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경선 때 한명숙 대표 되는 것 반대, 박지원 최고위원 되는 것 반대했다. 내부 공심위원들 구성 비판했고, 김진표 원내대표 사퇴 요구했다. 민주당이 이리 될까봐 미리 경고한 거였다. 내가 졌다. 하지만 민주당도 졌다.

우려했던 대로 유종일 교수가 끝내 낙천됐다. 김진표, 박기춘 등은 버젓이 공천하고 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인 유종일교수는 낙천하는 민주당. 민주당이 말과는 달리 재벌개혁과 민생경제 살리기에 관심 없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민주통합당 지역 공천보다 더 황당한 게 비례 공천이다. 정대화(교육-사학비리), 박창근(환경-4대강), 이해영(통상), 이상이(복지) 등 입바른 소리하는 최고의 개혁적 전문가들이 다 떨어졌다. 민주당, 김진표 같은 썩은 고기 던져주고 유권자들이 왜 안 먹느냐고 하지 마라. 우리도 유종일 정대화 박창근 이해영 이상이 같은 신선한 고기 좀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게 그렇게 죄냐?

민주당이 이들 낙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재벌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사가 다수인 민주당이 시늉이 아니라 진짜 재벌 개혁할 것 같은 인사는 부담스러운 것, 둘째, 똑똑한 사람 들어와 자신들 컨텐츠 없음이 드러나는 게 두려운 것이다.

특히 경제권력 교체 의지 없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민주당 210여명 공천자 가운데 관료 출신 빼고 경제전문가는 홍종학교수 단 한 분. 한나라당에는 이한구, 유일호, 이종훈, 안종범, 나성린, 강석훈, 유승민, 최경환 등 경제전문가 즐비. 민주당, 새나라당에 맞서 새 경제 패러다임 만들 수 있나?

유홍준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정권교체부터 해야지 왜 경제권력 교체를 외치느냐고? 경제권력까지 교체해야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도 함께 이뤄진다. 정권 바꿨는데, 서민의 부를 재벌 배불리는 구조 그대로면 서민 삶이 뭐가 달라지나?

나는 항상 대다수 일반 가계 입장에서 모든 사안을 보려고 애써왔다. 그렇게 보면 진영논리, 정파논리에 희생당한 서민들의 아픔과 고통이 보인다. 민주당이 야권이라도 그 서민들의 아픔 챙기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기득권일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명박정부 심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심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민심의 지지 필요하고, 그러려면 민심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민주당은 그 반대의 길을 갔다. 이번 총선 패배하면 민주당 응분의 책임을 지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수십 년 시민운동 결과물 바탕으로 이번에 민주당 입성한 분들 정말 잘 하길 바란다. 시민운동 기반 다 까먹고 민주당 바꾸지도 못할 거면 당신들은 학생운동 결과물 바탕으로 들어가 또 다른 기득권이 된 정치권 486과 뭐가 다른가.

혁신과 통합 들먹이더니 혁신은 포기하고 통합에 급급해 민주당에 잡아먹힌 시민단체 간부들. 정치판 바꿀 것처럼 큰 소리 치더니 진짜 개혁할 전문가들 밀어내고 비례대표 상위순번 받으니 기분 좋은가? 당신들 좋은 사람들 그렇게 밀어냈으니 정말 잘해라




오늘 21일 저녁 7시 강남교보문고에서 <문제는 경제다>사인회가 있습니다.

실망이 클 때 함께 서로 격려하고 응원합시다. 감사합니다.

http://bit.ly/wMdRvb

by 선대인 2012. 3. 21. 11:19

 

알다시피 저는 최근 한 달 여 사이에 김진표 아웃, 민주당 혁신, 경제 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쳐왔습니다. 민심의 뜨거운 호응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많은 분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김진표는 아웃되지 않았고 민주당 혁신도,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공천 물갈이도 크게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제 총선이 한 달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외쳐온 주장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힐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합니다.

 

내가 김진표 아웃과 경제권력 교체를 외치는 이유

 

먼저 제가 김진표 아웃과 경제권력 교체를 외쳤던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말씀드릴 필요성을 느낍니다. 저는 올 초 녹음했던 나꼽살 9회에서 올해 제 소망을 말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집값, 땅값 대신에 사람값이 올라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정치권력 교체뿐만 아니라 경제권력까지 교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입니다.

 

이 소망은 단순히 올해만의 소망이 아닙니다. 제가 한국의 사회경제 현실에 눈 뜨고 난 뒤 줄곧 가져왔던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저는 노무현정부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기득권세력들의 거센 저항 탓도 컸겠지만 노무현정부가 이 과제를 해결할 정책과 인물 모두 준비돼 있지 않았던 탓도 컸습니다. 실망감이 컸습니다. 아마 그 실망감은 저만 느꼈던 게 아닌 듯합니다. 많은 이들이 2007년 대선에서 기권했고, 결국 이명박정부라는 민주화 이후 사상 최악의 불량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당시 저는 배가 고프다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격이라고 안타까워했지만, 결국 우리는 건설족의 수괴’ ‘세금으로 재테크하는 대통령을 뽑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에서뿐만 아니라 철저한 기득권 위주 정책으로 민생경제가 악화를 거듭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생경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그 추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출간한 <문제는 경제다>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듯이 한국의 사회경제는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소득 증가분 가운데 가계의 몫은 급감하고 재벌대기업의 몫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양극화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국민 80%의 빈곤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품은 엄청나게 부풀어 올랐고, 가계부채는 폭증에 폭증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되어 중소기업이 몰락하고 청년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실업난 등 고용 사정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습니다. 물론 이명박정부 들어와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정부 4년 동안 공공부채를 400조 원 가량 늘려 이 나라를 단시간에 빚더미에 올라앉게 했고, 재벌들은 이제 골목상권까지 짓밟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몰랐습니다. 아직 1987년 민주화의 열기가 남아있던 1990년에 대학에 입학했던 저는 당시 정치적 민주화만 진전되면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전 90년대 초중반까지는 느리지만 대체로 그런 흐름을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 시기에 한국경제는 견실한 경제성장을 했고, 소득격차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집값은 안정됐으며 젊은이들이 취직에 지금과 같은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쳐왔지만,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사회경제는 더 좋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외환위기 여파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자 이것이 새로운 추세로 굳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서민 정부라고 기대했던 노무현정부에서도 민생경제는 나아지지 않고 계속 후퇴했습니다. 알다시피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 등의 과제에서는 큰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반면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 양극화, 비정규직 급증, 사교육비와 비싼 대학등록금 등 민생경제는 이 기간에도 악화됐습니다. 물론 이명박정부는 이 두 측면 모두를 빠른 속도로 악화시킨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그래서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민생경제는 늘 위기였고, 서민경제는 늘 불황이었습니다.

 

왜 민주정부가 들어서 정치와 인권, 남북관계 등에서 커다란 진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민생경제는 오히려 후퇴하게 됐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가운데 조금씩 그 답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정권교체는 해봤어도, 재벌과 토건으로 표상되는 경제권력 교체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삼성 등 재벌들은 정부와 정치권, 언론, 사법기관, 국세청을 매수했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외피 속에서 대다수 국민의 의사와 이해에 반하는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경제정책의 수장들이나 핵심 참모들은 대부분 삼성장학생이나 낡은 개발연대의 관주도 방식에 익숙한 모피아 및 토건족 관료 출신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개혁을 부르짖고,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부르짖었지만 그 밑의 경제부총리와 건설교통부 장관들은 재벌들과 토건족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바빴습니다. 한국사회는 군부철권통치에서 벗어나 잠시 정치적 민주화의 해방구를 맛보았으나 건전한 민주공화국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재벌독식, 금권정치로 이행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한국사회는 크게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는 이명박정부 이후 크게 후퇴한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을 본 궤도에 되돌리는 과제가 있습니다. 둘째는 외환위기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민생경제를 개혁해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첫 번째 과제를 달성하는 것이 정치권력 교체라면 두 번째 과제를 달성하는 것이 경제권력 교체라고 저는 봅니다.

