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개강을 앞두고 다시 각 일반 가계가  자녀들(또는 본인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계절이 왔다.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에 따른 가계부담도 경제력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정부의 열악한 교육재정 지원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실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대학의 등록금 수준과 교육재정 지원 실태를 국가간 비교를 통해 살펴보자.

 

2006/2007학년도 기준 OECD 국가별 국공립대 등록금 수준을 살펴보자.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구매력평가 기준 달러환산 한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4,717달러로 5,666달러인 미국을 제외한 모든 OECD 국가 보다 등록금이 높았다. 한국은 사립대뿐만 아니라 국공립대의 등록금이 대부분 나라의 등록금보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더 높다는 것이다. 반면 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핀란드, 덴마크, 체코 등에서는 국공립대의 등록금이 전혀 없으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거의 미미한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도표1> OECD 국가별 국공립대 등록금 및 공사립대학 비율

() OECDEducation at a Glance 2009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중간

도표에서 파란색은 순수 사립대를 나타내며 나머지는 정부의존형 사립대임.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 또한 OECD 국가들 가운데 미국 20,517달러에 이어 8,519달러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또한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등에서는 사립대 등록금이 한 푼도 들지 않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국공립 대학이 전체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0%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반면 사립대 비중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사립대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국공립대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일반 가계가 부담하는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사립대 명목 등록금이 가장 높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사립대의 비중이 높으면서 사립대의 명목 등록금도 높은 일본의 등록금도 장학금 차감액이나 소득 수준, 대학 교육의 질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상당히 낮음은 이미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대학 등록금 부담도 공공과 민간 등이 적절하게 분담하는 식이라면 일반 가계들의 부담은 덜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학 이상 고등교육비를 누가 부담하는지를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고등교육 재정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전체 재정지출 대비 2.2%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GDP대비로는 0.7% 0.6% 수준인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나라로 나타난다. OECD평균이 각각 3.1%, 1.3% 수준인 것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것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출 비중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격히 낮다.



 

<도표2> 고등교육 재정지출 및 고등교육비 부담 주체 현황

() OECDEducation at a Glance 2009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는 고등교육비 부담주체 가운데 공공재원 비중이 가장 낮은 현실로 이어진다. 고등교육비 부담주체를 보면 한국의 경우 공공재원 부담률이 23.1%로 가장 낮은 반면 민간 부담률은 76.9%로 가장 높다. 한미일 3국을 제외한 대부분 OECD 국가들에서는 공공재원 부담률이 절반을 넘고 특히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고등교육비를 공공재원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공재원 부담률이 각각 72.6%, 81.1% OECD평균이나 EU19개국 평균과는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등교육비를 민간재원으로 충당하는 비중에서 민간부담 주체를 다시 일반가계와 기타 민간부담으로 나눠볼 경우에도 한국의 일반가계 부담률은 52.8%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공사립대의 등록금이 높은 수준이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봐도 장학금을 차감한 실질 등록금이나 국민소득, 교육의 질 등을 고려한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처럼 비싼 대학 등록금을 대부분 민간에서, 그것도 일반가계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자신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국공립 대학 인프라나 투자해야 할 고등교육 재정을 제대로 투자하지도 않고 있다. 또한 이를 빌미로 사립대학들부터 앞다투어 대학 등록금을 올리는 가운데 일반 가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느라 등골이 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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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12. 07:03

어제 피디수첩 아파트,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편 어떻게들 보셨는지요? 우선, 담당 PD가 상당히 촉박한 가운데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현재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상황만이라도 잘 정리해서 전달하라고 조언 드렸는데, 그런 면에서는 일정하게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보통 급하게 만들면 상대적으로 심층성은 약해지고 대신 전체 조감도를 보여주는 식의 구성이 되기 쉬운 듯합니다. 어제 프로그램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지만, 주택시장의 생생한 현실을 전하고 과거의 투기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곳곳에 생겨난 하우스푸어분들의 실태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었다는 점 등에서 대체로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만, 다른 PD수첩팀에 평소 걸고 있는 기대치에 비하면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청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그리고 향후 관련 프로그램 제작시 PD수첩을 비롯한 다른 언론사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언론 발전을 위한 충정의 뜻으로 여겨 주십시오.

