어는 많이 채워졌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 확충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은 상당 부분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산의 쓰임새만 본다면 그의 초심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오시장 스스로 서울시 예산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필자가 서울시 재직 시절 지켜본 바로는 공무원들의 눈속임용 보고 외에 서울시 재정의 쓰임새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절반은 서울시 관료들의 포로였다. 또 다른 절반은 스스로가 원해서든 정치적 압력 때문이든 어떤 식으로든 의식적인 개발형 시장이 됐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가 그가 시장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 사람을 정무조정실장에 앉힌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재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해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는 아마도 참모진들이 얼기설기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건사업 위주의 예산을 사람 중심 예산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방향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예산이 새고 있고, 구체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관료들에게 포위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본다. 실질적인 당내 경선도 없이 노풍에만 기대며 차별화된 비전과 역량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지지율이 답보상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을 빼앗긴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자신들이 왜 정권을 빼앗겼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낮은 투표율과 같은 남탓 때문이 아니라 역량과 컨텐츠 부족이라는 자기 탓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양비론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양비론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과 새 시대에 걸맞은 솔루션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까지 통틀어 기존 정치시장에서 공백상태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한 공백을 여야 어떤 기존 정치세력에서도 기대할 수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에서 넘쳐나는 정치적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는 정치 상품 공급자가 없다면 결국 그 시장 공백은 새로운 공급자가 시장에 진입해 메워야 한다. 그 새로운 정치상품의 공급자는 결국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과 도덕성,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래세대의 돈까지 잔뜩 끌어와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탕진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의 삶은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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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6. 09:23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이 바보들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4652

 

 

첫번째 글에서 지방재정난의 심각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각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지자체 재정 소요를 충당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 현황을 <도표>를 참고로 살펴보자. 참고로 재정자립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금액에 지자체 예산규모로 나눈 비율을 나타낸다. 사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일정하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배분을 둘러싼 권력관계 측면에서 이 같은 세수구조가 쉽게 달라지기 어렵고 특히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세를 대폭 지방세로 돌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현 상황에서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도표> 각급 지자체 재정자립도 현황


 
(
) 행정안전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0 59.4%에서 2009 53.6%로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더 가파르게 떨어져 2000 84.8% 수준에서 72.7% 수준까지 이르렀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군단위 지역의 재정자립도도 같은 기간 22.0%에서 17.8%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밖에 광역도 단위나 시 또는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재정자립도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광역시도의 재정자립도 추이를 보면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2009년 현재 90%를 넘고 인천도 74.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58.3%, 대구 54.7%, 광주 48.3%, 대전 59.3%로 지방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수도권 광역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다만 울산의 경우 각종 제조업의 발달로 지역내 총생산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비교적 높은 67.7%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광역도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경기도만 75.9%를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광역도들이 20~30%대의 낮은 재정자립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 전남, 제주 등은 재정자립도가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중앙정부의 지원에 기대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군구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2개 기초 지자체의 2008년 재정자립도를 분석한 결과 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이 3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지자체가 13, 20%미만인 지자체는 86개에 이르렀다. 전체 기초 지자체의 40.9%가 재정자립도 면에서 20%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는 전남, 전북, 경북, 충북의 군단위 지역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광주 남구, 대구 남구, 대구 동구, 대전 동구, 광주 광산구처럼 대도시의 구단위 지역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60% 이상인 기초 지자체 14곳은 서울 중구(86.0%), 서초구(77.1%), 강남구(75.5%)와 경기 성남시(74.0%), 용인시(67.2%), 안양시(64.6%) 등 모두 수도권 지자체였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 기초 지자체라고 하더라도 기초 지자체별로도 상당히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9년 서울시의 구별 재정자립도 현황을 보면 노원구 29.2% 등 재정자립도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구가 8개인데 반해 이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구도 다섯 곳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지금도 열악한 상황에서 갈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곤란을 겪는 지자체들이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정부가 대규모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 및 경인운하 사업 등 각종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벌여 지난 한 해에만 52조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기록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여서 중앙정부의 지원 여력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지방세목인 취등록세도 부동산 경기의 위축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인구의 수도권 유입 등으로 지방세원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언론에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 사례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남구의 경우 지난해 정부에서 108억원의 교부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 가운데 27억원이 줄어드는 등 예산이 부족해지자 직원 인건비 지급 등을 위해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광주 광산구, 대전 동구와 중구 등 일부 자치구들이 이처럼 재정난으로 직원 월급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초 지자체들은 부산, 광주, 대전 등 최근으로 올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광역 지자체에 속해 있고, 모두 자체 재정자립도가 20% 안팎으로 상당히 낮은 경우다. 이미 자체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 상급 지자체의 재원마저 급격히 줄어들어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인데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이 깎이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물론 세수는 과거처럼 늘지 않는데 이에 맞춰 제대로 씀씀이를 줄이지 못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향후 지속될 경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들의 경우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재정난에 처한 지자체의 복지 수준 및 삶의 질이 악화되는 반면 재정상태가 양호한 지자체는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산 남구의 경우 기초노령연금 20억원과 저소득층 보육료 9억원 등을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반면 서울 강남구 등 일부 구에서는 둘째 출산의 경우에도 다둥이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기초 지자체별로 주민 복지지원 수준에서도 현격한 격차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정부는 무분별하게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은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하고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당장 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국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점점 악화하는 지방 재정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가. 모두 '지역 살림꾼'이라고 선전하면서 자신들의 살림살이 가계부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낡은 토건개발세력들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세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한국의 정치는 지방이든 중앙이든 미래가 없다.