 

첫 번째 과제는 아마 지금의 야권이 집권한다면 큰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지난 집권시절에도 상당한 성과를 보였고, 향후 집권한다면 더욱 이 과제들을 심화해 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두 번 째 과제에 대해서는 저는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지난 한 달 여 동안 야권의 맏형격인 민주당이 보여 온 행태들을 보면 정말 이들이 집권한다고 해서 민생경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느낌을 갖게 됩니다. 특히 정치권이 지금까지 기울여온 노력들을 보면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에는 상당한 공을 들여왔고, 실제로 최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협상 타결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과제인 경제권력 교체에 대해 정치권이 그만큼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경제권력 교체를 목소리 높여 외쳐왔습니다. 정치권을 비롯해 대다수의 지식인들조차 첫 번째 과제에만 집중하는 상태에서 저 같은 사람이라도 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제가 김진표 원내대표의 사퇴, 이어 낙천 낙선을 주장해온 것도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제가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김진표 의원은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에 취임하면서 일성으로 법인세 인하를 내놓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철회하면서 재벌개혁을 포기하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줬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했던 장관이기도 합니다. 그는 또한 노무현 정부 초기 부동산대책에서 민간도 아닌 주택공사의 분양원가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사회주의적 조치라며 뿌리쳤습니다. 골프장 무더기 건설 등 부동산경기 부양책도 함께 추진했습니다. 이후 교육부총리로서 국립대 법인화에 시동을 걸었고,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상 경쟁을 방조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시절에는 한·FTA 추진을 적극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김 의원은 그 행태를 반성할 줄도 몰랐습니다. 민주당의 원내대표로서 그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가 질타를 받았는데도 한미FTA 비준과 관련해서도 여당과 합의문을 작성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고도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당내 강경파의 주장은 쇼라는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포기한 채 국회 등원을 주도했습니다.

 

저는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해 그의 공적 역할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지 개인적 사감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기득권의 본산인 새누리당에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그러면 야권에 기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야권의 맏형격인 민주당의 정책 혁신과 인물 혁신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경제정책통이고 직책상 당내 2인자격인 원내대표가 바로 모피아 정치인의 핵심인 김진표 의원입니다. 만약 김진표 의원으로 대표되는 모피아 정치인들과 이들에 의존하는 정치인들로 민주당이 다시 채워진다면 경제권력 교체는 어려워진다고 봅니다. 물론 잠시 개혁적인 것처럼 포장하겠지만, 거대한 경제기득권에 맞서서 민주당이 총력투쟁을 해도 어려운 판인데, 모피아 정치인이 중책을 맡는다면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민주당 안에 김진표 의원 한 사람만 문제는 아닙니다. 그 동안 경제민주화와 배치되는 행태들을 보여온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나 세금혁명당이 가진 영향력과 자원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경제권력 교체를 위해 핵심고리라고 생각하는 김진표의원의 낙천 낙선을 요구해 온 것입니다.

 

저에 대한 오해와 왜곡에 대하여

 

제가 이렇게 김진표 아웃과 민주당 혁신, 경제 민주화를 부르짖어온 데 대해 민심의 호응은 뜨거웠습니다. 2월 한 달 동안 트위터에서 18000여 회나 부정적으로 언급돼 가장 욕 많이 먹은 정치인으로 김진표 의원이 꼽힌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위키트리 기사 참조 http://bit.ly/wZGiYf )

 

이처럼 트위터 민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일부이지만 점점 저를 비판하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일정하게 일리 있는 주장들이 있었지만, 왜곡된 사실에 근거한 인신공격도 난무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제가 동아일보 출신이면서 지금의 민주당을 깔 자격이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동아일보에 들어가던 96년은 동아일보가 지금과 같은 꼴통 신문이 아닐 때였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외환위기 직후에 서울역에서 일주일 동안 노숙자 체험을 해 르뽀기사를 썼고, 99년에는 참여연대와 공동기획으로 공정과세로 가는 길시리즈를 주도했습니다. 지금의 동아일보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도였지만 당시에는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또한 저는 그 신문에서 열심히 정의의 필봉을 휘두르려 노력했고요. 그런데 재벌 광고주들에게 종속되기 시작한 동아일보는 점점 변질되기 시작해 조선일보 아류 신문이 돼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가 원하지 않았지만 정치부에 배치돼 한나라당을 출입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김대중정부의 조중동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한 편을 먹고 김대중정부와 싸우는 형국이 됐습니다. 저는 한나라당 출입기자인데다 막내기자다 보니 최전방 소총수처럼 굳은 기사를 도맡아 처리해야 했습니다. 지금 저를 흠집 내는 사람들이 주로 거론하는 기사들이 그 당시에 쓴 기사들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너무나 괴로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정의의 필봉을 휘둘러보고 싶었던 저로서는 마음의 상처와 자괴감이 너무 컸습니다. 당시에 우리 큰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가 10년 후 내가 쓴 기사를 볼 때 내가 당당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국제부에 지망해서 간 뒤 6개월 후 동아일보를 사직했습니다. 너무 대책 없이 퇴사했기에 이후 1년 반 동안 돈 한 푼 벌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자른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사직했다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일부러 실업보험 한 푼 타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한 때 동아일보에서 원치 않게 부끄러운 기사를 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 이유 때문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생계 벌이도 제대로 못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삶에서 최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기득권보다는 다수 국민 입장에서 활동해왔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그 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게 되었고, 특히 조중동 등 언론의 왜곡보도와 문제점을 누구보다 강력히 지적해왔습니다. 이런 역할 때문에 동아일보에 남아 있는 선후배와 동료들에게는 숱한 욕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진실을 알린다는 생각으로 노력해왔는데, 이런 식으로 인신공격을 당하니 서글픕니다.

 

동아일보 기자 경력 외에 제가 오세훈 시장 보좌진의 일원으로 일한 것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제가 한나라당 당원이었고, 오세훈 선거를 뛰고 들어갔다는 식으로 왜곡하던데 그런 사실 전혀 없습니다. 저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일 년 후 유학길에서 귀국해 전문가로서 스카웃돼 서울시에 들어간 경우입니다. 물론 한나라당 출입 기자 시절 당시 당내 소장개혁파로 분류됐던 그와 맺게 된 인연이 작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아파트 분양원가 심의위원회, 입찰제도 개혁, SH공사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장기전세 주택 등 제가 유학 가기 전 공저한 책에서 주문했던 정책들을 당시 오세훈이 추진한 데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이는 당시 노무현대통령도 높이 평가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당시 오세훈의 제의를 받고 함께 뜻을 나눴던 경실련 관계자 분들과 상의한 끝에 서울시 주택정책과 입찰제도 개혁 등을 통해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내면 그 자체로 사회에 큰 기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서울시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기존 관료들과 싸우면서 쓰레기시멘트 문제와 아토피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관심을 기울이게 했고, 뉴타운 재개발 지역이나 지하철 역사의 석면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조치를 취하는데 기여했습니다. 하나은행에 특혜 주는 식으로 변질되던 은평자사고 문제를 조금이나 개선하기도 했고, 성미산 개발을 막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또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에서 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원 가까이 아꼈습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건 2008년 총선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추가 지정을 막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이 부분은 나꼽살 17회 뉴타운 특집을 통해 자세히 밝히겠습니다.) 정말 그 시절에 관료들과 오세훈의 정치권 똘마니들과 싸워가며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낙 직후 오세훈이 줏대 없이 중앙정부에 영합하는 걸 보게 됐습니다. 늘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최선의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저로서는 서울시에 들어간지 일 년도 안 돼 미련 없이 나왔습니다. 그 뒤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10년 말 무상급식 논쟁을 계기로 오세훈을 본격적으로 공격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를 대인배라고 박수치다가 이제 와서는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비판하는 저를 오세훈 똘마니로 비난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인심의 변화가 험악함을 느낍니다.

