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수도권 주택시장이 대세 하락 기조에 접어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주택 가격 그래프 등을 통해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세 하락 기조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와 같은 일시적, 국지적 반등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처럼 부동산 경기 부양에 목을 매단 정부가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펼칠 때는 그렇지요. 하지만 누누이 말씀드린 바 있지만 결코 대세하락 흐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이 같은 대세하락 흐름을 눈속임하기 위해 말을 바꿔가며 계속 선동합니다. 불과 두 달여전까지 연말까지 오른다, 내년 상반기까지 오른다던 많은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수도권은 오른다고 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서울은 오른다, 그리고...강남은 오른다는 식으로 계속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점점 집값 상승이 일어나는 지역적 범위와 상승의 강도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띠니 이런 식으로 말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요즘 나오는 말이 '오를 곳은 오른다' 식의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수요와 공급은 기본적으로 가격의 함수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그 같은 현상이 2000년대 내내 진행된 결과 서울 강남 지역 주택보급률은 105%를 넘어 서울지역 안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습니다. 과거 명품아파트, 강남불패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중대형 평형들이 모두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 대부분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고점 대비 고점 가격을 회복한 것은 강남 재건축 가운데도 저층 재건축밖에 없고 그나마도 지금 꺾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을 뒤집어보년 ‘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 상황을 조금 재미 있게 보여드리자면 아래 이미지들과 같습니다아래 사진은 뉴욕 맨하탄이 지구 온난화로 사라져 물에 잠기는 모습을 묘사하는 가상의 이미지들입니다. 제가 여러 군데에서 가져와 편집했습니다.

 

해수면 높이를 기준으로 해수면 아래쪽은 집값이 점점 떨어지는 지역, 수면 위는 여전히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라고 상상해봅시다시계방향에서 왼쪽 사진부터 보면,

 

 

 

 

 

 

왼쪽 : 수도권의 2005~2006 정도의 상황이라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 집값이 올랐습니다.

 

오른쪽 버블 세븐 수도권 주요 도시의 집값은 2007~2008년부터 점점 떨어져 서울 변두리와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만 오릅니다.

 

오른쪽 아래: 그리고 들어서는 강남 재건축 위주로 올랐습니다많은 사람들이 호가 위주의 가격 지수 발표와 언론의 선동 보도 때문에 착각하고 있지만, 이미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에너지는 유효수요의 고갈로 대다수 지역의 집값이 이상 오르기 힘든  이미 지경까지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동산 선동가들은 "오르는 곳은 오른다" 외칩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그들은과거에 자신들이 오른다고 했던 버블 세븐 같은 곳이 이미 고점 대비 크게 내렸고, 오르는 곳이 사실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사실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금 집을 사서 되면 돈을 있다 말하지만, 지금 집을 사서 돈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세하락기이기여서 돈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말입니다. 물론 분들 말을 믿고 있는 분들은 오른쪽 아래 사진 속의 남녀들처럼 호텔 옥상에서 희희낙락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다른 곳을 떨어져도 우리 집은 오른다면서 말입니다. 조금만 더 물이 불어나면 자신들의 옥상마저도 잠길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사진이 다소 선정적인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왼쪽 아래: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붕괴해 거의 모든 지역의 집값이 내리고  이상 오르는 지역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미래의 어느 시점이라고 봐야 것입니다. 아마 '지금 오를 곳은 오른다' 말씀하시는 분들은 왼쪽 아래 사진 정도의 상황이 돼야 아마 "집값이 내린다"라고 주장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때에도 '자유 여신상' 머리 꼭대기를 가리키며 대중들을 향해 여전히 "오를 곳은 오른다" 소리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은 구명보트를 타고 피신하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사진에 맞춘 설명이기에 지금의 수도권 부동산 시장 흐름과 다소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를 곳은 오른다'라는 주장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 호도하는 주장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한 장치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좀더 현실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설명은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의 머리말에 썼던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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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 생략)