 

 

 

kennedian3@twi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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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5. 09:41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입니다.

 

 

6월 지방자치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이른바 무상급식(사실 의무교육 과정에서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급식이라는 점에서 의무급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으로 판단된다)에 대한 여야간 입장 차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 동안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던 지방재정의 사용방향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지방재정의 실태와 이에 대한 사용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관심과 인식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사실 지방자치란 각급 지자체의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정치적 협치구조(governance)를 구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자체 재정 운용방식은 생활정치로서 지방자치제도를 정착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현재 국내 지자체들의 재정 상태를 진단해 보고 그 개선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하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살펴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 65.1조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 총세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있다. 2000 이후 지방세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외수입이 늘어나다가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양여금은 2004년까지 지급되다 2005년부터 지방교부세로 통합돼 지급되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를 배정받은 것과 종합부동산세 세수 전액인 부동산교부금을 포함한 액수다.

 

<도표1> 지자체 총세입 및 지방세수입 내역별 현황

 

() 행정안전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같은 지방교부세는 2005년부터 꾸준히 늘다가 부동산교부금 등의 증가로 2008년에는 전년대비 9.2조원 가량 급증한 30.7조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 다시 26.5조원으로 다시 4.2조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계속 늘어나던 보조금도 2009년에는 미미한 증가에 그쳤는데 이 또한 감세 정책과 중앙정부 지출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적자재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 총세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 30.9%에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8 31.2% 떨어졌으나 2009년에는 34.2%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외수입과 지방교부세 보조금 중앙정부 지원이 줄면서 지자체의 재정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지방 재정난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표2> 지방세 세목별 세수 현황 및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2>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취득세와 등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취득세와 등록세는 부동산 거래가 급증했던 2006년 이후 2007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가 전체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각각 16.6%, 22.8%였으나 2008년에는 15.2%, 15.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5년 만에 두 세금의 합계 비중이 39.4%에서 30.9% 8.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등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수입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시적 반등을 보였던 2009년의 아파트 거래량도 2010년에 들어서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009 9월 이후부터 꺾이기 시작해 이미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정부는 무분별하게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은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하고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당장 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국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kennedian3@twitter.com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4. 09:45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건전재정을 이루면서도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9일 말했다고 합니다. 이 발언을 들으며 역시 이명박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런 식의 파렴치한 표현을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 임기 동안 99조원 가량의 세금을, 그것도 부동산 부자와 대기업 위주로 감면해주기로 했고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 등 국민들이 도저히 공감하지 못하는 각종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가채무 및 공기업 채무 등 각종 분식처리된 공적 채무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마치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는 양 훈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는 늘 반서민 정책을 실행하면서도 친서민 정부라고 부르짖고, 현 정권의 핵심 기반인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수백조원을 동원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하면서도 집값은 좀 더 떨어져야 한다는 발언을 버젓이 내놓는 정부입니다. 수십 조원을 들여 4대강을 마구 파헤치는 환경파괴사업을 하면서도 친환경 산업 육성을 부르짖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도 이 정도인데, 이 정도면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이대통령이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은 자신의 전혀 상반된 행동이나 말을 이상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상반된 행동이나 말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염치와 양심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정도를 넘어서서 앞서의 행동이나 말을 뒤집는 것을 밥 먹듯 하는 것을 오히려 당연시하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명박 대통령은 사물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미숙한 경우입니다. 어떤 사안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A B가 상충되는데도 불구하고 상충되는지를 스스로는 전혀 모르는 것입니다. 이 정도가 매우 심한 사람들은 한마디로 바보입니다. 그리고 말을 하면 횡설수설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대통령이 횡설수설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매우 그럴 듯하게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으면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A B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의 두뇌 속에서는 서로 공존하기 힘든 인식이 이런 사람의 두뇌 속에서는 아주 편안하게 공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어느 경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제가 볼 때 이 대통령은 두 가지 경우가 섞여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국가채무 급증의 가장 무거운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연구소가 주최한 창립 10주년 공개 세미나 자료집에서 가져온 아래 <도표>를 보시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막대한 공공 부문 부채를 남발해 가라앉는 경제를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까지 정부 총지출은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에 비해 146조원이나 증가했습니다.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 정부의 전 정권 말 대비 통합재정 증가를 비교해보면 이명박정부의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는 점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노무현정부 당시 IMF사태 당시 공적자금을 처리한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의 통합재정 증가 폭은 거의 무서울 정도입니다.


