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다는 임대정책, 건설업계와 집부자에만 혜택


저희도 부영아파트(32평) 삽니다. 요즘 여기 임대 가격은 일반 분양아파트 전세금보다 훨씬 비쌉니다. 저희 집을 예로 들 경우 보증금 6600만원에 월 12만6000원인데 바로 맞은편 분양 아파트 전세금은 5,500~6,000만원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냐면, 부영아파트의 경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일 년에 5%씩 인상된다는 분명한 원칙아래 서민들이 죽든지 살든지 경기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팔짱만 끼고 있는 김해시!!! 정말 답답합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공공임대주택, 절!대!로!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주기 위한 정책일 뿐입니다. (다음이름 'Rachel'님 글)

우리나라는 왜 이럴까? 서민들을 위해 20평 아파트도 중도에 임대사업자에게 분양하고 서민이 5년 후에 분양 받을 수 있는 권한도 중도에 가로채고. 일반적으로 5년 뒤에 분양 받으면 되는 데 2년 6개월 후에 분양 받으라 하면서 (돈이 없으면) 은행 융자를 받으라 하면 2년 6개월 동안 이자는 누가 주는데. 말로만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라 하고 정부 공사와 건설업체, 돈 있는 임대사업자들의 배만 부르게 하는 정책. 정말 지겨운 세상, 정부다.(다음이름 '일본은 가라'님 글)

2일 미디어다음 '부동산공화국' 토론방에 올라온 글이다. 이들 글은 현재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이라고 규정하는 5년 임대아파트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설업체가 매년 5%씩 임대료를 올려 주변 일반 분양아파트의 전세금보다 더 높아진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의무 임대기간의 절반인 2년 6개월만 지나면 주민과의 협의 아래 분양으로 조기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사실상 후분양 아파트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은 실제로 저소득층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분석과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도 "5년 임대주택은 임대기간이 짧은데다 임대의무 기간의 2분의 1인 2년 6개월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해 임대주택으로서 역할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10년 임대주택 보증금, 임대료가 주변 전세 시세와 같아





[표]용인 구갈지구의 민간 월세와 10년 임대주택 표준보증금,임대료 비교. 10년 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임대료 수준이 일반 전세와 거의 차이가 업다.

정부가 5년 임대주택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한 10년 장기임대주택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현재 공급되는 10년 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과 임대료만 봐도 그렇다. 건교부가 지난해 4월 고시한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 구갈지역 전용 18평(약 24평)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2187만원, 월 임대료는 38만원 수준이다. 건교부는 "이는 상한선이므로 사업자가 실제 공급할 때에는 임대수요, 주변 임대료 시세 및 입주자 편의 등을 고려해 지구별로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정부의 이 같은 표준안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할 것은 빤한 이치.

문제는 이 같은 표준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용인 구갈 지대의 전세 보증금과 같은 수준이다. 한 부동산정보 사이트를 통해 용인 구갈지구의 임대료를 확인한 결과,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 월세가 보증금 3000만원에 30만원이었다. 정부의 표준임대료보다 보증금 액수는 800여만원 더 비싸지만 월 임대료는 오히려 더 싼 셈이다. 800만원에 대한 월 1%의 이자를 붙여 일반 아파트 월세를 다시 계산해보면 보증금 2200만원에 월 38만원 수준으로 똑같은 셈이다. 오히려 800만원의 목돈만 있다면 일반아파트의 전세를 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계약 하는 전세와 달리 10년간 한 곳에 살 수 있다는 안정성 측면의 장점은 있다. 하지만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임대아파트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공성 없는 민간 임대주택 건설, 매입에 엄청난 혜택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는 경우 많아"


▲민간 임대사업자에도 각종 혜택 지원=

문제는 정부가 민간사업자가 수익을 위해 시행하는 임대주택 사업 등에도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현재 전용면적 85평방미터 (약 35평형) 이하 주택을 두 채 이상 건설하거나 두 채 이상 매입하여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고 3년 혹은 5년, 혹은 10년간 임대를 하기만 하면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가 감면된다. 또 종합토지세는 분리 과세되며, 양도소득세 중과가 배제되고 법인세특별부가세도 면제된다. 임대료의 제한이나 한 사람에 대한 임대의무기간 강제도 없으며 그 기간 중에 팔지만 않았으면 된다. 또 외환위기 직후 일정한 기간에 집을 산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자체가 감면돼 이 제도를 이용, 상당한 혜택을 본 부동산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부동산 투기든, 투자 목적이든 1가구 다주택자인 경우 자신이 사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한 채 이상은 임대를 하는 게 보통. 따라서 전용면적 85평방미터 이하의 주택을 두 채 이상 무제한 구입해서 일정기간 팔지만 않으면 1가구 다주택 중과세는커녕 오히려 1가구 1주택보다 더 많은 각종 세제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자 남모씨(42)는 "부동산 붐이 일었던 2001년, 2002년 무렵에 집을 여러 채 사들인 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중과세를 피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부에서는 정부가 일부러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만든 규정 아니냐는 말까지 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공공성 줄이고 건설업체 혜택 늘려
"국민임대주택 건설 늘리면 되지 왜 건설업체 혜택주나"






31일 건교부 차관 주재로 임대주택정책 검토위원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은 민간의 임대주택시장 참여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 임대주택 세제 혜택 더욱 확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31일 임대주택 활성화를 명분으로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집을 지어 임대하는 건설임대 아파트의 범위를 전용 면적 25.7평에서 45평( 약 55평)으로 확대했다. 건설 임대의 경우 5년간 두 채 이상 임대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과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한 것.

집을 사들여 임대하는 이른바 '매입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국민주택(전용면적 25.7평) 규모로 5채 이상 10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에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건교부는 지난해 11월 '임대주택사업 활성화방안' 보고서에서 △'임대주택=소형=열등재' 라는 부정적 인식 만연 △전세제도와의 경쟁관계로 인하여 민간참여를 유도할만한 수익 창출 곤란 △자본회수기간의 장기화로 분양주택에 비해 큰 사업위험 등을 임대주택 사업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건교부는 이 보고서에서 이미 임대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감한 세제지원과 택지지원, 금융지원 강화 등으로 수익성을 제고해 민간자본의 임대주택시장 참여'를 유도한다고 제시했다. 한 마디로 민간 참여를 늘리기 위해 혜택을 대폭 늘려주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도 "지금 현실을 보면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공공택지 등을 헐값에 줬지만 거기서 생긴 개발이익은 무주택 서민이 아닌 건설업체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며 "공영개발을 통해 장기임대나 영구임대주택을 지으면 될 것을 정부는 민간에 갖은 혜택을 주면서 임대주택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임대주택 지원이 집값 상승 부추겨
"종합부동산세 무력화하는 수단 될 수도"


▲정부 매입임대주택 지원, 집값 상승 부추겨=

정부는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않으면 수급법칙에 의해 주택가격이 재상승할 우려가 있으므로 민간에 의한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각종 혜택을 주면 계속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부풀어 있는 집값을 더욱 올려놓을 수도 있다. 정부가 스스로 수요를 촉진하면서 공급이 부족하니 다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식의 순환식 논리로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매입임대주택 숫자는 2003년말 기준 15만호인데, 그만큼 중소평형의 주택수요가 불필요하게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실제로 2000년 정부가 취한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각종 지원 조치가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저금리 상황에서 주택 소유자들이 임대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로 돌렸다. 그런데 정부가 월세임대에 대해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혜택을 주자 월세 비중이 급상승했다. 이 때문에 전세물이 급감하면서 전세값이 폭등했다. 이렇게 되자 전세값과 집값의 차이가 줄어들자 세입자들이 '아예 좀 더 보태 집을 사겠다'는 생각으로 주택 매입에 나서 집값이 폭등하는 한 원인이 됐던 것. 실제로 최근 KDI의 연구보고서도 이러한 수요창출(또는 공급 흡수)로 인해 중소평형의 가격 이 제도 도입 이후 상승했다고 지적했다.특히 정부의 이번 확대 조치는 갓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주현 소장은 "한쪽에서는 수요억제를 위해서 종합부동산세를 만드느라 사회주의논쟁까지 치르면서 난리를 피웠는데 한쪽에서는 이들에게 태연하게 빠져나갈 문을 열어주고 있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수요억제책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제도"라고 비판했다.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도 "종합부동산세 면제 대상 범위를 확대할 경우 1가구 다주택 소유자에게 종부세를 피해갈 수 있는 출구가 만들어져 어렵게 도입한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수단이 된다"고 우려했다. 민간 자본을 연기금 등 공적 자본과 똑같이 취급





[표] 화성동탄 임대아파트와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의 임대아파트 비교. 정부나 지자체가 공영개발하면 훨씬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연기금과 민간자본이 똑같은 지원대상?=

정부가 3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향후 중형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공공택지 공급가격을 감정가 이하로 낮추고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연기금?보험사?사모펀드?부동산펀드 등 재무 투자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공기금인 연기금과 사모펀드, 부동산펀드 등 민간 자본을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고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연기금이 참여하는 경우 공영개발이 되지만 부동산펀드,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경우 민영개발인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완전히 다른 두 성격의 자본을 똑같은 지원대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박주현 소장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임대정책이란, 서민들에게 임대료를 싸게 줄 의무도 없고, 임대기간을 2년보다 늘려줄 의무도 없는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불필요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나, 공공성이 취약한 소위 공공임대주택을 위해 민간건설업자에게 택지개발이익을 안겨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민간과 공공 영역이 무분별하게 뒤섞여 있는 임대주택정책을 을 바로잡아 공공영역이 공익성에 맞게 제대로 목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06

집값 거품 떠받치는 건설 5각 구조 해부


"건교부 집값 잡는 해법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고, 알고도 안 한다. 집 없는 서민들 위한다는 말은 단지 사탕발림일 뿐이다. 30년 부지런히 일해서 건설업체들이 터무니 없이 올려놓은 아파트 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놨다. 평생 죽으라고 일해서 대기업 아파트 건설업자들만 배불리는 구조에서 못 빠져나가게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형태만 바뀌었지, 조선시대의 부패한 관료아 양반들이 사회하층민 노동력 착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미디어다음 '부동산공화국' 토론방에 4일 올라온 글이다. 다음이름 '로맨스조로'님이 쓴 이 글은 상당히 과격한 표현이 포함돼 있는데도 모두 7명의 추천을 받는 등 호응을 얻었다. 또 이 글에는 "이렇게 가다간 10년 안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인간의 기본권인 (의식주 가운데) 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희망을 잃은 사람은 그 무서운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토지정의를 확립하라"는 댓글이 붙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은 심한 박탈감에 사로잡혀 땅값과 집값의 안정을 바라는 데도 집값은 왜 요지부동일까. 혹자는 흔히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자산 가격의 하방 경직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 같은 하방경직성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현상들이 너무 많다. 정부는 끊임없이 건설경기 부양론을 통해 부동산 가격 유지 신호를 보내는데다 서울 강남과 분당 등은 올들어 호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집값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인식인데도 매매 없는 호가 급등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한 부동산컨설팀 업체 직원 남모씨(42)는 "지난해는 침체였지만 올초부터 각종 건설경기부양 신호가 이어지면서 땅을 중심으로 다시 거래가 활기를 찾고 있다"며 "최근 몇 년처럼 부동산 값이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태도를 보면 부동산이 금방 떨어질 것 같지도 않다는 게 이쪽 업계의 인식"이라고 말했다.집값 상승이 내수침체와 빈부격차 확대의 주범임이 명확해졌는데도 정부가 집값 거품을 빼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인식인 셈이다.

학계 "한국은 일본을 능가하는 토건국가"
불필요한 건설공사 지속적으로 만들어내






새만금사업 방조제 보강공사 현장[사진제공=연합뉴스]
이 때문에 앞에 인용한 네티즌의 글처럼 많은 이들은 정부가 집값을 못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안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정책의 주무 부처인 건교부의 강동석 전 장관은 지속적으로 집값을 상향 안정화시킨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건교부만이 아니라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기관은 집값 거품이 끼지 않았다며 집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언론은 '정부의 규제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며 규제책을 무장해제하라는 내용을 보도한다.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인데다 집 부자가 오히려 세금을 적게 내는 보유세 실태를 보도하기보다는 정부의 생색내기식 보유세 강화 정책에도 금방 재산세 파동이 날 것처럼 보도해왔다. 보유세가 10만원 오르는 사이 집값이 몇 억원이나 올랐다는 사실은 쉽게 전면에서 사라진다.

이처럼 잠깐만 훑어봐도 한국은 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는 강한 기득권 구조가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기득권 구조를 학계에서는 '토건국가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연간지 '민주사회와 정책연구'는 올초 소장학자들의 토론을 거쳐 '한국, 또 다른 토건국가'라는 제목의 특집을 내고 한국의 각종 개발현상을 토건국가 현상의 맥락에서 분석하기도 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가 한 인터뷰에서 설명한 내용을 통해 '토건국가'의 개념을 파악해보자. "개번 맥코멕이라는 사람이 쓴 '일본 허울뿐인 풍요'라는 책이 있다. 거기서 현대 일본을 분석하면서 '토건국가'라는 개념을 썼는데, 토건 업체, 지방 토호, 국회의원, 정부가 한 통속으로 묶여서 개발사업을 계속 벌이면서 돈을 벌고,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 사회 시스템을 가리킨다. 땅값 상승, 부동산 투기에 대한 기대심리로 일반인들도 이것을 방관하거나 여기에 편승한다."

