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20, 30대는 한 동안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지금 20, 30대의 부모 세대인 50, 60대는 달랐다. 이들이 장년기에 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구가했고, 거의 모두가 고도성장의 혜택을 봤다. 급속한 경제성장기에 생산경제 부문의 성장은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경제의 성장도 불러왔다. 기복은 있었지만, 수도권의 집값은 비교적 꾸준히 상승했다. 입지가 좋은 곳에 아파트를 분양받고 두세 번 옮겨다니면 재산을 쉽게 불릴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현재의 부동산 거품도 이 같은 방식에 익숙한 50, 60대가 주도했다. 물론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경제 운용방식과 게임 규칙을 만들어내지 못한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 이를 조장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 또한 그런 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는 김대중정부나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70, 80년대 개발주의 시대 경제운용 방식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줄 정도다. 이렇게 50, 60대가 만들어낸 게임의 룰에 세대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가 뛰어들어 현재의 버블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30대는 어떤가? 상당한 상류층 집안 출신이나 상위 5% 안에 드는 소득을 갖지 않았다면 현재의 집값 거품을 마음껏 즐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뛰는 집값에 전전긍긍하다 집값이 상당히 오른 뒤 빚을 잔뜩 안고 뛰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쯤은 떨어지는 집값에 불안해 할 것이다. 강남 진입은 어려웠을 테고 수도권이나 강북의 중소형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빚을 내 집을 살 수도 없었던 30대는 오르는 집값을 보며 정부를 욕하거나 신세 한탄만 했을 것이다. 30대가 이런데 20대는 오죽하겠는가? ‘88만원세대’로 표현되듯 한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20대가 집값 거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아마 자신의 삶과는 상관없는 딴 나라 얘기로 느껴졌을 것이다. 필자가 실제로 20대를 위한 강연에 나가보면 부동산 거품이 젊은 세대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큰데도 그런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풍족한 경제적 환경에서 자란 20, 30대는 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경제적, 사회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세대가 짜놓은 게임의 룰에 따라 사회, 경제적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게임판에 휘둘리게 됐다. 기성세대가 하는 방식을 지켜보다 불안해지니 뒤늦게 집값 거품 투기에 가담했다.


하지만 집값 거품이 꺼지고 나면 부모 세대의 게임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경제가 성장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가계 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다. 생산경제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기보다 눈치 빠르게 집 잘 사두는 게 유리한 경제는 발전할 수 없다. 현재의 집값 거품이 꺼지면 빚을 청산하는데 사회 전체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집값 거품에 기대는 기성세대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빚을 너무 많이 내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경제 전체가 새로운 게임 규칙에 따라 굴러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고, 주도할 세대는 2030세대일 수밖에 없다. 기존 게임 규칙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다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과 전문 능력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동시에 부모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2030세대가 누구의 아들딸인가? 결국 5060세대의 자식일 수밖에 없다. 부모세대가 주도한 집값 거품은 대부분 사람들이 살기 힘든 경제구조를 만들었다. 모두가 오른 집값과 높은 임대료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부모 세대가 주도해서 만든 집값 거품은 당장 부모 세대의 피해로 돌아온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걱정하는 자녀,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 집값 부담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자녀는 누구의 자녀이겠는가? 당장 자녀들을 출가시키려고 해도 과거보다 훨씬 불어난 부담을 느낄 것이다. 또 노후를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집을 줄여가려 해도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놀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는 축구장에서 조금 잘 보기 위해 앞사람이 일어서는 바람에 뒷사람들까지 모두 일어서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각 개인이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집을 사고팔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는 매우 큰 폐해가 생긴 것이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성의 오류(Paradox of Composition)’다. 물론 이것은 집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다. 무주택 저소득층과 시기적으로 집 장만이 어려웠던 2030세대는 철저히 착취당하는 게임이었다. 집값 거품은 이처럼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일부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나쁜 사회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정치세력들을 위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제물로 바칠 수는 없다.