 

이런 인신공격들로 시작됐던 저에 대한 공격은 결국 선대인=새누리당 프락치라는 악의적인 프레임 덧씌우기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저 스스로를 보수나 진보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정체성을 그렇게 한두 마디로 규정하는 것이 마뜩치 않고, 한국의 왜곡된 이념 논쟁과 편 가르기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저는 그 동안 수많은 글쓰기를 통해 저만의 시각과 소신, 원칙을 밝혀왔습니다. 굳이 표현한다면 제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들은 반재벌, 반토건, 친생활, 경제민주주의로 표현하는 게 좋을 겁니다. 실제로 그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줄기차게 부동산 거품 해소를 주장하고, 조세 정의와 재정지출 구조개혁을 부르짖어왔으며 재벌 개혁을 주장해온 것입니다. 또한 그런 맥락에서 저는 반이명박, 반새누리당, 반박근혜임은 명확합니다. 실제로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그 누구보다 강력하게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책을 각종 매체 등을 통해 가열차게 비판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방심했던 모양입니다. 제가 최근 한 달 여 동안 민주당 공천과정을 중심으로 비판한다고 해서 설마 새누리당 프락치라는 식의 악의적 공격까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가 그 동안 줄기차게 현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해온 것은 도외시하고 이렇게 몰아가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제가 새누리당 프락치라면 민주당 지도부 경선 때 모바일경선 참여를 그토록 독려하고, 민주당 지도부인 박영선, 문성근, 이인영 후보와 정책협약까지 맺었겠습니까? 또 청년유니온과 함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을 지원하고, 녹색당과 청년당의 멘토 역할을 맡았겠습니까? 정말 모든 것을 정치적 피아로 나눠서 우리 쪽을 비판하면 적군이라는 식의 이런 이분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 정권 교체를 왜 합니까? 저쪽 정치 엘리트들을 이쪽 정치 엘리트들로 교체해서 그 사람들이 권력 나눠먹으면서 떵떵거리는 것 보고 싶어서 하는 겁니까? 대다수 국민들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하는 것 아닙니까? 거기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일 때는 당연히 민주당이라 하더라도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좀 더 민심에 부합하는 조치들을 내놓으라고 말입니다. 물론 그 비판을 가하는 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찬 전 총리 등 일부 분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표현을 쓴 적이 몇 차례 있었고, 그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저의 비판은 정당했으며 저의 이 같은 노력을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을 돕는 것 아니냐?’결과론적 프락치론도 나옵니다. 그런 분들에게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제가 가락시영 종상향 결정 때를 제외하고 제가 박원순시장님에 대해 비판하는 것 보셨습니까. 오히려 박시장님을 자주 칭찬하거나 옹호했고, 실제로 각종 공식,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서울시정을 돕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저는 지난 연말에는 민주당을 정책적으로 돕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제대로 해보십시오. 왜 저나 수많은 트위터리안들뿐만 아니라 이른바 진보 매체인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조차 비판하겠습니까? 문제의 근원이 민주당의 쇄신 부족과 나눠먹기식 소탐대실형 공천에 있는데, 문제의 근원은 보지 않고 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을 나무라는 격입니다. 비판을 하면 오히려 문제의 근원은 보지 않고 조중동 프레임에 놀아난다며 비판을 무력화하기 바쁜 분들도 계십니다. 기득권 언론의 문제점은 제가 누구보다 강력히 비판하는 사람이지만, 모든 문제를 그렇게 치환활 수 있습니까? 분명히 지금의 민주당이 개혁을 바라는 뜨거운 민심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 근본 문제 아닙니까? 제가 그렇다고 지금의 민주당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겁니까? 민주당 스스로 재벌개혁, 탈토건, 조세 정의, 복지 강화, 탈원전 등을 강령으로 내걸었고 그 가치와 정체성에 부합하는 인물들을 공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인물들은 제대로 공천하지 않고 김진표와 같은 모피아 정치인이나 박기춘 의원과 같은 토건족 정치인을 공천하니 비판한 것 아닙니까?

왜 민주당만 비판하느냐고 하는데,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제 비판의 주대상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입니다. 물론 최근 민주당 비판에 치중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경제권력 교체를 염원하는 제 입장에서는 현 국면에서 민주당의 공천 개혁이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같은 시기에 새누리당 비판을 좀 더 많이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제가 했던 민주당 비판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저는 개인 선대인이기도 하지만, 풀뿌리 정치압력조직을 지향하는 세금혁명당 대표이기도 합니다. 정치압력조직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쳐 정책의제를 관철하려는 조직입니다. 세금혁명당의 역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한된 힘으로 최대한 효과를 얻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솔직히 공천 개혁 과정에서 저나 세금혁명당이 떠든다고 한나라당이 콧방귀나 뀌겠습니까? 그나마 정권교체와 함께 경제권력 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민주당의 공천 개혁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민주당이나 그 열렬한 지지자들에게는 불쾌할 수도 있겠으나 세금혁명당의 활동 방향과 정체성을 생각하면 결코 무리한 활동이 아닙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면 이제 남은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겠죠. 민주당이 민심을 수용해 김진표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김진표 의원은 공천됐고, 이제 총선일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야권연대협상에서도 김진표 의원은 야권 단일 후보로 인정된 상태입니다. 현실적으로 김진표 의원이 당선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 상태를 가정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많은 선의를 가진 분들도 이 같은 구체적 고민에 부닥치게 된 것 같고, 저도 며칠 동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많은 분들께서 제가 무소속으로 김진표 의원 지역구에 출마해 대안이 되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지나친 활동입니다. 많은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돼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저자와 연구자로서, 그리고 세금혁명당 대표로서, 나꼽살 진행자로서 살고 싶습니다. 이 역할들이 매우 중요하며 이 역할들을 통해 저는 훨씬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김진표 의원의 낙선을 기대합니다. ‘그래도 새누리당 의원이 되는 것보다는 김진표가 낫지 않겠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최악보다는 차선 또는 차악이라도 골라야 한다는 논리죠. 저도 그 동안 늘 비슷한 말씀드려왔고,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번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김진표 의원이 최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새누리당 의원이 이기면 새누리당 의석 한 곳이 늘고 민주당 의석 한 곳이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이 이겨 19대에 입성하면 김의원은 민주당의 중책을 맡아 새누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방향으로 당을 이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반인들은 직접적인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치인들의 해악은 잘 알지만 잘못된 정책방향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해악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자의 해악이 훨씬 큽니다. 당장 김진표 의원이 경제부총리로서 부동산 거품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생겨난 가계부채 문제와 재벌독점 강화로 인한 서민경제의 위축, 사립대 등록금 방치로 인한 학부모와 청년세대의 고통을 생각해 보십시오. 잘못된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함으로써 투기자본에 빼앗기는 4조원대 이상의 국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로 인한 해악은 너무나 큰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도 김진표 의원은 지금이라도 공천 반납은 물론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저는 봅니다.

 

