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언론에 출연해 대담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눴던 내용을 짧게 메모식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실 짧게 정리한 탓에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겠으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매우 편한 스타일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질문에는 번호를 매겼고, 답변은 볼드체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짧게 정리해 올리니 참고바랍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그동안 제가 쓴 글들 가운데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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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수도권 아파트값이 맥을 못 추는데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커보입니다. 얼마 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서는 다운된 가격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나타나질 않는다고 하던데요. 부소장님께서는 이런 조정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일시적 기복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하락할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 시뮬레이션 결과 이미 대부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투자성(사업성)이 없을 정도로 집값이 지나치게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미 강남 재건축 경우 폭탄 돌리기 국면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유동성이 몰리면 집값이 뛴다고 하는데, 사업성이 없는데 자금이 얼마나 유입될까요?
2)‘전세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매매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전세시장은 그 상승폭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뉴타운 개발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던데요. 부소장님께서는 ‘전세난’의 배경,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국지적으로는 뉴타운 재개발 지역 등의 전월세 주택이 줄어든 영향이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매가가 오르니 집 주인들이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려 부른 때문입니다. 뉴타운 재개발로 인해 8000만원 이하 전월세 위주 중소형 주택은 줄지만 4억원 이상 중대형 투자용 주택이 엄청나게 공급 과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에서는 중대형, 투기용 주택시장의 공급 과잉은 보여주지 않고 전월세 주택이 줄어 최소 4억원 이상 매매용 주택시장의 집값이 뛸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이나 판교신도시 경우 한 달 새에 전세가가 1억원 가량 떨어졌는데, 그 새 공급이 왕창 늘어나 떨어진 것일까요?
3)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래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실물경제 침체가 예상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부동산 시장 붕괴를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경제 규모나 가계의 평균적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집값이 높아졌으므로 자산시장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맡겨 일정하게 부동산 거품을 해소해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충격이 커질 때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 무주택 서민 위주로 부양책을 실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의 정상적 조정 과정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올 들어 다시 급등하는 등 부동산 버블을 더 키워 향후 더 큰 충격을 자초한 격입니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의 침체를 더욱 장기화하게 되는 것이고요.
4)자, 이런 상황에서 선 부소장님께서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 집값을 하락시킬 것이다’고 판단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확정된 2기신도시와 서울 뉴타운에 더해, 향후 10년간 서울 근교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을 늘리려는 계획인데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시각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과연 뉴타운과 신도시 개발이 끝났을 때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선 부소장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투기적 가수요에 오른 집값을 건설업체들 관점에서 공급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합리화하기에 나오는 잘못된 처방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수도권에서는 주택수급의 가격대와 평형, 주거의 유형별로 심각한 미스매치가 있습니다. 다시 요약하자면, 지금 고분양가, 매매용, 중대형 위주의 투자-투기용 아파트는 갈수록 엄청난 공급 과잉에 직면하게 됩니다. 반면 서민들 위주의 저가, 소형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민간간설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는 이 같은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민간에서도 여전히 투기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된다는 식으로 여전히 중대형 위주의 고분양가 아파트를 지어대고, 정부마저 보금자리 주택의 64%를 매매용, 분양용 주택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어서는 2010년대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고 소득기반이 취약해지는 가운데 만성적 공급 과잉 상태로 치닫기에 정부가 나서 주택시장 침체를 장기화하는 조치입니다.
5)‘주택 공급 과잉’ 문제는 지역별로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강남’ 같은 경우, 수요는 계속 몰리고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렇게 부동산 가운데서도 ‘강남’은 건재할 것이라는 견해, 어떻게 보십니까?
수요와 공급은 기본적으로 가격의 함수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그 같은 현상이 2000년대 내내 진행된 결과 서울 강남 지역 주택보급률은 105%를 넘어 서울지역 안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습니다. 과거 명품아파트, 강남불패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중대형 평형들이 모두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 대부분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고점 대비 고점 가격을 회복한 것은 강남 재건축 가운데도 저층 재건축밖에 없고 그나마도 지금 꺾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면은 ‘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오른다고 했던 버블 세븐 같은 곳이 이미 고점 대비 크게 내렸고, 오르는 곳이 사실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또 ‘지금 집을 사서 잘 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지만, 지금 집을 사서 돈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세하락기이기여서 돈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말입니다.
