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일본 법 그대로 베껴 법안 발의

73개 조항 중 37개 조항 일본법에서 그대로 가져와
나머지 대부분 조항도 국내법에서 베껴..."거의 100% 짜깁기 법안"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는 정성호 의원[사진제공=연합뉴스]
한 국회의원이 일본 법 내용을 절반 이상 그대로 베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이 1일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안' 내용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10월 제정된 일본의 '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한 법률(個人情報の保護に?する法律)' 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번역한 내용임이 밝혀진 것. 이 같은 사실은 미디어다음이 정 의원의 법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일본 법 토씨까지 그대로 베껴=

두 법 안을 비교해본 결과 정 의원 법안의 제1조~3조, 제6~16조, 제33조, 제 52~73조의 내용은 일본 법안과 제목과 표현, 순서가 똑같이 일치했다. 전체 73개 조항 가운데 37개 조항의 내용을 일본법에서 수정도 없이 그대로 가져온 것. 특히 일본법의 총칙,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개인정보 취급자의 의무 등 체계와 제목까지 그대로 따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본식 표현을 '이루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바꾼 게 그나마 수정한 것이었다.

▲나머지 절반도 국내 기존 법조항 베껴=

일본 법을 베끼지 않은 나머지 절반의 조항도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국내법의 조항을 용어만 조금 바꿔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정 의원 법안의 '제 3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내용 대부분은 국가인권위원회 법안의 순서와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제4절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법안 내용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통신망 법)'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관련된 조항들과 내용이 거의 일치했다. 또 44조 (증인 등의 보호)에 관한 규정은 의문사 진상규명위법의 법조문 가운데 일부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

한 입법전문가는 "의원들이 입법활동을 할 때 기존 법이나 관련 법의 내용을 참조해 이를 원용할 수 있지만 이를 거의 그대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위원회 구조가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고 해도 그 법의 취지나 그 법이 구현되는 구체적 상황이 다르므로 별도의 법에서 그 같은 차이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것.

▲뒤죽박죽 법안=

일본 법과 국내 법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짜깁기식으로 법안을 만들다 보니 법안의 체제나 표현, 지시 내용이 뒤죽박죽인 법안이 돼버렸다. 53조, 55~57조, 60조 등에 담긴 △이용목적의 제한 △취득시 이용목적 통지 등 △개인정보의 정확성과 최신성의 유지 △제3자 제공의 제한 등의 내용은 법의 목적과 원칙 등을 나타내는 부분이어서 우리 법안의 관례상으로는 앞쪽에 주로 배치되는 내용이지만 뒤쪽에 배치됐다.

또 일본 법에서 언급된 조항 번호까지 그대로 옮겨온 탓에 실제로는 엉뚱한 조항을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정 의원 법안에서 개인정보의 이용정지 등을 규정한 65조 1항에는 '...개인정보가 제 16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급되고 있다는 이유 또는 제 17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득된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에서 제16조, 제17조 규정은 일본 법 원문에 나오는 조항 번호를 그대로 옮긴 것. 하지만 짜깁기 과정에서 조항 순서가 달라지다 보니 정 의원 법안의 16조(기관간 상호 협력), 17조(위원회의 설치)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일본법을 베끼는 데 급급해 지시 조항이 달라진 것도 검토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식의 엉뚱한 조항 언급은 65조 2항과 66조, 67조 등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

또 일본 법을 번역하면서 그 뜻을 몰라 실제로는 같은 내용을 두 조항에 걸쳐 되풀이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정의원 법안 62조의 '개시(開示)'라는 표현은 우리의 열람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일본법 상의 표현. 정의원 법안은 62조에서 사실상 열람에 관한 일본법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뒤 다시 63조에서 '개인정보의 열람'에 관해 다시 언급하고 있다. 다른 의원 10명도 이런 내용 모르고 발의에 서명

정성호 의원, 지난해 최다 법안 발의자

"풀과 가위로 만든 법안...일본 법에 우리 법 종속돼"





