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사를 보다가 왜곡이 좀 심하다고 판단되는 기사는 하나씩 퍼와서 실제와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현실인식을 갖게 하는 엉터리 언론보도를 바로잡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의 해결도 어렵고, 선량한 일반인들이 너무나 많은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언론사와 기자의 실명을 밝혀 실명비판을 하겠습니다. 꾸준히 이런 글을 띄워 기자들에게 경각심도 불러일으킬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시간이 나는대로 해볼 요량이니 간격은 일정치 않을 겁니다. 제가 전직 신문기자였고 또 부동산 문제가 제 전문분야인 만큼 이 같은 일을 할 적임자가 아닐까 판단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6월17일 발표한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대해 제가 보기에 가장 엉터리 왜곡보도가 심한 아시아경제의 기사와 이와 대비되는 이데일리 기사를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 11개월내 '최고' (아시아경제 황준호기자)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090617110514045&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communitytopright=estatenews1

 

 

또한 실거래가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 강남 개포 주공 1단지(3층)로 지난달 대비 6000만~7000만원이 오른 9억6000~9억7000만원인 것으로 신고됐다. 이어 서초동 반포 에이다이디 차관 아파트(2층)가 10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달 대비 최고 6500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북에서는 서울 도봉구 창동 상계 주공 17단지(10층)가 지난달 대비 400만원가량 상승한 1억31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기록됐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는 서현 시범 우성아파트(10, 13층)가 6억1500만원~6억3500만원 사이에서 거래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5월의 실거래가가 오른 곳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5월 실거래가가 전반적으로 다 오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링크한 국토부 보도자료를 한 번 열어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mltm.go.kr/USR/N0201/m_71/dtl.jsp?id=155354605

 

오히려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가격이 내린 사례가 더 많습니다. 제가 볼 때 지금 패턴은 강남권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가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으니 다시 호가 거품이 빠지면서 실거래가도 소폭이나마 내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격이 단기에 급등한 탓에 서울 강남의 경우 거래량도 적정가 하한선 이하 거래량을 포함했는데도 지난달 대비 줄어든 것도 그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에 서울 강남 재건축 가격이 고점 가격을 회복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국토부 실거래가의 2006년 11월 가격과 비교해보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참고로, 보통 강남 집값이 상승한 뒤 주변지역으로 번져가며 상승했다가 집값이 내릴 때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5월 강남 실거래가는 내린 반면 다른 지역의 실거래가는 미미하지만 상승한 사례들이 꽤 있는 것은 강남 상승 여파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집값 상승의 진앙지였던 강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국면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더라도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과 같은 가격 급등세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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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인데, 훨씬 더 드라이하게 객관적인 보도를 한 기사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위의 기사와는 제목부터 상당히 다른데 같은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달하는 포인트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제가 설명했지만, 지금의 시장 추이를 제대로 읽고 있다면 아래 기사처럼 강남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것을 포인트로 잡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집값 상승과 하락에 대해서도 비교적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대단히 깊이 있는 분석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 기사처럼 적어도 주어진 지면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자 노력은 해야하겠지요. 이 기사를 위의 기사와 비교해보면 엉터리 왜곡보도가 어떤 식으로 장난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강남 아파트 거래량 급감..전월대비 765건↓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090617112908658&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communitysubright=estatenews4

 

 

(전략)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단지별로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2층)은 전달에 비해 1800만~3300만원 가량 떨어진 8억9500만원과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 개포주공1단지 51㎡형(5층)은 8억9500만원에 거래돼 전월에 비해 최고 55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반면 거래량이 증가한 서울 강북지역의 경우 다소 가격이 올랐다. 상계주공17단지 37㎡형(10층)은 전월에 비해 300만원 오른 1억3100만원에 거래됐고 노원구 월계 미륭아파트 52㎡형(7층)은 900만원 가량 오른 2억6000만원에 팔렸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8. 08:46
 

YTN 노조 파업을 주도했던 노종면 YTN 전 노조위원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지난해 9월 그를 인터뷰했던 기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노 위원장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돌발영상’을 처음 제안하고 안착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노 위원장은 먼저 “(현 정권은)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그때 “절대 지는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권력의 탄압으로 지금은 구속된 상태지만, 그와 YTN노조의 공정방송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이해하고 현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가 저지되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당시 그와 인터뷰하고 나서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썼는데, 지금 읽어봐도 마지막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소개한다.


-원론적 질문을 한 가지 하겠다. YTN은 ‘공정방송’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공정방송이 왜 중요한가?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세상 일을 전하는 권한, 사실 굉장한 권한인데, 그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 정부 못지않게,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들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방송사들을 공격하는 등 정권의 선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신문의 보도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공정하지 않다. 철저히 사주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 언론 환경에서 언론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낙하산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그들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보도하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 노무현 정권 시절 서동구씨가 KBS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뒤 출근 저지당할 때 조중동은 낙하산 인사의 부당함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번 YTN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외면하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사주의 이익, 사주가 좋아하는 정치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지, 시민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론이 아니다. 언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제가 진행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신문마다 다르다’는 코너였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신문별로 어떤 보도를 하는지 비교한 코너였다. 조중동은 팩트(fact)를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강조점을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팩트를 왜곡하는 사례마저 있다. 무섭다. 여론조사 경우에는 동아일보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임기 말에 지지율이 한 때 꽤 올라갔는데, 다른 신문들은 지지율 상승을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동아일보는 한 쪽 구석에 살짝 숨겨놓는 식이었다. 노무현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뉴스 가치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이 보기 싫은 팩트는 안 보겠다는 식이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면 일반 시정잡배들과 뭐가 다른가?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6. 09:17

YTN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 기자가 우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언론개혁>방에 글을 현재 YTN파업 사태에 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좀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이 곳에도 소개합니다. YTN 노조 등 이 땅의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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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어린달님입니다.



 일단 어제 자정 쯤에 YTN 기자 3명- 노종면 노조위원장,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조승호 기자- 에 대해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석방돼 오늘 아침 파업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까칠해진 임 선배의 얼굴을 보니, 그리고 아직도 갇혀 있는 선배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법처리 방식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회사 기물을 부순 것도 아니고 사람을 때린 것도 아니고 쇠파이프 각목을 들고 덤빈 것도 아닌데 구속수사 하겠다니요?


 


 우리 YTN 노조는 23일 아침 05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목숨같은 방송을 끊어서 YTN을 지키려 합니다.  외환위기 때 6개월동안 월급이 안 나와도, 그후 6개월동안 월급이 반만 나와도 그저 방송'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한 번도 마이크와 카메라와 방송 장비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순한 YTN사람들입니다. 저에게 파업에 돌입하며 조금의 부담감이라도 남아있었다면, 그 '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제 동료들이 평온한 일요일 아침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행되어 철창 뒤에 갇혀있는 마당에, 저는 일말의 부담감마저 모두 지워버리고, 부당함에 저항하겠다는 또 다른 '쟁이'로서의 고집으로 내 모든 걸 바쳐 파업에 나서고 동료를 지키려 합니다.



이번에 사측과의 임단협에서 노조 집행부는 임금 문제를 파업의 이유로 내걸었고, 해정직자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해정직자 문제가 파업의 전면에 나서면 정치파업이 되고 불법 파업으로 규정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의 권리를 행사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번 임단협은 해정직자 문제에 관한 사측의 해결 의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저를 비롯한 많은 노조원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사측은 '고통 분담'을 강요하면서 이미 해직과 정직 징계 등으로 고통받다 못해 피흘리고 있는 동료들을 방치하고 협상의 카드로만 이용하려 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가 파업에 돌입하면 아마 회사측은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임금 7.2%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는 어느나라 노조냐,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방송 차질을 빚게 되었다' 뭐 이런 레퍼토리를 방송할 게 뻔합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의 조정에서 경영진은 '기본급 동결과 영업이익 발생 시 인상분 소급 지급'이라는 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YTN 노조는  '적정한 임금 인상분을 지금 결정하되 실제로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도 임금분에 이를 반영하자'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7.2%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경영진이 요구하는 '고통 분담' 얘기를 해볼까요. 



낙하산이 낙하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는 결코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깜냥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자칭 사장 구본홍씨는 자기가 경영에 아무런 재주도 없고 돈을 아껴 쓸 생각도 없다는 걸 불과 지난 200여일 동안에 증명해


보였습니다.



자기 수행 보디가드 고용비에 9천 6백여만원, 임직원 회의, 식사 비용에 3천 3백여만 원, 비밀 집무실 비용에 3천여만 원, 비품, 음료와 '구본홍 와이셔츠'에 천 3백여만 원, 몰카, 도청 탐지 비용에 6백여만 원...뿐만 아니라 '비상 경영'을 해야 한다고 난리치면서 수천만원에서 억대 연봉에 이르는 임원 자리를 10여개나 늘렸고 그 임원 자리에 자기 고등학교 동문을 낙하산으로 두 명이나 앉히는 내용의 안을 얼마 전 주총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자리 늘린 뒤 그 사람들 앉아있을 사무실 만드느라  공사비로 또 6천여만원을 들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출신 대학 동문회보에 실을 광고비와 복지단체에 내는 성금까지 자기 돈을 안 쓰고 회삿돈을 지출했더군요.



저희 와이티엔, 다른 회사들이 벌써 두 번 세 번째 장비 바꿀때 창사 이래 쓰던 장비 꿋꿋하게 버티며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오디오맨도 없어서 취재기자가 트라이포드 들고 뛰었고 녹화 테잎도 너무 재활용을 많이 해서 화면에 비가 죽죽

내려도 또 재활용합니다. 편집 기계가 너무 오래되어서 버튼도 눌러지지 않아도 어려운 시절 생각하면서 참아왔습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회사에서 장비 바꿔줄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동안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우리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함께 고통 분담 열심히 해 왔었습니다.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먼저 자신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동참해 달라고 설득해야합니다. 밥은 반드시 호텔에서 먹어야만 하고 기부를 해도 회삿돈으로 생색을 내며 와이셔츠 한 장을 사입어도 회삿돈이 곧 내돈이고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나에게 충성할 임원 자리는 늘리고 억대 연봉도 챙겨줘야 하는 이런 낙하산이 '경제가 어려우니 너희가 허리를 졸라매라'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  솔직히 말해 '임금 백 원이라도 안 올려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조원중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은 책임지지 않고 우리에게만 고통을 감내하라 요구하는 그들의 태도라는 겁니다.



