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크루그먼 교수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내가 아는 좁은 세계에서 정말 훌륭한 경제학자이자 양심적인 언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계기로 그가 썼던 ‘The Great Unraveling'라는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국내에 ‘대폭로’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인데요. 제가 갑자기 이 책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부시 저격수’라고 불리는 그의 부시 행정부 비판이 최근 국내 상황에도 적실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약 8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난해 대선 결과를 보며 느낀 소감을 한 카페에 띄운 적이 있는데, 그 글의 일부는 이렇습니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비정규직 비율 55%, 청년 실업 200만, 출산율 바닥, 자살율과 근로시간, 산재사고 OECD 최고라는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과 이를 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쓰레기통을 뒤져서는 안 되잖아요? 현 집권세력이 이 문제를 해결 못한 데 대한 민심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땅바기가 집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의 철학과 정책을 보면 오히려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더욱 악화될 것 같군요. 좀 심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히틀러를 택한 장면이 왜 자꾸 오버랩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때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제가 썼던 글이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느 듯 해 소름이 끼칩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된 형태로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정부의 경제 및 교육정책 등 정책 실패와 아마추어적인 정부 운용 등에 대해 비판합니다. 저도 그런 면에서 가장 강력한 비판자 가운데 한 사람일 것입니다. 사실 아마추어도 이만저만한 아마추어가 아니며, 국민들에게 내뱉은 공언을 쉽게 뒤집는다는 점에서 사기꾼 기질도 강한 정부라고 봅니다. 정말 저질 불량정부이지요.


        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 이 사람들의 정치 행태 및 국민이나 여론에 대한 대응, 그리고 방송 장악이나 간첩단 조작, 군대의 금서 목록 발표, 건국 60주년 표현, 부유층 위주의 감세정책 등 자신들의 어젠다를 철저히 추구하고 쟁취하는 과정에 더 우려를 느끼게 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실용정부’라는 현 정부의 구호에 속아 그냥 친기업적이고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중도 우파 정도의 정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 정도에 그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과격한 ‘우파 혁명세력’입니다. 물론 지금같은 경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엉터리 저질 집단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들과 자신들의 지지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관철시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집단이라는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촛불시위 이후 자신들 세력을 결집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포고하듯 하는 이들의 태도를 보면서 점점 이들은 합리적 판단력을 가진 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찾아 본 책이 "The Great Unraveling"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대폭로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를 ‘혁명 세력(A Revolutionary Power)’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처음에 경제 문제에 대해 글을 쓰다가 점점 정치 문제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습니다. 바로 ‘급진적인 정치 운동이 부상하고 점증하는 지배력을 갖게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급진 우익이 백악관과 의회를 사실상 지배하고, 사법부와 미디어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게 된 현실에 대해 그는 매우 깊은 우려를 나타냅니다.


        그는 이 같은 생각을 바로 이 책의 도입부에서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닉슨 행정부 시절 냉혈적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박사학위 논문 ‘되찾은 세계(A World Restored)’에서 1930년대의 전체주의 정권들에 대한 유화적 대응책의 실패를 비판합니다. 이때 그는 프랑스의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 치하의 정치 세력들을 ‘혁명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1930년대의 전체주의 세력에도 같은 규정을 합니다.