6)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수요 부족에 따라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핵가족화, 이혼율 증가 등으로 1인 가구나 2인 가구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구 수를 기준으로 보면 주택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부소장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1인가구의 76%가 월소득 200만원 이하로 최소 수억원대의 주택 유효 수요층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최소 수억원대의 주택 유효 수요층이 될 수 있는 1인가구의 비율은 5% 전후에 불과하고 이중에도 ‘기러기아빠’ 등이 많아 실제로 추가로 집이 필요치 않은 사람들입니다. 실제 1인가구 대부분이 독거노인이나 집값이 높아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노처녀노총각 그룹으로 대학가 하숙촌이나 고시원 등에서 살고 있습니다. 1인가구가 증가하니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하는 분들 논리 대로라면 1인가구 비중이 40% 가까이 되는 일본 도쿄의 집값은 왜 10여년째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까?
7)9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잖아요? 이를 막기 위해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결국 장기 침체에 빠지고 말았는데요. 우리나라도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 있던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처를 밟게 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국내 부동산시장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나 베이비붐세대 은퇴, 젊은층의 소득 기반 약화 등 국내의 여러 사회경제적 양상으로 볼 때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개연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억지로 나서서 건설업체들을 부양해 주택공급과잉을 부르는 등 일본의 전철을 피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일본의 전철을 밟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8)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항상 ‘집값 거품론’ 얘기가 끊이지 않는데요. 향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반적으로 ‘집값 거품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얘기합니다. 그 이유로 소득과 연계해 장기적인 집값 추이를 보면 지난 90년대 초와 비교할 때 여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이를 두고 거품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통계를 편의적으로 동원해 눈속임하는 것입니다. 집값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공간적 범위로는 전국, 주택유형 범위로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 연립, 빌라 등 모든 주택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1980년대말~190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기의 정점이었던 91년을 기준점으로 삼아 비교합니다. 하지만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이 ‘수도권 아파트’ 위주의 투기 버블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현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주택 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도 10대 도시와 20대 도시 가격 지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우리의 경우 수도권 아파트 위주로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수도권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집값 상승률이 세계 상위권에 이를 정도로 버블이 큽니다.
9)만약 경기 회복으로 실질 소득이 상승하게 된다면, 부소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동산의 재하락은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경기 회복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통화 팽창 정책으로 인한 인위적 회복으로 자생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주택시장 사이클은 경기 사이클보다 훨씬 긴 18년 정도입니다. 경기 사이클과 큰 영향 없이 절대적인 주택 가격 수준이 너무 높아 장기간의 거품 해소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90년대 초반의 부동산 버블도 한국경제가 8%대의 고성장을 하는 가운데 실질가격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반토막날 정도로 지속적으로 꺼졌습니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가계 소득이 늘어나면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좀더 줄일 수 있습니다만, 대세는 바꾸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가 회복된다고 떠들지만 일자리도 늘지 않고 가계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금의 과도한 집값 거품을 떠받칠 수 있을까요?
10)정부가 DTI, LTV규제를 강화하긴 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매우 높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전체 가계부채가 국민처분가능소득대비 약 140%에 이르고 고부채 가구에 속하는 다주택 투기자들이 많은 점, 또한 원리금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 일시에 금융 부담이 커지는 풍선식 상환(balloon payment) 구조 때문에 일정하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있습니다. 더구나 가계부문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200조원 이상이 부동산 담보대출이고 PF대출 90조원 등 약 550조원 이상이 부동산 가치 하락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한꺼번에 터지면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정부가 제1금융권은 최대한 보호막을 쳐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과 같은 급격한 금융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2금융권은 큰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건설업체와 중소기업, 가계의 자산 부실이 심각해져 제1금융권도 안전하다고만은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금융권의 실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진단은 어렵습니다만, 이미 물밑에서는 상당한 부실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짧게 안내 말씀드립니다. 우리 연구소가 12월 2일 처음으로 2010년 한국경제 전망을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 내용을 참조하시거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공지사항을 참고하셔서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행사 안내문: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160706&hisBbsId=best&pageIndex=3&sortKey=&limitDate=-30&lastLimitD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