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국내에서 자산 디플레가 진행중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부동산은이미 2008년 중반 이후로 대세하락에 들어갔다. 개인적으로는이 같은 자산 디플레를 수 없이 경고했는데, 새삼스러운 듯 호들갑 떠는 게 안타깝다.

한국의 자산 디플레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특히 더 심각한 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충격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그 자체로 내수 위축과 자산시장 침체를 초래한다. 부동산거품과 고령화가 서로를 강화하며 악순환 구조 만들 가능성 농후하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경제 최대의 난제인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지도 않았는데, 자산디플레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유료회원들 대상으로 한 보고서 주제로 가계부채 문제를분석해보니 이 정부 들어 가계부채 문제가 정말 심각해졌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4년 동안에만 234조원 증가했다. 이대로 1년더 가면 293조원 증가하는 셈이 된다. 이명박정부 들어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더 짧은 시간에 늘어났다는것은 심각한 문제 아닐 수 없다.

이명박정부 들어 가계부채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1. 정상적으로빚을 내 집을 살 수 없는, 소득 여력 적은 사람들에게 억지로 정부가 주택 투기를 부추긴 때문이다. 2. 고환율-저금리에 따른 고물가와 재벌편중 경제 심화로 가계 소득이늘지 않아 빚을 내 생활하게 만든 대문이다. 노무현정부 때 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고 가계소득이 꾸준히 성장했으나 이명박정부는 평균 3.2%인데다실질 가계소득은 고물가 때문에 거의 정체됐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922조원을넘어섰으니 일반 가계가 느끼는 부채 부담은 훨씬 더 커졌다.

더구나 이명박정부는 가계부채를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더욱 악화시켰다. 1. 다른나라가 부동산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줄일 때 오히려 가계부채를 막대하게 늘렸다 2. 보험사, 대부업체, 신용카드 할부까지 금리 부담이 큰 가계부채를 늘려 가계부채의질을 악성화시켰다 3. 수도권을 넘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부채까지 크게늘렸다.

또한 보고서 쓰면서 추정해 보니 만약 가계부채가 지금 속도로 증가한다면 5년후인 2016년에 가계부채 총액은 현재 922조원에서 1377조원으로 늘게 된다.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지않고 폭탄 돌리기모드로 간다면 한국경제는 회복하기 힘든재앙을 맞게 된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정부는 정확히 그런 길을 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다. 일부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국내 전세금규모는 9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는 집 주인이 투기적목적이 아니라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금융권 대출받아집을 여러 채 산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따라서 전세금의 절반인450조를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가계부채는 920조에서 1370조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는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지금주택담보대출액은400조원에 채 못 미치지만 전세금의 절반만 포함해도 바로 850조원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현재 수준에서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액 비율은 57.7%로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직전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모기지 대출 비율 99.7%보다 상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전세금의 절반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액 비율을 계산하면 124.5%로급등하게 된다.

이미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 상황인데 마른 수건 쥐어짜듯 20~30대와자산 가진 노후세대까지 빚 내서 집 사라며 DTI규제 완화책 내놓은 정부. 부동산 떠받치기에 혈안이 돼 정신이 나간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점에서 다음 대통령, 정말 제대로 된 경제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경제적으로매우 험난한 5년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8.15 정보독립> 이벤트가 오늘 31일 종료됩니다. 저희 연구소는 재벌의 돈이 아닌 일반 가계들의 정성으로 올곧고 정직한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고 저의 책 <문제는 경제다>를 받을 수 있는 이번 행사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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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8. 31. 12:39

 

주택ㆍ주식거래 20~30%↓…자산시장 `사실상 마비'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8/28/0200000000AKR20120828219400008.HTML?did=1179m

 

오늘 다음탑 화면에 걸린 연합뉴스발 기사. 어제 전화온 기자분께 코멘트했던내용이 이런 내용의 기사로 다음탑에 걸렸네요. 제가 코멘트해서가 아니라 중요한 기사이니 일독해 보시길바랍니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을 그림으로 직관적으로 보실 수 있게 다음 <그림> 참고하시고요.

 

주) 국토해양부와 KRX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길게 설명 안 드리겠습니다. 부동산은 수도권 기준 2006년말 이후 구조적 침체기에 들어가서 2008년 중반(2008년 말의 급락세가 없었다고 본다면 2009년 중반) 이후로는 크게 볼 때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래량이시간이 갈수록 줄면서 가격도 하락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고요.

