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비즈에 이런 제목의 칼럼성 기사가 났다. (가정경제나 정신세계에 도움되지 않을 것 같아 링크는 생략)

 

 

"펀드로 대박 나는 시절은 갔습니다, 그렇다면.. 기관 투자·中위험 상품·은퇴 펀드, 이 셋을 주목하라"

 

 

펀드 대박 시절은 한참 전에 물 건너갔는데, 이제야 그걸 인정하는 기사를 쓰는 것도 한심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다시 이런 저런 재테크를 유혹하는 글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재테크로 대박 나는 시절은 갔습니다."

 

 

()테크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재무+테크닉 또는 테크놀로지의 줄임말로 쓰였는데 재무 관리 기술또는 재산 증식 기술정도로 이해되는 말이다. 이 말이 1980년대부터 한국 사회에도 소개되기는 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비교적 고도성장을 구가했고, 많은 직장인들은 정규직으로 평생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알뜰하게 저축하고 집을 장만하고 정년이 되어 퇴직금을 받으면 노후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물론 한국은 외국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노동자 권리가 취약한 나라였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외환위기 전까지는 안정된 직장과 괜찮은 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커지는 나라였다. 그래서 굳이 표현하자면 당시 최고의 재테크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고용불안이 극심해졌다. 반면 사교육비가 치솟고 부동산 투기로 부채 이자 부담이 느는 등 가계지출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고용은 악화되고 지출은 늘고 수명 증가로 노후는 길어지는데 기댈 곳은 아무데도 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직면했다. 유럽과 같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도 없고, 미국처럼 활발한 산업생태계도 없어 해고되면 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태가 됐다. 과거 일본식 종신고용을 흉내 내던 시절도 외환위기 이후 끝나버렸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자 이혼과 자살률이 급증하는 한편 가족간 유대도 급속도로 취약해졌다.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열심히 일만 해서는 생계를 꾸릴 수도, 편안한 노후를 기대할 수도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은 재테크 열풍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재테크 열풍을 반영해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1999년 이후 대히트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닷컴열풍은 재테크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명확한 수익 구조조차 없으면서도 벤처’, ‘인터넷과 같은 타이틀을 붙인 사업계획서만 그럴듯하게 만들면 수십 배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 같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눈이 뒤집어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부자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착각으로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소위 대박 신화는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금으로, 펀드로 다양하게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재테크 광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이처럼 무분별한 재테크 열풍이 불게 된 데에는 정부와 금융권 등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불안해진 사람들의 삶을 안정되게 하는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기는커녕 계속 재벌과 국제자본의 이익과 논리에 휘둘려 사람들을 무한경쟁에 시달리게 했다. 이와 함께 외국자본에 속속 넘어간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및 건설업계, 부동산, 언론들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가계들에게 탐욕과 공포를 조장하면서 재테크 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돈 따먹기 투쟁이 일상화된 사회가 됐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재테크 열풍은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 주었을까? 물론 누군가는 운 좋게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가. 많은 이들이 2000년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고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가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았고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주식시장에도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었지만 십중팔구는 손해를 보거나 본전치기 정도에 그쳤다. 더 이상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몇 년 새 빠른 속도로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한때 재테크는 대부분 참여자가 잘 살게 되는 플러스섬(plus-sum) 게임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따는 사람이 있는 만큼 잃는 사람이 생기는 제로섬(zero-sum)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재테크 게임의 결과는 모두가 잃게 되는 마이너스섬(minus-sum) 게임에 가깝다. 금융자본주의 세상에서 모든 투자시장은 다수의 손해를 바탕으로 소수만이 이익을 챙겨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와 같은 재테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는 가짜 정보와 대박 환상에서 벗어나서 다시 착실하게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좋은 재테크라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기 바란다.