더구나 김진표 의원은 일개 의원이 아닙니다. 민주당 내부 공심위원들이 대부분 김진표 영향권 안에 들어 있고, 이해찬 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 등이 감싸고도는 민주당의 핵심입니다. 숱한 정치인들도 떨어지는데, 수원의 인접 지역구에는 그의 보좌관 출신이 공천받은 것도 그의 힘을 보여줍니다. 그런 사람이 19대에 입성해 말로는 개혁을 내걸면서도 실제로는 민생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민주당을 이끌고 갈 경우의 해악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김진표 낙선운동은 계속돼야 합니다. 앞으로도 쭈욱~. 이게 저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이미 총선유권자네트워크에서 발표한 낙선자 명단을 보면 새누리당 대다수 후보들과 함께 3개 단체 이상에서 유일하게 낙선대상으로 꼽힌 야권 인사가 김진표의원입니다. 그만큼 김진표의원 낙선에 대한 여론은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만약 김진표의원이 이번에 당선된다면 저는 19대 국회에서도 그가 중책을 맡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가열찬 비판을 지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향후에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데 치중할 생각입니다. 사실 야권연대 협상이 타결되고 각 지역별 대진표가 윤곽을 잡아가는 시점에 그렇게 할 계획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수도권 모피아와 토건족들의 핵심인 정몽준, 홍준표, 구상찬, 서장은, 이종구 등에 대해서는 집중 낙선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반면 유종일, 최재천, 정동영, 이종걸, 천정배, 노회찬, 심상정, 이정희 의원 등에 대해서는 집중 당선운동을 펼칠 생각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제가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고,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원내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녹색당과 청년당, 진보신당 등의 선전도 기원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어제 점심 때 과거 금융감독원에서 일했던 한 분을 만났습니다. 삼성생명 상장에 반대했다가 상부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그 분 말씀이 삼성생명 상장을 반대하니 온갖 곳에서 압력이 오더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쫓겨나다시피 나온 뒤로 그는 세상을 자꾸 냉소적으로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책도 정책이지만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정책 잘 만들어 놔봐야 관료나 위정자가 악용하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망은 빨리 돈을 벌어서 재벌에 놀아나지 않는 학자나 법조인, 언론인 등 전문가 그룹들을 후원하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이 증언하듯이 지금 이 나라는 곳곳이 재벌들에 장악돼 손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은 여야 정치권 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전담 마크맨을 두어 평소에 물 샐 틈 없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경제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도 해소하지 못했는데, 재벌독식구조로 서민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201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몰아닥치게 됩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야권도 그 절박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찬이나 문재인, 문성근 같은 분들이 임종석 사무총장의 사퇴는 요구하면서도 김진표 의원의 사퇴는 요구하지 않는 게 방증이라고 봅니다. 또 재벌 개혁을 내세우면서도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위원장인 유종일 교수나 노무현정부에서 삼성에 휘둘리지 않았던 법무장관인 천정배 의원의 지역구를 아직도 결정하지 않고 내돌리고 있는 현실이 이를 웅변합니다. 제가 모르면 몰랐지 이 같은 현실을 아는 사람으로서 지금 하는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 때까지 경제권력 교체를 외칠 것입니다.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경제권력 교체를 병행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10년 후 멕시코형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빌게이츠는 그 유명한 창조적 자본주의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30년 후 당신이 직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현장에서 직접 이 연설을 들으며 벅찬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그 마음 그대로 불평등에 맞서는 활동가로서 앞으로도 저는 살아갈 생각입니다. 제발 저의 충정을 이해해주시고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2. 3. 13. 15:50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에게 필요해서이거나 아니면 투자(또는 투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후자의 이유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세 하락기에는 후자의 이유로 부동산을 살 이유와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물건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빚을 내서 집을 사면 큰 코 다친다.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지만, 그래도 아직 빚을 내서 집을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거품기의 저금리 시대와는 다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서 정책 당국이 억지로 눌러 놓은 저금리다. 하지만 향후 경제위기가 전개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 금리와는 별개로 시장 금리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길게 보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는 동안에는 상당 기간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다달이 수십만~수백만 원씩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사두면 파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가 아니라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함을 잊지 말라.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살이의 불편함만 강조되고 주택 보유와 거래 등에 따른 비용은 무시됐다. 비용이 발생해도 그보다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 닿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정부 때는 역주행했지만, 향후 한국의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는데 세원은 부족해 어떤 식으로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투기적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진 채 불편한 아파트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투기적 욕심이 충족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오히려 그 같은 집을 자비로 수리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집은 소유해서 시세 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한국 언론의 잘못된 왜곡 보도로 여전히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오산이다.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일정하게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5~10년 정도의 소득을 미리 당겨다가 부동산을 사버린 상태다. 더구나 향후 인구감소 시기와 맞물리는 대세 하락기에는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되면 자동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집을 사려는 많은 이들이 2006년 말 또는 2008년 중반의 꼭짓점 가격을 심리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때 못 샀던 사람들이 그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수도권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까지 내려온 정도밖에 안 된다. 장시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추가로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착시 효과 때문에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십수 년에 걸쳐서 집값이 몇 분의 1로 떨어진 지역이 수두룩하다. 정말 실수요인 경우에도 집값은 충분히 흥정한 다음 사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집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샀던 과거의 가격이나 고점 때 가격을 자기 집 가격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미 5억 원 이상에서는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인데, 자신이 7억 원에 집을 샀으니 내 집값은 7억 원이라고 우기는 경우다. 그 집에서 계속 산다면 문제가 없지만 집을 처분하려 할 때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 더구나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서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담긴 매도 호가에 근접한 시세를 게시한다. 그래서 더더욱 집주인들의 착각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정말 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마라.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다. 사실은 투기 열풍이 불어서였지만 조그만 개발 호재나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계를 갖다 대도 올랐다. 그래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빙자한 선동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 하락기에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가계 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 데도 필수적이다.

 

10. 언론의 거짓 보도에 속지 마라.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심지어 정도는 약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부동산 관련 기사조차)은 일반 가계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건설업체의 입장이나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언제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베스트셀러 <문제는 경제다> http://bit.ly/wMdRvb

by 선대인 2012. 3. 12. 14:47



생각해 보니 제 새 책 <문제는 경제다>가 출간됐는데, 제 블로그에 그 사실을 한 번도 제대로 소개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이미 아실 분들 계시겠지만, <문제는 경제다>가 과분하게도 출간 첫 주에 교보문고 종합 5위와 예스24에서 8위에 올랐습니다. 그 동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아래에 <문제는 경제다>의 머릿말로  제 책 소개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이 글 보시는 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이 책 원고를 쓰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책을 쓰기 위해 분석한 많은 데이터들 때문이다. 데이터는 그냥 보면 숫자의 집합에 불과하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이 무미건조한 데이터들의 이면에는 한국경제의 참혹한 현실이 숨어있다. 어느 날 회사에서 느닷없이 쫓겨난 실업자들의 절망, ‘미친 등록금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눈물, 치솟는 집값에, 또는 전세난에 불안해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시름, 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의 절규, 소득은 주는데 뛰는 물가에 전전긍긍하는 가정주부들의 한숨,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의 고독,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도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내부식민지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하소연, 동네 골목상권까지 장악해 버린 재벌 유통업체들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분노...이 모든 참상이 책을 쓰는 내내 한겨울 삭풍처럼 나의 마음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리고 수없이 분노했다. 혼잣말로 쌍욕을 하기도 했다. 이 참혹한 배경 위에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재벌들이 온갖 특혜를 받고도 여전히 가계와 하청기업들의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파렴치함에, 이들에 대한 특혜를 남발하면서도 오뎅쇼등으로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이명박정부의 기만적 행태에, 서민들의 분노와 아픔, 절규에 대해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과 무기력과 탐욕에, 그리고 대기업 광고주들의 광고에 목을 매 1% 기득권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언론들의 사태 왜곡과 본질 호도에 분노했다.

하지만 슬픔과 분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참혹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제대로 알아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미래도 전망할 수 있고, 그 미래를 바꿀 단서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현실 진단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바꿀 희망의 근거들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비극으로 시작하지만 희극으로 끝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미래를 희극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쓴 목적과 방향은 네 가지다.

첫째, 재벌들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언론들이 왜곡하는 한국경제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언론매체는 늘어나지만 선량한 대다수 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묻히고 있다. 서민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한국경제의 생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거듭된 정책실패가 쌓이고 쌓여 한국경제가 큰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 가계들은 이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이 위기를 경고해 일반 가계가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셋째, 지금까지 정치권력의 교체는 있었지만, 경제권력의 교체는 없었다.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경제권력 교체를 위해 한국경제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

넷째, 지난해 11월부터 팟캐스트 라디오방송 나는 꼽사리다에 참여하면서 현실의 한국경제를 잘 알 수 있는 책을 써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 그 같은 청취자들의 요청에 부응해 최대한 현실의 한국경제 입문서 역할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미국의 저명한 독립 저널리스트인 I. F. 스톤의 글을 인용하며 머리말을 맺고자 한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by 선대인 2012. 3. 10. 12:04

 

안녕하세요. 선대인입니다. 평소 저를 격려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최근 김진표 아웃과 민주당 혁신 부르짖으니 기본적인 사실까지 왜곡하며 저를 악의적으로 인신공격하는 분들도 눈에 띕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나 총선, 대선에서 전략적 방향에 대해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이 계실 테고, 거기에 대한 논리적 비판은 저도 얼마든지 수용할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 대한 잘못된 사실에 바탕을 둔 인신공격은 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됩니다.

