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YTN 보도국 뉴스2팀에서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최근 YTN사태에 대한 생생한 소식을보내왔습니다. 최근 YTN 사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좀더 폭넓은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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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달님' 김수진입니다.
저희 'YTN 젊은 사원 모임' 56명이 단식투쟁에 돌입한 지 사흘, YTN 노조가 구본홍 출근 저지에 나선 지는 76일째가 됐습니다.
저도 어제 아침 9시부터 오늘 아침 9시까지 24시간 단식 농성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첫 날 제 동기와 후배 여기자 두 명이 탈진해서 병원에 갔는데,
저는 단식해도 넘 멀쩡해서 좀 민망합니다 ^^;
(사진 경향신문 펌)
'젊은 사원 모임'이 극단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행동에 나선 것은
그동안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선 사원 60여명이 징계와 사법 처리를 당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또 , 행동에 나서주기를 기대했던 몇몇 '중간 지대'의 간부급 선배들에게 실망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후배들은 징계와 사법 처리의 칼날 앞에
서 있는데 구씨가 임명한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으면서 '노사 모두 잘못했으니
즉각 대화에 나서라' 라고 말하는 선배들은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젊은 사원 모임'이 단식 투쟁에 돌입한 지 24시간 후, 이번에는 95년 이후 입사한 3기 이하 선배 50여명이 저희의 뜻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단식 투쟁 사흘째, 오늘은 2기와 2.5기 선배들 80명이 투쟁에 참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조금 전에는 후유증을 우려해 단식을 중단할 것을 조언하던 노조 집행부도
지지를 선언하고 24시간 단식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단식 투쟁에 참가하는 사람만 2백여 명에 이릅니다.
YTN 정문 앞에 마련한 농성장 앞에서, 선배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 저희들과 함께 해준다는 성명서를 읽어줄 때, 저는 자꾸 눈물이 나는 걸 애써 참았습니다. 비록 뜻은 다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TN은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가족적인 분위기도 강한 회사입니다. 비록 저희 기수들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선배들이 외환위기 당시 6개월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회사를 살려냈었기 때문에 동료 의식도 강합니다. 그동안 출근 저지 등 물리적 실력 행사에 대해서는 노조와 생각을 달리 하던 사람들마저도 동료들이 피를 보는 상황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기에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2기부터 10기까지, 기자, 촬영기자, 그래픽, 기술, 앵커까지 기수와 직종을 막론하고 단식하는 사람이 넘치는 정문 앞 농성장은 이제 비좁아 터질 지경입니다. 결의를 보여주려면 무기한 단식을 해야지 24시간 릴레이 단식이 뭐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24시간 뉴스는 시청자와의 약속이기에, 최후의 수단인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하겠기에 저희는 단식도 하고 일도 동시에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24시간씩 조를 짜서 돌아가며 하는 단식이기는 하지만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쉽지많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바닥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남대문로에서 날리는 매연은 엄청 독하고, 차 소리에 귀는 먹먹하고, 근무시간이 되면 고픈 배를 움켜쥐고 일도 해야 하고... (저희 회사 옆에 하필 통닭집이 두 군데나 있는데 거기서 날아오는 닭튀김 냄새에 너무 괴롭더군요 ^^; )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단식 농성하느라 하룻밤 고아 신세가 됐던 12개월난 제 딸이 저를 반겨줍니다. 한참 밥먹는 연습을 하는 딸이 제게 '엄마 아' 하며 숟가락을 입에 넣어주는데 또 눈물이 났습니다. 구본홍씨는 자기의 개인적 권력욕이 숱한 YTN사원들을 저처럼 나쁜 엄마, 아빠로 만들고 있다는 걸 알까요? 제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사원 2백 명이 밥을 끊었습니다. 단식으로 보여주는 저희의 외침이 간부 선배들의 양심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죽비소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족 : 어제 단식농성하면서 저녁이면 YTN 앞에 모이는 시민 여러분을 처음
봤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저희야 회사 일이니까 이런다지만 아무런 이해관계나 상관도 없는 일에 생업도 바쁘고 힘드실텐데 나와 주시는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