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 2009년 통계연보(Factbook 2009)를 발표했다. OECD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지표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한편 OECD 회원국 전체의 변화 추세를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OECD 통계연보는 인구와 이민, 거시경제 트렌드, 경제의 세계화, 물가, 에너지, 노동, 과학기술, 환경, 교육, 재정, 삶의 질, 불평등 등 총 12개 주제 아래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실상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뒤떨어진 점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국이 개선하거나 대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에서 소개할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도 다른 나라와 함께 놓고 비교해보면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를 더욱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번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 사회경제의 실상을 국가간 비교를 통해 7~8회에 나눠 소개하기로 하겠다.


이번에는 첫번째 저출산고령화 문제(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10%EB%85%84%EB%8F%84-%EC%95%88-%EB%82%A8%EC%9D%80-%EC%A0%80%EC%B6%9C%EC%82%B0-%EA%B3%A0%EB%A0%B9%ED%99%94-%EC%B6%A9%EA%B2%A9-OECD%ED%86%B5%EA%B3%84%EB%A1%9C-%EB%B3%B8-%ED%95%9C%EA%B5%AD%EC%82%AC%ED%9A%8C%EA%B2%BD%EC%A0%9C1)에 이어 삶의 질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 <도표>에서 인구 100만 명당 도로 사망자 수 추이를 보면 한국은 사망자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보다 높은 상태이다. 특히 EU 27개국 전체 평균의 도로 사망자 수 60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보면 한국은 18.7명으로 조사 대상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28.1명으로 네 번째로 높고, 여성의 경우 11.1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계속된 경제사회적 충격과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자 수가 급증했는데,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상론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자살률 급증은 앞서 살펴본 심각한 저출산과 함께 한국 경제사회 내부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국민들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가장 심각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도표> 삶의 질에 관한 OECD 통계



(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는 각국 국민들에 대한 표본 설문조사를 통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겪은 경험을 지수화한 긍정/부정적 경험 지수를 살펴봐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긍정적 경험 지수는 최고치를 100으로 할 때 23.1 OECD 평균인 54.3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부정적 경험 지수는 61.5 OECD 평균인 35.6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현재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비율을 봐도 한국의 경우 38.7% OECD 평균의 62.4%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80%를 넘는 응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90년대 버블 붕괴로 장기불황에 시달린 일본 국민의 경우는 현재와 미래의 삶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사회적 모순이 현재와 같이 계속될 경우 머지않아 일본 국민들과 같이 현재의 삶에 지치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잃게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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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4. 21. 09:25



최근 OECD 2009년 통계연보(Factbook 2009)를 발표했다. OECD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지표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한편 OECD 회원국 전체의 변화 추세를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OECD 통계연보는 인구와 이민, 거시경제 트렌드, 경제의 세계화, 물가, 에너지, 노동, 과학기술, 환경, 교육, 재정, 삶의 질, 불평등 등 총 12개 주제 아래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실상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뒤떨어진 점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국이 개선하거나 대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에서 소개할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도 다른 나라와 함께 놓고 비교해보면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를 더욱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번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 사회경제의 실상을 국가간 비교를 통해 7~8회에 나눠 소개하기로 하겠다.


 
우선 첫 번째로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익히 알고 있다시피 한국의 출산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15~49세의 가임 여성이 출산한 평균 출산아 수를 나타내는 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의 경우 1970 4.53명에서 15년 후인 1985 1.67명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출산율은 2006 1.13명 수준까지 떨어져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래 <도표1>에 나타난 것처럼 1970년대부터 출산율이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던 일본이나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OECD 평균과 비교해도 훨씬 더 가파르게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 감소율 측면에서 유일하게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국가는 OECD 비회원국인 중국 정도이다.