주식의 경우도 2007년 이후 주식시장으로 돈들이 엄청나게 몰렸었는데, 2011 4월을 정점으로 월 거래대금이 193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세를 나태내 올해 7월에는 90조원에 불과합니다. 거래대금이 반토막 아래로 줄어든 것이지요. 이처럼 거래대금이 줄어드는데도 주가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등 최상위 우량주 등의 주가가 뛰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효과가 큰 때문으로 보입니다. 유럽발 부채위기와이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이 같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침체 양상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8.15 정보독립> 이벤트가 이틀 뒤인 31일 종료됩니다.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고 선대인소장의 책 <문제는 경제다>를 받을 수 있는 이번 행사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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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정부와 재벌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겠습니다. 한국경제의 진실만을 정면으로 응시하겠습니다. 99% 1%에 속지 않도록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2. 8. 29. 13:38

어제 삼성-애플 소송에서 삼성의 패소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삼성의 '맹추격자 (fast follower) 전략'이 한계에 이른 증거이자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자 한겨레에서 같은 관점의 기사가 실렸더군요. (중앙일보도 비슷한 취지의 사설을 실었는데 삼성을 옹호하는 톤이 너무 강해 생략합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48889.html


올초 이와 관련해 <문제는 경제다>에서 제가 자세하게 쓴 적이 있습니다. 관련한 원고 부분을 소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나라나 기업이 따라잡기 전략을 쓸 때는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더 잘 하면 된다. 이런 건 한국이 잘 해왔다. 현대는 신뢰할 수 있고, 효율적이면서도 싼 자동차시장에서 도요타를 물리쳤다. 한국의 조선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모든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남들이 앞선 궤적을 남길 때만 작동한다. 이제 선두그룹에 진입해서 따라갈 궤적이 없어졌다. 그러면 이제 남들의 성공 사례를 개선하기보다는 자신의 실패로부터 배워야 하고, 혁신에 더욱 의존해야 한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모델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모범 사례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1년 11월 12일자에 실린 ‘정상에 도달했을 때 뭘 해야 하나?’라는 기사의 일부다. 한국경제가 정상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인용한 내용의 지적만큼은 정확하다. 한국경제를 주도해온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그룹들이 더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말이다. 기사의 지적처럼 지금까지 삼성이나 현대는 ‘맹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서는 아주 뛰어난 기업들이었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다른 선진기업들이 만들던 제품을 치밀하게 연구해 더 잘 만드는 전략을 썼고, 그 결과 해당 분야에서 정상급 플레이어가 됐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이 필요한 때 혁신에 뒤쳐져 몰락의 길을 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다가 파산의 갈림길에 서게 된 코닥이다. 코닥은 1881년 창업 이래 필름과 사진기술의 대표기업이었지만 파산 보호신청을 하게 됐다. 한 때 미국 필름시장의 90%를 석권했지만 급속한 디지털화로 무너졌다. 문제는 코닥이 이 같은 디지털화의 흐름을 전혀 모른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고, 1981년 사내 보고서는 디지털카메라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2003년부터는 더는 필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디지털화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산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미래의 변화를 알면서도 당장의 수익모델이 잘 작동하기에 거기에 집착한 것이 하나다. 새로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부서의 권한이 약해 실질적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도 이유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서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소프트웨어 업체로 전환하지 못해 사라졌고, 애플과 구글 등에 밀려 리서치인모션(RIM)과 야후 등이 같은 처지로 내몰린 것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삼성이나 현대 등 한국의 재벌기업들도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같은 사실을 안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응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예를 들어보자.

우선,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생활감각을 읽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애플의 혁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함께 당한 일이니 그렇다 치자. 그 다음이 문제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출시가 잇따르자 구글은 자사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을 제조해달라고 맨 먼저 삼성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은 처음에 이 제안을 뿌리쳤다.

그러자 구글은 대만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HTC에 이를 맡겼고, HTC는 ‘넥서스원’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뒤늦게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물론 이 같은 대응은 애플의 혁신에 밀려난 노키아나 RIM, LG전자 등에 비하면 그나마 빠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휴대폰업계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HTC에 비하면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과 HTC의 대응이 왜 다른 것일까. 이는 삼성전자와 HTC의 태생과 연관돼 있다. HTC는 약 15년 전인 1997년 설립 당시에는 신생 중소제조업체에 불과했다. HTC는 처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포켓PC를 주문받아 납품하며 성장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과 PDA, 네비게이션으로 확장했다. 특히 이 회사는 기술혁신 기업으로 유명해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가보면 ‘최초의 직관적 터치스크린 구현’ 등 최초로 만든 제품이 10여 가지를 넘는다. 이런 식으로 기술 축적을 지속하면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제품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과 달리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차별화했다. 삼성전자가 뿌리친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런 흐름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HTC는 미국시장에서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던 AT&T를 제외한 주요 3사에 모두 스마트폰을 납품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결과 HTC의 시가 총액은 2011년 들어 빠르게 몰락하는 노키아와 RIM을 제치고 40조원에 이를 정도로 쾌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HTC가 이렇게 고속성장한 비결은 바로 주문생산업체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적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로서 출발할 때부터 생존을 위해 부단히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기술혁신과 사업모델 혁신을 거듭하는 DNA가 살아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어떨까.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의 조직 관리 체계는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이건희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오너 지시 및 관리구조라는 측면과도 연관돼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보면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구조본의 눈치를 보면서 독립적 의사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 인텔에서 펜티엄4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팀을 이끌었다가 삼성전자에 스카웃된 신용인 박사도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문화, 현업 담당자가 자율권을 갖기 힘든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 공장 한 곳을 방문했을 때였다. 담당 임원이 최근 공정 한 부분의 처리 시간을 70% 개선했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했다. 그런데 부연설명을 들어보니, 얼마 전 윤종용 부회장이 방문했을 때 지적받아서 개선 방식을 찾은 결과라고 했다. 70%씩이나 개선할 정도라면 윤 부회장이 지적하기 훨씬 전에 현장 임원들이 알아서 개선했어야 할 터이다. 지시를 받기 전에는 알아서 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례다."

