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봉’취급을 받을 뿐이다. 한 인터넷 포털의 지식검색에서 ‘납세의 의무를 잘 지켰을 때 이로운 점’을 묻는 질문에 “남들이 바보라고 부릅니다”라는 답이 올라오는 세태다. 하지만 그런 답을 읽는 우리는 왜 쉽게 부정하지 못하고 서글픈 웃음을 짓게 되는가.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이 왜 바보가 되는가. 그것은 누군가는 정직하고 성실히 내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를 타는 특권층 무임승차자(free-rider)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수조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최근 CJ그룹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확인한 것처럼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탈세 문제는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떤가. 미납한 추징금 1672억원을 안 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앞두고 300만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도 지금까지 이 나라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해왔다. 이제 검찰이 칼을 빼들었지만, 지금까지 그걸 할 수 없어서 못했던 것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떤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들의 자녀들과 자신 및 부인인 김윤옥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500023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200만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도 늘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드러나듯이 고관대작들의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통한 세금 포탈 의혹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칼 같이 내야 하는 세금을 이들은 어떤 신출귀몰한 재주가 있기에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그렇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도 제대로 된 처벌도, 세금 추징도 당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은 사람들이 동창회장이나 총무를 맡아 떵떵거리고 위세를 부리고 있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많고 힘세다는 사람들부터 국민의 기본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를 하는데 원튼 원치 않든 꼬박꼬박 세금을 원천징수 당하는 ‘유리알 지갑’ 인생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날 이런 유리알 지갑들을 또 한 번 열 받게 하는 세법개편안이 며칠 전 나왔다. 이번 발표에 대해 대부분 언론들이 봉급자가 봉’ ‘직장인들 분노라는 표현을 쓰며 직장인들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 보도들이 국내 조세현실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정부 개편안에 대해 단편적 보도에 그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당수 기득권 신문들은 봉급생활자 편을 드는 척하면서도 증세와 복지 확대에 대한 분노와 거부감을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의 조세구조는 재벌대기업이나 자산 보유자 등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이명박정부 시절 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조세 형평성이 더욱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큰 틀에서 조세 형평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연구소 회원들을 위한 보고서를 쓰면서 살펴보니, 이번 세법개편안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27%가 그 동안 근로소득세 95% 가량을 이미 내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상위 27%' 정도 부담만 늘어난다는 식으로 표현해 마치 고소득층 부담만 늘어나는 것처럼 포장했다. 조세 형평성에는 같은 세목에서 계층간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달성하는 수직적 형평성과 세목간에 세부담의 균형을 맞추는 수평적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 이번 세법 개편안은 근로소득세 내의 수직적 형평성을 제고한다고 했지만, 수평적 형평성 문제는 더욱 악화시켰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 주식-부동산 양도차익 과세, 임대소득세 등 사실상 불로소득인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는 매우 부족하다. 그런데 복지 확충을 위해 십시일반을 하자면서, 이런 재벌대기업과 부동산 부자 등 부유층은 놔두고 근로소득자들만 볶아대고 있으니 봉급생활자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법인세 세수 비중이 늘어난 것만을 두고 법인세 부담이 과중하며 오히려 소득세 비중을 높여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물론 한국의 소득세 비중이 낮고 법인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국내 소득세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경우 지난 수십 년 동안 법인의 과세 소득은 급증한 반면 개인의 과세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외환위기 이후 매우 심각해졌는데,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법인 가처분소득은 기복이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20%도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한두 해가 아니지만 반면 개인가처분소득은 계속 5% 전후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게 해서2000년 대비해 2011년 법인가처분소득은 533% 늘었는데, 법인세 부담은 겨우 151%만 늘렸다. 반면 같은 시기 개인가처분소득은 86% 늘었는데, 소득세는 142%로 소득 비해 대폭 늘렸다. 한국에서 소득 증가와 세금 증가는 별개란 말인가?

<그림>

주)한국은행 및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명박정부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3대 국세 가운데 부가세의 세수 비중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고소득자와 재벌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감세정책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은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정부는 잘못된 감세정책을 되돌릴 생각은 없이 그 같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족해진 세수를 다시 근로소득세 부담 증가와 부가세 대상 확대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부가세는 대표적인 간접세로 소득 역진적인 성격이 강하고, 이명박정부에서 계속 그 비중이 늘어났는데도 이 비중을 계속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편일 뿐만 아니라 법인과세소득 5000억원 이상 49개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500억 원 이하 중견기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법인세율을 높여야 하며, 법인세율을 이명박정부가 감세정책을 실시하기 이전 수준으로만 되돌려도 연간 약 7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그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역시 이명박정부 시기 동안 법인세를 중심으로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이 급증했는데,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정부는 R&D 준비금제도를 폐지하고 연구소 직원이 아닌 직원의 유학비와 훈련비 등을 R&D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런 식으로 대기업의 세부담이 약 1조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투자 및 고용 창출 측면에서 별다른 효과도 없이 대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만 낸다는 지적을 받아온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및 임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외국인 투자기업 법인세 등 감면 등 법인세 비과세감면액의 2013년 추정치가 7.5조원에 이르는 것이나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법인세 비과세감면액이 55.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 것과 비교하면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경제민주화 핵심 법안중 하나인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진통 끝에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안을 정부가 시행 한 달여 만에 완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것이다. 이 법안을 시행한 뒤 문제가 있다면 그 같은 구체적 문제점을 점검해 일정한 시점에 다시 개정안을 마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를 단 한 번도 적용해보지 않고, 기업들의 민원을 핑계로 정부가 개정안을 내겠다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종교인 과세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라든지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자녀장려세제를 확대한 것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부분이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가뜩이나 OECD국가간 조세에 의한 소득 재분배와 불평등 효과가 최저인 국내의 조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국내 조세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재벌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강화와 부유층 및 자산가의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조세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박근혜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조세개혁에 나서야 한다.

