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인 집값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는 요지 부동이다. 그렇다고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의 집값 통계 또한 신뢰하기는 어렵다. 각종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과 이에 근거한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행태에 대해 2회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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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기사(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049858)에서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통계가 얼마나 부실한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가 월 단위 또는 주 단위로 발표하는 주택가격 통계는 어떨까? 이들 업체들이 주택가격 통계 작성 방법론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은행 통계 조사처럼 전국의 아파트 가운데 표본을 뽑은 뒤 업무계약을 맺은 현지 중개업소들의 가격 보고를 바탕으로 주간 및 월간 변동률을 분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업체들도 현실과 거리가 있는 주택가격 통계를 작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들은 시세를 최대한 반영한다고 하지만, 그 시세는 많은 경우 중개업소들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통화해본 한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실제 거래된 가격이 있을 경우에는 거래 가격을 인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을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은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하느냐?고 묻자 나름대로 자체 기준이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뤄볼 때,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세 통계가 작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현 시장 시세를 제대로 반영해 가격을 통보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 원으로 잡혀 있다.

 

물론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시세 검증팀을 가동해 중개업소의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되거나, 시세와 현저하게 다른 가격이 보고될 경우 검증에 나선다고는 한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얼마나 많은 시세검증을 할지도 미지수이고, 실제 시세검증을 한다고 해도 현실을 반영하는 가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국토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주택 실거래가 자료는 어떨까?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웹사이트에는 11월 17일 현재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별로 실거래가 자료가 올라와 있다. 실거래가 자료는 실제 매매 거래가 이뤄진 사례들만 선별해 올리는 것이므로 전체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로 보기는 어렵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주택들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지 2년 10개월밖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가격지수 통계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거래 실적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그나마 최근 시장상황에 근접한 데이터로 참고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도 여러 면에서 최근 시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토부는 “공개되는 아파트 실거래 자료는 적정성 검증을 거친 자료로 기준가액보다 상당히 낮게 신고한 가격은 분석 및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부동산 폭등기에 매도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래 당사자간에 실제 가격보다 낮춰 거래한 것처럼 꾸미는 ‘다운 계약’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집값 추이를 통해 도출된 기준가격에서 일정한 허용범위를 정하고, 부적정한 실거래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한국감정원에 현장조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적정 가격으로 판단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기존에 신고된 실거래 가격보다 10%이상 낮은 가격은 부적정 가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집값 폭등기에는 일정한 합리성을 가진다. 하지만 최근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정상적인 집값 하락 추세를 반영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상당수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집값이 하락하고, 소위 초급급매물까지 속출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기존 거래가격보다 10% 이하로 체결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거래 가격은 지연된 가격 정보라는 점에서도 지금 같은 주택가격 급락기에는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주택을 매수한 계약자는 매매일자로부터 60일 이내에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신고하게 돼 있다. 이렇게 신고된 실거래 가격 데이터들은 서울을 예로 들면, 관할 구청을 거쳐 서울시에서 취합한 뒤 국토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올라간다. 결국 매매 계약자의 신고와 행정상의 취합 및 보고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1~2개월 이상 지연된 정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거래가격이 몇 달 전 가격인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국토부 실거래가도 현장 시세를 가늠할 수 있는 참고자료일 뿐 시장 거래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로 삼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시장의 가격 추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주택가격 통계가 공공부문에서든, 민간부문에서든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로만 따져도 여러 차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국민 경제 전체의 부작용과 폐해를 뚜렷이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부동산 가격통계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부동산가격 통계가 없으면 부동산 폭등기나 폭락기에 집값의 구체적인 양상과 투기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잘못된 대응이나 늑장대응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수도권의 집값 폭등이 가시화됐던 2005년 노무현정부의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2%밖에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노무현정부 말기에도 부동산거품이 발생한 지역을 버블 세븐으로 한정하는 우를 범했다. 반면 현 이명박정부는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계를 지원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택가격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10월 21일 발표한 가계 주거 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 보도자료에는 정부가 공인하는 국민은행 통계가 아닌, 출처 불명의 부동산가격 자료가 실려 있다. 특히 이 자료에서는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최근 거래된 아파트 실제 가격은 2006년 말 고점 대비 약 15~20% 하락했다며 역시 출처 불명의 몇 개 아파트 거래 사례를 아래처럼 제시하고 있다.