사측에서는 '임원진이 자진해서 상여를 300% 삭감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너스를 깎아도 새로 생긴 임원들에게 들어가는 연봉과 판공비 등을 합하면 아직도 한참 모자라는 데다 어이없는 저 지출내역까지 계산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임금 삭감이 아니라 동결한 기업들도 임원들은 '상여'가 아니라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고 있습니다. 


 


진정 회사측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이고, 감히 '고통 분담'을 입에 올리기 전에 고통받고 있는 해정직자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비췄다면, 이런 파국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YTN 사람들은 그동안도 묵묵히 어려운 길을 걸어 왔고, 지금도 해정직자들에게 '희망 펀드'를 만들어 우리 월급을 나누며 피흘리는 동료들을 부축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단 말입니까 ?



여기까지였다면, 물론 우리 모두가 저 낙하산이 어디서 떨어졌는 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싸움이 반드시 정부에 대한 싸움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YTN 노조와 경영진 사이의 일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권력이 경찰을 앞세워서 직접 우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조 집행부를 체포해가는 행위는 분명 파업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동안 숱한 고소에 경찰서에 불려다니면서도 저희는 충실히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피하기는 커녕 조사 일정이 잡히면 노조원들이 함께 경찰서 앞까지 가서 출두하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응원했습니다.이번 주에 함께 조사 일정을 논의해서 잡았던 경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 체포가 말도 안된다는 것을. 공권력 배후에 권력자가 있다는 걸 자기들 스스로가 증명해 보이는군요.



저희 파업은 모 차관도 '합법'으로 인정해준 파업입니다. 모 차관, 며칠 전에 와이티엔 노조가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하고 '합법 파업' 한다며 '비굴하다'는 표현을 했더군요. 노조에게 불법 파업을 할 것을 은근히 독려하시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 정권의 비굴함이야말로 여기에 있습니다. 끝끝내 굴복 안하는 와이티엔 노조를 어떻게 손을 봐주기는 해야겠는데 불법 파업도 아니니

결국 얼토당토 않은 잣대로 '출석 일정 조정한 적 없다'고 경찰에게 거짓말까지 시켜가며 과거 업무방해 고소 건을 빙자해 고무줄 잣대로 체포까지 해간 겁니다. 여기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자는 YTN 노조가 아니라 공권력이며 그 뒤에 숨어있는 권력자의 입김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명줄과도 같은 마이크를, 카메라를 내려놓음으로써 무능한 낙하산과 그에 아첨하고 부역하는 무리들과 입을 틀어막으려는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동료를 지키고 방송을 지키려 합니다. 우리가 투사가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우리가 깃발이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그저 우리의 동료를 사랑하고 상식을 사랑하고 방송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파업을 앞둔 새벽, 세상 모르고 잠든 내 아기의 얼굴을 봅니다. 또한 유치장에 갇혀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체포된 동료들의 부인들과 어린 자식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의 가족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합니다. 이번 우리의 파업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분노의 표출입니다. 우리의 자식들, 미래 세대가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개를 개라고, 낙하산을 낙하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몸부림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4. 14:27



YTN 보도국의 현직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YTN에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우려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김기자는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라고 개탄하고 있네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MBC노조와 YTN노조, 그리고 KBS의 사원행동 등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언론노조 관계자 및 해고된 언론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린달님입니다.

 

  저희 YTN의 낙하산 반대 투쟁이 180일을 넘었습니다. 이제 정말 중대 고비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YTN의 재승인을 '노사문제'로 보류한 이후로 , 또 저희가 매일 아침 벌이고

있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집회가 법원에서 가처분 금지신청을 당한 이후로 이래저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처분으로 실제 출근 저지를 할 수는 없었고 (할 경우에 노조에 건당 천만 원,

개인은 백만 원씩을 변상하라는 처분이 내려졌죠.) 구본홍 물러가라는 구호만 외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정부에서 재승인 문제를 가지고 직접 협박에 나서니, 당연히 저희도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업을 한 적도, 단 일분 일초도 방송을 멈춘 적도 없는데 심의 요건에도 없는 노사문제라는 걸 빌미로

재승인 보류를 하겠다고 하니 정말 회사 문닫게 하려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구성원들을 엄습했고,

계속 공격적인 투쟁만 하는 게 옳냐는 의견도 많이 나와서 노조는 '보도국장 선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어쨌거나, 회사가 없어지면 모두 다 무용지물이니까요.

 

  지금까지는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직무대행이 보도국을 운영하고 있었고, 보도국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직무대행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컨트롤이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보도국장 선거를 하고 보도국

구성원이 뽑은 보도국장이 사측과 노측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습니다. 사장 인사명령도 뭐도 다 거부하고 있지만 국장이 가운데에서 인사 거부등을 재명령해서

노조원들은 이를 따라주고 완충지대가 되어주면 노사 양측은 일단 휴전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노조는 이렇게 되려면 '민의를 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YTN의 보도국장 선거는 직선제와 임명제를 절충한 형식입니다. 후보중 1,2,3등이 표수로 결정되면, 사장은

이 중 한명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할 권한을 갖습니다. 보도국 구성원들은 1,2,3 등 안에 누가 들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누가 얻었는지 등수는 알 수 없습니다. 노조위원장과 개표위원만이

알지만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게 단서입니다. 그래서 '민의를 따르라'는 단서를 붙였던 거구요.

 

  하여튼, 사측은 이래 저래 튕기다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네 명이 출마해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김 모 , 정 모, 강 모씨 간부가 최종 순위 안에 들었고.  사장은 정 모씨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 모는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되는 간부입니다.

정 모 강 모는 사장측 인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원칙을 어긴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민의'를 공개했습니다.

2등, 3등, 4등의 표를 모두 합쳐도 김 모 부장이 얻은 표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요. 김 모씨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사장은 거의 지지도 얻지 못한 인물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한 셈입니다.

 

  대체 이럴거면 뭐하려고 보도국장 선거 했는지, 노조는 사장이 '민의 반영'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어겼다고 비난하고, 사장은 '일이삼등 중에 한명 뽑았으니 민의 반영한거다'라고 합니다. 뭐, 원칙상으로

4 등을 뽑은 건 아니니까 그런가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사람을 임명했더라면 정말 노사는 일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을 지 모릅니다.

그런 뻔히 보이는 쉬운 길을 두고 많은 보도국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게다가 재승인 재심사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 저는 이 정권이 YTN을 문닫게 하려는 게

아닐까, 낙하산 사장은 '먹튀' 전략을 쓰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노조 집행부는 금요일 저녁부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사측은 오늘 낮 12시까지 농성을

풀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고요.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진 바 있으니 공권력 투입은 예정된 수순입니다.

사장실 점거가 합법적인 행동이라고는 강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사측과 이 정권은 결국 기자들에게

'벼랑끝 전술'을 택하라고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노조 집행부중 일부는 구속될

것으로 저희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권력 투입 시점은 오늘 밤 아니면 내일 새벽으로 보는데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임명되는 경찰청장도 YTN 사태를 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 3명은 해임되고 파면됐습니다. 파면되면 더 힘듭니다. 해임은 퇴직금이라도 받지만 파면은 아예 못받거나 반만 받는다고 합니다.

 

  MBC는 다음 달에 미디어법 통과시켜서 민영화하려고 하겠죠.

 

  저도 어린 딸 둔 애엄마인데, 정말 사법처리되어도 괜찮은지 앞에 나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

 

by 선대인 2009. 1. 18. 21:48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전직 신문기자였습니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족벌언론'의 기자였습니다. 더구나 그 신문에 소속돼 있을 당시뿐만 아니라 신문사에서 나와서도 여러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통해 족벌 신문사들의 추악한 면들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 신문들이 가진 언론으로서의 문제점과 그 신문들이 왜곡보도를 일삼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왜곡 보도와 여론 조작을 일삼는 한국 언론, 특히 찌라시 신문들의 보도 태도와 이 같은 보도가 일어나는 구조적 배경에 대해 한 번 정리해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욕구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욕구만 있을 뿐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면 영원히 그런 작업을 못하고 말겠다 싶어 지난 주말에 작심하고 펜을 들어봤습니다. 이렇게 틈나는 대로 정리한 글을 부담 갖지 않고 그때그때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과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연재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대략 6~7회 정도 연재하면 대충 큰 골격은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좀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겠습니다. 연재 주기도 일정하지 않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아랫글은 첫 회에 이은 두 번째 글입니다. 첫 번째 글은 아래 링크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3&articleId=50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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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가장 효과적인 검열이 될 수 있다. (The "market" can be a most effective censor.)”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로버트 맥체즈니 교수의 책 ‘The Problem of the Media' 225쪽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광고주로서 기업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고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장 대신 자본이라고 표현하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만.) 위 문장에서 맥체즈니 교수는 일리노이 대학(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의 미디어 정치경제학 전공 교수로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미디어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직접 일리노이주의 지역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신문방송의 교차 소유를 확대하려는 2003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치에 대한 대중적 반란을 주도한 단체인 ‘Free Press’의 창립자이자 회장입니다.

 

그는 탈규제를 통해 생겨난 거대 독과점 미디어그룹들이 ‘국민에 앞서서 이익(Profit over People)'을 챙기기 위해 사회적 의제를 제한하고, 사실을 조작하며 본질을 왜곡해 민주주의의 기본적 토대인 언론 자유를 극도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같은 독과점 미디어그룹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미 연방정부가 미디어자본의 압력 아래 미디어그룹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독과점 구조를 만들어준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같은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들은 미디어정책에 대한 논의를 독점하고 소수 정치가와 기득권 위주의 미디어 방송을 실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특히, 그는 9.11테러와 이어진 미국의 침략전쟁에 관한 미국 미디어의 보도 태도는 한 마디로 '정치적 선전선동(propaganda)'에 불과했다고 힐난할 정도입니다.