 

첫째, ‘안전한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투자도 손해를 볼 위험이 있으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투자자 자신에게 돌아온다. 최근에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광고를 보면 마치 무조건 ○○%의 수익을 안겨줄 것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광고가 현실이 된다면 그 사업자는 광고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이 그 사업으로 돈을 모두 챙기는 게 훨씬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오피스텔이나 원룸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임대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며 그에 따른 투자손실은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더구나 2000년대 초중반처럼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두면 오르고 국내외 경제상황이 양호했던 시대와는 달리 향후 세계는 저성장이 일반화되는 시대다. 이른바 전세계가 일본식 장기 침체나 저성장에 시달리게 된다는 일본화(Japanization)'라는 표현은 투자 수익보다는 투자 위험이 커지는 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자신이 매우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과거처럼 사두면 오른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둘째, 자신의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20, 30대조차도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 주식 시황을 들여다보거나 거래를 하는 통에 회사에서 증권 관련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고의 재테크는 업무 능력을 키우고 업무로 인정받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야 할 시기에 재테크에 에너지를 소모하다가는 자신의 일자리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직무 전문성을 키우면 길게 보면 더 안전하게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고 더 많은 소득을 버는 길이다.

 

셋째, 투자를 하더라도 대박 환상은 버려야 한다. 개인들을 등쳐먹으려는 집단에게 가장 손쉬운 먹잇감은 대박을 쫓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대박 정보, 대박 투자처라는 이름으로 엉터리 정보를 주고, 주가 작전 등의 희생양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대박 정보를 들었다면 왜 이런 좋은 정보가 나한테까지 흘러들어올까?’ 하고 의심할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보상하거나 은행 이자보다 1~2% 정도 높은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훨씬 덜 속을 수 있다. 그 이상을 노린다면 투기 심리에 빠지게 되고 가짜 정보에 속아서 낭패를 볼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넷째, 부채와 낭비성 지출부터 줄여라. 일반 가계가 웬만한 투자를 해서는 부채 이자 이상의 돈을 벌기 어렵다. 따라서 빚내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미 많은 부채를 갖고 있다면 그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부채 다이어트가 스스로 어렵다면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나 지자체 등의 재무상담센터 등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벌어봤자 헛되이 쓴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특히 사교육비와 보험료 등을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깝다 학원비!><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과 같은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부채와 지출을 줄였다면 산업은행 저축상품과 같은 상대적 고이율 상품을 찾아 꾸준히 저축하기 바란다. 저축은 가장 전통적이지만, 가장 안정적인 노후 대비 수단이다.

 

다섯째,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투자의 수익성은 낮아진 반면 위험성은 커진 시대에는 거시경제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으면 번 것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고 보험사나 증권사 등의 공포마케팅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스스로 어느 정도 경제흐름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경제를 잘 설명한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는 한 편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경제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일반가계보다는 건설업체나 금융권과 유착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재테크를 조장하고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일반 저축 상품에서 얻는 이자 소득에는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면서도 투자 상품에는 세금을 면제하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거나 없애는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은 침체되면 정부가 앞장서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축률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 정책이 과연 정상인가.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이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고용 안정성을 키우고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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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10. 10:51

 

