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30대 기업이 늘린 고용 인원이 겨우 2667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맞아 현 정부는 대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온갖 특혜를 제공하고 고용확대를 주문했지만 성과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위기 전에 비해 평균 30~40%가량 치솟았던 원달러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원달러 효과는 사실상 온 국민이 수입품을 비싸게 사주는 대가로 국내 대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마치 엄청난 투자를 벌이고, 대대적인 고용을 할 것처럼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글에서 재벌들을 도덕적으로 무작정 비난할 뜻은 없다. 다만 정부 정책 측면에서 현 정부의 '친재벌' 위주의정책으로는 일자리 확대와 소득 증대를 핵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고용구조와 경제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는 2000년대 내내 지속돼온 부동산 거품 때문에 땅값은 금값이 된 반면, 사람값은 헐값이 된지 오래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낮춰가며 수지를 맞추기 어렵고 벤처기업은 제대로 싹을 틔우기도 전에 대기업들에게 잠식당하기 일쑤다. 대기업들도 국내 사업 전개가 어려워지면서 앞다투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사업 환경과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재벌에게 계속 특혜를 주고, 임기응변적인 대책을 내놓는다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왜 대기업 일자리가 늘지 않는지를 기업 규모별 국내 고용 구조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및 종사사 수 추이를 살펴보자. 도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전산업의 경우 종사자 수 4명 이하와 9명 이하의 영세자영업 수준의 사업체수만 급증하고 있을 뿐 그 이상 규모의 사업체 수는 경제 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로 좁혀보아도 사정은 비슷해서 4인 이하와 9인 이하 사업체만 비교적 늘고 있을 뿐 종업원 10인 이상의 사업체 수는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도표1> 전산업 및 제조업의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수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를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종사자 규모 300인 이상 사업체 수의 변동을 나타낸 별도의 도표를 보자. 먼저 전산업의 300인 이상 중견기업 이상 사업체수 추이를 보면, 종사자 300~499명 사업체 수는 1990년대 이후 1,200~1,400개 수준에 머물다가 2006년 이후 조금 늘어 2008년 1,600개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종사사수 500명 이상의 대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거의 늘지 않아 여전히 1990년대 중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범위를 제조업으로 좁혀서 들여다 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종사자 수 300명/500명/1000명 이상 대규모 제조업체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산업의 300-499명 사업체수는 2006년부터 400개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제조 대기업의 300-499명 사업체 수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0개 가량 감소한 후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로부터 제조 대기업이 줄고 비제조 서비스업의 300-499명 사업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조 대기업의 지속적인 감소는 국내 경제가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중소벤처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한편 기존 사업체가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고용 규모가 크고 일자리의 질이나 임금 수준이 비교적 양호한 대규모 사업장이 정체 상태이거나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도표2>에 나타난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종사자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전산업의 경우를 보면 인구 및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종사자수 300명 미만의 사업체 종사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종사자 수 300명 이상 대기업의 종사자수는 시간이 지나도 늘지 않고 정체를 보이고 있다. 전산업의 경우, 300명 이하 중소기업의 종사자수 비중은 1993년 79%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파르게 상승해 88%까지 치솟은 뒤 2008년까지 소폭 낮아지고는 있으나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 종사자수는 1993년 12%를 상회했으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전직하해 2001년 4.9% 수준까지 떨어진 뒤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으나 2008년 기준으로 여전히 6.0%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고용의 약 87%를 종사자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6%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도표2> 전산업 및 제조업의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종사자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는 제조업으로 범위를 좁혀 보아도 비슷하다. 300명 미만 제조업체의 종사자 수는 대체로 증가하고 있지만, 1,000명 이상 제조업체의 종사자 수는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300명 미만 제조중소기업의 종사자수 비중도 1993년 66% 수준에서 2001년까지 80% 수준에 이른 뒤 횡보를 하고 있다. 반면 1,000명 이상 제조대기업의 종사자수 비중은 같은 기간 23% 수준에서 11% 수준으로 떨어진 뒤 12.5% 전후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처럼 한국경제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는 반면 영세한 중소사업장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일자리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양적, 질적 차원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의 전문화,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변호사, 의사, 한의사, 회계사, 금융전문가 등 관련 직업도 늘고는 있으나 이 같은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고 있으며 수급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비정규직이나 단기 일자리, 저부가가치 저임금 일자리가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고임금인 대규모 사업체는 2000년대 이후 정체를 보이고 있으며 대규모 사업장의 종사자 수도 전체 고용자 가운데 5~6%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경쟁력 약화와 중국 및 동남아 등 해외 이전으로 대규모 사업장이 계속 줄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방에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일자리가 줄고 있고 인천과 경기도의 일자리 증가도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50대 및 60대 이상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후 생활을 뒷받침할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신규 일자리 창출의 부족으로 20대 등 청년층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일자리의 양과 질이 함께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체 규모별로, 근로형태별로, 성별로 임금 격차가 커지는 등 임금의 양극화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고용 및 임금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정부의 고용정책 및 노동정책 때문만으로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한국경제 전반에서 안정적이면서도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구조가 점점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00년대 이후 부동산 버블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 및 생산경제의 위축,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가계의 금융이자 부담으로 인한 내수 위축, 수출 대기업 위주의 각종 지원책 및 재벌 독과점 구조의 방치로 인한 벤처기업들의 고사, 가뜩이나 인구와 자원 감소에 시달리는 가운데 가속화되는 수도권 집중 정책,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하지 못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정책 등이 점점 일자리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 유지할 수 있는 경제구조와 환경을 구축하기는커녕 이를 오히려 훼손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적자재정 투입과 몇 가지 대책을 도입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처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각종 부동산규제 완화, 대규모 토목사업 전개 등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이미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당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설업체들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질 낮은 단기 일자리만 창출될 뿐이며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과 시간을 소진하고 있는 셈이 된다. 또한 여전히 고환율 떠받치기와 각종 수출대기업 위주의 R&D 편성, 임금 억제 등을 통해 재벌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여야 합의로 추진해온 세종시 사업을 무산시키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이미 경제 전체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역주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가뜩이나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데도 정부 스스로가 나서 ‘100만 해고대란설’ 등을 유포하면서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악을 시도하거나 희망근로사업 등을 통해 의미 없는 단기 일자리 양산에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만들어 놓지 않고서 정권 홍보를 위한 전시적 고용대책을 나열하는 식으로는 구호만 요란할 뿐 예산과 인력만 다시 낭비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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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4. 6. 11:13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부동산 투기 선동을 해오던 언론들이 이제는 오히려 ‘집값 떨어지면 건설업체 위기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진다”며 ‘건설업계를 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자신들의 거침없는 투기 선동 하이킥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이제는 자신들의 부동산 광고 밥줄인 ‘건설업계 일병 구하기’에 올인한 모습이다. 이 같은 언론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며칠 전 필자가 따끔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 언론들은 자신들의 ‘건설업계 일병 구하기’를 위해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배신해온 서민들을 파는 데도 여념이 없다. “버블이 붕괴하면 서민이 더 피해를 본다”며 부동산 부양책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부동산 투기 선동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도 언제부터 서민들을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 전부터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들이 더 어렵다’는 식으로 협박성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면서 ‘강남의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중산층’이라고 했다는데, 혹 이들이 일컫는 서민들은 다주택 소유자들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래 의미의 서민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 말은 가당치도 않다.



