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표된 소위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부동산 대책 가운데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가 향후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맞춰 정리해보겠습니다.

정부 대책 이후 나온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재건축 단지에서만 호가 위주로 약간의 반등 조짐이 있고, 다른 지역은 여전히 침체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재건축 단지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와 있던 급매물이 회수됐고, 호가가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올라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따라붙는 매수세는 현재까지는 크게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 가운데 주택투기지역 해제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전매제한 완화, 지방 미분양 세제 지원 등은 이미 발표된 사항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 발표했거나 이미 예상된 것이어서 현재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에서는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이미 시장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평정’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소형평형 의무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상한까지 허용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책은 좀 다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기존 조건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 대상지들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직접적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지역에 제한된 조치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집값 폭등의 진앙지가 돼왔고, 집값 추세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심리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효과라고 해봐야 매우 한정적일 것입니다. 우선, 위에서 본 것처럼 재건축 단지의 호가는 올라가지만 매수세가 없어서 거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국내외 거시경제의 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습니다. 아마 매수세는 앞으로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과도한 이자 부담에 급매물을 내놓았던 가계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제가 최근 본 기사 가운데는 9억몇천만원에 은마아파트 매물을 내놨다가 정부 발표 이후 호가를 10억원으로 올린 사례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사례의 가계가 진 빚이 8억2000만원이었습니다. 이런 가계의 경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

 

정부 발표에 따른 재건축단지의 수익성 증가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재건축단지의 사업성을 분석하는 기사들을 내놨습니다. 아래에 링크한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매우 크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완화 수익성` 시뮬레이션 해보니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110442481&type=&nid=&sid=0103&page=1

 

이 기사는 한 재개발 재건축 컨설팅 업체에 맡겨 은마아파트의 사업성을 계산하게 한 결과 단지 전체로 약 2조2000억원, 조합원 가구당 5억원의 이익이 생긴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뒷부분을 잘 보면 실제 개발이익은 여기에 턱도 없이 모자랄 가능성이 높음을 ‘자백’하고 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2013년까지 연간 6%의 시세 상승을 전제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집값은 상당기간 빠질 가능성이 더 높은데, 6%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년 6%가 상승한다고 가정한 것은 이율로 따지면 복리 개념입니다. 즉, 2009년부터 5년동안 33.8%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같은 집값 상승이 가능할까요? 국내외 경제 환경은 고사하고 당장 국지적으로 보더라도 잠실, 서초구, 강동구 재건축, 송파 위례신도시 등에서 중대형 물량이 계속 쏟아지게 됩니다. 이들 지역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들 인근 지역은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단지들과 시장 영역이 대체로 겹치는 부동산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치동 재건축단지들도 이들 주변 지역의 가격 약세에 매우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재건축 사업성을 따지는 기준점은 바로 인근 지역 시세이기 때문에 인근 시세가 내려가면 사업성이 떨어져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이 아예 진척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은마아파트는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 실제로 사업기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쓰고 있지만, 아예 사업이 진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더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태도입니다. 어찌보면 좀 정치적인 관점의 분석일 수 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적률 280%까지 적용받아 빽빽하게 들어선 강남의 기존 재건축 아파트들이 한강변 도시 스카이라인이나 도시 주거 환경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용적률을 다시 그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용적률 적용 권한을 무시한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같은 당 출신 대통령이 상왕처럼 버티고 있어 겉으로 큰 소리는 못내고 있지만, 결코 국토부 발표 내용대로 순순히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이번 대책 발표 전에도 국토부는 서울시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토부도 실무선에서는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는 편이지만, 청와대의 강력한 주문 때문에 마지못해 거의 일방적으로 발표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렇기에 재건축 규제 완화에 관한 국토부 발표 내용도 두 문장으로 큰 틀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 연말과 내년 초 도정법 개정을 앞두고 국토부와 서울시의 실무자들간에 벌이는 구체적인 조율 과정에서는 용적률이나 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 등의 측면에서 서울시 의견이 상당 수준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재건축 단지의 수익성이 지금 시중에서 기대하는만큼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서울시의 상황을 비교적 잘 정리한 기사가 있어서 링크를 걸어드립니다.