학자들은 국내의 경우 일본보다 토건국가적 성향이 더 강하다고 지적한다. OECD국가 중 토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가장 높다는 점이 이를 웅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콘크리트 구조물 덩어리인 아파트가 도시 주택의 60~70%를 차지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도 토건국가의 사례로 꼽힌다.

토건국가적 현상은 수십년동안 형성돼온 구조다. 학자들은 박정희 개발독재시절을 지탱한 것은 군부 독재와 함께 토공, 주공, 수자원공사, 농업기반공사 등 각종 개발공사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들 개발공사들을 축으로 건설업계와 강한 유착구조를 형성해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 취약한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대가 더 이상 개발주의식 외형적 성장 방식이 통하는 시대가 아닌데도 개발주의 시대의 낡은 구조가 온존해 한국의 선진사회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토건국가를 지탱하는 구조는 끊임없이 불필요한 토건 사업, 심지어는 만들수록 해악만 끼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만금개발사업이다. 새만금개발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의심됐고,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쌀 시장 개방이 확정됨으로써 경제적 타당성이 없음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론난 사항. 심지어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보좌진 가운데 한 사람도 "새만금사업은 정치적 효과 때문이지 사실 경제적 타당성은 전혀 없는 사업"이라고 기자에게 털어놓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낙후된 전북 개발'이라는 구호 아래 지금까지 계속 이를 끌고 왔다. 또한 개발공사 가운데 하나인 농업기반공사는 '수십년간 공사를 지탱할 사업'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으며 사업 지속을 요구하고 있고, 관련 주무부처인 농림부도 이를 옹호하고 있다. 언론은 이 같은 새만금개발사업의 중지를 요구하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국책사업의 지속 여부를 국민적 관점에서 따지기보다는 오히려 '시민단체가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선동한다.

예산 낭비, 환경 파괴, 인적 투자 위축...토건국가 폐해 엄청나


첨단산업 구조로 바뀌었는데 예산은 여전히 건설 통한 경기부양 치중





속리산 문장대온천 개발 현장. 개발주의 논리 아래 시작됐다가 10년째 중단된 이 공사는 예산낭비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환경 파괴라는 폐해를 낳았다.[사진제공=녹색연합]

문제는 이 같은 불필요한 토목공사가 엄청난 사회적 낭비와 폐해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또 다시 새만금상의 예를 들면, 최소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불필요한 사업에 낭비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새만금 사업 현장 어민들의 생계 터전이 파괴된다. 지역 어민들 속에서 살아 있던 지역 문화도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수명을 다한 농업기반공사와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 일부 지역 토호 및 지역 정치인들뿐이다. 국민의 혈세와 소중한 자연자원을 소수의 토건국가 세력을 위해 상납하는 꼴인 셈이다.

이처럼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해악을 주는 토건사업들을 우리는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문을 닫으면서도 한 쪽에서는 계속 지방공항 공사가 진행된다. 수천억원을 들인 고속철 광명역사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로 전락했고, 웬만한 규모의 도시에는 모두 들어선 종합운동장은 이용율이 10%도 안 된다. 각 지역의 문예회관은 어린이들의 학예회 공간으로 변했다. 1인당 도로포장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됐어도 여전히 개발의 명분 아래 한적한 농로까지 콘크리트 도로로 포장된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건설업체들이 결코 손해볼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민자 SOC사업 등의 예산낭비 사례 등 공공건설사업의 예산낭비를 지적한 감사원 보고서는 계속 줄을 잇고 있다.

이런 토건사업들에 들인 예산은 단순히 낭비되는 것만이 아니다.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불필요한 곳에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제대로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돈이 가지 못해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과 복지 인프라를 갉아먹는다. 각 지자체들이 문예회관이나 각종 공연장, 조형물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올리는 데는 매년 수백억, 심지어 수천억원을 예사로 쓰면서도 그 공간을 채울 프로그램 진행자를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쓰거나 지역 예술문화단체를 지원하는 데 쓰는 예산은 수억원도 안 되는 경우들이 많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미술가는 "매년 지역 미술인들이 함께 전시회를 하기 위해 지원을 부탁해도 거절당하기 일쑤"라며 "매년 문화 인프라를 만든다며 콘크리트 건물 올리는 데 쓰이는 예산의 100분의 1만 인적 자원에 써도 우리의 문화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건국가 현상은 전체 경제 구조를 봐도 얼마나 국가적 낭비인지 명확하다. 지난 10여년동안 한국 경제는 전통 산업에서 IT산업 등 첨단산업 위주로 구조가 급격히 재편됐다. 첨단산업은 전통산업과 달리 연구개발과 고급 기술인력 양성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돼야 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건설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산업구조는 변했는데 예산 편성은 여전히 건설 등 전통산업 중심으로 편성해 단기적인 경기 자극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국가 자원 배분이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음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경제정책의 수장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골프장을 무더기로 인허가 하겠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올초 숨진 고 임길진 박사(전 한국개발연구원 원장)는 "골프장 건설을 경제 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경변 아파트 단지. 도시 주택의 60~70%가 아파트로 가득 채워진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다. 미디어다음 김준진기자

토건국가적 현상은 공공사업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엄청난 자원낭비와 거품을 만들고 있다. 이게 바로 2001년부터 일어난 부동산 투기 현상이다.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 겸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 동안 건설업체들은 대형국책사업이나 공공건설사업의 입찰에서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배를 불려왔다. 국내의 공공발주 공사 규모는 매년 약 50조원 규모이다. 이들은 예산편성 때부터 예정가격을 30~40% 부풀린 다음 대형건설업자간의 담합을 통해 수십 년간 매년 10~15조원 규모의 불로소득을 챙기는 제도를 유지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30%의 선금을 지급해 기업들이 이익금을 먼저 챙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 같은 공공분야의 관행은 민간 건설부문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99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지난 5년간 아파트 분양가는 2배 이상, 주택과 부동산가격은 500조원 가량 상승했다. 계획도 철학도 없이 이어져온 건설 및 부동산 정책은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팔 수 있게 하는 선분양제도 등 공급자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로 가득하다. 아파트 값 폭등으로 국민들은 아우성을 쳐도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의 폭리를 보장해주는 제도는 바뀔 줄을 모른다. 정부와 공기업은 서민들의 농지와 택지를 값싸게 사들이거나 강제로 수용해 조성된 택지를 건설업자와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값싸게 매각한다. 이들 건설업자들은 싼값에 사들인 택지에 '허수아비 감리'를 세워놓고 거품이 잔뜩 낀 분양가로 판매하면서도 20~30년 후에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부실 주택을 만들기도 전에 소비자에게 판다. 이 과정에 동원되는 투기꾼들은 주변가격까지도 덩달아 뛰게 만들어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든다. 온 국민을 투기장으로 끌어들이는 제도를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 나라. 70년대 중반부터 약 30년간 이런 식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자들이 부패와 타성의 늪에 빠져있는 것인가."

오랫동안 건설업계에 몸 담은 뒤 경실련 활동을 통해 한국 건설산업과 국가 자원 낭비 구조를 고민해온 김헌동 본부장의 절규에 가까운 설명이다. 그의 계산법에 따르면 매년 공공 발주 예산 가운데 10조원 이상이 낭비되고 최근 5년동안 부동산 거품을 통해 국민 전체가 수백조원의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부동산 거품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성장기 청소년이 장정이 져야 할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김헌동 본부장은 이 같은 토건국가를 유지하는 기득권 구조를 '건설 5각동맹'으로 표현한다. 김본부장의 주장에 따르면 건설5각동맹은 △각종 음성적 로비와 뇌물로 특혜구조에 안주하는 건설업체 및 이들 사업자 단체 △건설업계의 로비를 받고 불필요한 각종 건설사업을 통해 개발주의식 성장 패러다임을 지속하려는 건교부 등 정부부처 △건설업계의 로비를 받고 각종 개발편의적인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정치권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각종 연구소 및 건설업계와 정부부처의 각종 용역을 받는 상당수 학자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지속적으로 '부동산 세일즈 기사'를 싣는 신문을 중심으로 하는 상당수 언론 등이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5각 구도에서 윤활유와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불투명한 건설산업 구조에서 형성되는 비자금이라고 주장한다. 김 본부장은 "각종 부패 사건의 절반 이상이 바로 건설사업과 연관돼 있어 사실상 건설산업이 바로 부패와 예산낭비의 핵심고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고한 건설 5각구조가 바로 일반 국민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또는 정반대로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틀"이라고 주장했다. 건설 5각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건설부패가 전체 부패의 절반 넘어"
각종 부패 사건, 적나라한 정-관-건 유착구조 드러내






최근 건설업체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 [사진제공=연합뉴스]

△건설업계-정치권-관료들의 유착=

건설업체와 정치권, 관료들의 커넥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이미 얼마든지 드러나 있다. 각종 부정부패 사건의 절반 이상이 건설관련 비리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 일어난 사건을 열거하는 것만도 벅찰 지경이다.

지난해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에서도 밝혀졌지만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비자금을 조성해 각종 명목으로 정치권에 제공해왔다. 역대 정권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정치권과 건설회사의 뿌리깊은 정경유착 구조 실상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 건설업체의 한 전직 간부는 "수백억,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따내기 위해 수억~수십억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지난 대선자금 수사에서 (주)부영의 이중근 회장이 27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일부를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굿모닝시티 사업 인허가와 관련, 집권여당의 실세였던 정대철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최근에는 상수원 보호구역과 관련된 로비를 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용규 경기도 광주시장(5억원)과 지역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8억원)이 동시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을 상대로 로비했던 건설업체 사장은 인허가 관련 로비자금으로 무려 60억원을 사용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또 열린우리당 제 3정조위원장을 지낸 안병엽 전 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태식 전 민주당 의원은 한신공영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밖에도 경찰청 특수수사팀의 한 경찰이 현대건설 임원 한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군 부대 공사와 관련, 로비 리스트가 나왔다. 또 한 국회의원은 국감현장에서 해당 건설업체의 비리를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났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의 사장들이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 건설업체의 유착구조는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자치단체장 가운데 박태영 전 전남도지사, 안상영 전 부산시장 등이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었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경우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으나 주공 자회사인 한양을 인수했던 보성건설 사장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굴비상자'를 전달받았다가 나중에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조의 위상 강화를 위해 공직부패 추장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측도 지자체의 건설 관련 부패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를 벌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건축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모씨(41)의 사례도 지자체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유착관계를 짐작케 한다. 그는 "최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철근을 적게 써 아파트 1층 천정에 금이 가는 등 부실시공 정도가 심해 관련 공무원에게 신고를 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건설사에 불만 있는 사람 아니냐'고 다그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누구보다 건설업계의 현실을 잘 아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건설 관련 담당 공무원을 전면 물갈이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서는 검찰수사에 걸린 기업은 '재수 없는 소수'일 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건설업계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을 정도로 건설업계의 부패관행은 일상화돼 있다. 김헌동 본부장은 "현재 구조는 기술과 실력과는 상관없이 로비 잘 하는 업체가 엄청난 이익을 챙기게 돼 있다"며 "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비자금을 통해 마련한 뇌물은 정치권과 관료들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정관리 대상이 된 한신공영과 남광토건 등이 업계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지금 같은 특혜구조에서는 사주가 비자금만 조성하지 않는다면 매년 엄청난 이익이 쌓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임위가 건교위인 것도 '건설 5각 동맹'과 무관하지 않다. 16대 때 건교위를 담당한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 장모씨는 "건교위 의원은 도로, 철도, 공항 등 건교부가 집행하는 각종 국책사업을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건교부 정책에 대한 침묵과 타협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교위에 있으면 각종 건설업계의 로비가 끊이지 않는다"며 "각종 건설업체들의 로비로 구속되는 인물들이 많았던 것도 이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관료들, 퇴임 후 자리와 부동산 재테크로 박봉 보상





주변의 부동산 땅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후임으로 추병직 장관이 취임했다. 그는 집값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건설5각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사진제공=연합뉴스]

△관료들의 '퇴임 후 자리'와 '부동산 재테크'=

건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 관료들도 국민 전체보다는 건설업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건교부는 판교 공영개발 방안과 관련, 이 방안이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민간 건설시장이 위축된다는 논리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스스로 국민 주거 안정보다는 건설업계 보호를 우선 목표라고 공언하고 있는 셈이다.