 

우선, 프로그램 앞 부분에서 부동산정보업체의 사기적 호가지수를 사용해 가격하락폭을 소개했는데요. 실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낙폭은 이보다 훨씬 큽니다. 강남 3구의 경우 이미 고점 대비 15% 전후,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경우 30% 이상 실거래가가 하락한 상태입니다. 만약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지수 수준대로라면 어제 방송에 소개된 분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있을 리가 없죠.

 

또한 여론조사로 지금 주택시장상황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설령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면 이미 대상을 고르는 단계부터 어떤 식으로든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점. 지난번 MBC 마감뉴스에 이어 왜 고종완씨를 등장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입장을 선뜻 말해줄 사람이 고종완씨 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현 정부 초기에 인수위 시절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 자문 영업을 해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종완씨는 MBC로 인해 완전히 복권(?)됐네요.

 

반면 건설업계의 의견을 들어보자면서 건설산업연구원 간판 보여주고 인터뷰한 것은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동안 기회 될 때마다 건산연과 주산연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밝혀주라고 요청했는데, 어제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모범적인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여러 가지 문제가 상당 부분 선분양제 때문이라는 것을 짚은 것 또한 좋은 접근이었습니다. 다만, 좀 더 그 문제를 깊이 다뤘으면 좋을 듯 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공급자 위주 선분양제만 없어도 일반 가계들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지금의 선분양제가 왜 부동산시장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각종 분양사고가 잇따르고, 수도권 곳곳에서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으로 많은 가계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피해가 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주택 선분양제 때문에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선분양제의 폐해와 문제점을 거론하기에 앞서 선분양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도입되고 존속하게 됐는지를 간단히 살펴봅시다. 주택 선분양 제도는 1977년 아파트 분양가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주택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정책당국이 주택건설업체들의 금융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제도입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제도권 금융에 이자를 물지 않고 주택 수요자로부터 주택건설자금을 무이자로 직접 조달해 주택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같은 선분양제는 당시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규모도 영세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인구유입 가속화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을 비교적 단기간에 해소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선분양제는 시장가격 이하로 책정된 분양가와 실제 시장거래가격 간의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를 유발시켰으며 공급자 우위 시장을 고착화 시켰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반복적인 부동산 투기 파동과 경기 침체기에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구입자 피해가 두드러지자 그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1995년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정부가 1997년부터 시장원리에 맞게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후분양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분양가 규제도 함께 자율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엉뚱하게 치달았습니다. 건설업계의 분양가 자율화 요구는 즉각 받아들이면서도 외환위기 직후 고사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선분양제 도입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가마저 자율화돼 오히려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의 힘만 일방적으로 잔뜩 키워준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2003년초 노무현 정권 인수위 시절 후분양제 도입 방침이 결정됐으나, 당시 건설교통부 등의 미온적 태도로 후분양제 도입은 지지부진해지고 선분양제가 여전히 대세를 이뤘습니다. 한국 주택시장은 선분양제 아래 분양가 자율화라는 공급자를 위해서는 최선이지만 소비자를 위해서는 최악의 제도가 자리잡게 것입니다. 그로 인해 2000 부동산 거품이 빠른 속도로 커지게 주요 원인 하나가 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선분양제가 일으키는 문제점을 최근 상황을 중심으로 살펴봅시다.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 수요자들은 완성된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한까지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을 청약해 사게 됩니다. 그런데 완공 전에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업체가 부도를 낼 경우 피해의 상당 부분을 분양자가 떠안아야 합니다. 물론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분양을 보증하도록 하고 있지만, 입주 지연으로 인한 분양자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 등은 상당 부분 불가피합니다. 실제로 주택업체의 부도나 자금난 등으로 인한 주택 보증사고는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 선분양제 하에서는 주택 소비자들이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후분양제에 비해 높습니다. 선분양제에서 주택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계약금만 있으면 되므로 예산제약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주택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동산 투기 붐이 극심할 때는 분양만 받으면 몇 억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주택 청약에 나섰습니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분양자들이 수억 원의 빚을 지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만일 극심한 청약열풍이 불었던 판교신도시나 인천 송도/청라, 파주신도시 주택을 지금쯤 후분양제로 공급했다면 2~3년 전과 같은 엄청난 고분양가에 청약할 가계가 얼마나 있었을까요? 결국 주택업체들은 고분양가로 상당한 폭리를 취한 뒤 분양자들만 자산가치 급락과 엄청난 부채 부담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 곳곳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대규모 입주 지연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리하게 아파트를 청약한 계약자는 집값은 떨어지고 은행 빚은 감당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더라도 입주 예정 아파트나 기존 주택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래가 마비되면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아파트든 전세로 돌려 최대한 금전적 손실을 줄이려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처지의 계약자들이 한둘이 아니므로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이 함께 빚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후분양제였다면 이처럼 극심한 입주지연과 역전세난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면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업체들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분양제는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한 주택사업이 일어나는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주택업체들은 3년 후 입주 시점의 주택경기에 대한 판단은 거의 하지 않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떴다방’이든 무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의 분양에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욕과 무리한 사업판단으로 택지를 매입해 분양을 시도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죽자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에서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된다고 해서 한국처럼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돈이 묶인 탓이 큽니다. 또한 2006년 이후 과도한 PF사업 확대로 건설사뿐만 아니라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의 부실화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도 바로 급증한 미분양 물량 탓이 큽니다. 나아가 한국 경제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는 가계의 부동산담보 대출과 PF사업 대출, 건설/부동산업 대출을 증폭시키는데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로 합시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습니다. 분양가 자율화와 함께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도리어 2008년 경제위기 당시 ‘후분양제 보완’이라는 식의 편법으로 민간 주택건설업체가 자율적으로 후분양제와 선분양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후분양제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명박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임기응변적 처방과 건설업계 특혜 주기에 골몰하는 정부가 현 경제 위기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끝으로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도, 옆에서 함께 TV를 보던 아내도 계속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부동산 기득권 구조의 덫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제 PD수첩에 나온 사례들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이슈가 되자, 재빨리 이들에 대한 구제론을 펼치는 언론도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몇 줄 글로 그런 선심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동산 거품에 아무런 책임도 없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도외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부터 구제하는 것은 정책 형평성 차원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하우스푸어분들도 우리의 이웃이지만, 시장경제에서 어떤 투자도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시장기율을 피해가게 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훨씬 더 큰 피해를 양산하게 됩니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정부 당국은 이런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게 되는 DTI규제 완화 조치에 더 이상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버블 위기를 증폭시키고, 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체와 금융권을 배불려온 시대착오적 선분양제 등을 정비할 때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다시 엄격히 구분하는 등 금융 재규제(Re-regulation)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겪고 나서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 제도 정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미 숱한 위기를 겪고서도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에 집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은커녕 문제를 일으킨 건설업체와 금융권 등에 대한 선심성 부양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계속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일반가계들만 고생하고, 건전한 경제구조의 토대가 허물어질 뿐 경제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정부당국이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합니다. 더 이상 가계를 제물로 삼아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궁리를 하지 말고, 시장퇴출이 일어나는 실질적 구조개혁을 서두르라는 뜻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11. 09:18

