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흥망 좌우할 제도들


"최저가 낙찰제. 좋습니다. 제도의 의도도 좋고 도입 취지도 좋습니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국내 건설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요? 문제는 제도 시행에 필요한 여건이 열악하다는 거지요. 국내 업체들, 특히 대형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제반여건을 우선 조성해 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고요. 최저가 낙찰제도 도입 의도는 단순한 낙찰가 하락을 통한 예산절감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저가를 통한 부실업체 퇴출과 건설산업의 건전화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도입된 것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보조장치는 모두 제거하고 최저가만 도입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요."(아래 생략)

미디어다음이 개설한 '입찰개혁' 토론방에 31일 '이한상'님이 올린 글의 일부다. 이 네티즌의 지적대로 최저가낙찰제는 기술혁신과 관리 효율화 등을 통한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무조건적인 최저가는 항상 가격 대비 최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등 건설선진국에서는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함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단순히 입찰제도 만이 아니라 건설제도 전반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계약이행보증제도 개선과 감리감독의 강화 등은 최저가낙찰제 도입과 직결된 개선책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제도 개선책의 도입에서도 매우 미온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역으로 감리 및 보증제도의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아 최저가낙찰제 유보가 불가피하다고 핑계를 댄다. 건설업계도 이 같은 '현실론'을 근거로 최저가낙찰제의 확대시행에 반발하고 있다.감리와 보증제도 개혁 등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기 위한 관련 제도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알아보자.

복잡한 중간단계 거쳐 예정가의 절반 이하에 공사
중간단계 줄이는 제도 개선해야






지하철 공사 후 2개월여만에 다시 파헤쳐지는 대정 중구의 한 도로. 팠던 도로를 몇 번이나 새로 파는 식으로는 대한민국이 '건설선진국'이 되는 길은 요원하다.[사진제공=연합뉴스]

▲건설업역 철폐 통한 중간단계 축소=

우리 건설산업은 일반건설업과 전문 건설업, 시공과 설계업 등으로 업역이 구분돼 있다. 과거 일본의 방식을 본따 업역별로 일정한 영역과 수익을 확보해주기 위해 마련된 구조다. 미국 등의 경우 업역 구분이 없어 건설회사가 설계와 건설사업관리, 시공을 총괄하므로 정부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옷 만드는데 디자인 따로, 재봉 따로, 품질검사 따로인 반면 건설선진국은 이를 통합해서 진행하는 셈이다.

이처럼 건설선진국에는 없는 업역 구분이 복잡한 중간단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일반건설업-전문건설업-시공참여자-십장-반장-현장 근로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중간단계'를 형성한다. 일반건설업체만이 정부 공사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건설업체의 수주가 4~5단계에 이르는 긴 중간단계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적격심사제는 중간단계 업체들이 모두 먹고 살 수 있는 '덤'을 얹어주는 셈이다. 거꾸로 최저가낙찰제는 이 같은 중간단계 마진들을 줄이게 되므로 전문건설업이나 시공참여자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가뜩이나 월급이나 복리후생이 열악한 이들 업체 종사자들의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기 때문.

특히 요행에 따라 공사를 따는 '운찰제'로 변질된 적격심사제 하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양산된 '페이퍼 컴퍼니'가 건설업의 유통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96년 3000개 가량에 불과했던 일반 건설업체 수가 지난 해 말까지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공사 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업역제한을 풀고 최저가낙찰제 등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복잡한 중간단계를 줄이는 등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과도기적으로 폐업하거나 경영난을 겪는 업체들이 적지 않겠지만 '거품'을 빼서 절약되는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건설공사로 돌리면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증시장 개방하고 보증한도 높여야

▲품셈 제도 폐지=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예정가가 크게 부풀려져 있어 하청에 재하청을 거쳐 실제로는 40%대에 공사가 진행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복잡한 '중간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정부공사를 수주한 일반 건설업체는 이익을 보는 반면 최종 시공업체들은 예정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원가에 시공하고 있는 셈이다.이처럼 원가가 낮아지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정부의 예정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예정가격이 부풀려 지고 있는 데는 '품셈제도'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로 공사비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품셈이란 인건비, 자재비, 장비값 등 건설공사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정부 발주공사는 품셈에 의해 예정가격이 산출된다. 문제는 품셈을 정부가 아닌 건설업체에서 운영함으로써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데 있다.건교부에서도 이러한 품셈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해 87년부터 실제 공사가 진행된 것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그동안 수십 차례 도입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수십 억원을 들여 7~8년간에 걸쳐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도 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그 도입을 미루고 있다.
 
▲공사이행보증제도 개선=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행보증시장을 개방하고 보증한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의 경우 건설공사와 관련된 보증을 건설업체의 주거래은행이 담당한다. 발주기관은 주거래은행의 보증을 요구함으로써 주거래은행조차 보증하지 않는 부실한 건설회사는 입찰참가부터 못하도록 하고 있다.이 때문에 해외공사의 경우 국내 시중은행도 신뢰를 얻지 못해 산업은행 등을 통해 국가가 보증을 해줘야 국내 건설업체가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건설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선진국의 이행보증제도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주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건설보증시장은 건설공제조합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건설공제조합이 조합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보증을 자체적으로 하는 모순점도 있다. 또한 이들 기관에서 보증하고 있는 보증비율은 10~30% 내외로 부실시공에 대한 보증 자체가 당초부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보증비율이 100~150%에 이른다. 따라서 공사이행보증의 현실화를 위해 공사비 대비 보증 비율을 대폭 높여 부실시공에 대한 직접적인 하자보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또 보증기관도 시중은행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상장돼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재무상태를 알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보증을 맡길 경우 보증의 신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도 이 같은 보증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가시적인 조치는 여전히 뒤로 미루고 있다.

감리, 전문가로 대우하고 실질적 권한 줘야
설계변경 통한 공사비 증액 제한해야


▲감리 강화=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일부에서는 부실시공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감리를 철저히 하면 부실시공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행주대교와 성수대교 등 대형 사고 이후인 93년 책임 감리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이나 시행령에서 규정한 감리원의 권한을 감리업무시행지침 등을 통해 공무원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특히 설계변경과 기성 등 돈과 관련한 권한을 공무원들은 그대로 틀어쥐고 있는 셈. 이처럼 감리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보니 이들에 대한 대우도 낮은 편이다. 또한 감리들이 문제를 지적해도 이를 그대로 시정하는 경우도 드물고 시공사와의 '유착 관계'가 생기기도 했다.이 같은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2001년부터 감리 비용을 늘이고 감리원의 권한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이를 어길 경우의 처벌조항 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4~5년 전부터 공무원 출신 감리단장이 우대받는 제도가 생겨 전현직 공무원간의 '유착관계'가 감리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감리원을 전문가로서 대우하고 강한 권한을 주되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계변경의 제한=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낙찰율은 점점 떨어져 지난 해의 경우 49%정도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낙찰율을 통해서도 이윤을 보는 건설기업이 적지 않지만 적자를 감수하고서도 공사 물량을 확보하거나 실적을 쌓으려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낮은 낙찰율을 이후 설계변경 등을 통한 공사비 증액이나 부실시공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같은 공사비 증액을 위해 의도된 설계 변경이나 부실시공을 눈 감아주는 감독관청이 있다는 얘기다.따라서 전문가들은 덤핑 수주로 시행하는 공사는 반드시 손해 본다는 기본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일정 낙찰율 이하의 금액으로 낙찰받은 공사에 대해서는 설계변경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부실시공 등을 눈 감아주는 조건으로 '뒷돈'을 챙기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5

일부 병원, 혈액 수가 인상 앞두고 사재기


1일부터 대한적십자사가 각종 병의원에 공급하는 혈액 수가가 40%가량 인상된 것을 계기로 일부 대형 병원들이 '혈액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미디어다음 취재팀이 대한적십자사 각 혈액원과 일부 병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인 S병원은 지난 달 말 모두 400ml 신선동결 혈장 1500개 가량을 공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지난 달 27일경 서울 동부혈액원에서 신선동결 혈장 700개를 주문했다. 이는 동부혈액원을 통한 이 병원의 하루 평균 주문량 50~100개보다 훨씬 많은 양. S병원은 남부혈액원에서도 지난 28일과 31일 평소보다 몇 배 이상의 물량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혈액원 관계자는 "S병원이 28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평소 많이 가져가던 날 물량의 3~4배 정도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 중 한 곳도 평소 60~100개 정도이던 혈액 주문 물량이 28일과 31일 각각 290개와 280개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일부 대형병원들이 지난달 말 혈액을 대량으로 산 것은 1일부터 혈액 수가가 평균 39%정도 인상됐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차액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수가 인상 전에 적십자사에서 혈액을 구입해 1일부터 환자들에게 공급할 경우 인상된 수가만큼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1000개를 미리 사놓았을 경우 900여만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량 주문은 혈액 가운데서도 1년가량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공급 여유가 있는 신선동결 혈장에 집중됐다. 혈액 성분 중 적혈구와 혈소판 등은 보관 기간이 한 달 이내로 짧고 헌혈량이 적은 겨울방학철이라 비축량도 적기 때문에 사재기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혈액수가는 1일부터 에이즈와 C형 간염 조기 확인을 위한 핵산증폭검사(NAT) 비용 등의 명목으로 혈액 제제별로 9130원씩 인상됐다. 이에 따라 당초 3만5390원이던 전혈은 4만4520원으로 올랐고, 농축적혈구는 2만3380원에서 3만2510원으로 올랐다. 사재기 대상이 된 신선동결혈장은 2만4910원에서 3만4040원으로 올랐다.

적십자의 한 혈액원 관계자는 "서울시내 몇몇 병원에서 수가 인상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혈액을 주문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지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혈액원 관계자는 "일부 대형 병원들이 수가 인상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혈장을 주문한 것은 사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헌혈한 피를 이용해 병원들이 수익을 남기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S병원 혈액은행 담당자는 "설 연휴가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미리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주문을 평소보다 많이 한 것"으로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사재기를 하려고 해도 보관 용량에 한계가 있어 많이 할 수 없다"며 "그렇게 사재기를 한다고 해봐야 얼마나 남긴다고 일부러 사재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4

수배중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 공무원을 말한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무쇠솥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 아닙니다. 우리 목표는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의 개혁입니다. 국민들이 공무원노조가 있어 이렇게 공무원사회가 깨끗해지는구나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연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중인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미디어다음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2시간여 동안 김위원장과 인터뷰했다. 처음 공무원노조측의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김 위원장이 수배중인 데다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사용자측인 정부와 달리 공무원노조의 주장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고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대신 기자는 "독자들의 욕을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사전에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그 동안 국민들 위에 군림해왔다"며 "그 같은 공무원 사회의 풍토를 바꾸기 위해 공무원노조를 결성한 것인데 국민들은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우리를 백안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무원 사회의 뒷돈 수수 관행 등 치부를 그대로 밝히면서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도 공무원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80년 울산시청 하급 공무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경남도청 직장협의회 회장과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을 거쳐 지난 해 3월부터 위원장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조만간 경찰에 자진 출두할 생각으로 주변 정리와 조직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부 공무원노조 권리 보장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미흡"

