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의 유명한 아시아경제 전문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2009년 7월 27일(미국 시간 26일) ‘급속한 회복 신호 자체가 버블이다(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이 칼럼은 한국과 중국을 주로 예로 들며 아시아 경제가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으로 일시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이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성급한 조기 회복론에 들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경고였다. 필자 또한 그의 칼럼 내용에 공감한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이 칼럼 내용을 거의 정반대 내용처럼 소개했다. 그가 본론 전개에 앞서 칼럼 도입부에 겉으로 한국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짧게 언급한 것을 마치 칼럼 내용의 핵심인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특히 페섹은 칼럼 첫 줄을 ‘한국의 관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칼럼 전반의 내용을 고려하면 약간은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의 상당수 언론들은 이 문장을 따서 ‘한국경제에 경의를 표한다’는 등의 제목 아래 페섹의 지적과는 정반대로 그가 마치 한국경제에 대해 굉장히 호평한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아예 원문 내용을 바꿔 날조를 해버린 것이다.

 

 (*사실 이 글 내용을 잘 이해하려면 페섹의 칼럼 원문을 읽어보는 게 좋지만, 너무 길어질까봐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다만 페섹의 칼럼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바란다. 현재 한국 및 아시아경제 상황을 잘 알려주는 좋은 칼럼이다. 칼럼의 번역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필자가 번역한 전문을 볼 수 있다. )

 

http://www.bloomberg.com/apps/news?pid=20601110&sid=awbeFpo0K1kw (칼럼 원문)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pesek (번역 전문)

 

이제 한국 언론의 보도 양상과 왜곡 과정을 보기 위해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시간순으로 살펴보았다. 


페섹 “한국에 경의를...아시아 버블 우려”(연합뉴스)

블룸버그 “한국에 경의를...아시아 버블 우려”(매일경제)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문화일보)

아시아경제통 페섹 “한국 빠른 경제회복세에 경의”(파이낸셜 뉴스)

블룸버그 “빠른 회복 신호, 그 자체가 거품”(프레시안)

“한국경제 회복세 경의를 표한다”(서울경제)

페섹 “한국 빠른 회복에 경의”(한국경제)

페섹 “韓 놀라운 성장에 경의를”(머니투데이)

“한국의 빠른 경제 회복에 경의”(세계일보)

“한국 경제 회복세에 경의를 표합니다”(중앙일보)

“한국 경제, 빠른 회복 가능”(조선일보)

페섹이 한국에 모자 벗고 경의 표한 이유는?(머니투데이)

해외에서 인정하는 경제위기 극복 성과(서울경제)


이를 보면 알겠지만, 페섹의 칼럼내용을 가장 먼저 기사화한 것은 연합뉴스다.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들이 그날 보도할 주요 뉴스들을 선별할 때 참고가 되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의제 설정 기능이 상당히 강하다. 연합뉴스 보도가 네이버에 뜬 뒤 24분 후에 뜬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제목부터 기사 내용까지 거의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있다. (참고로, 한국 언론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끼고 나서 자사 기자들의 이름을 달아 자사가 직접 보도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표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의 경우라면 기사 작성자가 당장 해고될 정도의 사안이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들은 오히려 데스크들이 이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언론이 최소한의 보도 윤리조차 지키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는 “페섹이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아시아 경제 회복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시아 국가들의 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고 소개했다. 페섹이 현상을 설명한 뒤 비판적 시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마치 칭찬하는 톤으로 바꿔 소개한 것이다. 또한 한국과 아시아를 분리해 페섹이 한국은 칭찬하면서도 아시아에 대해서는 버블을 우려한다는 식으로 교묘히 기사를 작성했다. 그래도 연합뉴스는 이후 이어지는 후속보도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래도 제목에서 ‘아시아 버블 우려’라는 표현도 넣고, 내용에서도 페섹의 경고를 상당 부분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보도부터는 거의 날조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한다. 문화일보 보도를 보면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라는 제목 아래 ‘미 칼럼니스트 페섹 극찬’이라는 부제까지 달아놓았다. 또 “미국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경제 회복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는 부분은 아예 빼버렸다. 그리고 페섹의 경고는 마지막에 두 문장으로 짧게 처리했다. 사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문화일보도 사세나 발행 부수에 비해서는 의제 설정력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대부분 조간신문이나 방송사들이 지면이나 뉴스 제작시 석간인 문화일보를 참고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일보 보도 이후 거의 모든 언론들은 문화일보와 비슷한 톤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머니투데이가 운영하는 케이블방송인 MTN은 아예 ‘페섹이 극찬했다’고 표현했고, 조선일보는 “27일 나라 안팎에서 한국경제에 관한 '굿 뉴스'가 쏟아졌다”고 소개했다. 서울경제신문은 7월29일 사설에서 ‘해외에서 인정하는 경제위기 극복 성과’라는 사설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극복이 매우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며 페섹을 인용했다. 심지어 이 사설은 “페섹의 평가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우리 경제에 대해 강한 비관론을 펴왔기 때문이다”라며 마치 그가 전향이라도 한 양 소개했다. 매일경제도 7월 29일 ‘아예 정치인을 수입해볼까’라는 칼럼에서 페섹을 인용한 뒤 “(한국경제가) 이런 칭찬을 들을 법도 하다”고 되풀이했다. 조선일보는 7월30일 다시 ‘라이언 일병과 출구전략’이라는 외부필자의 시론을 통해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대처와 경기부양으로 2분기 성장률이 2.3%(전기대비)를 기록할 정도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호평을 한 것”이라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반복했다.