 

글의 첫 머리에 그의 활동과 주장을 소개한 이유는 그가 비판하는 상황이 한국의 미디어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그가 비판하는 미국 사회의 미디어 현실은 주로 방송을 장악한 거대 미디어그룹들에 관한 것이고, 제가 볼 때 미국사회의 언론 자유와 보도의 품질, 그리고 시청자와 독자들의 선택권 및 다양성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상태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그가 비판하는 내용을 한국의 경우 신문들, 특히 기득권 신문들에서 훨씬 더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신문들은 광고주의 압력을 매우 심각하게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난 번 글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왜 그런지를 신문사의 수익 구조와 연관해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구독료 수입이나 각종 부대사업과 광고수입이 거의 반반씩 균형을 이루고 있는 ‘뉴욕타임스’ 등 선진국 신문과 달리 국내 신문은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각종 경품 등을 통해 구독자를 유치하는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신문들의 경우 구독료 수입은 거의 그대로 신문지국 지원 및 ‘확장 비용’ 등으로 나가므로 사실상 100%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천적으로 신문사 경영이 광고주의 압력에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게 광고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각 신문들, 특히 기득권 메이저 신문들은 서울 강남의 부동산 부자들을 중심으로 소위 ‘구매력 있는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구매력 있는 독자들이 신문을 봐야 기업이 비싼 단가의 광고를 싣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문사에 있으면서 이 같은 주문들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강남 독자층을 공략해야 하니, 구매력 있는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기사를 발굴하라’는 지시는 매우 점잖은 주문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이 아침 밥상머리에서 지체장애인 이야기는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 빼’ ‘외국계 명품 브랜드 광고 유치하기 위해 고급 패션과 외국계 화장품 기사를쓰라’는 식의 주문이 계속 이어집니다. 나중에는 정말 이런 주문들이 무감각해지는 수준까지, 그래서 기자들이 스스로 ‘자기검열’과 ‘동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런 기사들을 생산하게 되는 수준까지 가게 됩니다. 재산세 문제나 종부세 문제를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정부의 투기 억제대책을 ‘강남 때려잡기’라고 비판하는 것도 소위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영합하는 방향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기득권 지향적 보도--->구매력 있는 독자층 확보--->고가 기업광고 유치--->기득권 지향적 보도로 이어지는 왜곡된 순환구조가 국내 기득권 신문들의 보도태도를 오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같은 신문들의 보도태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방송과 인터넷 뉴스포털, 무가지 등 경쟁매체들이 상승세를 타는 반면, 이들 신문들의 구독률과 열독률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광고유치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신문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슈가 부동산 문제입니다. 신문들의 영업 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동산 광고는 신문사 경영 측면에서는 구세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동산 광고는 부동산 붐이 일기 시작한 2001년 이후 학습지 광고, 유통(백화점) 광고 등을 제치고 신문 광고 매출 기여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메이저신문에서 부동산 광고의 매출 기여도는 더 높습니다. 메이저신문사들의 경우 지난 6~7년 동안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 광고 매출의 35% 전후를 차지해 사실상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들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아파트 분양 정보나 가격대 등의 정보는 고지성이나 시의성 측면에서 신문이 가장 적절한 매체로 평가받습니다. 이 때문에 각 신문사들은 부동산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여름 휴가철 등 비수기를 빼고는 매월 부동산 광고 특집면을 별도로 제작할 정도였습니다. 부동산광고가 신문 광고매출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신문들이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강한 유인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반시장, 반소비자적인 제도로 꼽히는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를 신문들이 달가워할 수 없는 사정도 부동산 광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 신문사의 한 광고국 직원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 스스로의 자금력으로 70%이상 시공한 뒤 광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광고 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도입을 막고 싶은 제도가 후분양제”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한 전직 건설업체 직원의 증언을 통해서도 언론과 건설업체와의 유착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수록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높인다. 부동산 값이 뛸수록 분양가를 높이는데도 유리하니 부동산 값을 띄우기 위한 여론 조작도 한다. 고도의 전략인데 업체가 땅을 산 지역에 대해 ‘유망개발정보’ 등의 형식으로 언론, 특히 신문에서 보도되게 한다. 건교부의 중장기 전략을 분석하는 자료를 내고 화성 동탄과 행정수도 부지 등이 터지면 얼마나 오르고 식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거다. 이렇게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만든다. 홍보팀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접대하면서 애로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현금을 쥐어주면서 어떤 기사 나갈 때 우리 회사 부각시켜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도 한다. 물론 부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접대가 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대형업체들은 홍보팀을 통해 관련 기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 광고비를 간접비의 1~2% 정도로 산정한다. 광고비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반드시 광고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안 해도 분양되는데 웬만하면 전면광고한다. 분양 끝난 뒤에도 사례광고를 한다. 메이저 신문은 기본이고 경제신문에도 대부분 광고한다. 언론에는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 광고하는 거다. 공사 프로젝트 관련해서 주위 민원도 있고 산업재해도 발생하고 회사 비리도 드러날 수 있으니 급할 때를 대비해 광고를 통해 언론사와 미리 유착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광고 유치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주택 및 부동산 개발사업 참여, 그리고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언론사 사주들의 이해관계도 객관적인 보도를 힘들게 하는 요인입니다. 세계일보, 한국일보, 심지어 언필칭 진보언론이라는 경향신문까지 현재 상당수 언론사들이 직접 주택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 경우에는 “조선일보가 정말 떼돈 버는 방법은 방송 참여가 아니라 코리아나 호텔과 주변 조선일보 건물들을 한데 묶어 용도를 변경한 뒤 거대한 주상복합단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 뿐인가요? 상암DMC의 첨담 업무 용지의 경우 땅값에서만 몇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각 언론사의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그 업무용지를 분양받기 전 상암DMC사업과 그 사업을 벌이는 서울시를 거의 ‘찬양’하는 수준의 기사를 잇따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쳐서 족벌 언론사들은 대부분 상암DMC의 노른자위 땅을 분양받았습니다. 왜 청계천 사업으로 자사 사옥의 부동산 가치가 껑충 뛴 일부 신문들이 대선 전 ‘청계천찬가’와 ‘이명박 찬가’를 그토록 열심히 불러댔는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처럼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언론사들이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족벌 언론사들의 사주들은 모두 엄청난 ‘부동산 재벌’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 종부세가 오르면 언론사주들의 부담은 매우 커집니다. 이들 언론사주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액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려우나 그 일단이 김대중 정부 시절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부 초년병 시절 수도권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지방 주재 선배가 사주집안의 부동산과 관련된 민원들을 처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소위 기득권 신문들의 종부세 비판 기사들은 고가 부동산 소유주인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영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지금은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엄청나게 쌓이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몇 년전까지 ‘공급 부족론’이라는 건설업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건설물량 확대를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또 집값 거품을 더 커지기 전에 꺼뜨려야 할 시기에도 정부에 끊임없이 각종 주택 사업 및 은행 대출 관련 규제완화를 주장해 집값 거품을 키우는 데 일조해왔습니다.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고 있는 2008년 상반기 이후에도 이런 식의 보도는 약간의 변화를 거쳐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집값 부양을 요구한다거나 집값 하락 소식을 전하면서도 집값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식입니다. 또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가면 2~3년 후 공급이 줄어 집값이 폭등한다”며 정부가 나서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같은 주장이 공급 과잉 해소를 지연시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고 결국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발 등의 불 끄기에 급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들 기득권 언론들은 건설업체들을 살려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절대 건설업체들이 살아야 (광고수입이 늘어나) 자신들이 산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많은 신문들은 줄기차게 ‘집을 사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집을 사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기사를 자주 냅니다. 물론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는 셈입니다. 또 광고주인 건설사들을 위해 ‘잘 고르면 알짜배기’라는 식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 도움 되는 기사를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아직 쓸 말은 많지만 글이 길어지니 이 정도에서 줄일까 합니다. 이번 주제는 다음 글에서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중심으로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글을 마무리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 한국의 언론들, 특히 일부 기득권 신문들은 절대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고비마다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철저히 희생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측면이 너무 강합니다. 앞서 소개한 맥체즈니 교수 등 세 명의 미디어학자가 편집한 ‘The Future of Media'라는 책의 서문을 쓴 빌 모이어스의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번역은 제가 한 것입니다. “특수 이익집단이 법을 무시하고 일반대중들의 복지를 훼손하면 사회적으로 부채가 생겨난다. 그런데 그 부채는 우리 모두가 지불해야 하는 부채다. 그리고 그 부채의 총합은 바로 우리의 시민권적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중략) 이런 거대 미디어 기업집단들(conglomerates)이 우리가 보고, 읽고, 듣는 것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거대 사업체로서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정치적 과정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포함해서-을 증대하기 위해 매체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좀처럼 보도하지 않는다. (중략) 상업적인 표현(commercial speech)만이 유일하게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려서는 안 된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14. 04:14

YTN 보도국 뉴스2팀에서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최근 MBC파업 사태에 대한 소감을 올렸습니다. 최근 MBC  등 언론파업사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좀더 폭넓은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MBC노조와 YTN노조 등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언론노조 관계자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안녕하세요. 어린달님입니다.

이번 파업에 대한 저의 생각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YTN 기자로서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냥 일반 국민으로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번 싸움을 '밥그릇 챙기기'라고 보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 지적 맞습니다. 솔직히 '밥그릇 챙기기' 맞습니다.

공중파가 민영화 되면, MBC 를 비롯한 방송사에서는 일단 엄청난

구조조정이 일어날겁니다. 당연히 많은 인력이 물갈이되겠지요.

그런 면에서 밥그릇 싸움 맞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MBC나 다른 공중파 입장에서만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닙니다. 조중동 신문 역시 '밥그릇 챙기기' 차원에서,
생존경쟁 차원에서 이 싸움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루이틀된 얘기가

아닙니다만은, 신문은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은 물론

인터넷 포털과 블로그 등등 신 매체에 밀려서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사는 언론계에서

공공연히 부도설이 나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신문사 어차피 점차 구독률

떨어져가는 신문 팔아봐야 남는 것 없다고 합니다. 광고수익이 대부분입니다.