 

잘 알다시피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세수를 어딘가에선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재벌대기업과 부유층, 자산가 등의 법인세, 자본이득 과세에는 손대지 않고 손쉽게 근로소득자만 손대는 정부는 정말 나쁜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이번 세법개편안을 십시일반이라고 표현했는데, 진지한 십시일반을 원한다면 재벌대기업과 부유층부터 십시일반을 하게 하라. 지금까지 정부는 재벌, 부동산 부자 등을 제쳐두고 봉급생활자들에게 더 내게 하고, 싼 요금 펑펑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 손 안 대고 가계보고 절전하라고 하고 있다. 십시일반 말은 좋은데, 왜 늘 서민들만 십시일반하고 가진자들은 특혜를 누리게 하나?

세원 투명성, 조세 형평성, 재정지출 건전성. 이 세 가지 전제조건을 확보하지 않은 채 세금 더 내라고 하면 조세저항은 언제든 일어난다. 나보다 돈 많은 부자들이 세금 안 내는 것 뻔히 보이고, 내가 내는 세금이 이 사회의 약자를 돕는데 쓰고 우리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쓰는 게 아니라 4대강 같은 곳에 돈 쏟아 붓는데 쓰이는 걸 보면서 흔쾌히 세금 낼 사람들은 없다.

 

 

 

 

 

저희 선대인경제연구소 주최로 이미 많은 분들의 호평을 얻은 <생활의 경제학> 특강을 9월 28일에 진행하니 참석해서 인생과 가계경제를 재설계하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sdinomics.com/community/bbs_view.html?bbs_id=notice&idx=49&pg=1

by 선대인 2013. 8. 12. 11:23

 

어제 정부가 발표한 4.1후속 대책, 어이 없다. 정부가 국민들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보다는 집값 떨어지는 막고, 건설업체 무너질까 공공의 주택공급 물량을 줄인다니...이게 정부가 짓인가? 정부 주택정책이라는 어떻게 국민들이 편안히 주거생활할 있도록 하는데 맞춰진 아니라 건설업체들 위기 모면하게 하는 데만 맞춰져 있나?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과잉인 집값이 여전히 너무 높은데 가격 수준에서 빚을 사람도 거의 사버려 수요가 고갈된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가계가 부채다이어트를 통해 소득 여력을 회복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공급을 줄이겠다는 거다. 철저히 건설업자 편에서 나온 대책이다. 이것조차 서민들 위한 대책이라고 생색내지 마라.

 

정부가 주택공급 물량을 줄이는 방법도 해괴하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주택물량 줄어들었으면 비대해진 건설업체들의 시장 퇴출이 일어나도록 해야지, 워크아웃이다 법정관리다 온갖 너스레를 떨지만 결국 좀비 상태로 살려두는 거다. 그러면서 건설업계 전반이 부실해지고 있다. 이렇게 건설업계들 살려놓으면 살기 위해서라도 집을 계속 지어댈 수밖에 없는데,이건 그대로 놔두면서 공공 공급 물량을 줄인다고? 도대체 정책당국자들 머리에 상식이라는 있나? 나라 백성들은 천년만년 건설업체들 먹여 살려야 하나?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리 써봐야 집값 하락 막는다. 공급 물량 줄인다고 해봐야 2,3 정도 후에나 미미한 영향을 있을 뿐이다. 정부가 공급 미룬다고 물량도, 어차피 시장 상황 때문에 공급하기 어려웠던 물량이다. 민간건설업체들 후분양 유도한다는 것도 넌센스다. 공급이 분양 시점에 이뤄지나? 완공된 시점에 이뤄지지. 바보 아냐? 그리고 불과20 수도권 인구 50 증가하던 최근에는 수도권 인구 증가가 10만명 정도밖에 된다. 10 명이면 35 호면 새로 지으면 수용할 있는 인구다. 그런데 지난 동안 20만호 가까운 주택 인허가가 이뤄졌다. 중에 70% 14만호만 실제로 공급된다고 해도 엄청나게 공급 과잉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추세는 계속 가속화된다. 주택은 계속 남아돌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정부는 반성부터 해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투기가 아닌 공급 부족으로 집값 올랐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라고 오도하지 않았나. 주택 공급하면 집값 뛰는 잡을 있다고 주장해서 공급론자 불리지 않았나. 이제는 그런 주장하던 사람들이 공급을 줄이자니 공급축소론자 불러야 판이다. 정부의 연속성이라는 있는데, 입장을 바꿨는지 설명하고 과거 판단 잘못됐다면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 기본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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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25. 09:28