정의원이 이달 1일 발의한 법안 표지.
▲다른 의원 10명, 내용도 모르고 법안 발의에 서명=

정의원 법안에는 정의원뿐만 아니라 같은 당 의원 10명의 의원도 함께 서명했다. 정의원 법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법안에 서명한 것. 특히 함께 발의한 이은영 의원은 사실상 정부안인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신 발의한 의원이어서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동시에 발의한 셈이 됐다. 이 의원은 민법학자 출신이어서 법안 내용을 제대로 검토했더라도 이 법안에 문제가 있음을 충분히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김모씨는 "각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평소 친분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부탁하면 법안 취지만 대충 듣고 그대로 서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경우도 그런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 가능한가=

한, 두 줄도 아니고 어떻게 법안의 절반 이상을 일본법에서 베껴온 내용으로 채우고도 버젓이 법안으로 발의할 수 있었을까. 정의원은 국회 입법 과정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발의돼 채택되는 법안의 거의 대부분은 정부 법안이거나 정부 법안을 의원 이름으로 대리 발의하는 경우, 또는 거대 정당이 당 차원에서 미는 법안들이다. 정부안이나 당 차원의 법안과 동일한 취지의 법안이 경합할 경우 개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실상 그대로 묻히기 마련.

실제로 '개인정보보호기본법'안도 현재 모두 3개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 의원 법안 외에도 이은영 의원이 당정협의를 거쳐 발의한 법안과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시민사회단체와의 수년 간 논의 끝에 마련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안이 사실상 당 차원의 안이어서 이 의원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 안은 제대로 심사되지도 않고 그대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 하지만 이렇게 법안이 폐기돼도 정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실적'은 올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민노당이 3~4년 동안 각계 의견을 들어 법안을 준비해온 것과는 달리 정 의원은 '풀과 가위'만으로 생색을 내려 했던 것이다.

▲정성호의원, 지난해 최다 법안 발의자=

경기 양주-동두천이 지역구인 정의원은 모 대학 법대를 나와 사시 28회에 합격, 10여년 동안 변호사의 길을 걸어오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 결코 법률 문외한이라고 할 수 없는 셈이다. 그는 법안 발의 건수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정 의원이 지난해 연말까지 8개월여 동안 발의한 법안은 33건. 지난 16대 국회조웅규 의원이 4년 동안 48건을 발의해 1위를 차지했으므로 정 의원의 기록은 엄청난 기록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 신문은 올초 보도에서 그의 별명을 '법률제조기'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정 의원은 좋은 법안을 만드는 일에 충실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가령 동료 의원들로부터 입법발의 요청이 들어온 법안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서명하거나 상임위 활동과정에서 법안심사를 대충 끝내 버리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라고 정의원의 말을 전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정의원의 법안 내용을 검토한 뒤 "한 마디로 풀과 가위로 만든 법안"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법안으로 이렇게 법을 비양심적으로 만들어도 되는지 통탄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원들이 법을 만들 때는 현실의 문제를 최대한 고민해 우리 실정에 가장 잘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만든 법이 통과된다면 외국 법제에 우리 법이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입법보좌관은 "과거 정부나 정치인들이 일본 법을 모방한 경우가 많았으나 90년대 이후로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어졌다"며 "다른 나라 사례를 이처럼 통째로 베끼다시피 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성호 의원 보좌관은 기사 작성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법안을 만들 때 일본법안을 번역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우리가 독일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법률도 봤지만 우리 현실에 가장 타당한 것 같아서 법 조항들을 가져온 것일뿐인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미디어다음 보도가 나간 몇 시간 뒤 입장은 달라졌다. 정 의원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일본 법안과 국내 법을 베꼈음을 시인한 뒤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원은 법안을 제출한 뒤 국회 의안과의 지적을 받아 법안에서 지시하는 조항 번호가 잘못된 경우는 수정했다.