 

‘3대 딜레마’에 빠진 서울시 재건축

http://www.fnnews.com/view?ra=Sent0501m_View&corp=fnnews&arcid=0921473301&cDateYear=2008&cDateMonth=11&cDateDay=04

   

이대통령과 오시장의 정치적 관계 때문에 밖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없어서 그렇지 서울시의 실제 입장은 기사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완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쓰고 보니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 분석에 관한 글처럼 돼버렸군요. 사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비판할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재건축단지의 임대주택 의무 건축 비율 사실상 축소는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의 대규모 지정, 개발에 따른 동시다발적 중소형 주택 철거로 서민 주거난을 불러온 이명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추진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또한 2003년 이후 중대형 투기 붐 때문에 중대형 물량만 공급되는 과정에서 지금 중대형 아파트들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중대형 공급물량을 더 늘리겠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중에 동상에 걸리든 말든 당장 언발에 오줌을 눠 잠시 따스한 온기를 느끼면 된다는 식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그렇게 떠받치고 싶은 ‘강부자’들의 집값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일단 강부자들이 거품 폭탄을 선량한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탈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더 나아가서는 경제 위기를 막는다는 명목에서 나온 이 같은 무분별한 부동산 부양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피해의 총량을 더 키우게 된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제 정부가 좌충우돌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내놓는 정책들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비판하는 것도 신물이 날 정도입니다. 엉터리로 내지르는 정책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이런 저런 근거를 들어가며 비판한다는 것도 솔직히 피곤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필요한 비판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겠요.


by 선대인 2008. 11. 7. 10:31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지켜보는 동안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우선, 기뻤습니다. ‘이민자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많은 소수 인종에게는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인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던 현실의 육중한 철벽이 도도한 민심의 물결에 일거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드높은 이상이, ‘담대한 희망(Audacious hope)’이, 숭고한 기대가 언젠가는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사실이 기뻤습니다. 단순히 기쁨 정도가 아니라 등골을 따라 전율이 찌르르 흐르는 듯한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는 인종과 국적의 굴레를 떠나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에서 오랜 인류의 편견과 인식의 족쇄를 깨뜨리는 쾌거라는 점에서 기뻤습니다.



한편 부러웠습니다. 미국이라는 그 거대한 나라가, 그 나라의 유권자들이 집단으로서 뿜어내는 역동성이 부러웠습니다. 제가 무슨 친미주의자라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짧은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제가 느낀 미국은 단점도 많은 나라였지만,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매우 많은 장점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그 장점 가운데 첫 번째는 전문 역량이었습니다. 제가 미국의 보스턴에서, 그것도 2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보낸 것으로 미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만져본 코끼리 다리만으로도 미국이 결코 그냥 운이 좋아서 세계 최강대국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수준이 한국의 대학들과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탐욕에 오도된 많은 엘리트들도 있지만, 미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또 다른 많은 엘리트들의 도덕적, 지적 수준은 정말 우리와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이에 더해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모여 살면서 마찰과 불협화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같은 다양성에서 싹트는 새로운 변화를 향한 역동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미국은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세계 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돼 있고, 그 충격을 가장 크게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사회가 가진 역량과 다양성에서 나오는 이 역동성이 결합한다면, 미국은 시간은 걸리더라도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도 바로 그 같은 에너지가 분출하는 한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한편 서글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이번에 오바마가 선거 캠페인 내내 내건 구호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The change we can believe in)’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의 당선 기념 연설에서 지지자들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말도 바로 ‘Yes, we can!'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어떤가요? 서민을 위한 과감한 개혁을 시대적 사명으로 출범했던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지친 우리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는 시대착오적인 퇴물이자 건설족의 수괴일 뿐입니다. 그 스스로는 오바마와 비전을 공유한다고 낮술에 취한 취객처럼 헛소리를 외쳐대지만 우리는 그에게서 미래에 대한 아무런 비전도, 희망도 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의 임기가 빨리 끝나주기만을 간절히 학수고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지 10개월 만에 대한민국은 온갖 풍상을 겪고 서민들은 엄동설한의 냉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거듭되는 엉터리 정책과 노골적인 기득권 챙기기에 한국 경제는 끝도 없이 위기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되새길 때 이명박 대통령은 ‘상위 1%의, 상위 1%에 의한, 상위 1%만을 위한 불량국가’를 실현하느라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처럼 극명히 대비되는 현실에 서글픔을 넘어 분노마저 느낍니다.