안정된 수익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 방송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그것도

기본적으로 광고 단가가 높게 책정되어 있는 지상파를 소유할 수 있다면

신문으로서는 미래를 보장받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조중동 역시
언론법 통과를 목숨 걸고 바라고 있는 겁니다. MBC 파업을 '밥그릇 싸움'
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들도 속내는 똑같습니다. 남을 비난할
자격이 못됩니다.
 
  '밥그릇 지키기'대 '밥그릇 빼앗기' 싸움입니다. 사실입니다.
그래, 서로 똑같이 '자사 이기주의'에서 출발한다는 데에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칩시다.

 

   문제는 이번에 한나라당에 통과시키려 하는 법안의 내용은
'신문과 방송 겸영'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신문사들 돈 별로 없습니다. 당근 대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지상파를 소유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주로

정부 소유의 지분이 대부분인 지상파 방송의 주인이 신문+대기업 자본으로

바뀌거나 아니면 이 신문+대기업 자본은 아예 보도를 포함한 종합 편성채널을

지상파에 새로 만들 것입니다. 언론법 개정안이 단순히 신방 겸영만 허용하는

내용으로만은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재벌의 자본이 없으면 현실화가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솔직히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가장 힘든 때 중 하나가 기업 비판하는
보도를 할 때일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이 정부 권력보다 더 무섭습니다.
기업은 아예 광고 빼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방송 나가기도 전에 윗선을 통해서 얘기가 내려옵니다. '이거 나가면 광고
억대가 빠진다는데 기사 빼주거나 수위좀 낮춰주면 안돼겠니' 하고. 
일선 기자는 데스크며 간부하고도 싸우다가 결국은 기업 로고 빼고 이름
빼고 뭐 이런 식으로 김빠지는 기사를 내보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광고만 가지고도 이정도인데, 기업이 오너가 되면 기업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는게 구조적으로 가능이나 하겠습니까?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것도 아닌데
벌써 반대하고 나서냐고 하시는 분들은 이런 현실을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길에 나선 아나운서들 말대로 '불량제로' '소비자 고발' 이런 프로그램 당근
못 보게 될 겁니다.


  공중파 방송사 직원들이 돈 많이 받는다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돈 많은 대기업이 인수하면 지금보다 방송사
직원들 돈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 일이라는게 하루 아침에
아무나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간부급은 잘릴 지 몰라도
일반 사원은 많이 살아남을 겁니다. 저희 YTN처럼, 주인도 없지만
그렇다고 공중파도 아니어서 수신료도 없고 광고 단가도 낮아서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 받는 회사는, 심지어 외환위기때
월급 6개월동안 안나왔던 회사는 돈만 생각한다면
대기업이 와서 민영화 해주기를 바래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저희도 민영화 결사 반대합니다.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방송은
사내방송으로 전락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광고지 보도입니까 ?
비판의 기능을 잃은 언론사는 언론사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직업정신을 가진

언론 종사자라면, 반대하는 게 정상입니다.

 

  'OECD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가 왜 있냐'는 논리에 대해서도,
언론법 개정을 원하는 쪽은 '우리나라만 재벌 소유와 신방겸영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맞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용하더라도 독과점이 불가능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는 점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놈의 선진국 그렇게 따라하고
싶으면 제대로 따라해야죠. 껍데기만 제목만 따라하지 말고.
    
  방송을 인수하고 싶어하는 조중동이 보수 성향의 신문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목소리가 존재하고, 이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가 민주국가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있다면,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고 사상의 자유가 있다면 진정 그런 민주주의 사회라면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고, 중도도 있는게 정상 아닙니까?
방송이 모두 보수 성향으로 바뀌는 게 정상인가요? 모든 지상파가 한 목소리
내는게 정상입니까? 그건 전체주의 사회입니다. 전체주의는 북한처럼
좌파에도 있지만 (사실 실상을 보면 공산주의 이념과는 완전 거리가 멀지만)
과거 나치처럼 우파 전체주의도 있습니다.


 만약 그동안 방송의 내용이 이른바 '좌빨'이었다고 생각하고 이게 불만이신 분이

있다면,(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내용이 편향됐다고 비판하십시오.
얼마든지 비판하고 그래도 맘에 안들면 TV를 꺼 버리십시오. 시청률 낮춰서

광고 못 받게 하십시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고, 방만한 경영이 마음에 안 든다 생각되면
감사하라고, 철저히 받으라고 주문하십시오.

 

그러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보수 성향을 가진 신문사에 주려는 이번 법안은 일방적으로 한 편을 들어주는
게 됩니다. 이게 바로 '특혜'라는 겁니다. 보수 정권이 보수지에 주는
'특혜'. 적어도 지금의 지상파 방송 소유구조는 좌파던 우파던 자본이던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는 소유구조는 아닙니다. 공기업, 정부지분으로
쪼개고 민간 자본 비중을 낮게 잡아 어느 누구도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까요.
만약에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지상파를 인수하겠다고 덤비는 일이 일어난다면
(물론 매우 가능성이 낮은 경우이지만) 그때도 역시 반대하고 나설 겁니다.


  노무현 정권때는 왜 고분고분하다가 왜 지금은 파업하고 난리냐고요?
이른바 '좌파정권'이라고 불리는 전 정권이 '선진화 방안'인지 들고 나와서
기자실 못질하고 전기 끊을 때도 저희 깜깜한 데서 플래시 켜고 기사 쓰면서

개겼습니다.  전 정권도 KBS에 참여정부 언론특보 출신 서동구씨를 사장으로

앉히려다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전 정권은 아예 법까지 바꿔서 언론사의 소유 구조를

자기네한테 유리하게 바꿔보겠다는 생각까지는 못하는 '순진한' 정권이었던 것 같네요. 언론을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떤 정권이건 성격을 막론하고 똑같습니다. 여기에 장단맞추지 말고 현혹되지 말고 비판의 칼날을 세워야 하는 게

언론입니다.

 

  어떤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언론법은 이념대립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정권에만 반대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아닙니다.
여론을 독과점하는 구조를 만들어줄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민주주의냐, 전체주의냐의 문제입니다.

 

  언론이 굴종해야 할 대상은 자본도 아니고 정권도 아니고 좌도 우도 아니고
국민의 공익입니다. 언론의 본령은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데 있습니다. 이번 언론법 개정안은 언론이기를 포기하라는 법입니다.
방송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언론이 약자의 편을 들지 않고 강자의 편만 든다고
쓴소리를 듣는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많이많이 비판해 주십시오. 그러나 강자의 편을
아주 대놓고 들도록 구조적으로 허용해주는 이런 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됩니다.
자기네한테 불리하면 무조건 좌파라고 이름붙이면서 밀어붙이는 논리에 현혹되면
어느 날 여러분은 입만 열면 보수의 논리만 말하고 썼다 하면 기업 논리만 그대로

읊어대는 앵무새 보도를 보게 될겁니다. 여러분의 눈과 귀가 가려질 것입니다.

by 선대인 2008. 12. 29. 09:46

YTN 보도국 뉴스2팀에서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최근 YTN사태 100일을 맞은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최근 YTN 사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좀더 폭넓은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으며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글 마지막에 있는 동영상도 꼭 보시길 바라고요. YTN노조, 더 나아가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모든 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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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을 맞는 우리들의 자세

  
 안녕하세요, 어린달님  김수진입니다.  석 달 쯤 전, 여름의 일입니다.

 "너무 앞에 나서지 마라."

 "괜찮아요. 저는 앞에 나서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 회사 사람들은 다 똑같은 생각이라 누구만 앞에 나서고 그런 것도 아니에요. 다 같이 해요 그리고.. 그런 거 무서웠으면 기자 하지도 않았어요. 입바른 소리 하라고 된 게 이 직업인데... 그런 거 무서우면 그냥 일반 회사 다녀야지"

 "그런 소리 마라. 옛날에 동아일보 사태 때 해직 기자들이 오랫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 너는 어려서 모르지만..."

 석 달 후, 저희 아버지의 걱정처럼, 33명이 징계를 당하고, 그중 6명은 해임을
당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앞에 나서지' 못했는지 징계도 정직도 감봉도 경고도 받지 못한
'살아 남은 자'가 됐습니다. '살아 남은 자'들은 분노에 울부짖었지만, '죽은 자'들은 오히려 "우리 때문에 무릎을 꺾는다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우리를 다독였습니다. 우리는 당장 간부급 선배들의 각성을 촉구하던 단식을 걷어치우고 다시 '블랙 투쟁'에 나섰습니다. (보셨죠? 앵커와 기자들이 검은 옷으로 조의와 항의의 뜻을 표현했습니다)

 징계 이후 국정감사에서 손에 피를 묻힌 '자칭 사장' 구본홍과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출석해 증언하며 이슈가 됐습니다. 구본홍씨는 편의에 따라 기억이 나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다며 스스로가 언론사 사장이 될 자격도 없고 그럴만한 정신 건강도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YTN 발전에 눈꼽만큼도 기여한 적 없는 사람이 YTN을 피땀흘려 만들고 키운 유능한 기자 33명을 징계하고 해고한 데 대해서는 '무자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해직 사태 이후에도 구씨는 단 며칠만 출근하는 척을 하다가 늘 그렇듯 노조의 저지로 회사에는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찬바람이 옷깃에 스며드는 계절이 됐고, 우리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100일을 맞았습니다. 이제는 농성 천막에 앉아있으면 찬 기운이 바닥에서 술술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100일을 맞는 저희들의 자세는 투쟁 1일째와 다름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 자리 숫자를 보면서 기가 막히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좀 지칠 때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가 '투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창하게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다며 목에 힘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자라는(혹은 촬영기자라는,
기술감독이라는, 회계담당,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인이고, 생활인이고,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이걸로 녹을 먹으니 그만한 값을 시청자들에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방송, 바른 보도가 저희가 생산하는 '정품'입니다. 저희는 그저 처음과 똑같이,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는 독립성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합니다. '불량 뉴스, 짝퉁 뉴스'를 만들어내라고 지시하는 낙하산 사장을 몰아내고 '불량률 0'에 도전해야죠. 저희만 이런 노력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직업인으로 생활인으로 자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요? 이 싸움은 언론사 종사자로서 당연히 저희가 해야할 의무일 지 모릅니다.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상황이면 그럴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특정인의 선거 캠프 참모로 일한 정치인은 언론사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의 싸움이 천 일이 되더라도  만 일이 되더라도, 그리고 구본홍씨가 사퇴하더라도 YTN이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라고,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본홍씨가 언제 사퇴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오더라도 저희는 늘 공정방송을 해야 하고 그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되었던 보도의 독립성에 손을 대려는 자들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죄송하지만 어떤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YTN은 이른바 '좌편향'이라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수 언론사든, 진보 언론사든, 중도 언론사든,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대선 캠프 특보 출신 정치인은 사장으로 받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사실 이런 기본적인 상식만으로도
구씨는 YTN의 사장일 수 없지만, 저희가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겪은 구씨는 도덕적으로도 큰 흠결이 있어 언론사 사장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구씨가 회사대신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집무실로 애용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며 펑펑 쓴 돈이 석달간 노조가 밝혀낸 것만  4500만원인데, 회사는 '그게 아니고 3800만원'이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했습니다. --; 
  
백 번 양보해 3800만원이라도 해도, 외환위기 때 6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아가면서도 회사를 살렸고, 10년 동안 돈이 없어서 오디오맨도 없이 취재기자가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취재했던, 송출비 30만원이 지금도 아까워서 촬영 테이프를 들고 달리는 YTN 직원들로써는 피를 토할 일입니다.