        폴 크루그먼은 헨리 키신저의 이 박사학위 논문을 읽다가 부시 행정부 또한 기존 체제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혁명 세력’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들 혁명 세력들은 오랫동안 확립된 미국의 정치 및 사회적 제도들이 존재해서는 안 되며, 우리들 모두가 당연시하는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정부의 역할과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확충 등을 단순히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기본적인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무력 사용을 전혀 주저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테러를 가한 적이 없는 이라크에 대해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이 대표적이며, 시리아, 이란, 북한 등도 ‘악의 축’으로 묶어 같은 방식으로 다루려 했습니다. 미국 헌법의 근본 원칙 가운데 하나였던 정교 분리를 내팽개치고 ‘성경적 세계관’을 확산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정통성은 민주적 절차에서 나온다는 사상을 받아들이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 나라를 이끌도록 신의 부름을 받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들 혁명세력이 원하는 나라는 이렇습니다.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없으며, 국가의 뜻을 해외에 관철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며, 학교에서 진화를 가르치지 말고 종교를 가르쳐야 하고, 선거는 형식적 치장물에 불고한 나라’ 말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감세와 이라크 전쟁을 예로 들어, 이들 혁명세력이 어떻게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지 설명합니다. 우선, 감세는 90년대부터 공화당의 핵심 의제였습니다. 이들 혁명 세력들은 단순히 감세를 원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미국 조세체계의 분쇄를 목표로 했습니다. 이들은 제한된 승리에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세력입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세수 초과 환급을 명목으로 세금을 깎고, 세수 부족으로 전환됐을 때는 경기 부양책으로 세금을 깎고, 경기 부양 효과가 없음이 드러나자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깎습니다. 이라크 선제 공격론도 90년대초부터 폴 울포위츠, 딕 체니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강화돼 왔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9.11테러라는 현 상황에 대한 대응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사담 후세인과 알 카에다의 연계 혐의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그것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핵개발 프로그램(대량 살상 무기라는 표현으로 확장합니다만)을 이유로 갖다 붙입니다. 나중에 이것조차도 설득력이 없음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민주주의의 확산’을 명분으로 갖다 붙입니다. 감세나 이라크전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환경 정책, 보건정책, 교육정책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모든 경우에 부시 행정부는 그다지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정책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온건주의자들을 안심하게 합니다. 그리고 매번 온건주의자들은 (2차 대전 직전 나치 히틀러에 대해 영국 수상 리처드 챔벌린이 구사했던) 유화주의 전략을 따릅니다. 폴 크루그먼은 헨리 키신저의 통찰이 옳았다며 그의 말을 인용합니다. “안정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혁명세력을 맞닥뜨렸을 때 당시 발생하는 것을 어지간해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혁명세력을 저지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한국 상황으로 돌아와 봅시다. 말로는 중저소득층용이라고 떠벌리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 시장친화적인 부유세의 하나인 종부세의 시행 2년만의 유명무실화, 반공 기독교이념에 사로잡힌 철저한 대북 대결 구도 전개(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주인처럼 떠받드는 미국에조차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에서 왕따당하는 얼간이들이죠),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대통령과 소망교회 출신의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강부자/고소용 내각’, 녹색성장을 외치면서 태양광 발전 보조금을 깎고 원전 대규모 건설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는 반환경정부, 공교육을 사교육화하고, 사교육시장을 극대화해서 어린 학생들을 더욱 치열한 적자생존의 경쟁에 내모는 교육정책, 미분양 물량 매입과 건설 물량 만들기를 통한 ‘건설업자 복지’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기존의 복지 예산은 삭감하는 거꾸로 정책, 종부세, 양도세 경감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하는 정책,  민주화 이후 진전돼온 천부인권적, 민주적 권리 및 제도 뒤집기 정책-군의문사위 해체, 국가인권위 압박, 집단 소송제 통한 집회결사의 자유 제한 강화, 인터넷 명예훼손죄 도입 시도, 권위주의정권식 방송 통제 시도, ‘건국 60년’ 표현 통한 헌법에 규정된 임시정부 정통성 부인과 뉴라이트 등 친일우파 집단의 등용, 친일우파적 시각에서 역사 교과서 수정 시도 등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게 불과 이들이 집권한지 8개월도 안 돼 벌어진 일입니다. 이를 보면 이들이 한심한 저질 아마추어집단인 한편 자신들의 아젠다는 얼마나 노골적으로, 그러면서도 철저히 추구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이런 형편 없는 저질 정치세력을 정치적으로 심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이들이 집권하고 있는 ‘암흑기’입니다. 이러한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견디고, 대처해야 할까요? 폴 크루그먼 교수는 친절하게도 이에 대한 대응법까지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로서 ‘부업(part-time) 저널리스트’인 자신이 생각하는 다섯 가지 ‘보도 준칙(rules for reporting)’을 책에서 소개합니다. 그는 “이 같은 규칙은 뉴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어떤 진지한 시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같은 규칙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다섯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해보겠습니다. 각각의 준칙에 해당하는 국내 사례를 제가 몇 가지 정리해봤습니다. 댓글을 통해 다른 분들이 의견을 달아주시는 것도 좋겠군요.