-지금 현재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어떤 상황에 있나.당초 총파업에 들어가기 전 중앙지도부를 중심으로 37명에게 수배가 떨어졌다. 나와 사무총장 말고는 모두 자진 출두해 구치소에 들어가 있다. 부위원장 한 분은 최근에 보석으로 나왔다. 나도 3월경 자진 출두할 생각이다. (가볍게 웃으며) 지역 본부장들이 3개월 정도 살았으니 나는 1년 정도는 살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공무원노조가 파업한 이유가 뭔가.우리 입장을 알리려 했다. 14만 노조 조합원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관철하려는 정부의 조치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정부의 법안이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렇게 막으려 했나.노동조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면 말이 안 되는 안이다. 정부가 국제적 환경과 규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무원노조를 허용해준다고 하는데 사실은 공무원들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통제, 규제하는 법이다.-어떤 점에서 노조활동을 통제, 규제하는 법이라고 하는 거냐.우선 공무원이 노조활동을 할 때 공무원으로서 다른 법령에 규정된 공무원의 의무를 위반하면서 노조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맞는 얘기 같지만 국가공무원 법에 보면 시대 변화에 안 맞는 과도한 규제나 유명무실한 법이 많다. 예를 들어, 비밀 엄수의 의무 같은 것은 사실 내부고발을 가로막고 있는 조항이다. 집단행동도 금지돼 있다. 노조에서 자기들 뜻을 관철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다 같이 리본을 답시다' 하면 기관측에서는 집단행동이라고 한다. 리본도 같이 하나 달 수 없는 것이 현재 법이다.정부에서는 공무원노조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보장해주는데 우리가 단체행동권까지 무리하게 요구하며 파업한다고 선전한다. 보수 언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단결권조차도 보장이 제대로 안 된 법이다. 현행 법으로는 6급 이하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해놓고, 내용적으로는 '업무를 총괄 감독하는 자'는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6급이 업무를 총괄 감독하기 때문에 가입대상이 안 되는 거다. 노동부 스스로 이를 금지하기 위해 이렇게 법안을 마련했다고 하더라. 단결의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법이다. 급수에 따라 노조 가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안 맞다. 지자체 4급 국장도 중앙 부처 가면 실무자가 되는 경우도 꽤 많다. 또 인사, 예산, 감사, 회계 등 일반 회사에서 사용자측의 업무에 해당하는 공무 담당자도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시쳇말로 이런 식으로 포 떼고 차 떼면 남는 것은 흑사리, 죽데기 뿐이다. 통칭 90만 공무원이라고 하고 이 가운데 고위 공무원과 교원과, 경찰, 소방, 교정 공무원을 뺀 35만명 정도가 조직 대상이라고 보는데 현재 법안대로면 25만명 수준으로 준다. 그만큼 단결권의 대상 범위를 축소해놓은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체 규모가 적으면 좋은 것 아니냐.단체교섭권에도 문제가 많다. 단체교섭권 가운데 인사와 정책 결정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사항 아니다. 또 법령과 조례에 위임된 사항은 단체협약의 효력이 없다. 단체협약을 해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단체장이 얼마든지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의 복지 향상과 관련된 내용들이 법령과 조례 등에 다 묶여 있는데 사실상 단체교섭권은 하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단체행동권은 공무원 특수 신분상 원칙적으로 줄 수 없다고 하고. 이를 어길 때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그러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정부는 일본과 독일을 예를 든다. 일본과 독일은 단체행동권은 없다고 한다. 일본은 노동관계법에서 가장 후진 나라다. 독일은 신사협정으로 모든 게 이뤄지기 때문에 단체교섭에서 다 끝나므로 단체행동권이 사실 유명무실하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10개 주가 완벽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 40개 주는 각기 다른 수준으로 적용한다. 관점에 따라 거의 안 한다고 할 수도 있고 상당 수준 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 프랑스 등은 판사까지 파업하는 나라다. EU 가입국은 노동삼권이 거의 다 보장돼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완벽하게 노동3권이 보장돼 있다. "국민들 관에 대한 피해의식 누적돼…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





-지난 번 파업할 때 공무원노조의 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공무원노조가 왜 시민들에게 미움을 받나.

공무원노조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그렇다. 우리 국민들은 피지배계층으로 살아온 게 5000년이다. 경북 안동의 한 권세가를 지탱하기 위해 40~50리 주변 주민들이 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권세가들보다 관의 아전들 횡포가 더 심했다. 일본 점령군 시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이 두려워한 것은 점령국의 관리가 아닌 관이다. 국민들은 저놈들 앞에서 말 잘못하면 두드려 맞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 않았나. 그래서 시골에서는 면서기라도 하면 출세하는 것으로 여겼다. 현대사 50년도 마찬가지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관이 군림하는 것이 한, 두 해가 아니다. 이처럼 관에 대한 피해의식이 누적돼 있다 보니 사람들이 관이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 일반 국민들의 집단 무의식에 박혀 있는 거다. 공무원 사회 전체가 자기 반성을 해야 하는 거다. 물론 그 동안 공직자로서 본분 다한 분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동안 누적돼 온 공무원에 대한 적대감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직 사회를 바꾸겠다고 한 건데 국민들이 그걸 전혀 몰라주더라.

이처럼 공직 사회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 한 부분 있다면 노조에 대한 적대적 이데올로기 공세도 한 몫 했다. 국민들이 공무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화 내는데 공무원이 노조를 한다, 파업까지 한다 하니 우리 주장은 따져보지도 않고 '죽일 놈' 하는 거다. 우리가 홍보를 잘하고 못하고 간에 질타 받을 수밖에 없는 지형이었다.

-말한대로 공무원 하면 철밥통, 칼퇴근, 뒷돈 챙기기 등을 떠올릴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다. 그렇게 정당하다면 그런 부정적 인식을 바꿀 생각은 못했나.

메이저 언론들이 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부정적 인식을 우호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법안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가며 할 만한 여유가 업었다. 최대한 예봉을 피하면서 법안 통과를 막는 것뿐이었다. 언론에서 잘 조명 안 해서 그렇지 우리가 비합법 조직일 때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은 엄청나다. 지난 말 총파업 때 억지부리는 것처럼 비쳐졌는데 절대 안 그렇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승객 안전을 위해 파업하면 언론에서는 '고액 연봉자들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고 한다. 그런데 가뭄이 파업과 무슨 상관이냐.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에 대해서는 항상 그렇게 말해왔다. 지하철노조가 파업하면 늘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한다'고 공격한다. 노조가 내부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파업하는 건데 보수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이렇게 거세다. "지난 1년간 언론에 보도된 지자체 고위 공무원 비리만 80여건"

"토목공사 현장에서 밥, 술 얻어먹고 거마비 받는 현실 엄존"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상당 부분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거리가 있다고 보나.

부정과 비리가 공무원 사회에 아직도 상당히 잔존한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전북 군산시장, 강원 동해시장, 경기 광주시장 등이 뇌물 비리로 구속되지 않았나. 지난 1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자치단체장과 고위 지자체 관료들의 비리 건수가 80여건에 이르더라. 우리가 스크랩 하면서도 놀랐다. 이런 사건 터지면 '저 도둑놈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다시 제도적 보완책 없이 그냥 넘어간다. 결국 현실이 국민들의 인식에 부합한다는 거다. 이런 사안들도 실무자가 개입 안 되면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업무는 자기 사람 맡기는 것 아니냐.

-하위 공무원들은 어떠냐.
최근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들은 개인주의적이다. 일할 만큼 일한 다음 월급 받겠다는 식이다. 공무원들을 '도둑놈'이라고 하면 이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솔직히 윗 연배에는 부정이나 비리가 상당히 있었다. 과거 동사무소 앞에서 인감 증명 뗄 때 다른 사람들은 줄 서는데 동네 유지라는 사람들은 줄 안 서고 동장을 찾는다. 동장과 차 한 잔 마시다 인감증명 한 통 떼달라 하고는 만원 내놓고 간다. 소위 '급행료'라는 거지. 국민들 상당수가 이런 특권의식, 반칙문화에 젖어있다.

갈수록 그런 부분은 없어지는데 구조적 비리라는 것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도로포장 공사가 예닐곱 군데가 한꺼번에 벌어지면 토목직 공무원이 한 사업장에 한 번 가면 하루가 걸린다. 또 내부에서 행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다. 사실 공사 현장에 상주하며 감독해야 하는데 공사 현장 한 번 둘러보기가 힘들다. 어쩌다 공사 현장 한 번 가면 현장 소장들이 밥과 술을 사먹이고 거마비조로 얼마씩 준다. 받아서 안 되는 것인데도 관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지금도 그럴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일반 국민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철밥통에, 칼퇴근에, 편법으로 시간 외 수당까지 챙기면서 이제 노동3권까지 달라고 타령하느냐고 하는데.

조금 좋은 직장 다니면 노조해서는 안 되는 건가. 우리가 노동자라고 느끼는 순간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노조라고 하면 무조건 핍박하는 분위기와 공무원은 배부른 놈들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돼 있기도 하다. "지난 해 폭설 때 주민들이 공무원 노조 사람만 와달라 했다"





-그런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사실 우리 존재 자체를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 노력을 알면 놀랄 것이다. 먼저 공무원 조직 내의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장기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진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14만명이다 보니 지도부 생각대로 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입고 있던 공무원노조 단체 조끼를 가리키며) 하지만 노조원들이 이 조끼를 입으면 태도가 달라진다.

단편적 예로 지난 해 3월 중부지역에 폭설이 내린 적이 있다. 그때 재해 복구 사업 때 현장 주민들이 공무원노조에서 온 사람들 외에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많이 동원돼 봤지만 재해가 발생하면 공무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재해 복구하러 간다. 오전 9시에 출발해 현장에 가서 한 두 시간 글적거리다 퇴근 시간 맞춰 오후 4,5시정도 되면 돌아간다. 그냥 갔다 왔다는 게 중요하지 얼마나 피해가 복구됐는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때 공무원노조 깃발 꽂고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성심성의껏 도왔다. 그래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추석과 설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펼쳤는데 성과가 꽤 많았다. 2003년 추석 앞두고 경남본부 차원에서 각 기관별로 비리 소문이 자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3명씩 골라 공무원노조가 열흘동안 밀착감시했다. 한 군의 건설과장 집 앞에서 3,4일간 잠복근무했다가 선물을 전달한 경우를 포착했다. 어느날 밤 외제차가 탁 와서 서더니 한 사내가 주위 살피고 들어가서 10분쯤 있다가 나오더라. 봉투 같은 걸 전달하고 온 거다. 그 장면을 잡아 언론에 알렸다. 그런 식으로 감시를 한다고 알려지면서 명절 떡값 주고받기가 상당히 줄더라. 업자들도 우리 핑계 대면서 돈을 안 줬다고 전화해서 고마워하더라.

2004년 설 때는 현금 봉투도 잡았다. 도의 출연기관의 한 책임자가 50만원짜리 봉투를 받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여태까지 다 해왔다는 것 아니냐. 그 뒤로 더 은밀해졌는지는 몰라도 4개 기초단체에서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공문을 받기도 했다. 이미 당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사회적 실체로 자리잡았다.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때 불법단체로 되면서 신나게 터졌는데 역사가 거꾸로 간 거다.

이것말고도 많다. 지자체에서는 관급공사 수의계약 관련 비리가 제일 많다. 전남 해남군의 우리 지부장은 토목직인데 그런 비리를 막으려고 전자입찰 계약으로 다 바꿨다. 기자도 오늘 처음 듣는 것 많지 않나.

-국민들은 일반 회사에 비해 공무원들이 매우 느슨하게 일한다고 고깝게 본다. 오후 5,6시 되면 바로 칼퇴근하고 정작 할 일들은 안 한다고 불평이 많은데.

공무원들이 사실 욕 들어먹을 일 많이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공무원들도 단순 업무보조 역할을 하는 분들 외에는 칼퇴근 안 된다. 민원부서 외에는 거의 못한다. 공무원들도 날밤 새는 경우 많다. 또 겨울에는 산불 감시 때문에 늘 비상 대기한다. 거의 모든 공무원들에 담당 구역이 배정된다. 이 때문에 주말에 친인척 혼사에는 못 가는 게 정형화됐다. 그렇다고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산에 불 나면 불 끄러 가는 건 공무원들 밖에 없다. 민간인들은 절대 안 간다. 비상상황 발생하면 그래도 공무원들이 몸 던진다. 내가 경험한 건데 한번은 폭우가 쏟아져 자기 마당에 하수구가 넘쳐났다. 자기 마당이니 일단 급한 처리는 해놓고 연락해야 하는데 현장에 가서 내가 하수구 들어가 치우니 주인은 호주머니에 손 넣고 턱으로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더라.

우리 사회가 경제 살리기 위해 공무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가운데 공무원 숫자가 제일 적다. 한 행정학 교수가 예전에 '우리 사회 전반이 행정력을 계속 요구하면서 자꾸 자른다. 뭔가 앞뒤가 안 맞다'고 하더라. 언론 보도 때 항상 말미에는 담당 공무원의 묵인 아래, 방치 아래 이렇게 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방점검 안 했다 하는데 실제로는 소방안전점검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위생담당 공무원이 위생업소 점검을 안 했다고 하는데 국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정작 담당하는 인력이 없다. 사회복지업무가 태부족하다지만 정작 사회복지사들이 태부족이다. 사회복지사 한 명당 1만명을 담당해야 하는데 내부 업무 처리하는 것만 해도 빠듯하다. "부정부패 척결과 공무원 사회 개혁이 우리의 목표"





-공무원노조의 향후 목표가 뭔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무쇠솥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의 개혁이다. 국민들이 공무원노조가 있어 이렇게 공무원사회가 깨끗해지는구나 느끼도록 하겠다.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감행한 '공익제보자 모임' 등과 함께 부패추방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겠다. 공무원 사회 내의 내부고발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한국 사회에선 내부고발하면 죽는 것 아니냐. 하지만 그들을 설득해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대신 우리가 방패막이가 돼 주겠다.