신박사의 지적처럼 삼성이 앞으로 ‘지나친 통제로 억눌려 있는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는 문화를 마련하는데 실패한다면, 삼성의 미래 역시 밝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삼성의 대응은 여전히 낡은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우선, 삼성은 애플 제품들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외형 디자인 및 아이콘 배열방식부터 심지어 아이패트 스마트커버와 거의 비슷한 모습의 갤럭시탭용 스마트케이스까지 ‘베끼기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과 각국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데, 법적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맹추격자 전략에서 나오는 전형적 대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당장 맞불은 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선도적 기기 사용자들로부터 삼성의 이미지는 아류로 굳혀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 같은 소송전을 진행하면서 애플과의 관계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애플이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삼성전자 대신 다른 제조사들을 물색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다음 칩 생산 업체를 대만의 TSMC로 옮기려 하고 메모리 또한 일본 도시바에 일부 주문량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이 차세대 전략사업을 개발하는 방식도 그렇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이재용 사장이 총괄하는 팀에서 이 같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새로운 개발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데 힘을 실어주는 방식은 좋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기업 내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줄 때 창의성은 더욱 잘 발휘된다. 일부 유능한 인력을 배치해 아이디어를 짜내도록 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 혁신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돈을 대는 조그만 여러 개의 신사업팀들을 꾸려 자체적으로 벤처처럼 계속 혁신할 수 있는 구조가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또한 신박사가 인용된 기사에서 주장한 바 있듯이 관리직 코스와 달리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 코스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이 같은 ‘맹추격 전략’의 문제점은 꼭 삼성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대다수 기업이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삼성의 기업 관리 및 운영방식을 모델로 삼고 있는데, 이는 지속적 혁신에 유리한 모델이 아니다. 더구나 재벌 3,4세로 넘어가면서 어려운 사업여건에서 한 걸음 더 내딛으려는 기업가정신은 말할 것도 없고, 계열사 품 안에서 안주하려는 자세로 이들 기업들의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렇게 해서는 편안하게 푼돈은 벌지 모르지만, 한국의 주력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는 중국이나 대만의 업체들에게 밀려날지도 모른다.

‘맹추격 전략’은 국가 전략 측면에서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크게 보면 왜곡된 일본식 경제성장 모델(1960~1990중반) 에 더해 미국식 모델(1990중반 이후 현재)을 엉터리로 모방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다. 모방하기는 했으되 일본이나 미국 모델의 장단점을 제대로 소화해 국내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들 모델을 재벌대기업 등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만 모방해온 경우가 적지 않다. 개발연대 시절의 노동 배제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외환위기 이후 재기기회(second chance)와 활발한 창업 생태계가 없는 상태에서 막무가내식 정리해고 등을 단행한 것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반칙, 부패, 노동억압, 재벌독점, 토건경제, 극단적 빈부격차 등 수많은 문제들을 양산해왔다. 이 같은 문제들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야권을 중심으로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구체적 현실을 고려치 않은 형식적 모방 전략으로 기울지 않을까 우려된다.

