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에서 원고 청탁이 와서 기고한 글입니다. 글이 상당히 긴데, 그동안 제가 쓴 글들을 합쳐서 다듬은 글이라 부분부분을 읽어보신 분들은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므로 긴 글이지만 도움되실 것입니다. 한 번 참고해 보시기 바라니다. 참, 제목은 편집자가 단 제목입니다.

  

아파트 재앙은 오는가?

[19호] 2010년 04월 09일 (금) 17:49:00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info@ilemonde.com

경제가 감당 못하는 무한 집값 상승은 역사적 전례 없어
대세 하락 속 장기 침체 시작… 부양책은 경착륙 부채질

 최근 부동산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매우 당혹스럽다. 몇 달 전까지 언론이 쏟아내던 기사와는 기사의 톤이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다수 언론, 특히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신문은 ‘대세 상승’이니 ‘폭등’이니 하는 단어들을 연일 쏟아냈다. 이것은 부동산시장의 정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닌 침소봉대에 가까운 선동이었다. 주택시장 침체로 부동산 광고에 굶주린 신문들의 사정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선동의 정도가 너무 심했다.

 언론들은 전국과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분양과 입주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질 것이 불 보듯 빤한데도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오히려 분양 물량이 쏟아져도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대단지 분양이 많다’는 식으로 판촉성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전셋값이 뛰자 곧바로 ‘전세 사느니 집 산다’는 식으로 매매가 상승으로 연결지었고, 마구 부풀린 ‘토지보상금 40조원’을 들먹이며 집값이 폭등할 것처럼 선동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위주의 집값 급등 현상을 수도권 전반의 현상인 양 과장했고, 호가를 실제 거래가인 양 호도하기 바빴다.

 언론은 역시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는 부동산 정보업체의 확성기 노릇도 톡톡히 했다. ‘부동산 투기 선동 전문가’들을 동원해 ‘집값이 바닥쳤다’, ‘대세 상승으로 간다’, ‘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집값이 폭등한다’ 등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처럼 떠벌렸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집값 상승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꽹과리를 쳐대던 이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필자와 우리 연구소는 지난해 정부의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으로 집값이 반짝 상승할 때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높으며 오히려 길게 보면 여전히 기나긴 대세 하락기에 들어 있다’는 경고를 연거푸 쏟아냈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을 맨 한국의 대다수 언론이 주택시장의 구조적 위험성을 경고하기보다는 선동 보도에 열을 올리는 현실이 가슴 아파 더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렇기에 ‘서민은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밀’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까지 달아가며 <위험한 경제학>을 출간해 정보가 부족한 이들에게 사전 경고하려고 노력했다.

 그 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후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동시에 침체로 접어든 데 이어 최근에는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이제는 상당수 신문이 정반대 양상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대세 상승’을 부르짖던 일부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도 이제는 정반대로 ‘대세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 초 기업은행 연구소에 이어 3월 들어 현대경제연구원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경제연구소까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세 하락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이런 상황 자체가 국내 주택시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연구소는 왜 부동산시장이 이미 대세 하락 흐름 속에 있으며, 향후 장기 침체가 이어질 것임을 경고하는 것일까.

   
▲ <도표 1> 미국의 실질 집값 추이 2판
 
 본론에 앞서 <도표 1>을 통해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작성한 미국의 실질 집값 추이를 보자. 실러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창안자 가운데 한 명이다. <도표 1>은 1890년부터 물가상승률 효과를 제외한 미국의 기존 주택 가격을 지수화해 나타낸 것이다. 이를 보면 1890년 가격지수 100으로 시작된 미국의 집값은 계속 등락을 거듭하며 파동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1970년대와 80년대에도 부동산 붐이 일었지만, 어김없이 한때의 붐은 가라앉고 가격지수는 100~110 수준으로 늘 수렴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세계 대공황 때처럼 가격지수 100 이하에서 비교적 장기간 머문 적도 있고, 2000년대처럼 가격지수가 유례없이 급격히 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상황에서 보는 것처럼 과도한 부동산 거품은 반드시 꺼졌고, 부동산 거품의 크기만큼 붕괴의 충격 또한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서울 강남 지역 11개 구의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를 나타낸 <도표 2>를 보자. 많은 이들이 집값을 생각할 때 명목가격 추이만 생각한다. 그래서 집값은 늘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우깡’이든 냉장고든 자동차든 명목가격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오른다. 위에서 실러 교수가 말한 것처럼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가격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은 사뭇 달라 보인다. (이같은 실질가격 지수는 기준 시점에서 시간이 멀어질수록 집값 수준이 왜곡되는 문제점도 있다. 다만, 여기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주택 가격의 파동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 <도표 2> 서울 강남 11개구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 KSERI 작성
 