왜 그런가 한 번 따져보자.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다주택 보유자들이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가격 상승이 큰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때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야말로 무주택 서민이다. 그 다음은 집이 있어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일반 재화와 달리 주택은 사람들이 소유든, 전세든, 월세든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고 생활할 재간이 없다. 노숙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른 많은 재화들은 가격이 오르면 사지 않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은 그럴 수가 없다. 또 같은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주식과 같은 경우에는 주식 투자자들만이 이득이나 손해를 본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주식이 폭등해도 그 혜택을 볼 수 없고, 아무리 폭락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집은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 오르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안 받을 도리가 없다. 특히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른 만큼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내 집 마련’ 집착증이 강한 한국인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다. 예를 들어, 집값이 두 배로 뛰면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경우 집을 사기 위한 저축기간이 두 배로 증가한다. 또는 같은 월급으로 두 배를 저축해야 한다.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의 월급이 사실상 감소하거나,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체 생활비용 가운데 주거비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이런 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집값이 빠질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당연히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땅이나 집을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들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 엉터리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런 상식을 부정하고 서민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떠들어대니 기가 막힌다. 집값이 오를 때 가장 피해보는 사람들이 왜 떨어질 때도 가장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인가? 서민들은 어떤 경우든 피해보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인가?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 상식을 이렇게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자기 집이 없는 42%의 무주택 서민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왜 피해를 본다는 말인가? 그리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30%도 집값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그리고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의 주택 소유자라도 원래 자기 집에 살던 사람들 20% 정도는 실질적으로는 피해가 없다. 오를 때 기분이 좋았다가 내릴 때 제 때 못 팔았던 것을 후회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투기를 일삼거나 거기에 편승했던 사람들 약 10% 정도, 그 가운데 특히 무리하게 빚을 얻어 다주택을 소유했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집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도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서민’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선의로 해석하자면 버블 붕괴 시 경제적 충격이 동반되니 이때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부풀어 오른 버블이 꺼지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이 커질 때부터 이미 서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소득 하락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내수 위축, 임대료 상승, 양극화 심화 등으로 고통받아왔다. 그렇게 버블을 키워 서민들의 삶을 잔뜩 힘겹게 해놓고도 여전히 버블은 꺼지면 안 된다고 한다면 계속 버블을 키우자는 말밖에 안 된다.



