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기에 그동안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방향으로, 집을 사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부동산에 지금이라도 투자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을 때 그런 사람들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부동산 투자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근거들을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라면 “앞으로 집값이 상당 기간 떨어질 테니 몇 년간은 집을 쳐다보지도 말라”고 말하겠는가? 아마 그러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정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몇 년 안에 밥줄 끊기기 십상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이들도 집값에 대해 항상 오를 거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집값에는 대체로 기복이 있는데, 항상 오른다고 해서야 자신들의 말이 엉터리임이 금방 뽀록날 테니 말이다. 특히 상황이 압도적일 때는 그들도 표현을 조금씩 바꾼다. 예를 들어, 2008년 여름까지도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했던 상당수의 사람들은 수도권 집값이 급락했던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초에 들어가자 “집값이 한동안은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에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이번에는 다시 ‘집값이 바닥을 쳤다’ ‘이제는 대세 상승이다’라고 많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말을 바꿨다. 그러다 또 다시 연초에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상저하고’라는 식을 말을 바꾸더니 이제는 "긴 조정이 지속될 것이다’ "대세상승은 끝났다. 하지만 폭락은 없다’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술 더 떠 "오히려 주택시장이 침체인 지금이 집을 사야 할 적기"라는 선동을 내놓는 뼈 속까지 선동꾼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구사하는 편리한 어법 가운데 하나는 “향후 1~2년까지는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그 이후에는 집값이 다시 뛸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소위 가격이 조금 하락할 때 사놓으면 나중에 다시 오르니까 사라는 식의 조언이다. 이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팔려 주식을 매도할 때 주식을 사라는 격언처럼 상당수 사람들이 주택 가격을 매도하려 할 때 집을 사두라는 식으로 선동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빠른 속도로 집값이 회복했을 때를 거론하며 ‘오히려 지금이 집을 사야 할 적기’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선동은 스스로도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 가운데 내놓는 선동에 불과하다. 그들은 우선,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이 주식시장의 사이클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식시장은 이른바 ‘단타매매’가 가능하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일반 가계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필자가 여러 차례 설명한 것처럼 주택시장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보면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파동을 그린다. 이미 몇 차례 사용한 아래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 주택시장도 국민은행 가격지수가 작성된 1986년 이후 1차 버블기를 거쳤고, 이제 2000년대 내내 지속됐던 2차 버블 상승기도 수도권 핵심지역의 경우 2006년말,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우 2008년 상반기를 고점으로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있다. 2007년 이후로는 집값은 높이 유지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와 매수자의 기대가격의 심한 괴리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 사실 2008년 하반기부터 세계적 경제위기와 함께 부동산 버블 붕괴 초기에 진입했으나 현 정부의 사활을 건 부동산 부양책에 의해 저지됐다. 하지만 지연됐던 부동산 버블 붕괴가 다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도표1] 부동산 파동기로 본 현재 집값 수준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작성. 국민은행 가격조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서울의 한강 이남 11개구의 주택가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나타냈다. 흔히들 국내 집값은 계속 오른다고 알고 있지만, 국내 집값도 10여년 이상의 주기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말 이후 실질 주택 가격은 고점을 찍고 내려왔으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와 현재는 부동산시장 사이클 측면에서 현저히 다른 국면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집값은 신체로 비유하자면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 죽지 정도까지 내려왔지만, 여기에서 다시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갈 일은 앞으로 대부분 지역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주택시장 사이클 측면에서 볼 때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반 가계가 잔뜩 빚을 내 지금 집을 산다고 해보라. 장기간에 걸쳐 돈을 묵히면서 집값 때문에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내야 하는 이자비용과 세금, 그리고 자산 가치 하락, 기회비용 손실 등을 생각해보라.


