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작성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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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 집값 잡겠다?..오히려 내려야






김광수경제연구소장 ⓒ미디어다음 김준진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립니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이후 오랜만에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의 말이다. 기자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김소장을 인터뷰했지만 그가 이번처럼 현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격하게 질타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16일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과 정부의 재정확대책 및 부동산정책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소장은 먼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재정정책이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김 소장은 이어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를 특징으로 하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경기 부양 수단으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라며 금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소장은 최근 한국은행이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그는 "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느냐"며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는 것.그는 소수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의 예금의 7,80%를 갖고 있는 사실을 거론한 뒤 "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며 "물론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며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지난해부터 줄곧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의 잘못된 처방과 상당수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비판했던 그는 지쳤다는 듯 "길게 말하기 싫다"면서도 최근 부동산 대책에 대해 또 다시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김소장은 그 동안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선진국 수준인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분양(소유) 위주 공급 방식에서 탈피해 활용(전월세) 위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초부터 판교택지지구를 100% 영구임대단지로 공영개발하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김소장은 "정부는 여전히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라고 질타했다.그는 90년대 초 3000명이던 국내 연간 자살자 수가 지난해 1만1000명 수준으로 급증한 사실을 거론한 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질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대공황 시대에 나온 재정확대 정책 더 이상 안 통해"


-올초 반짝하는 것처럼 보였던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이를 재정확대 정책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낡은 처방'을 꺼내고 있는데.

재정정책은 노동집약적, 자본 집약적 성장 경제와 폐쇄적 경제에서 임금이 단기적으로 경직적인 경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개방형 경제 및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크게 증대된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과거 한미일 3국이 실시한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80년대 초 레이건정부 출범 이래로 미국은 주로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통화론자들이 경기부양 수단으로서 항구적 감세정책을 주장해왔다. 즉 감세정책을 통하여 소비 및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고용창출을 유발하려고 하였던 것이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감세는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였다는 비판과 감세가 기업의 투자 및 고용창출을 유발할 정도로 강력한 경기부양 수단이 되지 못했다는 점도 드러났다.또 일본과 한국은 감세보다는 주로 5,60년대 이후 양적 고도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케인지안적 성향이 강한 관료 및 관변학자들에 의해 적자재정 또는 추경편성을 통한 재정확대가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단기 성장주의를 추구하는 관료주도의 재정정책이 주류였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재정정책은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지금 같은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하면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선 이미 확정된 기술을 가지고 기계설비를 사서 대량생산해서 파는 경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성 즉 불확실성이 원천적으로 적다.하지만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의 경우는 다르다. 기술개발을 성공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성공할 확률도 불과 2,3%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또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해가는 과도기에는 고용의 구조적 미스매칭이 발생한다.우리의 경우 외환위기를 맞아서 정리해고가 많아지고 노동 유연성이 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한국 경제는 90년대 후반부터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왔다. 그런데도 자본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의 경제운용 틀을 고수해오다 보니 외환위기 충격에 급격하게 터져버린 모습을 보인 것일 뿐이다.임금이 경직적일 때 단기적인 경우에 한해 케인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많이 해소되었으므로 사실상 케안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특징처럼 돼 버렸다. 따라서 기술집약적 경제에 있어서 경기부양 수단은 결국 금리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 3%대로 굳어져"
"경제 성장률 떨어지고 불확실성 커진 경제 상황에서 금리는 내려야"


-그러면 현 국면에서 금리는 어느 수준에서 결정이 되야 하나.

금리결정 모델은 케인지안 모델과 통화론자 모델에서 다른데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은 자본경제, 즉 생산경제에서의 실수요를 전제로 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산경제에서의 투기와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로는 불확실성과 투기가 빈발하는 현실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반면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은 불확실성하에서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감안하여 위험과 기대수익간의 교환관계로 설명한다.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을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시장금리는 잠재성장률-(불확실성의 크기 X 위험프리미엄) 이라는 식으로 결정된다.이 모델은 매우 직관적 설득력을 지닌다. 먼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금리도 낮아진다. 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리가 내려간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려 한다. 즉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의 투자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으로 기업이 마땅히 투자할만한 데가 없거나 있더라도 굉장히 위험한 투자처만 있는 경우다.이런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돈을 투자해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간다. 그런가 하면 투자자들이 과도한 위험프리미엄을 요구할수록 금리는 하향 압력을 받게 된다.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우리 경제는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 우리 연구소는 이를 지난해 말부터 주장했다.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내수 자력에 의한 평균성장률을 보면 평균 3%대다. IT 버블이나 신용카드 버블, 부동산 버블 등을 모두 걷어내면 3%대다. 지난해에도 4%대 성장을 하였으나 이는 수출단가가 크게 높아진 데 기인한다.예를 들어, 포스코의 매출은 2003년 대비 2004년 32% 가량 늘어났다. 매출증가에 대한 기여도를 판매량과 판매가격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해보면 판매가격 기여도가 무려 31% 에 이르고 있다.그러면 3% 전후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문제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사실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제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경제에서의 3%는 문제일 수 있지만 질적 성장경제에서의 3% 성장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또 일부에서 5% 이상 성장해야만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5% 성장한다고 고용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미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고용은 상당기간 동안 늘어나기 어렵다. 그러니까 3% 성장을 해서 고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5% 대의 성장을 해도 '고용 없는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도 그런 경우다.이미 한국경제는 내수 자력에 의한 성장잠재력은 3% 전후 수준으로 고착되고 있다. 98년 이후부터 벌써 8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계속 떨어져 왔는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왔다'고 하지만 사실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맞는 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그런데 지금 한국은행은 '부동산 투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지 내릴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면 가계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나. 부동산투기는 저금리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와 저금리에 대한 일부 경제주체들의 부적응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