 

그 가운데 제일 심각한 것은 요새 동아일보 같은 수구신문에서 일했던 제 경력을 거론하는 것입니다. 제가 동아일보에 입사한 게 1996년입니다. 당시 동아일보가 지금과 같은 수구신문이었을까요? 동아일보는 80년대말, 90년대 초까지는 이 땅의 민주화를 선도하던 신문이었고, 대표적 야당지였습니다. 저는 고교시절부터 그런 동아일보를 읽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와서 동아일보 논조가 조금씩 변한다고 느끼면서도 동아일보에 꽤 기대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대학에서 연세대 교지를 만들면서 저는 언론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졸업 당시 저는 한국 언론의 주류를 바꿔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동아일보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동아일보는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화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신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드시겠지만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동아일보에서 제가 한 역할 아니겠습니까? 저는 동아일보 기자시절 한국기자협회상을 여러 번 받았는데

1. 외환위기 이후 서울역에서 노숙자 체험 르뽀

2.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양 사연

3. 공정과세로 가는 길(참여연대와 공동 기획) 과 같은 기사들이었습니다.

 

지금의 동아일보 같으면 1, 3의 기사는 아예 실리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기자로서 그런 일들을 했습니다. 이처럼 저는 사회부 때까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데스크와 싸워가며 자랑스러운 기사를 많이 썼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나꼽살에서 밝힌 대로 삼성의 편법 상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가 통째로 날라가는 등 아픔과 좌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부에 가서입니다. 저는 사실 정치부를 원하지 않았는데, 사회부에서 능력을 인정받다 보니 동아일보의 전통상 정치부 막내기자로 발탁됐습니다. 더구나 제 고향이 경북경산이다 보니 제가 원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을 출입하게 됐고, 한나라당 안에서는 영남권 꼴통 의원들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런 꼴통 정치인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 정치부에서도 다른 기자들이 소홀히 하는 예산 기사를 많이 발굴해 특종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지방교부금 가운데 특별교부금의 사용 내역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정부의 조중동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그런 역할로 스스로를 위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당시에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한 편을 먹고 김대중정부와 싸우는데, 저는 한나라당 출입기자인데다 막내기자다 보니 최전방 소총수처럼 굳은 기사를 도맡아 처리해야 했습니다. 지금 저를 흠집내는 사람들이 주로 거론하는 기사들이 아마도 그 당시에 쓴 기사들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정말 너무나 괴로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정의의 필봉을 휘둘러보고 싶었던 저로서는 마음의 상처와 자괴감이 너무 컸습니다. 당시에 우리 큰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가 10년 후 내가 쓴 기사를 볼 때 내가 당당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국제부에 지망해서 간 뒤 6개월 후 동아일보를 사직했습니다. 너무 대책 없이 퇴사했기에 이후 1년 반 동안 돈 한 푼 벌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자른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사직했다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일부러 실업보험 한 푼 타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한 때 동아일보에서 원치 않게 부끄러운 기사를 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 이유 때문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이렇게 나온 게 그렇게도 잘못한 것입니까? 그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금도 동아일보에 남아서 온갖 왜곡기사를 쓰고 있어야 되는 겁니까? 솔직히 입장 바꿔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들 같으면 처자식이 있는데 양가 부모님과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름대로 사회에서 대우받는다는 직장 때려치울 수 있습니까?

 

그렇게 제 나름대로 양심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시절을 거쳐 왔는데, 지금 동아일보의 수구 기득권 이미지를 저에게 덧씌워 비난하니 정말 야속합니다. 애초부터 동아일보 들어간 제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동아일보는 신문기자를 지망하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던 신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던 많은 기자들이 외환위기 이후 동아일보가 재벌광고주에 영합하는 조선일보 아류가 되면서 2000년대 초반 동아일보를 떠났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한 명이고요. 당시 사정은 제 연배의 기자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 기자들이 모두 판단력이 모자라 동아일보를 선택했던 것일까요? 제발 비판을 하더라도 구체적 맥락을 좀 알고 비판해주세요.

 

동아일보 기자 경력 외에 제가 오세훈 시장 보좌진의 일원으로 일한 것을 문제삼기도 하더군요. 심지어 일부에서는 제가 한나라당 당원이었고, 오세훈 선거를 뛰고 들어갔다는 식으로 왜곡하던데 그런 사실 전혀 없습니다.

 

저는 2004년부터 2005년 유학길에 오르기 전까지 미디어다음 취재팀에서 부동산문제 등에 천착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기자 시절 알던 오세훈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변호사로 일할 때 회사가 근처여서 몇 번 밥을 같이 먹으며 다시 친분을 맺게 됐습니다. 저는 2005년 여름 유학길에 오르기 직전 경실련의 김헌동 단장님과 함께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라는 책을 썼고, 당시 출판사를 통해 오세훈에게도 한 권을 보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사실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늦깎이 유학을 간데다 공부 양이 너무 많아 다른 생각을 잘 하기 힘들 때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유학 가 있는 동안 그는 덜컥 시장이 되더군요. 그리고 유학 도중 서울시청에 출입하던 후배 기자한테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와 김헌동 단장이 공저한 그 책이 서울시 간부들의 필독서가 됐다는 겁니다. 웬 일인가 해서 알아봤더니, 이 양반이 임기 초반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아파트 분양원가 심의위원회, 입찰제도 개혁, SH공사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장기전세 주택 등 제가 책에서 주문했던 정책들을 추진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출범 당시 크게 기대했으나, 5년 내내 공공부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하지 못했던 노무현정부에 크게 실망해 있던 저는 당시 오세훈의 움직임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차에 오시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서울시 주택정책을 비롯해 정책 전반을 도와주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던 저로서는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제가 기자로서 가졌던 문제의식, 그리고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한 내용들을 서울시라는 무대에서 실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특히 서울시 주택정책과 입찰제도 개혁 등을 통해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내면 그 자체로 사회에 큰 기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미디어다음에서 9개월 만 더 일하면 행사할 수 있었던 스톡옵션도 포기하고 서울시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기존 관료들과 싸우면서 쓰레기시멘트 문제와 아토피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관심을 기울이게 했고, 뉴타운 재개발 지역이나 지하철 역사의 석면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조치를 취하는데 기여했습니다. 하나은행에 특혜 주는 식으로 변질되던 은평자사고 문제를 조금이나 개선하기도 했고, 성미산 개발을 막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또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에서 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원 가까이 아꼈습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건 2008년 총선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추가 지정을 막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이 부분은 조만간 뉴타운 특집을 통해 자세히 밝히겠습니다.) 정말 그 시절에 관료들과 오세훈의 정치권 똘마니들과 싸워가며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낙 직후 오세훈이 줏대 없이 중앙정부에 영합하는 걸 보게 됐습니다. 늘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최선의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저로서는 서울시에 들어간지 일 년도 안 돼 미련 없이 나왔습니다. 그 뒤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10년 말 무상급식 논쟁을 계기로 오세훈을 본격적으로 공격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를 대인배양심선언등등으로 추어주더니 이제 와서 민주당을 비판하니 저를 오세훈 똘마니로 비난하니 정말 인심의 변화가 험악함을 느낍니다.

 

이밖에 제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인지 선대인이 10년 전부터 부동산 폭락을 주장했다는 식으로 흠집 내는 분도 있는 모양입니다. 김헌동 단장과 함께 쓴 책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지, 예측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의 저로서는 부동산시장을 전망할 만한 실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유학 시절 끝 무렵인 2007년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점점 내연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위험을 감지했습니다. 한국 부동산시장도 위험하겠다 싶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온갖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부동산시장도 상당히 위험하겠다 싶어 2008년 중반부터 부동산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겁니다. 실제로 2008년의 급락기를 비롯해 부동산 대세하락은 진행되고 있고요.