우리 활동도 중요하지만 권력기관이 바뀌어야 한다. 경남도의 한 기초단체장의 수해복구 공사와 관련한 비리를 공무원이 익명으로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에 고발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안 이뤄진다. 오히려 관할 경찰서는 제보 서류에 묻은 지문을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해 신원을 확인한 뒤 오히려 제보자를 무고 혐의로 처리하려고 했다. 이 사람이 결국 아예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하고 사건을 전면화하자 그제서야 경찰이 멈칫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단체장의 비리에 대해서는 경찰도, 검찰도 꿈쩍 안 한다. 상당히 구체적인 증거까지 제공을 했는데도 그렇다. 우리가 이런 거꾸로 된 세상에 살고 있다.

우선은 우리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목표를 위해 끊임 없이 갈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공무원들의 이익만 챙기는 조직이기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우리가 방향 잘못 잡으면 또 다른 권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내부에서도 그런 걱정이 있다. 결국 조직의 정체성 문제인데, 우리가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의식적으로 자기를 통제하지 않으면 그렇게 흐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스스로 계속 채찍질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주위에서도 끊임없이 견제와 비판을 해줘야 한다.
-어떻게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게 됐나.
80년에 울산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나름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내가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었다. 권력의 끝자리에서 국민을 짓밟는 위치에 있었지 국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 이제 정말 국민을 위해서 일하자고 하는 것이다. 윗사람 눈치보면 일하는 공무원이 대다수다. 정책이 잘못됐다 싶어도 기관장 말이 곧 법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못한다. 공무원노조가 국민들 눈 높이에서 견제하고 비판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총화되면 국민들이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

-가족들의 걱정이 많지 않나.
아내는 벌써 나를 포기했다. 같은 조합원이어서 이해하는 편이지만…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에게는 내가 뭐 하는지 늘 쉬쉬해왔다. 몇 달 씩 집을 비우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22

관료들,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하고 머리 엉뚱한 데 써


"우리 관료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돈 안 들고 국민들 고생 안 시키는 데는 늦습니다. 머리들을 이상한 데다 씁니다. 돈 안 들고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합니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들어선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17년동안 관료사회의 개혁은 제대로 못했습니다. 관료사회를 개혁하지 못하면 외환위기와 카드채 사태에 이은 제 3의 위기를 언제든 맞게 될 수 있습니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관료사회 개혁론'을 시종일관 매우 강하게 제기했다. 김 위원은 김대중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기획수석,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 개혁 등을 통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 그의 사무실에서 약 2시간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위원은 "관료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은 관이 결정한다'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문제"라며 "직선 대통령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대통령이 와도 경제로 성공한 대통령 되기는 어렵다"며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처음 2년은 관료 얘기를 많이 안 듣고 잘 하다가 3년째부터 관료들 얘기를 많이 듣기 시작해 임기가 끝날 때에는 매번 경제에서 높은 평가를 못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위원은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로 부패 척결과 관료사회의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를 현저하게 낮춰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만들면서 부패 문제는 왜 아프리카 나라와 어깨를 견주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또 예산을 수조 원 절감하는 효과를 내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 유보나 정치권의 정치자금법 개정 시도를 예로 들며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안 지났는데 부패세력이 점점 활개 치는 방향으로 간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 또는 장래의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인데 관료들이 치밀한 검토 없이 매우 단기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니 지방공항 등 수요가 많이 없는 사회 인프라를 마구잡이로 건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료들이 이런 불필요한 사업들이 없으면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5조~10조원씩 들어가는 사업의 계획을 밤을 새서 만든다"며 "일본의 10여년 장기 침체가 바로 이 같은 관료주의와 부패, 재정적자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준다"며 "그 증거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 주도의 경제정책이 경제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고시제도와 순환보직제가 관료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고 "시장에서도 전문가를 구해야 제3의 위기를 겪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우리 경제가 수출 부문에서는 호조를 보이면서도 내수가 침체한 원인으로 카드 채 사태와 부동산 투기를 들고 이에 대해서도 정책 당국자들을 호되게 비판했다. 거품으로 단기 경제성장율은 높였지만 이 때문에 생긴 카드 빚과 부동산 대출로 소비가 현저히 줄어 내수가 침체에 빠지도록 했다는 것. 그는 "재경부나 건교부가 부동산 값이 뛸 때 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다"며 "공무원들이 맡은 분야에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투기를 키워서라도 경기를 살리려 하는 수십 년 된 문화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투기 문제와 관련, "잠재적으로 카드채 사태보다 더 걱정되는 분야"라며 "일본이 부동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10년 이상 잃어버렸는데 우리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선진국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 값이 지금 침체를 겪고 있지만 이미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에 와 있다"며 "열 살 난 아이가 스무 살 장정이 져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수 년을 살아야 하는 게 우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카드 거품으로 2년 덕 본 것 2년 이상 걸려 비용 지불"






-현재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인가.

97년 이전에 비하면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는 괜찮고, 97년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좋다. 고쳐야 할 부분은 많지만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작년에 수출이 많이 돼서 경상수지 흑자가 280억 달러 전후가 됐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은 예외 없이 다 잘 돼 수출이 30%정도 증가했다. 세계 경제가 좋아지는 것을 중국 다음으로 2,3번째로 잘 활용한 나라다. 그렇게 잘한 것을 신문에서 제대로 보도 안 한다.

그렇게 수출을 잘 하는 데 기여한 기업들은 국민들이 굉장히 칭찬해야 한다. 한국을 외국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환율이다. 지난해 우리는 대외통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외환보유액이 500억 달러 늘어났다. 그렇게 늘려도 연초 환율이 1180원대에서 1030원대로 연초에 비해 13%가량 절상됐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강하다는 거다. 대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해였다.

-수출은 잘 되지만 내수경기는 침체라고 아우성이다. 왜 수출 호조가 내수경기로는 연결이 안 되나.

지난해 수출이 달러 기준으로 30% 가까이 증가했고, 전체 경제성장률도 4.6~4.8% 정도로 추정된다. 2,3년 전까지 우리 잠재성장률을 5% 내외로 봤으니 우리 능력 정도를 한 거다. 어느 부문은 세계에서 2,3등 할 정도로 성과를 냈지만 어떤 부문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교육, 유통,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제조업은 30% 정도를 차지한다. 제조업 수출이 잘 돼 10% 이상 상승해도 서비스산업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체 성장률은 4% 후반대가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서비스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느냐. 특별한 이유가 하나 있다. 우리 정부 관료들이 제 발이 저린지 이것을 잘 얘기 안 해서 국민들도 잘 모른다. 그게 2001~2002년에 있었던 신용카드 거품이 2003년 초부터 꺼지면서 일어난 내수침체 효과다. 97년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가 7년 이상을 잃어버렸는데 신용카드 거품 때문에 우리 경제가 다시 2년 이상을 잃어버렸다. 신용카드로 한 군데서 몇 천만원씩 빌려서 쓸 때는 좋았다. 그런데 카드 돌려막기가 계속되나. 카드채 거품이 2002년말에 시작돼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빚 갚기에 바빠진 것이다. 여행도, 외식도 못하고 학원도 덜 보내게 됐다. 그런 현상이 지난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만약 작년에 민간 소비가 90년대처럼 5%만 증가했으면 우리 경제의 지난해 성장률은 8% 가까이 된다.

2002년 상반기까지 당시 정책자들이 신용카드 붐으로 인한 소비 경기 붐에 도취돼 안이했다. 한편으로는 당장의 경제성적표에 너무 욕심을 냈다. 이 때문에 2002년에 경제 성장률이 7%나 돼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 해 대만, 싱가폴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다. 우리는 카드 거품으로 인한 내수가 좋아서 그 때는 덕을 본 것이다. 이제 그 비용을 2003년부터 지불하고 있다. 2년 덕 본 것을 2년간 비용 지불해 본전을 맞추면 좋은데 사실은 빚을 갚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 작년, 재작년은 소비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올해는 소비가 플러스로 반전하겠지만 미미할 것이다. 우리 수출 증가율이 동남아국가들보다 더 높은데도 전체 성장율이 더 낮은 것은 카드 거품이 꺼졌기 때문이다.

"카드 사태 관련 모두 책임졌는데 정부만 책임 안 져"


"사회 민주화됐지만 관료사회 개혁은 한 번도 못해"

"고시와 보직순환제로는 관료 전문성 못 키워"





-DJ정부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한 탈출구를 찾는데 집착했던 것 같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던 터라 카드채 거품을 의도적으로 띄웠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궁금하다. 현 정부 잘못은 분명히 아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잘못된 정책 실패사례에 대해 왜 분석을 안 하나. 소 잃고 왜 외양간도 안 고치나. 비슷한 방식으로 제1, 제 2, 제 3의 위기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일이 생기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는데도 걸림돌이 된다. 외환위기로 7년, 카드위기로 2년, 최소 9년 동안 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제 3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외환위기나 신용카드 위기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갚을 능력을 넘어서 카드로 불필요한 것을 산 것은 당사자에게 우선 잘못이 있다. 두 번째는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 발급하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해준 신용카드사들의 잘못도 있다. 세 번째는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금융감독기구가 제대로 했다면 카드 남발을 억제할 수도 있고 중간에라도 카드사들을 검사해서 리스크와 신용 관리를 하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기구가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독립성이 없어서 정부 눈치를 보느라 못했다면 영향을 미친 재정경제부나 청와대가 잘못한 것이다. 카드사태를 보면 인도네시아보다 경제정책을 못하는 나라로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다.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2년 이상 고생하는 결과가 생겼다. 그런데 국민들이 마음이 너무 좋은 것인가. 그런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채무자들은 빚을 상환하면서 책임지고, 신용불량자는 여러 가지 혹독한 고생하면서 책임지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합병되거나 인수되면서 일부라도 책임을 졌다. 일부 대주주가 책임을 졌느냐 하는 문제는 남아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제한을 카드사에 권고한 것이 2002년 하반기였는데 너무 늦었다. 1년 반이나 2년 전에 내려야 했던 결정을 너무 급브레이크를 밟으니 신용카드 거품이 확 빠지면서 우리가 고생하는 것이다.

금감위가 독립성이 없어 적시에 제동을 못 걸었다면 금감위, 금감원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우리 관료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돈 안 들고 국민들 고생 안 시키는 것은 늦다. 머리들을 이상한 데다가 쓴다. 돈 안 들고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한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17년동안 관료사회의 개혁은 제대로 못했다. 관료사회의 개혁을 못하면 제 3의 위기를 맞게 된다.

-관료사회의 개혁을 언급했지만 우리 경제가 질적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등 공공부문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정희식 패러다임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준다. 그 증거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라고 본다. 그래서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재벌, 금융, 노사, 공공 등 4대 개혁을 했다. 재벌개혁을 한다는 건 많이 나왔고 금융개혁도 일반 금융기관을 놓고 보면 어느 정도는 이뤄졌다. 노동부문의 유연성도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 부문은 아직 별로 개혁되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교훈이 뭔가. 97년 위기상황에 접근할 때 몇 달 전에 미리 대비했다면 외환위기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 당시 중요한 자리에 전문가가 없었던 탓이다. 61년 이후 박정희식 경제개발 방식은 큰 방향을 청와대에서 정하고 실행하는 것을 관련 부처에 맡기고 시장을 끌어갔다. 그 뒤에 전두환 씨가 독재하면서 같은 패러다임으로 했다. 80년대 말 대기업 쓰러질 때도 다른 대기업이 빚까지 같이 인수하게 해 넘기는 식으로 필요한 개혁을 안 하다가 결국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제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재벌에 의존한 경제 정책은 DJ정권 때부터 어느 정도 바뀌었다. 하지만 관료 중심의 정책생산은 박정희 정권 때보다 더 의존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다. KDI나 대외경제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소의 독립성이 과거보다 더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관료들의 정책이 결정된 뒤 그걸 합리하화는 연구만 한다면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럼 관료들이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관료들은 20대 후반에 행정고시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회계사나 사시 출신들은 합격자 수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합격한 뒤에도 공부를 많이 한다. 그러나 행시 출신 공무원들은 여전히 많이 안 뽑는데다 순환보직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개방된 시장경제에서는 경제 정책 공무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시장에서도 전문가를 구해야 제 3의 위기를 겪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현재의 관료 선발, 승진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순혈주의에 빠져 20년 전에 시험으로 뽑은 사람을 가지고 체계적인 훈련 없이 현재의 복잡한 문제에 처방을 내리라는 것은 그 분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너무 무리다. 미국은 고사하고 동남아 국가들이 하는 인력 충원 방식에도 못 미친다. 고시제도는 없앴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도 고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일본도 부동산 버블로 고생했는데 결국 관료들의 정책 판단 잘못 때문이다. 사람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자율성 없이 우물 안 개구리 모양으로 생활하면 처지게 돼 있다. 미국에서는 관료 생활을 관두고 민간부문에 진출하면 10배의 연봉을 받는다. 우리는 그런 게 안 되니 국장은 차관, 차관은 장관, 장관은 대통령 눈치를 보니 소신껏 정책을 밀지를 못한다. 관료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은 관이 결정한다'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문제다. 직선 대통령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대통령이 와도 경제로 성공한 대통령 되기는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처음 2년은 다 잘한다. 처음 2년은 관료 얘기를 많이 안 듣다가 3년째부터 관료들 얘기를 많이 듣기 시작해 끝날 때는 매번 경제에서 높은 평가를 별로 못 받았다.

