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발간한 우리 연구소 회원들 대상 보고서에서 자세히 설명했지만, 최근 주가 급락 단순히 잠깐 지나갈 이벤트 아니다. 주가 급락의 배경을 보면 상당 기간 지속될 국내외 경제의 변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연내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하락과 자산시장 침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력 산업의 실적 악화 등이다.
이에 더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통과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인 재벌 지배구조 리스크가 작동하고 있다. 합병안 통과 이후 삼성물산, 제일모직은 30% 전후 떨어졌고, 삼성의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도 같은 시기 16% 이상 떨어졌다. 올초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유동성장세를 떠받쳤던 외국인자금과 개인 신용주식거래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외국인자금은 지난달 1.9조원 가까이 빠져나간데 이어 이번 달에는 이미 지난 금요일(21일)까지 비슷한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영향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이 같은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의 영향으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갈피를 못잡는 대북정책과 메르스 늑장 대응으로 북한 리스크와 정부 무능 리스크까지 겹쳤다. 이 영향으로 최근 주가는 2008년 경제위기 파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평가되는 2012년 이후 사상 최장 기간(4개월간), 사상 최대 폭(300포인트)으로 하락했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주가 급락의 배경에는 한국경제 위기의 요인들이 작동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주가 급락세는 어느 시기 멈출 수 있으나 2013년 5월의 "버냉키 쇼크" 때나 지난해 10월 양적완화 종료 시점의 일시적 급락에 이은 반등 같은 양상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가 하락이 멈추더라도 침체 양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상당수 국내 언론들 보도를 보면 "중국 경기 하락으로 연준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다수 외국 언론들이 "연준 금리 인상이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에 더 중점을 두고 보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희망사항"을 보도하면 현실이 달라지나.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편으로는 이런 위기 요인들을 반영해 환율이 급등하는데도, 환율효과로 대기업들 실적이 개선돼 한국경제는 괜찮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나 언론들의 인식도 문제다. 서민들은 이미 작살나고 있는데, 수출대기업들만 좋아지면 한국경제가 괜찮은 건가. 그렇다고 수출대기업들이 2009~2012년 무렵까지 누렸던 환율효과를 누리기도 어렵다. 그 때는 달러약세 기조여서 다른 주요국 화폐가치가 달러 대비 강세를 시현할 때 한국 원화만 약세여서 환율효과가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강세로 귀환하면서 대다수 국가들의 화폐가치가 동반 약세를 띠고 있다. 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더 가파른 자국 화폐 약세를 시현중이다.
또한 최근 수출대기업의 실적 악화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와 경쟁 격화(삼성전자), 환율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체의 약진과 중국자동차시장의 구조적 변화(현대차) 등 몇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대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환율효과가 없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데도 삼전과 현대차 실적이 나빠지거나 크게 개선되지 않는 모습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을 포함해 경제의 거의 모든 영역들이 죽을 쑤고 있는데도, 현상적으로는 부동산시장만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이는 뒤집어서 보면 된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 총력전"으로 부동산시장은 겉으로 잠깐 살아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을 살리기 위해 다른 모든 경제를 죽인 셈이다. 그런데 사상 최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배경으로 하는 주택시장 반짝 호황이 얼마나 오래갈까. 이미 말한 것처럼 올해말~내년 초가 되면 주택시장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그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두 달 연속 미분양이 증가하고, 거래도 줄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도 가계대출을 다시 조이는 상황에 들어섰다. 경제부총리도 "빚 내서 집 사라고 발언한 적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장난하나? 꼭 말로 해야 하나. 정부 정책만큼 확실한 발언이 어디 있나. 예를 들어 외환시장에서 정부가 개입할 때는 구두개입을 통해 시사하고 이게 안 될 때 실제 물량 투입을 한다. 이미 부동산시장에서 집값 띄우겠다고 시사하는 발언 계속하고 실제 주택대출 규제 완화 등 온갖 부양책 다 사용해놓고 무슨 헛소리인가. 경제 수장이라는 작자가 몇 달 앞도 못 내다볼 정도로 무능한데다 무책임하기까지 하니 서민들이 죽어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들은 이미 내가 개인적으로 또는 연구소 차원에서 숱하게 경고했던 내용이다. 이미 지난 연말, 올초에 나꼽살과 전국구, 파파이스 등 팟캐스트에서, 그리고 우리 연구소 경제전망보고서 및 각종 보고서에서 미국 회복과 다른 모든 경제권 침체 속에서 한국경제에 닥칠 위기적 상황들을 전망한 바 있다. 대단한 예측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떠나 사심을 버리고 큰 흐름을 보면 누구든지 볼 수 있는 흐름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부 당국자들은 "괜찮다. 가만히 있으라"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은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보기에 대다수 서민들은 절대 괜찮지 않다. 정부를 너무 신뢰하지 마라. 메르스 대처도 못 하는 정부가 경제위기 대응이라고 제대로 할까. 미국 금리 인상 여파가 한국경제에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기간은 이제 일년 남짓 남았다고 보면 된다. 남은 기간에라도 고부채 가구들은 피눈물나게 부채 다이어트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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