편집자주=백문이 불여일견. 정의원 법안과 정의원이 베낀 일본 법, 국내 법의 각 조항 가운데 일부를 비교해 소개한다. 일본법안에 한자가 많이 섞여 있어 일본어를 몰라도 정의원 법안이 일본 법안의 표현을 그대로 베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제1조의 '고도정보통신사회'와 같은 표현은 일본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제1조(목적) 이 법률은 고도 정보 통신 사회의 진전에 따라 개인정보의 이용이 현저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개인정보의 적정한 취급에 관한 기본이념 및 정부의 기본방침 작성 그 밖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시책을 정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을 명확하게 함과 동시에 개인정보취급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등을 정함으로써 개인정보의 유용성을 배려하여 개인의 권리 및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第一條 (目的)この法律は、高度情報通信社會の進展に伴い個人情報の利用が著しく擴大していることにかんがみ、個人情報の適正な取扱いに關し、基本原則及び政府による基本方針の作成その他の個人情報の保護に關する施策の基本となる事項を定め、國及び地方公共團體の責務等を明らかにするとともに、個人情報を取り扱う事業者の遵守すべき義務等を定めることにより、個人情報の有用性に配慮しつつ、個人の權利利益を保護することを目的とする。제2조(정의) 이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1. "개인정보"라 함은 생존한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해당 정보에 포함된 성명,생년월일 그 밖의 기술 등에 의하여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것(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조합할 수 있고,그것에 의하여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것 및 개인정보데이터베이스등을 포함한다)을 말한다.第二條 (定義)[1] この法律において「個人情報」とは、生存する個人に關する情報であって、當該情報に含まれる氏名、生年月日その他の記述等により特定の個人を識別することができるもの(他の情報と容易に照合することができ、それにより特定の個人を識別することができることとなるものを含む。)をいう。2. "개인정보데이터베이스등"이라 함은 개인정보를 포함한 정보의 집합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가. 특정한 개인정보를 전자계산기를 이용하여 검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나. 가목에 언급한 것 외에 특정한 개인정보를 용이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2] この法律において「個人情報デ?タベ?ス等」とは、個人情報を含む情報の集合物であって、次に揭げるものをいう。【一】特定の個人情報を電子計算機を用いて檢索することができるように?系的に構成したもの【二】前?に揭げるもののほか、特定の個人情報を容易に檢索することができるように?系的に構成したものとして政令で定めるもの 정의원 법안 65조는 일본법 27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정의원은 법 조항을 번역하는데 급급했는지 일본법에 있는 조항 번호까지 그대로 가져오고 말았다.

제65조(이용정지 등) ①개인정보 취급자는 본인으로부터 해당 본인이 식별된 개인정보가 제16조

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급되고 있다는 이유 또는 제17조

의 규정을 위반하여 취득된 것이라는 이유에 의하여 해당 개인정보의 이용의 정지 또는 소거 (이하 이 조에서 "이용정지등"이라 한다)가 요구된 경우에는 그 요구에 이유가 있다고 판명된 때에는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지체 없이 해당 보유 개인정보의 이용정지등을 행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 개인정보의 이용정지등에 거액의 비용을 필요로 한 경우와 그 밖의 이용 정지등을 행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로 본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체조치를 취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第二十七條(利用停止等)[1] 個人情報取扱事業者は、本人から、?該本人が識別される保有個人デ?タが 第十六條

の規定に違反して取り扱われているという理由又は 第十七條

の規定に違反して取得されたものであるという理由によって、?該保有個人デ?タの利用の停止又は消去(以下この條において「利用停止等」という。)を求められた場合であって、その求めに理由があることが判明したときは、違反を是正するために必要な限度で、遲滯なく、?該保有個人デ?タの利用停止等を行わなければならない。ただし、?該保有個人デ?タの利用停止等に多額の費用を要する場合その他の利用停止等を行うことが困難な場合であって、本人の權利利益を保護するため必要なこれに代わるべき措置をとるときは、この限りでない。 통신망법과 정의원 법안의 일부 조항. 일부 표현과 순서가 조금 달라졌을 뿐 사실상 통신망법의 조항과 거의 다름없다. 관련 전문가들은 "정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신망법은 법의 취지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다르므로 분쟁조정위원회의 성격이나 절차 등이 어느 정도 달라야 하는데 정의원 법안에서는 그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조정의 효력) ①분쟁조정위원회는 제36조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정안을 작성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각 당사자에게 제시하여야 한다.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정안을 제시받은 당사자는 그 제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수락여부를 분쟁조정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③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한 때에는 분쟁조정위원회는 즉시 조정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위원장 및 각 당사자는 이에 기명날인하여야 한다.④당사자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정안을 수락하고 조정서에 기명날인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조정서와 동일한 내용의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제39조 (조정의 거부 및 중지) ①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의 성질상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함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신청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조정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정거부의 사유 등을 신청인에게 통보하여야 한다.②분쟁조정위원회는 신청된 조정사건에 대한 처리절차를 진행중에 일방 당사자가 소를 제기한 때에는 그 조정의 처리를 중지하고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 정의원 법안 >

