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2차 부동산 폭등이 일어난 2006년부터 분양가상한제 시행 앞둔 2007년까지 건설업체들 앞다퉈 분양물량 쏟아냈죠. 2008년 봄 "뉴타운광풍"이 불었죠. 그 때 아무도 "부동산 불패"를 의심하지 않았을 때 제가 부동산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2008년 하반기 집값이 급락했고, 2006~2007년 분양됐던 아파트들의 물량 폭탄이 쏟아지면서 부동산시장을 더욱 내리눌렀죠.  

2008년 말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 급락했다가 2009년초부터 이명박정부의 대대적 부양책으로 집값이 다시 급반등할 때 많은 이들이 인천 청라 등지의 분양 물량과 강남 재건축에 뛰어들었죠. 그 해 다시 <위험함 경제학>을 출간해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2009년 10월이 고점이었고, 수도권 집값은 그 때부터 2012년 말까지 내리막길 걸었습니다. 하우스푸어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났습니다. 

자, 다시 정부와 언론에서 "집값 바닥"이라고 소리칩니다. 2006년 이후 1,2월 거래량이 사상 최대라고 떠들죠. 여기에는 분양권 전매제한 풀린 물량도 상당량 있고, 2000년대 초반 거래량이 파악되지 않아 비교대상에 들지 않아 사실 사상 최대는 아닙니다. 

그런데 확실한 사상 최대는 두 가지 더 있죠. 이 기간 동안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은 사상 최대입니다. 이건 대한민국 역사상 사상 최대입니다. 주택 거래건당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사상 최대입니다. 부동산 폭등기였던 2006년 하반기에 비해서도 두 배입니다. 그런데 2006년엔 14% 이상 뛰었던 집값이 지난해엔 겨우 2.5%였습니다. 이 난리를 치고도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상 최대는 2000년대 이후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올해 쏟아진다는 겁니다. 집 살 수요가 많이 있어서요?  글쎄요. 한 언론 보도에 인용된 건설업계 관계자 말입니다. "이런 장세가 짧게는 6개월, 길어도 1년 이상 가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경쟁적으로 서둘러 물량을 쏟아내는 것" 건설업체 관계자가 이렇게 말하면, 잠재 수요자들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요? 

자 지금 말씀드리는 이런 것들이 모두 뭘 의미하느냐고요? 일부 언론에서 지금부터 2,3년 후에는 "물량 폭탄" 때문에 집값이 다시 가라앉을 거라고 얘기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길게 잡지 않습니다. 집값이 하락할 주원인도 물량폭탄이 아니라 부채 부담 때문일 거고요. 제가 2013년 말 출간한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에서 2~3년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1~2년 정도 안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아직까지는 그 전망을 수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올해 말~내년 초 정도까지는 집값이 다시 가라앉는 걸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또 하나의 데자뷰가 있습니다. 1991년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했고 이후 3~4년 동안 일본 정부는 대규모 토건 부양책을 펼쳤습니다. 그래도 안 되자 1994~1996년부터는 제로금리와 각종 세제혜택, 가계부채를 동원해 일본 가계들로 하여금 집을 사게 부추겼습니다. 많은 일본 국민들도 집값이 고점에 비해 상당히 빠진 것 같고, 이자 부담도 낮으니 분양대열에 뛰어들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그 뒤는 일본의 길을 따라갈지 아닐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일본의 결론의 말씀드리면,  1997년 부동산 2차 버블이 붕괴했고, 1994~1996년에 분양대열에 뛰어들었던 많은 일본 국민이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했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양상을 똑같이 따라갈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최근에는 그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연내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은 갈수록 가능성이 높아지는군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살짝 높아지기만 해도 환율이 급등하는 나라에서 언제까지 금리를 낮은 상태로 묶어둘 수 있는지 의문이군요.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지금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는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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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5. 3. 12. 10:08





최경환부총리 어제 "한국판 뉴딜정책" 펴겠다며 하는 말이 결국 민자사업 활성화란다. 그것도 민자사업 공사장인 서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현장에서. 초부유층 대상 자본소득세를 올리자는 버핏세 취지가 한국에만 오면 근로소득세 올리자로 둔갑하는 것처럼 금융규제 강화와 노동소득 증대, 복지강화와 함께 공공사업 시행이 패키지였던 뉴딜정책이 한국에만 오면 그냥 토건사업 강화로 둔갑된다. 2004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 일시적으로 가라앉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한국판 뉴딜정책"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추경편성해 토건사업 벌여 건설경기 부양론 펼친 것도 마차가지. 이처럼 한국의 토건족 성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쨌든 최경환이 어제 민자사업 활성화를 외친 배경이 있다. 이미 4대강사업과 같은 대규모 재정지출로 과잉공급된 건설업계를 먹여살리지 못하자 이명박정부 후반부터 가계 부채를 동원한 집 사주기 토끼몰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말하듯 이 또한 지속하기 어려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재정도 부족하고, 가계부채 여력이 줄어든 상황.

