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8.28 전월세대책을 내놓았다. 전월세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으나, 역시나 또 한 번의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었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크게 네 가지 대응방안을 내놓았는데, 첫 번째가 주택시장 정상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였다. 아예 대놓고 집 사게 하겠다는 대책을 전월세대책의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등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4.1대책 후속조치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취득세율을 주택 시가 구간별로 1~3% 수준으로 현행보다 영구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 주택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근로자/서민의 구입자금 지원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나왔던 대책들을 재확인하거나 지원 규모 등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정부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손익공유형 모기지라는 기상천외한 방안도 내놓았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대의 낮은 금리로 2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모기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서 나중에 평가차익이나 매각차익이 발생할 경우 주택 매입자와 수익을 공유하거나 손실과 이익을 함께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해 향후 차익이 발생하면 자신이 가져가는 몫이 줄거나 또는 정부와 손실과 이익을 공동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집값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손실 가능성이 큰 시대에 정부가 든든히 받쳐줄 테니 안심(?)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무주택자가 물가상승률이나 시중금리보다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얼핏 보면 많은 무주택자가 혹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정부를 믿고 마음 놓고 집을 사도 될까. 우선, 해당 자격이 되고 어차피 조만간 집을 살 계획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시중의 어떤 주택자금 대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없었던 사람이 무리하게 이 모기지대출과 다른 대출까지 얻어 집을 사려고 한다면 좀더 신중하기를 바란다. 필자가 누누이 주장하듯이 향후 집값 하락 리스크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빚은 빚이기에 일정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집값이 한 번 하락하게 되면 단순히 이자 부담 조금 적어진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실질 가치(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가치)로 향후 5년간에 걸쳐서 30% 떨어지게 되면 매년 시중의 다른 주택자금 대출 금리보다 매년 2~3% 이상 이득을 본다고 해서 30%의 집값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가계 차원을 넘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상당수 신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넌센스에 가깝다. 4.1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그렇게 주장했지만, 두 달도 채 약발이 가지 않았던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980조원의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 자산가치로 65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턱도 없다. 정부가 신종 모기지대출에 투입하겠다는 자금 규모가 겨우 3천억원으로 호당 1억원씩 약 3천 호 정도의 주택 매입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규모는 부동산시장이라는 물이 가득찬 욕탕에 물 한 숟가락 더 넣는 정도밖에 안 된다.

 

왜 그럴까. 지난 4.1부동산종합대책으로 2분기 동안에만 약 16.9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지만, 주택 시장은 두 달 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겨우 3천억원 정도 자금 투입으로는 집값 떠받치기에 거의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또 그 같은 모기지 자금 지원으로 발생할 3천호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과 2012년의 연간 주택 거래량 평균 60.4만 가구의 0.5%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주택 거래량은 상당 부분은 그 같은 주택 자금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정부의 각종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따져봐도 추가로 1~2조원 정도 더 느는 금액인데, 이 정도로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는 추이를 봐가며 내년에는 그 같은 대출액을 더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임대주택건설 지원 등 국민주택기금의 용도가 많은 부분 정해져 있고, 주택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될 경우 기금의 부실화 우려 때문에 무작정 확대되기도 어렵다.

 

기껏해야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받아 주로 상대적 저소득층인 대상 가구들이 매입하게 될 2, 3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의 하락세를 조금 막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의 효과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지난 번에 필자가 쓴 글에서 밝혔듯이 아무런 거래 진작 효과가 없다. 5억원 하는 아파트에서 1% 할인해준다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처럼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한 이번 대책 역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 데는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집값을 떠받치면서 전월세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도 넌센스에 가깝다. 미친 집값을 바로잡거나 미친 전세값을 해소할 생각은 없이 어떻게 하면 미친 집값을 떠받쳐줄까 궁리하면서 나온 것이지만, 이번 대책도 아무런 실효 없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이 전월세대책이라고 포장하기 위해 구색용으로 내놓은 주거바우처나 저소득층 저가 임대 보증금 우선변제권 확대도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 정부가 진정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관심이 있다면 주거 바우처 제도를 내년 10월에나 도입하고, 예산 규모도 밝히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상천외환 정부 보증 모기지제도까지 도입하는 그 꼼꼼함(?)에 비춰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게 정부의 속내라는 것이다.