 국민은행이 주택 가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한국은 크게 두 차례의 부동산 버블기를 겪었다. 편의상 1980년대 후반~1991년 초 버블을 1차 버블기라 하고,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을 2차 버블기라 하자. <도표 2>를 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1987~1991년 5월) → 하강(1991년 6월~1998년 11월) → 상승(1998년 12월~2006년 말) → 하강(2007년 초~ 최근)의 파동을 그리고 있다. 즉, 부동산 버블과 버블 붕괴가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상반기에 집값이 국지적으로 반등했다고는 하나,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기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흐름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주택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통계인 거래량 지표를 통해 한국의 주택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을 해보자. <도표 3>을 참고하기 바란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됐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필자는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자체적으로 추정해보았다. <도표 3>은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증감에다 주택 가격 수준을 감안해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도표 3>에서 2006년 이전 부분은 바로 이렇게 도출한 추정에 의한 거래량 추이다. 가로 점선은 전국 아파트 거래량 10만 호를 기준으로 필자가 표시한 것으로 시계열상의 데이터 분석과 필자의 경험으로 짐작하건대, 거래량이 10만 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빠져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도표 3> 전국 아파트 거래량 및 가격 추이 (1996.1Q~2009.4Q) KSERI 작성
 
 거래량 지표를 보면 1차 폭등기 때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다. 2차 폭등기 때는 수도권에서만 집값이 뛰었고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거래량이 1차 폭등기 때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의 거래량은 1차 폭등기 때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때 가격과 거래량이 단기간에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2차 폭등기 이후인 2007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까지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집값이 일정하게 떨어졌는데(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소폭의 조정기로 나오지만 당시 실거래가 조사됐다면 상당폭 떨어져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3년 1분기부터 급감했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빚을 지고 산 사람들이 몇 분기 후부터 초조한 마음에 집값을 낮춰 내놓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은 2006년 폭등기 이후 거래량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이 2007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것과도 마찬가지다. 이로 미뤄볼 때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에 2~4분기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택 거래 침체기는 어떨까? 2008년 말 집값 급락 후 집값이 죽 빠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부동산에 사활을 건 현 정부는 막대한 부동산 투기 선동책을 동원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쳤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거래량이 1·2차 폭등기보다 매우 미미한 수준임을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거래량 침체가 2분기 이상 지속된다면 가격은 향후 가파르게 급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은 아직 전초전에 불과하다. 특히 2007년 이후의 가격 하락을 경험한 덕(?)으로 이번에는 거래 침체가 가격 하락 본격화로 이어지는 기간이 훨씬 짧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본격화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이 급증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인데,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은 하락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주택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이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에너지는 사실상 모두 바닥났다. 주택 가격이 국민경제와 일반 가계의 평균적 체력 수준까지 ‘정상화’돼 새로운 수요층이 생겨날 때까지 긴 침체 기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무리 현 정부가 추가로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려 해도 지금의 집값은 국민경제와 가계의 평균적 체력에 비해 너무 높다. 그런 집값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조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때문에 집값 하락이 멈추거나 단기적 반등세를 나타내는 국면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제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과도하며 향후 어떤 식으로 꺼질지 추정해보자. <도표 4>는 한·미·일 3국의 물가지수와 명목 주택 가격 추이, 그리고 두 지수의 차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 지수(케이스-실러 지수)는 한국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응하는 미국 10대 도시 가격지수를 사용했으며, 일본 역시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의 주택용 지가지수를 사용했다.

 이 <도표4>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주택 가격이 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물가수준을 지속적으로 뛰어넘어 무한히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 때 상당 기간에 걸쳐 물가수준을 뛰어넘어 버블 주택 가격이 유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긴 흐름에서 보면 결국 물가수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 <도표4>
 