2011년 초여름 45일 동안 제주 올레길을 걸은 적이 있다. 제주도에는 이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예닐곱 차례 간 적이 있었지만 올레길을 걸을 때만큼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적이 없었다. 이른바 제주도의 재발견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와 올레길을 걸을 때 나의 소비 패턴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어는 순간 느끼게 됐다. 과거에는 제주도에 내리면 렌터카(주로 금호그룹이 운영하는 금호렌터카를 빌렸던 것 같다)를 빌려 탔다. 며칠씩 제주도에 머물면서 자유롭게 이동하려면 렌터카로 이동하는 게 최고였다. 이 때문에 성수기에 가도 손님들을 기다리는 택시들의 행렬이 길었다. 나는 렌터카를 이용해 호텔이나 콘도로 가서 숙박을 했고, 식사도 그 안에서 해결한 적이 많았다. 그 때는 제주도에 갔다고는 하지만 렌터카와 호텔, 콘도 체인을 운영하는 롯데호텔이나 호텔신라, 하얏트 등 대기업의 돈벌이를 시켜줬던 셈이다. 나는 골프를 치지 않지만 골프 여행객들 경우엔 대기업 돈벌이를 시켜주는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반면 올레길 여행에서는 소비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제주도까지 가는 데는 여전히 재벌계 항공사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달랐다. 올레길을 걷는 도보여행을 해야 했기에 렌터카는 처음부터 불필요했다. 대신 제주공항에서 서귀포 주요 일대를 도는 600번 리무진버스를 단돈 5000원으로 이용했다. 올레 8코스부터 시작해 제주 해안길을 따라 걷다가 배가 고프면 길에서 가까운 동네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었다. 길을 걷다가 중간에 목이 마르면 생수나 아이스크림을 길가의 수퍼나 구멍가게에서 사먹었다. 잠도 올레길 근처의 민박이나 펜션에서 잤다. 잠들기 전에 동네 근처나 서귀포 시내의 호프집에서 회포를 풀기도 했다. 결국 제주 올레길 여행에서 내가 쓴 돈이 돌아간 곳은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같은 제주도를 간 것이지만 그 안에서 내 소비가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크게 달랐다. 물론 내가 지출한 액수는 예전 여행 때보다 크게 줄었지만 나처럼 올레길을 걷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 적지 않은 규모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때 지출액은 줄지만 여행의 만족감은 훨씬 더 높았다.

 

그 때 올레길을 걸으면서 머릿속에 흐릿하던 개념 하나가 구체적인 형상을 얻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낙수효과, 토건개발, 재벌 독식, 양극화 등으로 표현되는 한국경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모델로서 내가 생각하는 구상이 있었다. 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부가 소수 상류층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들에게 널리 공유되는 그런 경제모델 말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추상적 경제모델이 제주올레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주 2일 단 하루지만 올레길 여행 겸 취재에 나섰다. 제주공항에 내려 예의 600번 리무진버스를 타고 제주 풍림콘도 근처에서 내려 오전 9시경부터 올레 7코스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제주도에는 이따금씩 부슬비만 내리는 정도여서 걸을 만했다. 오히려 해가 쨍쨍한 것보다는 간간히 내리는 부슬비가 땀을 식혀주어 좋았다. 간간이 반대편에서 오는 올레여행객들과 마주쳤지만 여행객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이 1년 중 가장 비수기였다. , 가을이나 장마가 끝난 여름 휴가철이 붐빈다고 한다. 법환리를 지나자 올레길 양쪽으로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카페, 식당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다위 올레 펜션’ ‘올레 커피’ ‘막숙올레맛집’ ‘우리올레처럼 상호부터가 올레꾼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법환리 포구 근처에 있는 바당소풍이라는 곳에서는 속이 얼얼 션하게 들고 먹는 컵빙수등의 문구가 씌여진 칠판을 길 옆에 세워놓고 올레꾼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올레커피에 들려 캐모마일 아이스티 한 잔을 시켜서 잠시 땀을 식혔다. 제주도 토박이 자매가 2년 전쯤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올레꾼들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서 나오는데 다른 올레꾼들이 땀을 식히러 들어오기도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다가 올레길 바로 옆에 근사한 외관의 브런치카페가 보여서 샌드위치를 시켜 먹었다. ‘카페 7373’이라는 곳이었는데, 근사한 외관 때문인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더 걷고 싶었지만 중단하고 큰 도로로 나와 택시를 타고 제주올레사무국을 찾았다. 서귀포시내 근처 해안가에 자리 잡은 사무국 건물에는 10여 명의 직원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다. 직원이 총 13명이고 1년 예산이 4억원 정도여서 박봉이 분명할 텐데도 직원들의 얼굴은 활기차고 열정이 넘쳤다.

 

사무국에서 만난 허지효 기획팀장은 제주 올레길이 생긴 이후 올레길 주변에 들어선 카페나 펜션 등만 해도 최소 200곳이 넘을 거라고 했다. 새로 생긴 곳만 해서 그렇지 기존에 있던 마을 수퍼나 민박, 펜션 등에 사람이 더 몰리는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허팀장은 모든 곳이 다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어서 숙박업소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는 등 좀 더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제주올레 코스가 지나는 마을과 기업들을 결연해주는 11올레 마을 결연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한다.

