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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3.02.26 '집값 바닥론' 부르짖던 매경의 보도가 확 달라진 이유 18
- 2013.02.14 PD수첩 부동산 리포트편 시청소감 및 부채실태 부연설명 10
- 2013.02.04 당신이 하우스푸어라면 지금 해야 할 일 26
우리는 경제에 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까?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경제신문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일간지의 경제면, 방송의 경제뉴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경제 관련 섹션들도 정보를 얻는 주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정보는 넘쳐나지만 거짓 정보나 엉터리정보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100만 명에 이르는 하우스푸어들도 이런 엉터리 경제정보에 속아 판단을 그르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경제정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할까. 일례로 국내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매일경제신문(매경) 사이트에서 ‘집값 바닥’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2009년 이후 ‘집값 바닥론’이나 ‘집값 상승론’을 보도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집값이 오르는 쪽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이 마치 그대로 실현될 것처럼 여과 없이 보도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몇몇 기사의 제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바닥론 솔솔 부동자금 기웃 (2010년 10월 24일)
"올해 집값 본격 상승"…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11년 1월 12일)
서울 수도권 올해 집값 2.5% 오른다! (2011년 3월 10일)
‘집값 오른다’ 기대심리는 강해졌는데 (2011년 9월 14일)
주택산업연구원 "전세금 2014년에나 하락 반전할 것" (2011년 10월 12일)
강남집값 꿈틀! 서초동아파트 30% 할인분양 (2011년 12월 13일)
“강남 집값 바닥쳤나” 실거래가 2천만원↑ (2012년 4월 22일)
경매 급감, 집값 바닥 신호?…3분기 물건 12년 만에 최저 (2012년 10월 08일)
집값 바닥탈출 5大 징후 ① 찬밥 취급받던 중대형도 팔린다
② 전세금 비율 62%까지 치솟아 ③ 거래량 `진바닥` 수준에 근접
④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오른다 ⑤ 강남재건축 급매물 모두 소화 (2012년 10월 24일)
매경이 얼마나 ‘집값 바닥론’ 군불을 열심히 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동안 집값 추락은 계속됐다. 그런데도 이 신문은 전혀 실의에 잠기지 않고 2013년 들어서도 비슷한 보도를 되풀이한다. 한편으로는 정말 꾸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른다.
집값 하반기 상승 가능성…전세금 강세 지속될 듯 (2013년 1월 2일)
"올해 부동산시장은 상반기에 바닥을 친 후 하반기에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상반기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기존 아파트 급매물을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업계ㆍ학계ㆍ금융계 등에 종사하는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2013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는 집값 바닥시점을 올해 상반기로 내다봤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올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투자방법으로는 기존 아파트 중 가격이 싸게 나온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 매입은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하 생략)
사실 이 기사는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든 뒤 대다수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전형적인 부동산 전망 기사다. 상반기에는 부동산이 침체되지만 하반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반등한다는 ‘상저하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하반기에도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지 않으면 이들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기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반등 시점이 연기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오면 ‘상저하고’를 되뇐다. 독자들을 6개월 단위로 기억이 ‘리셋’되는 존재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무책임한 보도다.
또한 이 보도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말 사심 없는 ‘객관적 전문가’인가 하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집값이 하락하면 부실 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금융계도 집값이 올라주기를 바라는 곳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관련 학자들은 대부분 건설업계의 용역을 받거나 부동산업계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이런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무작위 샘플링을 통해 선택된 사람이 아니라 해당 기자가 입맛에 맞춰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평소 기자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전문가’로 포장돼 지면에 소개되는 것이다.