그런 점에서 현재의 집값 반등은 언제든지 재급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단기 버블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폭탄 돌리기’인 셈이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의 진행과정을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를 감 잡을 수 있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2001~2003년의 1차 폭등, 2005~2006년의 2차 폭등을 거치면서 크게 부풀어 올랐다. 특히 2006년 하반기의 집값 폭등은 거의 광풍 수준이었다. 당시 거의 모든 수도권 사람들이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집값은 2006년 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 강남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들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재미를 보기 힘들어진 투기 세력들은 2007년부터 서울 강북의 일부 지역과 인천, 경기 외곽 지역으로 투기 대상을 옮겨갔다. 그조차도 시들해질 무렵 2008년초 ‘노도강’ 등 강북 3구와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또 한 번 투기 불꽃을 태웠다. 그러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탔다가 2009년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사력을 다한 부동산 부양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집값 반등은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재건축 집값 상승에 영향을 받아 점차 호가 위주의 상승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수도권에서 늘어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폭과 거래량, 매도-매수세 동향, 거래동향, 국토부 실거래가 추이 등을 종합해보면 2006년 이후 집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전반적인 집값 상승 에너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또한 집값 상승 지역의 범위 또한 갈수록 줄고 있다. 1차 폭등기까지는 전국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함께 상승했지만, 2005~2006년의 2차 폭등기에는 수도권 지역만이 폭등했다. 또 2007년 이후에는 집값 상승이 수도권의 잔여 지역들로, 2008년 초에는 서울 강북 3구 등 뉴타운 지역으로 축소됐다. 2009년의 반등기에는 재건축이 집중된 강남 3구와 강동구, 과천 등에 집값 반등세가 집중되고 있다. 언론의 선동보도와 왜곡 과장 보도로 수도권 전 지역에서 엄청난 집값 상승세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을 속이기 위해 부동산 투기선동가들과 엉터리 언론들은 이를 ‘지역별 차별화’라고 포장하고 있다. 집값 상승 지역의 범위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속이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들 말대로 단기적으로 오를 곳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거론하고 있는 지역들의 실거래가가 사실은 2006년 말 이후 약 30~40%씩 급락했던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을 더 정확히 표현하는 말은 부동산 버블이 심한 지역일수록 가격이 더 크게 급등락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하 생략)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2. 7. 10:46

철도노조가 8일만에 파업을 풀었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은 변함이 없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 7일 째인 2일 직접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철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서민 불편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업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철도노조를 일방적으로 두둔할 생각은 없다. 또 여러 논점 모두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들을 제쳐두고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철도 적자 누적을 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한 근거로 삼는 것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철도 적자 누적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정부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반성은 없이 이를 마치 노조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이 때문에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왜 그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에게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도록 한 사례이다. 올해 9 4일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를 건설한 현대건설컨소시엄과 함께 인천공항철도를 12,04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동안 인천공항철도 1단계 구간의 수송량이 당초 교통수요예측의 6~7% 수준에 불과해 정부는 이미 개통 첫해인 2007 1,040억원을 보전해준데 이어 2008년에는 1,666억원을 운임수입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당초 시설 운영자의 운영수입이 당초 교통수요 예측치를 기준으로 한 수입액의 90%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개통 후 30년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한 사업에서만 연평균 4,610억원, 30년간 13.8조원을 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천공항철도 사업이 혈세먹는 하마로 불리며 언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자 정부는 인천공항철도의 민자투자자 지분 88.8%를 코레일이 12,045억원에 사들이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재정지원 부담을 67,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고 선전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의 총 사업비는 31,375억원이다. 이 가운데는 7,631억원의 국고 지원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로 민자 투자자들은 23,744억원의 돈을 댔을 뿐이다. 따라서 공사에 대한 국고지원비를 포함하면 정부 주장에 따르더라도 모두 74,631억원의 재정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참여 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민자사업에서 공사비를 훨씬 더 부풀려 시공비를 책정해 전체 사업비의 40% 이상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전체 사업비의 약 40%에 이르는 1 2,000억원의 수익을 시공과정에서 올렸고, 정부 보조금과 코레일 매각대금 14,750억여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26,750억여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당초 정부는 공항철도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해 마치 재정부담이 거의 없는 것처럼 선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애초부터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엉터리로 추진한 탓에 오히려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하고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감추고 재정부담을 눈속임하기 위해코레일에 떠넘기는 편법을 또다시 동원했다. <도표>를 보면 코레일은 2006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2007년부터 가까스로 순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장단기 차입금이 급증해 2009년에는 약 6.9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서는 거의 전적으로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인수금 등을 포함해 2012년까지 차입금이 9.4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도표> 한국철도공사의 재무구조