"엉터리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 치밀어 잠을 못 이룬다"


-그러면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인가.

1분기에 2.7% 성장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세를 분석해본 결과,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2%대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최소한 2% 전후 수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나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4%도 어렵다고 본다면 금리를 당연히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안 내리는 이유가 뭐냐.부동산 투기는 다른 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부동산이 우리 한국 경제에 상당히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한국경제의 핵심부분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경제와 서비스업에 있다. 우리가 경제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서비스업을 정책적으로 전혀 준비를 안 해왔기에 최근의 자영업 사태와 같은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미국 경제를 이끌고 가는 것은 서비스업이다. 일본을 이끌어가는 것도 서비스업이다. 일본도 제조업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비스업이 경제의 핵심이다. 이미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넘어간 단계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성은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국내의 경우 서비스업이 활성화 안 돼 있다 보니 가족들이 강물에 뛰어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즉 공동체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록적으로 자살하고 있다. 인구 약 3억인 미국의 자살자가 연간 3만명 내외다. 일본은 90년대 초까지는 2만명 수준이었으나 98년에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31,000명으로 갑자기 1만명 이상 급증했다.종신고용 시스템 등으로 비교적 고용이 안정됐던 나라에서도 경제에 충격이 오니 이렇게 자살자가 급증했다. 우리는 90년대 초에 3000명, 95년에 6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1만 1000명에 달했다. 즉 자살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우리 연구소는 최근 일자리창출과 관련된 연구를 했는데 분노가 치밀어서 연구를 할 수가 없었다.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분노가 치밀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자살자 수가 급증하는 이유가 대부분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말 분노한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엉터리 집값 정책 내놓은 관료들 도덕적 해이의 극치"





-김소장께서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최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다시 '판교발 집값 폭등 현상'으로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데.

부동산 투기 문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으니 길게 얘기하기 싫다. 정말 간단하다. 누가 주택을 공급하지 말라고 했나. 지금까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해서 문제다라고 주장한 것은 바로 우리 연구소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2년 전에 출판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에서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며 우리의 주택정책 방향은 소유보다는 전월세(임대) 문제로 전환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언론이나 정부나 부동산 투기대책을 말하면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없는데 자기 멋대로 상정해놓고 주장하고 있다. 아주 악질적이다.

우리 연구소는 그 동안 정부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한 것을 비판하였고, 공급을 해도 어떤 식으로 공급할 거냐 하는 공급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부의 분양(소유) 위주 공급정책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결국 철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린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값 잡겠다고 금리 올린다면 투기가 없어지나."