부동산 버블 붕괴의 여파가 주택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각종 개발사업으로퍼져나가고 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모두 120조원에 이르는 PF사업의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사업규모가 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됐고, 판교 알파트돔시티, 인천도화지구 프로젝트,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규모 PF사업이 모두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사업규모 31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도심개발 사업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좌초는 용산지역 부동산 가격 급락을 부르고, 코레일과 SH공사 등의 사업성 악화 등 큰 파장을 낳고 있는데 이 또한 부동산시장 침체의 여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좌초했는지 한 번 짚어보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에는 코레일과 SH공사를 비롯해 프루덴셜, KB자산운용, 삼성생명, 삼성화재, 우리은행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전략적 투자자로는 롯데관광개발㈜, 삼성SDS, KT&G, 미래애셋, CJ 등이 참여했다. 개발 시공을 맡게 되는 건설투자자들은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한양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6개 업체를 포함해 17개사가 참여했다. 국내 최대의 민간 PF사업에 걸맞게 국내 최대 기업들이 다수 참여해 사업을 추진했던 사업이다. 그런 사업이 지금 좌초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자 선정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왜 이 사업이 지금 좌초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당시 컨소시엄을 주도한 삼성물산은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 두바이(현재 버즈 칼리파) 시공 과정을 담은 광고를 연일 대대적으로 내보내며 2007 8월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바이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전이었고, 이명박 대통령과 세훈 서울시장 등이 두바이를 방문하는 등 두바이 모델에 대한 환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의 분위기를 이용한 수주 전략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시연 자료를 보면 두바이의 초고층 건물들을 모델로 해 마치 최첨단 미래형 초고층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치솟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사업이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용산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에 해당하는 용산역세권개발㈜는 개발사업 부지 3.3㎡당 7,400만원씩 모두 8조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사업계약을 맺었다. 국내의 공공용지 사업부지 매각 사상 가장 고가였다.

