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설산업연구원에서 내년 집값 상승률 전망치를 4%로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의 주택공급부족론을 바탕으로 한 그 연구기관의 발표내용이야 다시 언급하기 싫을 정도로 신물이 납니다.


다만 아직도 그 연구원이 건설업자들 모임인 대한건설협회 산하 연구소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도 대한건설협회 산하 연구소라는 것만 명확히 밝혀줘도 일반 독자나 시청자들이 그 연구소의 이해관계를 짐작할 텐데요. 제가 인터뷰 오는 PD나 기자들한테 매번 주문하는 사항 가운데 하나인데 실행이 잘 안 되네요.


그런데 최근 모 정부 산하 기관의 세미나 모임에 초청을 받아 갔더니 참 당혹스러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현황과 간단한 전망을 얘기했더니 세미나 참석자 가운데 한 분이 건산연의 전망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군요. “건설업체들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니 지금 건설업체들이 쏟아내는 분양물량을 털기 위해 집값이 오른다고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죠. 그렇습니다. 이번 건산연 전망치는 건설업계의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들의 전망치가 언제 제대로 한 번 들어맞은 적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십시오.


그런데 제가 답변을 하고 나니 그 질문을 던진 분이 이러더군요. “며칠 전에 건산연의 연구원이 다녀갔는데, 내년도 집값 전망을 물으니 하락할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반 대중들에게는 “집값이 오른다”고 하고 소수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해서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는 이 비양심과 뻔뻔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일반 가계는 그저 건설업계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해주는 희생양밖에 안 되는 것입니까?


백보를 양보해서 그 연구원의 발언은 개인적인 생각을 발언한 것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건산연은 자신들의 공식적인 전망치를 자기 조직 사람에게도 납득시키지 못할 정도라는 말이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러면서 일반 독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전망치를 서슴없이 구체적인 상승률까지 제시하면서 오른다고 주장하는 걸까요?


또한 건산연 발표 내용을 거의 대변하다시피 하는 김모 박사도 자신의 입장이 왜 급선회했는지 해명해야 합니다. 김 박사는 올해 5월경 열린 한국주택학회 발표에서 향후 집값이 L자형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필자는 당시 김현아 박사가 집값이 떨어진 상태에서 몇 년 동안은 오르지 않고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고, 지금도 자료집에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같은 전망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바뀐 이유는 무엇인지요? 건산연의 전망은 기본적으로 주택 수급 관점에서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이 오른다"는 논리인데, 그 수급 전망이 몇 달 만에 확 바뀐 것인가요? 설사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올해 하반기에 사상 최고 수준의 수도권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으니 건산연이나 김 박사의 논리 대로라면 바뀌어도 오히려 집값이 더 하락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김 박사는 아직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L자형으로 횡보하리라고 믿는데, 자신이 월급을 받는 조직의 입장을 따르는 것인가요?


단순히 조직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문가이자 지식인으로 자처하려면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왜 건산연은 대중들에게 얘기할 때는 “집값이 오른다”고 선동하면서 왜 그 소속 연구원들이 소규모 전문가 그룹에서 얘기할 때는 “집값이 내린다”고 얘기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건산연은 향후 건설업계의 이해를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데 대해 사과해야 하며, 그 소속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표리부동을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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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1. 17.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