 

결론을 내자. 이번 대책은 지금까지 정부가 계속 그래왔듯이 기본적으로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의 관점에서 정책을 내놓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전월세대책이라면서 제대로 된 전월세대책은 없이 매매 유도 대책만을 내놓는 등 논리적으로 최소한의 일관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의 민원을 대변한다는 이해의 일관성만 시종일관 관철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쌓여 있는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대책은 결국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폭탄을 키울 뿐 집값 하락을 막지도 못하고 전월세 세입자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지금처럼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하는 정책은문제만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집값이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도록 하는 것이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하고 인구감소 및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다.

 

 

웹사이트 개편 및 신규 서비스 론칭 기념 특별 이벤트 종료가 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들 경제적 안목을 키워 가정경제를 건전한게 가꾸시고 저희 연구소의 독립적이고 정직한 목소리도 응원해 주십시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959

by 선대인 2013. 8. 29. 09:59

 

8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 2/4분기중 가계신용(잠정)’ 자료에서 올해 2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가 역대 최고수준인 980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분기 가계부채 963.1조원에 비해 16.9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2분기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 16.9조원은 눈 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4분기 963.8조원까지 늘어났던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 963.1조원으로 미미하지만 감소했는데, 다시 한 분기 만에 급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10년간 국내 가계부채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서도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경제가 사실상 빚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1>

) 2013년 2분기까지는 한국은행 자료. 이후는 선대인경제연구소 추정치임

 

국내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며, 부동산경기가 급락하거나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부문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2008년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지속되는 부동산 부양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지하듯이 이명박 정부는 27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남발했으며, 이 같은 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부양책을 내세우면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해온 결과 이명박정부에서만 약 290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이는 노무현정부 5년간 부동산 활황기 때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액 202조원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억지로 빚을 내 집을 사게 하고,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의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는커녕 늘어난 이자 부담을 다시 신용대출 등으로 돌려막기 하도록 유도한 결과다.

 

주택대출을 중핵으로 한 가계부채가 부동산 거품 붕괴의 화약고라고 본다면, 연착륙대책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부동산 거품의 화력을 키우는 경착륙 유도책이었던 셈이다. 박근혜정부가 4.1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올해 2분기에 가계부채가 16.9조원 늘어난 것도 정확히 그 같은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에 이어 가계부채를 폭증시키는 부동산 부양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전월세 대책도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한다는 박근혜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볼 때 사실상 부동산 부양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때이지만, 주택대출로 모자라 전세 대출 한도까지 팍팍 늘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정부에서도 가계부채는 계속 늘 가능성이 높다.

 

만약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정부가 지속해온 부동산 부양책 기조가계속 유지되고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정확히 5년 전이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직전인 2008 2분기 가계부채는 698.2조원이었다. 이후 올해 2분기까지 5년 동안 가계부채는 매 분기 13.24조원 가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같은 시기 주택대출은 299.7조원에서 406.8조원까지 늘어나 매 분기 5.36조원 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만약 향후에도 매 분기 평균 이 정도 속도로 가계부채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올해 4분기말에 가계부채는 1006.5조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되고 박근혜정부 임기 말인 2017 4분기에는 1218.5조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 주택대출은 20174분기 503.0조원에 이르게 된다.

 

박근혜정부에 묻고 싶다. 임기말 가계부채 1218조원, 감당할 수 있나? 박근혜정부를 떠나 우리 국민이 더 이상 과거처럼 성장하지 않는데 그 엄청난 빚더미를 감당할 수 있나? 2008년 말 이후 90% 이상의 주택대출의 만기를 계속 연장해주고 가계의 70% 이자만 내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데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5년 후 정말 감당할 수 있나? 사람이 아메바가 아닌 이상 지금 정부가 연착륙대책이라는 포장 아래 내놓는 대책은 실은 매우 위험하고 무모한 폭탄 돌리기대책일 뿐이다. 제발 이제는 정부가 지탱할 수도 없는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유지하려고 가계를 제물로 삼기보다는 적극적인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점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몇 년 안에 한국경제는 재앙 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 박근혜정부야 당장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 부동산 다주택자 등 자신의 지지기반의 요구에 영합하는 정책을 쓴다고 쳐도 이 나라 백성들은 무슨 잘못이 있나?