 

어쩌다 보니 제 인생 얘기를 늘어놓게 됐네요.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니 저도 꽤 유명해졌나 봅니다.^^ 어쨌든 저는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저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방이 나올 때는 시간이 지나면 제 진심을 알아주겠지 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제가 직접 설명하는 글을 쓰게 된 겁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저는 정치권력의 교체뿐만 아니라 경제권력의 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소위 민주화 정부가 들어섰다는 데도 민생경제가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은 재벌과 토건족을 핵심 축으로 하는 경제권력이 바뀌지 않은 때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꼽살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고, 최근 출간한 저의 졸저에서 소상히 밝혔습니다. 제가 그 동안 써온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누구보다 강력히 반이명박, 반새누리당 입장을 견지해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지금의 야권을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최대한 야권이 환골탈태해 경제개혁까지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정권교체를 단순히 이명박정부에 복수하기 위해서거나 야권의 정치 엘리트들이 떵떵거리는 걸 보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대다수 서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구조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하기 위한 거잖아요. 저는 그런 관점에서 세상을 봅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요즘 제가 민주당을 더 비판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도와주는 것 아내가고 보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저뿐만 아니라 주요 야권 언론이 비판해도 민주당의 행태가 잘 바뀌질 않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민주당 개혁을 압박할 수 있을 때 압박해야 한다고 믿는 겁니다. 저는 민주당을 최대한 압박해서 변화하게 하는 것이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지지를 높여서 궁극적으로는 정권 교체에도 도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에 최근 한 달여 동안 민주당을 집중 비판해 온 겁니다. 지금은 그렇게 해야 할 때라고 믿으니까요. 이렇게 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개혁 요구가 높을 때도 개혁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언제 개혁하겠습니까? 그리고 잘 하고 있으면 제가 왜 민주당을 비판합니까? 제가 가락시영 종상향 때를 제외하고 박원순시장 비판하는 것 본 적 있습니까? 오히려 대체로 늘 칭찬하는 편입니다. 일반 서민들을 위해 제대로 일한다면 제가 절대 비판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정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의 삶이 제 기준이니까요.

 

그리고 제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앞으로 여야 총선 대진표가 나오면 저도 기본적으로는 야권이 한 석이라도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김진표는 이미 공언했듯이 예외가 될 겁니다. 야권 전체에서 7~10명 정도를 선정해 지지운동을 강력히 펼치겠지만, 조세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세금혁명당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적어도 김진표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최근 총선유권자넷이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들과 함께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세 번 이상 김진표를 낙선대상으로 지목한 것과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지금까지 말씀드린 저의 생각에 동의 안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제 생각에 대해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듣겠습니다. 하지만 제발 저에 대한 허위 사실을 근거로 인신공격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저는 김진표를 공격할 때도 그가 공직자로서 행한 정책과 행보를 근거로 비판하지 그의 부인이 삼성 비서실 출신이니, 어떤 교회에 다니니 이런 사실로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제가 나름대로 민주당 쪽에 인맥이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그동안 비판해온 내용은 나름대로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한 얘기였지, 결코 단순한 인상만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제가 많이 참아서 그렇지 민주당 안의 구체적 행태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에서 마련한 많은 재벌개혁안들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손을 거치며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또 김진표나 박기춘이 경기도당위원장을 하면서 민주당 도의원들을 통해 경기도의회 예산을 엉뚱한 사업들에 배정토록 한 사실 등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일일이 다 말씀을 못 드릴 뿐이지요.

 

이렇게 설명 드렸는데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엠엘비 파크에서 공개 토론회를 열어 주십시오. 315일 이후 어느 때라도 좋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 신상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올해 두 번의 선택을 앞두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의견을 나눠도 좋겠습니다. 의견 알려주십시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2. 3. 9. 03:42
최대한 오류와 오탈자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지만 그래도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네요.
내일 인쇄들어가는 5쇄부터 아래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죄송하지만 1~4쇄까지는 아래 내용을 참고로 해서 읽어주십시오.
그리고 추가로 오탈자 등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1. 37쪽 중간 : 2011년 3분기에는 18억 원 -> 18조 원

2. 70-71쪽 : 설명부분에서 A를 B로, B를 A로

3. 113쪽 : 2011년 현재 281조원->1281조원

3. 189쪽 마지막줄 : 제일기획의 둘째 딸인 -> 이건희회장의 둘째 딸인
by 선대인 2012. 3. 8. 02:28

안녕하세요. 선대인입니다. 어제 백분토론 시청하시고 많은 응원과 격려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제 토론 마무리하면서 \\'정치권력과 함께 경제권력의 교체도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한된 시간이다 보니 충분한 말씀 못 드렸는데, 이 글 통해 그 의미를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

 

 

한국 경제를 보는 이웃의 걱정이 대단하다. 겉으로는 건실하게 성장하는 듯싶으나 속으로 곪아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략) 그중에도 재벌에 대한 정부 통제력의 약화, 재벌의 부동산 투기, 이로 인한 근로자의 사기 저하, 물가 및 임금상승에 따른 국제경쟁력 약화 등을 문제로 지적한 것은 정곡을 찌른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한두 가지 덧붙인다면 그 첫째는 성장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의 확대이고 이어 절대 빈곤층을 상징하는 달동네가 아직 너무 많이 산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중략) 그럼에도 이 문제가 우리 경제의 암적 요소임에 틀림없는 것은 빠른 시간 내 졸부 탄생, 이를 부추긴 것과 다름없는 금융정책과 부동산정책 등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 의욕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중략) 특히 재벌 기업들이 이에 앞장선 것은 경제 자율화를 내세운 정부 통제력이 약화된 데 기인한 것이 틀림없다. 이제 한국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자명하다. 우선 자율에는 적정한 책임이 뒤따르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정거래나 독과점 규제가 그동안의 소홀함에서 벗어나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부도덕한 기업주나 기업에 자율이란 명분이 통할 수 없게 해야 한다. 또 적절한 제조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투자 재원 마련하기 위해 자금 관리에 보다 철저하기 바란다. 이는 곧 기업의 부동산투기를 근절시키고 보유 중인 비업무용 부동산의 과감한 처분과 연결된다. 재산세를 강화해 부동산 보유가 손해라는 사실이 전반적으로 사회에 인지되어야 하리라 믿는다. 덧붙여 은행돈이 부동산 매입이나 재테크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 이를 과감히 회수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정책의 기본을 소득 격차 시정에 두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이하 생략)

 

<동아일보> 1991년 4월 9일자 사설 “이웃의 비판에 겸허해야”에서

 

인용한 사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1990년대 초반까지 <동아일보>의 논조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보적이었다. 지금은 친재벌 기득권 신문인데 그때는 지금의 <한겨레> 못지않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물론 <동아일보>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조금씩 변하더니 외환위기 이후로는 급속히 전향(?)하고 말았다. 한편 서글픈 것은 <동아일보>에서 비판하는 재벌과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점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된 형태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힘에 관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폴 크루그먼이 《미래를 말하다》에서 진단했듯이 정치적 변화가 소득 격차 등 경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폴 크루그먼은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행정부가 실시한 비교적 평등한 소득 분배가 그 후로도 30여 년 이상 지속되어 1970년대까지 미국의 고성장 및 소득격차 축소 시대를 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1970년대부터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이 부상하고 평등을 장려하던 사회 규범과 제도가 무너지면서 1980년대부터 미국 사회에서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심화됐다는 것이다.

 

나는 1987년 이후 한국 경제의 흐름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87년 민주화 투쟁기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동아일보>는 199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영향력 1위의 언론매체였다. 그런 <동아일보>가 앞서 본 것처럼 상당히 진보적인 주장을 사설에서 펼쳤던 것이다. 지금의 언론 판도와는 정반대였다. 당시 <동아일보>가 이 같은 사설을 내보낼 수 있었던 데는 우리 국민이 함께 이뤄낸 민주화운동의 열기가 작용했다. 여전히 군부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 치하였지만 한국 사회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분출했던 사회경제적 의제와 열정이 어느 정도 지배하고 있었다.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어 택지소유상환제, 개발부담금제, 토지초과이득세가 추진됐고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매각 조치도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도입됐던 조치들은 위헌 판결 등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됐고, 이후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흐름에 따라 후퇴했다.