-정부정책이 잘못됐을 때 왜 제대로 된 평가가 없나.

(잘못을 저지른) 같은 사람에게 평가하라고 하니 그런 거다. 벤처정책이 잘못됐을 때도, 신용카드 사태가 잘못됐을 때도 그 때나 지금이나 아무 변화 없는 이유가 뭔가. 정책 실패를 거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 관료 문제 심각성 몰라"

"국내 부동산 가격 국민소득 3만불 수준"

"투기 키워서라도 경기 살리려는 관료 문화 없어져야"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는데 관료들에 휘둘려 개혁을 못하는 건가.

모르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경제정책, 사회정책을 근시안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과거 잘못을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그런 건 돈 드는 것이 아니다. 금방 된다. 고시 없애는데 돈 드나. 능력 있는 사람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뽑도록 활성화해야 한다. 사람 뽑는 것은 좀 더 수공업적으로 해야지 고시로 머리 좋다는 것만 보고 뽑는 것은 안 된다. 사람 뽑는데 좀더 성의를 더해야 한다.

-아까 신용카드 거품 붕괴가 내수 침체에 미친 영향을 언급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고 하는데.

분명히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고, 사실은 잠재적으로 카드채 사태보다 더 걱정되는 분야다. 일본이 부동산 문제 제대로 대처 못해 10년 이상 잃어버렸는데 우리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선진국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부동산 값이 서울 강남을 보면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에 와 있다. 그런 나라들의 가장 요지 가격에 와 있다. 예컨대 미국 LA의 헐리우드 톱스타들이 사는 집들이 200만~300만 달러까지 가는지 모르겠는데 강남에는 20억,30억 가는 데가 있지 않나. 평수로 따지면 더 심하지. 거기에는 2000평, 3000평 하는 게 100만~200만 달러 하는데 우리는 100평, 200평 짜리가 20억~30억 하니 말이 되나.

10살 정도 아이가 스무살 장정이 져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수 년을 살아야 하는 게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 사람이 결혼한 후에 월급 저축해서 집을 마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길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을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살거나 집을 못 마련하겠으니 전세나 살겠다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출 많이 받은 가구는 빚 갚느라고 소비를 많이 줄였다. 도시가구 근로자를 5개 계층으로 나눠 원리금 상환 부담률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오히려 고소득 근로자의 원리금 상환비율이 더 높다. 이 사람들이 카드빚 때문에 그렇지는 않을 테고 부동산 대출하고 빚 갚느라고 그랬을 것 아니냐. 지금 근로계층은 저소득이든, 고소득이든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돈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결국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 관료들이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 아닌가.

80년대 후반 부동산 값이 폭등할 때 도입된 토지초과이득세 등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이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많이 없어졌다. 택지소유 상한제 등은 위헌 결정을 안 받았는데도 건설교통부가 갈수록 대상을 점점 축소시켜 몇 년 전부터는 완전히 없어졌다. 요즘 재건축이 문제 되니 거기에 한해 재도입한다고 하는 정도지.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을 하나하나 없애가도 우리 행정은 잘못된 것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누가 없앴는지 알 수도 없다.

2001년부터 주택가격이 막 뛰지 않았나. 왜 뛰었나. 여러 요인이 있다. 2000년부터 IT붐이 빠지면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도 했고 금리가 싸진 것도 이유다. 정부가 90년대 초부터 아까 얘기한 투기억제 수단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파트 전매 등 투기를 조장하는 수단을 많이 도입한 것도 이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재경부나 건교부가 부동산 값 뛸 때 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다. 공무원들이 맡은 분야에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투기를 키워서라도 경기를 살리려 하는 수십 년 된 관행에서 나온 것이다. 외환위기 겪으면서 없어졌어야 하는데 그게 계속 온존해왔다. 2001년 이후 부동산 값이 많이 폭등했을 때 정책타이밍을 놓쳤다. 2001년에 근본대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야금야금 정책을 내놓다가 2003년 10.29대책으로 결국 투기붐을 막았다. 시기를 놓친 것이나 대처하는 꼴이 카드채 사태와 꼭 닮았다.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아파트를 합쳐 토지의 부동산 가치가 대략 4000조~4500조원 정도 된다. 이게 15% 이상 떨어진다고 하면 모든 금융기관에서 만기 때마다 최대한 주택담보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더구나 경매가는 살 사람이 없어 10억 짜리가 1억원도 될 수 있다. LTV(Loan to value. 부동산 가격 대비 대출한도)를 2002년에 거의 규제 안 해 은행이 이 비율을 70%까지 내렸을 것이다. 60%까지만 내렸더라도 15% 정도 떨어지는 사태가 생기면 경매가는 폭락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그래서 경착륙은 안 된다. 아무리 거품이 싫어도 그건 안 된다. 경착륙은 안 되지만 현 수준 유지는 안 된다는데도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조금씩 하락해야 하는데 지난 해 물가 상승률이 3.6% 이므로 실질 아파트 가격은 5% 정도 내린 것이다. 일부 강남 지역에서 30~40%의 거품이 있다면 작년 수준으로 간다면 최소한 5년 정도는 가야 한다. 그 무거운 짐을 어찌됐던 지고 갈 수밖에 없다. 건설경기는 냉각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냉각은 감수해야 한다.
 
"선진국 진입 위해 부패 척결과 관료 문화 개혁 필수"

"세계 최고 수준 휴대폰 만들면서 부패는 왜 후진국 수준인가"

"관료들 자리 보전용 각종 사업 밤 새서 만들어"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뭔가.

환율 추세나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전망 등을 종합하면 2008년에 2만 달러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선진국이 되는 과정이다. 지금은 2만 달러라고 반드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문화적 수준이 덩치에 비해 너무 떨어져 있으면 2만 달러가 다시 1만5000달러로, 1만 달러로 갈 수도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선 정부가 할 일이 부패 척결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를 현저하게 낮춰야 한다. 부패문제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올해 노대통령 신년사까지 빠진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투명성 지수는 10점 만점에 4.5점을 맴도니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만들면서 부패 문제는 왜 아프리카 나라와 어깨를 견주나.

정부가 올해 확대시행을 약속했던 최저가낙찰제를 지난해 말 슬그머니 또 다시 유보했다. 최저가낙찰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도입할 경우 예산을 수조원이나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정부가 전력을 다해 이를 미루고 있다. 언론까지 이를 돕고 있다. 국회는 1년도 안 된 정치자금법을 과거로 돌리려 한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안 지났는데 부패세력이 점점 활개 치는 방향으로 간다. 이런 식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 또는 장래의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관료들이 정부 지출을 늘릴 때 치밀한 검토 없이 매우 단기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지방공항 등 수요가 많이 없는 사회 인프라를 마구잡이로 건설하는 것이다. 그게 일본형이다. 일본형 불황은 관료주의와 부패, 재정적자의 결과물이다. 관료들이 이런 불필요한 사업들이 없으면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5조~10조원씩 들어가는 사업의 계획을 밤을 새서 만든다.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패수준을 낮춰야 한다. 이미 우리 국민의 담세율은 선진국 수준에 와 있는데 부패는 아직 아프리카 국가 수준이다.

경제(經濟) 에서 경은 '곧이 곧대로'라는 뜻이 있다. 그 반대는 제멋대로 하는 거다. 제멋대로 하는 것은 권세 권(權) 자다. 경제에서 제일 좋은 것은 곧이 곧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 법과 규칙에 따라 물 흐르듯이 사람들이 편하게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법(法)도 물 흐르듯 하게 하는 거다. 법치가 되면 경제가 된다. 하지만 우리 부패 수준이 높고 법과 관련해 흥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법치가 문란하다. '차떼기'도 사면되고 하는 것도 법치가 문란한 것이다. 대통령이 사면 한 번도 안 하면 법치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부패가 적발돼도 법이 느슨하게 적용돼서 재벌 총수와 국회의원이 법을 우습게 아는 것이 경제를 아주 나쁘게 한다. 4700만이 경제행위를 하는데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적표가 좌우된다. 열심히 하는 것을 가로막는 게 부패다. 직장에 들어가서 승진할 때도 돈 주고 공무원 상대로 뇌물 잘 주고 술 잘 먹고 하는 사회가 어떻게 선진사회가 되겠나.

두 번째는 낡은 관료시스템의 개혁이다. 아까 말한대로 고시 없애고 공무원에게 충분한 봉급을 주도록 해서 유능한 사람이 시장에서도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 정부 안에만 관료주의가 있나. 재벌이 됐든 어디든 대학 졸업한 뒤에 뽑은 사람들만으로 승진하도록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 아래서는 비정부기구라도 관료주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런 데서는 고객이나 시장을 중심으로 생각 않고 인사권자만 보게 된다. 심지어 축구팀에도 관료문화가 있어서 히딩크가 그걸 깨려고 하지 않았나. 우리 사회 전반에 히딩크가 필요하다. 관료주의를 안 깨면 선진국이 안 된다. 일본도 제조업 선진국이 됐지만 관료주의가 만들어낸 부동산 거품 붕괴로 10년을 잃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상시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가 잘못할 때 제대로 하라고 지적하는 게 국민이 할 일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21

상품권 뒤에 도사린 세일즈맨의 비애





[표]에스콰이어 캐주얼영업부가 2003년 추석 시즌 때 경기지역 지점별로 할당한 상품권 판매액.

"10여년간 죽도록 일했는데도 상품권 강매로 저축은커녕 수억원씩 빚 지고, 주위 가족 친지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게 됐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회사 그만두니 회사가 횡령 혐의로 고발합니다. 정말 '흡혈회사'라고 해야 할지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제화업체 '에스콰이어' 전직 직원 최모씨의 하소연이다. 최씨의 사연을 들어보면 일반인들이 무심코 주고받는 구두 상품권에 적지 않은 아픔과 눈물이 젖어 있음을 알게 된다. 최씨 등 전현직 에스콰이어 직원 5명은 최근 미디어다음에 에스콰이어의 상품권 강매 행태에 대해 제보했다.