관료들이 국민보다는 건설업계의 이해를 더 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말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 결정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말 올해 100억원대 이상 공공공사에 도입키로 했던 최저가낙찰제의 시행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저가낙찰제는 일정한 조건 아래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내는 건설업체에게 공공공사를 발주하는 입찰제도로 건설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 이 제도는 사실상 운에 의한 '로또식 운찰제'로 바뀐 현행 적격심사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스탠다드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내 민간업계에서는 수십년동안 이 방식을 사용해왔다. 경실련은 이 제도가 100억원대 이상 공공공사에 도입될 경우 예산을 최소 5조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처럼 국가 재정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제도가 대통령과 주변 경제 참모들도 잘 모르는 사이에 유예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 결정은 지난해 10월 전경련과 9개 건설관련 단체의 시행 연기 요청이 나온 뒤 이뤄진 것이었다. 이헌재 전 재경장관은 이들 단체의 건의 이후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를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두 달 만에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사실상 현행 적격심사제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해 국민 예산으로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일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관료들은 국민들의 제도 개선 요청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건설업계 등의 요구에는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 같은 관료들의 판단이 자신들의 정책 소신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이해관계가 건설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과 건설업계의 커넥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건교부 관리들의 퇴직 후 행로다. 미디어다음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말까지 건교부 출신 관료들의 퇴직 후 전직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가 각종 건설사업자 단체의 간부나 관련 공기업의 임원 등으로 이동했다.

H 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건설공제조합 전무로, C 국립지리원 4급은 대한건설협회 기술본부장으로, 또 다른 C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 지원팀장은 대한전문건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으로 옮겨갔다. 또 K 건교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은 대한주택선설협회 부회장, L 국토지리정보원 2급은 대한측량협회 부회장, K 건교부 차관보는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건교부 신공항건설기획단장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전무로 이동했다. 또 K 건교부 포항국도유지소장은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사업본부장으로, S 전 철도청장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S 건교부 3급은 한국주택협회 전무로 이동했다.

이처럼 건교부 관료들이 퇴직 후 산하 공기업이나 건설업자 단체의 주요 임원으로 이동하는 것은 수십년간 굳어져온 구조적 문제다. 건설관료 및 정치인-산하 건설 관련 공기업-건설업자 단체 간에 굳건한 인적 커넥션이 형성되는 틀이기도 하다.

김헌동 본부장은 "공기업의 주요 임원들과 건설업자 단체 등의 주요 임원은 건교부와 여권 정치권 인사로 구성된다"며 "서로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형성과정에서 건설 공기업과 건설업체들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관료들은 민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봉을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보충하려는 경제적 유인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실제로 미디어다음이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건교부와 함께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정책의 핵심 부처인 재경부 1급 이상 고위 관료들의 88% 가량이 서울 강남과 분당신도시 등 부동산 부촌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2001년부터 지금 사는 곳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모두 수억원대의 자산가치가 늘어났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이들 관료들이 몇 년 동안 수억원을 집값 상승으로 쉽게 벌었는데 이들이 집값을 떨어트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겠느냐"며 "최근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나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2001년 이후 부동산 광고, 신문 광고 매출 기여도 1위

"대형건설업체 담당 기자 관리팀 별도로 둬"

△부동산 광고, 신문 광고 매출의 3분의 1=

언론도 건설 5각 동맹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 광고는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IT광고, 학습지 광고, 유통(백화점) 광고 등을 제치고 신문 광고 매출 기여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신문사 광고국 직원은 "부동산 붐이 인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 매출의 35% 전후를 차지해 사실상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들을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파트 동시분양 정보나 가격대 등의 정보는 고지성이나 시의성 측면에서 효과 측면에서 신문이 가장 적절한 매체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각 신문사들은 부동산 광고을 유치하기 위해 여름 휴가철 등 비수기를 빼고는 매월 부동산 광고 특집면을 별도로 제작한다. 부동산광고가 신문 광고매출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신문들이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강한 유인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반시장, 반소비자적인 제도로 꼽히는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를 신문들이 달가워할 수 없는 사정도 부동산 광고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광고국 직원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 스스로의 자금력으로 70%이상 시공한 뒤 광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광고 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도입을 막고 싶은 제도가 후분양제"라고 말했다.전직 건설업체 홍보직원의 증언을 통해서도 언론과 건설업체와의 유착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수록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높인다. 부동산 값이 뛸수록 분양가를 높이는데도 유리하니 부동산 값을 띄우기 위한 여론 조작도 한다. 고도의 전략인데 업체가 땅을 산 지역에 대해 '유망개발정보' 등의 형식으로 언론, 특히 신문에서 보도되게 한다. 건교부의 중장기 전략을 분석하는 자료를 내고 화성 동탄과 행정수도 부지 등이 터지면 얼마나 오르고 식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거다. 이렇게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만든다. 홍보팀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접대하면서 애로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현금을 쥐어주면서 어떤 기사 나갈 때 우리 회사 부각시켜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도 한다. 물론 부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접대가 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대형업체들은 홍보팀을 통해 관련 기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분양가를 산정할 때 광고비를 간접비의 1~2퍼센트 정도로 산정한다. 광고비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안 써도 될 텐데 반드시 광고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안 해도 분양되는데 웬만하면 전면광고한다. 분양 끝난 뒤에도 사례광고를 한다. 메이저 신문은 기본이고 경제신문에도 대부분 광고한다. 언론에는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 광고하는 거다. 공사 프로젝트 관련해서 주위 민원도 있고 산업재해도 발생하고 회사 비리도 드러날 수 있으니 급할 때를 대비해 광고를 통해 언론사와 미리 유착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건설이나 부동산을 담당하는 개별 기자들도 강한 유착의 자장권 안에 들어있다. 건설정책이나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기사에서 인용되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업계의 시각을 대변하거나 부동산 컨설팅 업체 관계자라는 점에서도 이 사실은 뚜렷이 드러난다. 한 방송사 기자는 "출입처를 중심으로 한 취재 시스템 아래서는 출입처의 시각이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기자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대부분 기자들이 출입처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낼 정도로 독립적이지만 건교부는 여전히 출입처와의 유착관계가 심한 곳 가운데 하나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교부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건설업계의 로비가 심한 탓도 있지만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전문가들이 부족한 데다 기자들이 그런 전문가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들이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된 책을 낸 경우는 많지만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짚는 책을 낸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낸 '주택시장 분석과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를 소개한 일간지 기사는 신문사들의 친 건설업계 편향적 시각이 어떤 오보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준다. 대부분 일간지에서 이 보고서 내용은 '집값 억지로 누르면 더 튄다'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제목만 보면 정부의 부동산 경기 억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므로 억제책을 쓰지 말아야 할 것처럼 오인하게 한다. 실제로 일부 신문들은 이 보도를 근거로 정부가 부동산 경기 억제책을 맡기지 말고 시장에만 맡겨야 한다는 사설과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정부의 '냉온탕식 정책이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잃어 경기 흐름에 따라 정부 정책이 언제든 철회될 것이라는 인식을 줘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이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 보고서의 주장은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실제로 이 보고서를 작성한 차문중 연구원은 "언론의 기사 내용이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며 "내게 기사 제목을 뽑으라고 했다면 '정부 주택정책 일관성 가져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의 공공적 측면을 고려해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보고서의 내용과 작성자의 취지를 180도 비튼 전형적인 왜곡 보도의 사례인 셈이다. 물론 이 같은 보도는 '기사 자판기'처럼 빠른 시간내에 기사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 아래 있는 기자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사를 1면 등 주요면에 배치한 것은 신문사의 평소 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업체 용역 받는 학계도 자유롭지 못해
건설업체 이익 대변 연구소, 언론에서 '전문가'로 인용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 그는 아파트값 거품을 빼기 위해서라도 건설 5각 동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다음 김준진기자

△인맥으로 연결된 학계, 연구소도 자유롭지 못해=

정부 부동산정책과 관련된 교수나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학자들은 건교부에서 위촉하는 사업 계획, 사업 인허가, 설계 심사 등 건설 관련 중앙 및 각종 지방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가 많다. 또 건교부 등이 발주하는 각종 국책사업 등 공공건설사업의 설계용역, 사업타당성 용역, 설계심의 심사, 건설사업의 설계기준이나 시공 기준 작성 용역, 정책 연구 용역, 제도 개선 용역, 기술심사 용역 등에 상당수 관련 학과 교수들이나 관련 분야 국책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데 들어가는 예산만 매년 수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건설 관련 용역이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하다 보니 이들이 정부나 관련 업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이나 학계의 동료나 선후배 교수들이 참여한 사업이 많아 안면 때문에라도 비판적인 견해를 표시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미디어다음이 고속철도나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취재를 해봐도 취재를 거절하거나 취재에 응하더라도 "입장이 곤란하다"며 익명을 요구하는 비율이 어떤 분야보다도 높았다.

문제는 이들이 '민간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참여하는 경우 정부 관료들은 정책 실패를 이들에게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OO위원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OO교수의 견해를 들어 이런 정책을 실시했다'는 식이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은 공무원에게 자문료를 받고 자문만 해줬을 뿐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비켜나간다. '책임 회피의 핑퐁 게임'이 벌어지는 것이다.

학계는 건설업계의 로비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임직원 대부분은 이들 학자들과 동문 관계로 얽혀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 특히 이들 학자들은 최근 연간 10조원 규모의 턴키, 대안입찰 공사의 사업자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설계심사 활동에 참여해 기업들의 치열한 로비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골프나 룸살롱 접대 등을 비롯한 직접 로비로부터 학내 기자재 기증과 각종 연구용역 등의 형태로 간접 로비가 이어진다. 실제로 한 대기업 건설회사의 '술상무'로 일하던 직원은 매주 1,2회씩 관련 학계 교수들을 룸살롱에서 접대하고 매주 골프접대를 나가다 올초 과로사하기도 했다.

건설 관련 이익단체나 부설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이들 학계 인사나 건설업체 임직원들과 동료, 선후배 관계로 맺어져 있음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건설업체의 이익이나 특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의 연구용역을 도맡아하고 있다. 주택협회 산하의 주택산업연구원이나 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 등이 대표적인 연구소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서울의 집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올랐다"며 '시장원리에 맡기라'고 주문하는 내용의 보고서는 이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헌동 본부장은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일반 국민들에게 이 같은 건설5각구조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부동산 값을 지탱하는 기득권 구조"라며 "이들은 잘못된 정책과 왜곡된 정보 제공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지속적인 '부패와의 전쟁' 결과 정부공공발주 공사의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던 일본도 건설산업 개혁으로 주택 건설비용을 30% 이상 줄었다"며 "건설 5각 구조라는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건설산업을 투명하게 발전시키면 국가 예산낭비를 줄이고 아파트값 거품 등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05

여당 의원, 일본 법 그대로 베껴 법안 발의

73개 조항 중 37개 조항 일본법에서 그대로 가져와
나머지 대부분 조항도 국내법에서 베껴..."거의 100% 짜깁기 법안"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는 정성호 의원[사진제공=연합뉴스]
한 국회의원이 일본 법 내용을 절반 이상 그대로 베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이 1일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안' 내용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10월 제정된 일본의 '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한 법률(個人情報の保護に?する法律)' 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번역한 내용임이 밝혀진 것. 이 같은 사실은 미디어다음이 정 의원의 법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일본 법 토씨까지 그대로 베껴=

두 법 안을 비교해본 결과 정 의원 법안의 제1조~3조, 제6~16조, 제33조, 제 52~73조의 내용은 일본 법안과 제목과 표현, 순서가 똑같이 일치했다. 전체 73개 조항 가운데 37개 조항의 내용을 일본법에서 수정도 없이 그대로 가져온 것. 특히 일본법의 총칙,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개인정보 취급자의 의무 등 체계와 제목까지 그대로 따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본식 표현을 '이루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바꾼 게 그나마 수정한 것이었다.

▲나머지 절반도 국내 기존 법조항 베껴=

일본 법을 베끼지 않은 나머지 절반의 조항도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국내법의 조항을 용어만 조금 바꿔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정 의원 법안의 '제 3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내용 대부분은 국가인권위원회 법안의 순서와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제4절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법안 내용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통신망 법)'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관련된 조항들과 내용이 거의 일치했다. 또 44조 (증인 등의 보호)에 관한 규정은 의문사 진상규명위법의 법조문 가운데 일부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

한 입법전문가는 "의원들이 입법활동을 할 때 기존 법이나 관련 법의 내용을 참조해 이를 원용할 수 있지만 이를 거의 그대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위원회 구조가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고 해도 그 법의 취지나 그 법이 구현되는 구체적 상황이 다르므로 별도의 법에서 그 같은 차이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것.

▲뒤죽박죽 법안=

일본 법과 국내 법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짜깁기식으로 법안을 만들다 보니 법안의 체제나 표현, 지시 내용이 뒤죽박죽인 법안이 돼버렸다. 53조, 55~57조, 60조 등에 담긴 △이용목적의 제한 △취득시 이용목적 통지 등 △개인정보의 정확성과 최신성의 유지 △제3자 제공의 제한 등의 내용은 법의 목적과 원칙 등을 나타내는 부분이어서 우리 법안의 관례상으로는 앞쪽에 주로 배치되는 내용이지만 뒤쪽에 배치됐다.