또 한편 무기력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무지와 무능, 사악함으로 점철된 정부가 물러간다고 한들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 세력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인가요?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문제 해결 역량을 제대로 갖춘 정치 세력이 있는가 말입니다. 만약 현 정권이 물러난다고 해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역량 있는 정치세력이 있는 것인가요? 아무런 자기 정체성도, 제대로 된 문제 해결 역량도 갖추지 못한 민주당이 우리의 미래입니까? 아니면 시대 인식과 비전이 개발주의 시절의 국가주의적 관념에 고착돼 있는 박근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운명을 맡길 수 있습니까? 아니면 똑같이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편협한 세력다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부족한 민주노동당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어느 정치 세력 하나 제대로 우리의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사실에 무기력감과 절망감을 느낍니다. 


   

그 무기력감 때문에 마지막으로 드는 감정은 결연한 책무감 같은 것입니다. 이 나라의 미래,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세력들만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불공평한 게임의 룰이 아닌, 탄탄한 공동체 기반 위에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우뚝 세울 정치세력이 지금 없다면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오늘 오바마의 당선은 오바마 혼자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입니다. 그러한 기적을 한국에서 만들어내는데 저도 제가 처한 자리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된 심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그 변화의 방향은 어디일까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양대 정당의 최종 후보였던 오바마 당선자와 맥케인 상원의원은 각각 자당의 주류 정치 흐름에서는 벗어나 있었던 인물들입니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강력한 당내 경쟁자이자 전통적 민주당의 주류 이념을 대변했던 힐러리를 따돌리고 당내 경선에 이긴 뒤 본선까지 이겼습니다. 워싱턴의 양대 정당들이 자신들만의 세계와 이념적 틀에 갇혀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할 때 무당파(Independent)적 성향이 강한 오바마는 유권자들에게 기존 정치권의 변화와 미국의 변화를 역설하며 오늘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우리도 자기들만의 울타리에 갇힌 썩은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벗어나 국민의 눈 높이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세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또한 오바마는 47세의 젊은 대통령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선진국에서는 40대, 심지어 30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과 관록보다는 스피디한 변화와 창발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과 같은 60,70대의 ‘올드보이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입니다. 이 젊은 세대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젊은 정치지도자와 정치세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비판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판에 앞서 왜 그들이 정치적 무기력과 무관심에 빠지게 됐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은 몇 십년내에 볼 수 없었던 사상 최대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무엇이 정치적 무기력증과 무관심에 젖어 있던 미국민들을 투표소로 끌어냈을까요? 그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주무대로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습니다. 우리의 젊은이들도 희망을 찾는다면 결코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존재로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은 그동안 부모 세대와 기득권의 게임의 룰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그들의 미래를 열어준다면 얼마든지 세계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시대적 감수성과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입니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십시오. 얼마나 대단합니까?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년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참고로, 4일자 뉴욕타임스에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이자 명칼럼리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이 쓴 칼럼 ‘Finishing Our Work’을 옮겨 봅니다. 프리드먼이 평소에도 좋은 칼럼을 많이 쓰지만 오늘 칼럼은 정말 명칼럼입니다. 밑줄 그은 부분은 제가 공감하거나 인상 깊게 느낀 대목들이고, 군데군데 괄호 안에 제 생각을 조금 넣었습니다. 지금 시간이 너무 늦어 제가 번역까지 해서 올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혹 필요하다면 내일 오후에라도 번역해서 올리겠습니다. 아니면 여력이 되시는 분들이 릴레이 댓글로 문단별로 옮겨보는 것도 재미있는 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By THOMAS L. FRIEDMAN