 우선, 일본을 보면 1986년부터 주택 가격이 급상승해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3년께에야 물가지수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버블 붕괴 시기에 부실채권 정리와 건설·금융업 등의 구조조정 지연,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 부동산 버블 붕괴 여파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물가지수 이하 수준에서도 상당 기간 주택 가격이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후반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약간 상회했으나, 이후 1990년대 내내 물가지수 수준을 밑돌았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2006년 6월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거품이 꺼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우 2008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지만, 부동산 버블이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 사이의 갭은 부동산 버블 정점기의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주택 가격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동반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설사 미국·일본과 같은 집값 폭락 양상이 일어나지 않고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해도 주택 가격의 대세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1차 버블기 때는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넘어서 2년 10개월 상승한 다음 물가지수 수준까지 다시 내려가는 데 4년 3개월가량 걸렸다. 2000년대 2차 버블기 때는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 이상에서 상승한 기간이 7년 8개월이었다. 또한 물가지수와 주택 가격 간의 갭도 1차 버블기 정점인 1991년 4월에는 75 수준인데, 2차 버블기 정점인 2008년 6월에는 206.7까지 벌어졌다. 2차 버블기의 상승 기간과 물가지수 간의 갭이 1차 때에 비해 각각 2.7배가량 되는 셈이다. 만약 현재의 부동산 버블이 1990년대 초반처럼 해소된다고 하면, 버블 정점기인 2008년 6월을 기준으로 약 11년 6개월가량 지나야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에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앞으로는 인구 감소와 저성장 시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아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알다시피 2010년대 한국의 주택시장은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격히 진행되는 만큼 그 충격 또한 어느 나라보다 깊고 클 것이다. 그런데도 근시안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정부와 정치권은 그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부실한 상태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주택시장은 1990년대 버블 붕괴기의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어느 정도 억지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도한 버블일수록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자본주의 역사가 거의 한 차례 예외도 없이 입증한 바다. 한국만 예외일 것이라는 생각은 허무맹랑한 공상에 가깝다. 부동산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버블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게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현 정부는 올 들어 주택시장의 침체가 심각해지자 부동산 부양 카드를 다시 꺼내들 태세다. 이미 3월 들어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한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기로 한 데 이어 대한주택보증을 통한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을 계속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 한도도 기존 5천억 원에서 1조 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부동산 부자를 핵심 정치 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는 분위기를 봐서 언제든 또 다른 부양책을 가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건설업계의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준다고 한들 주택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보라고 하자. 이미 절대다수의 국민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집값을 유지한 채 이미 마른 수건을 짜내듯 마지막 남은 수요까지 다 짜내 부동산 투기 부양을 한 결과 지금 가격대에 집을 살 수요는 이미 거의 고갈됐다. 이런 판에 분양가를 내리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계속 분양가를 올리면 아파트가 팔릴까.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연장은 생각해보나 마나다. 그동안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미분양이 급증한 것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전면에 내걸고 온갖 마케팅을 펼쳤지만 대규모 미분양이 난 것이다. 그동안 효과가 없었는데, 양도소득세 혜택을 연장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리 없다.

 문제는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은 주택시장을 오히려 장기 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가 부지기수로 ‘좀비 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까지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의 건설·토목 산업 종사자 수는 1991년 604만 명에서 1996년에는 676만 명으로 오히려 72만 명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 명에서 1450만 명으로 113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의 건설·토목 관련 업체 수를 보면 60만2천 개에서 64만7천 개로 약 4만5천 개가 늘어났다.

 부동산 버블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이 일고,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건설 경기 또한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난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 대폭 늘어났다. 부실기업이 제대로 퇴출됐다면 살 수 있었던 기업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 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이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사이토 세이치로는 “19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 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 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 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주택대출 규제를 푼 결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4조 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났다. 나중에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들어설 무렵 마중물로 쓸 수 있는 돈을 버블을 키우는 방향으로 써버린 것이다. 또 주택시장에서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의 급증으로 공급 과잉의 신호가 명백한데도 서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용·매매용·투기용 주택만 계속 짓게 한다. 3 조 원에 이르는 미분양 물량 매입과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건설업체에 자금을 공급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그렇게 해서 외환위기 이전보다 부동산 버블기에 3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 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계속 분양 물량을 토해내고 있다.

 부동산 버블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경제가 언제까지 먹여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건설업체의 위기를 다시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은 형평에맞지 않는다.

 지금 국내외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건설업계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제조 중소기업, 저소득계층 등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계층이 적지 않다. 그런데 굳이 건설업계를 최우선으로 도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전체의 50%가 넘는 비정규직,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도산하는 중소 제조업체, 사실상 폐업 직전인 자영업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등 정부 예산이 가야 할 곳은 천지다. 그런데 경제적 약자에게는 쥐꼬리만 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별대우를 해야 할 근거라도 있는가.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 정부는 자신의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ㅈ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 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재벌급 건설업체 가운데 단 하나라도 쓰러졌단 말인가.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한국의 주택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는 게 순리다. 현재 집값 수준은 고점에서 어느 정도 빠지기는 했으나 큰 틀에서 볼 때 부동산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다. 이를 거부하고 또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장기 침체를 부르는 조치라는 점을 정부와 건설업계는 깨닫기 바란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485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13. 14:07

오늘자 머니투데이 기사로 아래 기사가 났네요.