또 일본 법에서 언급된 조항 번호까지 그대로 옮겨온 탓에 실제로는 엉뚱한 조항을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정 의원 법안에서 개인정보의 이용정지 등을 규정한 65조 1항에는 '...개인정보가 제 16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급되고 있다는 이유 또는 제 17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득된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에서 제16조, 제17조 규정은 일본 법 원문에 나오는 조항 번호를 그대로 옮긴 것. 하지만 짜깁기 과정에서 조항 순서가 달라지다 보니 정 의원 법안의 16조(기관간 상호 협력), 17조(위원회의 설치)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일본법을 베끼는 데 급급해 지시 조항이 달라진 것도 검토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식의 엉뚱한 조항 언급은 65조 2항과 66조, 67조 등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

또 일본 법을 번역하면서 그 뜻을 몰라 실제로는 같은 내용을 두 조항에 걸쳐 되풀이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정의원 법안 62조의 '개시(開示)'라는 표현은 우리의 열람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일본법 상의 표현. 정의원 법안은 62조에서 사실상 열람에 관한 일본법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뒤 다시 63조에서 '개인정보의 열람'에 관해 다시 언급하고 있다. 다른 의원 10명도 이런 내용 모르고 발의에 서명

정성호 의원, 지난해 최다 법안 발의자

"풀과 가위로 만든 법안...일본 법에 우리 법 종속돼"





정의원이 이달 1일 발의한 법안 표지.
▲다른 의원 10명, 내용도 모르고 법안 발의에 서명=

정의원 법안에는 정의원뿐만 아니라 같은 당 의원 10명의 의원도 함께 서명했다. 정의원 법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법안에 서명한 것. 특히 함께 발의한 이은영 의원은 사실상 정부안인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신 발의한 의원이어서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동시에 발의한 셈이 됐다. 이 의원은 민법학자 출신이어서 법안 내용을 제대로 검토했더라도 이 법안에 문제가 있음을 충분히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김모씨는 "각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평소 친분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부탁하면 법안 취지만 대충 듣고 그대로 서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경우도 그런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 가능한가=

한, 두 줄도 아니고 어떻게 법안의 절반 이상을 일본법에서 베껴온 내용으로 채우고도 버젓이 법안으로 발의할 수 있었을까. 정의원은 국회 입법 과정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발의돼 채택되는 법안의 거의 대부분은 정부 법안이거나 정부 법안을 의원 이름으로 대리 발의하는 경우, 또는 거대 정당이 당 차원에서 미는 법안들이다. 정부안이나 당 차원의 법안과 동일한 취지의 법안이 경합할 경우 개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실상 그대로 묻히기 마련.

실제로 '개인정보보호기본법'안도 현재 모두 3개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 의원 법안 외에도 이은영 의원이 당정협의를 거쳐 발의한 법안과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시민사회단체와의 수년 간 논의 끝에 마련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안이 사실상 당 차원의 안이어서 이 의원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 안은 제대로 심사되지도 않고 그대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 하지만 이렇게 법안이 폐기돼도 정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실적'은 올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민노당이 3~4년 동안 각계 의견을 들어 법안을 준비해온 것과는 달리 정 의원은 '풀과 가위'만으로 생색을 내려 했던 것이다.

▲정성호의원, 지난해 최다 법안 발의자=

경기 양주-동두천이 지역구인 정의원은 모 대학 법대를 나와 사시 28회에 합격, 10여년 동안 변호사의 길을 걸어오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 결코 법률 문외한이라고 할 수 없는 셈이다. 그는 법안 발의 건수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정 의원이 지난해 연말까지 8개월여 동안 발의한 법안은 33건. 지난 16대 국회조웅규 의원이 4년 동안 48건을 발의해 1위를 차지했으므로 정 의원의 기록은 엄청난 기록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 신문은 올초 보도에서 그의 별명을 '법률제조기'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정 의원은 좋은 법안을 만드는 일에 충실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가령 동료 의원들로부터 입법발의 요청이 들어온 법안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서명하거나 상임위 활동과정에서 법안심사를 대충 끝내 버리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라고 정의원의 말을 전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정의원의 법안 내용을 검토한 뒤 "한 마디로 풀과 가위로 만든 법안"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법안으로 이렇게 법을 비양심적으로 만들어도 되는지 통탄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원들이 법을 만들 때는 현실의 문제를 최대한 고민해 우리 실정에 가장 잘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만든 법이 통과된다면 외국 법제에 우리 법이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입법보좌관은 "과거 정부나 정치인들이 일본 법을 모방한 경우가 많았으나 90년대 이후로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어졌다"며 "다른 나라 사례를 이처럼 통째로 베끼다시피 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성호 의원 보좌관은 기사 작성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법안을 만들 때 일본법안을 번역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우리가 독일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법률도 봤지만 우리 현실에 가장 타당한 것 같아서 법 조항들을 가져온 것일뿐인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미디어다음 보도가 나간 몇 시간 뒤 입장은 달라졌다. 정 의원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일본 법안과 국내 법을 베꼈음을 시인한 뒤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원은 법안을 제출한 뒤 국회 의안과의 지적을 받아 법안에서 지시하는 조항 번호가 잘못된 경우는 수정했다.

편집자주=백문이 불여일견. 정의원 법안과 정의원이 베낀 일본 법, 국내 법의 각 조항 가운데 일부를 비교해 소개한다. 일본법안에 한자가 많이 섞여 있어 일본어를 몰라도 정의원 법안이 일본 법안의 표현을 그대로 베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제1조의 '고도정보통신사회'와 같은 표현은 일본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제1조(목적) 이 법률은 고도 정보 통신 사회의 진전에 따라 개인정보의 이용이 현저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개인정보의 적정한 취급에 관한 기본이념 및 정부의 기본방침 작성 그 밖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시책을 정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을 명확하게 함과 동시에 개인정보취급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등을 정함으로써 개인정보의 유용성을 배려하여 개인의 권리 및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第一條 (目的)この法律は、高度情報通信社會の進展に伴い個人情報の利用が著しく擴大していることにかんがみ、個人情報の適正な取扱いに關し、基本原則及び政府による基本方針の作成その他の個人情報の保護に關する施策の基本となる事項を定め、國及び地方公共團體の責務等を明らかにするとともに、個人情報を取り扱う事業者の遵守すべき義務等を定めることにより、個人情報の有用性に配慮しつつ、個人の權利利益を保護することを目的とする。제2조(정의) 이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1. "개인정보"라 함은 생존한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해당 정보에 포함된 성명,생년월일 그 밖의 기술 등에 의하여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것(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조합할 수 있고,그것에 의하여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것 및 개인정보데이터베이스등을 포함한다)을 말한다.第二條 (定義)[1] この法律において「個人情報」とは、生存する個人に關する情報であって、當該情報に含まれる氏名、生年月日その他の記述等により特定の個人を識別することができるもの(他の情報と容易に照合することができ、それにより特定の個人を識別することができることとなるものを含む。)をいう。2. "개인정보데이터베이스등"이라 함은 개인정보를 포함한 정보의 집합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가. 특정한 개인정보를 전자계산기를 이용하여 검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나. 가목에 언급한 것 외에 특정한 개인정보를 용이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2] この法律において「個人情報デ?タベ?ス等」とは、個人情報を含む情報の集合物であって、次に揭げるものをいう。【一】特定の個人情報を電子計算機を用いて檢索することができるように?系的に構成したもの【二】前?に揭げるもののほか、特定の個人情報を容易に檢索することができるように?系的に構成したものとして政令で定めるもの 정의원 법안 65조는 일본법 27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정의원은 법 조항을 번역하는데 급급했는지 일본법에 있는 조항 번호까지 그대로 가져오고 말았다.

제65조(이용정지 등) ①개인정보 취급자는 본인으로부터 해당 본인이 식별된 개인정보가 제16조

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급되고 있다는 이유 또는 제17조

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득된 것이라는 이유에 의하여 해당 개인정보의 이용의 정지 또는 소거 (이하 이 조에서 "이용정지등"이라 한다)가 요구된 경우에는 그 요구에 이유가 있다고 판명된 때에는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지체 없이 해당 보유 개인정보의 이용정지등을 행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 개인정보의 이용정지등에 거액의 비용을 필요로 한 경우와 그 밖의 이용 정지등을 행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로 본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체조치를 취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第二十七條(利用停止等)[1] 個人情報取扱事業者は、本人から、?該本人が識別される保有個人デ?タが 第十六條

の規定に違反して取り扱われているという理由又は 第十七條

の規定に違反して取得されたものであるという理由によって、?該保有個人デ?タの利用の停止又は消去(以下この條において「利用停止等」という。)を求められた場合であって、その求めに理由があることが判明したときは、違反を是正するために必要な限度で、遲滯なく、?該保有個人デ?タの利用停止等を行わなければならない。ただし、?該保有個人デ?タの利用停止等に多額の費用を要する場合その他の利用停止等を行うことが困難な場合であって、本人の權利利益を保護するため必要なこれに代わるべき措置をとるときは、この限りでない。 통신망법과 정의원 법안의 일부 조항. 일부 표현과 순서가 조금 달라졌을 뿐 사실상 통신망법의 조항과 거의 다름없다. 관련 전문가들은 "정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신망법은 법의 취지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다르므로 분쟁조정위원회의 성격이나 절차 등이 어느 정도 달라야 하는데 정의원 법안에서는 그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조정의 효력) ①분쟁조정위원회는 제36조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정안을 작성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각 당사자에게 제시하여야 한다.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정안을 제시받은 당사자는 그 제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수락여부를 분쟁조정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③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한 때에는 분쟁조정위원회는 즉시 조정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위원장 및 각 당사자는 이에 기명날인하여야 한다.④당사자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정안을 수락하고 조정서에 기명날인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조정서와 동일한 내용의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제39조 (조정의 거부 및 중지) ①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의 성질상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함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신청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조정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정거부의 사유 등을 신청인에게 통보하여야 한다.②분쟁조정위원회는 신청된 조정사건에 대한 처리절차를 진행중에 일방 당사자가 소를 제기한 때에는 그 조정의 처리를 중지하고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 정의원 법안 >

제48조(조정의 효력) ①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안을 작성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②당사자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통보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조정을 수락한 경우에는 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서를 작성하고 당사자가 기명?날인하여야 한다.③당사자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기간이내에 분쟁조정에 대한 수락거부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분쟁조정을 수락한 것으로 본다.④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가 조정을 수락하여 조정서에 기명날인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조정서와 동일한 내용의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수락한 것으로 보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제49조(조정의 거부 및 중지) ①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의 성질상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조정을 신청하였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당해 조정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정거부의 사유 등을 신청인인 당사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②분쟁조정위원회는 당사자 중 일방이 조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조정경위ㆍ조정거부이유 등을 상대방에게 문서로 통보하여야 한다.③분쟁조정위원회는 당사자 중 일방이 소를 제기한 때에는 조정을 중지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정의원 법안의 일부 조항 비교. 마찬가지로 정의원 법안이 인권위법의 조항과 거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법 >

제6조 (위원장의 직무) ①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며 위원회의 업무를 통할한다.②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상임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③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위원회의 소관 사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출석하여 보고하거나 답변하여야 한다.④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으며, 그 소관사무에 관하여 국무총리에게 의안(이 법의 시행에 관한 대통령령안을 포함한다)의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⑤위원장은 위원회의 예산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예산회계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본다.제7조 (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 ①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②위원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임기중 위원이 결원된 때에는 대통령은 임기만료 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③결원이 된 위원의 후임으로 임명된 위원의 임기는 새로이 개시된다. < 정의원 법안 >

제20조(위원장의 직무) ①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며 위원회의 업무 를 통할한다.②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상임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③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위원회 소관 사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출석하여 보고하거나 답변하여야 한다.④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으며, 그 소관 사무에 관하여 국무총리에게 의안(이 법의 시행에 관한 대통령령을 포함한다)의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⑤위원장은 위원회의 예산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예산회계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본다.제21조(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 ①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②위원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임기 중 위원이 결원된 때에는 대 통령은 임기만료 또는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③결원이 된 위원의 후임으로 임명된 위원의 임기는 새로이 개시된다.
by 선대인 2008. 9. 4. 16:02

‘혈세 먹는 하마, 민자사업자로 위장한 대형 건설업체들’

대형 건설업체가 1억원만 가지면 1~2조원짜리 공사를 따 그 가운데 30~40%가량을 수익으로 남긴다. 부풀려진 공사비 때문에 고속도로 통행료가 올라가 통행량이 줄어도 정부가 운영수입의 80~90%를 보장해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 수조원이 낭비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이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민자 SOC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자SOC사업은 외국자본 등 민간자본 등을 끌어들여 도로, 항만, 철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를 명목으로 98년말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제정해 이 제도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하지만 민자사업제도는 불투명한 사업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사업시행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변질돼 막대한 예산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과다한 운영수입 보장 등에 의한 막대한 혈세 낭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공사비 △2~3배 부풀려진 통행료 등이 그런 문제점들이다.
 
"민자사업 실행원가 50~60%에 불과"





지난해 3월 개통된 우면산터널. 이 터널의 통행량은 당초 추정치의 21.7%에 불과해 불필요한 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엄청나게 부풀려진 공사비=사업비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 절차 없이 업계 로비에 의해 공사비가 부풀려질 개연성이 높은 민자사업의 낙찰률은 사실상 100%.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평균낙찰율이 약 60%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부풀려지고 있는 셈이다.