예를 들면, 증세 논의가 대표적이다. 만연한 부정부패 구조와 부동산과 주식 등에서 생겨나는 자본이득에 대한 빈약한 과세 등과 같은 현실의 조세재정구조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세재정전략을 마련하는 게 순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증세에 앞서 조세정의를 바로세우는 정세(正稅)와 과도한 토건사업과 재벌지원 등 잘못된 재정지출을 합리화하는 전세(轉稅)의 과제가 더 중요하고 우선적 과제다. 그런데 야권 일부에서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며 국내의 조세 및 재정 현실이나 저출산고령화 등 향후 닥칠 사회경제적 도전 과제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복지국가처럼 세금을 걷고 쓰자는 식의 주장을 내놓는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북유럽 복지국가가 참고할 매우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현실 여건을 무시한 채 북유럽국가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구가 못지 않게 지하경제 규모가 매우 크고 부패가 만연해 있으며 소득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등에서 발생하는 자본 이득에 대한 소득 파악은 거의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북유럽국가들 수준의 소득세를 걷자고 하면 그것은 크게 보면 ‘유리알 지갑’ 인생들의 세금 부담만 일방적으로 더 높아지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또한 복지 전달체계나 공공사업입찰제도 등 재정이 지출되는 ‘수도관’을 고치지 않고 낡은 채로 그대로 두면 재정은 재정대로 탕진하면서도 국민의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거나 녹을 벗겨내는 작업들이 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사실 한국의 사회경제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만병통치약과 같은 모델이나 정책은 없다. 더구나 과거처럼 다른 나라의 성장전략을 어설프게 베끼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북유럽국가들이든 다른 나라의 경험들은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선례로서 참고하면 될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해서 거기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초중등 과정의 교육을 칭찬하는 것은 미국 교육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초중등 과정의 개혁을 위해 사용하는 사례일 뿐이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초중등 교육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한 것은 논외로 하자.) 이는 고등교육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자국의 초중등 교육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반대로 한국은 매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초중등 과정에서 학생들의 성적은 대체로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고등교육 과정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교육개혁에서 대학교육의 전문성 및 경쟁력 강화 등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사실 사생결단식 입시경쟁과 과도한 사교육 등 초중등 교육과정의 문제점도 정작 경쟁무풍지대에 놓여 있는 대학서열체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대학개혁이 교육개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교육개혁 한 가지를 보더라도 국내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한 구체적 해법과 전략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에 성공했던 요인이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하다. 다시 교육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표준화된 대량생산 시대에 어느 정도 통했던 한국의 획일적 입시교육이 앞으로도 통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미 우리가 느끼고 있듯이 한국의 교육제도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한 시대에 결코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게 교육제도 또한 바꿔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 흐름에 발맞추는 한편 앞서 지적한 한국경제의 구체적 문제들을 해결할 정책과 제도들을 꾸준히 정착시켜 나갈 때 세계가 부러워할 수 있는 ‘한국식 모델’도 만들 수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정부와 재벌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겠습니다. 한국경제의 진실만을 정면으로 응시하겠습니다. 99% 1%에 속지 않도록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연구소에서 실시중인 <8.15 정보독립> 이벤트 많은 활용 바랍니다. http://t.co/eQs8luWt

by 선대인 2012. 8. 28. 09:03


삼성-애플 소송에서 삼성의 패소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삼성의 '맹추격자 (fast follower) 전략'이 초래한 결과물이다. 이 전략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애플의 혁신적 제품에 대한 과도한 모방 전략이 낳은 불상사인 셈이다.

올 초 출간한 <문제는 경제다>에서 삼성의 '베끼기 전략'으로는 당장 맞불은 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선도 기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삼성의 이미지가 아류로 굳혀질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말했었다. 그 우려가 너무 일찍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 안타깝다.

삼성이 진정 세계 정상급 선도기업이 되려면 과거 같은 맹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회장님'의 지침에 따른 일사분란한 선단식 경영을 뒷받침하는 지금의 재벌 지배구조는 개혁해야 한다. 삼성 내부에서 혁신생태계가 살아 숨쉬게 해야 한다.

이번 소송전과 관련 '애플 꺾고 1위 오른 죄'(동아) 등으로 제목 뽑은 국내 언론들의 정보 왜곡 정말 정도가 심하다. 이건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라, 팔은 광고주 쪽으로 굽는다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dangun76 님이 올려준 오늘 아침 가판 신문들 1면들 확인해 보시길 http://twitter.com/dangun76/status/239883196706193408/photo/1)

이런 상황에서도 '소송 악재 삼성전자, 그래도 200만원 간다?‘라는 제목으로 노출된 다음 경제면의 머니투데이 기사. 이 정도면 애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others/view.html?cateid=100035&newsid=20120827095507648&p=moneytoday&t__nil_economy=downtxt&nil_id=6

참고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분석해 보니,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약 75.9% 올랐지만, 코스피 지수는 2.2% 올랐다. 삼성전자 제외하고 코스피 지수를 추정해보면 -6.0% 정도 나온다. 지난 한 해 동안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따른 주가지수 착시현상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궁금한 분들은 다음 <그림>을 참고해 보시길.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정부와 재벌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겠습니다. 한국경제의 진실만을 정면으로 응시하겠습니다. 99% 1%에 속지 않도록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연구소에서 실시중인 <8.15 정보독립> 이벤트 많은 활용 바랍니다. http://t.co/eQs8luWt 



 

by 선대인 2012. 8. 27. 11:11

연구소에서 부동산 거품이 빠르게 꺼지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종합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특집이슈보고서: 10년후 한국 부동산> 을 작성중입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국 시군구별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가운데, 강남구와 노원구의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를 공개합니다. 이 추이를 보면 이미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실거래가를 살펴보는 것이 부동산시장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이나 정부당국이 주로 보도하거나 참고하는 국민은행과 부동산정보업체들의 가격 지수는 모두 호가 위주의 지수여서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호가와 매매가격이 거의 일치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호가와 매매가격 간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합니다. 일례로, 2008년 말 금융위기 직후 경기지역 아파트가격은 불과 6개월 사이에 실거래가 기준으로 -14.9% 하락한 반면 같은 시기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 아파트가격 지수는 -4%밖에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알다시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매물이 거의 호가 그대로 거래가 되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매도자가 원하는 호가대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잠재적 매수자가 기다리면 더욱 싼 가격에 집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가격을 많이 낮춘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성사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거래량도 줄게 되며,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급매물은 더 이상 급매물이 아닌 정상적인 매물의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점 참고하셔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꼭 실거래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반인이 큰 흐름을 보기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확인하려면 다음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rt.mltm.go.kr/
저희 연구소의 정남수 자산시장팀장이 해설하는 지역별 부동산시장 점검 보고서에서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도표를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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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8. 23. 12:47