 

하지만 1987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 사회는 성장의 과실이 비교적 골고루 나눠졌던 시기였다. 이 기간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한 해 15~25%씩 성장했고 노동소득분배율은 53% 수준에서 63%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위 10% 소득 대비 상위 10% 소득의 배율이 8.4배에서 6.9배 수준까지 떨어져서 소득격차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에는 12% 전후의 성장을 했고, 1990년대에는 7~8%대의 성장률을 이어갔다. 흔히 말하는 성장과 분배가 함께 좋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시에 제대로 경제개혁을 실행하지 못했고,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급속하게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당시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던 시기였다.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득하게 잊혀진 10년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근본 동력은 바로 정치적 민주화의 열풍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우리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라는 민주적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는 훨씬 더 기득권 위주의 논리와 이념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인권, 대북정책 등에서는 큰 진전을 이뤄냈다. 반면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민생 경제는 이 기간에도 퇴보했다. 물론 이명박정부는 이 두 측면을 빠른 속도로 악화시켰음은 불문가지다. 그 결과 재벌들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지만 서민 경제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정권은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을 본궤도로 올리고 민생 경제도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 두 과제를 함께 갖고 있다. 현재 야권이 집권할 경우 전자의 문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더욱 심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문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의문이다. 지금의 야권은 정치 권력을 교체해본 경험은 있는데 경제 권력을 교체해본 경험은 없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재벌과 토건으로 표상되는 낡은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 정치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경제를 바꾸려면 먼저 정치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제대로 바꿔야 한다. 다행히도 지금 정치적 여론 지형이 매우 좋아지고 있다. 재벌 개혁과 탈토건, 복지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개혁적 정책 의제들에 대한 여론의 지지와 호감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10.26 서울시장 선거 등을 통해 20~40세대를 중심으로 직접 선거에 참여해서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도 급상승하고 있다. 2012년 1월 초 민주통합당이 실시한 개방형경선에 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흥행 대박’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같은 변화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엄청난 파괴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편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여야 정당들이 앞다투어 재벌 개혁 등 경제민주화와 조세재정개혁 등 개혁적 정책 의제들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정책 의제들과 레토릭이 얼마나 정치권에서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참여하는 유권자와 이들 유권자들의 여론을 반영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만나면 경제민주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인 셈이다.

 

나는 ‘한나라당은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 권력 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역량을 함께 갖춘 정당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제3의 정치세력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아직은 기대난망이다. (참고로 안철수 교수가 주축이 되는 제3세력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안교수가 주축이 된 제3세력이 뜬다고 하더라도 내가 기대하는 수준의 세력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런 정치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2012년 두 번의 중요한 선택을 앞둔 나의 생각은 분명하다. 이명박정부를 정치적으로 단호하게 심판하는 정권교체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경제 민주화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정치세력을 정치권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내 개인의 생각이지만 많은 사람이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현 야권의 한풀이식 정권 뒤집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이라면 기존 정치 엘리트를 다른 정치 엘리트 집단으로 바꾸는 것 이상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게 아니라 정권 교체를 통해 대다수 국민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총선에서 지금의 야권이 승리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그냥 야권 내 ‘기득 정치꾼’들이 다시 재진입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특히 수도권에서 뉴타운 헛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뉴타운돌이’들은 반드시 낙선시킴으로써 시대착오적 ‘토건 포퓰리즘’ 공약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또한 탈토건, 재벌개혁, 조세재정개혁 등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는 후보들이 야권에서 많이 공천받도록 요구해야 하고 이들을 총선에서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주당 안에도 김진표 원내대표와 홍재형, 강봉균 등 ‘관료 독재파’ 의원 등 엑스맨들은 확실히 분리 수거해야 한다. (참고로 내가 대표로 있는 풀뿌리 정치압력 조직인 세금혁명당 등에서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총선과 대선에서 낙천 낙선 운동을 활발히 펼칠 생각이다. 단순히 투표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한국 경제의 개혁 의제들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인물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이들의 참여를 얼마든지 환영한다.) 또한 선거에서만 끝나지 않고 선거 이후 각 정당의 원내지도부나 정책사령탑에 경제민주화 의지가 강력한 인물들이 포진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2010년부터 한국의 정치 지형에는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나 2011년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당선, 민주통합당의 합당과 개방형 경선, ‘돈봉투 사건’ 등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내홍 등은 분명히 민심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SNS라는 강력한 수단을 갖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권자의 뜻을 과거보다 훨씬 더 편하고 즐겁게 전달할 수 있다. <나꼼수>가 선도한 시사 팟캐스트들을 통해 이미 조중동 및 이명박정부에 장악된 방송사들과 맞설 수 있는 대안언론의 공간도 확보했다.

 

더구나 유권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20~40대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2008년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28.9%와 31.0%였고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똑같이 41.9%로 나타나 1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그 결과 야권이 상당수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만약 20~40대가 50~60대 투표율(60~70%대) 수준은 고사하고 50%대의 투표율만 기록할 수 있어도 ‘선거혁명’을 이룩할 수 있다. 새로운 미래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그때의 감흥이 많이 사라졌지만 2008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도 페이스북 등을 통한 미국 젊은이들의 적극적 정치참여가 만들어낸 ‘기적’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각 정당이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개혁적 인물과 정책의제들을 내세워 분명한 선택지를 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어쨌든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결코 승산 없는 싸움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유권자로서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와 당당함이다. 이른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말하는 ‘쫄지마 정신’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오늘의 책 <문제는 경제다> http://bit.ly/wMdRvb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2. 3. 7. 11:43

 

지난 몇 주간 민주당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유권자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그 정점은 6일 민주당이 모피아 정치인의 대표격으로 민심의 거센 낙천 요구를 받았던 김진표 원내대표를 수원 영통에 단수공천한 것이다.

 

공천과정도 졸렬하기 짝이 없다. 전북 전주에서 터 닦고 있던 경제민주화특위위원장 유종일교수가 반발하는데도 \\'전략공천\\'이라는 포장 내걸어 서울 강남 벨트 등 격전지에 내몰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음날 김진표를 공천했다. 김진표 공천 위해 유종일 교수를 내세워 재벌 개혁에 나서는 것처럼 이용하면서 실제로는 유종일 교수를 사지로 내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민주당이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릴 때부터 예고됐던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새로 마련한 강령에서 재벌개혁, 탈토건, 탈원전, 조세정의, 복지 강화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령은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정책과 인물로 뒷받침돼야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 공심위원들부터 전혀 그러질 못했다. 지역 토호 출신으로 스스로 토건파를 자처하는 박기춘의원을 비롯해 한미FTA 협상파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공심위 간사인 백원우의원은 노무현정부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던 의정연구회의 핵심 멤버이기도 했다. 내부 공심위원들 다수가 김진표 원내대표의 영향권 아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김진표를 내친다는 말인가.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민심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김진표 원내대표의 공천을 철회하기 바란다. 그는 총선과 대선, 두 번의 큰 선택을 앞두고 있는 올해 한국사회의 핵심 과제인 경제민주화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 등의 과제에서는 큰 진전을 이뤄냈다. 반면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 양극화, 비정규직 급증, 사교육비와 비싼 대학등록금 등 민생경제는 이 기간에도 악화됐다. 물론 이명박정부는 이 두 측면 모두를 빠른 속도로 악화시켰다. 그래서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민생경제는 늘 위기였고, 서민경제는 늘 불황이었다. 우리는 정권교체는 해봤어도, 재벌과 토건으로 표상되는 경제권력 교체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진표 의원은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바로 민생경제 개혁을 후퇴시키는 선봉에 섰던 사람이다. 알다시피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직전까지 재벌개혁을 내세웠고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쳤다. 또한 많은 지지자가 그에게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서민경제의 회복을 기대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개혁에 성공하지도,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 양극화는 극심해졌고, 대학 등록금은 치솟았으며,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물론 파렴치하게도 모든 정책을 철저히 기득권 위주로 펼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민생경제 측면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당초 노무현 정부를 지지했던 많은 이들이 실망했고 결국 등을 돌렸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라는 민주화 이후 사상 최악의 불량정부가 탄생했다. 그러면 왜 많은 이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 등 경제적 측면에서 성공한 정부가 되지 못했을까.