<
도표1> OECD 인구증가 및 고령화 추이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하지만 중국은 과거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국가 차원에서 매우 엄격한 산아제한 정책을 지속해왔으며 1990년대 이후 감소율이 크게 둔화돼 2006년 현재 1.78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199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떨어져 최근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구 자연대체율 수준인 2.1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 지속은 아이 출산과 보육에 관해 사회경제적 면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당연히 인구증가율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인구증가율이 급증해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 3%대 증가율을 보였으나 1996년 이후에는 1% 아래로 떨어졌고 2009년 현재 0.29%에 머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19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특히 한국의 인구증가율은 경제가 성장하던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1% 선에서 안정세를 보였으나,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전후로 다시 급감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대명사인 일본의 인구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자연대체율 수준의 출산율 유지와 지속적인 이민 유입 등으로 향후에도 안정적인 인구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는 2050년까지 5억 명까지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증가율 감소로 인해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2000년대 이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2009년 현재 12.9%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대로라면 노령인구 증가 속도는 2020년대 이후 훨씬 더 가속되어 일본을 능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2050년경에는 일본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노령인구 비율(38.2%)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경제활동(노동)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도 2005 19.1%에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인구의 고령화는 한편으로 심각한 노후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주요국별 공공연금 및 민간연금 지출 비율을 보면 GDP대비 한국의 연금 지출은 2007년 현재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연금제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작된 것은 1999 IMF사태 직후부터이기 때문이다. OECD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늦게 연금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연금납부자는 많은 반면 연금지급 대상자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도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머지않아 본격적으로 연금수령자가 급증하기 시작하게 되면 연금재정 파탄 위험에 직면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이 같은 추세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20년대 이후 노령인구 급증에 따른 경제활력의 감소와 노후연금 및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및 복지관련 비용의 급증이 예상되며 그로 인해 재정파탄 및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을 저지하고 고령화 추세에 걸맞은 교육, 주택, 노동, 보육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연금 개혁과 경제력에 걸맞은 사회안전망 구축 등 한국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20. 11:06

어제(15일) 오후 KBS 뉴스라인 제작진에서 갑자기 출연 요청을 해서 뉴스라인의 대담 코너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11시 10분쯤부터 약 4분여 동안 최근 서울 강남권을 시발로 한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 상황에 대해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생방송 출연은 처음이어서 약간 긴장한데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에 하기로 했던 질의응답(아래 5번 질문)은 시간 부족으로 아예 하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생각이 들어 어제 대담의 질문 내용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글로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질문 1> 3월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보니까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 거래가 활발하군요?



거래량이 조금 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일시적인 국면을 보고 ‘착시현상’에 속으면 안 됩니다. 극심한 거래 부진을 보이던 지난해 하반기와 연초에 비해서 올 1, 2월에 이어 3월에도 거래량이 일부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전국 3만 7398건, 수도권 1만 3256건으로 2월에 이어 약 30% 가량 증가했다고 국토해양부는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2006년 말 정점 대비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거래 침체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부 실거래가 거래 사례를 보면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해 말에 비해 올해 1,2월 약간 반등했으나, 오히려 3월 거래 사례는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번 집값 반등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거래량이 2월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정부의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만들어진 일시적 반등도 이제 다시 꼬꾸라질 조짐을 보이는 것입니다. 2006년말의 정점과 대비할 경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국토부 실거래 가격은 여전히 20% 이상 낮은 가격입니다.

 

 

(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질문 2> 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보십니까?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이 이번 가격 상승은 실거래 위주가 아닌 호가 위주의 상승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부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조직적으로 호가조작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유를 살펴보자면, 당연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과 투기지역 해제 움직임, 그리고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방침 등 정책당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부 투기수요를 부추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성급한 ‘바닥론’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잘못된 ‘외환위기 학습효과’ 때문에 일부 가계가 외환위기 때처럼 금방 집값이 뜀박질할 것으로 불안해 거래에 가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지역의 경우 지난해말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하락한 상태인데다, 정부가 각종 제도적 혜택을 통해 1,2억씩 더 얹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어찌 보면 단기적으로는 안 오르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지역에 집을 산 사람들을 보면 거주율이 12~20% 정도에 지나지 않고, 평균 3억~5억원 정도의 거액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사람들입니다. 투기성이 매우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집값이 조그만 흐름에도 급등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초럼 집값이 급등할 수도 있지만, 향후 집값 추세가 다시 꺾이면 바로 급락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장입니다. 한편 강남이 수도권 집값의 기준점이다 보니 강남 집값 상승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 덩달아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호가 위주의 상승은 현재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질문 3> 많은 분들이 집값이 또 오르니까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해서 긴가민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집값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이나 과거의 일본에서도 집값이 대세 하락할 때 일시적이고, 국지적 반등은 언제든 생겨났습니다. 이번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도 대세 하락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등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과다한 가계 부채와 실질 소득의 감소,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 급증 그리고 은행의 높은 예대율과 연체율 및 부실 채권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현 정부가 부동산 부양 총력전 때문에 부동산 버블 붕괴가 매우 지연되고 있습니다. 또 기준금리 2%의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와 가계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조치로 부채를 잔뜩 지고 집을 산 가계들이 버틸 여력을 주고 있지만, 결국 장기간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부양책이 모두 소진될 경우에도 집값이 대세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집값은 재급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지금 거래량이 늘어나는데도 집값 하락세가 주춤할 뿐 전반적으로는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처럼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집값을 억지로 떠받치며 시장을 교란하는 바람에 주택시장이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요를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요요가 풀려났다가도 다시 오므라드는 과정이 있어야 다시 풀려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므라들어야 할 시점인데 오므라드는 것을 방해하고 계속 요요를 풀려나게 하면 결국 다시 수축하지 못하고 결국 멈춰버립니다. 주택시장이 10~20년 과정에 걸쳐 파동을 그리는 것도 부동산 시장 내외부에서 이같은 수축과 팽창을 일으키는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엄청나게 부풀어올랐던 부동산 거품이 이제 꺼지는 시기에 이를 억지로 막으면 결국 집값은 꺼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크게 더 튀어오르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장기간 계속되는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는 인구 감소 시대여서 더더욱 그렇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일본에서 90년대초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10여년의 장기침체를 겪은 것도 정부가 무리한 부양책 등으로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구조개혁을 지연시킨 탓이 큽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어제 블로거뉴스에 올린 글 '2010년대 한국 주택시장, 일본 판박이될까?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90%EB%85%84%EB%8C%80-%EC%9D%BC%EB%B3%B8%EA%B3%BC-%EB%B9%84%EC%8A%B7%ED%95%B4%EC%A7%88-2010%EB%85%84%EB%8C%80-%ED%95%9C%EA%B5%AD-%EB%B6%80%EB%8F%99%EC%82%B0 를 참조해주세요.)