지금 한국 경제의 밑바닥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대란이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자영업을 시작했건만, 장사는커녕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가 헤아릴 수 없다. 거의 쑥대밭이 되고 있다. 이미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 경기는 최악이다. 장사가 안 돼 문만 열고 있거나, 아예 장사를 포기한 자영업자들이 속출한다. 그런데도 거대한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영화에서 괴수에 쫓겨 막다른 절벽에 이른 군중들 같기도 하다. 뒤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데, 퇴로가 막힌 군중들이 계속 밀어닥친다. 앞쪽에서 밀려드는 군중들의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의 가장자리에 선 군중들은 버티다 못해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꼴이다.

지금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베이비부머들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선두세대가 50대 전반에 이르면서 대거 은퇴하고 있다. 이들 사정은 뻔하다. 기대 수명은 길어졌고, 자녀들은 대학생이어서 한창 학비가 들어갈 나이다. 그런데 어느날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직 살아갈 날은 많고, 돈 들어갈 곳은 천지다. 그렇게 직장에서 짐 싸고 나온 50대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자영업이다. 이미 기존 자영업자들의 시체가 즐비한 곳으로 말이다. 높은 부동산 임대료와 골목상권까지 파고든 재벌유통업체들의 횡포로 이미 자영업 기반이 붕괴한데 이어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인위적 저금리-고환율 정책으로 고물가로 자영업이 더욱 힘들어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추세는 향후 20~30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58~1971년 사이에 연간 100만 명씩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50대 은퇴기에 이르러 지속적으로 고용시장에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50대 연령대 인구가 2011년부터 700만 명을 넘어서 2023845.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에 가서야 다시 70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베이비부머 쇼크가 고용시장에 밀어닥친 2011년 수준의 은퇴 인구가 약 30년간 지속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 대란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영업 증가로 겉으로 나타나는 실업률이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보며 고용대박이라고 떠들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서는 머지않은 시점에 50대 이후 노후세대들이 노후자금마저 바닥나 사회복지 서비스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른바 자영업 푸어가 되는 것이다.

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 같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자영업 및 서비스직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정책 전환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거품을 빼서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 법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권리금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또한 재벌 독식구조를 없애 산업생태계를 살아나게 해 중소기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교적 내실 있는 안정적 일자리들이 생겨나 생계형 서비스업이나 이미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은퇴자들을 흡수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재 SSM과 대형마트들의 입점 및 영업일 규제를 강화해 영세 서비스업과 자영업 기반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편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 및 가맹비 등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부당한 본사의 요구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자영업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한국 사회의 신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정부와 재벌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겠습니다. 한국경제의 진실만을 정면으로 응시하겠습니다. 99% 1%에 속지 않도록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http://t.co/eQs8luWt

by 선대인 2012. 8. 21. 10:30

 

미국발 경제위기를 정확히 경고했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위기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근의 재앙은 돌발상황이 아니었다. 그것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심지어 예측도 가능했다. 왜냐하면 금융위기란 일반적으로 비슷한 경로를 따라 되풀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취약점이 쌓이다 보면 결국에는 정점을 찍게 된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제도적 미비와 정책 실패들이 누적돼 발생한 예고된 위기로 조기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피할 수 있거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부동산 거품 위기도 국내 주택가격이 무섭게 부풀어오를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현 정부 들어 400조원 이상 늘어난 공공부채와 각 지자체 재정난 및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 위기, 늘어나는 하우스푸어, 이미 900조원을 넘겨버린 가계부채, 끝없는 저축은행 부실 위험 등도 모두 과거부터 예고되었던 위기다. 그리고 이들 위기는 모두 부동산 거품 위기에서 파생된 위기다.

