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국내 기득권세력들의 엉터리 주장들은 때로는 매우 그럴듯한 원론적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세금이 오르면 기업 경쟁력 떨어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등등. 그런데 이런 건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라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늘 '모든 조건이 동일'합니까? 법인세를 깎아주면 (대)기업들은 좋지만 모자란 세수를 부가세에서 걷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대다수 서민들 세금 부담은 늘고 물가는 오르고, 물가가 오르니 내수는 위축되겠죠? 내수가 위축되면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요. 이게 현실경제의 메커니즘입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니 이에 대한 수요, 즉 고용이 준다는 게 미시경제학의 원론적 주장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최저임금이 그 나라 국민들의 소득수준에 비해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게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연구결과입니다. .
오히려 거시경제 관점에서 보면 최저임금이 낮아 노동자들 소득이 줄면 결국은 기업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유효수요도 줄고, 이는 결국 기업의 일자리 창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시경제 관점에서 통하는 얘기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반대로 작동하는 겁니다.
이처럼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현실의 진공상태’에서 아주 단순한 변수만으로 도출한 원리를 복잡다단한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 매우 위험합니다. 경제현실을 올바르게 설명하기 위해 이론과 모델이 있는 것이지, 이론과 모델에 꿰맞추기 위해 현실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많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주장이 이처럼 구체적인 경제현실을 분석하지 않고 한 단면만을 설명하는 원리 등을 가져와 기득권 옹호에 활용합니다. 법인세가 오르면 기업 활동 위축된다는 게 그런 식이죠. (한국경제규모에 한국처럼 법인세 낮은 나라가 어디 있나?) 그런데 그 결과 세수가 부족해 부가세가 오르면 서민경제가 위축된다는 얘기는 절대 안 합니다.
세목이나 세율 조정도 그 나라 살림살이에 필요한 적절한 세수를 어떻게 형평성 있게 마련하느냐 하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경제학 원론의 한 부분만으로 그 복잡한 진단과 분석을 대체해 버리는 겁니다. 그런 식이라면 법인세뿐만 아니라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나 유류세나 모두 내려야죠.
저는 시장원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지만, 한편으로는 가능하면 시장원리가 건전하게 잘 작동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국내 기득권세력들이 주장하는 ‘시장원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시장원리'를 참칭하며 사실상 시장원리를 욕보이는 겁니다. 재벌을 옹호하고, 독과점담합에 침묵하고, 친시장을 친소비자가 아닌 친기업이라고 부르짖는 게 시장원리라니? 그런 건 시장원리가 아닙니다. 기득권 옹호 논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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