 

준칙 1.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안이 그들이 겉으로 내세운 목표에 부합한다고 가정하지 말라.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그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어떤 주장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기자가 백악관 보좌관이 공개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로 말한 것에 대해 해명하라고 하자, 그 보좌관의 답변은 이랬다. “왜 거짓말하느냐고? 그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언론에 거짓말하는 것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전혀 받지 않아.”


한국 사례: 철저한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에 대해 중저소득층의 경제활력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 처음에 영어몰입교육 내세웠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몰입교육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중.


준칙 2. 이들의 진정한 목표를 발견하기 위해 공부 좀 하라.

부시행정부는 감세안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포장했지만, 단기적으로 감세안이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널리 인정하는 어떤 경제학 이론도 없다. 경제 성장은 사실 그들의 목표가 아니다. 급진 보수파들은 자본에 대한 모든 과세를 없애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것이 이 정부의 감세안이 실제로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책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들이 대중들에게 그들의 계획을 선전하기 전에 이들 정책의 기획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정부에서 전직 목재 산업 로비스트 출신이 산림정책을 총괄할 때, 그 관리가 ‘건강한 산림’이라고 하는 말은 벌목 회사들이 더 많은 나무를 베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런데 저널리스트들이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렵다. 그들은 (급진 보수파의 진정한 의도를 드러내 강력히 비판함으로써) 편향적인 엉뚱한 음모이론가처럼 비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충분히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음모가 개입돼 있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다.


한국 사례: 이명박 정부는 여론 조작을 위해 노골적으로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를 언론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 최근의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이나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한 건국 60주년 표현 사용도 마찬가지. 


준칙 3. 일반적인 정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가정하지 마라.

워싱턴정가에서는 스캔들이 일어나면 언론이 떠들어대고 관리들은 사퇴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무성 차관으로 일했던 석탄산업 로비스트인 스테펀 그릴은 예전 고객을 위해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육군참모총장인 토마스 화이트는 엔론 경영진 시절 가공 이익을 만들어낸 사실이 밝혀졌지만 유임됐고, ‘이해충돌’ 사실이 드러난 국방정책자문위 의장인 리처드 펄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가? 기존 시스템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들 혁명세력들은 규칙에 따라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사례: 언론장악대책회의를 열었던 최시중이나 이동관 유임, 땅투기와 표절 논란된 청와대 수석들과 장차관 대부분 그 자리에 있음. 자신들이 야당이었던 시절 같은 기준으로 사퇴 총공세를 펼쳤던 기준을 자신들에게는 적용 안 함. 하긴 법을 밥 먹듯이 어긴 범법자 대통령 밑에 있는 충복들이 조그만 스캔들에 움찔이나 하겠습니까?



준칙 4. 혁명세력은 비판에 대해 공격으로 반응한다.

혁명세력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다른 이들이 비판할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의문을 제기하는 누구든 무자비한 역공을 받을 것을 기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3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였던 존케리가 “이라크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한 말을 두고 공화당측은 “전시에 군통수권자의 교체를 요구했다”며 그의 애국심을 문제삼았다.


국내 사례: 촛불집회 유모차 부대까지 처벌,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 주도자 처벌, PD수첩 보도 제작자 징계 요구 및 검찰 수사 의뢰. 자신들이 더욱 이념적이면서 최근 경제위기까지 좌파 이념세력의 공세로 치부, 간첩단 사건 조작.


준칙 5. 혁명세력의 목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마라.