이들에 따르면 에스콰이어는 하청업체 및 대리점들을 상대로 매년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최소 수백억 원대 이상의 상품권을 팔도록 해왔다는 것. 회사측은 상품권 판매뿐만 아니라 상품권 판매로 생기는 추가 매출증대 효과를 노려 직원들을 통해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위 '시즌' 때마다 에스콰이어의 매장 직원들은 수천 만원~수억 원대의 상품권을 배정받아 팔아야 했다. 특히 주임이나 과장, 지점장 등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액수의 상품권 판매를 할당받아 일부 지점장들은 한 해에 10억 여원의 상품권을 떠맡기도 했다. 직원들은 25%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배정받았지만 이를 파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중에서 이 회사 상품권이 38~40% 할인된 가격에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이 과정에서 이 회사는 100만원 이상의 상품권은 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데도 별도의 카드단말기를 사용, 일반 상품을 산 것처럼 수천만 원까지 카드로 결제하도록 했다. 상품권을 무더기로 팔기 위해 기업이 접대비 등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불법으로 결제한 것. 이 같은 불법 카드 결제로 최소한 수백억 원대의 탈세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직원들은 상품권을 사채시장 등에서 할인해 팔아 급전을 챙기려는 사업가 등에게 상품권을 팔지만 배정된 상품권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할당 목표를 채우지 못한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시중에서 상품권을 4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했다. 회사에서 배정받은 할인율 25%와의 차액만큼 자신이 떠안아야 해 누적된 빚이 수억원 대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직원들이 이를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자 회사측은 '상품권 판매 대금을 다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횡령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이들 직원들은 "본사가 할당 목표를 채우지 못한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인격적인 모독을 지속하고 이 상태로 회사를 떠나면 고발당한다는 등 협박하며 상품권을 사실상 강제로 할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직원들이 억지로 떠맡은 상품권을 모두 소화하지 못해 자신의 돈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수억 원의 빚을 지는 것은 다반사"라며 "직원들이 주변의 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신용카드로 대납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공익제보자 모임' 김승민 간사는 "에스콰이어의 각종 불법 행위가 확인된 만큼 회사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사과해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만약 회사가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이들에게 보복한다면 회원들이 회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배정한 상품권 다 못 팔아 매년 수천만원씩 빚져
회사에 대납하려 전세 보증금, 퇴직금 넣고 가족들 카드까지 빌려


95년부터 지방의 한 에스콰이어 지점에서 근무를 시작한 최모씨는 지난 1월21일 해고당했다. 호주머니 한 쪽에는 유서를 써서 넣고 다닐 정도다. 왜 이렇게 됐을까.그는 97년부터 추석과 연말, 구정 때마다 상품권을 할당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부터 주임 진급 대상자가 되자 상품권 할당액이 대폭 커졌다. 회사의 명문화된 규정과는 별도로 상품권 판매액이 진급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 2000년 이전에는 할당 물량이 명절 때마다 1000~1200장 정도(회사 납입 금액 기준 약 6500만~7500만원 정도)였으나 2000년 이후에는 2500~3000장 정도로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1년에 4억여원 어치를 할당받은 적도 있었다.회사는 이렇게 개인별로 할당 목표를 정해준 뒤 이들에게 할당 목표를 채우기 위한 진도율을 제시하게 했다. 할당 목표와 이를 바탕으로 정한 진도율이 처음부터 과다한 목표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회사측은 거의 매일 전화해 독촉하고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개인들이 떠맡는 조건으로 회사에 납입할 금액을 채우게 했다. 최씨는 "시즌에는 수시로 전화해 진도를 못 맞출 경우 소위 '(액수를) 더 부르라'라고 해서 반강제로 나중에 납입할 금액을 정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진도율을 못 맞추면 본사에서 전화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매일 전화해 '영업사원이 맞느냐, 지원비가 아깝다'는 등의 말로 모욕을 주고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을 본사에 소집해 호통을 쳤다"며 "직원들은 압박감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달성 액수를 높여 부르게 된다"고 말했다.회사는 상품권 판매는 강제로 떠맡긴 반면 명절이 지난 뒤 팔지 못하고 남은 상품권을 반환받는 데는 인색했다. 반환되는 상품권을 할당량의 2~5% 선에서 맞추라고 한 것. 이 때문에 최씨는 2000년 이후 매년 할당량의 30~40% 가량을 자신이 떠안아야 했다. 이렇게 남은 상품권은 도저히 팔 수 없어 결국 시중 상품권 유통상에게 40% 할인된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받은 할인율 25%와 유통상에 판 가격의 차인 15%가량이 고스란히 최씨의 부담으로 떨어진 것. 이럴 때마다 번번이 그는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등의 신용카드를 빌려 회사에 모자라는 금액을 입금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주위에 지게 된 빚이 매년 2500만~3600만 원이나 됐다. 특히 2003년 추석 때는 최씨가 6000만원 가량 판 상품권의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이마저도 대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다시 누나들의 카드를 빌리고, 원룸 보증금 1800만원을 빼고, 퇴직금 중간정산분 1900만원 등으로 겨우 이 돈을 채워 넣었다. 당시 회사에 입금한 6000만원을 빼고도 그의 빚은 1억원에 이르렀다.그는 지난해 1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나지 못했다. 회사측이 "내년부터는 상품권을 할당 안 할 테니 회사 다니면서 빚이나 갚으라"고 최씨를 붙잡은 것. 하지만 한 달 120~130만원의 월급으로는 주변에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었다. 친구와 선후배에게서 빌린 돈부터 갚느라 결국 그와 그의 누나는 지난해 3월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 여파로 5월부터는 급여의 절반이 카드사로부터 압류되기 시작했다.최씨가 신용불량자 상태인데도 회사는 추석이 다가오자 약속을 어기고 다시 3500장의 상품권을 할당했다. 그는 이번에도 다시 1700여만원을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아는 선배가 사간 5700만원 어치의 상품권 대금을 받지 못하자 회사측은 그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최씨는 "본사 영업부에서 내려와 선배가 상품권을 인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수증과 지불 각서까지 받아 올라갔는데 나를 중간에서 돈을 떼먹은 사람 취급했다"고 말했다.이 문제와 관련, 그는 지난 1월17일 본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는 회사 임원과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의 사정을 설명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는 "지난 해 퇴사하려고 했을 때 영업팀 간부가 내게 종용해 6000만원을 대납했는데도 그 자리에서 영업팀장은 부인하고 다른 임원들은 처음 듣는 소리처럼 반응하더라"며 "그러니 내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10년동안 뼈 빠지게 일 했더니 회사에서는 범죄자 취급"
매년 7~12억원어치 할당받은 경우도
회사측 "정상적 영업활동했는데 일부 직원들 자기관리 못한 탓"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정모씨 형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빨갛게 표시된 2800여만원은 정씨 형이 지난해 3월 정씨의 상품권 판매할당액 중 일부를 에스콰이어에 대납한 금액이다.

그는 결국 횡령 혐의를 뒤집어쓴 상태에서 1월 21일 해직당했다. 그는 "회사에 입사할 때 보증보험에 신원보증을 들게 하는데 회사가 나를 고발하면 9000만원까지 돈을 받을 수 있다"며 "나를 졸라서 돈을 뽑아내느니 손 쉽게 돈을 받는 방법으로 나를 고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년동안 뼈 빠지게 회사를 위해 일하면서 빚만 잔뜩 지고 주위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는데 회사는 이용할 대로 이용해먹다가 쓸모 없어지니 범죄자로 만들어 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최씨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93년에 입사한 정모씨와 김모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씨의 경우도 회사에 입금하지 못한 금액이 9200만원,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진 빚이 1억원이 넘는다. 퇴직금 중간 정산분 2000여만원도 회사에 입금시켰다. 정모씨도 99년 이후 매년 7억~12억원 가량의 상품권 판매를 할당받았다. 그러는 동안 부모님과 누나 등이 사는 집을 담보삼아 갚아준 돈 등 모두 3억여원의 빚을 졌다. 김씨와 정씨 모두 회사에서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씨는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수억원의 빚만 진 채 이렇게 고소까지 당하니 정말 비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아 회사의 부당한 압력을 거절하지 못한다"며 "회사가 한편으로는 '다음에는 상품권 판매 안한다'고 달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욕하고 징계 운운해 상품권을 안 떠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사 직원 1400여명이 모두 이런 식으로 상품권 강매를 당하고 있다"며 "이렇게 피해를 보고 떠난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콰이어 최수호 상무는 "이 회사가 비교적 정상적으로 움직여온 회사인데 직원들 말대로라면 회사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며 "입사 후 자동가입이 보장된 유니언숍 노조가 있는데도 노조가 가만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회사는 최대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업하려 하지만 일부 영업 사원 가운데 부도난 업체에 상품권을 판 뒤 돈을 갖고 도망가는 등 자기 관리가 되지 않는 분들이 있어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씨 등이 "회사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회사쪽에서 볼 때 사고를 낸 뒤 오히려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 등의 주장이 일부 일탈적인 사원들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또 상품권 판매를 전화 등으로 독촉한 사실 등에 대해서도 "부서와 개인별로 판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도록 진도를 관리하는 것은 모든 회사들이 하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품권을 일반 물품처럼 불법으로 판매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런 실태를 알고 있었지만 상당수 고객이 요구하고 업계에서도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이라 지속했다"며 "차후에는 이 같은 불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 김능연 영업부장은 "판매 목표에 대해 직원들과 협의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품율을 2%이하로 정한 것은 기존의 반품률을 토대로 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직원들이 다 못 판 상품권은 최대한 반품하도록 했으며 실제로 4000만원어치를 반품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 등의 경우 압박감 때문에 상품권을 반환하지 못하고 자신이나 주변의 돈으로 대납했다면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9

건설업계 로비로 수조원 예산절감 제도 유보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최저가낙찰제의 확대시행을 지난해말 갑작스럽게 유보한 것에 대해 정부가 건설업계의 로비를 받아 밀실에서 기획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제 3정책조정위원장인 박재완 의원은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연기를 발표한 과정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가 2001년부터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기로 했던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 약속을 지난해말 뒤집은 사실에 대해 "치밀하게 기획된 수순 아니었느냐"고 성토한 것. 박 의원은 이날 질문에서 미디어다음이 최근 보도한 '입찰개혁'기획의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인용했다.

최저가낙찰제는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이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사용하는 입찰제도 가운데 일정한 조건을 갖춘 입찰자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입찰자에게 공사를 주는 방식. 거의 모든 선진국이 채택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기존의 적격심사제가 요행에 의한 낙찰과 예산 낭비, 부패 등의 부작용을 양산하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최저가낙찰제는 정부가 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건설예산을 10조원 절약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키로 한 제도로 2001년 처음 도입됐으나 이후 단계별 확대 시행이 계속 유보됐다. 현 정부도 출범 초기인 2003년 예산 절감과 건설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최저가낙찰제의 단계별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 지난해 5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시행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대상범위를 확대키로 하고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방침을 거듭 확인했으나 지난해 12월29일 이를 갑작스럽게 뒤집었다. "12월 초까지 시행한다던 정부, 왜 몇 주 사이에 약속 바꾸나"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논의도 안 돼...이정우 위원장 등 뒤늦게 알아





[표]정부의 최저가 입찰제 도입 계획과 실제 도입 현황
박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초까지만 해도 본 의원 질의에 대해 정부는 예정대로 확대시행 방침을 밝혔는데도 12월 29일 '2005년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느닷없이 최저가낙찰제의 확대시행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치밀하게 기획된 수순이며, 김대중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던 것과 너무나 흡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이 문제를 검토한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경제민생점검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점검회의)의 '2005년 경제운용방향' 자료의 관련 내용을 거론했다. 그는 " '경제운용방향'은 모두 83쪽 498줄에 이르는 분량이지만 이 중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에 관한 내용은 17쪽에 단 두 줄만 기술돼 있고 그것도 'SOC 조기 확충'이라는 관련성이 거의 없는 제목 아래 어정쩡하게 표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저가낙찰제의 유보는 연간 5조원의 추가 예산부담을 초래하고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이처럼 소홀히 다루어도 되느냐"고 성토했다.

실제로 이 문제는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점검회의에서 제대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시행 유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이후 뒤늦게 보고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문제가 거론됐어야 할 점검회의에서는 이 사안이 사실상 언급되지도 않고 지나간 것.

박 의원은 "이 문제에 관해 국민과의 약속을 번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대통령에게 따로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며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번복하려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중립적 견해도 수렴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을 모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느냐"고 정책 결정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최저가낙찰제의 확대시행을 갑자기 유보한 까닭은 무엇이냐"며 "항간에는 건설협회를 비롯한 건설업계의 지속적인 로비에 포획(Capture)됐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따졌다. "5조원 아낄 제도 왜 미루나"

"각종 부패 건설업체 비리와 연루...입찰 제도 고쳐야 부패 없앤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계획 유보를 밝히고 있는 재경부 사이트.
그는 "지난해 최저가낙찰제를 5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해 지난해에만 1조5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할 경우 연간 5조원대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국세수입이 4조3000억원이나 덜 걷혀 빚으로 근근이 나라살림을 운영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느냐"며 "연간 5조원이면 빈곤계층 50만 가구에 가구당 1000만원 씩을 지원할 수 있고, 5000만 국민 1인당 10만원씩 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거액인데 이렇게 예산을 낭비해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2004년 2월부터 서울시지하철공사는 모든 시설공사에 최저가 낙찰제를 전면 도입해 3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아꼈다"며 "서울시지하철공사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업체들은 하도급 중소건설업체에 하청을 줄 때 수십년간 최저가낙찰제를 이미 시행했는데 대형 건설업체들은 어리석어서 그렇게 하느냐"고 따졌다.

