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혈세 먹는 하마, 민자사업자로 위장한 대형 건설업체들’
대형 건설업체가 1억원만 가지면 1~2조원짜리 공사를 따 그 가운데 30~40%가량을 수익으로 남긴다. 부풀려진 공사비 때문에 고속도로 통행료가 올라가 통행량이 줄어도 정부가 운영수입의 80~90%를 보장해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 수조원이 낭비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이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민자 SOC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자SOC사업은 외국자본 등 민간자본 등을 끌어들여 도로, 항만, 철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를 명목으로 98년말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제정해 이 제도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하지만 민자사업제도는 불투명한 사업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사업시행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변질돼 막대한 예산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과다한 운영수입 보장 등에 의한 막대한 혈세 낭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공사비 △2~3배 부풀려진 통행료 등이 그런 문제점들이다.
"민자사업 실행원가 50~60%에 불과"
▲엄청나게 부풀려진 공사비=사업비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 절차 없이 업계 로비에 의해 공사비가 부풀려질 개연성이 높은 민자사업의 낙찰률은 사실상 100%.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평균낙찰율이 약 60%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부풀려지고 있는 셈이다.
보통 건설업체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면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출자비율만큼 시공권을 나눠 갖는다. 참여 건설업체들은 전체적으로 공사비의 30~40%를 떼먹고 기존 국내 건설사업처럼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공사를 진행한다.
미디어다음이 입수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도급 및 실행 내역을 살펴보면 민자사업 공사비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모두 1조7360억여원. 이 가운데 직접공사비 8720억원과 간접공사비 1699억원 등 실제로 투입된 비용은 1조419억원. 결국 참여 건설업체들은 이 사업에서만 무려 40% 가량인 4942억여원의 폭리를 취했다.
특히 토공사만 따로 떼놓고 볼 경우 직간접비를 합쳐 3791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으나 실제로는 1659억원만 들어가 무려 2132억원(56%)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건설사들은 사실상 원청 역할을 하므로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최종 하도급자가 시공에 들이는 단가는 당초 사업비의 40%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건설업체인 S사가 99년 작성한 '영업전략 회의 자료'를 봐도 건설업체들에게 민자사업이 얼마나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자료의 '별첨 1-2. 민자SOC사업 사업비 구성 및 시점별 투자계획'에 따르면 S사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사업을 기준으로 삼아 총사업비 가운데 실행원가를 47%로 잡고 있다. S사가 원도급사의 입장에서 잡은 실행원가가 47%이므로 현실상 2~3단계의 하도급이 더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공사 원가는 불과 30~40%선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S사는 민자사업 시공으로 인한 총사업비 대비 이익률도 31%로 잡고 있다. 기준을 공사비에 대한 비중으로 바꾸면 공사이익율은 40%로 올라간다. 당시 외환위기 직후 12% 가량의 고금리를 기준으로 한 건설이자와 세금 등을 총사업비의 22%로 높게 잡았는데도 이 정도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왜 공사이익률이 이처럼 높은지에 대해 이 자료는 '설계가 대비 99.9%로 공사비를 인정받음으로써 실행원가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인 공공사업의 낙찰률은 설계가의 60%(최저가낙찰제)~80%(적격심사제)보다 20~40% 이상 높은 셈이다.
