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주택시장의 대세하락세가 완연해지자, 이 같은 현실을 호도하는 각종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궤변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의 ‘물타기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들 주장 가운데 대표적인 주장 10가지를 골라 짧게 논평해보겠습니다.



1. DTI규제 때문에 주택 거래 침체가 왔다?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집값 때문이다. 현재 수준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도 다 사버려 투기적 가수요마저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9월 DTI규제 시행 두세 달 전부터 거래 침체는 시작되고 있었다.


2. 건설업계 위기는 한국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주택시장과 건설업계를 부양해야 한다?


아니다. 현재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다. 건설업계 부양을 위해 언제까지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줘야 한다는 말인가. 또 이런 부동산 부양책과 건설 부양책을 주장하는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부인한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는데 왜 부양책을 쓰야 하는가? 현재 집값은 여전히 너무 높다. 지금은 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다.


3. 전세가 상승은 주택 수요가 얼마든지 있다는 증거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니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향후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감하면서 매매 포기자와 주택 매도 후 전세 전환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병목현상’이다. 또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집 주인들과 언론의 선동보도의 결과물이다. 오히려 향후 집값 대세하락의 강력한 전조다.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 직전과 본격 하락 초기에 임대료가 고공비행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도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넘쳐나는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전세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


4. 2000년대 초반부터 집값 거품 붕괴를 경고한 연구기관이 있었지만, 이후 주택 가격은 계속 올랐다. 그러니 현재 경제연구소들의 경고와는 달리 앞으로도 주택 가격은 오른다?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그때는 주택 가격이 외환위기 시점의 바닥에서 출발해 기나긴 대세상승기였고, 지금은 주택 가격이 꼭지점을 찍고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과 가계의 대출 여력이 충분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무분별한 대출을 하면 한국경제가 정말 경착륙하게 된다.


5. 주택시장 침체가 온 요즘이 집을 살 적기다?


4번 주장의 변형된 주장이다. 주택거래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지역에서 집값이 급매물 위주로 급락하자 지금이 집을 살 적기인 것처럼 선동하는 주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사이클이 매우 길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파동을 그린다. 지금 집값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나 현재의 집값은 고점 대비 여전히 어깨 정도 수준일 뿐이다.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아 있다. 지금 집을 샀다가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 초기에 집값이 싸다고 무리하게 빚을 내 덤벼들었다가 장기간에 걸쳐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도표] 부동산 파동기로 본 현재 집값 수준과 부양책의 적실성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작성. 국민은행 가격조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서울의 한강 이남 11개구의 주택가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나타냈다. 흔히들 국내 집값은 계속 오른다고 알고 있지만, 국내 집값도 10여년 이상의 주기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말 이후 실질 주택 가격은 고점을 찍고 내려왔으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시기임을 알 수 있다. 

 

 


6. 주택유효 연령대 인구가 줄어도 1인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하니 집값은 오른다?


1인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1인가구의 대부분은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집값이 너무 높아 결혼하지 못하는 노처녀 노총각이거나 급속한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이다. 1인가구의 평균 소득은 2인가구 이상 소득의 40%에 불과하고, 그들의 76%는 월 소득 200만원 이하다. 이른바 고소득 1인가구로 볼 수 있는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은 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추가 주택 구매 유인이 없는 ‘기러기아빠’ 같은 부류가 다수다. 따라서 1인가구 대부분은 전월세 시장의 수요층이며 주거복지 대상이지 최소 3,4억 이상 되는 수도권 매매 아파트의 수요자가 아니다. 1인 가구 증가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면 왜 1인 가구 비중이 30%를 상회했던 일본 도쿄에서 10여년 이상 집값이 떨어졌나?


7. 오를 곳은 오른다?(‘지역적 차별화’ ‘지역적 양극화’도 같은 주장의 다른 표현이다.)


현재 주택시장의 압도적 현실을 눈속임하기 위한 하나마나한 주장이다. 주식 폭등장에도 하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고, 폭락장에도 상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다. 그렇다고 폭락장이 폭등장으로 바뀌는가?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습니다. 과거 명품아파트, 강남불패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중대형 평형들이 모두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은 이미 ‘하락 세븐’으로 바뀌었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주장을 뒤집어 보면‘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르는 곳보다는 내리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지는 국면에서도 이들은 절대 내린다는 말은 절대 입에 담지 않습니다. 이는 절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놓지 않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거품이 많이 낀 곳일수록 오를 때 많이 오르지만, 내릴 때 많이 내린다. 물론 절대 가격은 서울 강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비싸겠지만, 거품기 고점 대비 낙폭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8.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유입되면 금방이라도 주택가격은 치솟을 수 있다?