박의원은 "선진국의 경우에도 최근 10년 사이에 공공건설사업의 추진방식을 개혁해 예산을 크게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영국은 정관민 일체로 94년부터 2000년까지 개혁을 추진한 결과 건설비용 30%를 절감했고, 미국은 연방정부와 민간 연구소가 공동으로 건설비 30%와 유지비 50% 절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일본도 유럽에 비해 건설비용이 20~50% 비싼 원인을 분석하고 발주방식과 행정개혁을 추진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그는 "불법정치자금이나 뇌물을 수수한 정치인 또는 자치단체장의 압도적 다수는 건설업체의 비리와 연루돼 있다"며 "비자금의 파이프라인으로 인식되는 기저에는 세계 표준과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낙후된 입찰 및 계약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가 발표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일은 정부를 믿고 준비해온 사람들의 '신뢰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7

KDI 주택정책 보고서 보도, 작성자 그게 아닌데


"집값 억지로 누르면 더 튄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택정책 관련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각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이 제목을 보면 정부의 부동산 경기 억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므로 정부가 경기 억제책을 쓰지 말아야 할 것처럼 오인하게 한다. 실제로 일부 신문은 이 보도를 근거로 정부가 부동산 경기 억제 정책을 취하지 말고 시장에만 맡겨야 한다는 사설과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내용은 KDI 보고서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다음이 기사에 인용된 '주택시장 분석과 정책과제 연구'라는 보고서를 검토한 뒤 보고서 주무 작성자인 차문중 연구위원과 통화한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키거나 억제하려는 정책의 효과는 계량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쉽게 말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보고서가 '정책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좀더 일관성 있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보고서는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이유를 세 가지로 해석했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내용이 부적절해 경기 억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두번째는 정책이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잃어 경제 주체들은 경기 억제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경기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정부 정책이 철회될 것이라 믿고 강남 등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경우다. 세번째는 정부가 사태를 진단하고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 경기가 한 주기를 지나 다시 회복 시점에 들어설 때 정책이 실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10.29 대책' 이후 한동안 동결됐던 주택시장이 강남 일부 재건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반등할 기미를 보인 사실도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었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나치게 위축된 부동산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의 형성이 최근 강남 일부 재건축대상지역의 부동산 값 상승을 가져왔다"며 "결국 경제 주체들의 정책 신뢰도가 아주 낮음을 보여주는 두번째의 일례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현상에 대한 인지와 진단, 대책 수립과 시행 등에 걸리는 시간으로 인해 정책 시행의 적기를 놓치는 것은 심각한 '정부 실패'의 하나"라며 "소기의 정책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합한 정책을 적기에 실시하고, 그것이 일관성 있게 추진된다는 믿음을 경제 주체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결국 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던 측면이 크므로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부동산정책, 경기 조절용으로 일관성 없이 사용돼"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이 그릇된 기대 심어줘"

이 같은 사실은 차문중 연구위원과의 통화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언론의 기사 내용이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며 "내게 기사 제목을 뽑으라고 했다면 '정부 주택정책 일관성 가져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보고서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부동산 대책이 집값 상승을 되레 부추겼다는 것이 아니라 안정화 정책이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리 등 기초 시장 변수가 주택시장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다른 시장 변수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나타날 때 정부가 억제정책을 쓴다고 해서 시장변수의 움직임을 다 꺾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은 언제든지 바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 억제 정책을 다시 진작 정책으로 바꿀 테니 정부가 억제 정책을 쓸 때 부동산을 사두면 나중에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그릇된 기대를 형성하게 한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해 어디서 반발한다고 해서 정책을 그때마다 바꾸면 국민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그는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의 공공적 측면을 고려해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시장 왜곡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쓰야 하며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의 세제 개선안은 그 방향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정책은 경기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일관성 없이 사용돼 왔고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사용돼 보편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비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7

건교부 차관, 택지지구 땅 구입 과정 의혹


택지개발지구의 땅을 사 2년여만에 11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난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이 이 땅을 구입한 과정과 시점이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차관은 25일 관보에 실린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현황에서 부인 명의로 취득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 농지 700여평이 서울시의 택지개발지구에 수용돼 11억 9000만원 가량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 과정 및 절차=

김 차관에 따르면 장지동 땅은 김 차관의 장인이 62년부터 아무도 모르게 처외삼촌 명의로 사둔 땅이라고 한다. 93년 장인이 도봉산 산행 중 갑작스레 숨져 이 땅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 몇 년 뒤 재산상황을 정리하던 처외삼촌이 이를 뒤늦게 알게 돼 2001년 김 차관 부인이 사실상 이를 증여받는 형식으로 땅을 샀다는 것. 문제는 왜 증여받으면 되는 것을 구태여 6억여원이나 주고 샀느냐 하는 점. 김 차관은 "장인어른과 처외삼촌간의 채권채무 관계 등 복잡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를 사는 것으로 정리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는 "당시 처가쪽 식구들이 논의해 처리한 문제여서 나는 잘 모른다"며 "그때 왜 증여세를 물고 증여하는 식으로 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매매하는 형식을 취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구입 절차 상의 문제. 서울시 송파구청에 따르면 김차관 부인이 2001년 11월 당시 농지를 사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았어야 한다. 농업인이 아니어도 농지를 살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농지위원의 증빙을 받아 농사를 지을 의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 농지를 취득한 뒤 실제로 농사 경작 여부를 일선 구청이 점검하게 돼 있지만 형식적이다. 김 차관 부인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문제의 땅을 샀다. 문제는 김 차관 부인이 정말 농사를 지을 작정으로 6억3000여만원의 거액을 들여 농지를 매입했겠느냐 하는 점이다. 토지거래를 주로 하는 한 부동산 중개인은"형식적으로는 농사를 짓는다고 사지만 실제로는 투자 목적으로 사지 않고 농사 짓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차관은 "처가식구들과 주말농장으로 쓸 요량으로 샀으나 이미 그 땅에 농사짓고 있던 사람이 있어 실제로 농사는 지어보지 못하고 땅이 수용됐다"고 해명했다.

구입 시점=

김 차관 부인이 땅을 산 시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미디어다음 취재진의 확인 결과 김차관이 땅을 산 시점은 2001년 11월경으로 서울시가 장지동 일대를 택지개발지구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인 2002년 2월 중순보다 3개월 정도 앞선 시점이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시기가 너무 절묘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 서울시가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을 수립할 경우 사전에 건교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어 당시 김 차관이 이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인 셈이다. 김 차관은 당시 건교부 감사관으로 재직중이어서 부서별 일반적인 업무 현황은 상당 부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개발정보는 실무자 외에는 대외비로 돼 있으므로 김 차관이 감사관 위치에 있다고 해서 사전에 개발 계획을 알았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설에 오를 줄 알면서 일부러 그런 땅을 살 사람이 있겠느냐"며 "공교롭게도 그 시점에 문제의 땅을 정리하게 됐던 것일뿐이다"고 해명했다.

김차관, 1가구 3주택 상태=

김 차관은 현재 주택 세 채를 보유하고 있다. 김 차관이 건교부 수송정책실장으로 처음 공직자재산등록을 한 것은 2002년 7월. 당시 김 차관의 등록 내역을 보면 김 차관 본인 명의로 서울 강남구 일원동(6억2400만원)과 역삼동(3억2000만원)에 각각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 그는 당시 경기 용인시 수지의 분양가 4억6000여만원 짜리 아파트의 분양금을 납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경부터 수도권 아파트 값이 폭등세를 보일 때 김 차관의 자산가치도 높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김차관도 "결과적으로 값이 낮을 때 사서 가격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 차관이 이듬해 2월 신고한 내역에서는 역삼동 아파트는 부인 명의로 이전됐다. 이어2004년 2월 신고 내역에서 김차관은 수지 아파트의 입주가 가까워지면서 역삼동 아파트는 다시 미혼인 김 차관 장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용인 아파트의 입주가 끝났으므로 김 차관은 현재 3주택을 보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1가구 3주택인 것은 맞지만 이 집들을 장만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가구 3주택 중과세 문제가 논란이 되던 상황에서는 그와 관련된 자리에 있지 않았고 앞으로도 개인적인 상황이 이 문제의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비판=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각종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건교부의 2인자가 부동산으로 11억여원의 차익을 본 사실이 드러났다"며 "부동산 거품으로 고생하는 서민들이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주택정책으로 신뢰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의 차관이 부동산으로 떼돈을 버는 상황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공언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자신들의 재산가치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시 부동산 투자로 떼돈을 번 이헌재 장관을 함께 거론한 뒤 "이 같은 경제 및 건설관료들이 1가구 3주택 중과세 연기를 부르짖고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및 부동산 실거래가 등을 미적미적 뒤로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5

이부총리 정책, 개인 이익과 무관했을까?






국회에 출석한 이헌재 경제부총리[사진제공=연합뉴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 명의의 자신의 땅을 스스로 지역특구로 지정했다는 2일 미디어다음의 보도로 이 부총리가 추진해온 정책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책 등 이 부총리가 추진한 각종 정책들이 자신의 재산가치 증식 등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로 이 부총리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추진해온 정책사안들을 살펴보면 이 부총리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부동산 다보유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온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자신의 땅을 지역개발특구로 지정한다든지, 자신도 대상에 포함되는 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연기라든지, 부동산이 개발 혜택을 볼 수 있는 토지규제 완화 조치 등이 그것이다. 이 부총리는 이 과정에서 건설 경기 부양이나, 지역 개발 등의 명분을 내걸었으나 결과적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거나 기득권층이나 개발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 사례가 많았다. 이 같은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지역개발특구 지정=


이 부총리가 부인 진모씨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전북 고창군 공음면의 3만3000여평 땅을 지역개발특구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이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역특구위원회 첫 회의에서 부인 명의의 땅과 처남 땅이 함께 포함된 전북 고창 공음면 일대를 경관농업특구로 지정했다. 특구 지정에 따라 이 사업에는 도로 건설 등에 115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되고 대상 농지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 개발혜택을 누리게 됐다. 재경부가 각종 규제를 조정해 지역의 특화산업 발전 및 국토균형개발을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자신이 결국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이는 공직자가 자신의 사익과 관련된 결정을 회피해야 하는 이해충돌 회피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이사장은 "경제수장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도덕적 해이"라며 "이 부총리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가구 3주택 중과세 연기 주장=

"현재 부동산 투기가 가라앉고 거래가 끊기는 상황이다. 1가구 3주택 중과를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들은 내년에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니까 (집을 팔)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11월13일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2003년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1가구 3주택 중과세 연기를 시사한 발언이다. 양도세 중과세 제도는 1가구 3주택 보유자가 주택을 팔 때 보유기간과 상관없이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로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이 부총리 스스로가 집 3채를 소유해 이 제도의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자였던 것. 그는 현재 서울 한남동 L빌라와 도곡동 J빌라, 역삼동 Y오피스텔 등 모두 3채를 소유하고 있다. 재산 신고가액은 11억3000만원이지만 시세는 17억~21억3000만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남동 L빌라(59평형)의 신고가액이 4억6800여만원이지만 시세가 6억~7억원이며, 신고가액 5억9700여만원인 도독동 J빌라(76평형)의 시세는 10억~13억원에 이른다. 결국 이 제도의 도입이 연기됐다면 그는 많게는 억대의 양도세를 아낄 수 있었던 셈이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양도세 중과세는 예정대로 시행되게 돼 그가 수혜자가 되는 일은 없어졌다.

농지법 위반해 부동산 투기 의혹...농지 규제 완화


골프장 정책, 부인 명의 땅값에 영향 줄 수도





정부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이 나온 뒤 많은 산림이 개발바람으로 신음하고 있다. 김준진기자

▲농지 취득조건 완화 등 토지규제 완화=

"토지규제개혁 로드맵을 2004년 6월까지 작성하라." 지난해 2월 20일 이 부총리가 취임 후 첫 경제 관련 장관 회의에서 내놓은 주문이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및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토지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후 정부 각 부처는 공동주택 건축 규제 완화, 산지이용규제, 농지이용규제 등을 완화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토지규제 완화 조치는 어떤 효과를 가져오고 있을까.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에 따르면 도시민도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전업농 등에게 5년 이상 임대하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규모에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농지는 올해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빠진다. 올 7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과연 기업의 생산적 투자가 잇따를까.