"민자사업, 사업자 부담 없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
▲돈 한 푼 안 들여도 민자사업 가능해=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막대한 이익이 남는 건설공사를 대부분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매우 적다. 사업비를 100으로 봤을 때 20% 가량은 재정에서 지원하고 60%가량은 정부 보증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자본을 끌어다 대주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사업비의 20%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민자사업의 경우 여러 개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므로 실제 비용 부담은 사업비의 5% 미만이다. 이것도 사업 완료시점까지 지불하면 된다.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잔뜩 부풀려진 공사비에서 30~40%의 수익을 챙기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사수익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초기 출자자금만 있으면 수조원대의 사업을 하고도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인 셈이다.앞서 언급한 S사의 자료는 이 같은 실태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자료는 '민자사업은 리드 타임(사업 준비부터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통상 2~3년 정도) 기간에는 실제 소요자금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컨소시엄 운영비, 사업타당성 조사비, 컨셉 설계, 주무 관청과 협상 등(에 드는) 소요 비용 약 1억원 정도"라며 "1억원 정도 비용으로 사업시행자로 지정됨으로써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는 총사업비의 0.02%~0.03%에 불과해 자금을 외부 금융기관 등에서 빌려 주택건설사업을 하는 경우 토지매입비 등으로 총사업비의 20~30%를 들여야 하는 것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것이다.이 자료는 또 "총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출자금은 통상 공사기간 중에 시공이윤으로 타인자본이 입금되기 시작한 후부터 준공 시까지 대다수 회수되는 것이 민자사업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이는 순전히 시공과정만 본 것으로 공사 완공 후 운영수입까지 고려하면 한 건설회사가 가져갈 수입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 같은 민자사업 조건이 건설업체에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지도 이 자료는 보여준다. "향후 민자사업 적극 추진회사와 소극적 회사간 격차는 2~3년 후부터 만회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추정한 것.요약하면, 현재 민자사업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수천억~수억원대의 민자사업을 따내 시공 과정에서만 수백억~수천억원을 손쉽게 챙길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향후 혈세 낭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과도한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혈세 낭비=부풀려진 공사비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과정에서도 엄청난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시행자들이 통행량을 의도적으로 과대 평가해 생기는 운영수입의 부족분을 모두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건설교통부가 국회 건교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자고속도로인 인천신공항고속도로에 2001~2003년 동안 지급된 손실보전 비용이 모두 2936억원이었다. 이는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 시 투입된 민간투자액 1조 4602억원의 20.1%에 해당하는 금액.
기획예산처가 최소 운영수입 보장비율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결국 인천신공항고속도로 한 곳에만 운영수입 보장기간인 20년 동안 약 2조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는 투자액 전액을 회수하고도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3년 처음 운영된 천안~논산 고속도로에도 497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이렇게 운영과정에서도 거의 아무런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니 사업운영권마저 수백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삼성물산, 한진중공업, 동아건설, 포스코개발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구성된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지분은 이후 교원공제회,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에 나눠 팔렸다.
또 LG건설, 금호산업,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만든 천안논산고속도로(주)도 이후 대우건설만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 국민은행 등에 지분이 넘어갔다. 여기에서도 거액의 프리미엄이 오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시행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이 제도는 기획예산처가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각 사업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다르지만 정부는 민자사업 시행자별로 20~30년 동안 추정 운영수입의 80~90%선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사실상 기업이 손실을 볼 일이 전혀 없는 특혜를 준 꼴이었다. 또한 사업 위험이 없으니 민자사업의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인 민간의 창의력 발휘는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각 사업 시행자들은 이 같은 계약조건을 악용, 추정 운영수입을 잔뜩 부풀려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길을 택했다.
▲엉터리 교통수요 예측=민자사업의 타당성, 건설보조금, 사용료, 최소운영수입보장금 등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므로 교통수요 예측은 매우 엄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실제로 2004년 10월 감사원이 서울~춘천간, 서수원~오산~평택간 2개 민자고속도로를 대상으로 교통수요예측 자료를 점검한 결과 통행량 기준을 과다 적용하는 등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건교부가 2004년3월 실시협약을 체결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교통수요예측보고서에는 실제 기준으로 삼은 O-D(Origin-Destination.기점-종점간 통행량)보다 111~149%나 부풀려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비싼 요금 때문에 국도에서 갈아타는 비율이 매우 낮은데(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3%) 국도 46호선 가평~춘천 구간의 교통량 가운데 41%가 이 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으로 과다 예측했다. 그 결과 국토연구원과 감사원이 교통량을 재분석한 결과 각각 2만2401~2만6768대/일로 나타났으나 민자사업자는 이를 5만2236대/일로 두 배가량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우면산 터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서울시는 하루평균 6만5958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이 터널은 하루 1만 1000대 정도만 다니고 있다.