이런 보도들이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좋다. 그런데 예전 기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반대 기사를 버젓이 내놓는다. 매경은 박근혜대통령이 취임하던 2월 25일 ‘박근혜정부 성공 이것에 달렸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첫 순서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1면 등 주요 면에 모두 7개의 기사를 깔았다. 더구나 ‘집값 20% 떨어지면 중산층 붕괴’ ‘부동산 침체 지속땐 깡통주택 속출→은행부실’ ‘DTI규제, 가계부채 억제효과 적다’ ‘건설불황에 일자리 12만개 날아갈 판’ 등 부동산 부양책을 안 쓰면 한국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극적 제목을 달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보도는 고사하고 연초만 해도 ‘상저하고’라며 곧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처럼 보도했던 신문의 보도가 두 달도 채 안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연초 전망대로 라면 가만 놔둬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텐데도 이제는 금방이라도 부동산시장이 파탄날 것처럼 대대적 부양책을 주문하는 것이다.
구체적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7개 기사 가운데 ‘국민 10명중 7명 “부동산 부양책 필요”’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대표적이다. 매경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한 이 기사에서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3.9%에 이르렀다. 이는 막연히 주택거래가 활발해져야 경기가 좋아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일 뿐이다. 실제 기사내용을 보면 오히려 국민 다수는 구체적 부양책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59.7%로 찬성하는 사람 40.3%보다 상당히 많았다. 또 하우스푸어에 대한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55.5%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45.5%를 앞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52.3%로 찬성 의견 47.4%를 웃돌았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선 찬반이 거의 비슷한 반면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수직 증축 허용의 경우에만 70.1%가 찬성했다. 결국 다섯 가지 부동산 부양방안 가운데 다수 여론이 찬성한 경우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매경은 마치 부동산 부양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처럼 제목을 뽑은 것이다. 교묘하게 제목을 달고 기사를 작성해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들 주장대로 몰고 간 전형적인 경우다.
매경은 이어 ‘양도세 중과 없애 부동산거래 숨통 틔워야’ 기사에서 ‘부동산 살리기 매경 10대제언’이라는 것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로 통합, 주택 증여 1억원까지 세금 감면, 용산 역세권 개발 조속히 해결 등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방안들이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DTI, LTV 금융 규제 완화까지 들어있다. 이런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동산업계나 건축사무소 관계자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을 ‘객관적 전문가’인 포장해 해당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산업연구원은 대한건설협회 부설 연구소인데도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돼 있고, 한 때 부동산컨설팅업체의 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 교수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다. 일반인으로서 유일하게 인용된 사람마저 부동산 다주택자다. 이해관계자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정책 제언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매일경제신문을 예로 들었지만 대다수 다른 경제신문이나 일간지도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이 크게 다른 기사들이 이처럼 양산되는 것은 이들 언론이 가진 이해관계 때문이다. 가계 투기 심리를 자극해 무리하게 집을 사게 하거나, 정부를 압박해 부양책을 내놓게 할 때 그들이 묘사하는 부동산지장 상황은 확연히 달라지지만 최종 목표는 동일하다. 그들의 주요 광고주인 건설업계나 자신들의 주독자층인 부동산부자들에게 영합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보도의 대부분이 광고주의 압력이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비판적 보도를 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는 이미 삼성이 잘 보여준 바 있다. 김용철변호사의 증언으로 불법비자금과 편법 증여 문제가 드러난 뒤 삼성은 이 문제에 가장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광고를 끊어버렸다. 삼성은 2년 넘게 두 신문에 광고를 거의 싣지 않았고, 두 신문사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한국 언론이 광고주인 재벌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직한 기사를 쓰려면 회사의 경영 악화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관련 기사들에서도 객관적 전문가인 양 인용하는 사람들이 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노후 문제에 관한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곳은 주로 보험사, 또는 보험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계 연구소다. 이들은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부풀리는 등 ‘공포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보험 가입을 유도한다. 한국의 증권사들은 주가 전망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삼성, 현대, LG 등 재벌계 연구소가 경제공룡인 재벌그룹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심지어 같은 연구소의 외부용과 내부용 보고서 내용이 상반될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재벌계 연구소는 대외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대에 가까운 보고서를 돌렸다. 이 정도면 의도적인 여론조작에 가깝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정보 역시도 정직하지 못하다. 대통령부터가 임기 중에 주가지수가 3천을 간다느니, 5천을 간다느니 하면서 기대 심리를 부풀린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고위 관료들은 산하 공기업이나 관련 업계와 유착된 경우가 많다. 그들의 퇴직 후 생계가 관련 업계에 달려 있고, 이미 자신들의 선배가 거기에 가 있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뻔하다. 