제48조(조정의 효력) ①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안을 작성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②당사자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통보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조정을 수락한 경우에는 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서를 작성하고 당사자가 기명?날인하여야 한다.③당사자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기간이내에 분쟁조정에 대한 수락거부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분쟁조정을 수락한 것으로 본다.④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가 조정을 수락하여 조정서에 기명날인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조정서와 동일한 내용의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수락한 것으로 보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제49조(조정의 거부 및 중지) ①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의 성질상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조정을 신청하였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당해 조정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정거부의 사유 등을 신청인인 당사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②분쟁조정위원회는 당사자 중 일방이 조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조정경위ㆍ조정거부이유 등을 상대방에게 문서로 통보하여야 한다.③분쟁조정위원회는 당사자 중 일방이 소를 제기한 때에는 조정을 중지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정의원 법안의 일부 조항 비교. 마찬가지로 정의원 법안이 인권위법의 조항과 거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법 >

제6조 (위원장의 직무) ①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며 위원회의 업무를 통할한다.②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상임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③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위원회의 소관 사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출석하여 보고하거나 답변하여야 한다.④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으며, 그 소관사무에 관하여 국무총리에게 의안(이 법의 시행에 관한 대통령령안을 포함한다)의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⑤위원장은 위원회의 예산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예산회계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본다.제7조 (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 ①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②위원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임기중 위원이 결원된 때에는 대통령은 임기만료 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③결원이 된 위원의 후임으로 임명된 위원의 임기는 새로이 개시된다. < 정의원 법안 >

제20조(위원장의 직무) ①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며 위원회의 업무 를 통할한다.②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상임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③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위원회 소관 사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출석하여 보고하거나 답변하여야 한다.④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으며, 그 소관 사무에 관하여 국무총리에게 의안(이 법의 시행에 관한 대통령령을 포함한다)의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⑤위원장은 위원회의 예산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예산회계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본다.제21조(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 ①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②위원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임기 중 위원이 결원된 때에는 대 통령은 임기만료 또는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③결원이 된 위원의 후임으로 임명된 위원의 임기는 새로이 개시된다.
by 선대인 2008. 9. 4. 16:02

‘혈세 먹는 하마, 민자사업자로 위장한 대형 건설업체들’

대형 건설업체가 1억원만 가지면 1~2조원짜리 공사를 따 그 가운데 30~40%가량을 수익으로 남긴다. 부풀려진 공사비 때문에 고속도로 통행료가 올라가 통행량이 줄어도 정부가 운영수입의 80~90%를 보장해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 수조원이 낭비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이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민자 SOC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자SOC사업은 외국자본 등 민간자본 등을 끌어들여 도로, 항만, 철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를 명목으로 98년말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제정해 이 제도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하지만 민자사업제도는 불투명한 사업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사업시행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변질돼 막대한 예산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과다한 운영수입 보장 등에 의한 막대한 혈세 낭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공사비 △2~3배 부풀려진 통행료 등이 그런 문제점들이다.
 
"민자사업 실행원가 50~60%에 불과"





지난해 3월 개통된 우면산터널. 이 터널의 통행량은 당초 추정치의 21.7%에 불과해 불필요한 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엄청나게 부풀려진 공사비=사업비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 절차 없이 업계 로비에 의해 공사비가 부풀려질 개연성이 높은 민자사업의 낙찰률은 사실상 100%.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평균낙찰율이 약 60%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부풀려지고 있는 셈이다.