And so it came to pass that on Nov. 4, 2008, shortly after 11 p.m. Eastern time, the American Civil War ended, as a black man — Barack Hussein Obama — won enough electoral votes to becom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 civil war that, in many ways, began at Bull Run, Virginia, on July 21, 1861, ended 147 years later via a ballot box in the very same state. For nothing more symbolically illustrated the final chapter of America’s Civil War than the fact that the Commonwealth of Virginia — the state that once exalted slavery and whose secession from the Union in 1861 gave the Confederacy both strategic weight and its commanding general — voted Democratic, thus assuring that Barack Obama would become the 44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his moment was necessary, for despite a century of civil rights legislation, judicial interventions and social activism — despite Brown v. Board of Education, Martin Luther King’s I-have-a-dream crusade and the 1964 Civil Rights Act — the Civil War could never truly be said to have ended until America’s white majority actually elected an African-American as president.


That is what happened Tuesday night and that is why we awake this morning to a different country. The struggle for equal rights is far from over, but we start afresh now from a whole new baseline. Let every child and every citizen and every new immigrant know that from this day forward everything really is possible in America.


How did Obama pull it off? To be sure, it probably took a once-in-a-century economic crisis to get enough white people to vote for a black man. And to be sure, Obama’s better organization, calm manner, mellifluous speaking style and unthreatening message of “change” all served him well.


But there also may have been something of a “Buffett effect” that countered the supposed “Bradley effect” — white voters telling pollsters they’d vote for Obama but then voting for the white guy. The Buffett effect was just the opposite. It was white conservatives telling the guys in the men’s grill at the country club that they were voting for John McCain, but then quietly going into the booth and voting for Obama, even though they knew it would mean higher taxes.(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지라도 오바마를 선택한 백인 보수주의자들과 자신들의 집값을 올려주고 종부세를 줄여줄 대통령을 뽑은 부동산 부자들의 선명한 대비가 떠오르네요)


Why? Some did it because they sensed how inspired and hopeful their kids were about an Obama presidency, and they not only didn’t want to dash those hopes, they secretly wanted to share them.(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자녀들의 희망을 공유하고 싶어한 부모 세대라니, 감동적입니다. 극심한 세대간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 마음이 아픕니다.) Others intuitively embraced Warren Buffett’s view that if you are rich and successful today, it is first and foremost because you were lucky enough to be born in America at this time — and never forget that. So, we need to get back to fixing our country — we need a president who can unify us for nation-building at home.


And somewhere they also knew that after the abysmal performance of the Bush team, there had to be consequences for the Republican Party. Electing McCain now would have, in some way, meant rewarding incompetence. It would have made a mockery of accountability in government and unleashed a wave of cynicism in America that would have been deeply corrosive.


Obama will always be our first black president. But can he be one of our few great presidents? He is going to have his chance because our greatest presidents are those who assumed the office at some of our darkest hours and at the bottom of some of our deepest holes.


“Taking office at a time of crisis doesn’t guarantee greatness, but it can be an occasion for it,” argued the Harvard University political philosopher Michael Sandel. “That was certainly the case with Lincoln, F.D.R. and Truman.” Part of F.D.R.’s greatness, though, “was that he gradually wove a new governing political philosophy — the New Deal — out of the rubble and political disarray of the economic depression he inherited.” Obama will need to do the same, but these things take time.


“F.D.R. did not run on the New Deal in 1932,” said Sandel. “He ran on balancing the budget. Like Obama, he did not take office with a clearly articulated governing philosophy. He arrived with a confident, activist spirit and experimented. Not until 1936 did we have a presidential campaign about the New Deal. What Obama’s equivalent will be, even he doesn’t know. It will emerge as he grapples with the economy, energy and America’s role in the world. These challenges are so great that he will only succeed if he is able to articulate a new politics of the common good.”