 () 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한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엄청나게 퍼주면서 한국철도공사라는 공기업에는 자신들의 정책 실패로 인한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또한 장애인과 노인, 유공자에 대한 운임 할인제와 벽지 노선 서비스 등에 대해 철도공사에 보상하는 비용도 2005~2008년 동안 3104억원이나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이처럼 엄청난 정책실패를 통해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끼치고 공기업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작태를 자행하면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또한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현재까지 철도공사의 적자 누적에는 철도공사의 방만한 경영 문제 등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도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할 일은 경찰청장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전문 경영인을 기용하고 독립적인 외부 감사를 활용해 한국철도공사의 방만함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런 일은 선행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이 나서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딱지 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은 자가당착이다. 철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정부가 먼저 자신들의 정책 실패와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을 한국철도공사에 떠넘겨 적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 대해 먼저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인천공항철도 사업 실패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문책 또한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2. 4. 08:54

 

최근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 가운데는 "집값 거품을 빼자/ 집값을 국민경제의 수준에 맞게 정상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마치 부동산 부자들 집값 오르는 것을 배 아파하는 무주택자들로 묘사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도덕적 양식과 현실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로서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상대가 못 됩니다.  이들은 현실경제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매우 단기적이고, 단선적인 이해에 바탕해서 매우 편협하게 인식공격을 하거나 허황된 주장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은 아래 제가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라도 좀더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1. 절대 다수의 국민이 자기 소득에 비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부동산 가격을 계속 지탱할 수 있는가? 올해의 경우에도 2006년 폭등기 때보다 더 많은 주택대출을 통해 집값을 끌어올렸는데 앞으로도 계속 주택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가? 경기 회복이 되고 있다는 현재에도 일반 가계의 평균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데, 이 정도 높은 가격에 집을 사줄 수 있는 유효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 있는가?

 

2. 설사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며 단기적으로 거품 붕괴의 충격을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수 침체,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양산,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 근로의욕 상실, 고물가로 인한 서민 가계의 부담, 집값에 대한 상대적인 소득 감소, 집값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등 매년 국민경제 전체에서 누적되는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을 상쇄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3. 단순히 현 정부 임기 내에서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남은 여생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할 때 부동산 거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가? 당장 자녀의 출가를 앞둔 부모 가운데 자녀들의 집 장만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지 않을 수도권의 부모들이 얼마나 있는가?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서도 너무 오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고 있는 노처녀, 노총각들이 얼마나 많은가?

 

4. 현 정부 임기 안에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하거나 동원하겠다고 발표한 예산만 400조원에 가깝다. 이 예산을 지금처럼 건설업체에게 퍼주거나 부동산 부자들의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는데 퍼부으면서 정작 저소득층및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깎지 않고, 그 가운데 100조원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쓴다면 서민들이 정말 이토록 큰 고통을 받을 것인가?

 

5. 지금까지 세계적인 전례를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부동산 거품의 크기와 비례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급선무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 않은 것이 아닐까?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 않고-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더 늘리지 않고-지금의 주택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데 참고가 되기를 바라면 '위험한 경제학' 2권의 머리말 앞부분을 소개합니다. 참고 바랍니다.

 

 

 

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어느 순간 관중석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경기를 좀 더 잘 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일어서야 했다. 일어선 앞 사람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축구장 관중들은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불편하게 서서 봐야 했다. 모두가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익히 잘 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화다.


