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제 새 책 <문제는 경제다>가 출간됐는데, 제 블로그에 그 사실을 한 번도 제대로 소개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이미 아실 분들 계시겠지만, <문제는 경제다>가 과분하게도 출간 첫 주에 교보문고 종합 5위와 예스24에서 8위에 올랐습니다. 그 동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아래에 <문제는 경제다>의 머릿말로  제 책 소개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이 글 보시는 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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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원고를 쓰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책을 쓰기 위해 분석한 많은 데이터들 때문이다. 데이터는 그냥 보면 숫자의 집합에 불과하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이 무미건조한 데이터들의 이면에는 한국경제의 참혹한 현실이 숨어있다. 어느 날 회사에서 느닷없이 쫓겨난 실업자들의 절망, ‘미친 등록금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눈물, 치솟는 집값에, 또는 전세난에 불안해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시름, 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의 절규, 소득은 주는데 뛰는 물가에 전전긍긍하는 가정주부들의 한숨,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의 고독,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도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내부식민지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하소연, 동네 골목상권까지 장악해 버린 재벌 유통업체들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분노...이 모든 참상이 책을 쓰는 내내 한겨울 삭풍처럼 나의 마음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리고 수없이 분노했다. 혼잣말로 쌍욕을 하기도 했다. 이 참혹한 배경 위에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재벌들이 온갖 특혜를 받고도 여전히 가계와 하청기업들의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파렴치함에, 이들에 대한 특혜를 남발하면서도 오뎅쇼등으로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이명박정부의 기만적 행태에, 서민들의 분노와 아픔, 절규에 대해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과 무기력과 탐욕에, 그리고 대기업 광고주들의 광고에 목을 매 1% 기득권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언론들의 사태 왜곡과 본질 호도에 분노했다.

하지만 슬픔과 분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참혹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제대로 알아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미래도 전망할 수 있고, 그 미래를 바꿀 단서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현실 진단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바꿀 희망의 근거들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비극으로 시작하지만 희극으로 끝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미래를 희극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쓴 목적과 방향은 네 가지다.

첫째, 재벌들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언론들이 왜곡하는 한국경제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언론매체는 늘어나지만 선량한 대다수 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묻히고 있다. 서민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한국경제의 생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거듭된 정책실패가 쌓이고 쌓여 한국경제가 큰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 가계들은 이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이 위기를 경고해 일반 가계가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셋째, 지금까지 정치권력의 교체는 있었지만, 경제권력의 교체는 없었다.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경제권력 교체를 위해 한국경제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

넷째, 지난해 11월부터 팟캐스트 라디오방송 나는 꼽사리다에 참여하면서 현실의 한국경제를 잘 알 수 있는 책을 써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 그 같은 청취자들의 요청에 부응해 최대한 현실의 한국경제 입문서 역할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미국의 저명한 독립 저널리스트인 I. F. 스톤의 글을 인용하며 머리말을 맺고자 한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by 선대인 2012. 3. 10.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