하지만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들은 농지를 '올해 토지시장의 가장 큰 이슈'라고 꼽고 있다. "종부세 과세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재산세율도 30% 인하되는 혜택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투기세력이 몰린 곳보다는 그동안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던 곳이 비교적 단기에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등등 사실상 투기를 권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농지법이 결국 주택시장에서 토지시장으로 투기의 물꼬를 돌리라는 신호임을 각 언론들이 강력히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토지시장으로 부동산 투기가 몰려 땅값이 오를 경우 '땅부자'인 이부총리의 재산가치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 부총리는 이번에 타겟이 된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의 땅은 판 상태이지만 여전히 전북 고창군에 3만3000여평과 충북 충주시에 1만8000여평의 땅을 갖고 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각종 토지규제 완화 방안들이 부동산 투기만 부추기고 있다"며 "이 부총리가 광주시 초월면 땅과 관련해 농지법을 위반한 경험 때문인지 기존 농지법의 굴레가 무척 싫었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골프장 230개 무더기 인허가 방침=

"골프장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러 해외로 나가고 있어 국부유출 부작용이 크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7월 20일 느닷없이 골프장 230개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내놓으면서 한 발언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전강수 대구대 교수 등은 "골프장 건설을 한 나라의 공공정책으로 내놓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실제로 미디어다음의 취재 결과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는 경제적 측면이나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경제적 측면에서 재경부의 골프 수요는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었고, 해외 골프 여행은 국내에서 어차피 골프를 치기 힘든 겨울철에 집중돼 있었다. 고용 창출 효과도 일용직 건설노동자나 골프장 잡부 등으로 양적, 질적으로 크지 않았던 것.

그가 말했던 효과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그의 발언으로 촉발된 부작용은 확실했다. 그의 발언 이후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 건설 붐이 일면서 주민과 개발업자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정부는 구체적으로 산지 및 농지의 골프장 입지를 완화하는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임야나 농지의 경우 실제 거래되는 수준보다 높은 가격에 개발업자에게 보상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부총리는 이 조치를 통해서도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부인 진모씨 명의로 충북 충주시 노은면 법동리 산 44, 45 일대에도 약 1만9000여평의 임야를 갖고 있다. 진씨가 85년 구입한 땅이다. 그 동안 이 곳의 땅값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부근에 골프장이 잇따라 조성되고 있어 향후 주변 땅값이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관측이다. "투기억제규제 완화"발언으로 강남, 판교 집값 상승 촉발

시민단체 "이부총리 정책과 개인 이익 무관하지 않아"

개발이익 환수제 연기 시사=

"재건축 규제와 투기 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 등 투기억제제도는 직접 규제를 줄이고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부총리가 1월7일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대부분 언론은 '부동산 투기 억제 제도를 대폭 완화할 방침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 부총리의 발언 이후 침체에 빠져 있던 강남구와 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몇 주 사이에 3000만~5000만원이 올랐다. 이부총리 발언으로 촉발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의 집값 상승이 '판교 로또' 열풍과 겹치면서 부동산 값이 전반적인 재상승 움직임을 탔다. 강남구에만 두 채의 집을 가진 이 부총리의 재산 가치 증식에는 이로운 흐름이었다.이 같은 집값 급반등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의 우려가 잇따르자 재경부와 건교부는 2월 17일 부랴부랴 미봉책으로 판교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사실상 이 부총리 자신의 발언으로 빚어진 부동산 값 상승의 불씨를 뒤늦게 스스로 다시 꺼야 했던 셈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및 개발사업=


이외에도 이 부총리 취임 이후 정책 방향은 건설 경기 부양과 부동산 규제 완화의 연속이었다. 각종 토지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말과 12월의 주택거래신고 지역 해제, 강북 및 신도시 재개발 사업 추진 가속화, 레저형 기업도시 건설, 민간 SOC사업 확대 등이 그가 추진한 정책이었다. 이들 정책을 추진하며 내세운 명분은 대부분 건설경기 부양과 기업 투자 촉진 등이었다. 서민들의 집값 안정 염원에는 민감하지 않았던 그가 건설업계 등 기업의 요구나 땅부자, 집부자들의 이해관계에는 매우 민감했던 셈이다.물론 그가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만 이 같은 정책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가 펼친 정책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방향이었음 또한 사실이다. 경실련과 YMCA, 환경정의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토지정의시민연대는 2월 28일 "이 부총리는 경기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개혁적 입법이라고 평가되는 1가구 3주택 중과세 및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대해 끊임없이 반대해 왔다"며 "이런 일련의 주장이 자신의 사적 이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에 주목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을 통한 성장?=

이 부총리의 정책이 순전히 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문제는 많다. 그 같은 규제완화나 각종 개발사업 등이 기술혁신 등을 통한 질적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산업의 엄청난 비효율과 땅값 상승을 통한 폭리 구조는 그대로 놔둔 채 건설산업 부양을 통한 개발연대식의 성장 방식을 탈피하지 못한 셈이다.경실련 김헌동 본부장은 "각종 공공공사의 예산을 절감하고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를 통한 자유경쟁이 가장 절실한 곳이 건설산업"이라며 "그런데도 그는 정작 우리 사회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핵심인 건설산업은 가만 둔 채 오히려 건설산업과 소수 부동산 투기자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펼쳐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부총리 취임 이후 도입된 정책들은 하나같이 과거 개발독재정권들이 사용했던 개발지상주의정책이었다"며 "하지만 대통령이나 청와대 보좌진들은 이들 정책이 우리 경제와 서민생활에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 조차도 모른다"고 공격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헌재식 부동산 부양 정책이 사실은 부동산에 돈을 옭아매 소비를 위축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주범임을 대통령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이 부총리는 지난해 2월 11일 취임사에서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이 용납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보면 그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의미를 잘 몰랐거나 스스로를 기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투기이기 때문. 김 본부장은 "이 부총리는 스스로 부동산 투기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 사회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과 발언을 그 동안 숱하게 해온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4

라이스 국무장관과 인터넷 언론 패널 토론회 일문일답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0일 오전 9시 서울 하야트 호텔에서 국내 인터넷 미디어 주요 인사들과 한반도 문제 및 국제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목소리는 비교적 차분했으나 '공격적인 질문'이 많아 토론회 동안 계속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많은 한국민들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반면 미국은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 "북한에 대한 침공의사가 없다는 발언과 '폭정의 전초기지론'은 모순된 것 아니냐" 는 등 패널들의 추궁성 질문들이 쏟아진 것. 반면 라이스 장관은 정치학자 출신답게 국제정세와 부시 행정부의 외교 철학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패널들의 예봉을 피해나갔다.

다음은 라이스 국무장관과 패널들 간의 일문일답. 문 "한국민 평화 해법 원하는데 미국은 강경" vs 답 "한미 시각 다르지 않다"
문 "북한 체제보장 먼저 할 생각 없나" vs 답 "북, 6자회담 복귀해야 체제 보장"






힐 대사

: 안녕하십니까. 오늘 포럼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서, 인터넷 언론이 상당히 활발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뛰어난 인터넷 언론인 여러분들이 많이 와 계십니다. 그럼, 이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장관을 소개합니다.

라이스 국무장관

: 감사합니다, 힐 대사님. 여기 나와 주신 모든 언론인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선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인터넷 언론인 여러분들과 함께 자리를 하게 되어 무척 기쁜데요, 저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 출신으로서 인터넷을 매우 좋아합니다. 어쩌면 제가 다시 스탠포드에 갈 때 여러분들의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한미 양국의 좋은 관계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관계는 50년 이상 전에 시작된 것으로 끔찍했던 전쟁을 계기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미 관계는 이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힘이 될 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는 관계가 됐습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적인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의 훌륭한 민주주의와 번영, 및 경제 발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셔야 하며, 미국은 이를 존중합니다. 미국은 또한 한국군이 다른 나라 국민들도 이런 자유와 번영을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라크 사람들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 사이의 좋은 우호관계, 양국의 훌륭한 동맹 관계, 그리고 미래 세계 평화와 안정 증진에 대한 우리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나왔습니다. 그럼, 이제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 미디어 다음의 선대인 기자입니다. 여기 패널들을 대신해서, 라이스 국무장관님의 방한을 환영하구요, 또 이번 방문에서 한미 관계에서 의미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서 돌아가시기를 기대합니다. 질문 드리겠습니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차가 적지 않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북한 핵보유 선언등을 우려하면서도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지난 2월 10일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선언한 직후 실시된 한 국내 여론조사를 따르면 한국 국민의 75%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북특사 파견 등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 문제를 단지 미래 테러위협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보고 필요할 경우 대북 제재조치와 봉쇄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민들 중에 상당수는 미국이 필요한 경우 북한에 대한 이라크식 선제 공격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장관께서는 이같은 양국 정부와 국민이 갖는 시각차에 대해 인식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시각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또 한국 국민들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 감사합니다. 사실 한미 양국은 어떻게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차이점이 없습니다. 양국은 6자 회담내에서 단결하고 있으며 양국은 또한 이 문제가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미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과 함께 이 6자 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잠깐 6자 회담의 현황을 짚어 보겠습니다. 부시 미대통령,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그리고 이제 제가 여러 차례 북한에게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북한은 안전 보장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첫번째 요점입니다. 두번째로 미국은 지난 6자 회담때 안전 보장 문제, 미국이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살펴볼 의사등이 포함되어 있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이 제안은 북한이 전략적인 선택을 할 준비가 됐을 경우 해당되는 것으로 이미 협상 테이블위에 내놓은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북한 화해 노력을 지지하며 존중하는 바이며, 부시 대통령께서는 몇년 전 방한하셨을 때 이런 화해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 미국은 그간 대북 식량원조 제공국가 중 최대 규모의 원조를 해왔습니다. 따라서 물론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한 상황이나 관계도 다르지만 양국은 북한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대단히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 안녕하십니까, 월간 말 지의 김재중 기자라고 합니다. 장관님께서 조금전에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의사가 없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미국의 원칙이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구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직업이 기자이다 보니, 남북교류를 추진하면서 북쪽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북쪽 사람들은 저를 만날 때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제가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북한은 미국측에 안전보장 약속을 먼저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측 입장에서 북한 체제에 대해 안전보장 약속을 먼저 해주고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뒤에 대화들을 지속 해 나가는 것이 제가 생각할 때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장관님이 북쪽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답변

: 이미 부시 대통령과 전임 국무장관과, 그리고 이제는 제가 국무장관으로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 이상으로 이 점을 북한에 어떻게 더 분명히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대북 억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만일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이에 대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대북 선제 공격을 바랄 이유도 없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주권 국가임을 알고 있으며, 저는 이 점을 바로 어제 일본에서 연설할 때도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아마 기자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북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유는, 그들이 그런 우려를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부시 대통령께서도 2002년 방한하셨을 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대북 선제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의 오래된 정책입니다. 안전 보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지금 현재 이슈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냐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핵포기 선택을 하고, 핵포기 선언을 하고, 그리고 이를 검증할 만한 방법을 제공하면 됩니다. 미국은 그같은 경우, 안전 보장이 6자 회담의 구도 내에서 가능하다고 이미 밝혀왔습니다. 북한은 단지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6자 회담 참가국으로부터도 안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6자 회담으로 복귀한다면,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 "폭정의 전초기지론과 '북 침략 않는다' 배치"vs 답 "인간존엄성 가치에 따른 것"

문 "북한에 먼저 양보할 생각 없나" vs "북한 6자 회담 복귀하면 얼마든지 지원"





질문

: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 오늘의 이수강 기자라고 합니다. 한국인들이 장관님의 성함을 들을때 라이스가 쌀이기 때문에 상당히 친숙하게 들었었는데요. 그런데 지난번에 상원 인준 청문회때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의 하나로 표현하셔 가지고,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더 강경하게 될거다 그러면서 쌀에서 얻어지는 그런 평온한 이미지와는 다른 측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제 일본에서나 아까 말씀하실때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셨는데, 지난번의 폭정의 전초기지론하고는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인지, 아니면 모순된 점은 없는지 그런 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답변

: 미국은 앞으로도 자유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입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자유가 보편적인 가치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이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그간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보십시요. 지금 한국인들이 할 수 있는 말들,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한번 보십시요. 이것이 바로 인간 존엄성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하고, 딸이든 아들이든 자녀들을 교육시킬 권리 등 이것이 바로 누구도 박탈당해서는 안되는 인간 존엄성의 본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본권을 부인당하며 살아갈 때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이 전세계를 향해 갖고 있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대북 무력사용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의 최대 식량원조국이었으며 현재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식량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제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침공 의사도 결코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북한이 사용하는 수사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람들이 북한에게 무슨 얘기를 하려 하면 항상 주제를 바꾸려고 듭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미국 모두 북한에게 이제 핵무기개발 계획을 폐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어야할 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항상 수사에 대해서만 논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질문

: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답변

: 이 숙녀분께서 먼저 손을 드신것 같은데요.
질문

: 제가 하나만 먼저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이 6자 회담 관련해서 계속 평행선을 달려오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면 북한은 미국이 그냥 말로 하는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다자간 국제기구 차원에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먼저 해주면 핵개발 프로그램도 포기하고 국제무대에 나서겠다고 하는 반면 미국은 먼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라, 그러면 우리가 체제보장과 함께 경제적인 지원도 대폭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그런데요. 한국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양보하고 베풀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지금 국제사회에서 보면 미국이 훨씬 더 강력한 힘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이 먼저 북한에 더 진전된 양보안을 낼 생각은 없는지요.