현재의 버블이 유지되거나 더욱 부풀어 오르는 상황에서는 결코 서민들의 삶이 개선될 수 없다. 당초부터 버블을 키우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버블이 커졌다면 지금이라도 서서히 버블을 꺼트리는 것이 옳다. 물론 상당 기간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스럽겠지만, 결국 그것은 버블이 형성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버블이 꺼져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민을 비롯한 가계 전체가, 그리고 한국 경제 전체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정말 선의로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한다면, 실제로는 서민에게 전혀 도움 되는 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이들의 대변지격인 선동 언론들이 이런 선의로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역시 부동산 부자들이다. 서민들의 삶도 어려워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대놓고 부동산 부양책을 쓰려는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감추기 위해 동원된 궤변일 뿐이다.



그런데 만약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핑계를 대며 또 다시 부동산 부양책을 쓰게 된다면 이는 매우 사악한 행태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투기자나 부동산 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도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볼 때는 부동산 투기자들이 몽땅 차지하게 하더니, 왜 집값이 떨어질 때는 정부 재정과 행정력을 동원해 그들의 손실을 막아야 한단 말인가? 집값 폭등으로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이렇게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이었다면 지금처럼 거품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부양책을 쓰면서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만적인 행태는 비열하기 짝이 없다.



한국경제는 2000년대 내내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에 돈이 묶이면서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만성적인 내수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소득이 늘지 않고 한국 경제의 건전한 구조가 훼손돼왔다. 또한 주택 가격의 폭등으로 서민들의 경제적 위치는 더욱 약화했고, 자산 양극화는 극대화돼 사회적 위화감과 박탈감이 커졌다. 그 여파로 우리 젊은이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반면 집값은 너무 높아 시집장가를 못 가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버블의 폐해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이 누적되고 있기에 부동산 거품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 부자가 아니라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식으로 서민들을 세뇌시키는 한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가?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데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피해를 안 보고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민은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피해를 보고 내려도 피해를 본다는 것입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부동산 거품 때문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틀이 서민들에게 굉장히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상 서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따라서 ‘부동산 폭락, 서민이 더 괴롭다’는 주장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가장 기만적으로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주장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 해도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현 정부가 쏟아 부은 부양 예산의 3분의 1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써도 서민들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일반 가계들이 빚을 내서 계속 거품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를 사게 만들고, 무주택 서민의 세금까지 들어간 돈으로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고 토건사업을 벌이니 서민들이 힘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가계 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도덕적 해이와 탐욕에 빠져 무리한 사업을 펼치다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를 구해주기 위해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빚을 내서 집을 사줘야 한다는 것인가.



지금 국내 부동산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정권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무능과 무지로 넘쳐나는 정치권과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부동산투기 등 부정부패의 탓이 크다. 하지만 업계 전체로 ‘대마불사’ 논리에 빠져 무리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눈이 멀어 이들을 옹호해온 상당수 언론에도 매우 큰 책임이 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건설업계가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건설업계의 분양 광고에 크게 의존해온 언론사들도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언론은 건설사 민원 해결에 열중하기보다는 국민경제 전체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보도하기 바란다. 그것이 독자인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길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5. 09:20

어제 2009년 시공능력 35위인 남양건설이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보도가 나왔다. 성원건설 부도 이후 연쇄부도설이 줄을 이었는데, 실제로 남양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감에 따라 그 같은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 왜 중견건설업체들의 경영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한국 건설업의 공종별 매출액 분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건설업체 매출액의 3대 축은 건설공사업, 토목공사업, 산업환경설비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업체의 2008년 매출액 분포를 살펴보면 건설업은 52.9%인 반면 토목업은 24.3%, 산업환경설비업은 22.1%에 그치고 있다.