                   () 기획재정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뿐만 아니라 23개 공기업의 부채는 2008년과 2009 75조원이나 늘어나 2009년말 현재 213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나 경인운하사업, 미분양주택 대량 매입, 보금자리주택 등 각종 주택공급사업 등 토건사업을 남발해 건설시장을 떠받치는 한편 인천공항철도를 철도 공사에 떠넘겨 국가채무에서 빼내기 위해 분식회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3년 동안 재정에서 146조원, 공기업에서 84.5조원 등 약 230조원이나 늘렸는데, 이는 IMF사태 당시의 공적자금 투입액 160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뒷감당하지 않고 자기 임기 내에 생색내는 일에 소중한 국가 재원을 탕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말 끝마다 작은 정부를 떠들어대고 이제 와서는 건전 재정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로는 절대 건전 재정, 국민경제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발전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권을 잃어버리고도 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지금의 야당에게도 크게 기댈 것이 없어 보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를 읽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세대만이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 글에서 이 문제를 길게 다루기는 부적절하니 여기에서 줄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건전 재정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심각하게 훼손하면서도 마치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는 외부 전문가인 양 훈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침을 뱉으면서도 부끄러워할 줄도, 국민들에게 미안해 할 줄도 모릅니다. 손가락 마디가 아프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런 파렴치한들에게는 아무리 비판을 해봤자 대낮에 술에 만취한 사람에게 넋두리하는 듯한 피곤함만 느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가능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실상을 제대로 알아서 후일 때가 올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근본적 개혁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자식세대의 소중한 재원들이 현 세대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탕진되고 있는 현실을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그리스 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10. 12:19

 

최근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소인 KDI마저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할 정도고, 어제는 조선일보마저 사설을 통해 무슨 꿍꿍이인지 같은 식의 주문을 했습니다. 또한 금통위원들 가운데 세 분이 가계부채 증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금통위 의사록이 발표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기획재정부나 한은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입니다. 여러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낸 가계들의 부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작용할 것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시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속도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일반인들 가운데는 현재의 저금리가 경제주체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 글에서는 현재의 저금리가 가계 부채 및 이자소득에 미치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알다시피 2004년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펌프질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예대율이 100%를 넘어서자 CD와 은행채를 남발하는 것도 모자라 단기 외화자금까지 차입해 부동산에 펌프질을 한 것은 이제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다가 미국발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지면서 2008년말에는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뛰어올랐습니다. 이에 한국은행이 5.5%이던 기준금리를 2.0%로 가파르게 인하해 인위적인 시장 저금리 기조를 만들어 경기를 부양했습니다. 그리고 2.0% 수준의 저금리를 15개월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상 최저 금리가 가계 이자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래 <도표>를 참고로 봅시다.