답변

: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한반도에 위치해 있으며 이 지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것은 이것이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것이 북미간의 문제가 되면 더 바랄 나위없이 좋아할 것입니다.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동의한 일본, 러시아, 중국의 문제이며, 한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이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자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먼저 전략적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들에 대해 논의해왔습니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와서 핵무기 프로그램의 포기가 자신들의 이해에 가장 부합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럴 경우 어떠한 체제 안전보장안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했었습니다. 북한은 전략적 결정만 내리면 됩니다. 그렇게 할 경우 북한에게 많은 것이 제공될 것이며 이것은 이미 제안되었었습니다. 2002년 당시 제임스 켈리 아태 차관보가 방북했을때 당초 계획은 북미관계를 위한 소위 "대담한 비젼"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켈리 차관보가 북한을 떠나기 전 우리는 북한이 1994년 협약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포함한 이 지역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해 왔었습니다. 그에 반해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로 사람들을 위협해온 상황에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기를 바래서는 안됩니다.

질문

: 미디어 다음의 박혜준 프리랜서 기자라고 합니다. 백인 남성 위주의 관료 사회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어려움이라던가 차별을 받으셨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그 다음에 당신이 생각하기에 여성으로서의 리더쉽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흑인이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르게 행동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항상 "나는 패캐지다. 나는 흑인이고 여성이고 그리고 나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느 한 부분을 떼내서 "이 부분은 이렇게 행동하고 다른 부분은 이렇게 행동한다"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고위직의 여성들이 남성들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 저는 앨리바마주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흑인여성이며 전직 교수였던 "콘디 라이스"로서 행동합니다. 미국에서는 그간 많은 발전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저는 미국 역사상 2번째 여성 국무장관입니다. 굉장하죠. 그리고 또한 2번째 흑인 국무장관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의 3명의 국무장관 모두 백인남성이 아니었습니다. 백인남성들이 이것 때문에 긴장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웃음) 이것은 민주주의하에서 시간에 지나면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실례라고 하겠습니다. 미국이1789년 건국될 당시만 해도 저의 선조들은 노예였습니다. 헌법상으로는 투표시 온전한 한 인간이 아니라 3/5만 사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간의 발전은) 민주주의에서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국은 운이 좋은 나라입니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훌륭한 민주국가로서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루었습니다.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도 미국사회를 더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예가) 민주주의가 확산될 경우 서로 다른 사람들간의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질문

: 민중의 소리의 이정무라고 합니다. 장관께서도 지금 한국과 일본이 독도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거구요, 저는 자위대의 전력 증강과 해외 파병, 평화 헌법의 개혁 등 일본 사회가 크게 우경화 되면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관께서는 어제 일본의 유엔 상임 이사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찬성하셨는데요. 한국민들은 미국이 일본의 팽창 정책을 막기보다는 지원하고 돕는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 상당수는 앞으로 동북아의 최대 불안 요인 중 하나가 일본의 팽창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장관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일본의 팽창 정책을 계속 지원할 생각이신지요.

답변

: 미국은 독도 문제에 관한 공식 입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상당 기간 동안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위 진출을 지지해 왔습니다. 파월 장관께서 일본의 상임위 진출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처음 언급하신 것이 8월이라고 기억됩니다. 일본은 유엔의 제2대 기부국입니다. 미국 바로 다음이죠. 이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은 또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점차 세계 속에서 더 큰 역할을 이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역내의 평화?안정 증진에 기여한 미일 및 한미 동맹을 맺고 있는 이 지역에서 일본, 미국, 한국이 함께 협력해 나갈 때 어떠한 선을 이룩할 수 있는지 증명해 보였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이 두 나라 모두와 맺고 있는 이 협력적 동맹 관계 하에서 일본과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활성화되었고 경제 번영이 극적으로 이루어져서 이 지역이 세계 경제 번영을 선두하게 되었으며, 북핵 문제 등의 안보 이슈들을 함께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미국이 한국을 글로벌 동맹으로 의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본도 글로벌 동맹으로 의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현안이 생길 때마다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19, 20세기와 다릅니다. 이를 인식해야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의 연설을 통해서 말씀드렸듯이 19, 20 세기에 분란을 일으킨 권력이 21세기에서 그 나라의 힘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지 못합니다. 각국의 가치와 이상, 경제력, 또 각국의 이상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얼마만큼 세계인들의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지 등이 오늘날에 적용되는 척도입니다. 우리는 일본 친구들과 전략적 개발을 위한 동맹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양국은 세계 개발 원조의 40%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중요한 개발 원조국이므로 우리 (한미)도 개발 원조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 얘기의 요지는 한국과 일본과 같은 민주주의국들은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으며, 21세기가 어떻게 전개될까를 생각해 볼 때 이상의 힘, 민주주의 이상의 힘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문 "일본 평화헌법 개헌 지지하나" vs 답 "일본 국내문제일뿐"
문 "여중생 사망사건 사과할 생각은?" vs 답 "미국 대표해 깊이 애도"






질문

: 간단한 질문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요컨대 일본의 평화 헌법을 개정하는 것을 미국은 지지를 한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다? 일본의 평화 헌법 개헌을 미국이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답변

: 저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국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그같은 사항을 토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각국의 행동을 제한합니다. 한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군사력을 제한하며, 이웃국가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그 관계의 깊이가 어떠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민주주의는 (각국을) 제한합니다. 일본은 민주주의국가이며 한국도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 지역에서 오늘날 등장한 가장 훌륭한 점은, 전쟁, 평화 등의 문제들을 다루는데 있어 소수의 사람들만이 결정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자들이 소수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미국의 대통령도 책임을 다했음을 미 의회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19세기와 21세기를 구분하는 또다른 중요한 점입니다. 저는 일본과 한국이 이를 잘 해결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한미일이 함께 협력할 때 가장 좋은 결실을 낳으며 우리는 계속 협력 해 나갈 것입니다.

질문

: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다음에서 시사만화를 그리고 있는 박철권입니다. 앞서 말했던 이정무 국장님의 말씀에 추가적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 반일 감정이 더욱 크게 불거진 상황입니다.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정책들이 있는데 현재 일본 이외의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만큼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정책들이 반미 감정의 동반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느껴지는 바로는 이에 대해서 미국은 별다른 배려 또는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려는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정책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 미국은 한국과의 매우 좋고 깊은 관계에 대해 계속 논할 것입니다. 한국은 과거에는 항상 그렇지 못했지만 이제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또한 같은 민주국가인 일본과 맺고 있는 매우 좋고 깊은 관계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미국은 역내의 모든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중국과도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대해 의견차이가 있긴 하지만 좋은,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수십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군사동맹 뿐만 아니라 가치의 동맹이 구축되어 있고, 자유의 혜택을 타국민도 누릴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도 아프가니스탄 방문을 막 마치고 돌아왔는데, 아프가니스탄은 극심하게 빈곤한 나라입니다. 포장된 큰 도로를 차몰고 지나가다보면 상인들이 도로 양옆의 진흙투성이 길에 앉아 고기, 옷가지 등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3년 6개월전만 해도 그곳은 탈레반이 여성들을 축구 경기장에 끌고가 구타하거나 사형시키던 나라입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그러한 행동을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행운아입니다. 자유로운 사회에 살면서 오고 싶은 곳에 오고 생각도 자유롭게 하고 의사표현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미국 국무 장관인 저에게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러나 이러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다른 국민들을 모른체 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여러분과 저의 자유를 위해 싸웠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미국 국민의 자유를 위해 누군가 관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께서 이러한 사안에 대해 생각할 때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신생 민주국가의 국민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하고 있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행운이 있어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운이 없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과 한국 또는 일본간의 관계를 생각할 때 저는 양자 혹은 역내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만큼 행운이 있도록 우리가 자유를 확산시키기 위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 지 생각합니다. 다른 분 질문하시겠습니까.

질문

: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답변

: 예, 그럼 이분은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질문

: 잘 들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항상 말씀 중에 민주와 자유, 가치를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무 장관으로서, 전세계 외교를 주도하는 분으로서 장관의 가치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세계는 다양하게 구성되었는데 미국식 가치가….

라이스 장관

: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질문

: 지금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에 부시 행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민주와 자유입니다. 국제 교류를 주도하는 라이스 장관께서는 그러한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고 이를 주도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세계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화적 상대성도 있습니다. 과연 미국식 자유와 민주의 가치로만 외교를 주도할 수 있는지 장관님의 견해를 묻고 싶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가치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먼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답변

: 저는 세계의 그 누구도 자유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아시아인들은 자유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시아인들은 자유에 관심이 없다는 아시아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기억하십니까? 한때는 미국의 흑인들에 대해 그들이 자유에 관심이 없고 보살핌을 원한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인들과 아랍인들이 자유에 무심하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러한 말을 하거나 질문할 때마다 한가지를 생각해보십시오.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종교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자신의 아들과 딸이 교육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밤중에 비밀경찰이 자신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고대하는 사람이 있나요. 정부가 개인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나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기를 바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유가 중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떤 문화권에서는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 저는 이러한 말이 선심을 배푸는 척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자유가 중요하지만 너의 문화권에서는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60여년 동안 중동지역을 생각할 때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사실을 저는 압니다. 그곳 국민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역 안정의 유지를 위해 이를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여러 곳에서 자유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도 자유를 확산시킬 수는 없고 자유를 변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지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그곳 국민이 스스로 자유를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가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한국, 브라질,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민주주의가 같은 형태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모습이 다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민이 그러한 자유를 누리는 것입니다. 제가 갈 시간이 되었나요?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돌아와서 또 이러한 자리를 가질 수 있나요?

질문

: 한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그 어느때보다 반미 여론이 높습니다. 특히 네티즌들 사이에는 미국에 대한 여론이 대단히 안좋은데 반미 여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 2002년 효순/미선이 사건, 군인 장갑차에 여중생들이 깔려 죽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 이후에 한국민 대다수가 미국이 우리의 절대적인 우방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사고를 이르킨 군인은 무죄로 석방되었습니다. 한국민은 분노했고 미국에 대해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장관께서 종교인으로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이 간담회가 인터넷으로 공개적으로 방영되고 있는데 한국민에게 사과할 의사는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답변

: 그 사건에 대해 미국은 깊이 애도하고 있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잃는 것은 부모에게 가장 힘든 일일 것으로서 미국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습니다. 미국 국민과 대통령과 제 자신을 대신해 미국은 이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깊은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고 희생자 부모님께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가야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 회담이 있습니다.

질문

: 질문 하나만 드릴께요. 제가 한국에서 패러디 뉴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이스 장관

: 누가 (통역해주시겠습니까). 저 정말로 가야합니다.
질문

: 저는 한국에서 패러디 뉴스를 하고 있는데요.
라이스 장관

: 정말 가야하는데요. 질문을 하시는 건가요?
질문

: 예, 아까 말씀하셨지요. 마지막 기회를 저에게 주시겠다고. 제가 한국에서 패러디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패러디 문화의 수위를 놓고 논란이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패러디를 조금 더 폭넓게 수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종종 부시 대통령 뒷쪽에서 라이스 장관님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답변

: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정부 관계자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패러디해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워싱턴에는 "석쇠 만찬"이라는 행사가 있는데 언론인들이 모여 정부 관료에 관한 소규모 공연, 연극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심하더라도 패러디는 허용됩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