보통 건설업체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면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출자비율만큼 시공권을 나눠 갖는다. 참여 건설업체들은 전체적으로 공사비의 30~40%를 떼먹고 기존 국내 건설사업처럼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공사를 진행한다.

미디어다음이 입수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도급 및 실행 내역을 살펴보면 민자사업 공사비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모두 1조7360억여원. 이 가운데 직접공사비 8720억원과 간접공사비 1699억원 등 실제로 투입된 비용은 1조419억원. 결국 참여 건설업체들은 이 사업에서만 무려 40% 가량인 4942억여원의 폭리를 취했다.

특히 토공사만 따로 떼놓고 볼 경우 직간접비를 합쳐 3791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으나 실제로는 1659억원만 들어가 무려 2132억원(56%)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건설사들은 사실상 원청 역할을 하므로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최종 하도급자가 시공에 들이는 단가는 당초 사업비의 40%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건설업체인 S사가 99년 작성한 '영업전략 회의 자료'를 봐도 건설업체들에게 민자사업이 얼마나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자료의 '별첨 1-2. 민자SOC사업 사업비 구성 및 시점별 투자계획'에 따르면 S사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사업을 기준으로 삼아 총사업비 가운데 실행원가를 47%로 잡고 있다. S사가 원도급사의 입장에서 잡은 실행원가가 47%이므로 현실상 2~3단계의 하도급이 더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공사 원가는 불과 30~40%선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S사는 민자사업 시공으로 인한 총사업비 대비 이익률도 31%로 잡고 있다. 기준을 공사비에 대한 비중으로 바꾸면 공사이익율은 40%로 올라간다. 당시 외환위기 직후 12% 가량의 고금리를 기준으로 한 건설이자와 세금 등을 총사업비의 22%로 높게 잡았는데도 이 정도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왜 공사이익률이 이처럼 높은지에 대해 이 자료는 '설계가 대비 99.9%로 공사비를 인정받음으로써 실행원가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인 공공사업의 낙찰률은 설계가의 60%(최저가낙찰제)~80%(적격심사제)보다 20~40% 이상 높은 셈이다.


"민자사업, 사업자 부담 없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


▲돈 한 푼 안 들여도 민자사업 가능해=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막대한 이익이 남는 건설공사를 대부분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매우 적다. 사업비를 100으로 봤을 때 20% 가량은 재정에서 지원하고 60%가량은 정부 보증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자본을 끌어다 대주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사업비의 20%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민자사업의 경우 여러 개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므로 실제 비용 부담은 사업비의 5% 미만이다. 이것도 사업 완료시점까지 지불하면 된다.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잔뜩 부풀려진 공사비에서 30~40%의 수익을 챙기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사수익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초기 출자자금만 있으면 수조원대의 사업을 하고도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인 셈이다.앞서 언급한 S사의 자료는 이 같은 실태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자료는 '민자사업은 리드 타임(사업 준비부터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통상 2~3년 정도) 기간에는 실제 소요자금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컨소시엄 운영비, 사업타당성 조사비, 컨셉 설계, 주무 관청과 협상 등(에 드는) 소요 비용 약 1억원 정도"라며 "1억원 정도 비용으로 사업시행자로 지정됨으로써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는 총사업비의 0.02%~0.03%에 불과해 자금을 외부 금융기관 등에서 빌려 주택건설사업을 하는 경우 토지매입비 등으로 총사업비의 20~30%를 들여야 하는 것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것이다.이 자료는 또 "총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출자금은 통상 공사기간 중에 시공이윤으로 타인자본이 입금되기 시작한 후부터 준공 시까지 대다수 회수되는 것이 민자사업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이는 순전히 시공과정만 본 것으로 공사 완공 후 운영수입까지 고려하면 한 건설회사가 가져갈 수입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 같은 민자사업 조건이 건설업체에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지도 이 자료는 보여준다. "향후 민자사업 적극 추진회사와 소극적 회사간 격차는 2~3년 후부터 만회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추정한 것.요약하면, 현재 민자사업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수천억~수억원대의 민자사업을 따내 시공 과정에서만 수백억~수천억원을 손쉽게 챙길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향후 혈세 낭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운영 중인 민자도로의 최소운영수입 보장 내역
▲과도한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혈세 낭비=부풀려진 공사비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과정에서도 엄청난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시행자들이 통행량을 의도적으로 과대 평가해 생기는 운영수입의 부족분을 모두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건설교통부가 국회 건교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자고속도로인 인천신공항고속도로에 2001~2003년 동안 지급된 손실보전 비용이 모두 2936억원이었다. 이는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 시 투입된 민간투자액 1조 4602억원의 20.1%에 해당하는 금액.