끊임없이 이유를 바꿔가며 철저히 감세정책을 밀고 나갔던 부시 행정부에 대해 생각해보라. 온건주의자들의 유화적 대처가 그들의 목적을 끝까지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라크 전쟁은 ‘부시 독트린’의 출발선일 뿐이었다. 결코 제한된 양보로 그들을 달랠 수 없다.


국내 사례: 방송장악 과정에서 YTN 낙하산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KBS로, 이제 신문방송 겸영 통한 조중동 특혜 주기와 MBC민영화 시도까지 나아가고 있는 행태.


 

물론 미국의 상황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니 어찌 보면 미국에 비해 한국의 여건은 훨씬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거의 대다수가 민주당이나 무당파 성향으로 서민 복지 강화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반면, 한국의 엘리트들은 대부분 우익 성향에 한나라당 지지자들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제대로 된 신문들이고 찌라시 언론들인 폭스뉴스 등은 주류라기 힘든 반면 한국에서는 찌라시 신문들이 가장 영향력 있으며, 이런 찌라시 관점을 방송에까지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부시행정부에서 미국에는 민주당이라는 매우 강력한 야당이 있었으나, 지금 한국에는 존재감과 정체성마저 희미한 민주당과 소수 정당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한국 정부는 훨씬 더 엉터리 정부여서 대중들이 그들의 진정한 목적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 더구나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고요. 또한 조중동 등 주류 신문들의 거짓말이 들통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반면 20, 30대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인터넷상의 집단지성을 통해 진실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저는 소위 친노도 아니고, 지금의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정치세력들에서 희망을 보지도 않습니다. 지금의 시대착오적 이념에 빠져 있는 엉터리 급진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서민들을 착취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분노할 뿐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중심의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폴 크루그먼이 책에서 인용한 구절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CBS의 60분 진행자인 앤디 루니의 말인데요. “단 하나의 진정으로 좋은 뉴스는 미국역사에서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나는 것”이라고요. 저는 이 말에 조금 살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단 하나 진정으로 좋은 뉴스는 한국 역사에서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나는 것, 그리고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할 역량이 있는 정치세력이 성장해 집권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토대를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by 선대인 2008. 10. 14. 07:57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최근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완연해지고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거품 붕괴를 막으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인 소위 ‘8·21대책’부터, 9·1 감세안, 9·19 주택 500만 호 주택공급대책, 9·22 종합부동산세제(이하 종부세) 개편안 등이 잇따랐습니다.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자면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및 사실상의 후분양제 폐지 △최저가낙찰제 확대 적용 연기 △지방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 △ 수도권 전매 완화 △ 정부 예산 120조 원을 동원한 주택 공급 △뉴타운 및 신도시 추가 지정 △재개발 재건축 사업 촉진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담 및 상속세 부담 완화 △부유층 중심의 소득세 완화 △종부세의 유명무실화 △분당신도시 16배 크기의 그린벨트 해제 등입니다.