이 사업은 예측교통량 대비 실제 교통량이 21.7%에 그치다보니 해마다 250억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교통량이 잔뜩 부풀려졌지만 교통량을 부풀린 용역기관에 책임을 물릴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원대 사업에도 사전 타당성 조사도 안해"
▲부실한 사업자 선정 과정=이처럼 민자사업이 남발되는 것은 부실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과 맞물려 있다.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사업의 경우에는 99년부터 예비타당성 검토를 하도록 돼 있다.하지만 대부분 수천억원~수조원대의 민자사업은 단지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런 과정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민자로 건설돼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실제로 우면산터널은 개통 이후 통행률이 예상 통행률의 2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사업이 필요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인천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독점 도로여서 애초부터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인천대학교 옥동석 교수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독점성이 강한 도로이므로 당초부터 정부 재정으로 건설했어야 했다"며 "민간사업자가 독점적 사업을 운영하면서 적절한 통행료를 책정한다는 것은 바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또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불투명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재정 투자요건, 운영수익 보장범위 등 주요 핵심사항들이 정부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주무부처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할 수 있다' 는 등의 표현은 사실상 정부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는 표현들이다.갈수록 증가하는 민간제안사업은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제안 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간이 사업을 제안했더라도 정부 차원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엄밀히 검토한 뒤 이를 국가재정사업으로 하거나 정부고시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의 민간제안사업은 민간이 제안해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담당 부처가 판단하면 사업제안자에게 사업권까지 주는 구조여서 '특혜 사업' 시비를 벗어나기 힘들다. 경실련 김헌동 공공사업단장은 "민간의 아이디어를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면 국가재정사업으로 하든 국가가 관리하는 민자사업으로 돌리면 되지 제안자에게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사업권을 주는 것은 특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옥동석 교수도 "현재 정부 방안대로라면 예를 들어 삼성이 그룹 계열사 땅이 많은 곳을 지나는 도로 건설사업을 제안해 사업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민간제안사업은 이 같은 민간의 사욕 채우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심의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자사업의 기획 및 추진 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가장 많은 민자사업 계약을 체결해온 건교부 모두 민자사업 심의위원들과 전체 회의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심의위원들이 함께 모여 제대로 심의하는 과정도 없었던 셈이다.기획예산처의 한 민자사업심의위원은 "다 함께 모여 논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사업도 개별 위원들이 서면으로 심의하게 되면 개별적인 의견으로 끝나버리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심의위원들은 정부 결정을 정당화해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위원은 "정부 부처가 개별 서면심의하면 각 위원들을 대상으로 각개 격파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교부의 한 심의위원도 "내가 발견한 문제점을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논의하면 논란이 일 수도 있을 텐데 서면심의로 이런 것을 지적하면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공무원들이 사후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간자본 유치한다면서 건설자본만 유치"
▲민간자본 유치? 건설자본에 공사주는 사업으로 변질=민자사업 대부분이 건설사들이 '노나는' 공사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다 보니 민자사업 참여자도 대부분 건설업체들이다. 당초 의도했던 국내외 유휴 민간자본을 활용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기도 살리겠다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황인 셈이다.
2003년 6월 현재 국가관리사업 출자자 구성현황을 보면 건설업체가 156건을 출자해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금융기관은 6건(3.4%), 공공기관 8건(4.5%), 외국업체 9건(5.0%) 등이었다. 또한 건수별 상위 출자자 현황을 보면 현대건설(12건), 금호산업(10건), 대림산업(9건), 대우건설(8건), 현대산업개발(7건), (주)한화(7건), 롯데건설(6건), 한일건설(5건) 등 8위까지 모두 건설자본이 차지했다.
이들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가 협약을 맺은 민자사업의 시공은 당연히 이들 건설업체들이 맡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끼리 컨소시엄 형식의 단일사업체를 만들어 단독으로 참여하므로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4년말까지 복수 사업신청자간 경쟁이 발생했던 사업의 비중은 28%(40/14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내의 대형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투명한 사업자 선정, 시공은 공개 경쟁 입찰 거쳐야"
▲어떻게 해야 하나=△과다한 교통수요 예측 억제 △민간사업자간 경쟁 활성화 △최소운영수입보장 등의 방안은 감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 등도 이와 관련한 보완책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민자유치사업 선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지 않는 한 '민간투자자로 위장한 건설사'들이 혈세로 폭리를 취하는 구조는 바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 아멕사와 인천시가 출자해 만든 '코다개발'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추진되고 있는 제 2연육교 사업은 민자사업 추진 방식에서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이 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 선정 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건설공사 시공자를 선정하는 2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코다개발은 자신들이 사업시행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시공사를 공개 모집했다.
이 회사는 또 시공비와 자신들이 투입한 소액의 사업수행비를 합한 금액으로 총사업비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Best Value)을 가진 업체에 시공을 맡겨 좋은 시설을 만든 뒤 연육교 운영수입을 통해서만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민자사업 공사비를 잔뜩 부풀려 정부를 상대로 수의계약을 맺어 시공과 운영과정 모두에서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태였다.