 

 

*참고로, OECD가 국제비교를 위해 권고하는 가계부채 기준에는 가계신용에 자영업자와 비영리단체의 부채가 포함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신용만을 가계부채로 간주하고 있다. OECD의 기준에 해당하는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상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항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2010년 말에 1,000조원을 넘었으며 2013 1분기 말 현재 1,157조원에 이르렀다.

 

 

 

웹사이트 개편 및 신규 서비스 론칭 기념 특별 이벤트를 9월 3일까지 실시합니다. 여러분들 경제적 안목을 키워 가정경제를 건전한게 가꾸시고 저희 연구소의 독립적이고 정직한 목소리도 응원해 주십시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959

 

 

by 선대인 2013. 8. 27. 13:34

 

현재 주택 가격은 소득이나 물가 상승수준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은 거의 대부분 가계가 체감하고 있고 지표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미친’ 주택 가격은 어떤 식으로든 정상적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주택 가격이 조정되는 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을 교란하며 온갖 부양책을 남발했다. 2008년 이후 약 400조원의 공공부문 부채를 늘려 직간접적으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에 쏟아부었다. 저금리 정책과 가계대출 상환 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각종 부동산세 감세 등 온갖 제도적 부양책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진짜 서민들이 겪고 있는 전세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오히려 전세난을 방치하며, “서러우면 집을 사라”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그나마 최근 박근혜대통령의 주문에 움찔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 대책이라고 논의되는 것들이 모두 무주택서민들이 아닌 부동산 다주택자나 건설업계 등을 위한 대책이다.

 

 

더구나 주택건설업체들의 부설 연구소나 상당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도 주택 매매가가 떨어질 때는 온갖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더니 전세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려서 그런 것이니 매매수요로 전환되도록 하라” “실수요자의 경우 주택을 사는 것을 고려하라”는 식으로 ‘집 사라’는 조언(?)이나 내놓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떨던 언론들이 이제는 표변해 ‘전세대란’ 등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다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를 ‘엄호사격’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계속 최대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주택 처분을 미루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나 임대소득세 감면 등 세 부담을 줄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버티게 하고 있다. 그리고 다주택 소유자들이 투자(또는 투기 실패)를 만회하고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시장 내에서 전세 수요는 느는데, 전세 공급은 줄어 전세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결국 포장은 전월세대책이라고 하지만, 전월세 가격을 계속 치솟게 만들면서 주택 소유자의 손실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서러우면 집 사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며 남아 있는 무주택 세입자들로 하여금 무리하게 지금도 너무 높은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전세난 초기부터 써온 표현이지만,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세입자들을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게 몰아대는 ‘토끼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의 억측이라고?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언론사 토론이나 대담 자리에서 만난 부동산업계,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전문가(=이해관계자)들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권의 경제정책통도 똑 같은 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 같은 소리가 며칠 전 박근혜대통령이 전월세대책을 내놓으라며 한 발언에서도 나왔다. 지금 사람들이 충분히 소득이 있는데도, 집을 일부러 안 사고 있다면 일리 있는 말이다. 물론 그런 이들도 일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2000년대 내내 집값이 오르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집을 거의 다 사버렸다. 더 이상 지금의 높은 집값을 떠받칠 수요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 몇 년 동안 가계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고 정부 부양책으로 집값은 여전히 너무 높으니 집을 살래야 살 수가 없다. 정말 온전하게 집 살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는 방증이 바로 어제 발표된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이다. 올해 1분기에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액은 정부 4.1부동산대책 발표 후 취득세 감면을 앞두고 급증해 17조원이나 늘어났다. 빚을 지지 않고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닌가. 정부는 이걸 부동산 연착륙 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가 계속 느는데 이게 경착륙 대책이 아니고 무슨 연착륙 대책인가.