Bush & Co. did not believe that government could be an instrument of the common good. They neutered their cabinet secretaries and appointed hacks to big jobs. For them, pursuit of the common good was all about pursuit of individual self-interest. Voters rebelled against that. But there was also a rebellion against a traditional Democratic version of the common good — that it is simply the sum of all interest groups clamoring for their share.(부시와 그 동료들 대신 이명박과 졸개들이라는 말을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In this election, the American public rejected these narrow notions of the common good,” argued Sandel. “Most people now accept that unfettered markets don’t serve the public good. Markets generate abundance, but they can also breed excessive insecurity and risk. Even before the financial meltdown, we’ve seen a massive shift of risk from corporations to the individual. Obama will have to reinvent government as an instrument of the common good — to regulate markets, to protect citizens against the risks of unemployment and ill health, to invest in energy independence.”


But a new politics of the common good can’t be only about government and markets. “It must also be about a new patriotism — about what it means to be a citizen,” said Sandel. “This is the deepest chord Obama’s campaign evoked. The biggest applause line in his stump speech was the one that said every American will have a chance to go to college provided he or she performs a period of national service — in the military, in the Peace Corps or in the community. Obama’s campaign tapped a dormant civic idealism, a hunger among Americans to serve a cause greater than themselves, a yearning to be citizens again.”(오바마의 선거캠페인이 잠자고 있던 미국민들의 공민(公民)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일깨웠다는 지적은 정말 마음에 와닿습니다.)


None of this will be easy. But my gut tells me that of all the changes that will be ushered in by an Obama presidency, breaking with our racial past may turn out to be the least of them. There is just so much work to be done. The Civil War is over. Let reconstruction begin.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정치/안보문제'란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7. 10:22

YTN 보도국 뉴스2팀에서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최근 YTN사태 100일을 맞은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최근 YTN 사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좀더 폭넓은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으며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글 마지막에 있는 동영상도 꼭 보시길 바라고요. YTN노조, 더 나아가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모든 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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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을 맞는 우리들의 자세

  
 안녕하세요, 어린달님  김수진입니다.  석 달 쯤 전, 여름의 일입니다.

 "너무 앞에 나서지 마라."

 "괜찮아요. 저는 앞에 나서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 회사 사람들은 다 똑같은 생각이라 누구만 앞에 나서고 그런 것도 아니에요. 다 같이 해요 그리고.. 그런 거 무서웠으면 기자 하지도 않았어요. 입바른 소리 하라고 된 게 이 직업인데... 그런 거 무서우면 그냥 일반 회사 다녀야지"

 "그런 소리 마라. 옛날에 동아일보 사태 때 해직 기자들이 오랫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 너는 어려서 모르지만..."

 석 달 후, 저희 아버지의 걱정처럼, 33명이 징계를 당하고, 그중 6명은 해임을
당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앞에 나서지' 못했는지 징계도 정직도 감봉도 경고도 받지 못한
'살아 남은 자'가 됐습니다. '살아 남은 자'들은 분노에 울부짖었지만, '죽은 자'들은 오히려 "우리 때문에 무릎을 꺾는다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우리를 다독였습니다. 우리는 당장 간부급 선배들의 각성을 촉구하던 단식을 걷어치우고 다시 '블랙 투쟁'에 나섰습니다. (보셨죠? 앵커와 기자들이 검은 옷으로 조의와 항의의 뜻을 표현했습니다)