이후 코다개발과 정부는 함께 전문가그룹으로 심사단을 꾸려 실시설계와 시공비용 등의 상업성과 기술력 등을 종합 평가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처럼 제2연육교 시공사 선정 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
김헌동 단장은 "현재의 수의계약형태가 아니라 시공자, 설계자 선정시 정부가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저가낙찰제에 비해 수십 % 이상 부풀려진 민자사업의 부풀려진 공사비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 활성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건설업체 위주의 독점사업자 구성을 막고 금융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기업 등 진정한 의미의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이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민자 SOC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자SOC사업은 외국자본 등 민간자본 등을 끌어들여 도로, 항만, 철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를 명목으로 98년말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제정해 이 제도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하지만 민자사업제도는 불투명한 사업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사업시행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변질돼 막대한 예산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과다한 운영수입 보장 등에 의한 막대한 혈세 낭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공사비 △2~3배 부풀려진 통행료 등이 그런 문제점들이다.
"민자사업 실행원가 50~60%에 불과"
지난해 3월 개통된 우면산터널. 이 터널의 통행량은 당초 추정치의 21.7%에 불과해 불필요한 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보통 건설업체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면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출자비율만큼 시공권을 나눠 갖는다. 참여 건설업체들은 전체적으로 공사비의 30~40%를 떼먹고 기존 국내 건설사업처럼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공사를 진행한다.
미디어다음이 입수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도급 및 실행 내역을 살펴보면 민자사업 공사비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모두 1조7360억여원. 이 가운데 직접공사비 8720억원과 간접공사비 1699억원 등 실제로 투입된 비용은 1조419억원. 결국 참여 건설업체들은 이 사업에서만 무려 40% 가량인 4942억여원의 폭리를 취했다.
특히 토공사만 따로 떼놓고 볼 경우 직간접비를 합쳐 3791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으나 실제로는 1659억원만 들어가 무려 2132억원(56%)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건설사들은 사실상 원청 역할을 하므로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최종 하도급자가 시공에 들이는 단가는 당초 사업비의 40%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건설업체인 S사가 99년 작성한 '영업전략 회의 자료'를 봐도 건설업체들에게 민자사업이 얼마나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자료의 '별첨 1-2. 민자SOC사업 사업비 구성 및 시점별 투자계획'에 따르면 S사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사업을 기준으로 삼아 총사업비 가운데 실행원가를 47%로 잡고 있다. S사가 원도급사의 입장에서 잡은 실행원가가 47%이므로 현실상 2~3단계의 하도급이 더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공사 원가는 불과 30~40%선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S사는 민자사업 시공으로 인한 총사업비 대비 이익률도 31%로 잡고 있다. 기준을 공사비에 대한 비중으로 바꾸면 공사이익율은 40%로 올라간다. 당시 외환위기 직후 12% 가량의 고금리를 기준으로 한 건설이자와 세금 등을 총사업비의 22%로 높게 잡았는데도 이 정도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왜 공사이익률이 이처럼 높은지에 대해 이 자료는 '설계가 대비 99.9%로 공사비를 인정받음으로써 실행원가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인 공공사업의 낙찰률은 설계가의 60%(최저가낙찰제)~80%(적격심사제)보다 20~40% 이상 높은 셈이다.