예고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책이며, 위기가 예고되는 초기에 개선하는 게 중책이다.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온갖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게 하책, 위기가 불거져도 계속 대처를 미루다 어느 시점에 손쓰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게 최하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적어도 상책이나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부터 이들 예고된 위기들에 대해 숱하게 경보음을 울려왔다. 그러나 거듭된 정부·정치권의 정책실패와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이제 선택지가 하책 또는 최하책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됐다. 이미 많이 그르친 상태에서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래도 최하책에 이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 정치적 탐욕에 따른 각종 부동산 막개발을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 시장 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이다. 또한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양대 제도인 선분양제와 3년 거치 후 원리금 상환식 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 등도 부동산 시장 건전화를 위한 기본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하우스푸어들을 위해 공공부문이 주도해 대대적인 재무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과도한 빚을 지고 있으면, 생활의 다른 부분들을 조정해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플랜들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연착륙이라는 미명 아래 거품 빼기를 지연시키며 공공부채와 가계부채를 동원해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했다.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포함한 추가 부양책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24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지금처럼 계속 연장하면 분기별 대출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돼 있다. 이런 판에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금융위는 대출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초과하게 돼 은행에서 회수해야 하는 부분을 신용대출로 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5% 이자도 못 갚는 사람들이 8~9% 이상의 신용대출 이자를 어떻게 상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길게 보면 이 사람들을 계속 빚의 노예로 만들고 하우스푸어로서 고통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결국에는 위기의 순간 금융권에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온갖 빚을 동원해 만든 강력한 모르핀주사로 국민들을 현혹하면서 임기 안에만 무탈하면 된다는 식으로 거품 빼기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막대한 공공부채를 풀고 가계부채를 조장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쳤는데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중앙 및 지방정부, 공기업 가리지 않고 씀씀이와 부채를 줄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지금 저축은행을 제외한 제1금융권, 시중은행은 재무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 단계적으로 분할해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면 시스템적인 금융위기는 피해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또 다시 폭탄돌리기에 나선다면 다음에는 진짜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정부와 재벌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겠습니다. 한국경제의 진실만을 정면으로 응시하겠습니다. 99% 1%에 속지 않도록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독립적인 경제미디어의 모태가 되겠습니다. 재벌계 연구소와 조중동에 맞서 여러분이 함께 경제정보 독립'을 이뤄주십시오.

by 선대인 2012. 8. 17. 10:30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극심해지자 한국이 일본식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을 것인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소득 정체, 저출산·고령화 여파 등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08년 하반기부터 장기 대세 하락 흐름에 들어갔다고 진단해왔다. 그 과정에서 과도한 가계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주택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와 기득권 언론 등에서 ‘좌빨’ 딱지 붙이듯 ‘폭락론자’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일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일시에 폭락했는데 한국은 맥주 거품 빠지듯 서서히 빠질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국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1991년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일시에 폭락한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실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다.

<그림1>을 참고로 살펴보자. 우선, 일본 도쿄 시내 23개 구의 지가지수(명목지수) 추이를 보자. 참고로, 일본은 땅값(지가)을 중심으로 통계를 내므로 상업지와 주택지 지가를 따져보는 게 정확하다. 일본의 경우 상업지의 부동산 거품이 심했는데, 상업지에 비해 주택지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작지만 상승·하락 패턴 자체는 거의 일치한다. 도쿄 시내는 이미 전국의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이른 1991년보다 4년 전인 1987년 폭등세를 마무리하고 거의 정점에 이르러 1988년에 고점을 찍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듬해인 1989년 도쿄 시내 집값이 소폭 하락했으나, 1990~91년에 다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1988년의 정점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다음으로 한국의 수도권과 비슷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광역도쿄권 지가 추이를 보자. 광역도쿄권은 도쿄 23구와 근교 시나가와현, 지바현 등의 도시를 모두 포함한 지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은 상승폭이 도쿄 시내 23개 구에 비해 완만한 편이지만 비슷한 상승·하락 패턴을 보이고 있다. 1989년 상승이 주춤하다가 1991년까지 연속 2년 정도 완만하게 상승한 뒤 1992년부터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 23개 구의 상승분을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도쿄 23개 구가 상승한 뒤 외곽 지역의 지가가 뒤늦게 따라 올라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도쿄 외에 오사카·나고야 등 일본 6대 도시 및 그 외 도시 지역의 지가 추이를 보면 도쿄권과 달리 1990년까지 지속적으로 지가가 상승한 뒤 1991년 무렵부터 상승세가 꺾이다가 폭락한다. 도쿄의 상승이 마무리된 1988년 이후 다른 도시들이 뒤늦게 따라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자. 집값 상승기 때는 도쿄 외곽을 비롯한 전국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도쿄 23구의 패턴을 2년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올랐다. 그리고 도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빠지기 시작하자 다른 지역도 시차가 있지만 대체로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비유하자면, 용머리(핵심지역)가 치솟아오르면 용꼬리(비핵심지역- 지방)가 따라 오르다가 용머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용꼬리가 떨어지는 식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도쿄 23구를 서울 강남으로 보고, 광역도쿄권을 수도권으로 보면 한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2007년 초까지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은 폭등한 뒤 고점 상태에 있었다. 버블세븐의 폭등세가 마무리된 뒤 2008년 중반까지 경기도와 인천, 서울 외곽까지 급등세가 확산됐다. 이후 2008년 말 세계적 경제위기로 수도권 지역이 일시 급락했으나, 이후 주택 가격이 2009년 상반기부터 일정하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은 침체기를 그렸고, 그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방으로 주택 가격 오름세가 번져갔다. 처음에는 부산·대전 등 대도시로 번져가더니 이후에는 충남·경남·전북 등 대도시가 아닌 지역까지 번져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이런 지방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사이 서울 강남의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집값은 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진행돼온 과정이다. 일본에서 일어난 용머리·용꼬리의 상승·하락 패턴이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돼온 양상이다. 물론 이런 흐름이 향후 일본식의 급락세로 이어질지, 상대적으로 완만한 하락세의 지속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장기 대세 하락 흐름은 피해갈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향후 주택 가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이 점만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일순간에 꺼졌던 것은 아니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도 정점에서 3~4년가량 버텼지만, 결국 거품 붕괴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지금까지 진행돼온 과정만 보고서 한국에서는 일본식 폭락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미 국내 부동산 거품이 심각한 상태에서 부동산 거품을 키우지 않고, 하우스푸어를 양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나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은 큰 틀에서 내가 경고하거나 우려한 대로 흘러왔다. 그사이 나는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해 단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자고 제안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는 ‘연착륙’을 부르짖으면서도 사실상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정판이 얼마 전 청와대에서 장장 9시간여에 걸쳐 진행한 ‘끝장토론’ 직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분 완화와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었다. 자기 임기 안에만 가계부채, 부동산 거품 폭탄이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서 나온 임기응변적 대응이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폭탄을 다음 정권에 떠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는 더더욱 부풀어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광복절을 맞아 8월말까지 <프리미엄리포트> 회원으로 가입하시는 분들께 선대인소장이 집필한 <문제는 경제다>를 증정하는 행사를 실시하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http://www.sdinomics.com/community/bbs_view.html?bbs_id=notice&idx=8&pg=1