 

허팀장은 올레길의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면서 실핏줄 경제라는 표현을 썼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제주도에 오면 제주시내와 중문단지, 서귀포시내, 그리고 성산일출봉 정도만 둘러보고 가는 관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올레길이 열리면서 과거에는 가지 않던 곳까지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닿고 있어요.” 올레길은 과거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만 맴돌던 돈들이 밑바닥 서민가계 사이에서 돌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지역까지 사람들 발길이 가닿게 한 것이다. 어찌 보면 이건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아주 미세한 틈새시장까지 만들어진다는 롱테일경제학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구현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과 함께 본 애니메이션 카스(cars)'에는 미국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발길이 끊긴 시골의 멋진 풍경이 나온다. 우리도 고속도로를 곳곳에 만들면서 물류 흐름을 앞당겼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집중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지역 곳곳의 특성은 잊혀졌고, 나중에는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올레길은 제주도 곳곳의 후미진 곳곳을 다시 실핏줄처럼 이어 살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제주 올레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의뢰로 작성된 도보여행 활성화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제주올레에의한 생산유발효과는 제주지역에서만 연간 2528억원, 전국 3311억원으로 추정됐다. 당시 전망치이기는 하지만 2015년에는 이 수치가 각각 9548억원, 1250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됐다.

 

사실 제주올레의 간접적 효과까지 생각하면 그 파급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북한산 둘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 곳곳에 생겨난 트레일들을 생각해보라. 제주올레는 외국에 수출도 되고 있다. 일본 규슈에 올레코스를 개설하는 등 올레 브랜드와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올레는 올해에만 구마모토 아마쿠사 등 일본에 네 개 코스를 추가로 개설하는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에 물소리길 코스를 개발해 주기도 했다.

 

이 모든 사업들을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 거의 한 푼 없이 제주올레 재단이 뜻있는 시민들의 후원과 자체 수익사업에서 나온 소액의 예산으로 6년여 동안 일궈온 결실이다. 나는 모든 정부 예산사업 가운데 이 정도 돈으로 이 정도 성공을 이뤄낸 경우를 보지 못했다. 현실은 투자한 비용도 못 뽑아내는 대규모 낭비성 사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를 발전시키겠다는 전략도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3년 발표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를 포용하는 국제교류도시, 경제를 선도하는 청정산업도시 등 여러 슬로건을 내걸며 거창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거액의 재정을 투입해 각종 관광지와 레저스포츠 시설을 만드는 부동산개발사업으로 귀결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같은 부동산 개발사업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파리를 날리며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적자를 쌓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 돈으로 그 시설을 지은 재벌계 건설업체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다. 설사 그런 식의 대규모 리조트나 시설을 지었다고 해도 결국 혜택을 보는 것은 주로 대기업이었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식의 경제발전 방식을 채택해 왔다.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이거나 재벌대기업을 집중 육성해 수출을 하는 식으로 성장했다. 워낙 민간자본이 취약하다 보니 정부가 해외 차관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모은 민간자본을 큰 놈들에게 배분해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대기업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고 소득도 증가하는 시기가 있었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작동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낙수효과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일상화했고, 비정규직을 늘렸으며 외주를 일상화했다. 다단계 하도급과 협력업체 납품가 후려치기도 더욱 심각해졌다. 그 결과 재벌대기업들의 배는 불렀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떡고물은 점점 줄었다. 대규모 개발사업도 재벌대기업들만 독식할 뿐 하도급업체들은 늘 쫄쫄 굶었고, 재벌대기업은 협력업체들의 납품가를 후려쳐 배를 더욱 불렸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관광 활성화 등 막대한 효과가 생길 거라고 떠벌리며 22조원이나 투입한 4대강 사업이 지금 어떻게 됐나.