보통 건설업체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면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출자비율만큼 시공권을 나눠 갖는다. 참여 건설업체들은 전체적으로 공사비의 30~40%를 떼먹고 기존 국내 건설사업처럼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공사를 진행한다.

미디어다음이 입수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도급 및 실행 내역을 살펴보면 민자사업 공사비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모두 1조7360억여원. 이 가운데 직접공사비 8720억원과 간접공사비 1699억원 등 실제로 투입된 비용은 1조419억원. 결국 참여 건설업체들은 이 사업에서만 무려 40% 가량인 4942억여원의 폭리를 취했다.

특히 토공사만 따로 떼놓고 볼 경우 직간접비를 합쳐 3791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으나 실제로는 1659억원만 들어가 무려 2132억원(56%)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건설사들은 사실상 원청 역할을 하므로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최종 하도급자가 시공에 들이는 단가는 당초 사업비의 40%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건설업체인 S사가 99년 작성한 '영업전략 회의 자료'를 봐도 건설업체들에게 민자사업이 얼마나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자료의 '별첨 1-2. 민자SOC사업 사업비 구성 및 시점별 투자계획'에 따르면 S사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사업을 기준으로 삼아 총사업비 가운데 실행원가를 47%로 잡고 있다. S사가 원도급사의 입장에서 잡은 실행원가가 47%이므로 현실상 2~3단계의 하도급이 더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공사 원가는 불과 30~40%선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S사는 민자사업 시공으로 인한 총사업비 대비 이익률도 31%로 잡고 있다. 기준을 공사비에 대한 비중으로 바꾸면 공사이익율은 40%로 올라간다. 당시 외환위기 직후 12% 가량의 고금리를 기준으로 한 건설이자와 세금 등을 총사업비의 22%로 높게 잡았는데도 이 정도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왜 공사이익률이 이처럼 높은지에 대해 이 자료는 '설계가 대비 99.9%로 공사비를 인정받음으로써 실행원가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인 공공사업의 낙찰률은 설계가의 60%(최저가낙찰제)~80%(적격심사제)보다 20~40% 이상 높은 셈이다.


"민자사업, 사업자 부담 없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


▲돈 한 푼 안 들여도 민자사업 가능해=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막대한 이익이 남는 건설공사를 대부분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매우 적다. 사업비를 100으로 봤을 때 20% 가량은 재정에서 지원하고 60%가량은 정부 보증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자본을 끌어다 대주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사업비의 20%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민자사업의 경우 여러 개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므로 실제 비용 부담은 사업비의 5% 미만이다. 이것도 사업 완료시점까지 지불하면 된다.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잔뜩 부풀려진 공사비에서 30~40%의 수익을 챙기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사수익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초기 출자자금만 있으면 수조원대의 사업을 하고도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인 셈이다.앞서 언급한 S사의 자료는 이 같은 실태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자료는 '민자사업은 리드 타임(사업 준비부터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통상 2~3년 정도) 기간에는 실제 소요자금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컨소시엄 운영비, 사업타당성 조사비, 컨셉 설계, 주무 관청과 협상 등(에 드는) 소요 비용 약 1억원 정도"라며 "1억원 정도 비용으로 사업시행자로 지정됨으로써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는 총사업비의 0.02%~0.03%에 불과해 자금을 외부 금융기관 등에서 빌려 주택건설사업을 하는 경우 토지매입비 등으로 총사업비의 20~30%를 들여야 하는 것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것이다.이 자료는 또 "총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출자금은 통상 공사기간 중에 시공이윤으로 타인자본이 입금되기 시작한 후부터 준공 시까지 대다수 회수되는 것이 민자사업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이는 순전히 시공과정만 본 것으로 공사 완공 후 운영수입까지 고려하면 한 건설회사가 가져갈 수입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 같은 민자사업 조건이 건설업체에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지도 이 자료는 보여준다. "향후 민자사업 적극 추진회사와 소극적 회사간 격차는 2~3년 후부터 만회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추정한 것.요약하면, 현재 민자사업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수천억~수억원대의 민자사업을 따내 시공 과정에서만 수백억~수천억원을 손쉽게 챙길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향후 혈세 낭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운영 중인 민자도로의 최소운영수입 보장 내역
▲과도한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혈세 낭비=부풀려진 공사비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과정에서도 엄청난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시행자들이 통행량을 의도적으로 과대 평가해 생기는 운영수입의 부족분을 모두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건설교통부가 국회 건교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자고속도로인 인천신공항고속도로에 2001~2003년 동안 지급된 손실보전 비용이 모두 2936억원이었다. 이는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 시 투입된 민간투자액 1조 4602억원의 20.1%에 해당하는 금액.

기획예산처가 최소 운영수입 보장비율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결국 인천신공항고속도로 한 곳에만 운영수입 보장기간인 20년 동안 약 2조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는 투자액 전액을 회수하고도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3년 처음 운영된 천안~논산 고속도로에도 497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이렇게 운영과정에서도 거의 아무런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니 사업운영권마저 수백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삼성물산, 한진중공업, 동아건설, 포스코개발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구성된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지분은 이후 교원공제회,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에 나눠 팔렸다.

또 LG건설, 금호산업,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만든 천안논산고속도로(주)도 이후 대우건설만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 국민은행 등에 지분이 넘어갔다. 여기에서도 거액의 프리미엄이 오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시행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이 제도는 기획예산처가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각 사업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다르지만 정부는 민자사업 시행자별로 20~30년 동안 추정 운영수입의 80~90%선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사실상 기업이 손실을 볼 일이 전혀 없는 특혜를 준 꼴이었다. 또한 사업 위험이 없으니 민자사업의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인 민간의 창의력 발휘는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각 사업 시행자들은 이 같은 계약조건을 악용, 추정 운영수입을 잔뜩 부풀려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길을 택했다.

▲엉터리 교통수요 예측=민자사업의 타당성, 건설보조금, 사용료, 최소운영수입보장금 등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므로 교통수요 예측은 매우 엄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실제로 2004년 10월 감사원이 서울~춘천간, 서수원~오산~평택간 2개 민자고속도로를 대상으로 교통수요예측 자료를 점검한 결과 통행량 기준을 과다 적용하는 등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건교부가 2004년3월 실시협약을 체결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교통수요예측보고서에는 실제 기준으로 삼은 O-D(Origin-Destination.기점-종점간 통행량)보다 111~149%나 부풀려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비싼 요금 때문에 국도에서 갈아타는 비율이 매우 낮은데(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3%) 국도 46호선 가평~춘천 구간의 교통량 가운데 41%가 이 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으로 과다 예측했다. 그 결과 국토연구원과 감사원이 교통량을 재분석한 결과 각각 2만2401~2만6768대/일로 나타났으나 민자사업자는 이를 5만2236대/일로 두 배가량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우면산 터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서울시는 하루평균 6만5958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이 터널은 하루 1만 1000대 정도만 다니고 있다.

이 사업은 예측교통량 대비 실제 교통량이 21.7%에 그치다보니 해마다 250억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교통량이 잔뜩 부풀려졌지만 교통량을 부풀린 용역기관에 책임을 물릴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원대 사업에도 사전 타당성 조사도 안해"

▲부실한 사업자 선정 과정=이처럼 민자사업이 남발되는 것은 부실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과 맞물려 있다.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사업의 경우에는 99년부터 예비타당성 검토를 하도록 돼 있다.하지만 대부분 수천억원~수조원대의 민자사업은 단지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런 과정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민자로 건설돼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실제로 우면산터널은 개통 이후 통행률이 예상 통행률의 2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사업이 필요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인천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독점 도로여서 애초부터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인천대학교 옥동석 교수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독점성이 강한 도로이므로 당초부터 정부 재정으로 건설했어야 했다"며 "민간사업자가 독점적 사업을 운영하면서 적절한 통행료를 책정한다는 것은 바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또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불투명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재정 투자요건, 운영수익 보장범위 등 주요 핵심사항들이 정부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주무부처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할 수 있다' 는 등의 표현은 사실상 정부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는 표현들이다.갈수록 증가하는 민간제안사업은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제안 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간이 사업을 제안했더라도 정부 차원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엄밀히 검토한 뒤 이를 국가재정사업으로 하거나 정부고시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의 민간제안사업은 민간이 제안해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담당 부처가 판단하면 사업제안자에게 사업권까지 주는 구조여서 '특혜 사업' 시비를 벗어나기 힘들다. 경실련 김헌동 공공사업단장은 "민간의 아이디어를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면 국가재정사업으로 하든 국가가 관리하는 민자사업으로 돌리면 되지 제안자에게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사업권을 주는 것은 특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옥동석 교수도 "현재 정부 방안대로라면 예를 들어 삼성이 그룹 계열사 땅이 많은 곳을 지나는 도로 건설사업을 제안해 사업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민간제안사업은 이 같은 민간의 사욕 채우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심의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자사업의 기획 및 추진 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가장 많은 민자사업 계약을 체결해온 건교부 모두 민자사업 심의위원들과 전체 회의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심의위원들이 함께 모여 제대로 심의하는 과정도 없었던 셈이다.기획예산처의 한 민자사업심의위원은 "다 함께 모여 논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사업도 개별 위원들이 서면으로 심의하게 되면 개별적인 의견으로 끝나버리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심의위원들은 정부 결정을 정당화해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위원은 "정부 부처가 개별 서면심의하면 각 위원들을 대상으로 각개 격파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교부의 한 심의위원도 "내가 발견한 문제점을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논의하면 논란이 일 수도 있을 텐데 서면심의로 이런 것을 지적하면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공무원들이 사후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간자본 유치한다면서 건설자본만 유치"





3개 민자사업의 컨소시엄 현황
▲민간자본 유치? 건설자본에 공사주는 사업으로 변질=민자사업 대부분이 건설사들이 '노나는' 공사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다 보니 민자사업 참여자도 대부분 건설업체들이다. 당초 의도했던 국내외 유휴 민간자본을 활용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기도 살리겠다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황인 셈이다.

2003년 6월 현재 국가관리사업 출자자 구성현황을 보면 건설업체가 156건을 출자해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금융기관은 6건(3.4%), 공공기관 8건(4.5%), 외국업체 9건(5.0%) 등이었다. 또한 건수별 상위 출자자 현황을 보면 현대건설(12건), 금호산업(10건), 대림산업(9건), 대우건설(8건), 현대산업개발(7건), (주)한화(7건), 롯데건설(6건), 한일건설(5건) 등 8위까지 모두 건설자본이 차지했다.

이들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가 협약을 맺은 민자사업의 시공은 당연히 이들 건설업체들이 맡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끼리 컨소시엄 형식의 단일사업체를 만들어 단독으로 참여하므로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4년말까지 복수 사업신청자간 경쟁이 발생했던 사업의 비중은 28%(40/14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내의 대형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투명한 사업자 선정, 시공은 공개 경쟁 입찰 거쳐야"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4월2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민자사업 제도를 총괄하는 기획예산처는 민자사업에 대한 각종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자사업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떻게 해야 하나=△과다한 교통수요 예측 억제 △민간사업자간 경쟁 활성화 △최소운영수입보장 등의 방안은 감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 등도 이와 관련한 보완책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민자유치사업 선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지 않는 한 '민간투자자로 위장한 건설사'들이 혈세로 폭리를 취하는 구조는 바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 아멕사와 인천시가 출자해 만든 '코다개발'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추진되고 있는 제 2연육교 사업은 민자사업 추진 방식에서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이 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 선정 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건설공사 시공자를 선정하는 2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코다개발은 자신들이 사업시행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시공사를 공개 모집했다.

이 회사는 또 시공비와 자신들이 투입한 소액의 사업수행비를 합한 금액으로 총사업비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Best Value)을 가진 업체에 시공을 맡겨 좋은 시설을 만든 뒤 연육교 운영수입을 통해서만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민자사업 공사비를 잔뜩 부풀려 정부를 상대로 수의계약을 맺어 시공과 운영과정 모두에서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태였다.

이후 코다개발과 정부는 함께 전문가그룹으로 심사단을 꾸려 실시설계와 시공비용 등의 상업성과 기술력 등을 종합 평가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처럼 제2연육교 시공사 선정 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

김헌동 단장은 "현재의 수의계약형태가 아니라 시공자, 설계자 선정시 정부가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저가낙찰제에 비해 수십 % 이상 부풀려진 민자사업의 부풀려진 공사비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 활성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건설업체 위주의 독점사업자 구성을 막고 금융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기업 등 진정한 의미의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5:59

“정부 자영업자 대책, 두손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꼴”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로 역량을 높이 평가받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을 최근 다시 만났다. 올초 상당수 언론을 통해 유포됐던 경기 회복론이 가라앉고 '장기 침체' 조짐마저 나타나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그의 진단과 해법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경제가 '기술집약적 경제구조로 급변한 상황에서 재정확대책은 효과가 없다'거나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최근의 경기 악화를 사전 경고했었다.