그런데 2000년대 국내 부동산 상황은 합성의 오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개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든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 돈이 됐기 때문이다. 옆의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또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거액의 빚을 내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더 나중에는 투기 광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까지 횡행했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아파트 값을 평균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가계의 상당수가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산경제에 가야 할 돈은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임대료를 내느라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은 열 사람 쓸 것을 다섯 사람만 쓰거나 열 사람을 다 쓰되 저임금으로 부리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업 급증과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났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가계 순저축율은 2008년말 2.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은행에서 이자수입을 타서 쓰던 가계들이 이제 은행에 거꾸로 매월 수십만~수백만원씩을 월세 내듯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시중은행들은 국내 최대 월세 임대사업자들이 됐다. 1,2백만원씩을 은행 이자로 내고 난 가계들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했고, 이는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더더욱 생산경제를 위축시켰다. 정부와 상당수 언론은 줄곧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향후 차익 실현 기대감으로 현재 소비가 는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들먹였다. 하지만 부동산 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는 자산효과를 압도했다. 이 때문에 지표상으로는 GDP성장률 4~5%를 오르내렸지만, 서민경제는 항상 침체기였다.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축구장에서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선다고 모두 같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아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어린이는 일어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동산 시장의 원초적 불공정성은 훨씬 컸다. 우선, 주택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심했고, 평형별로, 가격대별로 편차가 심했다. 세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던 젊은 세대에 비해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 노하우까지 갖춘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와 소득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계층별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불과 1~2년 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더 극심해졌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덕을 본 것인가? 물론 부동산 가격이 올라 고가 주택 보유자와 투기성 다주택자를 합쳐 5% 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산 부자들은 큰 이득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한 채가 고작이다. 이제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은 대부분 집값이 올라 이제 싼 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세대는 많은 돈을 주택에 깔고 앉아 소비를 줄여야 한다. 2억원이면 될 집을 5억원에 사게 되면 3억원 만큼 자신의 노후를 위해 쓸 돈이 줄어든다. 사실상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자녀가 출가할 경우 어떻게 되는가? 한국의 경우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신혼 집 장만을 도와주는 것을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도권의 웬만한 평형 전세가 2억원에 이르고, 매매가가 4,5억원을 쉽게 넘는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머리를 싸매지 않겠는가? 자녀들 집 장만 비용이 커지면 자신들의 노후 비용은 줄어드는 게 당연한 이치다. 자녀들의 집장만을 도와주지 않는다 해도 자식들이 높은 집값을 감당하느라 등골이 휘는 모습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처럼 부동산 거품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를 사실상 더욱 가난하게 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가장 확실하게 서민들을 말살하는 게임이자,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게임이다. 부동산 부자 5%를 승자로 만들기 위해 선량한 국민 95%가 패자가 돼야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도 집을 한 채라도 가진 상당수 국민들이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기득권 언론의 선동에 휘둘려 집값 올리느라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자산양극화는 어느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치적 계급투쟁 양상까지 띠고 있다. 주택 소유여부에 따라 계급적 이해를 달리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투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집값의 하향 안정을 바라던 사람들도 일단 거액의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는 180도 달라졌다.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주택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가계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이해관계의 변화가 정치적 태도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의 선동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성 언론들의 왜곡보도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불패교’의 신도가 돼버렸다. “2004년 이전에는 부동산 규제 강화를 외치던 여론이 다수였으나, 이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여론이 다수가 돼버렸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처럼 이를 생생히 입증하는 말도 없다.


집값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급기야 정권을 교체하는 숨은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는 집값 안정을 바라는 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권을 빼앗겼다. 임기 내내 건설족 정치인과 관료, 건설재벌, 그리고 기득권 언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가운데 판교를 ‘로또 투기판’으로 만드는 등 정책실패를 거듭했던 탓이다. 반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은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재임 기간 동안 모두 32개의 뉴타운을 지정해 서울 강북 집값을 거세게 밀어 올렸다.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7.5%를 한꺼번에 개발하게 한 탓에 개발지역의 세입자들은 쫓겨나고, 전세난 등 서민 주거난을 가속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또한 경부 대운하 등 각종 개발 공약과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등을 통해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메시지로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집권 이후 이명박 정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현 정부에게 부동산은 재개발 철거민들을 ‘법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권력살인을 하는 것조차 합리화할 만큼 신성시됐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수준을 넘어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했다.