당시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이 인천 청라와 송도에서

'청약 대박'이 일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띄우기에 열을 올렸지요.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확 바뀌었습니다.

그때 저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마라'고 선동에 휘둘리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정말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주택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했다면 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경고였습니다.

인천 청라에 물린 사람들이 무리하게 빚을 낸 서민 가계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참고바랍니다.

 

 

 

1년전 웃돈 1억 청라 "분양가에라도 팔아주오"(머니투데이 기사)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041216220531703&outlink=1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마라(지난해 아고라에 쓴 제 글)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104968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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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13. 12:21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주택시장의 대세하락세가 완연해지자, 이 같은 현실을 호도하는 각종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궤변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의 ‘물타기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들 주장 가운데 대표적인 주장 10가지를 골라 짧게 논평해보겠습니다.



1. DTI규제 때문에 주택 거래 침체가 왔다?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집값 때문이다. 현재 수준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도 다 사버려 투기적 가수요마저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9월 DTI규제 시행 두세 달 전부터 거래 침체는 시작되고 있었다.


2. 건설업계 위기는 한국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주택시장과 건설업계를 부양해야 한다?


아니다. 현재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다. 건설업계 부양을 위해 언제까지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줘야 한다는 말인가. 또 이런 부동산 부양책과 건설 부양책을 주장하는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부인한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는데 왜 부양책을 쓰야 하는가? 현재 집값은 여전히 너무 높다. 지금은 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다.


3. 전세가 상승은 주택 수요가 얼마든지 있다는 증거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니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향후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감하면서 매매 포기자와 주택 매도 후 전세 전환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병목현상’이다. 또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집 주인들과 언론의 선동보도의 결과물이다. 오히려 향후 집값 대세하락의 강력한 전조다.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 직전과 본격 하락 초기에 임대료가 고공비행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도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넘쳐나는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전세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


4. 2000년대 초반부터 집값 거품 붕괴를 경고한 연구기관이 있었지만, 이후 주택 가격은 계속 올랐다. 그러니 현재 경제연구소들의 경고와는 달리 앞으로도 주택 가격은 오른다?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그때는 주택 가격이 외환위기 시점의 바닥에서 출발해 기나긴 대세상승기였고, 지금은 주택 가격이 꼭지점을 찍고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과 가계의 대출 여력이 충분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무분별한 대출을 하면 한국경제가 정말 경착륙하게 된다.


5. 주택시장 침체가 온 요즘이 집을 살 적기다?


4번 주장의 변형된 주장이다. 주택거래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지역에서 집값이 급매물 위주로 급락하자 지금이 집을 살 적기인 것처럼 선동하는 주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사이클이 매우 길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파동을 그린다. 지금 집값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나 현재의 집값은 고점 대비 여전히 어깨 정도 수준일 뿐이다.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아 있다. 지금 집을 샀다가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 초기에 집값이 싸다고 무리하게 빚을 내 덤벼들었다가 장기간에 걸쳐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도표] 부동산 파동기로 본 현재 집값 수준과 부양책의 적실성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작성. 국민은행 가격조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서울의 한강 이남 11개구의 주택가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나타냈다. 흔히들 국내 집값은 계속 오른다고 알고 있지만, 국내 집값도 10여년 이상의 주기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말 이후 실질 주택 가격은 고점을 찍고 내려왔으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시기임을 알 수 있다. 

 

 


6. 주택유효 연령대 인구가 줄어도 1인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하니 집값은 오른다?


1인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1인가구의 대부분은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집값이 너무 높아 결혼하지 못하는 노처녀 노총각이거나 급속한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이다. 1인가구의 평균 소득은 2인가구 이상 소득의 40%에 불과하고, 그들의 76%는 월 소득 200만원 이하다. 이른바 고소득 1인가구로 볼 수 있는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은 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추가 주택 구매 유인이 없는 ‘기러기아빠’ 같은 부류가 다수다. 따라서 1인가구 대부분은 전월세 시장의 수요층이며 주거복지 대상이지 최소 3,4억 이상 되는 수도권 매매 아파트의 수요자가 아니다. 1인 가구 증가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면 왜 1인 가구 비중이 30%를 상회했던 일본 도쿄에서 10여년 이상 집값이 떨어졌나?


7. 오를 곳은 오른다?(‘지역적 차별화’ ‘지역적 양극화’도 같은 주장의 다른 표현이다.)