 

물론 조중동 같은 언론, 재벌, 한나라당 등 거대한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핵심적 개혁과제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었다면 그 같은 저항도 어느 정도는 돌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었는데, 이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오랫동안 대북정책의 비전과 전략을 다듬어왔던 덕이 크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경제개혁 과제에 대해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시스템 측면에서 무능하고 이해관계에 얽매인 관료집단에 의존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경제정책 분야에서 말이다. 대표적 사례가 노무현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김진표 의원을 임명한 일이다. 김진표 의원은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에 취임하면서 일성으로 법인세 인하를 내놓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철회하면서 재벌개혁을 포기하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줬다. 그는 또한 노무현 정부 초기 부동산대책에서 민간도 아닌 주택공사의 분양원가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사회주의적 조치라며 뿌리쳤다. 골프장 무더기 건설 등 부동산경기 부양책도 함께 추진했다. 이후 교육부총리로서 국립대 법인화에 시동을 걸었고,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상 경쟁을 방조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시절에는 한·FTA 추진을 적극 주도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김 의원은 그 행태를 반성할 줄도 몰랐다. 민주당의 원내대표로서 그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가 질타를 받았는데도 한미FTA 비준과 관련해서도 여당과 합의문을 작성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고도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당내 강경파의 주장은 쇼라는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였다. 지난 연말에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포기한 채 국회 등원을 주도했다.

 

물론 김진표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관료 출신들을 포함한 민주당내 다수의 엑스맨들이나 박기춘 의원과 같은 토건파도 문제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책적 환골탈태를 위한 상징적, 실질적 조치로서 김진표 원내대표의 총선 불출마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기어코 김진표 의원을 공천했다. 민주당은 수원 영통에서 한 석이라도 건지는 게 중요했다고 주장하겠지만, 김진표 의원 공천을 통해 떠난 민심으로 인해 10석은 날아갔을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전형적인 소탐대실형 공천인 것이다.

 

이번 공천과정에서 보여줬듯이 민심 저버린 민주당 당권파는 이미 그 자체로 기득권이다. 민심의 뜨거운 지지에도 불구하고 나눠먹기 공천으로 지지율 다 까먹고 총선 패배를 자초하는 것도 바로 민주당 당권파다. 지지자들의 최소한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는 정당을 계속 지지해줄 순진한 유권자들은 없다. 그래도 우리 말고 누굴 찍겠어, 라고 생각했다면 민주당 꿈 깨라. 나를 포함한 많은 유권자들은 이번 기회에 적어도 비례대표만큼은 민주당이 아닌 다른 야권 정당에 투표하기로 이미 결심을 굳혔을 테니까.

 

 

 

교보문고와 예스24 오늘의 책 <문제는 경제다> http://bit.ly/wMdRvb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2. 3. 6. 13:56

 

10.26 보궐선거에서 이긴 박시장이 취임한 뒤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두고 박원순 효과라고 일컫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정말 비과학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이들 기득권 언론에 소개되는 부동산 전문가(라고 쓰고 부동산 투기 선동가라고 읽는다)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대한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나 대한주택협회 산하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말할 것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같은 재벌계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교수라고 해도 주로 도시계획, 토목학, 부동산학 등을 전공하다 보니 거시경제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경제적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의 전망은 해마다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한 재벌 건설업체는 건산연 연구자의 전망이 해마다 어긋나자 그를 강연 초청 대상에서 빼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득권 언론들은 여전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들의 목소리를 고장 난 축음기처럼 계속 틀어대고 있다. 이미 허튼소리로 판명된 게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 레퍼토리들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보자.

 

1. 토지보상금 40조 원이 유입돼 집값이 뛴다(2010년 이후). 지금까지 집값을 움직인 동력은 가계 부채였다. 더구나 LH공사는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며 토지 보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2. 부동자금 800조 원이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한다(2009). 부동자금은 언론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800조원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기에 수도권 집값이 가라앉나?

 

3. '보금자리 로또'로 주변 집값이 뛴다(20099, 10월경 보금자리 주택 사전분양이 실시되기 전). 이후 집값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을 바꿨다.

 

4. DTI규제를 도입해도 이미 대세 상승기이기 때문에 집값이 안 꺾인다(20099DTI규제 재도입 시점). 이후 집값이 가라앉자 DTI 규제 때문에 집값 침체가 왔다고, DTI규제를 풀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고 정부는 20108.29대책을 통해 DTI규제를 다시 풀었다.

 

5. 경기가 회복되면 외환위기 직후처럼 집값이 V자형으로 반등한다(2009년 이후). 2010년 경제성장률은 6.2%나 됐지만 수도권 집값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6.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실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로 매매가도 다시 뛴다(2009년 이후).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됐지만 수도권 매매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최근 2,3년간의 전세가 상승은 매매 포기 또는 매매 후 전세 전환 수요 증가로 일어나는 병목현상으로 부동산 침체의 징후다.

 

7.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울 강남 등 오를 곳은 오른다(2009년 이후). 지금은 강남도 필패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꾼다. 강남 3구는 고점 대비 실거래가로 이미 15%가량 하락했고, 수도권 주택 가격 하락세는 강남 3구와 용인, 분당, 평촌 등 버블 세븐이 주도하고 있다.

 

8. 중대형은 몰라도 중소형은 오른다(2009년 이후). 중대형 투기가 끝나자 상대적으로 남아 있는 주택 수요층이 범접할 수 있는 가격대의 중소형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나온 주장. 하지만 이는 사후적 설명이지 전망이 아니다. 더구나 용머리가 내리면 용꼬리도 따라 내리듯 중대형에 이어 중소형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9.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폭등한다(2009년 봄 이후). 수요량과 공급량은 가격에 의해 결정되며 공급은 수요에 비해 상대적인 과부족이 있을 뿐이다. 여전히 주택 가격은 너무 높은데도 주택 수요는 고갈된 상태라면 주택 가격이 대폭 떨어지지 않는 한 주택 수요량이 다시 늘어나기 어렵다. 이처럼 고갈된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여전히 과잉인 상태다.

 

10. 부동산은 심리다. 투기 심리가 확 쏠리면 한 방에 오른다(2000년대 내내). 강남 자산가들도 부동산은 끝났다는 응답이 다수인 시기에도?

 

11. 정부 정치권이 집값 부양을 위해 인플레를 유발하고, 인플레가 오면 집값이 오른다(2009년 이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도권 집값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불경기 속의 물가 상승기에는 (실질) 집값 하락이 일반적이었다.

 

12. 5만 원권 화폐를 발행하면 인플레가 와서 집값이 오른다(5만 원 권 발행 전후). 신사임당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라.

 

13. 지방은 몰라도 수도권 집값은 인구 증가로 계속 오른다(2008년 이후). 매년 3만 호 정도만 지으면 모두 흡수할 수 있을 수도권 인구 증가세가 급감했다. 오히려 향후에는 바로 인구 요인 때문에 집값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4. 인구가 줄어도 1인 가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2008년 이후).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이 일반 가계의 40% 수준이고, 대부분 집을 줄여가는 60대 이상 가구에서 늘어나는데도? 이마저도 안 통하자 이제는 남북통일이 되면, 이민자가 늘면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한다. 단기간에 될 일도 아니지만 북한 주민이나 동남아 노동자들이 4, 5억 원씩이나 되는 수도권 주택의 유효 수요가 될 수 있을까?

 

15.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져 집값이 뛴다(2010년 이후). 오히려 개발 공약을 쏟아낸 후보는 떨어졌고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모두 주택시장을 떠나는 지금이 집을 살 타이밍이라는 역발상을 주문한다. 이쯤 되면 전망이라기보다는 제발 집을 사달라는 호소나 기도에 가깝다. 하지만 꿈 깨시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이나 부동산 정보업체의 호소나 기도를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지금 가계 사정은 녹록지가 않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오늘의 책 <문제는 경제다> http://bit.ly/wMdRvb




by 선대인 2012. 3. 5. 09:31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