 

이 같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척되려면 투자비를 넘어서는 수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은 결국 용산개발사업 결과 들어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간들이 모두 매우 높은 가격에 분양되거나 임대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밀한 검토는 애초부터 없이 장밋빛 환상에 기초하고 있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용산국제업무개발지구의 사업부지는 모두 566,800㎡로 여기에 랜드마크타워와 업무시설, 상업시설, 주상복합시설, 문화,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총 100~106층 규모로 추진중인 랜드마크타워 한 곳에만 228,862㎡의 업무시설과 69,412㎡의 호텔숙박시설, 그리고 22877㎡의 판매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랜드마크타워 한 곳의 규모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업무시설과 상업시설, 주상복합시설 등의 공급 규모를 합치면 훨씬 더 막대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용산국제업무개발지구에 더해 많은 초고층 건물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었다. 서울시내에서 추진되는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사업만 해도 상암DMC단지에서 추진되는 서울라이트사업과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7곳에 이를 정도다. 물론 이들 사업이 모두 실현될 지는 미지수라고 하더라도 전례 없는 초고층 빌딩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돼 공급과잉 우려가 매우 높았다. 뿐만 아니라 100층 이상 초고층은 아니지만 대규모 초대형 오피스빌딩 공급계획이 서울 내에서만 무려 수십 군데에 이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1013년까지 공급되기로 계획된 연면적 33000㎡이상인 A급 빌딩이 43개에 이른다. 연면적 66000㎡이상 프라임급 빌딩도 23개에 이른다.

 

문제는 지금 현재도 부동산 버블기에 계획된 오피스 빌딩의 공급과잉으로 이미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 빌딩의 공급 면적이 2007 166.9만㎡, 2008 101.1만㎡ 였는데, 이는 2000~2006년 연간 평균 공급물량인 약 50만㎡의 두 배를 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강남권을 필두로 도심권과 여의도권의 공실률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계획되고 있는 상당수의 오피스 공급 계획들이 다소 지연되거나 중단되더라도 이미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로 이어져 향후 오피스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오피스 건물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도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2016년 이후 들어선다고 할 경우 계획된 공간을 모두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 설사 모두 채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비를 회수할 정도로 고가 분양에 성공하거나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PF사업은 투자자들이 특정 사업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완료한 다음 발생하는 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사업이익을 배분해주는 구조이다. 따라서 용산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불분명해진 상황에서 용산역세권개발㈜로서는 더 많은 사무용 공간 등을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을 현행 608%에서 800%까지 완화해달라는 등 당근을 더 달라고 코레일과 정부 및 서울시 당국에 졸랐다.

 

하지만 기존 용적률도 지나친 특혜라고 할 수 있는데, 800%까지 완화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이며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추가 시공비용과 공급과잉 압력을 고려할 때 수익성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했다. 따라서 용산역세권개발㈜로서는 거액의 위약금과 기존 투자금을 물더라도 현 상태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부동산 버블기의 정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언제까지나 오를 것이라는 거대한 착각이 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버블 붕괴는 주택시장 붕괴와 오피스시장 버블 붕괴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주택시장과 오피스시장이 함께 무너지고 있으며, 각종 대규모 PF사업들도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또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여파가 지자체와 LH공사 등 개발공기업 등의 재정위기로 파급되고 있다. 이미 2008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고 있었으나 현 정부가 저금리와 세금, 각종 토건사업 남발 등 수백 조원 가량의 직간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다시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그런 부양책들은 결과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만 소진했을 뿐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가 부동산 거품이 영원할 것 같은 불패신화 속에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 등을 남발해왔다. 그렇게 하면 마치 한국경제가 금방이라도 선진경제가 되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거품이 불러온 거대한 신기루 속에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 그 환상이 깨지고 있다. 환상에서 깨어날 때 고통과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 연구소가 줄기차게 지적하고 경고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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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10. 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