 

집값 거품이 빠지면 한국 경제에 일대 시련기가 닥칠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개발경제 시대의 패러다임에 매달린다면 한국 경제에는 미래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미래는 어떤 것일까?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한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쪽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한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낸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라 놀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인가? 그렇지 않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것이 바로 보스턴이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다.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수많은 인재들이 쏟아져 나온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 등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한다. MIT를 모태로 한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온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꾼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하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된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 정도에 불과한 것과 너무나 비교된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이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어떤가? 마치 한국경제의 미래가 콘크리트와 아파트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온 국민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 급식비와 차상위 계층의 건강보험 혜택까지 줄여가며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집착하고 있다. 집값 거품을 빼나가기는커녕 더 큰 거품으로 막기에 급급하다.


묻고 싶다. 비정규직 양산과 저임금으로 사람은 천대하면서 땅과 집만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 경제가 사는가? 정부부터 부동산에 돈을 잔뜩 집어넣고, 가계와 기업까지 덩달아 부동산 투기판에 뛰어들게 하면 경제가 사는가? 집값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보다 더 비싸진다고 한국이 초일류 국가가 되는가? 전국 곳곳에 아파트를 즐비하게 짓는다고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는가?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실제로는 기득권층을 위한 집값 거품 유지 정책이다. 하지만 그런 속셈은 감추고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은 오히려 한국 경제를 죽이는 길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한국 경제의 미래인 인재를 키우는 방향에 역행하는 길이다. 이처럼 현 정부는 선진경제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시대착오적인 개발경제 시대로 후진하고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상류층만이 아니라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해 소비자 중심의 경제를 건설해야 한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도 멈춰야 한다.


대신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시설만 만들 게 아니라 우수한 독서지도사와 좋은 강사와 트레이너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이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거대한 예술회관을 짓는데, 수백억 수천억을 낭비할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제대로 된 공연 기획과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문화 예술 시장이 커지고 절로 문화예술 분야 일자리가 늘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10년 후 터질 저출산 고령화 충격에 대비해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한다.


돈을 어디에서 마련하느냐고? 한 해 80조원에 이르는 공공사업 발주 예산을 줄이고,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정부 예산이 건설과 토목사업에 낭비되고 있는지를, 그래서 어떻게 이를 아낄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국민들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늬만 서민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 대신 5%도 안 되는 공공주택 재고를 OECD가입국 평균 수준인 20~30% 수준에 이를 때까지 획기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그래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후분양제 확대와 공공부문의 원가 공개 등 소비자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설마피아를 거부해야 한다. 건설업체와 관련 정부 관료, 산하 공기업과 연구기관, 정치권, 그리고 건설업체들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은 거대한 이권 집단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체 출신으로 ‘삽질 경제학’의 태두 격인 대통령이 정부의 수반이다. 이런 세력들이 내놓는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을 경계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런 세력이 주도하는 부동산 거품 경제, 콘크리트 중심의 경제로는 희망이 없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제는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재구성이 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12. 08:47

 


정부가 막대한 부자감세와 재정적자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 등으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세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식 발표 전에 연구자료를 흘리면서 여론 반응을 떠보는 식의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더니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사 슬며시 물러서며 다시 에너지세를 도입한다, 각종 면세조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둥 별 생쑈를 다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논란이 됐던 것이 또 한 건 올라왔다. 술과 담배에 이른바 '죄악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조만간 국가 기획재정전략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룬다고 한다. 이들 세금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그 세목에 대한 직접적 판단 외에 현재의 전체 조세 및 재정체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현 정부가 어떻게 세수 및 재정지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기획재정부는 2008년 발표한 감세안으로 2012년까지 총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각각 총 감세규모가 96.1조원99조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예전에 쓴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렇게 무턱대고 국민의 눈까지 속여가면서 막대한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이명박 정부나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등을 벌여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이미 2009년만 해도 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을 넘어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무려 51.5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왜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만 22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소속인 한나라당 이한구의원이 4대강사업과 자전거도로 사업은 국가채무로 하는 사업이라고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을까.