또 올초에는 판교신도시를 첫 사례로 삼아 지속적으로 영구 임대주택 단지를 개발하면 집값을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만들어내 저출산 및 고령화 추세에 따른 복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공영 영구임대단지 개발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수용할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그는 5월초부터 시작한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손경제)'를 진행한 뒤부터 밀린 '본업'을 처리하느라 잇따르는 언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지만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는 흔쾌히 응했다.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 등 최근 한국 경제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 진단을 토대로 금리정책과 자영업자 문제에 집중했다. 두 시간여 동안 이뤄진 이날 인터뷰도 예전 인터뷰처럼 일문일답식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강의식'으로 진행됐고 구체적인 근거와 날카로운 분석에 근거한 그의 논지 또한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미디어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자영업자 문제와 금리정책을 주제로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먼저 자영업자 문제와 관련해 김소장은 자영업자 문제는 단순히 개별 자영업자 단위로 다룰 게 아니라 상가 단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1)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상가 단위별로 특색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개발하며, 2)문화산업, 관광산업적 관점에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주상형, 상공형, 체험형 등으로 상가별로 특색 있게 개발해야 하고 3)이 같은 체계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법적, 제도적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자영업자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해진 데 대해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색깔론 등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과 무능과 도덕적 해이로 구시대적인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한편, 그는 '손경제' 진행 이후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손경제 진행을 조기에 끝내고 싶어하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프로그램을 맡기 전부터 연구소 운영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프로그램 진행을 고사했던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

이제 방송을 한 달여 정도 했는데 자영업자 문제나 증권집단소송제 문제 등 이전에 잘 안 다루던 진지한 주제들을 다루면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반응이 즉각 오는 것 같다. 방송 매체가 직접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시간의 제약을 크게 받는 방송의 근본적인 한계나 기존 방송의 제작 관행이나 시스템 등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측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많이 애쓰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 시간은 25분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시간은 6시간이 넘어 오전 시간을 다 써야 한다. 그러니 다른 일들이 밀려 연구소 운영을 하기가 벅차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티질 못하겠다. 건강이 위협 받을 정도다.

솔직히 문화방송 측에는 미안하지만 조기에 그만두고 싶다. 이 같은 뜻도 전달했는데 문화방송측은 그래도 당분간은 계속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건강상 한계 상황에 와있다. 빠른 시일 내에 방송을 그만두고 본업인 연구소 일에 전념하고 싶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자격을 제한하는 '코미디 같은 정책'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자영업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자영업자 대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주택정책만 있는 게 아니다. 상가정책도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 돼야 한다. 상가 문제를 빼놓고는 자영업자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 상가들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과는 1대1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시장 시스템 안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자영업자 개인에 초첨을 맞춰서는 해결이 안 된다. 상가 단위로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이탈리아나 일본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상가 단위로 가게들의 스타일이나 디자인 등이 통일적으로 정비해 경쟁력을 갖게 한다. 대형 할인점은 만물상처럼 구색을 갖추면서도 저가로 경쟁력을 높이고, 백화점은 고가이면서도 문화적인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상점은 그 중간 지점에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할 수 없는 특색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문화 이벤트다. 따라서 상가 정책은, 상가를 어떻게 조성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이는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둘째로, 상가 정책을 하드웨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문화산업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상가 고유의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이 내수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면 상가는 외국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도 그 지역의 상가 등에서 많이 쓰지 않느냐.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관광객들이 백화점에 가서 예전 같은 고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 일인당 지출액이 2000년 128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980달러 정도로 줄었는데 그 정도 쓰는 사람들이 백화점 가서 물건 하나 제대로 사겠느냐.

유럽이나 일본, 미국에서처럼 외국 관광객이 돈 쓸 데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와도 돼지갈비나 불고기나 먹고 남대문시장 등에서 싸구려옷이나 한 두 벌 사가지 그 외에는 쓸 곳이 없다. 상가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상가를 관광산업이나 문화산업화해야 한다.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 수가 2000년 500만명에서 더 이상 안 늘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관광 소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외국 관광객이 들어와 이를 상쇄하게 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쓰게 만들려면 상가 단위로 개발해 관광산업화, 문화 산업화해서 상가별로 특색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상가를 개발한다고 하면 주상복합으로 생각해 건물을 지어서 분양하는 식으로 끝내버린다. 그런 식으로는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가가 된다. 어떤 경우는 주상복합, 어떤 경우는 상공복합으로 개발하고 또 다른 경우는 체험형 상가로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심 한가운데일 경우 1층은 상가, 2층 이상은 주거용으로 개발하고, 전문화된 상가 경우에는 1층은 의류상가, 2,3층은 관광객이 주문할 경우 바로 맞춰줄 수 있는 상공형 상가가 돼야 한다. 좀 외곽으로 가면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즐길 수 있게 체험형 상가로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광주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산수화, 수묵화 등을 그릴 수 있는 체험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 주상이나 상공형은 상가를 만들 때 이벤트홀이나 중앙광장을 만들거나 비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아케이드를 만들어 가수 등 연예인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가를 그렇게 만들어야 서비스의 파이도 커진다. 지금은 그런 경쟁력이 없으니 관광 문화산업 진흥이라고 떠들었는데 한 게 뭐냐. 딱 하나 한 게 게임산업이다. 상가 문제를 소홀히 생각할 게 아니라 이게 우리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구조가 바뀌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자본 집약적 형태의 성장 단계에서는 생산직 중심의 고용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기술중심의 고용만 이뤄지고 있어 고용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래 인력을 기술직으로 훈련시켜 고용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비정규직으로 가든지, 자영업으로 독립하든지 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상태로는 자영업으로 가는 출구가 꽉 막혀버린 것이다.

세번째는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상가가 차별화 된 특징을 갖고 있으려면 동일지역이라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상가가 돼야 한다. 현재는 상가 점포들이 모두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저마다 들쭉날쭉 지어놨다.

하지만 상가 단위로 체계적으로 개발하려면 불가피하게 사유재산을 제약할 경우들이 생겨난다. 외국,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강력한 법적 제약을 가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자기 점포에 마음대로 손을 못 대게 한다. 간판 같은 것을 통일적으로 정비하게 한다.

우리는 법으로 해도 안 되는데 유럽에서는 상가번영회 같은 것을 조직해서 자발적으로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법적 틀에 맞는 안을 갖고 오는 상가는 대폭 지원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쇼핑할 때 다 차로 가는데 상가가 집객(集客) 능력을 가지려면 주차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도심에서 주차장을 갖는 것도 어렵고 주차타워를 세우는 것도 꼴불견이다. 그럴 때는 상가 개별 단위가 아니라 도심지에 대규모 공영 주차장을 개발하고 퇴근 이후에는 상가 주차장으로 연계시켜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대책들을 단기적이고 단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지역경제발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갈 것인지 비전과 철학을 갖고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연차별로 가야 한다. 1차 9년, 2차 9년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같은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하려면 사유재산의 제약이 불가피한데 이는 정치권의 합의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정책의 기획이나 입법이 기형적으로 돼 있다. 원래 정책입법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정치권은 놀고 있다가 정부 부처들이 눈치 봐서 적당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언론이 떠들면 부동산 개발업자 이익 챙겨주고 정치권 줄 대서 승진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행정 부처가 만든 안을 정치권에 가져오면 상급 기관이 평가하는 식으로 '왜 이런 식으로 해왔어' 대충 호통치다가 그대로 통과시켜 버린다. 이런 상태로는 안 된다.

비정규직 800만, 자영업자 500만명 등 1300만명의 유권자들도 문제다. 왜 이런 정치인들을 뽑아서 국회로 보냈느냐. 유권자들도 대오 각성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장래가 없다. 자영업자 문제는 바꿔 말하면 서비스 활성화 방안이다.

넌센스를 하나 말하면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 터진 이후인 99년경 실업자가 많이 생기니, 실업을 해소한답시고 서비스업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벌였다. 은행융자 등을 통해 이 사업에 2조원이 넘게 지원됐다.

그런데 그때 정책을 만들고 나서 잘 되고 있는지,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후속 대책들을 만들어 추가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에는 내던지고 한 편에서는 부동산으로 경기를 띄운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그때 다 넘어진 것이다.

한 쪽에서는 자영업자를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다른 한 편으로는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한다고 부동산 팍 튕겨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부담 때문에 망하게 했다. 양손이 완전히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와서는 자영업자들이 대책 없이 늘어나 문제다라고 엉뚱한 탓을 하는데 지금 실업자나 퇴직자가 뭐 해먹고 살 거냐.

자영업 말고는 대책이 없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고 해서 3월에 각 부처별로 종합대책안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어느 부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문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대책이 따로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상호 연관돼야 한다. 이것은 범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포함해 공동의 과제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자영업자, 서비스업의 문제 등에 관한 정책 실패나 과오가 빈발되는 것은 참여정부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여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 패러다임 양식에 걸맞은 경제 행동 양식, 정치 행동양식, 정부의 역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생기는 혼란이다.





-정부, 정치권, 유권자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선 유권자는 과거 정치 패러다임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 17대 총선을 통해 세대교체라는 변화된 행동 양식이 어느 정도는 나타났지만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과감해져야 한다.

지금의 정치세력으로서는 한국 경제와 유권자들의 장래를 기대할 수 없다. 여전히 구시대적인 패러다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소위 대권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 역시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정말 한국경제와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 전문적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 새로운 세대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일차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두 번째로, 정치권의 경우에 여야를 막론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문제 등 모든 절체절명의 문제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데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가 정면으로 달라붙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나. 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무슨 노선 투쟁이니 뭐니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대안을 낸다든지, 나름대로 차별화된 정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당의 실수만을 바라고 있다. 굿만 보고 떡만 먹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야당이 왜 필요하냐. 심지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색깔론과 같은 20, 30년 전의 저차원적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느냐.

지금 정치 구도에서는 정책적 역량의 측면에서 여야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거리가 전혀 없다. 서로 욕질하고 싸우고 인신공격하는 것이 전부이지. 그런 것이 정치인양 과거의 구태를 계속 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가 문제다. 이미 우리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도덕적 해이나 무능력 때문에 바뀐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구시대 정책을 쓰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을 통해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둥 엉뚱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중후장대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등 재정정책이 맞았다. 기업들이 대형 설비를 갖추면 고용이 팍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집약적 경제 단계에 이미 와 있다. 대부분이 첨단산업 쪽이다. 기술 개발 투자가 관건이 되는 경제가 돼버렸다. 이 상태에서 투자 예산을 두 배를 늘려준들 연구인력이 한정돼 있는데 연구성과가 나오겠나.

또 설사 설비투자를 하려고 해도 기업이 기술개발을 해서 성공을 해야 설비투자가 일어난다. 기술개발 투자를 해서 성공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투자해서 성공할 확률도 잘해야 2,3%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상태에서는 재정확대책을 한다고 한들 경기 부양의 효과가 없다. 30년대 대공황 시기에 탄생한 케인지안 방식의 재정확대책을 쓴다는 것은 넌센스다.
by 선대인 2008. 9. 4. 15:57

2005년에 작성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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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 집값 잡겠다?..오히려 내려야






김광수경제연구소장 ⓒ미디어다음 김준진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립니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이후 오랜만에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의 말이다. 기자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김소장을 인터뷰했지만 그가 이번처럼 현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격하게 질타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16일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과 정부의 재정확대책 및 부동산정책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소장은 먼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재정정책이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김 소장은 이어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를 특징으로 하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경기 부양 수단으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라며 금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소장은 최근 한국은행이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그는 "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느냐"며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는 것.그는 소수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의 예금의 7,80%를 갖고 있는 사실을 거론한 뒤 "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며 "물론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며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지난해부터 줄곧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의 잘못된 처방과 상당수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비판했던 그는 지쳤다는 듯 "길게 말하기 싫다"면서도 최근 부동산 대책에 대해 또 다시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김소장은 그 동안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선진국 수준인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분양(소유) 위주 공급 방식에서 탈피해 활용(전월세) 위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초부터 판교택지지구를 100% 영구임대단지로 공영개발하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김소장은 "정부는 여전히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라고 질타했다.그는 90년대 초 3000명이던 국내 연간 자살자 수가 지난해 1만1000명 수준으로 급증한 사실을 거론한 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질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대공황 시대에 나온 재정확대 정책 더 이상 안 통해"


-올초 반짝하는 것처럼 보였던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이를 재정확대 정책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낡은 처방'을 꺼내고 있는데.