"민자사업, 사업자 부담 없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
▲돈 한 푼 안 들여도 민자사업 가능해=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막대한 이익이 남는 건설공사를 대부분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매우 적다. 사업비를 100으로 봤을 때 20% 가량은 재정에서 지원하고 60%가량은 정부 보증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자본을 끌어다 대주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사업비의 20%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민자사업의 경우 여러 개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므로 실제 비용 부담은 사업비의 5% 미만이다. 이것도 사업 완료시점까지 지불하면 된다.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잔뜩 부풀려진 공사비에서 30~40%의 수익을 챙기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사수익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초기 출자자금만 있으면 수조원대의 사업을 하고도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인 셈이다.앞서 언급한 S사의 자료는 이 같은 실태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자료는 '민자사업은 리드 타임(사업 준비부터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통상 2~3년 정도) 기간에는 실제 소요자금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컨소시엄 운영비, 사업타당성 조사비, 컨셉 설계, 주무 관청과 협상 등(에 드는) 소요 비용 약 1억원 정도"라며 "1억원 정도 비용으로 사업시행자로 지정됨으로써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는 총사업비의 0.02%~0.03%에 불과해 자금을 외부 금융기관 등에서 빌려 주택건설사업을 하는 경우 토지매입비 등으로 총사업비의 20~30%를 들여야 하는 것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것이다.이 자료는 또 "총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출자금은 통상 공사기간 중에 시공이윤으로 타인자본이 입금되기 시작한 후부터 준공 시까지 대다수 회수되는 것이 민자사업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이는 순전히 시공과정만 본 것으로 공사 완공 후 운영수입까지 고려하면 한 건설회사가 가져갈 수입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 같은 민자사업 조건이 건설업체에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지도 이 자료는 보여준다. "향후 민자사업 적극 추진회사와 소극적 회사간 격차는 2~3년 후부터 만회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추정한 것.요약하면, 현재 민자사업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수천억~수억원대의 민자사업을 따내 시공 과정에서만 수백억~수천억원을 손쉽게 챙길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향후 혈세 낭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운영 중인 민자도로의 최소운영수입 보장 내역 |
2004년 10월 건설교통부가 국회 건교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자고속도로인 인천신공항고속도로에 2001~2003년 동안 지급된 손실보전 비용이 모두 2936억원이었다. 이는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 시 투입된 민간투자액 1조 4602억원의 20.1%에 해당하는 금액.
기획예산처가 최소 운영수입 보장비율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결국 인천신공항고속도로 한 곳에만 운영수입 보장기간인 20년 동안 약 2조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는 투자액 전액을 회수하고도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3년 처음 운영된 천안~논산 고속도로에도 497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이렇게 운영과정에서도 거의 아무런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니 사업운영권마저 수백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삼성물산, 한진중공업, 동아건설, 포스코개발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구성된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지분은 이후 교원공제회,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에 나눠 팔렸다.
또 LG건설, 금호산업,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만든 천안논산고속도로(주)도 이후 대우건설만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 국민은행 등에 지분이 넘어갔다. 여기에서도 거액의 프리미엄이 오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시행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이 제도는 기획예산처가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각 사업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다르지만 정부는 민자사업 시행자별로 20~30년 동안 추정 운영수입의 80~90%선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사실상 기업이 손실을 볼 일이 전혀 없는 특혜를 준 꼴이었다. 또한 사업 위험이 없으니 민자사업의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인 민간의 창의력 발휘는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각 사업 시행자들은 이 같은 계약조건을 악용, 추정 운영수입을 잔뜩 부풀려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길을 택했다.
▲엉터리 교통수요 예측=민자사업의 타당성, 건설보조금, 사용료, 최소운영수입보장금 등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므로 교통수요 예측은 매우 엄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실제로 2004년 10월 감사원이 서울~춘천간, 서수원~오산~평택간 2개 민자고속도로를 대상으로 교통수요예측 자료를 점검한 결과 통행량 기준을 과다 적용하는 등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건교부가 2004년3월 실시협약을 체결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교통수요예측보고서에는 실제 기준으로 삼은 O-D(Origin-Destination.기점-종점간 통행량)보다 111~149%나 부풀려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비싼 요금 때문에 국도에서 갈아타는 비율이 매우 낮은데(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3%) 국도 46호선 가평~춘천 구간의 교통량 가운데 41%가 이 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으로 과다 예측했다. 그 결과 국토연구원과 감사원이 교통량을 재분석한 결과 각각 2만2401~2만6768대/일로 나타났으나 민자사업자는 이를 5만2236대/일로 두 배가량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우면산 터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서울시는 하루평균 6만5958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이 터널은 하루 1만 1000대 정도만 다니고 있다.