 

이렇게 볼 때 한국의 재정은 이명박정부 임기 내에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른 선진국들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수십 년간에 걸쳐 GDP대비 60-70% 수준까지 누적되어 온 것에 비하면 한국은 불과 10년만에 선진국들의 절반 수준에 도달해 버리게 된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고령화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에 따른 향후 세입세출 구조 변화에 대한 치밀한 연구나 분석 없이 대기업과 부동산 과다소유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밀어 부쳤다.

 

그러면 한국의 세수구조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한국은 과거 70년대에 구축된 조세체계를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금까지 땜질식 세목 변경으로 일관해왔다. 새로운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조세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재정부도 겉으로는 ‘선진 조세체계’를 구축한다면서 고작 하는 것이 부동산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마디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경제는 과거 자본집약적 성장의 생산경제에서 90년대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산투기 중심의 자산경제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과거 생산경제 활동의 비중이 때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세 가계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세금 비중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산경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같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생산경제 중심의 70년대 조세체계로는 더 이상 재정건전화와 조세 형평성을 기할 수 없게 되었다. 조세체계 역시 자산경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한국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걸맞은 세입세출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식 자체가 없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식세대가 죽든 살든 상관없이 자리에 앉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산경제로 이행해가고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을 수도 없다. 아래 <도표1>에서 이명박정부가 대규모로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한국은 거의 최저 수준으로 더 이상의 감세를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득세의 경우 한국은 평균임금의 167%를 받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이 OECD 국가가운데 두 번째로 낮고, 평균임금 소득자의 경우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경제대국인 일본과 미국이 법인세율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법인세가 높아서 한국 재벌대기업들의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법인세를 낮춰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은 현실의 경제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착오적 이념에 젖어 재벌기업과 부동산부자 등 기득권층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감세정책과 한국의 감세정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도표1> OECD 국가별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주) OECD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국은 성장잠재력 저하 등 경제활력을 잃고 있으며 고령화와 실업 증가등 재정소요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세원을 어디에서든 확보하지 않으며 안 된다.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 등 자산과 자산의 시세차익 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는 피해갈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다. 양도세는 명목상 거래세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부동산투기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에 해당한다. 양도세 감면을 위해서는 투기적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자산 임대소득이 크게 늘게 될 텐데, 그에 따른 과세도 확대 보완해야 한다.

 

피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수백만,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도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인 부동산 투기소득 및 임대소득에 대해 미미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의 면에서도 맞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명박정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종부세를 무력화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양도세와 상속세를 크게 줄여 부동산 투기자들의 불로소득과 대물림까지 용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급속한 고령화나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정악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정부는 무리한 감세정책과 대규모 토건사업 남발로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벌어질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식세대가 써야 할 몫까지 땡겨서 자신들의 쌈짓돈인양 부유층과 재벌기업 등에 마구잡이로 퍼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어디에선가는 다른 세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직접세를 깎아줬으니 추가 세원의 대부분은 모두 간접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아래 <도표2>를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면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 전세수입에 대해 과세하고, 술과 담배 소비에 대해 '죄악세'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남발된 비과세 및 감면 조치나 전세수익에 대한 과세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와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킨 건설업체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부유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8. 10:29

우리 연구소를 비방하는 사람들의 단골 레파토리 가운데 하나가 우리 연구소가 10년 전부터 집값 떨어진다는 주장을 했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것입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 연구소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주로 두 가지 차원입니다.

 

먼저 첫번째는 부동산 문제가 지금 한국 사회, 경제 위기의 핵심이라고 할 정도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대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연구소는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의 사회, 경제적 폐해에 대해 줄기차게 경고했으며 버블이 붕괴할 경우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거품을 키우지 않기 위한 정책적 처방과 대안을 제시해왔습니다.  