 징계 이후 국정감사에서 손에 피를 묻힌 '자칭 사장' 구본홍과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출석해 증언하며 이슈가 됐습니다. 구본홍씨는 편의에 따라 기억이 나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다며 스스로가 언론사 사장이 될 자격도 없고 그럴만한 정신 건강도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YTN 발전에 눈꼽만큼도 기여한 적 없는 사람이 YTN을 피땀흘려 만들고 키운 유능한 기자 33명을 징계하고 해고한 데 대해서는 '무자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해직 사태 이후에도 구씨는 단 며칠만 출근하는 척을 하다가 늘 그렇듯 노조의 저지로 회사에는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찬바람이 옷깃에 스며드는 계절이 됐고, 우리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100일을 맞았습니다. 이제는 농성 천막에 앉아있으면 찬 기운이 바닥에서 술술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100일을 맞는 저희들의 자세는 투쟁 1일째와 다름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 자리 숫자를 보면서 기가 막히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좀 지칠 때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가 '투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창하게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다며 목에 힘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자라는(혹은 촬영기자라는,
기술감독이라는, 회계담당,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인이고, 생활인이고,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이걸로 녹을 먹으니 그만한 값을 시청자들에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방송, 바른 보도가 저희가 생산하는 '정품'입니다. 저희는 그저 처음과 똑같이,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는 독립성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합니다. '불량 뉴스, 짝퉁 뉴스'를 만들어내라고 지시하는 낙하산 사장을 몰아내고 '불량률 0'에 도전해야죠. 저희만 이런 노력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직업인으로 생활인으로 자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요? 이 싸움은 언론사 종사자로서 당연히 저희가 해야할 의무일 지 모릅니다.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상황이면 그럴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특정인의 선거 캠프 참모로 일한 정치인은 언론사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의 싸움이 천 일이 되더라도  만 일이 되더라도, 그리고 구본홍씨가 사퇴하더라도 YTN이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라고,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본홍씨가 언제 사퇴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오더라도 저희는 늘 공정방송을 해야 하고 그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되었던 보도의 독립성에 손을 대려는 자들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죄송하지만 어떤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YTN은 이른바 '좌편향'이라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수 언론사든, 진보 언론사든, 중도 언론사든,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대선 캠프 특보 출신 정치인은 사장으로 받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사실 이런 기본적인 상식만으로도
구씨는 YTN의 사장일 수 없지만, 저희가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겪은 구씨는 도덕적으로도 큰 흠결이 있어 언론사 사장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구씨가 회사대신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집무실로 애용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며 펑펑 쓴 돈이 석달간 노조가 밝혀낸 것만  4500만원인데, 회사는 '그게 아니고 3800만원'이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했습니다. --; 
  
백 번 양보해 3800만원이라도 해도, 외환위기 때 6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아가면서도 회사를 살렸고, 10년 동안 돈이 없어서 오디오맨도 없이 취재기자가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취재했던, 송출비 30만원이 지금도 아까워서 촬영 테이프를 들고 달리는 YTN 직원들로써는 피를 토할 일입니다.

YTN이 안정적으로 흑자를 낸 것도 불과 최근 몇 년의 일인데, 사원들의 연봉보다도 많은 돈을, 사장 인정도 받지 못하는 자가, 회사에 뼈빠지게 일해 돈 벌어다 주는 사람들의 목을 잘라가며 호텔에서 물 쓰듯 쓰다니 정말 용서가 안됩니다. 참고로 팀원들이 징계받아 제작이 중단된 돌발영상만 해도 광고수입이 억대에 이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YTN 입구를 지키며 구본홍씨보고 '돌아가라'고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는 살아남은 죄를 가진 자이기에 징계받은 동료와 선배들에게 늘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그들이 없으면 저도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결코 그들이  홀로 고통받게 하지 않겠습니다. 결코.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 (2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백일을 맞는 25일 0시까지 출근저지 투쟁 100일을 맞아서 저희가 문화제를 엽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릴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회사 그래픽팀 사우 서정호씨가 100일을 기록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습니다. 배경음악은 김창기의 '여섯개의 넥타이로 살아남은 자의 노래'인데, 이 노래 가사의 일부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만은 너에게 꼭 약속해 줄께

  너무 예쁜 우리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빠가 되겠다고

  너의 이마에 다짐할께 
  
  너무 예쁜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빠가 되겠다고

  너의 입술에 다짐할께


    뮤직비디오 '우리는 왜 눈물을 흘려야 하나'

by 선대인 2008. 10. 24.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