이러다 보니 정부 여당들도 그 같은 왜곡보도를 인용해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언론 보도 다음날인 7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지독한 이명박 정부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곳곳에서 실물경제회복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며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경제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과 관련해서 한국정부 관계자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페섹의 칼럼을 근거로 민주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은 것이다. 이틀 뒤인 7월 30일에는 기획재정부가 ‘출구전략 시기상조...확장적 정책기조 유지’라는 기사체 형식의 정책정보를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올리면서 “나라 안팎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칭찬이 쏟아졌다”며 언론 보도내용을 인용했다. 


한 마디로 언론이 거의 날조에 가까운 왜곡보도를 하고, 정부여당은 이를 근거로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도 없다. 자신들을 욕하는 줄도 모르고 칭찬으로 알아듣는 격이니 바보천치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부 여당이 이 정도 수준이니 너무 (비)웃기다 못해 서글퍼질 정도다. 만약 페섹이 한국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국, 중국 등 아시아경제에 대한 경고를 ‘찬사’로 알아듣는 한국의 주류 언론과 정부 여당을 보면 아연실색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한국 정부 당국과 여당의 한심한 수준을 알고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국내 언론들의 조작왜곡보도와 정부 여당의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칼럼 내용을 ‘정직하게’ 소개한 언론사는 프레시안뿐이었다. 프레시안은 “빠른 회복 신호, 그 자체가 거품”이라며 페섹의 칼럼 제목을 그대로 기사 제목으로 썼고 기사 내용도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해 보도했다. 또한 한국 언론들의 날조 보도가 이어지자 기가 막혔던지 프레시안은 ‘외신 왜곡...미디어법이 우려되는 실제 사례’라는 제목으로 페섹의 칼럼과 문화일보 보도 내용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프레시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다 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정말 한국경제가 엄청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경제의 냉엄한 현실도 모른 채 기득권 언론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젖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어! 이러다 2000되나?’(머니투데이 8월4일자), ‘1년전 MB말 듣고 주식 샀더라면 부자됐을 텐데’(뉴데일리 8월4일자) 등의 주식 투자를 선동하는 듯한 보도를 하면서도 페섹의 칼럼 내용을 자기들 멋대로 끌어다 댔다. 

도대체 외신 기사 내용마저 정반대로 왜곡하는 이런 파렴치한 언론들을 정상적인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자신들을 욕하는 줄도 모르고 칭찬으로 알아듣는 한심한 정부 당국에 의지해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비아냥거리는 톤의 칭찬을 극찬으로 바꿔놓는 한국 언론의 상상력에, 자신들을 비판하는 칼럼조차 찬사로 새기는 한국 정부의 포용력에 경의를 표한다. 잠깐, 이마저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겠지.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8. 6. 09:22

많은 이들이 집값 추이에 대한 언론 보도에 일희일비하며 휘둘린다. 그런데 집값 자체가 부실 투성이고 왜곡된 것이라면 어떨까.


현재 주택가격 통계는 정부 공인 통계로 삼는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와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지수들이 있다. 하지만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작성하는 통계는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불러주는 호가 위주의 통계로 사실상 조작에 가깝다. 대부분 업체들이 회원 중개업소들로부터 매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고, 보고 가격에 대한 필터링(filtering)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회원 업소의 수수료 수입이 사업의 주요 기반인 사설 정보업체들이 엄격한 필터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들 회원 중개업소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신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아파트 부녀회가 담합한 호가가 이들 가격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는 그나마 양반이다. 일단 회원업소들로부터 회비를 받지 않는데다, 사설 정보업체들보다 모니터링 인력이 두 배 이상 많아 그나마 현재로선 가장 신뢰할만한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86년 이후 시계열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유일하다. 필자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 전반에서 국민은행 주택가격 지수를 사용한 까닭이다. 