산업환경설비업은 두산중공업, 지에스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건설, 에스케이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등 대부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 재벌 건설업체이거나 중공업계열 건설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토목공사도 대부분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한진중공업, 타이세이건설, 포스코건설, 에스케이건설, 지에스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부분 재벌 건설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10대 재벌 건설업체들을 제외한 건설업체들의 매출액은 대부분 건설공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건설공사업의 70~80%가량은 민간주택 건설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00대 건설업체들 가운데 건설업 비중이 전체 공사실적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체는 28개 업체, 70% 이상인 업체는 45, 50% 이상인 업체는 74개 업체에 이른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건설업 특히 주택건설업이 주력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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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건설수주액은 기복을 보이기는 하지만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건설수주액은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고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공종별로 살펴보면, 건축 수주액은 2008년 하반기 이후 급감하고 있는 반면, 토목 수주액 증가가 이를 떠받쳐주고 있다. 또 공사 발주주체별 건설수주액을 보면 2008년 하반기 이전 약 7:3 정도로 민간 발주물량이 많았으나 2008년 하반기 이후에는 민간 물량이 급감한 대신 공공 발주물량이 늘어나 민간 발주물량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다시 공공과 민간부문의 발주물량을 공종별로 나눠 살펴보면 공공부문은 토목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민간부문은 건축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즉 민간의 건축 수주물량 급감을 공공의 토목사업이 떠받쳐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인운하사업과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이 주택시장의 침체 속에서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위에서 본 것처럼 공공 토목사업 발주 증가로 인한 혜택은 대부분 토건사업을 많이 해온 상위 대형 건설업체들에 집중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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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2000년대 건설수주액 추이 현황


()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은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되자 해외건설 수주를 늘려 2004 75.0억 달러이던 해외건설 수출액이 2009년에는 11월까지 누계액만으로 465.4억달러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건설 수주 또한 대부분 상위 재벌건설업체들에 집중되고 있다. 2008년 매출액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 대형 건설업체들이 전체 해외건설 매출액 181957억원의 87.4% 159045억원을 차지했다. 이로 미뤄볼 때 2009년에도 해외건설 매출액의 대부분은 10대 재벌건설사들에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상위 10여개의 대형 재벌건설업체들은 민간주택 시공물량의 급감을 공공부문의 토목사업 수주나 해외플랜트 수출 등으로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상위 업체들을 제외한 주택사업 위주의 건설업체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들 업체들은 상위 재벌건설업체들과는 달리 단기간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주택사업을 통한 현금 확보를 통해 자금난을 해소해야 하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주택시장 침체로 아파트 분양사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건설업체들로서는 2009년 하반기의 이른바
분양대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건설업체들의 분양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건설업체들이 허위로 신고하는 미분양 물량 집계가 아닌 실제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만 4만호 이상 추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미분양 물량의 증가가 건설업체들에게 주는 영향은 명확하다.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현금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부채를 안고서라도 시공을 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건설업체들에게 미치는 자금압박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보도가 나온 남양건설과 시공능력이 비슷한 2009년 시공능력 30위대의 한 업체의 재무현황을 살펴보자. 이 업체의 경우 건축사업 비중이 47.9%로 비교적 낮은데도 불구하고 2009 3분기 현재 영업이익 65억원에 -1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부채는 8,917억원에서 9,13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에 비유동부채는 3,147억원에서 1,309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유동부채는 5,770억원에서 7,826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가 급속히 단기화되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위 10여개 재벌급 건설업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견건설업체들은 주택시장 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단기 유동부채를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건설업체들은 2009년 하반기에 대규모 분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미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났다. 또한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거나 분양 성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해 2008년 하반기 이후 상당수 기업이 퇴출 또는 워크아웃 대상으로 내몰린 것이 1차 구조조정 위기였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대규모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한 2차 구조조정 위기가 이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 침체와 미분양 급증으로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악화되는데도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끝으로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 같은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이 계속되면 건설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신문들은 또 다시 건설 부양책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건설업체 위기를 다시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또한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장기침체를 부르는 조치라는 점을 정부와 건설업계는 깨닫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