이 사업은 예측교통량 대비 실제 교통량이 21.7%에 그치다보니 해마다 250억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교통량이 잔뜩 부풀려졌지만 교통량을 부풀린 용역기관에 책임을 물릴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원대 사업에도 사전 타당성 조사도 안해"
▲부실한 사업자 선정 과정=이처럼 민자사업이 남발되는 것은 부실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과 맞물려 있다.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사업의 경우에는 99년부터 예비타당성 검토를 하도록 돼 있다.하지만 대부분 수천억원~수조원대의 민자사업은 단지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런 과정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민자로 건설돼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실제로 우면산터널은 개통 이후 통행률이 예상 통행률의 2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사업이 필요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인천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독점 도로여서 애초부터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인천대학교 옥동석 교수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독점성이 강한 도로이므로 당초부터 정부 재정으로 건설했어야 했다"며 "민간사업자가 독점적 사업을 운영하면서 적절한 통행료를 책정한다는 것은 바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또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불투명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재정 투자요건, 운영수익 보장범위 등 주요 핵심사항들이 정부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주무부처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할 수 있다' 는 등의 표현은 사실상 정부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는 표현들이다.갈수록 증가하는 민간제안사업은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제안 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간이 사업을 제안했더라도 정부 차원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엄밀히 검토한 뒤 이를 국가재정사업으로 하거나 정부고시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의 민간제안사업은 민간이 제안해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담당 부처가 판단하면 사업제안자에게 사업권까지 주는 구조여서 '특혜 사업' 시비를 벗어나기 힘들다. 경실련 김헌동 공공사업단장은 "민간의 아이디어를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면 국가재정사업으로 하든 국가가 관리하는 민자사업으로 돌리면 되지 제안자에게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사업권을 주는 것은 특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옥동석 교수도 "현재 정부 방안대로라면 예를 들어 삼성이 그룹 계열사 땅이 많은 곳을 지나는 도로 건설사업을 제안해 사업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민간제안사업은 이 같은 민간의 사욕 채우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심의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자사업의 기획 및 추진 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가장 많은 민자사업 계약을 체결해온 건교부 모두 민자사업 심의위원들과 전체 회의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심의위원들이 함께 모여 제대로 심의하는 과정도 없었던 셈이다.기획예산처의 한 민자사업심의위원은 "다 함께 모여 논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사업도 개별 위원들이 서면으로 심의하게 되면 개별적인 의견으로 끝나버리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심의위원들은 정부 결정을 정당화해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위원은 "정부 부처가 개별 서면심의하면 각 위원들을 대상으로 각개 격파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교부의 한 심의위원도 "내가 발견한 문제점을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논의하면 논란이 일 수도 있을 텐데 서면심의로 이런 것을 지적하면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공무원들이 사후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간자본 유치한다면서 건설자본만 유치"
3개 민자사업의 컨소시엄 현황 |
2003년 6월 현재 국가관리사업 출자자 구성현황을 보면 건설업체가 156건을 출자해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금융기관은 6건(3.4%), 공공기관 8건(4.5%), 외국업체 9건(5.0%) 등이었다. 또한 건수별 상위 출자자 현황을 보면 현대건설(12건), 금호산업(10건), 대림산업(9건), 대우건설(8건), 현대산업개발(7건), (주)한화(7건), 롯데건설(6건), 한일건설(5건) 등 8위까지 모두 건설자본이 차지했다.
이들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가 협약을 맺은 민자사업의 시공은 당연히 이들 건설업체들이 맡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끼리 컨소시엄 형식의 단일사업체를 만들어 단독으로 참여하므로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4년말까지 복수 사업신청자간 경쟁이 발생했던 사업의 비중은 28%(40/14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내의 대형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투명한 사업자 선정, 시공은 공개 경쟁 입찰 거쳐야"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4월2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민자사업 제도를 총괄하는 기획예산처는 민자사업에 대한 각종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자사업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민자유치사업 선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지 않는 한 '민간투자자로 위장한 건설사'들이 혈세로 폭리를 취하는 구조는 바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 아멕사와 인천시가 출자해 만든 '코다개발'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추진되고 있는 제 2연육교 사업은 민자사업 추진 방식에서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이 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 선정 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건설공사 시공자를 선정하는 2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코다개발은 자신들이 사업시행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시공사를 공개 모집했다.
이 회사는 또 시공비와 자신들이 투입한 소액의 사업수행비를 합한 금액으로 총사업비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Best Value)을 가진 업체에 시공을 맡겨 좋은 시설을 만든 뒤 연육교 운영수입을 통해서만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민자사업 공사비를 잔뜩 부풀려 정부를 상대로 수의계약을 맺어 시공과 운영과정 모두에서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태였다.
이후 코다개발과 정부는 함께 전문가그룹으로 심사단을 꾸려 실시설계와 시공비용 등의 상업성과 기술력 등을 종합 평가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처럼 제2연육교 시공사 선정 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
김헌동 단장은 "현재의 수의계약형태가 아니라 시공자, 설계자 선정시 정부가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저가낙찰제에 비해 수십 % 이상 부풀려진 민자사업의 부풀려진 공사비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 활성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건설업체 위주의 독점사업자 구성을 막고 금융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기업 등 진정한 의미의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