 

4.1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또 다시 가파르게 하락하자 최근 기득권언론들을 중심으로 ‘취득세 영구 인하론’이 쏟아지고 있다. 4.1부동산대책 직후 ‘종합선물세트’라며 환호성을 질렀던 이들 언론이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없자, 취득세 효과가 한시적인 탓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면 일반 가계가 부동산시장 부양 효과가 지속되고 부동산 거래가 취득세 감면 막달에 몰리는 ‘막달효과’와 이후 거래가 끊기다 시피 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주장에 따라 ‘토건족의 본산’ 국토해양부가 총대를 메고 취득세 영구 인하론을 주창하면서 지자체의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안전행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매일경제신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의 7월 16일자 인터뷰에서 ‘취득세를 영구인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기득권언론의 여론몰이와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취득세 인하에 따른 부동산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세수만 축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간략히 살펴보자.(참고로, 여기에서는 취득세의 거래 부양 효과가 있는지만 따지기만 한다. 기득권언론에서는 취득세 영구인하를 합리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취득세가 외국보다 높으니 이걸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취득세를 포함한 총거래비용과 재산세 등 보유세가 외국보다 낮다는 얘기는 거의 소개하지 않는다. 단순히 취득세만 낮추는 게 아니라 보유세를 올리고,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세금을 투명하게 거두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나는 취득세를 낮추는데 얼마든지 찬성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그림1>의 위쪽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현상과 감면기간이 종료되는 마지막 달에 거래가 몰리는 막달현상, 그리고 이후 거래가 끊어지는 ‘절벽현상’이 분명히 발생한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종료 직전 마지막 달에 주택거래량이 몰리는 막달현상은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혜택을 보기 위해 주택거래가 일시적으로 앞당겨져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실제로 취득세 감면 종료 직전 마지막 달과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이후 2개월간의 주택거래량을 평균으로 계산해 다시 주택거래량 그래프를 그려보면 그 같은 주장이 얼마나 넌센스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의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평균으로 환산한 주택거래량 추이를 다시 보면 거래량이 급감했던 2012년 1~2월과 2013년 1~2월의 주택거래량이 그 전후의 거래량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게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취득세 감면 종료에 의해 마지막 달에 거래량이 몰리는 막달현상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해 주택 거래가 일시적으로 앞당겨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상품판매에서 할인 행사 마감 직전에 구매가 몰리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를 보면 취득세 감면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 효과가 전혀 없이 거래의 진폭만 키우고 이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우스푸어 등의 기대감을 키우며 부동산 거품 해소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광역 지자체 세수의 30%를 넘는 취득세수를 계속 축내는 바보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이야기한대로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려 일시 부양책으로는 절대 회복할 수 없는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어 있다. 집값이 너무 높아 집을 살 수 없는데, 부동산 거품의 해소를 지연시키면 시킬수록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침체 기간은 오히려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은 채 기득권 언론이나 국토해양부 등의 주장에 따라 취득세를 영구 인하해봐야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해지는 지자체 세수만 줄어들 뿐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길 바랄 뿐이다.


<그림 1> 취득세 감면과 주택 거래량 추이


주) 온나라부동산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마지막으로 취득세 인하 효과에 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심한 눈치보기 작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KDI는 지난 5월에 취득세 감면으로 인해 주택거래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놓고, 불과 1개월 여 만인 6월 20일경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았다. 취득세 감면이 주택거래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뒤집고 이후 쏟아져 나온 기득권 언론과 부동산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공적 연구기관이 부동산 기득권이라는 특정세력의 이익을 대변한 셈이 됐다.

그 동안 KDI는 4대강 사업이나 경인운하 사업 등 각종 대형 토건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보고서를 양산해 왔다. 또한 엉터리 보고서로 진행된 국책 사업의 실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런 KDI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의 요구에 맞춰 엉터리 보고서를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KDI는 국책연구기관으로써 의미와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KDI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분리하고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역할 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까지 KDI 등 각종 국책기관들은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임기 동안 생색낼 수 있는 사업들을 합리화해주는데 동원돼 왔다. 이제는 그 같은 역할보다는 각종 예산사업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향후 정책의 품질과 예산사업들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을 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할 때 KDI가 ‘권력의 시녀’가 아닌 진정한 ‘공공연구기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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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17.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