이렇게 볼 때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지 않고서는 절대 서민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거품 부양에 목숨 건 현 정부는 이미 태생부터 최악의 반서민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말끝마다 ‘서민 정부’임을 내세우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동원된 온갖 경기 부양책의 명목도 대부분 서민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같은 것이었다. 현 정부가 쏟아내는 수사나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는 “서민들을 우선 배려하라”는 주문을 쏟아내고 재래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사먹기도 했다.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장면들을 접할 때마다 허탈한 웃음밖에 안 나온다. 실제 정책은 특권층을 위한 기득권 위주로 운용하면서 서민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생색내기 쇼라는 게 너무나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다.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상권 잠식 때문에 한탄하면 “옛날에는 (국민들이) 죽어지냈는데 요즘에는 할 말 다한다”는 식으로 윽박질렀다.


현 정부는 ‘친서민’을 부르짖지만, 실제 그들의 정책 속에는 서민이 없다. 말끝마다 친서민을 내세우지만, 정책은 늘 반서민이었다. 당장 미국 부시행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안을 흉내내 현 정부가 실시한 감세안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세안 혜택의 70%가 중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고 떠벌렸지만 실제로는 감세 혜택의 80%가 철저히 부유층과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돌아간다. 더구나 현 정부는 감세 규모가 5년간 100조원에 육박하는 사실을 숨기고 36.5조원이라고 지금도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한 해에만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GDP 대비 5%를 넘는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부가가치세와 에너지세, 주세 등 간접세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접세 비중이 높아지면 역진성으로 인해 서민들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같은 감세안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친서민 세제’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분칠을 시도하고 있다. 1조 9500억원짜리 각종 세제 혜택을 내놓았지만, 기존에 시행되던 것을 연장하거나 이미 예정됐던 방안들을 제외한 감면 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 구체적인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친서민임을 내세우기 위한 어설픈 짜깁기 임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친서민’을 떠벌일 이유도 없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자연스럽게 친서민 정부인 것인데, 이 정부는 자신들이 제 발 저리니 말끝마다 친서민이라고 떠벌일 뿐이다.


결국 현 정부가 말하는 ‘친서민’은 자신들이 ‘친재벌’과 ‘친부유층’을 눈속임하기 위한 사기술에 불과하다. 말로는 서민 경기부양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실시해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4대강 강바닥에 20조원 이상의 돈을 퍼부으며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부동산 부자들과 소수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현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선량한 서민들을 세뇌시켰다. 당장 숨넘어가는 진짜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지원 예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감하면서, 서민을 위한다며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을 벌이니 정부가 말하는 서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거품기에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잔뜩 부추겨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이제는 ‘건설족 정부’에 엉겨 붙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이는 건설업체들이 서민이란 말인가. 아니면 집값이 오를 때 빚을 내 집을 여러 채 사들였다가 이제는 ‘집값을 올려 달라’고 댕댕거리는 다주택 투기자들이 서민이라는 말인가.


오히려 현 정부 들어 서민 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몰락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공동체의 유대는 깨지고 있으며 각 개개인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만성불안사회’가 되고 있다. 기득권에만 유리한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한국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삼성 편법 승계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이 사실상 법의 지배를 벗어난 특권세력은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지고 있고 집값이 폭등해 결혼조차 하기 힘들 지경이다.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 확대 등을 통해 사교육비를 늘리는 정책을 만들고 ‘사교육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파렴치한 정부다. 수십 조원의 돈을 강바닥에 쳐바르면서도 가뜩이나 빈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신음하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외면하는 정부는 결코 친서민 정부일 수 없다. 특권층의, 특권층에 의한, 특권층을 위한 특권층 정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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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2. 2.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