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실수로 이 글을 열었으면 저의 트친들 대다수는 지금이라도 읽지 말고 닫아 주십시오. 그래도 궁금해서 이 글을 읽겠다고 생각하시면 읽으시되, 여러분들께 하는 말씀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엉뚱한 헛소리하는 일부 분들에게 제가 일일이 대응할 여력도, 시간도 없어서 이렇게 일괄해서 답변하는 건데, 대상을 구분해서 전달할 방법이 없네요.
이하 어제 문재인후보 출연 섭외 과정에 대한 제 트윗에 대해 수준 이하의 댓글을 보낸 분들에게:
제가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 했는데,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병신아, 정신나간 선대인, 찌질이, 초딩스럽다는 막말 멘션에 뜬금없이 ‘오세훈과의 관계는 정리됐나?’라는 질문. 그리고 방송에서 농담으로 하는 얘기를 다큐로 받아서 ‘두 사람의 구직방송으로 들린다’고요? 여보슈, 우띨형님과 제가 할 일 없고, 쪽 팔리는 줄도 몰라서 방송에서 대놓고 대선 주자들한테 줄 댑니까?
그리고 하도 다구리를 붙길래 내가 지는 게 다른 트친들께 폐를 안 끼치는 거겠다 싶어 “제가 오버했습니다...”라는 식으로 트윗까지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수준 이하의 막말을 일삼으며 덤벼드는 분들 좀 너무 하지 않나요? 제 트윗 읽어보면 이해가 안 됩니까? 제가 단순히 문후보 출연 안 한다는 걸 문제 삼나요? 정치공학적 이유로 출연 안 하는 것과 캠프측의 성의 없는 매너에 대해 제가 비판한 것 아닙니까? 제가 일부러 과도한 표현 삼가며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을 뿐인데 그걸 두고 억측이라느니, 지어냈다느니 하는 건 또 뭡니까? 제가 사감으로 없던 일을 지어낼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러면 저에 대해 그런 억측을 일삼는 님들은 뭡니까?
님들 하도 그러니 저간의 사정 소개하지요. 나꼽살팀이 대선후보들 시리즈 기획한 건 야권 주자들 하도 분위기가 안 뜨니 우리라도 그 분들 모셔서 분위기를 한 번 만들어보자, 그리고 언론의 단편적 보도 외에 유권자들이 후보의 생각과 비전을 육성으로 직접 들어볼 기회 없으니 그런 기회를 만들자, 그러면 막연한 느낌이나 언론의 단편적 보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후보의 구상을 직접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취지로 시작한 겁니다. 후보별로 접촉창구의 통일성을 갖기 위해 섭외는 주로 제가 맡았고요.
그렇게 후보별 일정 조율 위해 한 달여 전부터 네 후보 모두 동시에 섭외 들어갔습니다. 이미 출연한 앞의 세 후보는 섭외 시작한지 며칠 안에 다 실무자들과 연락돼 일정 조율 들어갔고요. 하지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감감 무소식. 그래서 제가 처음 연락 부탁했던 중간 인사 통해 거듭 부탁. 그 사람도 “제가 캠프의 A씨에게 전달했는데, 아직 그 쪽에서 연락 안 갔나요?”라고 되묻더군요. 그래서 “출연 날짜는 못 박지 않아도 되니 출연 여부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이후로도 몇 차례 부탁했는데도 여전히 소식이 없었죠. 그래서 또 다른 지인에게도 캠프쪽에 연락해달라고 부탁하고, 최근에는 우띨형님까지 나서 캠프와 접촉 시도. 하지만 여전히 답변은 없었습니다.