 

 

정말 정부가 전세 수유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기를 바란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집값을 지금처럼 억지 부양하지 말고 부동산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에 맡겨 주택 가격이 순리대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고 집값 바닥이 일정하게 형성되면 어느 시기부터는 집을 사지 마라고 말려도 소득 여력이 축적된 세입자들부터 매매 수요로 전환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세가의 기준점이 되는 매매가가 떨어지니 전세가도 떨어지고, 전세 수요가 매매로 자연스레 전환되니 전세가가 떨어지고, 빚 많은 집주인들의 고부채 전세가 부실을 정리하고 ‘안전한 전세’로 바뀌어 시장에 나오게 되니 전세가가 안정된다. 즉 집값만 교란하지 않고 순리대로 떨어지게 하면 지금의 전월세난은 다 해결된다. 그런데 그것을 억지로 가로막으니 전월세가 상승과 같은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다시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가 자신들과 부동산 다주택자 등을 위해 제시한 내용을 전월세대책이라고 포장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겉으로는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집값 떠받치기 대책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전월세자금 대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전세 대출을 확대해 당장은 서민가계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이는 길게 보면 서민가계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실제로 <그림1>을 보면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대출 역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보증 금액 추이를 <그림1>에서 보면, 2006 17353억원이었던 전세자금보증 금액이 2012년에는 108679억원으로 늘었다.

 

<그림1>

 

) 한국감정원 및 주택금융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물론 전세 가격이 뛰어서 전세자금 대출이 늘었던 다른 한 쪽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나 기본적으로는 전세자금 대출이 전세시장의 유동성을 늘려 집주인들이 높여 부르는 전세가에 세입자들이 맞춰주도록 만들어 상승세를 오히려 부추긴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시장이든 돈이 풀리면 그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매우 간단한 경제원리다. 따라서 향후 전월세자금 대출은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퍼주는 식이 아니라 오히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그들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한도와 전체적인 대출 규모를 대폭 축소해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이제 결론을 내자. 앞서 설명했듯이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 같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가격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지고,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서민들이 전세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OECD국가 수준이 10~35% 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4% 수준)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우리 연구소는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공급되는 협동조합주택 공급 등을 늘려 주택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공공임대주택과 조합주택 등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이처럼 매년 이사철만 되면 많은 서민들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대대적으로 짓는 보금자리정책을 펼쳤다. 박근혜정부도 더 나을 게 없다. 분양용, 매매용 주택으로 공급된 보금자리 주택을 중단하거나 취소할 수는 있으나 정말 지금의 전월세난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 장기전세나 장기공공임대 주택을 짓겠다는 정책이 따라나와야 한다. 그런데 일언반구도 없다. 또한 최근 1,2년 사이에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되면서 월세가 떨어졌는데, 이를 공급 과잉이라며 공급 억제책을 쓰겠다고 했다. 정말 정부가 전월세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란다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수급이 조정되도록 하면 될 텐데 이를 억지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세입자가 아닌 건설업계나 월세 수익을 노리는 부동산 부자들의 입장에 서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세입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토끼몰이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전월세 가격이 올라 서럽고 힘들겠지만, 기득권 언론들의 선동에 혹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면 '하우스푸어'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게 되는 것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현재의 소득 여력에 맞춰 전월세를 택하기를 바란다. 통근 거리가 좀 멀어져도 수도권 외곽으로 빠지면 아직도 전월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 많다.정부가 아무리 부동산가격을 떠받치려고 해도 98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근원으로 한 부동산 거품은 떠받칠 수 없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지금의 전월세난은 해소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득권세력들을 위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려는 시도는 서민들의 고통만 낳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집값이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도록 하는 것이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하고 인구감소, 저출산고령화 시대 변화하는 주택 패러다임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다.

 

 

 

준비 끝에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새로 개편해 선보입니다. 사이트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도 실시하니 여러분들의 경제적 안목을 키우고 저희 연구소도 응원해 주십시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959

 

 

by 선대인 2013. 8. 23.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