이들 대책의 공통점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과 ‘집값 거품 떠받치기’로 일관한 정책들입니다. 더구나 정부가 이들 대책을 내놓는 속도와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괜찮다’고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지만, 속으로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해 극심하게 걱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정책이 아니어도 같은 정책 의도를 가진 게 많습니다. 정부가 향후 5년 간 56조 원을 투입하는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56조원 사업 가운데 53조원 가량이 이미 포화상태인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 도로 건설 등에 들어가게 됩니다. 정부가 새만금개발사업 추진에 속도를 붙이고,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신속히 허가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정부가 군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암 DMC초고층 빌딩이나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서울과 수도권에서 민간이 추진하는 등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는 많습니다. 하지만 당장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진단입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다릅니다. 롯데그룹은 현재 상황에서도 비교적 풍부한 현금 동원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부사장은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건설경기를 살리려면 당장 돈을 풀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데서는 지금 같은 신용 경색기에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수조원의 현금을 바로 동원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롯데그룹은 정부에도 같은 논리를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구조를 볼 때 현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부양책도 버블 붕괴를 막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입니다. 버블 세븐의 집값은 최근 16개월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버블 세븐 지역에서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가격대가 깨지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대출 규제가 풀린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 과거처럼 선뜻 대출을 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높은 집값, 극심한 거래 부진으로 표현되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버블 붕괴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저금리와 달러 유동성 급팽창에 기인했던 전세계적 부동산 버블의 동시 붕괴 현상, 수도권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표현되는 공급 과잉, 투자 수익률의 저하와 투기 심리의 위축,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시중의 신용 수축과 금리의 지속적 상승, 이미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재개발과 뉴타운 등등 집값 거품 붕괴를 부르는 시장 압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버블 붕괴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버블 붕괴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 전개를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 우선, ‘삽질경제학’의 대가이자, 건설족의 우두머리 출신 대통령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경제대통령’으로 포장했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경제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마땅한 방법을 모르겠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부동산 거품을 빼고 국가 정책의 틀을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로 바꿔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될 리 없죠. 확고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추진해도 어려운 문제인데, 반칙과 편법, 부정이 판치던 개발경제 시대의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는 개념조차 없을 테니까요.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등 자산경제가 지나치게 부푼 상태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계속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장잠재력을 제대로 확충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전시행정과 단기 눈속임 성과주의의 귀재인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이나 정부 정책을 보면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확충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대통령 같습니다. 결국 자신의 전공 분야이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개발 사업으로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하면 각 지역에도 선심을 쓰는 격이니 정치적으로도 득이 되는 일입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매우 깊은 속병을 가진 구조적 위기이지, 단기적 위기가 아닙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내수 침체, 자산 및 소득 양극화, 성장 잠재력 고갈, 막대한 가계 부채 급증 등이 부동산 버블을 고리로 지난 10년간 확대 재생산돼온 상황입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위기는 오히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누적돼온 구조적 위기입니다. 그런데 정부도 내심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그것이 가져올 신용 위축 사태가 우려되겠지요. 그래서 각종 개발사업과 전매제한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시장에 돈이 돌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해소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핵심적 문제들인 소비 위축, 내수 침체, 실업률 증가, 양극화 확대, 고물가 고비용 구조 등의 문제는 상당 부분 부동산 거품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우선,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또 주거비 부담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됩니다. 토지 비용의 상승으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폐해를 낳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부동산 등 자산 경제의 영역과 생산경제의 영역이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자원이 부동산에 편중되도록 집값 거품을 키우고 유지하면서 7~8년을 지속해왔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집값 거품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여기에다 지금 대규모 개발 계획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종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의 개발 사업들이 막대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각종 개발사업들을 또 벌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개발사업들이 모두 필요한 것이라면 말도 안 하겠습니다. 당장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계획만 봐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수두룩합니다. 예를 들면, 대구, 구미, 포항, 광주·전남, 서천 등 5곳에 새로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존에 형성된 산업단지와 과학기술테크노파크 등의 사업과 뭐가 다른지 의문입니다. 문제는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부지 제공이 아닙니다. 기존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기술과 지식,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해 ‘연계 혁신(connected innovation)이 일어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현재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첨단산업클러스터를 통한 경제성장 방식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결국 개발사업입니다. 산업단지가 제대로 된 의미의 클러스터화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부동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입주기업들에게 땅장사를 하게 하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얼마 전 KBS스페셜에도 나왔지만, 지방 및 수도권의 제조기업들은 오히려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산업용 부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데 새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거기에 얼마나 들어설까요?


동남권역에 조성하겠다는 ‘동북아 제2허브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강원도 양양과 경북 울진, 전남 무안 등 지방 공항들이 페쇄되거나 이용객들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경남 김해공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새로 공항을 짓는다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까요? 마산∼거제 연륙교를 지어 해양관광을 활성화한다거나, 대경권에 3대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을 한다는 사업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전 정부에서 앞다투어 나섰던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들 중에 지금 성공한 것이 있습니까?