도표를 보면 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따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함께 하락하다가 은행들이 자금난에

2005년 중반 이후부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은행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예금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해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줄어 2008년말 예대마진이 급감했습니다. 자금 확보에 혈안이 된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등을 통해 예금 유치에 나서면서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입니다. 그러다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역전되기 시작합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한숨 돌린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다시 조금씩 올리는 반면 예금금리는 지속적으로 낮춰 예대마진을 확대합니다. 이를 통해 연체율 증가 등으로 인한 부실을 털어내고 자금난을 극복하는 한편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저금리는 은행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효과를 발휘했던 것입니다.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가계들은 어땠을까요? 언론에서는 주택담보대출자 등 주로 빚을 진 가계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들이 많은데, 예금을 가진 가계들도 많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양쪽의 비중이 다를 뿐 금융자산과 부채를 함께 가진 가계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표현과 분석의 편의상 부채 가계와 예금 가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겠습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상에서 개인 부문 금융부채는 2009년 3분기 현재 875조원, 개인 부문 금융자산 가운데 이자수익이 발생하는 예금액은 895조원 정도로 비슷합니다.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금융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특히 2005년 이후 금리의 상승으로 대출이자와 예금이자가 동시에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부채를 많이 진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 반면 금융자산이 많은 가계의 예금이자수입도 급증한 것입니다. 이는 부동산 버블 붕괴를 촉진하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자기 조절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경제 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인위적으로 기준금리를 억눌렀습니다. 그 결과 대출이자부담과 예금이자 소득이 동시에 확 줄었습니다. 물론 저금리 상황 아래에서 은행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를 더 높게 유지한 결과 대출이자 부담이 다시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습니다.

 

이 경우 부채 가계와 예금 가계의 이자소득에는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요? 2008년 말 대출이자부담은 연환산 63조원이었다가 이후 금리 인하로 연환산 45조원 전후 수준으로 떨어져 연간 약 18조원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로 18조원의 보조금을 준 꼴입니다. 반면 예금가계는 1008년말 38조원 가량의 이자소득을 올리다가 2009년에는 30조원으로 8조원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예금가계에 8조원을 과세한 꼴이 됩니다.

 

이것은 연간 기준이고요. 이미 15개월이 경과했으므로 약 부채 가계에는 22.5조원의 보조금을 주고, 예금 가계에는 10조원 가량 과세를 한 꼴입니다. 만약 현 정부가 올해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상태대로 유지한다고 하면 각각의 수치는 36조원, 16조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냉철하게 따져보면 현재의 저금리 기조는 사실 경제적 형평성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실하게 일해 번 소득을 저축해온 가계에는 오히려 과세를 하고, 이렇게 벌어들인 세금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 투자 등을 행하고,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큰 위기를 몰고온 가계에는 오히려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꼴인 것입니다. 또한 외형경쟁 확대 과정에서 무분별한 가계 대출로 국민경제 전체에 큰 위기를 가져온 금융기관들에게도 저금리 기조를 통해 급감했던 예대마진 수입을 다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는 효과, 이른바 인플레이션 택스를 고려하면 일반 국민들이 저금리로 인해 떠안는 부담은 실로 막대한 것입니다. 평상시라면 이 같은 불공정한 상황을 용인할 수 있을까요?

 

사실 경제위기라는 핑계를 대면서 매우 낮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상당 부분은 바로 부동산 대출을 잔뜩 진 가계들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2008년말 부동산 버블 붕괴가 시작됐다가 역설적으로 너무 극심한 경제위기 때문에 붕괴가 지연됐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거꾸로 지금의 사상 최저금리 하에서도 수도권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마당에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 지금의 수도권 주택시장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위험한 경제학>에서 종부세/양도세/상속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 감면과 연간 수십조원의 추가 토건 부양책, 저금리 유지 및 가계대출 만기 연장,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 각종 직간접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현 정부 임기 안해 300조~400조원 정도로 잡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실 2008년 하반기의 DTI규제 완화로 지난 한해에 늘어난 가계 부채 45조원과 부동산 펌프질 과정에서 무리한 외화자금난에 시달린 은행들을 대신해 한은이 갚아준 외화 차입금, 그리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부양책까지 포함하면 부동산 부양을 위해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자원을 소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위에서 본 것 같은 심각한 경제적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지도 못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소진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떨어뜨리고 있다느니 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듣고 있으면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엄청난 부동산 부양책을 보지는 못하고, 현 정부 내에서 집값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고 이명박이 집값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니 말입니다. 지금 집값은 이명박 정부 '때문'이 아니라 이 정부의 사활을 건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백보를 양보해 지난 일은 경제위기 때문이었다고 치더라도 이제 정부 주장대로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면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단계적으로라도 탈피해가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향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가 앙등할 경우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버블이 일순간에 터져버리는 것을 막는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든 현재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럴 바에야 어느 정도 극도의 위기감이 가라앉은 지금 상황에서라도 풍선의 바람구멍을 열어 바람을 빼듯 거품을 빼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끝까지 부동산 거품을 떠받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저는 왠지 당랑거철의 모습을 보는 듯 위태로워 보이는데 말입니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485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9. 08:19