재정정책은 노동집약적, 자본 집약적 성장 경제와 폐쇄적 경제에서 임금이 단기적으로 경직적인 경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개방형 경제 및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크게 증대된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과거 한미일 3국이 실시한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80년대 초 레이건정부 출범 이래로 미국은 주로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통화론자들이 경기부양 수단으로서 항구적 감세정책을 주장해왔다. 즉 감세정책을 통하여 소비 및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고용창출을 유발하려고 하였던 것이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감세는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였다는 비판과 감세가 기업의 투자 및 고용창출을 유발할 정도로 강력한 경기부양 수단이 되지 못했다는 점도 드러났다.또 일본과 한국은 감세보다는 주로 5,60년대 이후 양적 고도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케인지안적 성향이 강한 관료 및 관변학자들에 의해 적자재정 또는 추경편성을 통한 재정확대가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단기 성장주의를 추구하는 관료주도의 재정정책이 주류였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재정정책은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지금 같은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하면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선 이미 확정된 기술을 가지고 기계설비를 사서 대량생산해서 파는 경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성 즉 불확실성이 원천적으로 적다.하지만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의 경우는 다르다. 기술개발을 성공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성공할 확률도 불과 2,3%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또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해가는 과도기에는 고용의 구조적 미스매칭이 발생한다.우리의 경우 외환위기를 맞아서 정리해고가 많아지고 노동 유연성이 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한국 경제는 90년대 후반부터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왔다. 그런데도 자본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의 경제운용 틀을 고수해오다 보니 외환위기 충격에 급격하게 터져버린 모습을 보인 것일 뿐이다.임금이 경직적일 때 단기적인 경우에 한해 케인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많이 해소되었으므로 사실상 케안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특징처럼 돼 버렸다. 따라서 기술집약적 경제에 있어서 경기부양 수단은 결국 금리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 3%대로 굳어져"
"경제 성장률 떨어지고 불확실성 커진 경제 상황에서 금리는 내려야"


-그러면 현 국면에서 금리는 어느 수준에서 결정이 되야 하나.

금리결정 모델은 케인지안 모델과 통화론자 모델에서 다른데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은 자본경제, 즉 생산경제에서의 실수요를 전제로 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산경제에서의 투기와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로는 불확실성과 투기가 빈발하는 현실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반면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은 불확실성하에서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감안하여 위험과 기대수익간의 교환관계로 설명한다.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을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시장금리는 잠재성장률-(불확실성의 크기 X 위험프리미엄) 이라는 식으로 결정된다.이 모델은 매우 직관적 설득력을 지닌다. 먼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금리도 낮아진다. 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리가 내려간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려 한다. 즉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의 투자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으로 기업이 마땅히 투자할만한 데가 없거나 있더라도 굉장히 위험한 투자처만 있는 경우다.이런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돈을 투자해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간다. 그런가 하면 투자자들이 과도한 위험프리미엄을 요구할수록 금리는 하향 압력을 받게 된다.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우리 경제는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 우리 연구소는 이를 지난해 말부터 주장했다.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내수 자력에 의한 평균성장률을 보면 평균 3%대다. IT 버블이나 신용카드 버블, 부동산 버블 등을 모두 걷어내면 3%대다. 지난해에도 4%대 성장을 하였으나 이는 수출단가가 크게 높아진 데 기인한다.예를 들어, 포스코의 매출은 2003년 대비 2004년 32% 가량 늘어났다. 매출증가에 대한 기여도를 판매량과 판매가격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해보면 판매가격 기여도가 무려 31% 에 이르고 있다.그러면 3% 전후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문제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사실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제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경제에서의 3%는 문제일 수 있지만 질적 성장경제에서의 3% 성장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또 일부에서 5% 이상 성장해야만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5% 성장한다고 고용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미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고용은 상당기간 동안 늘어나기 어렵다. 그러니까 3% 성장을 해서 고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5% 대의 성장을 해도 '고용 없는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도 그런 경우다.이미 한국경제는 내수 자력에 의한 성장잠재력은 3% 전후 수준으로 고착되고 있다. 98년 이후부터 벌써 8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계속 떨어져 왔는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왔다'고 하지만 사실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맞는 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그런데 지금 한국은행은 '부동산 투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지 내릴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면 가계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나. 부동산투기는 저금리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와 저금리에 대한 일부 경제주체들의 부적응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

"엉터리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 치밀어 잠을 못 이룬다"


-그러면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인가.

1분기에 2.7% 성장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세를 분석해본 결과,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2%대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최소한 2% 전후 수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나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4%도 어렵다고 본다면 금리를 당연히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안 내리는 이유가 뭐냐.부동산 투기는 다른 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부동산이 우리 한국 경제에 상당히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한국경제의 핵심부분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경제와 서비스업에 있다. 우리가 경제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서비스업을 정책적으로 전혀 준비를 안 해왔기에 최근의 자영업 사태와 같은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미국 경제를 이끌고 가는 것은 서비스업이다. 일본을 이끌어가는 것도 서비스업이다. 일본도 제조업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비스업이 경제의 핵심이다. 이미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넘어간 단계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성은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국내의 경우 서비스업이 활성화 안 돼 있다 보니 가족들이 강물에 뛰어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즉 공동체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록적으로 자살하고 있다. 인구 약 3억인 미국의 자살자가 연간 3만명 내외다. 일본은 90년대 초까지는 2만명 수준이었으나 98년에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31,000명으로 갑자기 1만명 이상 급증했다.종신고용 시스템 등으로 비교적 고용이 안정됐던 나라에서도 경제에 충격이 오니 이렇게 자살자가 급증했다. 우리는 90년대 초에 3000명, 95년에 6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1만 1000명에 달했다. 즉 자살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우리 연구소는 최근 일자리창출과 관련된 연구를 했는데 분노가 치밀어서 연구를 할 수가 없었다.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분노가 치밀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자살자 수가 급증하는 이유가 대부분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말 분노한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엉터리 집값 정책 내놓은 관료들 도덕적 해이의 극치"





-김소장께서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최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다시 '판교발 집값 폭등 현상'으로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데.

부동산 투기 문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으니 길게 얘기하기 싫다. 정말 간단하다. 누가 주택을 공급하지 말라고 했나. 지금까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해서 문제다라고 주장한 것은 바로 우리 연구소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2년 전에 출판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에서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며 우리의 주택정책 방향은 소유보다는 전월세(임대) 문제로 전환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언론이나 정부나 부동산 투기대책을 말하면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없는데 자기 멋대로 상정해놓고 주장하고 있다. 아주 악질적이다.

우리 연구소는 그 동안 정부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한 것을 비판하였고, 공급을 해도 어떤 식으로 공급할 거냐 하는 공급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부의 분양(소유) 위주 공급정책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결국 철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린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값 잡겠다고 금리 올린다면 투기가 없어지나."


-최근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부동산 문제를 금리와 관련해서 생각해보자. 가계부문의 금융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을 보면, 유이자성 가계부채가 500조원이고 유이자성 금융자산은 600조 정도 된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가계부문의 상대적인 금융부채 규모는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이다.즉 과다부채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가계의 과다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은행은 무슨 근거로 가계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을 하느냐.그리고 전체 예금자의 5% 정도에 불과한 소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예금의 7,80% 이상을 갖고 있다. 반면, 유이자성 부채 500조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70조원 정도이며 나머지 330조원은 일반대출이다. 그 중에서 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은행에서 차입한 사람들을 나눠서 따지기는 어렵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지 않다.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원래 돈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은행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유이자성 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170조를 뺀 330조는 자영업자 등 일반서민 대출이다. 그러면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어느 쪽이 덕을 보고 어느 쪽이 피를 보겠느냐.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물론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한국은행은 왜 이런 계산을 못하는가. 금리를 오히려 내려야 한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금리와 상관없는 문제다. 금리를 내려야만 상위 5%계층이 어차피 이자가 낮으니 저축보다는 소비를 택하는 유인이 작용한다. 즉 돈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다.또 금리를 인하하면 절대 다수의 이자부담을 안고 있는 서민가계의 부담이 줄어든다. 가계 전체로 보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이자소득이 주니 가계 전체로는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지만 내부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이런 구조인 것이다. 이런 것까지 정책 당국에 일일이 다 설명을 해주어야 아느냐.가계 과다부채가 문제가 될 때는 금리를 내려야 소비가 늘어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자로 노후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한국경제는 돈 있는 사람들이 희생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바로 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이 최소화되고 효과가 최대화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방송을 통해서도 몇 차례 넌지시 경고했는데도 엉뚱하게도 한국은행 총재가 그런 식의 발표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또 유가나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거나 환율이 급락하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금리인하로 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 북핵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하면 투자를 잘 안 하려 할 텐데 그때 금리를 낮춰야 한다. 금리는 불확실성을 흡수해줄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는 훌륭한 수단이다.유가 급등과 같이 외생적 충격으로 코스트가 확 올라간 경우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는 더욱 침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금리를 내려서 유가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원가상승 부담을 이자부담 감소로 상쇄하여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인상 폭을 줄여야 한다.또 소비자들의 소비를 늘려주고 빚을 낸 경우에는 이자 부담이 적도록 해줘야 한다.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은 거의 FRB의 금리조절을 통하여 경기를 조절해왔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기업부채, 가계부채 과다한 한국 경제, 금리인하로 체력 보완해야"

-그런데 일본은 제로금리까지 갔는데도 경제가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로금리 정책으로 일본 기업부문이 많은 구조조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기업부문은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에 있다. 미국의 경우, 명목 GDP 11조달러에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는 5조달러로 GDP 대비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 비중이 45%정도다.이에 비해, 일본은 90년대 초반 일본 기업부문의 유이자 금융부채가 600조엔에 달했으나 지금은 430조엔으로 줄었다. 즉 지난 10년 동안 초저금리 및 제로금리 정책을 바탕으로 170조엔이나 되는 막대한 과다부채를 조정해온 것이다.그런데 일본의 명목GDP는 450조엔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거의 제로성장 상태에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 기업의 유이자 금융부채 비율은 명목 GDP 대비 95% 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이다. 일본기업들이 금융부채 조정을 많이 했지만 플로우 GDP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면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이다.단순하게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줄여가야 한다. 지금까지 제로금리 정책으로 그나마 170조원을 줄인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규모의 과다부채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지금보다 1~2% 더 올린다면 일본 기업들이 망한다.한국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은 명목GDP 700조원에 대해 기업부문의 유이자성 금융부채 규모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673조원으로 97~8%에 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서 재무구조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금융부채 규모는 97년의 670조원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재무구조가 좋아진 것은 사실 부실기업들 구조조정 과정에서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채가 출자전환 되거나 부채탕감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금융부채 비중은 매우 높은 상태다. 금리를 내려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금리는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금리인하는 구조조정의 부작용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 일본은 앞으로도 기업의 과다부채 구조조정이 상당 수준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대신 일본의 가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가계들이 은행이자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가계들이 900조엔(금융부채 300조엔)에 달하는 유이자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로 인해 이자 한 푼도 못 받고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보면 가계를 이자수입을 희생하더라도 기업의 과다부채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가계 부문은 그 동안 축적한 자산이나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상당 기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제로금리로 인해 가계 전체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는데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때문에 생기는 희생대가이다.한국의 경우 가계도 과다부채, 기업도 과다부채인 상태에서 정부의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즉 경제 전체가 과다부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아까 얘기했으니 기업부채 문제만 좀 더 따져보자.극히 일부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이 수출단가가 좋아져서 자금 사정이 굉장히 좋아져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로우 GDP경제 전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의 부채규모로 봤을 때는 일본이나 우리는 여전히 기업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다. 적어도 미국기업 수준까지 가려면 670조원 되는 금융부채를 최소한 200조원은 더 줄여야 한다.기업이 부채를 줄이려면 사업성 없는 투자는 접어야 하고, 부실한 기업은 문 닫고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부문을 찾아야 한다. 그게 구조조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실업증가 등 사회적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보면 지금의 금리수준은 한국경제가 감당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다.일부 대기업은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은 이 금리수준을 감당하기 힘들다.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절대다수의 중소기업 가운데 절대다수가 자영업자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구조조정 하겠다고까지 할 정도이니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려야 하지 않나.
by 선대인 2008. 9. 4. 11:39

“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입니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도방송 전문 채널인 YTN 노조는 현 정권의 ‘낙하산 사장’에 의한 인사
전횡을 인정할 수 없다며 5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를 이끌고 있는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1일 만났다. 노 위원장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돌발영상’을 처음 제안하고 안착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를 YTN 노조사무실에서 만나 최근 YTN 사태에 대한 노조의 입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 위원장은 먼저 “(현 정권은)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했다. 그는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며 “그런 것을 볼 때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씨는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YTN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속도로 정부가 YTN 주식을 시장에 매각한다면 특정 기업이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데만 4년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YTN 노조에 대한 정권의) 압박용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며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며 정권과 기득권 신문들의 ‘작전’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케이블 방송 정착 당시 공적 보도전문 채널로서 YTN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공기업이 다수의 YTN 지분을 소유하는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큰 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가을에 있을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공정방송 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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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YTN 사태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설명해 달라.

4월부터 MB캠프에서 방송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5월에 사장 공모를 하자, 구본홍씨가 접수했다. 2주정도 후 사장추천위에서 구씨를 단수 후보로 추천했다. 5월30일 이사회에서 구씨를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우려했던 상황대로 진행되자 우리 노조원들은 7월14일 주주총회에 개최 저지에 나섰다. 그런데 이사회측이 노조와 협상을 벌여서 주주총회를 개회한 것으로 해주면 바로 폐회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줬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말려든 것이었다. 한 번 주총 개회를 하면 연기회를 바로 열 수 있는데, 바로 7월17일 2차 주총이 외부에서 열렸다. 우리 노조원들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사회측에서 1차 주총 때도 수십 명의 용역을 동원했는데, 2차 때도 수백명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막았다. 우리는 ‘날치기 주총’으로 규정했지만, 회사측은 적법 절차를 거친 사장 선임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법적으로는 구씨가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노조는 2차 주총 다음날인 7월 18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그때부터 오늘(9월1일)까지 46일간 출근 저지 투쟁을 해온 것이다. 그동안 구씨는 왔다가 쫓겨 가기도 하고 사장실에 잠입해 2박3일간 문 걸어 잠그고 숙박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측과 타협하고 합의하려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7월말 전임 노조 위원장이 사퇴하고 제가 새로 위원장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구본홍사장이 부장 및 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지금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부국장 대행 체제인데, 보도국장도 없는 상태에서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구씨 본인 입으로 ‘보도국 일은 보도국에 맡기겠다’고 해놓고 바로 다음날 인사를 했다. 이어 구씨는 평사원 인사까지 단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 노조는 사원 인사까지 단행하면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선언이므로, 이미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구씨는 인사를 단행하고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까지 하겠다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재민 문화관광부 차관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며 YTN 지분을 처분하는 등 정권 차원의 전방위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사측은 무슨 명목으로 노조원들에 대해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를 한다는 것인가?