 

 

by 선대인 2012. 8. 15. 10:35

"억압 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뭐가 있겠는가." (미국 독립저널리스트 I.F. 스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우리에게는 현실의 가려진 허위를 벗기는 이성의 빛과 공기가 필요하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가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 없이는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고 리영희 선생님)

 

 

 

 

by 선대인 2012. 8. 15. 09:05

실수로 이 글을 열었으면 저의 트친들 대다수는 지금이라도 읽지 말고 닫아 주십시오. 그래도 궁금해서 이 글을 읽겠다고 생각하시면 읽으시되, 여러분들께 하는 말씀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엉뚱한 헛소리하는 일부 분들에게 제가 일일이 대응할 여력도, 시간도 없어서 이렇게 일괄해서 답변하는 건데, 대상을 구분해서 전달할 방법이 없네요.

 

이하 어제 문재인후보 출연 섭외 과정에 대한 제 트윗에 대해 수준 이하의 댓글을 보낸 분들에게:

 

제가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 했는데,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병신아, 정신나간 선대인, 찌질이, 초딩스럽다는 막말 멘션에 뜬금없이 오세훈과의 관계는 정리됐나?’라는 질문. 그리고 방송에서 농담으로 하는 얘기를 다큐로 받아서 두 사람의 구직방송으로 들린다고요? 여보슈, 우띨형님과 제가 할 일 없고쪽 팔리는 줄도 몰라서 방송에서 대놓고 대선 주자들한테 줄 댑니까?

그리고 하도 다구리를 붙길래 내가 지는 게 다른 트친들께 폐를 안 끼치는 거겠다 싶어 제가 오버했습니다...”라는 식으로 트윗까지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수준 이하의 막말을 일삼으며 덤벼드는 분들 좀 너무 하지 않나요제 트윗 읽어보면 이해가 안 됩니까? 제가 단순히 문후보 출연 안 한다는 걸 문제 삼나요? 정치공학적 이유로 출연 안 하는 것과 캠프측의 성의 없는 매너에 대해 제가 비판한 것 아닙니까? 제가 일부러 과도한 표현 삼가며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을 뿐인데 그걸 두고 억측이라느니, 지어냈다느니 하는 건 또 뭡니까? 제가 사감으로 없던 일을 지어낼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러면 저에 대해 그런 억측을 일삼는 님들은 뭡니까?

 

님들 하도 그러니 저간의 사정 소개하지요. 나꼽살팀이 대선후보들 시리즈 기획한 건 야권 주자들 하도 분위기가 안 뜨니 우리라도 그 분들 모셔서 분위기를 한 번 만들어보자, 그리고 언론의 단편적 보도 외에 유권자들이 후보의 생각과 비전을 육성으로 직접 들어볼 기회 없으니 그런 기회를 만들자, 그러면 막연한 느낌이나 언론의 단편적 보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후보의 구상을 직접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취지로 시작한 겁니다. 후보별로 접촉창구의 통일성을 갖기 위해 섭외는 주로 제가 맡았고요.

 

그렇게 후보별 일정 조율 위해 한 달여 전부터 네 후보 모두 동시에 섭외 들어갔습니다. 이미 출연한 앞의 세 후보는 섭외 시작한지 며칠 안에 다 실무자들과 연락돼 일정 조율 들어갔고요. 하지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감감 무소식. 그래서 제가 처음 연락 부탁했던 중간 인사 통해 거듭 부탁. 그 사람도 제가 캠프의 A씨에게 전달했는데, 아직 그 쪽에서 연락 안 갔나요?”라고 되묻더군요. 그래서 출연 날짜는 못 박지 않아도 되니 출연 여부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이후로도 몇 차례 부탁했는데도 여전히 소식이 없었죠. 그래서 또 다른 지인에게도 캠프쪽에 연락해달라고 부탁하고, 최근에는 우띨형님까지 나서 캠프와 접촉 시도. 하지만 여전히 답변은 없었습니다.