 


정부가 막대한 부자감세와 재정적자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 등으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세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식 발표 전에 연구자료를 흘리면서 여론 반응을 떠보는 식의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더니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사 슬며시 물러서며 다시 에너지세를 도입한다, 각종 면세조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둥 별 생쑈를 다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논란이 됐던 것이 또 한 건 올라왔다. 술과 담배에 이른바 '죄악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조만간 국가 기획재정전략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룬다고 한다. 이들 세금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그 세목에 대한 직접적 판단 외에 현재의 전체 조세 및 재정체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현 정부가 어떻게 세수 및 재정지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기획재정부는 2008년 발표한 감세안으로 2012년까지 총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각각 총 감세규모가 96.1조원99조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예전에 쓴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렇게 무턱대고 국민의 눈까지 속여가면서 막대한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이명박 정부나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등을 벌여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이미 2009년만 해도 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을 넘어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무려 51.5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왜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만 22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소속인 한나라당 이한구의원이 4대강사업과 자전거도로 사업은 국가채무로 하는 사업이라고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을까.

 

이렇게 볼 때 한국의 재정은 이명박정부 임기 내에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른 선진국들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수십 년간에 걸쳐 GDP대비 60-70% 수준까지 누적되어 온 것에 비하면 한국은 불과 10년만에 선진국들의 절반 수준에 도달해 버리게 된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고령화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에 따른 향후 세입세출 구조 변화에 대한 치밀한 연구나 분석 없이 대기업과 부동산 과다소유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밀어 부쳤다.

 

그러면 한국의 세수구조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한국은 과거 70년대에 구축된 조세체계를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금까지 땜질식 세목 변경으로 일관해왔다. 새로운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조세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재정부도 겉으로는 ‘선진 조세체계’를 구축한다면서 고작 하는 것이 부동산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마디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경제는 과거 자본집약적 성장의 생산경제에서 90년대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산투기 중심의 자산경제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과거 생산경제 활동의 비중이 때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세 가계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세금 비중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산경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같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생산경제 중심의 70년대 조세체계로는 더 이상 재정건전화와 조세 형평성을 기할 수 없게 되었다. 조세체계 역시 자산경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한국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걸맞은 세입세출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식 자체가 없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식세대가 죽든 살든 상관없이 자리에 앉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산경제로 이행해가고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을 수도 없다. 아래 <도표1>에서 이명박정부가 대규모로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한국은 거의 최저 수준으로 더 이상의 감세를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득세의 경우 한국은 평균임금의 167%를 받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이 OECD 국가가운데 두 번째로 낮고, 평균임금 소득자의 경우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경제대국인 일본과 미국이 법인세율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법인세가 높아서 한국 재벌대기업들의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법인세를 낮춰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은 현실의 경제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착오적 이념에 젖어 재벌기업과 부동산부자 등 기득권층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감세정책과 한국의 감세정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도표1> OECD 국가별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주) OECD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국은 성장잠재력 저하 등 경제활력을 잃고 있으며 고령화와 실업 증가등 재정소요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세원을 어디에서든 확보하지 않으며 안 된다.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 등 자산과 자산의 시세차익 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는 피해갈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다. 양도세는 명목상 거래세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부동산투기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에 해당한다. 양도세 감면을 위해서는 투기적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자산 임대소득이 크게 늘게 될 텐데, 그에 따른 과세도 확대 보완해야 한다.

 

피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수백만,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도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인 부동산 투기소득 및 임대소득에 대해 미미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의 면에서도 맞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명박정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종부세를 무력화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양도세와 상속세를 크게 줄여 부동산 투기자들의 불로소득과 대물림까지 용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급속한 고령화나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정악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정부는 무리한 감세정책과 대규모 토건사업 남발로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벌어질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식세대가 써야 할 몫까지 땡겨서 자신들의 쌈짓돈인양 부유층과 재벌기업 등에 마구잡이로 퍼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어디에선가는 다른 세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직접세를 깎아줬으니 추가 세원의 대부분은 모두 간접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아래 <도표2>를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면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 전세수입에 대해 과세하고, 술과 담배 소비에 대해 '죄악세'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남발된 비과세 및 감면 조치나 전세수익에 대한 과세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와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킨 건설업체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부유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8. 10:29

