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지하다시피 한국경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경기회복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투입, 감춰진 부실과 유동성 과잉 등으로 만들어진 자산시장 버블형의 회복일 뿐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설사 경기가 다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회복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나오는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다. 금리, 소득, 시중 유동성, 주택 가격 수준과 주택 수급, 인구동태변화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경기는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증가라는 형태로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환율효과와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부양책에 의한 것이다. 서민경제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
더구나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기회복이 주택 수요자인 가계부문의 소득증가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래 <도표1>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 도표에서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법인과 정부 부문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법인의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왔다. 하지만 개인(가계) 부문의 비중은 1975년 81.8%에서 지난해 64.1%로 크게 줄었고, GDP 대비로도 같은 기간 74.9%에서 56.0% 수준까지 줄었다. 개인 처분가능소득의 연간 증감률을 보더라도 1970년대에는 20~30%대, 1980년대에는 10%대 후반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점점 낮아져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이후에는 년간 5% 전후의 증가율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경제성장의 결실이 주택 수요주체인 일반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일반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또한 계속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도표1>에서 도시가구 및 도시 근로자가구의 실질소득 추이를 분기별로 나타낸 자료를 보면 도시가구 및 도시근로자가구의 실질소득이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 정부와 상당수 언론에서 경기회복이 완연한 것처럼 조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반가계 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이다.
<도표1> 부문별 처분가능소득 및 도시가구 실질소득 추이
(주) 한국은행 및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집값이 고점에 비해서는 조금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가계가 자기 소득은커녕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기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수출대기업과 저금리와 유동성과잉을 배경으로 자산시장 버블로 경기가 일시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집값이 향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사실이 아니다. 한국경제가 여전히 매년 8~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1990년대 초중반에도 실질가격 기준으로 집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설사 향후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은 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부분 연구소에서도 2000년대의 평균 수준인 4~5% 대에서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자동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에 이어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편'을 출간했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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