 

쉽게 말해 현재 한국경제는 골프장 경제와 같은 방식이다. 어느 지역에 골프장이 지어졌다고 해서 그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골프장에 가면 골프 이용료를 내게 되고 게임부터 식사와 숙박까지 모두 골프장 안에서 해결된다. 골프장 18홀 한 곳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150~200명 정도의 인력을 고용하지만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은 50~6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 골프장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은 개발업자가 챙길 뿐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돈이 재벌기업 등 소수의 수중에서 돌 뿐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 경제, 낙수효과가 사라진 경제다.

 

이제는 피라미드의 밑바닥을 살찌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올레길이 대표적 모델이다. 올레길은 밖으로 열려 있으며 올레길 주변의 동네 곳곳에 여행객들이 떨어뜨리고 간 돈이 돈다. 더구나 그 돈들은 서민들 사이에서 돈다. 서민들에게 그 돈 한두 푼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서민경제가 튼튼해진다. 또한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제주도 주민들은 과거처럼 난개발식 관광지 개발 방식보다는 비용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제주의 자연스러운 경관을 살리는 생태관광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자연경관도 더 잘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되면 얼마든지 밑바닥에서부터 물이 솟아올라 경제 전반에 활력이 생기는 분수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는 골프장 경제에서 벗어나 올레길 경제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99%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워 가정경제를 지키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3. 7. 8. 09:40

어제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현오석 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최고 정책당국자로서 현 상황에 대해 대놓고 위험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개인 부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5%로 이미 부동산거품 꺼진 미국이나 남유럽국가들 모두 포함된 OECD국가 평균이 130%대보다 훨씬 높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은 서브프라임론 사태 직전에 130% 수준까지 갔다가 지금은 1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는 같은 시기 130% 대에서 165%로 올랐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리금을 함께 내야 하는 구조. 이를 풍선식 대출이라고 하는데, 미국 대공황을 불렀던 금융상품 구조여서 이후 거의 사라졌다. 이걸 5년째 미루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으니 그나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게 안 위험하면 뭐가 위험하다는 건가? @@

 

현오석 부총리가 가계부채 문제 심각하지 않다고 한 근거가로미국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 대출 연체율이나 부채 상환 부담 등이 양호한 것을 들었다. 어이 없다. 사상 최저금리에 거치기간 만기연장 5년째에 각종 부양책으로 떠받쳤으니 그런 거지 부실 채권은 수면 아래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떨어진 부동산 가격 현실로 인식하지 않고 호가 놀음하며 LTV비율을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맞추고 있으니 그렇지 실제는 훨씬 심각한 지경이다. 그리고 위기가 점점 내연하고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저축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 증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위기란 이 같은 명백한 위험 신호들에 대한 경각심이 없을 때 현실화된다.

 

그나마 한은이 어제 위기관리 대응 시나리오와 배드뱅크 설립을 언급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참고 기사: 한은 "대규모 부실 대비 배드뱅크 설립" | 미디어다음 durl.me/5awkj8 ) 지난해와 올초 한은 조기경보팀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제가 거푸 언급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한은이 꼭 내 말을 따른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접해본 경험으로는 그나마 한국은행 조기경보팀이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 심각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일반에 공개하지 않지만,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이 실제보다 더 높고, 전세가를 포함할 경우 LTV 비율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표본 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은 주장대로 배드뱅크 설립 등 체계적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현오석 부총리, 안이하게 있다가 허둥지둥 당하지 마라. 4.1대책이 '두 달 천하'로 끝난 데서 알 수 있듯이 임시 미봉책으로 지금의 사태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마라. 조금이라도 빨리 외과적 수술 통해 부동산 거품 해소하고 가계부채 뇌관 제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은 더 커질 뿐이다. 가만히 있다가 폭탄이 터지는 것을 당하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해 충격을 그나마 줄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후자를 따라야 한다. 90년대 초반 스웨덴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스웨덴정부가 미적대지 않고,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한 결과 불과 2년 안에 경제를 회복했다. 반면 부실채권 처리를 계속 미루고 좀비 건설 살리는 대규모 토건부양책으로 일관했던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진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스웨덴의 길을 갈 것인가,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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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4.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