이에 비해 각 지자체들에 신고된 실제 거래내역을 국토해양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는 현재로선 주택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자료다. 물론 다운계약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일정한 기준 이하 거래금액은 제외한다는 점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특히 2008년 하반기와 같은 가격 급락기에는 전월에 비해 거래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시장 거래가격을 제외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국민은행 주택가격 지수나 부동산 정보업체 주택가격 자료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우리 연구소는 2009년 상반기 국내 부동산시장을 분석한 <경제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기초 지자체별로 실거래가 추이를 살펴보았다. 기초 지자체별로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가운데 그 지역 주택시장상황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아파트 단지의 월별 실거래가 추이를 평형별 평균가격으로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드러난 몇 가지 주요 포인트는 이렇다.

우선, 서울 대부분 지역과 경기 남부 및 주요 신도시 지역 등은 대부분 2006년 말에 고점을 찍은 뒤 2009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 하락폭은 아파트 단지와 평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20~40%씩 큰 폭으로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2년여 간의 물가 상승 수준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2006년말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뒤 거래가 뚝 끊기면서 사정이 급한 매도자들이 집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거래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부동산 중개업소가 불러주는 호가 위주로 작성된 국민은행 가격지수와 조작에 가까운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낸 정도에 그쳤다. 실거래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결탁해 호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24평형은 2억4,000만원에 현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은행 시세 하한가는 3억1,000만원으로 돼 있었다. 또 비슷한 시기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은 급매 물건 가격이 6억5,000만원이었지만, 국민은행 주택 통계 사이트에서는 상한가 9억 원, 하한가가 8억 원에 올라와 있었다. 또 2008년 10월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었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원으로 잡혀 있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괴리가 너무 과도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실거래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2006년말 이후 계속 호가 거품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꾸로 2009년 상반기처럼 집값이 반등할 때는 실거래가보다 훨씬 큰 폭으로 호가를 올리며 마치 그것이 시장 거래가격인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하기도 한다. 아파트 실거래가와 사설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올라있는 매매가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참고로, 아파트 실거래가는 rt.mltm.go.kr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확인해보기 바란다.)


예를 들어,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 85㎡형의 경우 국토부 실거래가는 2009년 4월에 4.0억원과 4.23억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5월에는 3.8억원에 두 건, 5.3억원에 한 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6월에는 아예 거래가 없었다. 하지만 한 부동산 정보업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있는 이 평형의 하한가는 4.7억원, 하한가는 5.3억원이었다. 5월에 5.3억원에 이뤄진 거래를 제외한 4건 모두가 정보업체가 게시한 하한가보다 크게 낮은 3.8~4.2억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은평뉴타운 1지구 13단지 135㎡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9년 5월 이뤄진 실거래가는 각각 6.9억원, 7.16억원, 6.85억원으로 세 건 모두 사설 정보업체에 게시된 하한가 7.2억원(상한가는 7.8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사례는 만성화돼 있다.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짜고 호가 거품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평뉴타운 2지구가 분양하면 ‘1억원의 웃돈이 붙을 것’이라고 일부 언론이 선동하고 있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이처럼 매도자와 매수자간 건전한 중개인 역할을 해야 할 부동산 업소나 부동산정보업체들의 부도덕성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실거래가 조사를 하고도 이런 호가 올리기에 수수방관인 정책당국의 태도다. 부녀회의 가격 담합이나 부동산업소의 호가 조작 등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런 상황들을 방치하고 있으니 실거래가 조사를 왜 하는가. 국토해양부 조직을 키우고 자리나 늘리려고 실거래가 조사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둘째, 평형별 추이를 보면 중소형에 비해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중대형, 특히 대형 평형의 실거래가 변동이 심했다. 이는 ‘그래도 블루칩 아파트는 오른다’는 부동상 투기 선동가들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거꾸로 필자는 금융권 차입을 통해 부동산 투기 거품이 많이 낀 지역과 중대형아파트일수록 집값이 많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는데, 실거래가 자료는 필자의 주장이 옳음을 입증해준다. 물론 2009년 반등기에 투기적 거래가 준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들 아파트의 반등폭도 더 컸다. 하지만, 이는 투기적 거래에 많이 노출된 아파트일수록 가격 진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도표1>에서 서울 강남 3구와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의 하락률과 반등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크다는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이들 아파트 단지들이 이렇게 가격이 뛴 상태로 머문다면 괜찮겠지만, 반등기에 가격이 많이 뛴 아파트일수록 재하락기에 그만큼 다시 하락폭이 커질 것임은 자명하다.