궁리 끝에 들고나온 게 민자사업일 거다. 궁여지책인 셈이다.


예전에 많이 썼으니 길게 되풀이하지는 않겠다. 한국의 민자사업은 말로만 민자사업이지, 시공단계와 운영단계에서 모두 국민혈세를 퍼주는 "저위험 고수익"(땅짚고 헤엄치기)사업이다.  이런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고치기도 전에 또 다시 민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들고나온 것이다. 민자사업이 제동이 걸리기 전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의 민자사업 물량은 GDP대비 세계 최고였다. 워낙 저위험 고수익이니 남발됐던 것인데, 다시 이 수준으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최경환부총리가 말로는 "제3의 사업방식" 운운하며 과거 문제점을 고치는 것처럼 떠드는데, 정부가 민간의 위험을 공유해주겠다는 것뿐이다. 가뜩이나 저위험 고수익 사업 구조를 정부가 공유해주면 더더욱 특혜가 될 뿐. "패스트트랙"으로 사업기간을 줄이겠다는 것도 민자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따지지 말고 기업들 뜻대로 빨리 진행하도록 해주겠다는 말일 뿐이다. 민자사업 종주국이라는 나라들에서도 민자사업은 수년~십수년씩 걸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을 하게 한다. 그런데 한국은 대부분 업체들끼리 컨소시엄 형성해 돌아가면서 담합한다. 기존에도 무위험 무경쟁 고수익 구조였었는데, 정부가 위험도 공유해주고 필요한 절차들 다 없애 사업기간도 단축시켜 주겠다는 거다. 


어제 전화 온 한 기자가 기재부관료에게 물었더니 "민자사업은 고위험 고수익 구조이니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단다. 기재부 관료라는 사람이 무식한 건지, 알고도 그냥 기자를 속여넘기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고위험에는 고수익이고, 저위험에는 저수익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외국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거의 100% 민간자본이 자신들의 자본과 기술력, 창의력을 바탕으로 책임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운영단계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자신들이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고, 그런 계산이 안 나오면 안 하면 된다. 즉 고위험은 이미 고수익으로 보답이 되는 셈이다. "고위험 구조이니 업체들이 사업을 안 한다"고 정부가 시공비의 30% 가량을 대주고, 최소운영수입까지 보장해주니 안 해도 될 사업들을 남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조건이라면 뭐 하러 민자사업으로 하나. 그냥 재정으로 하는 게 길게 보면 훨씬 돈이 덜 들지.  


지금까지 설명한 게 바로 최경환이 어제 말한 "한국판 뉴딜정책"의 생얼이다. 물론 정부는 이렇게 민자사업이라도 벌여서 좀비상태인 건설업체들 먹여살려보겠다는 심산일 터. 그런데 생각해보면 기가 찬다. 이 나라 국민은 혈세로 4대강사업이나 경인운하 같은 토건사업에 탕진하고, 가계부채를 억지로 내서 고분양가에 분양주택을 사주는 것도 모자라 불요불급한 시설물을 짓도록 각종 특혜성 민자사업을 또 진행하게 해야 하나. 도대체 국민들이 건설업체들 먹여살려야 하는 호구란 말인가. 제발 생각을 좀 바꿔라. 지금 살아야 하는 건 건설업체들이 아니라 국민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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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5. 3. 10. 09:53



최경환의 디플레 우려 발언, 현 경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추경예산 편성이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군불 때기 발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근로자 실질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말은 옳다. 그런데 서민증세를 하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은 건 뭐였던가. 달랑 통하지도 없는 근로소득 환류세제로 하나로 생까겠다는 건가.


최경환, 말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면서 행동은 늘 부채주도성장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사상 최대 증가. 가계들 부채 부담 늘면 가계 소비 여력은 줄기 마련. 이러고 무슨 성장을 하나?


최경환, 아예 사실 왜곡까지. 주택담보대출규제 완화해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대출 이동해 가계부채 질 개선됐다고 강변. 사실은 2금융권 증가세는 거의 그대로고 1금융권 증가세는 폭증했다. 아예 대놓고 사기질인데, 이걸 지적하는 언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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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5. 3. 5.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