이들이 일반가계를 위한 정책과 정직한 정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정부는 수십 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기 전 주무 장관들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적은 많지만 무주택서민들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은 무얼 말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정직한 경제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나온 자료, 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사나 뉴스라면 그 진실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망을 되풀이해서 내놓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10분 정도만 검색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에 관한 좋은 책들로 가짜 정보,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는 힘을 키울 필요도 있다. 이는 교양도 쌓고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힘도 키울 수 있기에 수고롭지만 충분히 보상이 되는 일이다. 재벌이나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연구소나 사회적 기업, 언론을 찾을 필요도 있다. 에듀머니와 같은 사회적 기업은 빚지지 않는 가계 살림을 위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상담 활동도 벌이고 있다. 99%를 위한 경제방송을 표방했던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나꼽살)’ 가운데 관심 있는 주제들부터 찾아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가계를 위한 정직한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나 연구소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정보균형이라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일반 가계 입장에서 재벌과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정직한 경제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모태로 독립적인 경제미디어를 구축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는 99%가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던 관계로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이 제작한 ‘2013 부동산 보고서’편을 뒤늦게 보고 시청 소감 올립니다.
1. 지금의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까지 이른 데에는 선량한 가계를 투기심리를 부추겨 고분양가 폭리를 취해온 건설사뿐만 아니라 국토해양부와 산하 LH공사, 인천시와 같은 각종 지자체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줬습니다. 일반 가계들 입장에서 일해야 하는 공복들이 일반가계의 장밋빛 환상을 부추겨놓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는 행태야 말로 이 나라 서민들이 왜 계속 골병이 들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2. 제도적으로는 선분양제와 선분양제와 짝을 이뤄 3~5년 거치 원리금 분할상환 또는 일시상환하게 하는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민간건설자본은 취약한 가운데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수요 급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선분양제는 이미 건설업체가 과포화상태인 지금은 시대착오적 정책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평생 살면서 사게 되는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 상태가 아닌 주택업체의 홍보물만 보고 사야 하는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영종신도시 입주 주민들이 만약 지금의 완공 상태를 봤더라면 누가 그 비싼 가격에 거기에 들어갔겠습니까?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합니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들을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이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3. 지금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정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떠들고 있는 하우스푸어대책은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몇 줄의 글로 선심쓰는 것은 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는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시장 기율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의 조정을 지연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등 한국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줍니다.
더구나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옵니까.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할 돈이 있다면, 그 돈은 부동산 거품에 책임이 없지만 불똥이 튀고 있는 88만원세대나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저소득·취약계층, 그리고 무주택서민들에 먼저 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도 나왔듯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집주인들보다 세입자들의 입주 시점과 정황을 판단해 법적 대항력을 키워주고 그들이 세들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일정한 거주 기간을 보장해준다든지, 아니면 그들이 그 집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기회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의 해법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그들이야 투기적 탐욕을 부린 사람들도 아닌데 애꿎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부터 지원하는 게 우선이지요. 이번 <피디수첩>은 바로 ‘깡통 전세’ 세입자들의 문제를 더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잘 만든 수작입니다.
하우스푸어들은 분명히 ‘빚 권하는 사회’의 구조적 희생자인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최종 책임을 그들이 안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들에게는 공공 차원의 대대적인 재무 컨설팅을 통해 부채조정을 위한 자구노력을 실행하게 하고 채권자인 금융권의 약탈적 대출에 책임을 물어 연체 이자를 재조정하게 하는 정도의 조치에서 그쳐야 합니다. 물론 그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을 때는 그들이 제기할 수 있도록 개인신용파산 및 제기 절차를 금융권이 아닌 가계 중심으로 개혁하고, 신불자 재기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주는 것이 공공의 올바른 해법입니다.
