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SBS 이슈인사이드에 출연해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짧은 토론 벌였다. 그런데 상대방 패널들이 곧 죽어도 "서민증세"가 아니란다. 이들 뿐만 아니라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정부여당의 한결같은 주장도 서민증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뻔뻔한 주장이다. 왜 그런가.


이명박정부 때 감세정책 혜택의 대부분은 고소득자와 대기업들에게 돌아갔고 그렇게 축난 세수만 이명박정부 5년 동안 60조~70조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런 판에도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취득세 영구 인하를 단행했다. 내가 줄기차게 얘기했지만, 정부여당과 기득권 언론들이 말하는 거래 활성화 효과라도 있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런 효과조차 거의 없는데도 취득세 영구 인하를 단행했다. 그렇게 해서 축나는 지방세수가 기획재정부 자체 추정으로도 매년 2조 4천억원 규모다.


이렇게 축난 세수는 시민들이 누리는 복지의 축소로,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한편 펑크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시민들이 피바가지를 써야 한다. 이명박정부에서 반려동물 치료 등에 대한 부가세 과세 확대 등이나 이번에 이뤄진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이런 식의 서민증세를 계속한 결과는 어떤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이명박정부 이래로 소득계층별 소득 증가율과 조세부담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저소득층일수록(1분위=하위 20%, 5분위=상위 20%) 소득 대비 조세부담 증가율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가뜩이나 조세와 재정지출을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가 OECD 꼴찌인 나라에서 이게 뭐 하는 만행인가. 이건 서민증세임은 말할 것도 없고, 서민 수탈에 가깝다. 이런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에 더 분노할 것인가. 



<그림>


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하시면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를 응원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4. 9. 18. 11:57

 

 

피케티 주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평가도 시작되지 못했는데 "때리기"부터 나서는 전경련과 동조 학자들, 그리고 사실관계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받아쓰는 언론들, 걱정스럽다. 이들 주장의 대부분은 거짓이거나 사실 호도이거나 왜곡된 해석에 가깝다.

일례로,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의 상당 부분이 바로 재벌 경제력 집중과 고용 불안 등과 연결돼 있다. 그런데도 이런 부분은 도외시하고 단순히 저성장 기조와 고령화 때문으로만 환원시키는 주장은 취사선택을 통한 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에 비해 저조한 노동소득 증가율을 언급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주장이다.

시간이 있으면 더 자세히 반박하고 싶으나, 연구소 이벤트 기간에다 이번 주말에 있는 연구소 주최 특강 준비 때문에 다음으로 미룬다. 다만, 한국의 기득권 학자들의 주장은 피케티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매우 단순화거나 왜곡된 형태로 정리한 뒤 두들겨 패는 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옥스퍼드대 경제사박사 과정에 재학중인 김동진씨가 다음달쯤 출간할 "피케티패닉(가제)"이라는 책을 참고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피케티 방한 토론을 주최하는 매경에서 오늘 피케티교수와 사전 이메일 인터뷰를 한 제목이 "부자증세만큼 성장도 소득격차 해법"이다.

인터뷰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피케티교수의 답변을 중간중간 인용하는 식으로 돼 있지 않아 피케티교수의 답변이 정확히 인용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는 이런 경우 언론사 입맛에 맞춰 취지가 일정하게 굴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장, 인터뷰의 질문 내용이 답변의 방향을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상황을 잘 모르는 피케티교수에게 기득권시각에서 보는 한국의 상황을 설명한 뒤, 이런 한국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그런 질문 속에 포함된 주장을 전제로 한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피케티교수의 답변도 그런 식으로 얻어낸 것이었을 가능성이 문맥상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피케티교수가 어떤 취지로 말했을지 기사를 읽어보면 어느 정도는 짐작된다.

그런데 매경의 제목과 부제목들은 "성장"을 강조하고, "한국, 미국-유럽과 불평등 처방 달라" 등의 제목으로 마치 피케티 주장과 진단 자체가 한국에서는 좀 달라져야 한다는 식으로 뽑혔다. 물론 구체적 상황에 따라 진단과 처방이 분명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매우 심각해졌고, 이미 피케티가 우려하는 세습자본주의가 재벌체제로 뿌리내린 나라에서 피케티의 문제의식과 주장의 적실성을 먼저 앞세우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얘기는 없이 결국 자신들 입맛에 맞춘 내용들을 주로 제목으로 뽑았다. 전경련 세미나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아니나 결국 "한국에서 피케티 진단과 처방은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식의 주장으로 끌어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게 내가 피케티의 한국 데뷔를 매경이 주관하는 것을 우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피케티의 주장과 취지를 제대로 소개하기 이전에 재계와 이들의 대변자들은 때리기부터 하고, 매경은 피케티 주장의 핵심보다는 자신들 입맛에 맞게 굴절시키는 작업부터 하고 있다. 참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하시면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를 응원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4. 9. 17. 10:26

이명박 부자감세 정책은 서민증세가 될 거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부동산 취득세 인하로 펑크난 지방세수를 메우려고 복지는 줄고 서민증세가 이어질 거라고 했다.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 취득세 인상 시도로 현실화됐다.

이명박정부 이래로 국세 주요 세목별 세수 비중 추이를 보면 법인세와 소득세, 종부세 등 대기업과 부자들이 주로 내는 직접세나 개별소비세는 줄거나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부가세, 유류세 등 간접세는 급증. 이번에 담배세까지!

지금도 한국은 조세와 재정지출을 통한 불평등 감소 효과가 OECD꼴지다. 복지지출 역시 멕시코와 꼴지를 다툰다. 이런 판에 각종 간접세 부담을 늘려 서민들 부담을 더 늘린다고? 서민들이 부자들 먹여살리느라 허리가 휘어져야 하나?

정부는 복지나 교육에는 쓸 돈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게 부동산이나 건설, 대기업 관련한 부분에서는 돈이 화수분처럼 쏫아난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가진자들을 위해서만 쓰기 때문이다. 공정과세와 지출 개혁, 선택 아닌 필수다.

첨언: 한겨레조차 ‘기업 법인세율 높지만’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세목 분류 체계 때문에 법인세 ‘비중' 높아지는 착시효과 나지만, 법인세율은 일정한 내수규모 갖춘 나라중게 가장 낮은 편. 한겨레는 후속 보도에서 시정하길 바란다.

국의 법인세 수준과 관련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해 주세요. 
한국 법인세 부담이 OECD 4위라는 주장의 맹점 http://www.sdinomics.com/data/blog/533/page=15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하시면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를 응원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4. 9. 16.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