YTN이 안정적으로 흑자를 낸 것도 불과 최근 몇 년의 일인데, 사원들의 연봉보다도 많은 돈을, 사장 인정도 받지 못하는 자가, 회사에 뼈빠지게 일해 돈 벌어다 주는 사람들의 목을 잘라가며 호텔에서 물 쓰듯 쓰다니 정말 용서가 안됩니다. 참고로 팀원들이 징계받아 제작이 중단된 돌발영상만 해도 광고수입이 억대에 이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YTN 입구를 지키며 구본홍씨보고 '돌아가라'고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는 살아남은 죄를 가진 자이기에 징계받은 동료와 선배들에게 늘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그들이 없으면 저도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결코 그들이  홀로 고통받게 하지 않겠습니다. 결코.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 (2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백일을 맞는 25일 0시까지 출근저지 투쟁 100일을 맞아서 저희가 문화제를 엽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릴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회사 그래픽팀 사우 서정호씨가 100일을 기록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습니다. 배경음악은 김창기의 '여섯개의 넥타이로 살아남은 자의 노래'인데, 이 노래 가사의 일부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만은 너에게 꼭 약속해 줄께

  너무 예쁜 우리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빠가 되겠다고

  너의 이마에 다짐할께 
  
  너무 예쁜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빠가 되겠다고

  너의 입술에 다짐할께


    뮤직비디오 '우리는 왜 눈물을 흘려야 하나'

by 선대인 2008. 10. 24. 09:16
 
 YTN 보도국 뉴스2팀에서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최근 YTN사태에 대한 생생한 소식을보내왔습니다. 최근 YTN 사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좀더 폭넓은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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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달님' 김수진입니다.
 
  저희 'YTN 젊은 사원 모임' 56명이 단식투쟁에 돌입한 지 사흘, YTN 노조가 구본홍 출근 저지에 나선 지는 76일째가 됐습니다.

 저도 어제 아침 9시부터 오늘 아침 9시까지 24시간 단식 농성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첫 날 제 동기와 후배 여기자 두 명이 탈진해서 병원에 갔는데,
저는 단식해도 넘 멀쩡해서 좀 민망합니다 ^^;

 

  (사진 경향신문 펌)

 
  '젊은 사원 모임'이 극단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행동에 나선 것은
그동안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선 사원 60여명이 징계와 사법 처리를 당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또 , 행동에 나서주기를 기대했던 몇몇 '중간 지대'의 간부급 선배들에게 실망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후배들은 징계와 사법 처리의 칼날 앞에
서 있는데 구씨가 임명한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으면서 '노사 모두 잘못했으니
즉각 대화에 나서라' 라고 말하는 선배들은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젊은 사원 모임'이 단식 투쟁에 돌입한 지 24시간 후, 이번에는 95년 이후 입사한 3기 이하 선배 50여명이 저희의 뜻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단식 투쟁 사흘째, 오늘은 2기와 2.5기 선배들 80명이 투쟁에 참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조금 전에는 후유증을 우려해 단식을 중단할 것을 조언하던 노조 집행부도
지지를 선언하고 24시간 단식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단식 투쟁에 참가하는 사람만 2백여 명에 이릅니다.
    
  YTN 정문 앞에 마련한 농성장 앞에서, 선배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 저희들과 함께 해준다는 성명서를 읽어줄 때, 저는 자꾸 눈물이 나는 걸 애써 참았습니다. 비록 뜻은 다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TN은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가족적인 분위기도 강한 회사입니다. 비록 저희 기수들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선배들이 외환위기 당시 6개월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회사를 살려냈었기 때문에 동료 의식도 강합니다. 그동안 출근 저지 등 물리적 실력 행사에 대해서는 노조와 생각을 달리 하던 사람들마저도 동료들이 피를 보는 상황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기에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2기부터 10기까지, 기자, 촬영기자, 그래픽, 기술, 앵커까지 기수와 직종을 막론하고 단식하는 사람이 넘치는 정문 앞 농성장은 이제 비좁아 터질 지경입니다. 결의를 보여주려면 무기한 단식을 해야지 24시간 릴레이 단식이 뭐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24시간 뉴스는 시청자와의 약속이기에, 최후의 수단인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하겠기에 저희는 단식도 하고 일도 동시에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24시간씩 조를 짜서 돌아가며 하는 단식이기는 하지만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쉽지많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바닥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남대문로에서 날리는 매연은 엄청 독하고, 차 소리에 귀는 먹먹하고, 근무시간이 되면 고픈 배를 움켜쥐고 일도 해야 하고... (저희 회사 옆에 하필 통닭집이 두 군데나 있는데 거기서 날아오는 닭튀김 냄새에 너무 괴롭더군요 ^^; )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단식 농성하느라 하룻밤 고아 신세가 됐던 12개월난 제 딸이 저를 반겨줍니다. 한참 밥먹는 연습을 하는 딸이 제게 '엄마 아' 하며 숟가락을 입에 넣어주는데 또 눈물이 났습니다. 구본홍씨는 자기의 개인적 권력욕이 숱한 YTN사원들을 저처럼 나쁜 엄마, 아빠로 만들고 있다는 걸 알까요? 제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사원 2백 명이 밥을 끊었습니다. 단식으로 보여주는 저희의 외침이 간부 선배들의 양심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죽비소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족 : 어제 단식농성하면서 저녁이면 YTN 앞에 모이는 시민 여러분을 처음
봤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저희야 회사 일이니까 이런다지만 아무런 이해관계나 상관도 없는 일에 생업도 바쁘고 힘드실텐데 나와 주시는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by 선대인 2008. 10. 1. 18:40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이명박 정권에서 언론인들이 감옥에 많이 가야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검찰 수사와 민영화 위협 등 현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서 투쟁하고 있는 문화방송(MBC) 노조의 박성제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그를 만난 것은 추석 전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MBC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결코 투사형 이미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라고 할까? 그런 그가 자신이 감옥에 가는 것까지 마다 않고 공영방송 사수 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그를 통해 한 시간 반 동안 MBC노조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박위원장은 우선 현 정부는 신문 방송 겸영 허용과 방송법 시행령 문제, MBC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 등을 통해 조중동과 재벌 기업들의 언론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자신들의 재집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의 방송시장 재편 의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공영방송 KBS나 MBC는 죽이고, 대항하는 보수 편파언론을 만들어 방송시장 판도를 바꿔 여론을 자신들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방송시장에까지 조중동이 진출해서 군소신문과 군소방송, 지역방송, 종교방송을 모두 무너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신문 방송 겸영 문제가 가장 먼저 터질 텐데, 이 문제가 본격화되면 우리는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나 SBS는 죽는 줄 알면서도 현재 경영진 성향으로는 안 나설 것이고, MBC도 사장이 뚝심 있는 사람은 아니다”며 “그래서 우리 노조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총파업 투쟁이 벌어지면 노조 집행부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정권 차원에서 얼마나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는지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공정방송이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공정언론을 훼손하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막아낸 언론 종사자들의 투쟁이 있었다”며 “공정방송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 진보방송, 좌파방송이 아니라 기자와 PD들이 취재한 대로 서민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MBC가 민영화되면 직원들 월급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강력히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너를 상전으로 모시고는 공정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저희는 결코 거창한 신념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다. 이 정권이 우리를 가만 안 놔둔다”고 했다. 그는 “소름끼칠 정도로 속이 뻔히 보이는 현 정권의 음모가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안 나설 수 없다”며 “많은 분들이 우리 상황을 이해해주고 도와줄 거면 화끈하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믿을 것은 결국 여론의 힘뿐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도 소위 족벌 신문 기자 출신으로 재직기간 동안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많았다. 그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MBC노조의 결연한 투지가 고맙게 느껴졌다. 하지만 언론인이 감옥에 많이 가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우리 사회가 점점 불행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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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노조위원장

-방송이 방송 스스로에 대해서는 잘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은 MBC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난 일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오래전부터 한나라당이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선 이후 이 같은 주장이 더 거세졌다. MBC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점점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신임사장이 된 엄기영사장은 원칙적으로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했다. 구성원들은 엄사장이 앵커로서 폭넓은 영향력과 신뢰도를 쌓았으니 정권의 공격을 잘 막아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졌다.