 

 

강남권수도권 신도시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은 '06년말 고점 대비 15~20% 수준 크게 하락

 

 

대치동 A아파트(31평형) : ('06.12)11.0억원 → (‘08.9)8.9억원, 분당 B아파트 : ('06.10)7.5억원 → ('08.9)6.0억원, 용인 C아파트 : (’06.12)5.5억원 → (‘08.8)4.4억원

 

(10.21대책 발표 자료 1쪽)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판단 잘못으로 생겨난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의 집값 폭락세가 잘 드러난 자료를 써야 하겠는데, 국민은행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인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공인하는 통계를 스스로 믿지 못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출처도 밝히지 않은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갖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마디로 코미디 수준의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공인한 통계도 버리는 정부가 국민은행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데 대한 언론 지적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 인용문구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문제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부동산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공식 통계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지역적인 차이에서 실거래가와 통계의 괴리가 있겠지만 그것만 보고 전반적인 대책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 10월15일자)

 

국토부는 "정부 통계는 전체 주택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차이가 있다"면서 "실거래가는 급매물 가격이어서 전체 주택시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1월 5일자)

 

 

이렇게 언론에 답변하면서 자신들이 급할 때는 출처도 밝히지 않고 사설 정보업체의 통계까지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면서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파렴치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부동산 가격 통계뿐만 아니다. 주택보급률 통계나 미분양아파트 물량, 주택 규모별 멸실 주택 수 등 기본적인 주택 관련 통계가 매우 부실하거나 신뢰도가 낮다. 이러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보급해야 할지, 어떤 평수의 주택을 더 공급하고 덜 해야 할지 등 제대로 된 주택정책상의 대응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니 미분양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를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느닷없이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 수준으로 10년 동안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 버젓이 발표되는 것이다. 정부 발표자료 어디를 읽어봐도 왜 연간 50만호의 주택공급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이처럼 제대로 된 주택 관련 통계도 정비하지 않은 채 각종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을 우왕좌왕 쏟아내는 정부의 행태야말로 한국경제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9. 09:53