따라서 이런 긴 흐름을 인식한다면 정말 실수요자가 아니라 일반 가계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잔뜩 빚을 지고 집을 사는 것은 ‘폭탄 돌리기’ 국면에서 폭탄을 떠안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면서 크게 빚지지 않고도 지금보다 훨씬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수년 내에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질문 4>양도세 완화도 그렇고 소평평형 의무 비율 완화도 그렇고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느끼는데 시장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사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규제 완화 일변도였습니다. 사실 현 정부가 규제라고 부르는 부분은 보유세와 양도세 등 건전한 주택시장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 제도가 많고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조차 자신들과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마구잡이로 해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 양도세 중과세 폐지나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책의 경우 정부가 여당인 한나라당이나 여당 자치단체장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와도 제대로 정책 방향을 조율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정책을 추진한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부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은 고사하고 ‘같은 편’끼리 의견 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여당이나 서울시의 반발이나 이견에 부딪히자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처럼 얼마나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부 정책의 혼선은 당연히 시장의 예측력을 떨어뜨려서 시장에 혼선을 초래하게 됩니다.

 

필자는 현재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현 정부가 기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마지막 남은 규제라도 풀 것이라면 빨리 풀어서 사람들이 더 이상 미련을 갖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설사 정부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의 대세하락을 막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 5>외국에선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데 우리만 오히려 거품이 다시 낀다면 경제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요?



당연히 큰 문제가 됩니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계나 금융권이 정부의 천문학적인 각종 부양책과 지원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수면 아래에서 부실은 계속 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이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속셈으로 단기적으로 부동산 급락을 막는다는 명목아래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봐야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일 뿐입니다. 몸 속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는데, 아픔이 따르더라도 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는 수슬을 안 하려고 미루면서 종양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종양이 더욱 자라나 한국경제는 말기암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권의 130%가 넘는 높은 예대율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은행의 연체율과 부실채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응을 통해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면 수면 아래 잠재적 부실이 계속 커져 향후 금융권의 부실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향후 한국 경제는 조그만 충격에만 노출돼도 언제든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는 한편 만성화된 경기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길게 보더라도 한국경제가 언제까지나 부동산 거품을 잔뜩 안고 살 수는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잔뜩 부풀어오른 2000년대 한국 경제가 나라 빚과 가계 빚으로 성장한 것을 빼고 나면 무슨 성장을 했습니까? 오히려 부동산 값은 금값이 되는 과정에서 사람 값은 똥값이 돼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 같은 충격은 청년실업 급증과 '88만원세대' 양산, 만혼화 현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당장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의 고통은 젊은 세대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당장 부모세대들이 자녀를 출가시키려고 해도 양가에서 1,2억씩 빚을 지지 않고는 집 한 채 사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물론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도중 환자가 숨져서는 안 됩니다. 즉,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더라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처럼 수술을 계속 미루고 부동산 거품기에 희희낙락했던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서는 과거 일본처럼 ‘좀비 기업’만 양산할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한국 경제 성장의 복원력을 무너뜨리고 가뜩이나 양극화된 사회를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할 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 집값 거품을 빼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거품에 취해 경제활동을 영위해나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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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4. 16.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