한 마디로 그냥 개발사업을 했을 뿐, 이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런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지금의 정부관료들입니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시대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개발시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다 수요가 생겨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장 주변에 사시는 곳부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제가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느꼈지만,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합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갑니다.


제가 사는 일산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확인은 안 해봤지만, 두 곳 모두 짓는데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는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는 일년 중 제대로 행사가 열리는 날이 아마 10일 안쪽일 겁니다. 그렇게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고는 안에서 뭐하는지 아십니까? 겨울에 인공 눈썰매장 한 켠에서 운용하고, 여름에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기존에 있는 킨텍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 제2킨텍스를 짓는다고 난리입니다.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부 리그팀이 경기하는 게 일년에 10여차례에 불과한데, 그 외에는 그 큰 운동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그럼 돈들이 남아돌아서, 다른 데는 쓸 데가 없어서 이런데 쓰고 있을까요?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던 제 처가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랍니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가만 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 등등. 아내가 담당하는 케이스만 220가구.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5000만원이랍니다. 아내는 예산이 1,2억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들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체로 매년 수십조원씩 쓰면서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아직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이런 개발사업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왜냐?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사람들이 혹하니까요. 정치권은 표 얻을 수 있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습니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개발 옹호세력들을 저는 ‘개발 5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토건족, 건설족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일본도 버블이 붕괴할 때 토건족의 압력으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도 없는 댐이 지어지고 노루와 토끼만 다니는 도로도 숱하게 생겼습니다. 많은 리조트와 골프장은 버려지고 도산했고요. 이런 개발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재정 고갈을 부추겼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개발만이 살길’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부유층을 위해 막대한 감세안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재정건전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이제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수요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합니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냅니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웬만한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입니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도시도 바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폴 경제는 이후 생명공학기술과 의료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요?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엄청난 인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MIT를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옵니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꿉니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습니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젊은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됩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도 채 안 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입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무턱대고 내지르는 토건국가적 개발사업 남발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를 멈춰야 합니다.


대신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 대비 5%도 안 되는 공공주택 재고를 20~30% 수준까지 높여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자산 거품을 만들지 않는 부동산 세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후분양제 확대와 공공부문의 주택 원가 공개 등 소비자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최근 제가 출간한 책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0. 12. 08:36


일반인들은 잘 못 느끼지만 주의 깊게 관찰해보면 경제 현상도 일정한 자연 법칙을 따른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거품도 너무 부풀면 꺼지기 마련이다. 과거 일본이 그랬고, 지금의 미국도 그렇다. 시장에서 투기적 요소로 버블이 극한에 이르면 그 버블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시장압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압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금리 급등과 부동산 시장의 투자수익률 저하를 예로 들어보겠다.

 

우선 금리부터 보자. 한국의 집값 상승에는 은행과 제2금융권의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펌프질도 한 몫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계의 신용 관리는 등한시하면서 주택을 담보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대출 장사를 한 셈이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은행들은 매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각 가정이 부동산 거품에 취해 빚더미에 올라서는데도 은행들은 희희낙락했다.

 

이렇게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 남발로 가계 빚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가계 부채 총액은 2001년말 342조원에서 2008년 6월말에는 660조원으로 거의 320조원 늘었다. 매년 40조~50조원 가까이 불어난 셈인데 증가율(1999~2005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페인, 호주에 이어 3번째로 높다. 부동산 담보대출만 해도 307조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의 위장 대출까지 포함하면 40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그런데 은행권의 펌프질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급증한 2001년부터 은행은 계속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는 은행권의 총대출이 총예금을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007년 한국 예금은행의 총대출액은 777조원이었고, 총 예금액은 580조원에 그치고 있다. 197조원의 과잉 대출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과다 대출로 자금 부족난을 겪었던 1980년대말의 일본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일본의 과다대출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통해 해소됐다.