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인 집값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는 요지 부동이다. 그렇다고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의 집값 통계 또한 신뢰하기는 어렵다. 각종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과 이에 근거한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행태에 대해 2회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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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고점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이제 집값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 분당과 용인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2006년말~2007년초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나 부동산 114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아파트 시세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현장의 폭락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이나 일부 개발 호재 지역에 따라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실제 부동산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각종 부동산 통계의 하락폭은 딴판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용인 지역에서 8억 원을 호가했던 148 형은 현장에서는 52,000만원에 급매로 나와 있지만 살 사람이 없다고 한다. 또 분당신도시 현동 한 아파트 108형도 2006 7억 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49,0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강남재건축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은 2006년 말 12억 원에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8억 원선마저 무너진 7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실제 현장에서 이들 아파트들을 매수하려고 하면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보다 고가 주택의 경우 수천 만원에서 최고 1억 원 정도까지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들 지역의 집값이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통계상으로는 이들 지역 집값은 거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아래 <도표1>을 보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소폭이지만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는 현재의 각종 주택가격 통계 작성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선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산출방식을 보면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발행주식을 100만주라고 할 때 100만주 모두가 거래돼 주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실제 매일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거래되는 1% 미만의 물량이 삼성전자 주식 전체의 시가총액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 가운데 1%1만주가 거래돼 어느 날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하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물량은 1만주밖에 안 되지만 이 1만주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의 가격 모두가 상한가로 상승한 것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가 약 1,300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1,300조원이다. 그런데 전국의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 112.5만호, 2007 84만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개별 종목들처럼 주택시장에서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
, 분당 서현동 108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일종의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부동산 폭등기에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됐듯이 부동산 폭락기에도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은 이미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각 부동산 중개업소별로 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수십~수백 건씩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량이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래가 일어나는 가격대는 이들 매물 가운데 가장 싼 매물의 가격대이고, 현재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금 거래되는 아파트들이 급매물이므로 정상적인 시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는 매물들은 모두 급매물들이다. 급매물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급급매물 또는 초급급매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말이 급매물이지 사실은 정상적인 매물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적인 시장 거래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인 급매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아파트의 전체 평균 시세가 10억 원으로 형성돼 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가계가 해외 이주나 지방 전근, 또는 급한 현금 확보 필요성 등의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9.5억 원에 집을 팔았다고 치자. 이 경우 9.5억 원에 그 집이 팔렸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아파트 시세가 9.5억 원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급매물 하나만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고 나면 나머지 아파트들은 여전히 10억원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버블 세븐 지역의 상황은 한 두 물건이 거래된 뒤 나머지 물건들이 다시 과거 고점 가격대로 환원돼 팔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시세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이나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의 지정 및 해제에 사용되는 국민은행 주택 가격 지수를 살펴보자.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는 19,000여개의 표본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표본 주택들의 가격을 월 단위로 산출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은행과 계약을 맺은 중개업소들이 시장에서 실제 부동산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국민은행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실제 거래가 성립된 가격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중개업소들이 가장 최근에 거래가 일어났던 과거 가격을 변함 없이 신고하거나 아예 중개업소가 생각하는 예상 거래가격 또는 호가를 불러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올려 놓으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아예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구나 이 같은 거래가격의 왜곡은 최근처럼 주택거래 물량이 줄어들 때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활황기에 거래 물량이 늘어 20%가 거래됐다면 이 경우에는 실제 거래가 이뤄진 표본 아파트의 비중이 커지는 데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시장 거래 가격에 비춰 가격을 가늠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같은 불황기에 거래 물량이 확 줄어 거래량이 전체 주택 물량의 10%정도로 떨어졌다고 치면 실제 거래가 이뤄진 표본 아파트의 비중은 낮아지고 실제 시장거래 가격을 반영하는 것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업무계약을 맺은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거래 사례가 드문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가 가능한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신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한 아파트 32평형 경우 국민은행 시세는 하한가가 43,750만원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 매물 가운데는 38,000만원에 나와 있다. 물론 실제로 이 아파트를 사려면 현재 상황에서 1,000~2,000만원 정도는 쉽게 깎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은행 시세와 현장 시세와는 적게 잡아도 13% 이상의 괴리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24평형은 24,000만원에 현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은행 시세의 하한가는 31,000만원으로 돼 있다. 현장 시세가 국민은행 시세보다 약 7,000만원(22.5%) 더 싼 것이다. 또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급매 물건 가격이 65,000만원이지만, 국민은행 주택 통계 사이트에서는 상한가 9억 원, 하한가가 8억 원에 올라와 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최근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은행 시세와 현장 실거래 가격의 괴리가 너무 과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민은행은 중개업소의 신고가격이 실제 시장 거래가격에 근접했는지 여부는 제대로 따지지 않고 거의 그대로 인정한다. 기준 시세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현장 실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국민은행의 현장 실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개업소들 입장에서는 기존 가격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격을 그대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신규주택과 기존주택의 거래를 구분하지 않는 것도 가격 통계상의 왜곡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3년 이후 신규주택은 전국에서 매년 40만호 가량 꾸준히 공급돼 왔다. 위에 언급한 2006, 2007년 전체 주택 거래 물량을 기준으로 할 때 매년 주택 거래 물량의 40%에 이른다. 신규 분양 물량이 모두 거래되지 않고 일부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는다고 해도 매년 주택 거래의 30% 이상이 신규 분양 물량이라고 볼 수 있다. 신규 분양물량이 주택 통계상에서 대규모로 반영되게 될 경우 기존에 형성된 주택 가격의 왜곡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행진이 계속돼온 상황에서는 신규물량 효과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물론 국민은행이나 부동산정보 업체들은 이 같은 신규 물량 효과를 줄이기 위해 일정한 기간을 거친 뒤 표본으로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주택지수 통계상에서는 신규분양 물량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본으로 포함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신규분양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고분양가의 영향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신규분양 물량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므로 이 같은 가격상승이 신규분양 물량 공급에 따른 통계 왜곡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명확한 원칙도 없이 갑자기 주택가격 통계에 반영된 이 같은 신규 물량의 고분양가가 실제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왜곡할 가능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신규 물량에 의한 주택가격 왜곡 효과는 최근처럼 거래량이 급속히 줄어든 가운데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주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주택업체들이 여전히 고분양가에 분양하는 물량이 많다면 해당 지역 전체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덜 하락한 것처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주택 침체기에는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신규 분양물량이 일정 시점에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택 통계에 반영될 경우 그만큼 실제 주택 거래가격과 통계상의 괴리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3. 16:25

최근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거품 붕괴를 막으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온갖 명목을 갖다 붙이지만 한 마디로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과 ‘집값 거품 떠받치기’로 일관한 정책들이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괜찮다’고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려왔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한국 경제의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이제는 활용 가능한 모든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구조를 볼 때 현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부양책으로도 버블 붕괴를 막기 어렵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다. 그동안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의 집값은 정부의 부양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대출 규제가 풀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외화 및 원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 과거처럼 선뜻 대출을 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겪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제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융권에서 대출 제한에서 그치지 않고 대출 회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은 버블 붕괴의 시장 압력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단지 붕괴의 시간을 약간 지연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부작용만 있을 뿐이다. 집값 거품 붕괴를 부르는 시장 압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기인 92~95년 동안 무려 70조엔이 넘는 각종 경기 부양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현재 우리 돈 가치로 1000조원이 넘는 예산을 경기 부양에 투입한 것이다. 일본의 경기 부양대책도 일본 토건족들의 요구에 의해 각종 불요불급한 건설 및 토건 사업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극심한 버블 붕괴의 압력을 막지는 못했다. 일본이 92~94년 3년 동안 0%대의 실질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이 그 증거다.