다분히 선동 소재일 뿐이다. 2000년대 주택 가격 상승 패턴을 보면 주택 가격은 가계 부채가 급증할 때 상승했다. 주택 대출 증가율이 급감한 지금 과거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능하다. 또한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아니라 국토부 계획 상으로도 27조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통합한 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며 사업대상지를 계속 줄이고 있다. 지방 각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실제 토지보상금은 27조원도 안 풀릴 가능성이 높다. 설사 27조원이 풀린다 해도 2007~2008년에도 25조원 가량 풀렸다. 그때 토지보상금 때문에 집값이 뛰었나? 또한 필자가 판교와 은마아파트 매입자 실태를 분석해본 결과 토지보상금을 받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해당 지역에 살지 않으면서 차입액이 1억원 이하인 경우)는 불과2%에도 지나지 않았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니 심리전 차원에서 집값을 떠받치려는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새로운 삐끼질일 뿐이다.  



9. 노무현 정부가 올린 집값을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잡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수도 없이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건설족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 마구 휘둘렸다. 또한 어떻게 해야 주택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지 몰랐다. 무능했고, 무기력했고, 도덕적해이로 넘쳐났다.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시작된 뒤 주택 시장 주택시장 침체가 오다 보니 일어나는 착시현상이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가 이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주택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모르는 데서 오는 착각의 소치다.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의 추가 수요 고갈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시장 압력에 따라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태가격 하락이 현 정부의 각종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 오히려 현 정부는 내각의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들이며, 자신들의 핵심 정치적 기반 또한 부동산 부자들이어서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사활을 건 정부다. 경제 위기 이후 투기 조장책과 대규모 토건 부양책, 부동산 감세 정책에서 이미 봐온 바다. 지금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최대한 막기 위해 향후 한국경제에 닥칠 부담을 뻔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출구 전략을 지연시키기 위해 한국은행 총재까지 꼭두각시를 내세웠다. 요약하자면, 현재 집값은 이명박 정부 ‘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명박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기 조절 기제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다.


10. 보금자리 주택 공급 추진 때문에 미분양이 늘고 있다?


아니다. 이 또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 추진과 주택시장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과정에서 생겨난 착시일 뿐이다. 미분양이 느는 것은 기본적으로 2000년대 내내 건설업체들이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너무 높은 집값 수준에서는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가계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건설업계는 요구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지금도 일반 가계의 ‘고분양가 거부증’이 심각한데, 분양가를 더 높이고 싶으면 더 높여보라. 경제위기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았더니 고분양가로 화답하는 건설업체들은 더 이상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한편 수도권 외곽의 민간 분양과 달리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고, 언론들과 합작한 ‘반값아파트’ 여론 조작 때문에 보금자리 주택의 청약률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밝혔듯이 보금자리 주택과 민간 분양 주택의 청약 대상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과거 같으면 한두 군데 청약률이 좋다고 대부분의 청약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있었나? 더구나 입주할 수 있는 보금자리 주택이 단 한 채도 공급되지 않은 사전예약 단계에서 무슨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는가? 그런 식이라면 왜 판교신도시 공급 때는 집값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집값이 폭등했나? 이 또한 일반 가계들을 무차별적으로 선동하던 건설업계와 부동산 정보업계,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자신들의 선동 주장이 무색해지니 보금자리를 제물로 삼아 면피하려는 것일 뿐이다.


참고로, 보금자리 주택은 절대 ‘반값 아파트’가 아니다. 필자가 예전에 설명한 바 있듯이 ‘토지 조기 보상+턴키 입찰 시공’은 고비용 구조 아파트다. 다만 정부가 그린벨트 싼 땅을 풀어서 짓는데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주변 지역에 워낙 거품이 많이 끼어 상대적으로 싸 보일 뿐이다. 이미 사전예약 단계에서 서울 강남 지역 이외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90%에 육박하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 구조로 볼 때 향후 분양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 거품이 계속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몇 년 후 입주 시점에는 보금자리 주택은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시세 초과 아파트’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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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4. 13.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