기획예산처가 최소 운영수입 보장비율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결국 인천신공항고속도로 한 곳에만 운영수입 보장기간인 20년 동안 약 2조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는 투자액 전액을 회수하고도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3년 처음 운영된 천안~논산 고속도로에도 497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이렇게 운영과정에서도 거의 아무런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니 사업운영권마저 수백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삼성물산, 한진중공업, 동아건설, 포스코개발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구성된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지분은 이후 교원공제회,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에 나눠 팔렸다.

또 LG건설, 금호산업,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만든 천안논산고속도로(주)도 이후 대우건설만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 국민은행 등에 지분이 넘어갔다. 여기에서도 거액의 프리미엄이 오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시행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이 제도는 기획예산처가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각 사업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다르지만 정부는 민자사업 시행자별로 20~30년 동안 추정 운영수입의 80~90%선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사실상 기업이 손실을 볼 일이 전혀 없는 특혜를 준 꼴이었다. 또한 사업 위험이 없으니 민자사업의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인 민간의 창의력 발휘는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각 사업 시행자들은 이 같은 계약조건을 악용, 추정 운영수입을 잔뜩 부풀려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길을 택했다.

▲엉터리 교통수요 예측=민자사업의 타당성, 건설보조금, 사용료, 최소운영수입보장금 등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므로 교통수요 예측은 매우 엄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실제로 2004년 10월 감사원이 서울~춘천간, 서수원~오산~평택간 2개 민자고속도로를 대상으로 교통수요예측 자료를 점검한 결과 통행량 기준을 과다 적용하는 등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건교부가 2004년3월 실시협약을 체결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교통수요예측보고서에는 실제 기준으로 삼은 O-D(Origin-Destination.기점-종점간 통행량)보다 111~149%나 부풀려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비싼 요금 때문에 국도에서 갈아타는 비율이 매우 낮은데(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3%) 국도 46호선 가평~춘천 구간의 교통량 가운데 41%가 이 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으로 과다 예측했다. 그 결과 국토연구원과 감사원이 교통량을 재분석한 결과 각각 2만2401~2만6768대/일로 나타났으나 민자사업자는 이를 5만2236대/일로 두 배가량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우면산 터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서울시는 하루평균 6만5958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이 터널은 하루 1만 1000대 정도만 다니고 있다.

이 사업은 예측교통량 대비 실제 교통량이 21.7%에 그치다보니 해마다 250억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교통량이 잔뜩 부풀려졌지만 교통량을 부풀린 용역기관에 책임을 물릴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원대 사업에도 사전 타당성 조사도 안해"

