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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버블 붕괴의 여파가 주택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각종 개발사업으로퍼져나가고 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모두 120조원에 이르는 PF사업의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사업규모가 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됐고, 판교 알파트돔시티, 인천도화지구 프로젝트,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규모 PF사업이 모두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사업규모 31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도심개발 사업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좌초는 용산지역 부동산 가격 급락을 부르고, 코레일과 SH공사 등의 사업성 악화 등 큰 파장을 낳고 있는데 이 또한 부동산시장 침체의 여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좌초했는지 한 번 짚어보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에는 코레일과 SH공사를 비롯해 프루덴셜, KB자산운용, 삼성생명, 삼성화재, 우리은행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전략적 투자자로는 롯데관광개발㈜, 삼성SDS, KT&G, 미래애셋, CJ 등이 참여했다. 개발 시공을 맡게 되는 건설투자자들은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한양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6개 업체를 포함해 17개사가 참여했다. 국내 최대의 민간 PF사업에 걸맞게 국내 최대 기업들이 다수 참여해 사업을 추진했던 사업이다. 그런 사업이 지금 좌초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자 선정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왜 이 사업이 지금 좌초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당시 컨소시엄을 주도한 삼성물산은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 두바이(현재 버즈 칼리파) 시공 과정을 담은 광고를 연일 대대적으로 내보내며 2007년 8월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바이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전이었고, 이명박 대통령과
하지만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치솟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사업이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용산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에 해당하는 용산역세권개발㈜는 개발사업 부지 3.3㎡당 7,400만원씩 모두 8조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사업계약을 맺었다. 국내의 공공용지 사업부지 매각 사상 가장 고가였다.
이 같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척되려면 투자비를 넘어서는 수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은 결국 용산개발사업 결과 들어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간들이 모두 매우 높은 가격에 분양되거나 임대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밀한 검토는 애초부터 없이 장밋빛 환상에 기초하고 있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용산국제업무개발지구의 사업부지는 모두 56만6,800㎡로 여기에 랜드마크타워와 업무시설, 상업시설, 주상복합시설, 문화,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총 100~106층 규모로 추진중인 랜드마크타워 한 곳에만 22만8,862㎡의 업무시설과 6만9,412㎡의 호텔숙박시설, 그리고 2만 2877㎡의 판매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랜드마크타워 한 곳의 규모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업무시설과 상업시설, 주상복합시설 등의 공급 규모를 합치면 훨씬 더 막대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용산국제업무개발지구에 더해 많은 초고층 건물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었다. 서울시내에서 추진되는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사업만 해도 상암DMC단지에서 추진되는 ‘서울라이트’ 사업과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7곳에 이를 정도다. 물론 이들 사업이 모두 실현될 지는 미지수라고 하더라도 전례 없는 초고층 빌딩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돼 공급과잉 우려가 매우 높았다. 뿐만 아니라 100층 이상 초고층은 아니지만 대규모 초대형 오피스빌딩 공급계획이 서울 내에서만 무려 수십 군데에 이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1013년까지 공급되기로 계획된 연면적 3만3000㎡이상인 A급 빌딩이 43개에 이른다. 연면적 6만6000㎡이상 프라임급 빌딩도 23개에 이른다.
문제는 지금 현재도 부동산 버블기에 계획된 오피스 빌딩의 공급과잉으로 이미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 빌딩의 공급 면적이 2007년 166.9만㎡, 2008년 101.1만㎡ 였는데, 이는 2000~2006년 연간 평균 공급물량인 약 50만㎡의 두 배를 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강남권을 필두로 도심권과 여의도권의 공실률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계획되고 있는 상당수의 오피스 공급 계획들이 다소 지연되거나 중단되더라도 이미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로 이어져 향후 오피스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오피스 건물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도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2016년 이후 들어선다고 할 경우 계획된 공간을 모두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 설사 모두 채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비를 회수할 정도로 고가 분양에 성공하거나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PF사업은 투자자들이 특정 사업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완료한 다음 발생하는 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사업이익을 배분해주는 구조이다. 따라서 용산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불분명해진 상황에서 용산역세권개발㈜로서는 더 많은 사무용 공간 등을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을 현행 608%에서 800%까지 완화해달라는 등 ‘당근’을 더 달라고 코레일과 정부 및 서울시 당국에 졸랐다.
하지만 기존 용적률도 지나친 특혜라고 할 수 있는데, 800%까지 완화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이며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추가 시공비용과 공급과잉 압력을 고려할 때 수익성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했다. 따라서 용산역세권개발㈜로서는 거액의 위약금과 기존 투자금을 물더라도 현 상태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부동산 버블기의 정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언제까지나 오를 것이라는 ‘거대한 착각’이 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버블 붕괴는 주택시장 붕괴와 오피스시장 버블 붕괴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주택시장과 오피스시장이 함께 무너지고 있으며, 각종 대규모 PF사업들도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또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여파가 지자체와 LH공사 등 개발공기업 등의 재정위기로 파급되고 있다. 이미 2008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고 있었으나 현 정부가 저금리와 세금, 각종 토건사업 남발 등 수백 조원 가량의 직간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다시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그런 부양책들은 결과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만 소진했을 뿐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가 부동산 거품이 영원할 것 같은 불패신화 속에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 등을 남발해왔다. 그렇게 하면 마치 한국경제가 금방이라도 선진경제가 되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거품이 불러온 거대한 신기루 속에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 그 환상이 깨지고 있다. 환상에서 깨어날 때 고통과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 연구소가 줄기차게 지적하고 경고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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