현재 주택시장의 압도적 현실을 눈속임하기 위한 하나마나한 주장이다. 주식 폭등장에도 하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고, 폭락장에도 상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다. 그렇다고 폭락장이 폭등장으로 바뀌는가?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습니다. 과거 명품아파트, 강남불패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중대형 평형들이 모두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은 이미 ‘하락 세븐’으로 바뀌었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주장을 뒤집어 보면‘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르는 곳보다는 내리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지는 국면에서도 이들은 절대 내린다는 말은 절대 입에 담지 않습니다. 이는 절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놓지 않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거품이 많이 낀 곳일수록 오를 때 많이 오르지만, 내릴 때 많이 내린다. 물론 절대 가격은 서울 강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비싸겠지만, 거품기 고점 대비 낙폭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8.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유입되면 금방이라도 주택가격은 치솟을 수 있다?


다분히 선동 소재일 뿐이다. 2000년대 주택 가격 상승 패턴을 보면 주택 가격은 가계 부채가 급증할 때 상승했다. 주택 대출 증가율이 급감한 지금 과거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능하다. 또한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아니라 국토부 계획 상으로도 27조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통합한 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며 사업대상지를 계속 줄이고 있다. 지방 각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실제 토지보상금은 27조원도 안 풀릴 가능성이 높다. 설사 27조원이 풀린다 해도 2007~2008년에도 25조원 가량 풀렸다. 그때 토지보상금 때문에 집값이 뛰었나? 또한 필자가 판교와 은마아파트 매입자 실태를 분석해본 결과 토지보상금을 받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해당 지역에 살지 않으면서 차입액이 1억원 이하인 경우)는 불과2%에도 지나지 않았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니 심리전 차원에서 집값을 떠받치려는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새로운 삐끼질일 뿐이다.  



9. 노무현 정부가 올린 집값을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잡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수도 없이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건설족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 마구 휘둘렸다. 또한 어떻게 해야 주택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지 몰랐다. 무능했고, 무기력했고, 도덕적해이로 넘쳐났다.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시작된 뒤 주택 시장 주택시장 침체가 오다 보니 일어나는 착시현상이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가 이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주택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모르는 데서 오는 착각의 소치다.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의 추가 수요 고갈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시장 압력에 따라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태가격 하락이 현 정부의 각종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 오히려 현 정부는 내각의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들이며, 자신들의 핵심 정치적 기반 또한 부동산 부자들이어서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사활을 건 정부다. 경제 위기 이후 투기 조장책과 대규모 토건 부양책, 부동산 감세 정책에서 이미 봐온 바다. 지금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최대한 막기 위해 향후 한국경제에 닥칠 부담을 뻔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출구 전략을 지연시키기 위해 한국은행 총재까지 꼭두각시를 내세웠다. 요약하자면, 현재 집값은 이명박 정부 ‘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명박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기 조절 기제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다.


10. 보금자리 주택 공급 추진 때문에 미분양이 늘고 있다?


아니다. 이 또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 추진과 주택시장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과정에서 생겨난 착시일 뿐이다. 미분양이 느는 것은 기본적으로 2000년대 내내 건설업체들이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너무 높은 집값 수준에서는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가계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건설업계는 요구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지금도 일반 가계의 ‘고분양가 거부증’이 심각한데, 분양가를 더 높이고 싶으면 더 높여보라. 경제위기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았더니 고분양가로 화답하는 건설업체들은 더 이상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한편 수도권 외곽의 민간 분양과 달리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고, 언론들과 합작한 ‘반값아파트’ 여론 조작 때문에 보금자리 주택의 청약률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밝혔듯이 보금자리 주택과 민간 분양 주택의 청약 대상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과거 같으면 한두 군데 청약률이 좋다고 대부분의 청약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있었나? 더구나 입주할 수 있는 보금자리 주택이 단 한 채도 공급되지 않은 사전예약 단계에서 무슨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는가? 그런 식이라면 왜 판교신도시 공급 때는 집값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집값이 폭등했나? 이 또한 일반 가계들을 무차별적으로 선동하던 건설업계와 부동산 정보업계,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자신들의 선동 주장이 무색해지니 보금자리를 제물로 삼아 면피하려는 것일 뿐이다.


참고로, 보금자리 주택은 절대 ‘반값 아파트’가 아니다. 필자가 예전에 설명한 바 있듯이 ‘토지 조기 보상+턴키 입찰 시공’은 고비용 구조 아파트다. 다만 정부가 그린벨트 싼 땅을 풀어서 짓는데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주변 지역에 워낙 거품이 많이 끼어 상대적으로 싸 보일 뿐이다. 이미 사전예약 단계에서 서울 강남 지역 이외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90%에 육박하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 구조로 볼 때 향후 분양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 거품이 계속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몇 년 후 입주 시점에는 보금자리 주택은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시세 초과 아파트’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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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4. 13.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