 

더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과도한 건설경기 부양책은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 전체적인 피해를 키울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사이토 세이치로씨의 책 ‘일본경제 왜 무너졌나’에 따르면 건설 토목산업 종사 수는 91년 604만명에서 96년에는 676만명으로 오히려 72만명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의 건설 토목관련 업체 수를 보면 60만 2000개에서 64만 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났던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 제대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졌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이치로씨는 “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 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네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 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래의 <도표1>에서 일반건설업체 수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1995년 2,958개였던 업체 수는 199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2년에는 12,643개에 이르렀다. 2003년 이후 건설업체 수는 1만3000개 전후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건설 경기 부양’을 한다는 것은 부동산 거품기 동안 급격히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예산으로 모두 먹여 살리겠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건설사들이 위기론을 떠들어대는 가운데도 건설업계 전체의 부도율은 1.3% 정도인데, 이는 5~7%대의 부도율을 보였던 90년대 중반보다도 훨씬 낮은 비율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연착륙론’을 부르짖는다. 필자도 가능하다면 한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필자가 원하고 정부 당국자가 원한다고 한들 이미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악성 부동산 거품을 만들었던 탓에 연착륙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 정부의 대책을 보라. 연착륙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그동안 부동산 거품기에 온갖 폭리를 취했던 건설업계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수익을 올렸던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 부양책을 펼칠 뿐이다. 그들 가운데 자신들의 잘못된 경영판단과 무리한 사업 욕심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회초리를 맞은 곳이 어디 있는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미분양 물량 급증 등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설업체들에 대해서는 경영상의 자구 노력을 우선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건설업계 전체로 볼 때는 부동산 버블 시기에 한껏 팽창했던 주택 시장이 위축된다면 그에 맞춰 일정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지 않고 정부가 예산으로 먹여살리겠다는 것은 개발주의 시대 당시의 관 주도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 점에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정책 실패와 건설업체들의 잘못된 분양 전략이 빚어낸 건설업체의 위기를 국민 세금으로 도와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지금 국내외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건설업계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제조중소기업, 저소득계층 등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계층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굳이 건설업계를 최우선적으로 정부가 도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진짜 경제적 약자에게는 쥐꼬리만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계의 복지에 골몰하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따라서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한국경제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근본적 체질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 정부는 단기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장래 돌아올 한국경제의 충격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해보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일뿐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 경제가 글로벌 투자은행들마저 줄도산 위기에 처했던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인가? 미국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나서야 구제금융종합대책을 만들었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시장경제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충격이 큰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 경제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미분양 물량 매입 등을 통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기보다는 자산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주택이 거래되도록 해 집값이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정부에 집값 부양대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해야 한다. 샤시 업자나 인테리어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거품이 해소돼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빨리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집값 거품 해소가 늦어지면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모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다. 또 가계 입장에서도 자꾸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 않고 빨리 손절매를 하고 부채를 청산하게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실물 경제를 하루라도 빨리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을수록 실물 경제는 악화되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또 부실 건설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게 하는 것이 일본의 사례처럼 중장기적으로 볼 때 건설업계와 한국 경제 전반에 돌아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건설업계 복지’에 퍼붓는 예산들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뒤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주는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도 정부가 필요한 부양책을 쓰는 것에는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처럼 1%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체들을 위해서 부양책을 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은 지금 경제위기로 힘겨워 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 지금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이 없어서 냉기가 도는 집안에서 변도 치우지 못하고 사는 빈민들이 수두룩하다. 왜 그런 저소득층에는 땡전 한푼 지원을 늘리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도로며, 공항이며, 아파트를 짓는데 수십, 수백조원의 예산을 써대려 하는가? 그처럼 막대하게 벌린 대규모 건축 및 토목사업의 유지 보수비 때문에 버블 붕괴기에 일본의 숱한 지방정부들이 파산한 사례를 모르는가? 왜 당장 돈이 필요한 저소득층과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은 외면하고 실현된 적이 없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신화'를 들먹이며 부동산 부자와 건설업체 복지에만 정신이 없는가?

 

경고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쓰는 건설경기부양책은 한국경제를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몰아가는 길이다. 또한 겉으로는 공익으로 포장하면서 철저히 자신들과 자신들의 핵심 지지기반의 사익을 추구하다가 정권을 잃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토론방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1.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