그런데도 이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줄기차게 집을 사라는 얘기만 해왔다. 집값이 떨어지면 지금 싸니까 사라고 하고, 집값이 오르면 더 오르기 전에 사라고 하는 식이다. 이들은 집값이 오르나, 내리나 ‘늘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고밖에 표현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들리지 않도록 포장하는 것이 이들의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그들은 집값이 떨어질 만한 요인들은 생략한 채 계속 집값이 오를 이유들만 포장해내는 데는 도가 텄다. 그렇게 들고 나온 이유들이 소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을 때까지는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은 계속 오른다’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된 나라에서는 수도권 집값은 떨어질 수가 없다’ ‘매년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어나니 집값이 안 떨어진다’ ‘향후 1인가구가 계속 늘어나므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돼도 주택 수요가 줄지 않는다’ ‘교육 여건과 생활여건이 좋은 강남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시중 부동자금이 갈 곳은 결국 부동산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더 풀리면 집값이 뛴다’ ‘토지 보상금이 풀리면 다시 집값이 뛴다’ ‘어느 어느 지역은 이런 저런 호재로 뛸 수밖에 없다’는 등의 주장들이다. 이들 주장은 부분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요인들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저런 선동적 요소들이 모두 현재의 집값 거품을 키우는데 일조했고,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요인들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다. 또한 주택보급률 문제, 1인가구 문제, 수도권 인구 집중, 지역적 양극화 등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얼마나 근거가 빈약한 낭설인지를 충분히 설명했다. 필자의 글을 그동안 꾸준히 읽어온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혹자는 ‘지금까지는 이들의 주장이 대체로 맞지 않았느냐’라고 반론할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주장이 2008년 초까지는 대체로 맞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집값 대세상승기 동안에는 어떤 엉터리 이유를 갖다 대도 그 주장이 대체로 맞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떤 이유로든 이들의 주장이 대중적으로 영향력을 갖게 되면 이들의 주장 자체가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은 부동산 재테크 관련 사이트나 이들 스스로가 만든 웹사이트,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선동적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여과 없이 대중들에게 전달된다.

        


문제는 집값 사이클이 변곡점을 지나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그들의 주장이 맞을까 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동안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부동산 사이클을 전망해왔다면, 그들은 대세하락기에는 집을 사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럴 만한 객관적으로 검증된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게 판단한다 한들 집값 상승기 때와 마찬가지 목소리로 집값 하락을 예측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이미 우리 연구소를 비롯해 상당수의 경제연구소들이 집값 대세하락을 경고하는 (물론 이들은 우리 연구소처럼 주택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못하다 보니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어 있는데도, 향후 몇 년 안에 대세하락한다고 주장한다) 시점에서도 이들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대세하락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쓰는 표현은 ‘긴 조정’ ‘긴 보합’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결코 ‘매도’의견을 내지 않는 국내 증권사들처럼 절대 하락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리고 집값이 오르나 내리나 늘 그들은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고 표현한다.


각 가계가 집을 사거나 팔거나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하지만 적어도 ‘주택 시장 침체기인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는 일부 선동가들의 선동에 현혹돼 무리하게 빚을 지고 집을 사는 우를 범하지는 말기를 당부한다.


끝으로,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때 언론들이나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말했는지를 살펴보면 판단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 도쿄 등 3대 도시 주택지의 가격 추이를 나타낸 <도표2>에 당시 일본 언론 등을 통해 많이 나왔던 말들을 정리해보았다. 어떤가. 2000년대 국내에서 내내 너무나 익숙하게 들은 말들이지 않은가. 특히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에도 “집값이 떨어졌을 때 집을 사라” “지금 집 안 사면 앞으로 영원히 집을 살 수 없다”는 등의 감언이설이 난무했다. 그런데 수년 후 언론과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다른 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집을 처분해라!” 그런데 그 사이에 집을 샀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됐을까.

 


 

 (주)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485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15. 12:07
며칠 전 제 블로그에 띄웠던 글인데, 어제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더니 조회수가 10만회에 육박했네요. 어제 다음 탑화면에서도 상당 시간 노출됐고 댓글 수가 900개를 넘은 것으로 봐서 다음의 조회수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 아고라와 저희 연구소포럼, 제 블로그에서 읽은 분들의 조회수만 해도 3만회 가까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충 생각해도 20만 회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글입니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여주신 글이기에 다시 한 번 소개드립니다. 오마이뉴스가 편집을 잘 했기에, 오마이뉴스 편집판으로 다시 소개합니다. 다시 한 번 뜨거운 반응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40~60대가 만든 '부동산 거품', 2030 죽는다
결혼도 못 하고 애도 못 낳는 세태... 새로운 게임 규칙 만들어야
10.04.13 14:20 ㅣ최종 업데이트 10.04.13 14:20 선대인 (kseri)

50~60대가 만든 게임규칙에 뛰어들어 '거품' 만든 40대

 