 올해 51조 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총지출 291.8조 원 규모의 2010년도 정부 예산안 또한 약 32조 원 규모의 적자재정 편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국가채무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주된 이유는 99조 원에 이르는 현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과 부동산경기 부양, 4대강 사업 등 건설 부양책들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아직 여력이 있으며, 경기가 호전되면 언제든지 다시 국가채무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주장은 기만적이다. 국민연금 등에서 엄청나게 누적되고 있는 잠재 부채 등을 제외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 정부는 공기업에 재원을 떠넘기고 있는데 이것 역시 광의의 국가채무 증가에 해당한다.

 

정부 예산사업으로 해야 할 것을 수자원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기업에 떠넘기거나 민자사업으로 돌려 할부 구매를 하는 편법을 사용함으로써 실질적인 국가채무 증가를 위장하고 있다. 또는 인천공항공사 매각 추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량 공기업 등을 매각해 세외수입을 늘리는 식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재정 적자 폭을 줄이는 것도 그 같은 편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부담 떠넘기기로 공기업·준정부기관 부채도 급증

 

   
▲ [도표] 수자원공사의 재무구조 자료 출처 - (주)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 자료
ⓒ 김광수경제연구소
4대강사업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이런 광의의 국가채무 규모가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1400조 원을 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사업성이 희박한 대형 공공사업을 떠맡은 공기업의 채무 급증은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가 정부부담 예산사업을 공기업에 어떤 식으로 전가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 정부는 2012년까지 공식적으로만 모두 22조 원이 투입되는 4대강 하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가운데 8조 원을 한국수자원공사가 부담토록 했다.

 

정부 재정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지만 한국수자원공사를 이 사업에 참여시킴으로써 형식상 정부 재정지출을 그만큼 줄이는 편법을 쓴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미 올 초 착공한 경인운하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는 2.1조 원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여윳돈이 있거나 자체 경영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 같은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한다고 할 수는 없다. 막대한 사업비 마련을 위해 수자원공사는 수조 원대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과정에서 수자원공사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수자원공사의 장단기 차입금 현황(위 도표)을 보면 2007년까지 줄고 있던 차입금이 200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차입금만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 수자원공사의 차입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익 및 비용 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2007년부터 총수익보다 총비용이 더 가파르게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급감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1400억 원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경인운하 및 4대강 사업 참여로 인한 부담이 가시화되기 전에도 이렇게 재무상황 및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공사채 발행 등으로 이 같은 부담이 가시화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08년 기준으로 1.96조 원 수준인 수자원공사의 채무는 4대강 사업 참여 등에 따라 2012년까지 14.7조 원으로 늘어나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6%에서 135%까지 급증할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4대강 관련 채권이자비용 7100억 원은 정부가 공언한 대로 모두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가정했는데도 이 정도다.

 

수자원공사뿐만 아니라 전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자산·부채 추이를 보면 부채는 2004년 106.6조 원에서 4년 만인 2008년 213조 원으로 두 배가량 폭증했다. 물론 같은 기간 자산도 225.7조 원에서 379.8조 원으로 함께 늘어났지만 부채증가율이 자산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같은 기간 전체 순이익도 2004년 7.8조 원에서 2008년 2.8조 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특히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한전을 제외한 부채 추이를 보면 전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순이익이 2005년 -3.2조 원에서 2008년 -5.8조 원까지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이미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재벌건설업체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는 현 정부

 

겉으로는 자산이 부채보다 더 많아 대부분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이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기 싶다. 하지만 이들 자산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국내 부동산 거품이 매우 커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앞의 수자원공사 자산부채 현황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내 공기업 자산의 대부분은 토지 등을 포함한 비유동자산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현재 시가로 평가된 이들 기관의 자산 총액은 매우 큰 것처럼 보이지만 부동산 거품이 향후 본격적으로 꺼진다면 실제 자산가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공기업들이 자산을 늘린 것은 현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및 토건 부양책의 일환인 경우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공기업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각각 13.1조 원, 7.8조 원이나 늘어났다. 정부의 부동산 및 토건 부양책에 따라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의 토지를 재매입 해주거나 또는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을 크게 늘리면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주공과 토공의 부채 총액 또한 각각 12조 원, 6.9조 원씩 폭증했다.