그 동안 PD수첩의 쇠고기 광우병과 관련한 보도가 있었고, 촛불집회 정국이 계속됐다. 코너에 몰려 있던 정부가 7월부터 반격에 나서면서 PD수첩의 방송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위와 검찰 등 권력기관을 동원해 압박하기 시작했다. 또 조중동은 국민들이 PD수첩의 왜곡보도에 놀아났다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가 MBC의 내홍을 불러왔다. MBC 내부에서는 전체적으로 PD수첩의 방송 내용이 크게 문제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 일부 오역이 있었지만, 검찰수사를 받을 사안은 아니었다. 이를 빌미로 정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제작진을 체포하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런 전방위적인 집권세력의 압박에 대응해야 했다. 지금 당장 탄압을 받아 힘들더라도 그 길이 장기적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대부분 직원들은 생각했다. 정권이 PD수첩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다. 방송 내용이 왜곡됐다면 언론중재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검찰을 동원해 압박하는 것은 국면 전환용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내부에서 터졌다. 엄기영 사장이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다. 엄사장은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정부의 사과방송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믿고 있더라. 이유는 정권과 끝까지 싸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조금 실수한 것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사장도 우리 잘못이 별거 아니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권과 끝까지 싸우는 데 대한 부담, 광고 압박에 대한 부담 등을 우려했다. 겁을 먹은 것이다. 우리 노조는 이러한 자세가 대단히 잘못 됐다고 봤다.

사과방송 이후에 정권의 민영화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신문방송 겸영 등 매우 큰 문제가 있는 미디어 정책을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이미 큰 줄기가 나왔지만, 한나라당이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간다면 우리도 총파업 투표를 하고 다른 방송 및 조중동을 제외한 신문들과도 연대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다. 검찰이 PD수첩의 PD들을 체포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어, 지금 2주 넘게 24시간 지키고 있다. 20여명이 교대로 돌아가며 사수대를 운영하고 있다. 노조집행부도 사무실에서 계속 철야를 하고 있다. 우리 노조는 경영진과 싸울 생각은 없었는데, 굴욕적인 사장의 처신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보신주의적이고 정권에 거슬리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경영진이 한심하다. 우리 노조는 사과방송 이후 경영진측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런데 최근에 또 일을 저질렀다. PD수첩 담당 PD를 인사조치한 것은 넘어갔지만, 이번에 엄 사장이 직접 발탁한 시사교양국장을 6개월만에 교체했다. 정권에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으니 봐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영진과 노조가 똑같이 움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행태는 너무나 굴욕적이고 MBC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뭉개고 있다.

 그리고 정세 판단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우리가 엎드린다고 해서 MBC에 대한 정권의 압박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권이 휘두르니 엄사정이 굴종하고 타협한다고 생각해 더 만만하게 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노조는 정권과의 싸움도 싸움이지만, 경영진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타협하자는 쪽으로 몰고 간 부사장과 기획조정실장에게 직접 퇴진을 요구했다. 이번 주부터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엄기영 사장 체제 6개월의 문제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생각이다. 조합원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한 것이다. 일반 사원들에 비해 노조 집행부가 너무 강경하다고 경영진은 말하는데 정말 그런지 보자는 것이다. 설문결과에 따라 노조집행부에게 싸우라고 하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강하게 투쟁하고, 안 그렇다면 접겠다.

 -조합원들의 설문 결과가 투쟁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올 것이라고 믿나?

당연히 자신 있다. 왜냐하면 지난번 PD수첩 사과방송 나갔을 때 서울에 있는 1000명 조합원 중에 3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거의 자발적으로 나왔다. 노조원간의 분열은 전혀 없다. 일부 간부들은 너무 싸우면 안 된다고 경영진에 말했을 수 있지만 전체 노조원 생각은 다르지 않다. 조합원이 아닌 대부분 간부 선배들도 노조가 잘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엄사장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노조가 제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기영 사장은 최장기 앵커를 하며 국민들에게 상당히 신뢰받는 언론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나?

 본인의 캐릭터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동안 언론인으로서 쌓아온 체면과 이미지가 있으므로 중요한 순간에 원칙과 정도에 맞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가 어긋났다. 심지가 굳은 사람은 아니다. 사장 본인이 뚜렷한 확신을 가지기보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에 자꾸 휘둘리는 것 같다. 지금 경영진이 보수적이다. 임원들의 생각은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야 연임도 하니 노조나 젊은 사원들의 강경한 태도를 철없는 생각으로 치부할 수 있다. 심지어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사장 때도 임원들은 그런 경향이었다. 사실 임원들은 그런 측면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서로 보완이 되는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방송민주화 투쟁을 통해 쌓아온 공영방송의 전통을 버리고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MBC는 노조가 운영하는 노영방송’이라는 비판 때문에 우리는 항상 조심하고 있다. 올해 방송 드라마 시청률이 안 좋아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노조는 경영진에게 ‘고통 분담할 생각이 있다. 그러니 돈 문제는 너무 걱정 말고, 외풍을 막아달라’고 주문했다. 현 상황에서 언론에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외압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경영진이 그걸 못하고 있다. DJ나 노무현 정부 때도 외풍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외풍은 사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사장 때와 비교한다면 어떤가?

당시에는 정권이 부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권력기구나 여당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지는 않았다. 삼성X파일 때나 황우석 보도와 관련해서도 외풍이 있었다. 황우석 교수 보도 때는 처음에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았기에 훨씬 위기감이 더 컸다. 나중에 우리 보도의 진실이 밝혀져서 그랬지, 안 그랬으면 회사가 굉장히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향후 방송법 시행령 개정 문제가 현 정부의 방송시장 개편에서 핵심적 쟁점이 될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의 핵심은 현행 자산총액 3조원 이하 기업에서 10조원 이하 기업까지 종합방송 및 보도방송 소유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CJ의 자본금이 10조 3000억원이다. CJ는 자산을 약간 조정하면 당장 내년부터 10조원 이내로 맞출 수 있다. CJ는 이미 10여개 안팎의 채널을 갖고 있다. CJ는 아직 삼성과 무관하지 않다. CJ뿐만 아니라 현대, 엘지 등 재벌 기업과 연관된 회사들이 지상파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 그렇게 되면 전체 TV 시청가구 1900만가구 가운데 1500만가구가 케이블을 통해 보고, IPTV가 150만 가구 정도 된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와 케이블의 종합편성채널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케이블을 뭉쳐서 종합편성하고, 정권의 지원을 받아 채널 12번, 13번으로 들어오면 일반 공중파 TV와 다를 게 없다. 우리는 공중파이므로 중간광고도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광고 규제를 많이 받는다. 광고 영업도 할 수 없고, 요금도 코바코(KOBACO.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묶고 있다. 그런데 케이블 PP(프로그램 공급업자)는 그런 규제를 전혀 안 받는다. 게다가 조중동과 재벌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조선일보가 CJ나 현대와 합쳐 신문과 패키지로 영업한다면, 기존 공중파가 위협받는 상황이 된다.

조중동은 신문으로 돈을 못 버니, 방송으로 돈벌이하려 하는 것이다. 방송시장에까지 조중동이 진출해서 군소신문과 군소방송, 지역방송, 종교방송을 모두 무너뜨릴 것이다. 언론판도 자체가 조중동과 대기업 위주의 종합편성 채널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여론도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특별히 MBC나 KBS2를 민영화 안 시켜도 된다.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면 이미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 공중파 방송을 약화시키고 우호적인 족벌언론 세력을 키워주면 우파 정권 재집권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신문 방송 겸영 허용과 방송법 시행령 문제, MBC 방송문화진흥회법 등을 개정하려는 것이 모두 같은 의도 때문이다. 공영방송 KBS나 MBC는 죽이고, 대항하는 보수 편파언론을 만들어 방송시장 판도를 바꿔 여론을 자신들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신문 방송 겸영 문제가 가장 먼저 터질 텐데, 이 문제가 본격화되면 우리는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다. 3개 방송사와 조중동 이외 나머지 신문들이 일제히 비판하면 정권의 시도를 막을 수 있다. KBS나 SBS는 죽는 줄 알면서도 현재 경영진 성향으로는 안 나설 것이다. MBC도 사장이 뚝심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노조가 나설 수밖에 없다. 총파업 투쟁이 벌어지면 노조 집행부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언론인들이 감옥에 많이 가야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 우리가 먼저 몸을 던져야 한다면 던지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권 차원에서 얼마나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는지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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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의한 PD수첩 제작진 체포를 막기 위해 농성하고 있는 MBC노조원들.(MBC노조 제공)


-말씀을 들어보면 의지가 아주 결연한데, 원래 투사형 기질이 있다고 생각하나?

나도 원래 결연한 놈이 아닌데, 상황이 나를 그렇게 몰고 가고 있다. 내 임기가 내년 2월말까지인데 남은 5,6개월의 상황이 예상대로 간다면 팔자가 그런데 어떻게 하겠나? 나도 마찬가지지만 MBC에 빨갱이나 과격한 사람은 없다. 다만 소중한 일터와 민주주의 국가 언론의 기본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어떻게 노조위원장을 맡게 됐나?

 MBC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선으로 노조위원장을 뽑은 적이 없다. 직능별로 차장급 정도에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선후배들이 폭탄주를 먹이며 회유와 협박으로 (그는 이 대목에서 빙긋이 웃었다) 끌고 내려와 노조위원장을 시키는 게 전통처럼 돼 있다. 노조위원장을 맡고 보니 집에서 타박이 심하다. 7월에 KBS지키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언론노련 위원장과 함께 경찰서에 연행됐다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집에서 타박을 많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경찰서에) 들어갔다가 못 나오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더라.

-MBC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는 어느 정도로 보나?

엄청 강하다. 하지만 정부 뜻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DJ정부 때도 정부가 MBC민영화를 시도했다. 당시 방송개혁위원회가 정치인과 시민단체들로 구성해 지역MBC부터 시작해 본사도 판다고 했는데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좌절됐다.

우선 특혜논란이었다. MBC를 재벌에게 주면 특혜다. 중소기업에 준다 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이든 MBC을 인수하는 순간 재벌이 된다. MBC의 자산가치가 10조~20조원이나 된다. 그리고 MBC는 지금도 매년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낸다. 전국 MBC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생각해보라. 태영이라는 중견건설기업이 SBS를 인수하면서 재벌이 된 것을 생각해보라. 어떤 회사든 MBC를 인수하면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다. 뉴라이트쪽의 김우룡 교수 같은 이는 국민주 방송을 운운하는데, 국민주 하는 순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의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가 된다. 그런 상황은 이명박 정권이 별로 안 좋아할 것이다. 이런 난관들이 많이 있다.