 

이 같은 상황은 주택 대출 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채와 CD 발행, 단기외화차입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 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신용공황이 나타날 정도로 극심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은행들도 신규 대출은 고사하고 기존 대출마저 회수할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설사 신규 대출을 한다고 해도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은 한층 더 높아지게 돼 금리는 계속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월에 0.25%밖에 올리지 않았는데도, 시중 금리가 최고 1%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지만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은행의 자금 사정 때문에 이미 정책금리와 시중금리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시중금리가 향후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물론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금리가 떨어질 수 있는 여력을 주지만, 시중금리 상승 압력을 압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일부에서는 대출 규제를 풀면 바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는데 어불성설이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금융기관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과거처럼 부동산 대출을 할 것 같은가? 이게 바로 금리 측면에서 버블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시장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부동산 시장의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집값은 수급상황에도 영향을 받지만 수급상황에 따라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특히 2002년 이후 투기적인 상황에서 집값은 오히려 투자 또는 투기적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투자(투기)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대 수익률을 따져 봐도 앞으로 집값 상승은 어렵다. 부동산 버블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부동산 값은 초기에 가파르게 오르다가 갈수록 상승률이 둔화된다. 물론 주가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일시적으로는 집값이 주춤하거나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가파르게 오르던 부동산 값이 꼭지점에 가까워지면 오름세가 둔화된다. 단순화해 고교 수학에 나오는 2차함수의 포물선을 상상하면 쉽겠다.

 

왜 그럴까?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시세 1억원인 집이 1년 만에 2억원이 됐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100%다. 그런데 시세 10억인 집을 사 마찬가지로 1년에 1억원이 올랐다고 해보자. 이 경우 투자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두 경우 모두 1년 만에 1억원을 벌었지만, 투자수익률에서는 10배의 차이가 생긴다. 주택 거품이 생기는 초기 단계에서 집값이 급상승할 때는 웬만하면 세금과 은행 대출 이자를 제하고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하지만 주택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위에서 후자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10%라고 할 때 실질 투자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물가 상승분에다 각종 세금 등을 생각하면 실질 투자 수익륙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집을 새로 사는 경우라면 여기에 취등록세와 중개 수수료까지 최소 수백~수천만원 정도는 더 보태야 한다. 여기에다 빚을 지고 있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명목상 10% 투자수익률을 기록한다 해도 실제로는 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계속 횡보하거나 조금씩이라도 하락한다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소위 ‘버블 세븐’을 비롯,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빚을 잔뜩 내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집값은 내리고 매년 수천만원의 세금과 은행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상황이 1~2년 이상 지속된다면 웬만한 현금 부자가 아닌 한 버티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도 버블이 정점을 지나면 붕괴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많은 이들의 착각과는 달리 2000년대 집값 폭등은 국내에만 나타난 게 아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및 브릭스(BRICS)국가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주택 투기 버블이 공통적으로 형성된 이유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달러 유동성의 과잉공급, 실물경제 자산을 담보로 유동화하는 금융경제화 현상, 9.11테러 이후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전세계적 저금리 기조, 엔캐리 트레이드로 불리는 일본발 저금리 자금의 공급 등이 공통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을 시발로 해서 거의 대부분 국가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 있는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실질 주택가격의 곡선 그래프로 보더라도 이미 집값은 80년대 후반~90년대초의 상승기/91~98년의 하강기/99~2007년의 상승기를 거쳐 다시 올해부터 대세하락기로 접어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의 V자형 반등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을 모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내 집값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 시기였는데,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단기간 급락했다. 따라서 이후의 빠른 집값 회복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집값 하락은 그때처럼 일시에 끝나지 않는다. 모든 국내외 거시경제환경과 각종 지표들이 상당 기간 동안의 거품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집값은 변곡점을 지나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집값 거품의 붕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집값의 기준인 서울 강남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거래는 회복될 줄 모르고 하락의 가속도만 높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엄청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거품기의 ‘치어 리더’ 역할을 했던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숲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경제 변동성이 커진 시대에 과거처럼 그들의 말을 믿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제가 최근 출간한 책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0. 10.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