 

민간 건설업체들의 부실 자산을 현 정부에 의해 토건 공기업들이 대신 떠맡은 것이다. 하지만 민간 부실 자산이 공공부문으로 옮겨진다고 다시 건전자산이 되지는 않는다.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가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올봄 이후 일시 주춤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면 민간부문 대신 부실자산을 떠안은 공공기관의 부실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에 이처럼 엄청난 부담을 떠넘긴 상황에서 또 다시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수공), 보금자리주택 및 신도시 건설 사업(주공) 및 행복도시, 혁신도시 사업(토공)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추가로 정부의 빚까지 공기업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주공·토공·수공 등 10대 사업성 공기업으로부터 2012년까지 부채 전망치를 제출받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57.3조 원이던 부채 총액이 2012년에는 301.6조 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채 급증으로 2012년 한 해에 10대 공기업이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만 45.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 문제는 정부가 민간부문의 부실과 정부의 빚까지 떠넘긴 상태에서 정작 막대한 예산은 민간 재벌기업들에게 퍼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같은 사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은 많은 국민들이 왜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산 낭비형 토건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백보를 양보해 그 같은 4대강 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재벌건설업체들에게 예산을 퍼주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4대강 정비사업에 상위 6개 재벌건설사가 가격담합을 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이달 8일 폭로했다.

 

이 같은 담합을 통해 이번에 문제가 된 4대강 턴키 1차 사업의 발주액 약 4조 원의 30% 가량인 1조2000억 원이 재벌건설업체들에 그냥 건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아이들의 무상급식비 지원예산 수십 억 원은 가차없이 깎으면서 재벌건설업체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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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1. 27. 09:15

 

현 정부는 경기침체를 핑계로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남발하는 등 국민 세금과 자식세대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겉으로는 서민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실제로 아래 <도표>에서 월별 건설수주액 추이를 보면, 연말의 밀어내기 발주 효과를 제외하면 공공부문 발주액 물량이 올해 초부터 크게 늘어나 공공부문 비중이 60~70%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또한 공공발주 물량의 공종별 물량 추이를 보면 올 들어 건축 물량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토목공사 물량이 폭증하고 있다. 전체 공공발주 물량 가운데 토목사업 비중이 70~80%대를 오르내릴 정도로 높아진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 새만금사업 및 각종 고속도로 및 국도 등 사업의 경제성이 의심스러운 대규모 토건사업에 재정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토건사업의 대부분은 상위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돌아가는 턴키 방식으로 발주하고 있다. 즉 대규모 토건사업마저도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떨어지고 재벌건설사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정부가 부동산거품 붕괴가 시작되면서 민간 건설사업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공공토건 사업을 일으켜 자금난에 시달리는 재벌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는데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연간 공공부문 공사물량이 2008년 약 80조원에 이른 상황에서 불요불급한 대규모 토건사업에 또 다시 막대한 재정지출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막무가내로 내지른 감세정책 때문에 이명박정부 임기 동안 99조원의 감세가 이뤄져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다. 99조원 감세 혜택의 80% 가량이 부동산 부자 등 부유층과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돌아가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현 정부가 겉으로는 서민정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반서민 정부인 것이 이런 점에서 드러난다.

 

 

<도표> 건설사업 물량 및 비중 추이

 

 

()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과거 일본이 버블 붕괴 당시 대규모 토건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으로 재정적자폭이 커져 만성적인 경제위기를 겪었던 것이나 현재 미국 경제가 1조달러를 넘는 막대한 재정적자로 휘청거리는 것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당장은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괜찮아 보이지만, 향후 급속한 고령화나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정악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정부는 무리한 감세정책과 대규모 토건사업 남발로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나중에 벌어질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식세대가 써야 할 몫까지 끌어와서 자신들의 쌈짓돈인양 부유층과 재벌기업 등에 마구잡이로 퍼주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감세정책과 토건 부양책의 문제점은 시행 첫 해 만에 벌써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가 채무가 내년에 400조원을 돌파하고, 연간 국가채무 이자만 20조원에 이를 지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정부는 한술 더 떠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는 핑계로 대부분 재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연구개발 비용의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이고,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이달 초 발표했다. 더구나 재정수지 적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조치들이 재정수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추계작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세수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부가가치세와 에너지세 등 간접세 비중을 높이는 방침을 내비치거나 비과세 및 감면 조치를 축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지나치게 남발된 비과세 및 감면 조치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부유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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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7. 15.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