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가 왜 수도권 주택시장이 대세 하락 기조에 접어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주택 가격 그래프 등을 통해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세 하락 기조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와 같은 일시적, 국지적 반등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처럼 부동산 경기 부양에 목을 매단 정부가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펼칠 때는 그렇지요. 하지만 누누이 말씀드린 바 있지만 결코 대세하락 흐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이 같은 대세하락 흐름을 눈속임하기 위해 말을 바꿔가며 계속 선동합니다. 불과 두 달여전까지 연말까지 오른다, 내년 상반기까지 오른다던 많은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수도권은 오른다고 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서울은 오른다, 그리고...강남은 오른다는 식으로 계속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점점 집값 상승이 일어나는 지역적 범위와 상승의 강도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띠니 이런 식으로 말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요즘 나오는 말이 '오를 곳은 오른다'는 식의 말입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수요와 공급은 기본적으로 가격의 함수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그 같은 현상이 2000년대 내내 진행된 결과 서울 강남 지역 주택보급률은 105%를 넘어 서울지역 안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습니다. 과거 명품아파트, 강남불패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중대형 평형들이 모두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 대부분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고점 대비 고점 가격을 회복한 것은 강남 재건축 가운데도 저층 재건축밖에 없고 그나마도 지금 꺾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을 뒤집어보년 ‘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 상황을 조금 재미 있게 보여드리자면 아래 이미지들과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뉴욕 맨하탄이 지구 온난화로 사라져 물에 잠기는 모습을 묘사하는 가상의 이미지들입니다. 제가 여러 군데에서 가져와 편집했습니다.
해수면 높이를 기준으로 해수면 아래쪽은 집값이 점점 떨어지는 지역, 수면 위는 여전히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라고 상상해봅시다. 시계방향에서 왼쪽 위 사진부터 보면,
왼쪽 위: 수도권의 2005~2006년 정도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 집값이 올랐습니다.
오른쪽 위: 버블 세븐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집값은 2007~2008년부터 점점 떨어져 서울 변두리와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만 오릅니다.
오른쪽 아래: 그리고 올 들어서는 강남 재건축 위주로 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가 위주의 가격 지수 발표와 언론의 선동 보도 때문에 착각하고 있지만, 이미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에너지는 유효수요의 고갈로 대다수 지역의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든 이미 지경까지 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동산 선동가들은 "오르는 곳은 오른다"고 외칩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오른다고 했던 버블 세븐 같은 곳이 이미 고점 대비 크게 내렸고, 오르는 곳이 사실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또 ‘지금 집을 사서 잘 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지만, 지금 집을 사서 돈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세하락기이기여서 돈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말입니다. 물론 이 분들 말을 믿고 있는 분들은 오른쪽 아래 사진 속의 두 남녀들처럼 호텔 옥상에서 희희낙락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다른 곳을 떨어져도 우리 집은 오른다면서 말입니다. 조금만 더 물이 불어나면 자신들의 옥상마저도 잠길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사진이 다소 선정적인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왼쪽 아래: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붕괴해 거의 모든 지역의 집값이 내리고 더 이상 오르는 지역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미래의 어느 시점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아마 '지금 오를 곳은 오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왼쪽 아래 사진 정도의 상황이 돼야 아마 "집값이 내린다"라고 주장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때에도 '자유의 여신상' 머리 꼭대기를 가리키며 대중들을 향해 여전히 "오를 곳은 오른다"고 소리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은 구명보트를 타고 피신하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사진에 맞춘 설명이기에 지금의 수도권 부동산 시장 흐름과 다소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를 곳은 오른다'라는 주장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 호도하는 주장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한 장치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좀더 현실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설명은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의 머리말에 썼던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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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 생략)
그런 점에서 현재의 집값 반등은 언제든지 재급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단기 버블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폭탄 돌리기’인 셈이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의 진행과정을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를 감 잡을 수 있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2001~2003년의 1차 폭등, 2005~2006년의 2차 폭등을 거치면서 크게 부풀어 올랐다. 특히 2006년 하반기의 집값 폭등은 거의 광풍 수준이었다. 당시 거의 모든 수도권 사람들이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집값은 2006년 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 강남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들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재미를 보기 힘들어진 투기 세력들은 2007년부터 서울 강북의 일부 지역과 인천, 경기 외곽 지역으로 투기 대상을 옮겨갔다. 그조차도 시들해질 무렵 2008년초 ‘노도강’ 등 강북 3구와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또 한 번 투기 불꽃을 태웠다. 그러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탔다가 2009년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사력을 다한 부동산 부양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집값 반등은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재건축 집값 상승에 영향을 받아 점차 호가 위주의 상승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수도권에서 늘어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폭과 거래량, 매도-매수세 동향, 거래동향, 국토부 실거래가 추이 등을 종합해보면 2006년 이후 집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전반적인 집값 상승 에너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또한 집값 상승 지역의 범위 또한 갈수록 줄고 있다. 1차 폭등기까지는 전국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함께 상승했지만, 2005~2006년의 2차 폭등기에는 수도권 지역만이 폭등했다. 또 2007년 이후에는 집값 상승이 수도권의 잔여 지역들로, 2008년 초에는 서울 강북 3구 등 뉴타운 지역으로 축소됐다. 2009년의 반등기에는 재건축이 집중된 강남 3구와 강동구, 과천 등에 집값 반등세가 집중되고 있다. 언론의 선동보도와 왜곡 과장 보도로 수도권 전 지역에서 엄청난 집값 상승세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을 속이기 위해 부동산 투기선동가들과 엉터리 언론들은 이를 ‘지역별 차별화’라고 포장하고 있다. 집값 상승 지역의 범위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속이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들 말대로 단기적으로 오를 곳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거론하고 있는 지역들의 실거래가가 사실은 2006년 말 이후 약 30~40%씩 급락했던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을 더 정확히 표현하는 말은 부동산 버블이 심한 지역일수록 가격이 더 크게 급등락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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