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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경제의 밑바닥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대란이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자영업을 시작했건만, 장사는커녕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가 헤아릴 수 없다. 거의 쑥대밭이 되고 있다. 이미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 경기는 최악이다. 장사가 안 돼 문만 열고 있거나, 아예 장사를 포기한 자영업자들이 속출한다. 그런데도 거대한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영화에서 괴수에 쫓겨 막다른 절벽에 이른 군중들 같기도 하다. 뒤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데, 퇴로가 막힌 군중들이 계속 밀어닥친다. 앞쪽에서 밀려드는 군중들의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의 가장자리에 선 군중들은 버티다 못해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꼴이다.
지금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베이비부머들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선두세대가 50대 전반에 이르면서 대거 은퇴하고 있다. 이들 사정은 뻔하다. 기대 수명은 길어졌고, 자녀들은 대학생이어서 한창 학비가 들어갈 나이다. 그런데 어느날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직 살아갈 날은 많고, 돈 들어갈 곳은 천지다. 그렇게 직장에서 짐 싸고 나온 50대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자영업이다. 이미 기존 자영업자들의 시체가 즐비한 곳으로 말이다. 높은 부동산 임대료와 골목상권까지 파고든 재벌유통업체들의 횡포로 이미 자영업 기반이 붕괴한데 이어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인위적 저금리-고환율 정책으로 고물가로 자영업이 더욱 힘들어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추세는 향후 20~30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58~1971년 사이에 연간 100만 명씩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50대 은퇴기에 이르러 지속적으로 고용시장에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50대 연령대 인구가 2011년부터 700만 명을 넘어서 2023년 845.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에 가서야 다시 70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베이비부머 쇼크가 고용시장에 밀어닥친 2011년 수준의 은퇴 인구가 약 30년간 지속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 대란’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영업 증가로 겉으로 나타나는 실업률이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보며 ‘고용대박’이라고 떠들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서는 머지않은 시점에 50대 이후 노후세대들이 노후자금마저 바닥나 사회복지 서비스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른바 ‘자영업 푸어’가 되는 것이다.
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 같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자영업 및 서비스직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정책 전환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거품을 빼서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 법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권리금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또한 재벌 독식구조를 없애 산업생태계를 살아나게 해 중소기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교적 내실 있는 안정적 일자리들이 생겨나 생계형 서비스업이나 이미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은퇴자들을 흡수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재 SSM과 대형마트들의 입점 및 영업일 규제를 강화해 영세 서비스업과 자영업 기반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편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 및 가맹비 등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부당한 본사의 요구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자영업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한국 사회의 신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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