4. 굳이 ‘옥의 티’ 하나를 거론하라면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나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이 등장해 마치 전세입자들편인 것처럼 보도된 사정입니다. 그 관계자들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현재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경고하기보다는 안이하거나 오히려 선동성 정보들을 통해 가계의 무리한 투자를 부추긴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서민의 편’인 양 등장하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좋게 이해하자면 과거에 그랬던 그들조차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를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건설산업연구원 앞에 ‘대한건설협회 부설’이라는 수식어 정도는 달아서 일반인들이 ‘객관적인 전문가’가 아닌 ‘이해관계자’라는 것은 분명히 알도록 했어야 합니다.
5. 끝으로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 줬습니다. 저는 그 동안 수도 없이 주택담보대출이 정책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영된 파주시의 한 아파트 부채 실태 분석을 도와주면서 살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해 제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파주가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비인기 지역이고 중대형 열풍이 가라앉은 뒤 뒤늦게 입주한 아파트라는 특성이 있기는 해도 정말 너무 심각했습니다. 전체 933가구의 84.5%가 대출을 얻었고, 73.1%가 전세를 끼고 있습니다. 대출 받은 가구의 전체 평균 대출금액이 3억원이 넘고 전세액을 포함한 타인자본 총액은 3.89억원이나 됐습니다. 특히 평형이 넓을수록 대출금과 전세액의 규모도 커 부동산 하락기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또한 <그림1>의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호가 위주인 다음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 가구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이미 50.2%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적용하고 있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한 LTV 비율과도 유사한 수준일 것입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두 번째 그래프) 이미 60%이상 가구 비중이 61.6%로 껑충 뜁니다. 특히 아예 100%이상인 가구는 1.8%에서 15.1%로 급증하게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세 번째 그래프) LTV비율은 100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되고, 최근 경매낙찰가율인 70% 이상 가구 비중만 71%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이들 가구는 이미 깡통아파트, 깡통전세인 셈입니다.
이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지금 상황이 일시적인 임기응변책으로 끝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아파트별 부채 실태를 조사해 위기 관리 시나리오를 하루빨리 수립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가계부채 폭탄의 화약고를 단계적으로 분산시켜 터뜨려서 통제해야지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연착륙 미명 아래 계속 부동산 거품을 키우다가는 정말 금융시스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림1>
주) MBC 피디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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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우스푸어인 사람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첫째로, 건설업자들과 부동산 업계를 광고주로 모신 언론들이 몇 년째 양치기 소년처럼 떠들고 있는 ‘바닥론’의 환상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수많은 하우스푸어들이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금만 더 견디면 집값이 올라서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 때문이다.
둘째로, 이른바 ‘연착륙’의 타이밍은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경고는 노무현정부 초기 때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었고, 고 노무현대통령 자신도 이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대응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연착륙의 기회를 놓쳤다. 참여정부 후반부에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실낱같은 연착륙 가능성을 살렸지만 이명박 정부는 5년 동안 연착륙 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가계부채라는 화약고만 잔뜩 키워놓았다. 이제는 원래 의미 그대로의 연착륙은 상상만 가능할 뿐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충격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이 가능하다.
