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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막대한 부자감세와 재정적자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 등으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세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식 발표 전에 연구자료를 흘리면서 여론 반응을 떠보는 식의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더니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사 슬며시 물러서며 다시 에너지세를 도입한다, 각종 면세조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둥 별 생쑈를 다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논란이 됐던 것이 또 한 건 올라왔다. 술과 담배에 이른바 '죄악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조만간 국가 기획재정전략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룬다고 한다. 이들 세금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그 세목에 대한 직접적 판단 외에 현재의 전체 조세 및 재정체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현 정부가 어떻게 세수 및 재정지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기획재정부는 2008년 발표한 감세안으로 2012년까지 총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각각 총 감세규모가 96.1조원, 99조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예전에 쓴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렇게 무턱대고 국민의 눈까지 속여가면서 막대한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이명박 정부나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등을 벌여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이미 2009년만 해도 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을 넘어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무려 51.5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왜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만 22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소속인 한나라당
이미 한국경제는 과거 자본집약적 성장의 생산경제에서 90년대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산투기 중심의 자산경제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과거 생산경제 활동의 비중이 클 때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세 등 가계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세금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산경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 같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생산경제 중심의 70년대 조세체계로는 더 이상 재정건전화와 조세 형평성을 기할 수 없게 되었다. 조세체계 역시 자산경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한국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걸맞은 세입세출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식 자체가 없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식세대가 죽든 살든 상관없이 자리에 앉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산경제로 이행해가고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을 수도 없다. 아래 <도표1>에서 이명박정부가 대규모로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한국은 거의 최저 수준으로 더 이상의 감세를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득세의 경우 한국은 평균임금의 167%를 받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이 OECD 국가가운데 두 번째로 낮고, 평균임금 소득자의 경우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경제대국인 일본과 미국이 법인세율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법인세가 높아서 한국 재벌대기업들의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법인세를 낮춰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은 현실의 경제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착오적 이념에 젖어 재벌기업과 부동산부자 등 기득권층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감세정책과 한국의 감세정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도표1> OECD 국가별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주) OECD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국은 성장잠재력 저하 등 경제활력을 잃고 있으며 고령화와 실업 증가등 재정소요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세원을 어디에서든 확보하지 않으며 안 된다.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 등 자산과 자산의 시세차익 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는 피해갈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다. 양도세는 명목상 거래세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부동산투기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에 해당한다. 양도세 감면을 위해서는 투기적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자산 임대소득이 크게 늘게 될 텐데, 그에 따른 과세도 확대 보완해야 한다.
피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수백만,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도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인 부동산 투기소득 및 임대소득에 대해 미미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의 면에서도 맞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명박정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종부세를 무력화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양도세와 상속세를 크게 줄여 부동산 투기자들의 불로소득과 대물림까지 용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어디에선가는 다른 세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직접세를 깎아줬으니 추가 세원의 대부분은 모두 간접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아래 <도표2>를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면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 전세수입에 대해 과세하고, 술과 담배 소비에 대해 '죄악세'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남발된 비과세 및 감면 조치나 전세수익에 대한 과세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와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킨 건설업체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부유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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