MBC의 소유구조가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역사적 배경이 있다. 80년 언론 통폐합을 하면서 정수장학회 이외 지분 70%를 KBS에 줬다. 87년에 법을 개정해 방문진이 대주주가 되고, 방송위원회에서 이사들을 임명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MBC 경영진을 방통위가 임명하도록 된 것이다. 정권에 따라 성향이 바뀌지만 6대 3 또는 5대 4정도로 친여권 성향 인사들이 방문진 이사가 된다. 지금은 노무현 정권 시절 이사회지만 곧 한나라당 성향 이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거 10년 동안은 MBC가 정권에 그다지 휘둘리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는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중배씨 같은 분이 사장으로 오기도 하고, 노무현 정부도 간섭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긍희 같은 보수적 인사가 사장이 되기도 했다가, 최문순 같은 노조위원장 출신이 사장이 되기도 했다.

-박위원장의 이야기는 ‘MBC가 정파적 입장에서 한나라당을 편파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 집권세력의 시각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김중배 사장은 방문진 이사들이 작당해서 청와대에서 미는 사람을 제끼고 모셔온 분이다. 김중배 사장이 와서 MBC 독립성을 확립하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 워낙 배짱이 좋고 언론계 거물이니 가능했다. 김중배 사장은 전 직원들에게 ‘외압 걱정 말고 소신껏 만들라’고 했다. 그래서 미디어비평 같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이처럼 공영방송은 그동안 진행해온 방송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MBC를 관제방송으로 만들자거나 민영화하자는 것은 이명박 방송이나 재벌방송을 하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주 방송을 운운하는 것은 미끼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완벽한 국민주방송이라면 반대하지 않는다. 사장을 뽑을 때 완벽히 독립된 사장을 뽑는다면 현 정권에 안 좋겠지. 지금은 방문진 이사들을 통해서라도 일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전혀 제어할 수 없는 방송이 태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것을 정부가 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주 방송하자고 몰고 가면서 민영화 등 다른 꼼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MBC를 민영화하려고 한다면 정부가 어떤 식으로 갈 것 같은가?

KBS에 대해 국가기간방송법을 만들려 한다. KBS와 EBS는 한데 묶어 국회가 통제하고, KBS2는 민영화하려 한다. 그런데 NHK가 사실 중계방송으로 흐르고 힘이 약한 방송이 된 것은 정권에 묶여서 그렇다. 일본의 나머지 민영방송들은 상업 방송으로 모두 수익만 추구하는 방송들이다. 언론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MBC를 그런 식으로 관제방송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민영화하라고 협박할 것이다.

-현 국면에서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죽도록 싸우는 방법 밖에 없다. 6.10 때 100만명 모였을 때 그때만 해도 국민들이 MBC 민영화를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정권의 악랄한 탄압 때문에 사람들이 겁을 먹어 촛불이 사그라들었다. 나도 서너번 촛불집회 나가봤지만, 8월 이후로는 정말 무섭더라. 정권이 다 잡아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겁이 나서 집회에 못 나간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잠재된 여론을 잘 살려야 한다. 정부의 방송장악 진행과정을 잘 알려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총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이제 방송 장악 기도를 막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깨달은 것 같다. 방송을 빼앗기면 절대 재집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는 극한 상황을 맞아야 국민들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92년 MBC에 공권력이 들어와 기자와 PD들이 끌려간 것과 같은 상황이 다시 올 것이다. 우리도 피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너무나 확실히 보인다. 피할 수 없으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할 생각이다.

-KBS와 YTN에는 어쨌든 정권에서 미는 인사가 사장으로 왔고, KBS는 노조원들마저 분열돼 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나?

KBS가 보조를 맞춰 주면 좋은데, KBS 내부의 문제가 있는데다가 노조가 임기말이다. 사원행동이라는 조직이 있지만, 노조라는 합법적 조직에 기반해서 싸우는 것보다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총파업이나 노동쟁의가 쉽지 않다. 현재 노조는 팔짱끼고 있으므로 지금 상태라면 KBS와 함께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MBC가 총대를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BS 노조는 생각이 우리와 똑같지만 오너가 있는 기업이어서 한계가 있다.

국정감사 끝나는 10월말이면 총파업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YTN에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연대 투쟁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총파업을 앞당길 수도 있다. KBS 신임 사장 임명 때도 KBS노조가 파업 들어가면 같이 파업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몇 가지 변수가 생기면서 발을 담글 수 없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공영방송 사수라는 굳은 결의를 갖고 있어 총파업으로 가는 데는 별 문제 없다.

-결국 국민 여론이 호응해줘야 총파업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여론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조중동이라는 집단의 실체에 대해 많이 알게 됐을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여론을 왜곡하는지 알게 됐을 것이다. 또 현재 진행되는 정권의 작업이 방송을 조중동에 넘기기라는 것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현 정부 미디어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해 결성된 미디어공공성 포럼에 참여한 200여명의 언론학자들은 진보, 보수를 망라한다. 이런 학자들이 모여서 현 정부 언론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훨씬 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밖에 많은 분들과 함께 힘을 모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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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인 질문을 하겠다. 공정방송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왜 공정방송이 중요한가?

공정방송이 꼭 정부를 비판하거나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 언론자유라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 공정방송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제작진들이 자유로이 취재하고 각자의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공정방송이다. 지금 한국 언론을 크게 나눠보면 사주 있는 언론과 사주 없는 언론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MBC, KBS와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처럼 사주가 없는 언론과 사주 있는 언론들의 논조는 매우 많이 차이 난다. 경향이나 한겨레가 자율적으로 우리 정치, 사회 환경을 직시해서 쓰는 것은 공정언론이다. 제대로 된 공정언론은 어떤 정권이든 비판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공정방송이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공정언론을 훼손하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막아낸 언론 종사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MBC 노조도 마찬가지다. MBC가 첫 파업했던 것은 88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방송을 정권이 못 내보내게 해서였다. 또 우루과이라운드와 연관해 농촌의 현실을 방영하지 못하게 할 때도 파업을 했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파업하기도 했다. 노조 파업이 대부분 그런 역사를 갖고 있다. 공정방송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 진보방송, 좌파방송이 아니라 기자와 PD들이 취재한 대로 서민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그런 노력이 인정받았고, 그래서 지난 10여년 동안 언론자유와 공정방송이 많이 신장돼온 것이다.

사실 MBC가 민영화되면 직원들 월급이 더 올라갈 것이다. 정권도 그런 점을 부각시키며 우리들을 회유하려 할 것이다. 민영화돼도 나이 든 간부들이나 잘릴 걱정할까 젊은 조합원들은 걱정 안 한다. 기자나 PD들은 민영화되더라도 오너가 데리고 가야 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강력히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너를 상전으로 모시고는 공정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정말 노조가 밥그릇을 챙기고자 한다면 차라리 민영화가 낫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BS노조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MBC 노조를 사람들이 많이 주목한다. 네티즌들이나 시민단체나 학자들이 ‘이제 MBC 노조밖에 안 남았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책임감이 많이 들고, 부담도 된다. 저희는 결코 거창한 신념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다. 이 정권이 우리를 가만 안 놔둔다. 착실하게 회사에 다니던 회사원들, 수업 받던 학생들이 못 참아서 촛불을 들고 나왔듯이, 우리도 가만히 일만 하고 싶은데 상황이 우리를 계속 내몬다. 소름끼칠 정도로 속이 뻔히 보이는 현 정권의 음모가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안 나설 수 없다. 너무나 한심하고 황당한 정권의 작태가 우리를 투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다. 많은 분들이 우리 상황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도와줄 거면 화끈하게 도와줬으면 좋겠다. 나라꼴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한심하다. 미디어공공성포럼 출범식 갔을 때 만난 한 언론학자가 촛불집회에서 여중생, 여고생들이 ‘언론장악 반대’ 팻말을 만들어 들고 나왔을 때 너무 부끄러웠다고 하더라. 그런 국민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으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9. 17. 08:25

경찰이 YTN 정문 앞에 전경버스 4대를 배치하는 가운데 YTN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오늘(9월 10일) 오후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YTN사태가 더욱 긴박해지고 있다.

경찰은 또 YTN 사측이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김기용 남대문서장이 직접 나와 현장 조사를 벌였으나, 노조의 강력한 항의로 돌아갔다.

YTN노조는 “현직 경찰서장이 단순 고소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바로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현장에 나타나 위력 시위를 하는 것은 노조에 대한 정권 차원의 협박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YTN 내부에서는 사태의 해법에 관한 선후배 기자간 논쟁이 벌어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노조에 의해 ‘불량간부’로 찍혔다는 한 국장급 간부가 ‘조건 없이 제자리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데 대해 통일외교전문기자인 왕선택기자가 이를 조목조목 비판한 것. 아래에 두 사람의 글을 순서대로 게재했다. 왕기자의 글은 분량 관계상 내용을 줄여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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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정문 앞에 걸려 있는 YTN 노조 지지 플래카드

<<이제 조건 없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입니다>>

노조로부터 불량간부로 지목된 ...국의 김0입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후배들인 노조원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이제 구본홍사장 퇴진운동을 조건없이 접고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갑시다. 노사모두가 패자가 되는 파국의 검은 그림자가 점차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길만이 파국을 막는 방안이라고 믿습니다. 노조가 사측이 들어 줄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한 치의 양보도 없다면 그 결과는 무엇이겠습니까? 아무도 원치 않는 공권력의 개입을 부를 것이 뻔합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파업으로 맞설 수 있겠지요. 그 순간 한국의 CNN을 꿈꾸며 우리모두의 피와 땀이 배인 YTN의 경쟁력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아무도 원치 않는 결과가 올 것이며 그 후유증을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저는 다음 네 가지 이유로 노조가 구사장 퇴진 운동을 조건 없이 접고 제자리로 돌아가자고 호소합니다.