현재의 20~30대는 한동안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지금 20~30대의 부모 세대인 50~60대는 달랐다. 이들이 장년기에 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구가했고, 거의 모두가 고도성장의 혜택을 봤다. 급속한 경제성장기에 생산경제 부문의 성장은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경제의 성장도 불러왔다. 기복은 있었지만, 수도권의 집값은 비교적 꾸준히 상승했다. 입지가 좋은 곳에 아파트를 분양받고 두 세 번 옮겨다니면 재산을 쉽게 불릴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현재의 부동산 거품도 이 같은 방식에 익숙한 50~60대가 주도했다. 물론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경제 운용방식과 게임 규칙을 만들어내지 못한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 이를 조장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 또한 그런 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70, 80년대 개발주의 시대 경제운용 방식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줄 정도다. 이렇게 50~60대가 만들어낸 게임의 룰에 세대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가 뛰어들어 현재의 버블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30대는 어떤가? 상당한 상류층 집안 출신이나 상위 5% 안에 드는 소득을 갖지 않았다면 현재의 집값 거품을 마음껏 즐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뛰는 집값에 전전긍긍하다 집값이 상당히 오른 뒤 빚을 잔뜩 안고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쯤은 떨어지는 집값에 불안해 할 것이다.

 

강남 진입은 어려웠을 테고 수도권이나 강북의 중소형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빚을 내 집을 살 수도 없었던 30대는 오르는 집값을 보며 정부를 욕하거나 신세 한탄만 했을 것이다.

 

30대, 뛰는 집값에 전전긍긍...'88만원 세대'인 20대는?

 

  
가계 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다. 사진은 김포한강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
ⓒ 김포한강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30대가 이런데 20대는 오죽하겠는가? '88만원 세대'로 표현되듯 한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20대가 집값 거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아마 자신의 삶과는 상관없는 딴 나라 얘기로 여길 것이다. 필자가 실제로 20대를 위한 강연에 나가보면 부동산 거품이 젊은 세대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큰데도 그런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풍족한 경제 환경에서 자란 20, 30대는 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경제적, 사회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세대가 짜놓은 게임의 룰에 따라 사회, 경제적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게임판에 휘둘리게 됐다. 기성세대가 하는 방식을 지켜보다 불안해지니 뒤늦게 집값 거품 투기에 가담했다.


하지만 집값 거품이 꺼지고 나면 부모 세대의 게임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경제가 성장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가계 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다. 생산경제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기보다 눈치 빠르게 집 잘 사두는 게 유리한 경제는 발전할 수 없다. 현재의 집값 거품이 꺼지면 빚을 청산하는데 사회 전체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집값 거품에 기대는 기성세대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빚을 너무 많이 내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 새로운 게임 규칙 만들어라

 

그렇다면 이제 경제 전체가 새로운 게임 규칙에 따라 굴러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고, 주도할 세대는 2030세대일 수밖에 없다. 기존 게임 규칙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다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과 전문 능력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동시에 부모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2030세대가 누구의 아들딸인가? 결국 5060세대의 자식일 수밖에 없다. 부모세대가 주도한 집값 거품은 대부분 사람들이 살기 힘든 경제구조를 만들었다. 모두가 오른 집값과 높은 임대료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부모 세대가 주도해서 만든 집값 거품은 당장 부모 세대의 피해로 돌아온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걱정하는 자녀,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 집값 부담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자녀는 누구의 자녀이겠는가? 당장 자녀들을 출가시키려고 해도 과거보다 훨씬 불어난 부담을 느낄 것이다. 또 노후를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집을 줄여가려 해도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놀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는 축구장에서 조금 잘 보기 위해 앞사람이 일어서는 바람에 뒷사람들까지 모두 일어서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각 개인이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집을 사고팔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는 매우 큰 폐해가 생긴 것이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성의 오류(Paradox of Composition)'다.

 

물론 이것은 집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다. 무주택 저소득층과 시기적으로 집 장만이 어려웠던 2030세대는 철저히 착취당하는 게임이었다. 집값 거품은 이처럼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일부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나쁜 사회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정치세력들을 위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제물로 바칠 수는 없다.


집값 거품이 빠지면 한국 경제에 일대 시련기가 닥칠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개발경제 시대의 패러다임에 매달린다면 한국 경제에는 미래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미래는 어떤 것일까?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창출해야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고 한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쪽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한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낸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라 놀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인가? 그렇지 않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다. 싱가포르가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것이 바로 보스턴이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기에 행정구역상으로 60여 만 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다.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 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수많은 인재들이 쏟아져 나온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 등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한다. MIT를 모태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온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꾼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하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된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 정도에 불과한 것과 너무나 비교된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이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이다. 물론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정부, 집값거품 빼기는커녕 더 큰 거품으로 막기에 급급

 

  
콘크리트 중심의 경제로는 희망이 없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다. 사진은 4대강사업 낙동강 22공구 달성보 현장
ⓒ 정수근
4대강사업

그런데 현 정부는 어떤가? 마치 한국경제의 미래가 콘크리트와 아파트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온 국민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 급식비와 차상위 계층의 건강보험 혜택까지 줄여가며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집착하고 있다. 집값 거품을 빼나가기는커녕 더 큰 거품으로 막기에 급급하다.