-최근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부동산 문제를 금리와 관련해서 생각해보자. 가계부문의 금융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을 보면, 유이자성 가계부채가 500조원이고 유이자성 금융자산은 600조 정도 된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가계부문의 상대적인 금융부채 규모는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이다.즉 과다부채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가계의 과다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은행은 무슨 근거로 가계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을 하느냐.그리고 전체 예금자의 5% 정도에 불과한 소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예금의 7,80% 이상을 갖고 있다. 반면, 유이자성 부채 500조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70조원 정도이며 나머지 330조원은 일반대출이다. 그 중에서 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은행에서 차입한 사람들을 나눠서 따지기는 어렵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지 않다.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원래 돈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은행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유이자성 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170조를 뺀 330조는 자영업자 등 일반서민 대출이다. 그러면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어느 쪽이 덕을 보고 어느 쪽이 피를 보겠느냐.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물론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한국은행은 왜 이런 계산을 못하는가. 금리를 오히려 내려야 한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금리와 상관없는 문제다. 금리를 내려야만 상위 5%계층이 어차피 이자가 낮으니 저축보다는 소비를 택하는 유인이 작용한다. 즉 돈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다.또 금리를 인하하면 절대 다수의 이자부담을 안고 있는 서민가계의 부담이 줄어든다. 가계 전체로 보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이자소득이 주니 가계 전체로는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지만 내부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이런 구조인 것이다. 이런 것까지 정책 당국에 일일이 다 설명을 해주어야 아느냐.가계 과다부채가 문제가 될 때는 금리를 내려야 소비가 늘어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자로 노후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한국경제는 돈 있는 사람들이 희생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바로 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이 최소화되고 효과가 최대화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방송을 통해서도 몇 차례 넌지시 경고했는데도 엉뚱하게도 한국은행 총재가 그런 식의 발표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또 유가나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거나 환율이 급락하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금리인하로 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 북핵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하면 투자를 잘 안 하려 할 텐데 그때 금리를 낮춰야 한다. 금리는 불확실성을 흡수해줄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는 훌륭한 수단이다.유가 급등과 같이 외생적 충격으로 코스트가 확 올라간 경우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는 더욱 침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금리를 내려서 유가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원가상승 부담을 이자부담 감소로 상쇄하여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인상 폭을 줄여야 한다.또 소비자들의 소비를 늘려주고 빚을 낸 경우에는 이자 부담이 적도록 해줘야 한다.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은 거의 FRB의 금리조절을 통하여 경기를 조절해왔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기업부채, 가계부채 과다한 한국 경제, 금리인하로 체력 보완해야"

-그런데 일본은 제로금리까지 갔는데도 경제가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로금리 정책으로 일본 기업부문이 많은 구조조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기업부문은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에 있다. 미국의 경우, 명목 GDP 11조달러에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는 5조달러로 GDP 대비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 비중이 45%정도다.이에 비해, 일본은 90년대 초반 일본 기업부문의 유이자 금융부채가 600조엔에 달했으나 지금은 430조엔으로 줄었다. 즉 지난 10년 동안 초저금리 및 제로금리 정책을 바탕으로 170조엔이나 되는 막대한 과다부채를 조정해온 것이다.그런데 일본의 명목GDP는 450조엔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거의 제로성장 상태에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 기업의 유이자 금융부채 비율은 명목 GDP 대비 95% 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이다. 일본기업들이 금융부채 조정을 많이 했지만 플로우 GDP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면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이다.단순하게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줄여가야 한다. 지금까지 제로금리 정책으로 그나마 170조원을 줄인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규모의 과다부채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지금보다 1~2% 더 올린다면 일본 기업들이 망한다.한국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은 명목GDP 700조원에 대해 기업부문의 유이자성 금융부채 규모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673조원으로 97~8%에 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서 재무구조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금융부채 규모는 97년의 670조원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재무구조가 좋아진 것은 사실 부실기업들 구조조정 과정에서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채가 출자전환 되거나 부채탕감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금융부채 비중은 매우 높은 상태다. 금리를 내려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금리는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금리인하는 구조조정의 부작용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 일본은 앞으로도 기업의 과다부채 구조조정이 상당 수준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대신 일본의 가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가계들이 은행이자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가계들이 900조엔(금융부채 300조엔)에 달하는 유이자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로 인해 이자 한 푼도 못 받고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보면 가계를 이자수입을 희생하더라도 기업의 과다부채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가계 부문은 그 동안 축적한 자산이나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상당 기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제로금리로 인해 가계 전체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는데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때문에 생기는 희생대가이다.한국의 경우 가계도 과다부채, 기업도 과다부채인 상태에서 정부의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즉 경제 전체가 과다부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아까 얘기했으니 기업부채 문제만 좀 더 따져보자.극히 일부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이 수출단가가 좋아져서 자금 사정이 굉장히 좋아져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로우 GDP경제 전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의 부채규모로 봤을 때는 일본이나 우리는 여전히 기업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다. 적어도 미국기업 수준까지 가려면 670조원 되는 금융부채를 최소한 200조원은 더 줄여야 한다.기업이 부채를 줄이려면 사업성 없는 투자는 접어야 하고, 부실한 기업은 문 닫고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부문을 찾아야 한다. 그게 구조조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실업증가 등 사회적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보면 지금의 금리수준은 한국경제가 감당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다.일부 대기업은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은 이 금리수준을 감당하기 힘들다.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절대다수의 중소기업 가운데 절대다수가 자영업자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구조조정 하겠다고까지 할 정도이니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려야 하지 않나.
by 선대인 2008. 9. 4.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