첫째, 노조의 구사장 퇴진운동이 80년대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저항권의 발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인사철회와 구사장의 퇴진만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노조의 주장이 상당한 명분과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코스닥상장업체에서 정식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의 퇴진을 도를 넘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현행 법률과 사규에 비추어 불법입니다. 설사 사장 선임절차를 규정한 법률과 규정이 불비하고 소속원의 의지를 정확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노조는 구사장 퇴진 요구가 절대선인 양 주장하며 공공연하게 공권력투입과 사법처리를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부 노조원에게서는 투사가 된 듯한 광기를 느낍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의 주장이 설득력과 정당성을 담보하려면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건 구본홍사장 퇴진운동이 저항권 행사 차원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과 행동은 과거 군부독재시대때 저항권 차원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공정방송을 얘기하면서 정치권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격려방문이 있었습니다. 이미 상당수 후배노조원들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구본홍사장 퇴진운동은 공정방송을 볼모로 한 정치투쟁으로 변모됐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설령 노조의 힘이 강해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관행을 정당화함으로써 두고두고 YTN의 역사에 오욕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노조원들이 훗날 데스크도 되고 그중에서 경영진도 나올 것입니다. 그때 지금과 똑같이 후배들이 정치적 이슈를 내세워 몰아 부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여러분 후배에게 당하는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 될 것입니다.

 셋째, 형식적인 명분을 내세운 노조의 극한투쟁이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원들의 최근 행동을 보면서 과거 경인방송 iTV 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몇 년전 iTV 노조는 당시 사주가 증자 등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허가당국인 당시 방송위원회에 방송국 재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방송위원들은 보란듯이 재허가를 거부함으로써 회사가 문을 닫고야 말았습니다. 종사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지요. 이후 당시 노조집행부가 노조원들의 생계를 어떻게 책임졌겠습니까? YTN도 지금 내년 3월 재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달 중으로 관련서류를 제출해야합니다. 또한 소유구조를 공적구조에서 사적구조로 바꾸는 민영화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막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노사가 분열해서 딴 소리를 낸다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째, ‘코드인사는 괜찮고 캠프인사는 안 된다.’는 노조의 주장은 YTN구성원들을 스스로 모독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업소유구조로 돼 있는 YTN은 과거에 정권과 가까운 인사가 사장이 안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임 표완수 사장이 노무현 정권과 전혀 무관한 인사였습니까? 아니면 백인호 사장이 김대중 정권과 전혀 무관한 인사였습니까? 이들이 당시 정권과는 전혀 무관한 어디서 독립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다 온 분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표완수사장 시절과 그 이전 사장시절에 우리가 정권의 앞잡이 노력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보도국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와 공정방송위원회라는 제도를 통해 우리는 공정방송의 관행을 정립해 왔습니다. 저는 구본홍사장이 현 대통령의 캠프에 참여한 캠프인사이긴 하지만 과거의 코드인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YTN구성원들의 불같은 의지와 공정방송제도의 정비로 우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정보도를 할 수 있습니다.

후배 노조원 여러분!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조건없이 구본홍사장 퇴진운동을 접고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갑시다. 얼마 전까지 선후배가 이마를 맞대고 기사 한줄 한줄을 가지고 씨름하며, 특종을 챙기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치열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던 선후배의 위치로 돌아갑시다. 결코 노조가 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후퇴는 대기업 노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퇴로없는 노사간 협상을 하다 난파 직전에 통 큰 양보를 함으로써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사례는 노동운동사에서 얼마든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벌여온 투쟁의 참의미는 조금도 가감없이 YTN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3년 전 보도국장추천제를 개선하자며 공개적인 글을 올린 이후 다시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을 매우 망설였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주장도 경청하는 아량을 가져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김 선배께>>

 김 선배께서 고심 끝에 올리신 글 읽으면서 참담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역지사지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닫게 됐습니다. (중간 생략) 게시글에서 김 선배께서는 노조가 사장 퇴진 운동을 접어야 한다고 하시고 그 이유로 네 가지를 드셨습니다.

첫째 이유는 이번 투쟁의 성격에 대한 말씀이셨습니다. 노조의 투쟁이 80년대 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민주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투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노조는 현재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구본홍 사장 선임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이 같은 우리 노조의 투쟁은 생존권 차원에서 이해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공정성은 YTN이 창립 15년만에 대한민국 주요 언론으로 급성장하는 기적적 발전의 기반이 됐고 따라서 다른 언론사와 비교할 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우리만의 장점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현 대통령의 특보를 지냈던 분이 YTN의 사장으로 들어온다고 하는데 이것은 대한민국 언론시장에서 우리 회사의 최대 강점인 공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언론의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고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기관이 정책이나 정치를 잘못한다고 판단되면 불가피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를 보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것은 산을 산이라 하고 물을 물이라 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명백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정성으로 성공한 회사가 공정성 이미지를 훼손당한다면 회사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회사 발전의 근간인 공정성을 잃는다면 한국 사회에서 YTN의 위상이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언론사로서 자긍심은 뿌리째 뽑힐 것이고 회사의 수입도 줄어들게 될 것이며 결국 1,2년 안에 다른 조그만 케이블 TV채널과 다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언론사의 상품은 보도입니다. 보도가 형편없으면 그 상품은 팔릴 수 없습니다. 야구를 못하는 프로야구팀은 관중의 외면을 받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언론은 야구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로 구성된 프로야구팀과 다를 바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노조 투쟁의 성격은 언론 기업으로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성에 대해서도 일부 말씀이 있으셨지만 언론사로서 공정방송에 위해가 되는 상황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언론인의 자격을 잃는 것이며 자격이 없는 언론인이 다니는 언론사를 우리는 사이비 언론사라고 부릅니다. 우리 사회의 공적인 사이비 언론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법성 논란과 불의에 대한 저항이 충돌할 때 언론인이라면 불가피하게 약간의 불법적 요소를 감수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불의에 대한 저항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노조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두고 정치 투쟁의 성격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것을 노조 지도부가 거부했고 행사가 끝난 뒤 집행부와 면담하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들었습니다.

둘째, 노조가 승리한다고 해도 오욕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심각한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느낍니다. 노조가 원하는 승리에 대해 오해하시고 있다는 점을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노조의 승리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바로 공정방송 수호입니다. 공정방송의 틀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노조의 승리가 되는 것입니다. 공정방송을 지켜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역사적으로 오욕이 될 것으로 여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노조의 승리는 공정 방송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의 승리가 됩니다. YTN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우리가 공정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노조의 투쟁 목표는 바로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 들어오는 것을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함으로써 우리가 공정방송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YTN 노조는 공정방송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이미 승리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노조의 주장에 상당한 명분이 있다고 김 선배도 인정하셨습니다. 명분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면 그에 따라 처신하면 될 일입니다. 명분은 인정할 수 있지만 현실이 다르게 전개되니 현실을 따르자는 말씀은 언론인으로서 하실 말씀이 아닌 듯합니다. 훗날 노조원들 가운데 선배들이 후배들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당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셨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선배들이 후배들로부터 당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선배들로부터 배신당하는 상황으로 여기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누가 봐도 명명백백하게 YTN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가운데 언론인의 책무를 교육하셨던 선배들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후배들을 막기 위해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상상 밖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정당하지 못한 일을 하고 후배들이 그에 대해 비난한다면 그것은 후배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 선배가 먼저 반성해야 마땅한 상황이 됩니다. 15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겪었고 판단하기 어려운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번 일은 대단히 명백합니다. 대통령 특보 출신의 사장이 들어오면 우리의 공정방송틀은 심각하게 훼손되며 이는 반드시 저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셋째, 경인 방송의 사례와 비교를 하셨는데 이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경인 방송 노조는 명분과 실리 면에서 매우 어리석은 전략을 택했고 투쟁 초기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됐었습니다. 공정방송 수호를 위해 투쟁중인 YTN 노조를 예전의 경인방송 노조와 비교하시는 것은 정말로 지나치시다는 말씀 이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넷째, 과거 노무현 행정부나 김대중 행정부에도 코드 인사가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 인사와 다를 바 없다면서 노조가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일견 일리가 있고 이 부분에 대해 노조 집행부가 유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코드 인사와 캠프 인사는 내용적으로 볼 때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일반 시청자 대중이 참고 넘어갈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 특보 출신 인사는 너무나도 명백한 편향성의 근거가 되며 그런 분이 언론사 사장으로 들어오면 누구라도 그 언론사의 보도 공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드 인사나 캠프 인사가 다를 게 없다고 하시는 것은 마치 누런색 사자나 누런색 노루나 색깔이 같으니 서로 다를 게 없다고 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순백색의 아름다운 색깔을 원하지만 우리가 처한 조건으로 보면 누런색 정도의 흠결은 우리가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색깔이 같다고 노루나 사자가 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노루를 울타리 안에 들여놓으면 배추밭을 망치는 정도로 그치지만 사자를 울타리 안에 들여놓으면 집식구들을 모두 잡아먹게 됩니다. 공정방송 제도화로 공정방송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저의 소신과 일치하는 부분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공정방송은 말로만 하자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엄격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거듭 강조드리고자 합니다. 더구나 사장으로 들어오시는 분이 아직 사나운 맹수인 사자인지 아니면 평화적인 노루인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사자인지 노루인지 증명을 하시는 것은 사장으로 오실 분이 하셔야 합니다.

오히려 지난 몇 주 동안 벌어진 일을 돌이켜 보면 회사 젊은 직원들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선량한 보통 직원들을 투사로 변모시키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잘못된 정책을 잇따라 감행함으로써 노조의 투쟁을 가열시키는 상황을 보면서 노루가 아니라 사자일 것이라는 심증에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하는 것이고 그것도 생존권 차원의 투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10년전 노조 창립을 위해 밤을 새워 일했던 성실한 노조원이었고 YTN 공채 1기 사원이라는 명예와 책임감을 자랑스러워하는 젊은이였지만 이제는 45세를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고 언론인 경력도 벌써 15년을 채워가는 기자가 됐습니다. 저도 세상 일이 복잡하다는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후배 기자들이 원하는 순결한 세상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명합니다. 매우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저항하지 않으면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어지게 되고 우리가 저항하지 않으면 YTN은 그저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사이비 언론사가 됩니다. 그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어서 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하략)

 

by 선대인 2008. 9. 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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