묻고 싶다. 비정규직 양산과 저임금으로 사람은 천대하면서 땅과 집만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 경제가 사는가? 정부부터 부동산에 돈을 잔뜩 집어넣고, 가계와 기업까지 덩달아 부동산 투기판에 뛰어들게 하면 경제가 사는가? 집값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보다 더 비싸진다고 한국이 초일류 국가가 되는가? 전국 곳곳에 아파트를 즐비하게 짓는다고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는가?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실제로는 기득권층을 위한 집값 거품 유지 정책이다. 하지만 그런 속셈은 감추고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은 오히려 한국 경제를 죽이는 길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한국 경제의 미래인 인재를 키우는 방향에 역행하는 길이다. 이처럼 현 정부는 선진경제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시대착오적인 개발경제 시대로 후진하고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상류층만이 아니라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해 소비자 중심의 경제를 건설해야 한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도 멈춰야 한다.


무엇보다 건설 마피아 거부할 때

 

대신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시설만 만들 게 아니라 우수한 독서지도사와 좋은 강사와 트레이너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이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거대한 예술회관을 짓는데, 수백억 수천억을 낭비할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제대로 된 공연 기획과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문화 예술 시장이 커지고 절로 문화예술 분야 일자리가 늘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10년 후 터질 저출산 고령화 충격에 대비해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한다.


돈을 어디에서 마련하느냐고? 한 해 80조 원에 이르는 공공사업 발주 예산을 줄이고,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정부 예산이 건설과 토목사업에 낭비되고 있는지를, 그래서 어떻게 이를 아낄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국민들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늬만 서민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 대신 5%도 안 되는 공공주택 재고를 OECD가입국 평균 수준인 20~30% 수준에 이를 때까지 획기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그래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후분양제 확대와 공공부문의 원가 공개 등 소비자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설마피아를 거부해야 한다. 건설업체와 관련 정부 관료, 산하 공기업과 연구기관, 정치권 그리고 건설업체들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은 거대한 이권 집단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체 출신으로 '삽질 경제학'의 태두 격인 대통령이 정부의 수반이다.

 

이런 세력들이 내놓는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을 경계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런 세력이 주도하는 부동산 거품 경제, 콘크리트 중심의 경제로는 희망이 없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제는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재구성이 가능하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485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14. 17:18

제목 그대로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료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소장님께서 쓰신 안내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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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 김광수 소장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오는 5 1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연구소를 설립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 대한방직협회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그 선금으로 사무실을 임대하고 책상과 컴퓨터 등 비품을 구입하여 두 명의 연구자로 시작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주위의 만류도 많았으며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오늘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동안 저희 연구소를 지켜봐 주시고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이에 조촐하게나마 창립 10주년 기념세미나를 아래와 같이 개최하여 보답코저 하오니 공사다망 하시더라도 왕림하시어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다시 한번 격려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창립 10주년 기념세미나 안내 -

 


1. 일시 : 2010 5 6() 오후 3-6

 

2. 장소 :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전문건설공제조합 대강당(4)

               (오시는 길 안내 참조)

 

3. 주최 :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후원) 오마이뉴스

 

4. 세미나 주 : 10년간의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향후 전망

    1) 3:00 3:10 : 인사말씀

    2) 3:10-4:30 : 10년간의 한국경제 진단과 향후 전망 - 김광수 소장

    3) 4:30-5:30 : 10년간의 부동산시장 진단과 향후 전망 - 선대인 부소장

    4) 5:30-6:00 : 질의응답

 

5. 참가 신청 : 세미나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께서는 아래의 이메일로 (소속/회사명, 성함, 직책, 참석인원)을 기입하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참가신청 이메일 : kseri10@kseri.co.kr

 

6. 기타 : 세미나 자료는 현장에서 직접 판매할 예정입니다.

 

 

(세미나 행사장 오시는 길 안내도)

 


 

 

(참고)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록 세미나 회의장 좌석이 600석이기는 하지만 신청자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에는 조기에 신청을 마감할 수 있으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께서는 미리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13.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