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가 <비즈니스 사이클>(위즈덤하우스)이라는 책입니다.
비즈니스 사이클을 중심으로 경제학설을 정리하고, 각종 경기 및 자산, 상품 사이클에 관한 가장 최신의
경제적 발견과 분석 등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23장은 '모든 사이클들의 모체: 부동산'인데,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 많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꽤 있었습니다.
이 책 468쪽에 보면 영국의 세 경제학자가 작성한 논문 내용을 인용한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의 마지막 질문은 아마 부동산 경기가 곧 고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경고해줄 수 있는 선행지수들이 과연 존재하느냐가 될 것이다. 다음의 여섯 가지 경고 신호가 유용하게 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1. 매물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대기하는 기간의 증가
2. 특정 도시에서 팔리지 않은 주택 수의 증가
3. 제시가격/거래 가격의 비율 하락
4.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일수가 120일 넘는 주택의 증가
5. 투자 목적의 부동산 매입 증가
6. 주택담보대출의 하락
이를 지금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입해보면
1. 주택 매물을 파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의 증가와 거래 침체로 인한 거래량 감소
2. 미분양, 미입주 물량의 증가 및 계약률 하락
3. 매도호가와 국토부 실거래가의 괴리(2007년부터 점점 괴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4. 팔리지 않고 쌓인 급매물, 급급매물의 증가
5. 실수요는 줄고 거액의 빚을 내서 사는 투자성/투기성 수요의 증가(올해 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실거주율 및 이들의 평균 부채 규모 등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글에서 설명드렸습니다.)
6. 사실 현상적으로는 이 부분만이 조금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실 2007년 이후 2008년 10월까지 전체 예금은행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줄어들었는데, 지난해 10월 정부의 주택대출 규제를 풀어서 부동산 투기부양을 했습니다. 올 들어서 강남 재건축 위주로 집값이 반등했던 것도 이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더 이상 주택대출을 더 이상 풀어둘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안 그러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2007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하락이 일시적으로 늘었다 하더라도 다시 줄어드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언론들의 선동보도나 올해의 일시적인 집값 반등 때문에 많은 분들이 현실을 잘못 알고 있어서 그렇지, 이미 1~6번의 현상이 진행된지 상당 기간이 흘렀습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고요. 이미 고점을 지난지 꽤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실제로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2006년말, 수도권 다른 외곽은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었습니다. 이제 점점 더 부동산 시장이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사이클' 17장은 '군중심리'입니다. 이 가운데 행태경제학의 내용을 인용해 '비합리적으로 되는 열여섯 가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집값이 오른다는 사람들은 잠재 수요자들의 심리가 집값이 오르는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심리가 한 번 확 쏠리면 집값은 언제든지 폭등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이들은 부동산시장의 각종 구조나 펀더멘털도, 이를 설명할 논리도 필요없다고 주장합니다. '투기심리설' 한 방이면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집값이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신앙의 수준이 돼버립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도 도저히 논박할 수 없게 돼버립니다. 신앙이나 종교를 과학과 논리로 어떻게 논박하겠습니까?
하지만 그 잠재 수요자들의 심리는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감정 가속자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실러 교수의 '야성적 충동' 또한 양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제의 힘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도 심리가 작용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때도 심리가 작용합니다. 오를 때만 심리가 작용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사기꾼들을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심리는 어디까지는 꼬리일 뿐, 몸통은 펀더멘털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사이클> 17장의 몇 구절의 인용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아직도 '부동산 불패'라는 신기루에 사로잡혀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혹시 자신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시장이 상승세에 있는 동안 우리는 시장이 상승하기 전 시장이 상승하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는다. 그래서 뼈저린 후회를 하며 가격이 조금이라도 뒷걸음질치면 곧바로 매수해 우리가 실수라고 인식하는 행동을 고치려 할 것이다.
주가가 더욱 오르면 대표성 효과가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최근 동향이 미래 상황을 대표할 것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효과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매수하려는 경향을 띤다.
도박에서 돈을 많이 딴 사람 중에는 다시 돈을 잃을 때가지 계속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맣다. 왜냐하면 그 돈이 실제 돈이 아니라 '하우스 머니'라 느끼기 때문이다.
언론은 주로 현재 분위기를 보고하는 데 여념이 없는 만큼 그 내용은 강세장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금융 분석가들도 (집단의 압박을 심하게 느끼며) 매도 권유보다 매수 권유를 훨씬 많이 하면서 그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강세장이 금융 버블로 확장되면 경고 신호는 점점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허구적 일치성 효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처럼 시장을 강세로 평가하는 사람이 실제보다 더 많다는 잘못된 인상을 가진다."
저희 연구소 김광수소장님 개인 명의의 첫 책 <경제학 3.0>이 출간됐습니다. 이번 책은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소장님의 통찰과 혜안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한 책입니다. 12월 2일 열렸던 <2010년 경제전망> 공개세미나 동영상도 첨부돼 있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 선물로도 좋은 책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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