노조원들이 사장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에서 농성을 한 것이라든지, 인사위원회 개최를 저지한다든지, 신임 부서장들의 보도국 회의와 업무를 저지한 행위들을 업무방해로 걸어 징계도 하고 사법처리도 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곧 평사원 인사 발령을 내면 바로 파업으로 가는 것인가?

인사 발령이 나면 노조원들의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가결됐다고 해도 바로 파업으로 갈 수도 있고, 우리가 사측에 일정한 조건과 일정을 제시하고 그 같은 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파업으로 가는 식이 될 수도 있다.

-노조원들의 결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되나?

투쟁이 길어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는 상태다. 출근 저지 투쟁을 하려면 아침 7시에 집결해야 하고 수시로 저녁 집회도 해야 한다. 노조원 수가 400명 정도로 다른 언론사에 비해 적다. 더구나 노조 전임자는 2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24시간 방송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가 모이면 많이 모이는 것이다. 40명 정도로 구씨의 출근 길목을 모두 지키는 게 쉽지가 않다. 더구나 경찰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면 불가항력이다. 이런 상태로 40일을 넘으니 노조원들의 피로도가 극심하다. 아무리 명분이 뚜렷하고 옳아도 노조원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 전임 노조집행부가 사측과 대화시도를 해 잠정 합의안을 갖고 왔지만, 부결돼 내부 분란만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사원들의 공정 방송 사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더구나 구본홍씨가 그동안 악수(惡手)를 많이 뒀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지가 더욱 결연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월급 문제다. 8월 25일 급여일을 3일 앞둔 22일 금요일에 사측이 월급을 못 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동안 7월 급여와 8월초 수당도 아무런 문제 없이 나왔는데 갑자기 자신이 결재하지 않으면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는 압박을 가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구씨가 사장 집무실로 진입하려 했다. 내가 10여분동안 구씨와 논쟁을 벌였다. ‘지난달까지 사장 결재 없이도 아무런 문제 없었는데, 이번 달에 갑자기 못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는 구씨를 사장으로 인정 안 하지만 우리가 일한 노동의 대가는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의 저지로 구씨가 돌아갔는데, 돌아가면서 ‘노조에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두 시간 후 ‘노조의 집단 업무방해로 월급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사내게시문을 띄웠다. 그때 조합원들이 많이 분노했다. 결국 나중에는 구씨의 결재 없이 월급이 나왔다.

최근 인사도 마찬가지다.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 대상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오히려 사내 징계위원회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 일부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추가로 있었는데, 문제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과거에 감사를 받았거나 징계를 받았던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구씨가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앉힌다 해도 수긍할까 말까인데,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저런 자리에 앉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까 언급했지만,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의 공기업 지분을 팔고 있다며 민영화 추진을 시사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2차 주총이 끝나고, YTN의 공기업 지분들이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8월초 구씨가 두 번 사장 집무실에 잠입했는데, 두 번째는 3박4일 동안 사장실에서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농성을 벌였다. 그때 구씨가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니 다 같이 긴장해야 한다. 우리은행 주식은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장 통해 매각된다’고 말했다. 우리 노조는 ‘왜 동네방네 소문내며 사원들을 불안하게 하며 분열시키려 하느냐’고 반발했다. 8월 19일 청와대 모 인사가 전화를 해 ‘주식 만 주를 팔았다. 이대로 나가면 곤란하다. 노조가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시 잠잠하다가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지분 2만주가 팔렸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지난주 화요일(8월 26일)에 난 뒤 분노한 노조원들의 투쟁의지가 고조됐다.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인사의 형식, 시기, 내용에 대해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수요일 오후에 조합원 총회에 150명이 모였다. 24시간 방송 체제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사측의 인사 철회와 부장 팀장의 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부장단이 중재에 나섰지만 중재가 깨졌다. 중재가 깨진 바로 다음날 신재민차관이 발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볼 때 회사 지분을 팔겠다는 것은 노조에 대한 협박이다.

그런데 지분 매각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 회사 주식이 모두 4200만주인데 매각설이 나온 지 한달반만에 겨우 2만주를 팔았다. 1대 주주가 되려면 1000만주는 있어야 한다. 하루에 1만주를 주식시장에 산다고 해도 1000일이 걸린다. 주식 거래일수로 따지면 4년은 족히 걸린다. 어떤 매수세력이 YTN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한 번에 지분을 사서 회사 경영을 정착시키려고 하지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투자자 입장이라면 몰라도 경영하려면 한 번에 매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더구나 현재 상황에서 누가 우리 주식을 대량으로 선취매할 것인가? 대주주가 된다 해도 방송통신위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금은 재회수해야 한다. 또 파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 우리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정부가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구나 정부가 강요할 위치에 있지 않다. 문광부의 경우 한전 등이 자기네 산하 기관이 아니다. 설사 산하기관이라고 해도 공기업의 자율경영 책임이 있는데, 정부가 마음대로 팔아라, 말아라 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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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말 YTN 민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노조 압박용인가? 또 조중동은 YTN 민영화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이라고 보나?

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이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압박용일뿐이다. 더구나 야권이 적극적으로 저항할 경우, 신문법 개정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부터 우리 회사 주식을 사모으면 나중에 일이 잘못될 때 어디에서 그 돈을 찾느냐? 결국 민영화를 위한 주식 지분 매입을 하더라도 신문법 개정이 이뤄진 뒤에 될 것이다.

-특정 신문사가 YTN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는데.

7월초까지는 중앙(일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조중동 가운데 중앙이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중앙이 최근 윤전기 교체 작업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다고 한다. 만약 조선, 동아가 뛰어든다면 타인 자본을 끌어들여서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아가 종합편성채널을 염두에 뒀다가 노하우도 없고 새로 시장 진입하기도 어려우니, 정권이 넘겨준다면 YTN를 받아가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돈다.

-동아일보는 광고 매출 등이 급감해 자금여력이 별로 없을 텐데.

컨소시엄을 구성하겠지. YTN도 지상파DMB를 갖고 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갔기 때문에 YTN 자본이 실제로 들어간 것은 얼마 없다. 자금이 없어도 일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돈이 없어도 지분 소유는 가능할 것이다. 향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자산총액 3조원 이하 기업에서 10조원 이하 기업까지 종합방송 및 보도방송 소유가 가능해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자세한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전 KDN과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등이 YTN 지분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 구조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YTN이 왜 이런 구조를 갖게 됐는지, 이것이 공정방송을 추구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달라.

YTN은 한 번도 공기업이었던 적이 없다. 94년 창립 당시 연합뉴스와 KBS, MBC가 75%의 지분을 보유했다. YTN은 당시 연합뉴스라는 공기업이 만든 자회사일 뿐이었다. 다만 당시 김영삼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이 실패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PP(Program Provider, 프로그램 공급자)들이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었다. 정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선전하며 사업자 선정만 해놓고 기반 시설 설치에는 실패했던 탓이 컸다. 95년 초 가입자 수가 10만 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렵게 출발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 회사들이 망할 지경이었다. 더구나 외환위기 때 광고시장이 다 죽으니 케이블TV의 간판 방송인 DCN과 스포츠채널 등의 주인이 모두 바뀌는 파동을 겪었다. YTN도 6개월 동안 월급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뉴미디어환경을 어떻게 정립할까가 98년 이후 화두였다. 상업방송들은 주인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바뀌는 것으로 봉합하고 중계 유선방송사업자들을 케이블로 끌어들여 시청가구 수를 700만 가구로 늘렸다. 그리고 케이블과의 경쟁을 막기 위해 위성방송 출범을 늦추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케이블의 대표채널이고 보도전문채널인 YTN을 일반 사기업에 맡기거나 법정관리나 청산 수순을 밟게 하면 뉴미디어 상징이 허물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와 당시 사측이 협의해 다수의 공기업이 출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YTN의 공적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굴곡은 있었지만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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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상황에서 YTN노조가 지금의 사태를 푸는 해법은 뭐라고 보나?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믿는다.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용납 못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넉달여 동안 싸움을 해오면서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쳐왔다. 일부 사측 간부들은 공정방송을 하겠다면 구씨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공정방송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씨는 공정 방송이나 민영화 저지 차원에서 신뢰를 줄 어떤 책임있는 행동도 보여주지 못했다.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그런 것을 볼 때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구씨는 민영화를 막겠다고 했지만, 결국 정부가 지분 매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막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현 정권이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고 신임 사장을 임명하는 한편, MBC PD수첩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방송장악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YTN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방송장악 시도를 하려는 것 같은데 에서 현 정권의 의도가 뭐라고 보나?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 KBS 정연주 사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 반대 세력을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제거한다든지, 이병순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미디어포커스나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등 정권에 비판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던 프로들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최소한 자신들의 정권 연장에 방해되지 않는 방송으로 만들려 하는 것 같다. YTN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게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현 정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MBC도 사법처리와 민영화 문제로 양쪽으로 압박하고 있다. 결국 소유구조를 바꿔서 방송을 장악하고 정권에 이롭게 하겠다는 것인데, 내가 볼 때 지금의 KBS나 MBC는 과거 노무현정권에 봉사한 방송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방송들이 자신들에게 훨씬 가혹했다고 생각해서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손을 보려면 경영진부터 장악해야 하니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것이다. 또 민영화를 해 대기업과 신문 자본이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훨씬 누그러진 보도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지는 것은 생각 안 한다. 지금까지 우리 노조는 이기는 싸움을 해왔고, 지금도 승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싸운 것만 해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만약 구본홍씨가 노조원들을 사법처리하고 사장자리에 안착한다고 해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아마 새로운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깨지고 잡혀가도 다시 일어나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다른 방송 노조나 언론노조 등 외부 단체와 연대는 어떻게 하고 있나?

KBS나 MBC 등에 서로 사람이 왔다갔다하지만 본격적인 연대는 현재로선 어렵다. 회사마다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이 방송이라는 날개를 달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KBS나 MBC, YTN이 다르지 않다.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신문들은 조중동으로 논조가 편향돼 있다. 신문이 현 정권을 대변하고 정권이 선물로 방송을 주겠다는 상황을 기존의 어떤 방송이 눈 뜨고 보겠느냐? 국민들이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한다면 달게 감수하겠지만, 우리에겐 명분이 있기에 당당하다. 신문 자본이 경우에 따라서는 정권의 특혜를 입어 급속도로 덩치를 키워서 방송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신문시장에 이어 방송시장마저 현 정권을 옹호하는 색깔로 채워진다고 생각해보라.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단계의 방송 민주화투쟁이 올해 늦가을부터 일어날 것이다.

-KBS는 노조원들의 입장이 분열된 가운데,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KBS는 이미 정권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노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변수는 11월에 있을 KBS 노조 선거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현 정권과 신임 사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쪽이 득세하지 않을까? 국회의 신문법, 방송법 개정 과정과 맞물리면 파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한 방송사의 파업도 언론사의 역사처럼 남아있는데, 만약 방송사간의 연대 파업이 이뤄진다면 정권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원론적 질문을 한 가지 하겠다. YTN은 ‘공정방송’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공정방송이 왜 중요한가?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세상 일을 전하는 권한, 사실 굉장한 권한인데, 그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 정부 못지않게,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들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방송사들을 공격하는 등 정권의 선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신문의 보도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공정하지 않다. 철저히 사주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 언론 환경에서 언론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낙하산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그들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보도하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 노무현 정권 시절 서동구씨가 KBS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뒤 출근 저지당할 때 조중동은 낙하산 인사의 부당함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번 YTN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외면하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사주의 이익, 사주가 좋아하는 정치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지, 시민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론이 아니다. 언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제가 진행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신문마다 다르다’는 코너였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신문별로 어떤 보도를 하는지 비교한 코너였다. 조중동은 팩트(fact)를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강조점을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팩트를 왜곡하는 사례마저 있다. 무섭다. 여론조사 경우에는 동아일보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임기 말에 지지율이 한 때 꽤 올라갔는데, 다른 신문들은 지지율 상승을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동아일보는 한 쪽 구석에 살짝 숨겨놓는 식이었다. 노무현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뉴스 가치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이 보기 싫은 팩트는 안 보겠다는 식이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면 일반 시정잡배들과 뭐가 다른가?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토론을 원하시면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인터뷰 내용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주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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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9. 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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