셋째로, 투자에 따른 이해득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상당한 책임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건설업계와 언론, 부동산 부양책과 심지어 사실상의 투기 조장책까지 남발한 정부와 정치권에도 있다. 그러나 어떤 투자든 결국은 최종 결정은 자신이 판단해서 한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이것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이익이 나면 모두 내 거지만, 손해를 보면 사회가 책임져줘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 투자가 실패했다면 손해를 자신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실은 무척 인정하기 싫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하우스 푸어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경과가 상당히 진행된 큰 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에 이 병의 치료가 무척 어렵다는 점, 조기 발견을 놓쳤기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 잘못된 생활습관이 병을 키웠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우리 연구소도 당장 듣기 좋은 말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그런 말은 하우스푸어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의 선동적 정보를 믿고 무리하게 빚을 진 사람들이 여전히 같은 언론의 허무맹랑한 ‘집값 바닥론’을 믿어봐야 손실만 커질 뿐이다. 더 시기를 놓치면 중병이 백약이 무효인 불치병으로까지 악화되기 십상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현실을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인다면 이제 치료 방법을 찾아볼 때다.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하우스푸어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는 하우스푸어가 가진 집의 일부 지분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겨서 빚을 일부 갚는 ‘지분매각제도’ 방식이다. 하우스푸어는 캠코에 지분을 넘기고 받은 돈의 연 6% 수준에 해당하는 돈을 캠코에 ‘지분사용료’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캠코가 10억 원으로 책정 받은 집의 50% 지분을 캠코에 넘기고 5억 원을 받아 빚을 일부 갚은 다음, 내 집의 지분 50%를 가진 캠코에 연 6%인 3천만 원을 해마다 캠코에 내야 하는 것이다. 이 대책은 당시 주택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지분사용료의 이율도 최근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인 적격 대출의 약 4%는 물론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비싸다. 그나마 하우스푸어의 투자 실패를 공기업이 떠맡는 게 옳은 일인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아서 실행을 100% 장담할 수도 없다.
금융 기관이 주도하는 방식인 세일 앤 리스백은 원래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이후에 대량으로 발생한 하우스 푸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으로, 빚을 진 금융기관에 집의 소유권을 넘긴 다음에 임대료를 내고 일정 기간 그 집에서 살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2006년 정점과 비교해서 2009년까지 30% 이상 거품이 걷히면서 안정세를 보였던 미국 시장에서는 이 방식이 효과가 있었으나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으로 집값이 여전히 계속해서 느리게 빠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그 효과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집의 소유권이나 매매권을 받은 금융기관으로서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그만큼 손실을 보므로 부실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이를 변형시킨 트러스트 앤 리스백을 내놓았다. 세일 앤 리스백과 다른 점은 형식적으로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넘긴 뒤 금융기관에는 매매에 대한 권리를 준 다음에 연체이자 대신에 일반 대출 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그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결과적으로는 원금 상환 기간을 늦춰주고 이자 부담을 약간 완화시켜줄 뿐 결국은 빚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가 없다.
하우스 푸어가 점점 늘어나서 사회 문제로 번지는 이유도 정부와 정치권의 무리한 대책 탓이 크다. ‘버티다 보면 정부에서 해결해 주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빚 갚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하우스 푸어 대책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이 지원되어야 하는데, 하우스 푸어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금으로 개인의 빚을 메워주는 것에 찬성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뭔가 좋은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이자가 빠져나가고 가계의 병이 더욱 악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슨 수를 써서든 스스로의 힘으로 더 이상의 손실을 막거나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상태에서는 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게 되며, 원금 상환은 언감생심이다. 시간이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앞에서 말한 대책을 활용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만기를 연장해 주어도 결국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출 원금을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결국은 집을 팔고 규모를 줄이거나 임대하는 수밖에 없다.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라는 하소연이 많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제 시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가격에 집을 내놓는다.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에서는 시가 또는 시가에서 약간 낮춘다고 해도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집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과감하게 낮춘 가격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속이 쓰라릴 일이지만 당장 볼 손실을 생각할 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내야 하는 이자와 만기가 되었을 때 원금의 비용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집만이 아니라 팔거나 줄일 수 있는 자산은 처분해서 최대한 빚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불필요한 보험이나 투자 상품을 해지하고, 자동차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가계의 모든 분야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은 쉬워도 낮추는 것은 너무나 힘든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독한 치료약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몇 번씩 수술을 받는 아픔을 겪어야 하듯, 가계의 난치병 역시도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모두가 합심해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힘든 과정을 겪을수록 가족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은 이해를 구한다면 가족 구성원들이 피폐해지는 것을 많이 완화할 수 있다. 오히려 물질적인 풍요에만 빠져서 대화가 단절되고 냉랭했던 가정이 합심해서 빚을 청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화목해지는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 재무상담을 해 주는 에듀머니와 같은 사회적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하우스 푸어에서 탈출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힘든 결정을 여러 번 내려야 한다. 이럴 때에 전문가의 도움은 결심을 하는데 많은 의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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