셋째, 2009년 상반기 부동산정보업체들의 가격 조작과 선동이 얼마나 심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부동산정보업체가 2009년 5월부터 2006년말 고점을 회복했다고 주장했던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를 보자. 물론 고점 대비 단기 가격 저점을 기록한 2009년 초에 비하면 큰 폭의 반등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2009년 6월 현재에도 고점 대비 14% 하락한 상태다. 부동산정보업체의 주장은 잠재적 매수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선동일 뿐 실거래가 상으로는 아직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상반기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은 여전히 고점 대비 10~30% 떨어져 있는 상태다. 그나마 서울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기 인천 등에서는 가격 반등폭이 서울에 비해 더 적어 5% 전후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이 같은 반등폭도 거래량 및 매도-매수세 동향 등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지속될 여력은 많지 않다. 매월의 주택대출 증가액을 매월의 아파트 거래량으로 나눈 결과 2009년 초에는 2006년 하반기의 폭등 양상 때처럼 주택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2009년 초의 주택 거래 역시 2006년 하반기 때처럼 투기적 거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2009년 상반기의 집값 반등이 마치 ‘돈 있는 사람들’이 차입 없이 주택을 매입한 것이라는 주장이 낭설임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집값 반등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면 이번에 주택을 거래한 사람들은 1~2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시 헐값에 매물을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006년말 집값이 폭등한 뒤 거래가 끊어지면서 빚을 많이 진 가계들이 매물을 토해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매도 호가를 바탕으로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통계자료를 내고 대부분 언론이 이를 보도한다. 이렇게 해서 호가를 마치 시장 거래가격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매도자들과 부동산중개업소, 부동산정보업체, 언론이 결탁해 사실상 현실을 조작하는 것이다. 집을 사려고 하면 집값이 터무니없이 비싼데 팔려고 하면 매수자를 찾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실제로 살 사람은 없는데, 신문에서 오른다, 오른다 하니 팔려든 사람들도 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거래가 안 일어난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는 못한다.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괴리가 이처럼 큰 상황에서는 결코 예전과 같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재의 높은 집값을 호가 거품으로 유지하려 해봐야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이번 투기 선동의 약발이 다하면 호가 거품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실거래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때가 올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8. 5. 09:20

 

 

요즘 제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냥 짧게 화두(?)를 던져볼까 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1986년 이후 서울 강남지역의 국민은행 아파트 가격지수를 물가지수를 반영해 실질화한 것입니다.

2009년 5월까지 그래프입니다만, 큰 그림을 보시는데는 별 무리 없지 않을까 합니다. 보시면 어떤 분들은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언론에서 그렇게 집값 뛴다고 '난리 부르스'인데 이런 상황이라니. 제가 여전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대세하락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더 이상 구체적인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일단 유보하겠습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참고로,  여기에서 서울 강남지역이라는 것은 강남 3구만이 아닌 한강 이남 11개 지역을 통털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강남 3구만으로는 이렇게 장기 시계열을 그릴 수 없어서 강남지역 전체로 대체합니다만 보시는데는 큰 무리 없을 것으로 봅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이번 집값 반등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미 여러가지 지표를 통해 이번 반등기의 상승여력이 많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일희일비하지 마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조만간 좀더 긴 글로 찾아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운 여름날 모두 건강하세요.^^ 

 

  (주)국민은행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참고로, 위의 그래프는 미국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 창안자 중 한 사람인 로버트 실러 교수가 1890년 이후 미국 집값에서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거해 실질화해 추이를 나타낸 아래 도표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아래 도표는 1890년부터 물가상승률 효과를 제외한 미국의 기존 주택 가격을 지수화해 나타낸 것입니다. 이를 보면 1890년 가격지수 100으로 시작된 미국의 집값은 계속 등락을 거듭하며 파동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도 부동산 붐이 일었지만, 어김없이 한 때의 붐은 가라앉고 가격지수는 여전히 100~110 수준으로 늘 수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세계 대공황 때처럼 가격지수 100 이하에서 비교적 장기간 머문 적도 있었고, 2000년대처럼 가격지수가 유례없이 급격히 상승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상황에서 보는 것처럼 과도한 부동산 거품은 반드시 꺼졌고, 부동산 거품의 크기만큼 붕괴의 충격 또한 컸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과연 한국은 어떨까요?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7. 29.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