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보궐선거에서 이긴 박시장이 취임한 뒤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두고 박원순 효과라고 일컫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정말 비과학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이들 기득권 언론에 소개되는 부동산 전문가(라고 쓰고 부동산 투기 선동가라고 읽는다)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대한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나 대한주택협회 산하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말할 것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같은 재벌계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교수라고 해도 주로 도시계획, 토목학, 부동산학 등을 전공하다 보니 거시경제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경제적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의 전망은 해마다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한 재벌 건설업체는 건산연 연구자의 전망이 해마다 어긋나자 그를 강연 초청 대상에서 빼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득권 언론들은 여전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들의 목소리를 고장 난 축음기처럼 계속 틀어대고 있다. 이미 허튼소리로 판명된 게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 레퍼토리들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보자.

 

1. 토지보상금 40조 원이 유입돼 집값이 뛴다(2010년 이후). 지금까지 집값을 움직인 동력은 가계 부채였다. 더구나 LH공사는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며 토지 보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2. 부동자금 800조 원이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한다(2009). 부동자금은 언론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800조원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기에 수도권 집값이 가라앉나?

 

3. '보금자리 로또'로 주변 집값이 뛴다(20099, 10월경 보금자리 주택 사전분양이 실시되기 전). 이후 집값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을 바꿨다.

 

4. DTI규제를 도입해도 이미 대세 상승기이기 때문에 집값이 안 꺾인다(20099DTI규제 재도입 시점). 이후 집값이 가라앉자 DTI 규제 때문에 집값 침체가 왔다고, DTI규제를 풀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고 정부는 20108.29대책을 통해 DTI규제를 다시 풀었다.

 

5. 경기가 회복되면 외환위기 직후처럼 집값이 V자형으로 반등한다(2009년 이후). 2010년 경제성장률은 6.2%나 됐지만 수도권 집값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6.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실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로 매매가도 다시 뛴다(2009년 이후).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됐지만 수도권 매매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최근 2,3년간의 전세가 상승은 매매 포기 또는 매매 후 전세 전환 수요 증가로 일어나는 병목현상으로 부동산 침체의 징후다.

 

7.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울 강남 등 오를 곳은 오른다(2009년 이후). 지금은 강남도 필패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꾼다. 강남 3구는 고점 대비 실거래가로 이미 15%가량 하락했고, 수도권 주택 가격 하락세는 강남 3구와 용인, 분당, 평촌 등 버블 세븐이 주도하고 있다.

 

8. 중대형은 몰라도 중소형은 오른다(2009년 이후). 중대형 투기가 끝나자 상대적으로 남아 있는 주택 수요층이 범접할 수 있는 가격대의 중소형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나온 주장. 하지만 이는 사후적 설명이지 전망이 아니다. 더구나 용머리가 내리면 용꼬리도 따라 내리듯 중대형에 이어 중소형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9.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폭등한다(2009년 봄 이후). 수요량과 공급량은 가격에 의해 결정되며 공급은 수요에 비해 상대적인 과부족이 있을 뿐이다. 여전히 주택 가격은 너무 높은데도 주택 수요는 고갈된 상태라면 주택 가격이 대폭 떨어지지 않는 한 주택 수요량이 다시 늘어나기 어렵다. 이처럼 고갈된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여전히 과잉인 상태다.

 

10. 부동산은 심리다. 투기 심리가 확 쏠리면 한 방에 오른다(2000년대 내내). 강남 자산가들도 부동산은 끝났다는 응답이 다수인 시기에도?

 

11. 정부 정치권이 집값 부양을 위해 인플레를 유발하고, 인플레가 오면 집값이 오른다(2009년 이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도권 집값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불경기 속의 물가 상승기에는 (실질) 집값 하락이 일반적이었다.

 

12. 5만 원권 화폐를 발행하면 인플레가 와서 집값이 오른다(5만 원 권 발행 전후). 신사임당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라.

 

13. 지방은 몰라도 수도권 집값은 인구 증가로 계속 오른다(2008년 이후). 매년 3만 호 정도만 지으면 모두 흡수할 수 있을 수도권 인구 증가세가 급감했다. 오히려 향후에는 바로 인구 요인 때문에 집값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4. 인구가 줄어도 1인 가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2008년 이후).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이 일반 가계의 40% 수준이고, 대부분 집을 줄여가는 60대 이상 가구에서 늘어나는데도? 이마저도 안 통하자 이제는 남북통일이 되면, 이민자가 늘면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한다. 단기간에 될 일도 아니지만 북한 주민이나 동남아 노동자들이 4, 5억 원씩이나 되는 수도권 주택의 유효 수요가 될 수 있을까?

 

15.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져 집값이 뛴다(2010년 이후). 오히려 개발 공약을 쏟아낸 후보는 떨어졌고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모두 주택시장을 떠나는 지금이 집을 살 타이밍이라는 역발상을 주문한다. 이쯤 되면 전망이라기보다는 제발 집을 사달라는 호소나 기도에 가깝다. 하지만 꿈 깨시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이나 부동산 정보업체의 호소나 기도를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지금 가계 사정은 녹록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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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3. 5.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