 

우역곡절 끝에 지난주 녹음 끝나고 제가 보는 앞에서 나꼽살 멤버중 한 명이 캠프의 A씨와 통화 성사. 그런데 통화 끝나고 A씨가 ‘one of them으로 비칠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지금까지 연락 없었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에 씁쓸했죠. 어쨌든 나꼽살 청취자들 위해 후보 출연이 급선무이니 최대한 설득하기로 생각하고, A씨가 내일 캠프에서 상의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한 말에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 다음날 A씨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최대한 문후보 모시기 위해 기획 취지 자세히 설명하고 후보의 구상을 많은 유권자에게 전할 기회이니 꼭 나와 주십사 부탁. A씨는 캠프 안에서 논의해보고 10분 후 전화 주겠다고 답변. 하지만 30분이 흘러도 다시 답변 없고, 어쩔 수 없어 제가 전화했더니 다시 금요일까지 논의한 뒤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문후보 출연 안 될 경우 나꼽살팀도 다음 주 방송 준비해야 하니 출연 여부를 금요일까지는 꼭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금요일 오후 늦게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서 제가 다시 먼저 전화했죠. 이 때도 회의중이라며 바로 통화 안 됐고, 한참 후 전화가 와서는 아직 논의를 충분히 못했으니 주말까지 또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이제 저희도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후보 안 나올 경우 대비해 주제 정하고, 게스트 섭외하고 내용 콘티 짜고 작가가 대본 구성하고 등등 할 일들이 많아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통로로 문후보 캠프쪽에 연락. 그 결과 정책팀쪽은 문후보에게 나꼽살 출연 응하자고 하는데, 공보팀쪽은 지금 응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반응이라는 전언을 또 전해 듣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토요일 저녁 사정상 이번에는 출연이 어렵고, 몇 주 미뤄 사정을 보자는 식의 A씨 문자가 왔습니다. 한 달여 동안 연락했던 사람에 대한 성의가 있지 몇 번을 미뤄가며 답을 준 게 겨우 문자 한 통이라니. 후보가 출연 안 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라면 직접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해주는 게 기본 예의 아닌가요?

 

여기까지가 전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단순히 문후보 출연 안 한 게 서운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사정에 따라 출연 안 할 수 있죠. 저도 제 사정 따라 출연 거부한 프로그램들 많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든 매너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과 관련한 문후보 캠프 대응은 솔직히 실망입니다. 한 달여 전부터 출연 가능 여부라도 알려달라고 했는데 묵묵부답이었고, 저희 의사 캠프에 전달된 뒤에도 캠프 담당자와 통화 한 번 하는 것도 그토록 어려웠습니다. A씨와 통화가 성사된 뒤에도 답변해주겠다는 시간을 어길 뿐만 아니라 미루기도 거듭했고요. 그리고 자세한 설명도 없이 거의 통보에 가까운 문자. 이명박대통령이 불통이라서 욕 먹고 있고, 그래서 다음 대선 후보의 주요 자질로 소통을 강조하는데 캠프가 외부와의 소통을 이런 식으로 하면 되나요?

 

그래도 이해하자면 이해할 수 있죠. 대선주자 캠프가 좀 바쁘겠습니까? 그런데 다른 후보 캠프는 안 바빴을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후보 캠프나 다 바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바빠서라면 좋은데, 앞서 소개한 A씨의 표현이나 전해들은 캠프내 반응을 보면 사실 지금 출연해봐야 득 될 게 없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이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물론 저는 문재인후보가 직접 이런 판단을 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아마 후보 본인은 전말을 잘 모를 겁니다. 그리고 저는 딴 건 몰라도 문후보 인품은 훌륭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후보라 할지라도 캠프 보좌진들이 이런 식의 대응을 하게 되면 후보가 오해를 받기 십상입니다. 후보가 일일이 대중을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캠프가 잘 움직여야 하는 겁니다. 일반 게스트라면 제가 이런 사정 밝힐 이유 없겠지만, 소통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시대에 유력 대선주자의 캠프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는 건 대략적으로라도 유권자들이 아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유권자가 알 가치가 있는 건 공개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트윗도 그런 취지로 한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건 깡그리 무시하고 제 멘션을 제대로 읽어보거나 이해하려고 하기도 전에 막말을 해대면 저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 없죠. 저에 대한 비판 의견 있으면 정중하게 비판하세요. 그러면 제가 수용할 건 수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막말 태클에 인신공격 들어오면, 피차 생산적 대화 안 일어나죠. 서로 매너 신경 좀 씁시다.

 

끝으로 어제 말씀드린 대로 저는 개인적으로는 문후보 인품에 호감 갖고 있고, 우리가 기획했던 이번 대선주자 시리즈의 취지상 문후보님이 나꼽살에 나와 청취자들께 자신의 구상 들려주시길 여전히, 강력히 희망합니다.

by 선대인 2012. 8.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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