 

둘째로는 부동산 투기 선동 정보 등 워낙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고 있어 일반 가계에 에 우리 연구소가 분석, 진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가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왜곡된 정보를 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너무나 당연한 책무입니다. 한국 사회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큰 건설업 비중을 가진 나라이고 건설업에서 생겨나는 각종 비자금, 그리고 부동산 광고 등을 매개로 왜곡돼 선동성 기사들이 신문 지면에 넘쳐납니다. 저는 신문 기자 출신이기에 이 같은 구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고 여러 차례 설명한 바도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주로 제가 주택시장의 대세 하락 징후가 명확해진 2008년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경고를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연구소가 이전에도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하면서 과도한 버블은 언젠가는 꺼지게 돼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으나 이는 버블에 대한 경고일 뿐입니다. 이는 제가 <위험한 경제학>에서 한 것처럼 "1~2년 안에 반등기가 끝나고 다시 하락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2010년대의 부동산 시장은 장기간에 걸쳐 대폭 하락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전망을 한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연구소가 10년 전부터 집값 하락을 전망했는데, 그동안 계속 틀렸다는 식의 주장은 비방과 음해에 가깝습니다. 이런 비방과 음해는 최근 집값이 급락하니 "이 사람들 10년 전부터 경고했는데, 그 뒤로도 집값은 계속 올랐다"는 식으로 최근 급변한 상황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거나 "집값이 떨어진 지금이 살 기회"라는 식으로 또 다시 선동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의 기존 인식과 현실이 어긋나는 '인지 부조화'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제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사회 경제적 문제에 대해 '사전 경고'하고, 이 같은 문제들이 더 커지기 전에 사전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연구해 제시하는 것입니다. 제가 <위험한 경제학>을 쓴 것도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위험성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온갖 선동 정보들이 난무하는 것을 나름대로 중화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미분양의 급증 가능성이나 건설업계의 위기, 그리고 가계부채가 초래할 경제적 충격,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가져올 미래와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위해 서민들과 미래세대에 돌아갈 재원들이 얼마나 소진되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경고한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집값 흐름을 맞췄니 안 맞췄니 하는 차원으로 전문가나 전문 연구기관을 평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물론 전문 투자자나 증권사와 같은 투자기관에 대해서는 그런 평가가 가능하겠으나, 우리 연구소는 투자 자문 기관도 아니고 재무 컨설팅 업체도 아닙니다. 따라서 집을 여전히 투기나 투자 대상으로 보면서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우리 연구소를 저차원적 수준에서 비방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계하시길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이제는 전망 그만하고 대안을 내놓으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 연구소는 2000년대 내내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산업, 세금/재정 문제 등에 대해 각종 정책적 진단과 처방을 내놓고 있습니다. 연간 24회에 걸친 <경제보고서>와 매주 7개의 보고서가 제공되는 <경제시평> 자료들이 바로 그 결정체들입니다. <위험한 경제학> 2권에서도 제일 마지막 장을 '한국경제의 재구성---한국 경제의 제도약을 위한 10가지 제언'으로 따로 구성했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출판물 등의 형태로 이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를 전혀 읽어보지도 않고,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니 당혹스럽습니다. 그런 분들은 기존에 내놓은 대안에 관해서나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책 장사 하느냐"고 그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일수록 지식정보화 시대에 1~2만원 하는 책값은 비싸다고 하면서 최소 수억씩 하는 수도권 아파트 값은 오히려 싸니 수십억씩 갈 것이라 하시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제 글을 읽기 전에 재화의 가치에 대한 자신들의 비뚤어진 균형감각부터 회복해야 할 분들입니다. 저도 그런 분들이 제 글을 공짜로 읽는 것은 무지 아깝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런 분들에게는 가격을 편당 1000만원이라도 매겨서 제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안 들게 만들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8.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