우역곡절 끝에 지난주 녹음 끝나고 제가 보는 앞에서 나꼽살 멤버중 한 명이 캠프의 A씨와 통화 성사. 그런데 통화 끝나고 A씨가 ‘one of them으로 비칠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지금까지 연락 없었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에 씁쓸했죠. 어쨌든 나꼽살 청취자들 위해 후보 출연이 급선무이니 최대한 설득하기로 생각하고, A씨가 ‘내일 캠프에서 상의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한 말에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 다음날 A씨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최대한 문후보 모시기 위해 기획 취지 자세히 설명하고 후보의 구상을 많은 유권자에게 전할 기회이니 꼭 나와 주십사 부탁. A씨는 “캠프 안에서 논의해보고 10분 후 전화 주겠다”고 답변. 하지만 30분이 흘러도 다시 답변 없고, 어쩔 수 없어 제가 전화했더니 다시 금요일까지 논의한 뒤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문후보 출연 안 될 경우 나꼽살팀도 다음 주 방송 준비해야 하니 출연 여부를 금요일까지는 꼭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금요일 오후 늦게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서 제가 다시 먼저 전화했죠. 이 때도 회의중이라며 바로 통화 안 됐고, 한참 후 전화가 와서는 아직 논의를 충분히 못했으니 주말까지 또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이제 저희도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후보 안 나올 경우 대비해 주제 정하고, 게스트 섭외하고 내용 콘티 짜고 작가가 대본 구성하고 등등 할 일들이 많아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통로로 문후보 캠프쪽에 연락. 그 결과 ‘정책팀쪽은 문후보에게 나꼽살 출연 응하자고 하는데, 공보팀쪽은 지금 응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반응이라는 전언을 또 전해 듣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토요일 저녁 ‘사정상 이번에는 출연이 어렵고, 몇 주 미뤄 사정을 보자’는 식의 A씨 문자가 왔습니다. 한 달여 동안 연락했던 사람에 대한 성의가 있지 몇 번을 미뤄가며 답을 준 게 겨우 문자 한 통이라니. 후보가 출연 안 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라면 직접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해주는 게 기본 예의 아닌가요?
여기까지가 전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단순히 문후보 출연 안 한 게 서운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사정에 따라 출연 안 할 수 있죠. 저도 제 사정 따라 출연 거부한 프로그램들 많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든 매너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과 관련한 문후보 캠프 대응은 솔직히 실망입니다. 한 달여 전부터 출연 가능 여부라도 알려달라고 했는데 묵묵부답이었고, 저희 의사 캠프에 전달된 뒤에도 캠프 담당자와 통화 한 번 하는 것도 그토록 어려웠습니다. A씨와 통화가 성사된 뒤에도 답변해주겠다는 시간을 어길 뿐만 아니라 미루기도 거듭했고요. 그리고 자세한 설명도 없이 거의 통보에 가까운 문자. 이명박대통령이 불통이라서 욕 먹고 있고, 그래서 다음 대선 후보의 주요 자질로 소통을 강조하는데 캠프가 외부와의 소통을 이런 식으로 하면 되나요?
그래도 이해하자면 이해할 수 있죠. 대선주자 캠프가 좀 바쁘겠습니까? 그런데 다른 후보 캠프는 안 바빴을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후보 캠프나 다 바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바빠서라면 좋은데, 앞서 소개한 A씨의 표현이나 전해들은 캠프내 반응을 보면 사실 ‘지금 출연해봐야 득 될 게 없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이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물론 저는 문재인후보가 직접 이런 판단을 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아마 후보 본인은 전말을 잘 모를 겁니다. 그리고 저는 딴 건 몰라도 문후보 인품은 훌륭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후보라 할지라도 캠프 보좌진들이 이런 식의 대응을 하게 되면 후보가 오해를 받기 십상입니다. 후보가 일일이 대중을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캠프가 잘 움직여야 하는 겁니다. 일반 게스트라면 제가 이런 사정 밝힐 이유 없겠지만, 소통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시대에 유력 대선주자의 캠프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는 건 대략적으로라도 유권자들이 아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유권자가 알 가치가 있는 건 공개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트윗도 그런 취지로 한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건 깡그리 무시하고 제 멘션을 제대로 읽어보거나 이해하려고 하기도 전에 막말을 해대면 저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 없죠. 저에 대한 비판 의견 있으면 정중하게 비판하세요. 그러면 제가 수용할 건 수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막말 태클에 인신공격 들어오면, 피차 생산적 대화 안 일어나죠. 서로 매너 신경 좀 씁시다.
끝으로 어제 말씀드린 대로 저는 개인적으로는 문후보 인품에 호감 갖고 있고, 우리가 기획했던 이번 대선주자 시리즈의 취지상 문후보님이 나꼽살에 나와 청취자들께 자신의 구상 들려주시길 여전히, 강력히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