▲부실한 사업자 선정 과정=이처럼 민자사업이 남발되는 것은 부실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과 맞물려 있다.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사업의 경우에는 99년부터 예비타당성 검토를 하도록 돼 있다.하지만 대부분 수천억원~수조원대의 민자사업은 단지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런 과정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민자로 건설돼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실제로 우면산터널은 개통 이후 통행률이 예상 통행률의 2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사업이 필요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인천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독점 도로여서 애초부터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인천대학교 옥동석 교수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독점성이 강한 도로이므로 당초부터 정부 재정으로 건설했어야 했다"며 "민간사업자가 독점적 사업을 운영하면서 적절한 통행료를 책정한다는 것은 바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또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불투명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재정 투자요건, 운영수익 보장범위 등 주요 핵심사항들이 정부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주무부처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할 수 있다' 는 등의 표현은 사실상 정부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는 표현들이다.갈수록 증가하는 민간제안사업은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제안 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간이 사업을 제안했더라도 정부 차원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엄밀히 검토한 뒤 이를 국가재정사업으로 하거나 정부고시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의 민간제안사업은 민간이 제안해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담당 부처가 판단하면 사업제안자에게 사업권까지 주는 구조여서 '특혜 사업' 시비를 벗어나기 힘들다. 경실련 김헌동 공공사업단장은 "민간의 아이디어를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면 국가재정사업으로 하든 국가가 관리하는 민자사업으로 돌리면 되지 제안자에게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사업권을 주는 것은 특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옥동석 교수도 "현재 정부 방안대로라면 예를 들어 삼성이 그룹 계열사 땅이 많은 곳을 지나는 도로 건설사업을 제안해 사업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민간제안사업은 이 같은 민간의 사욕 채우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심의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자사업의 기획 및 추진 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가장 많은 민자사업 계약을 체결해온 건교부 모두 민자사업 심의위원들과 전체 회의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심의위원들이 함께 모여 제대로 심의하는 과정도 없었던 셈이다.기획예산처의 한 민자사업심의위원은 "다 함께 모여 논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사업도 개별 위원들이 서면으로 심의하게 되면 개별적인 의견으로 끝나버리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심의위원들은 정부 결정을 정당화해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위원은 "정부 부처가 개별 서면심의하면 각 위원들을 대상으로 각개 격파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교부의 한 심의위원도 "내가 발견한 문제점을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논의하면 논란이 일 수도 있을 텐데 서면심의로 이런 것을 지적하면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공무원들이 사후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간자본 유치한다면서 건설자본만 유치"





3개 민자사업의 컨소시엄 현황
▲민간자본 유치? 건설자본에 공사주는 사업으로 변질=민자사업 대부분이 건설사들이 '노나는' 공사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다 보니 민자사업 참여자도 대부분 건설업체들이다. 당초 의도했던 국내외 유휴 민간자본을 활용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기도 살리겠다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황인 셈이다.

2003년 6월 현재 국가관리사업 출자자 구성현황을 보면 건설업체가 156건을 출자해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금융기관은 6건(3.4%), 공공기관 8건(4.5%), 외국업체 9건(5.0%) 등이었다. 또한 건수별 상위 출자자 현황을 보면 현대건설(12건), 금호산업(10건), 대림산업(9건), 대우건설(8건), 현대산업개발(7건), (주)한화(7건), 롯데건설(6건), 한일건설(5건) 등 8위까지 모두 건설자본이 차지했다.

이들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가 협약을 맺은 민자사업의 시공은 당연히 이들 건설업체들이 맡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끼리 컨소시엄 형식의 단일사업체를 만들어 단독으로 참여하므로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4년말까지 복수 사업신청자간 경쟁이 발생했던 사업의 비중은 28%(40/14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내의 대형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투명한 사업자 선정, 시공은 공개 경쟁 입찰 거쳐야"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4월2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민자사업 제도를 총괄하는 기획예산처는 민자사업에 대한 각종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자사업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떻게 해야 하나=△과다한 교통수요 예측 억제 △민간사업자간 경쟁 활성화 △최소운영수입보장 등의 방안은 감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 등도 이와 관련한 보완책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민자유치사업 선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지 않는 한 '민간투자자로 위장한 건설사'들이 혈세로 폭리를 취하는 구조는 바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 아멕사와 인천시가 출자해 만든 '코다개발'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추진되고 있는 제 2연육교 사업은 민자사업 추진 방식에서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이 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 선정 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건설공사 시공자를 선정하는 2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코다개발은 자신들이 사업시행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시공사를 공개 모집했다.

이 회사는 또 시공비와 자신들이 투입한 소액의 사업수행비를 합한 금액으로 총사업비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Best Value)을 가진 업체에 시공을 맡겨 좋은 시설을 만든 뒤 연육교 운영수입을 통해서만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민자사업 공사비를 잔뜩 부풀려 정부를 상대로 수의계약을 맺어 시공과 운영과정 모두에서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태였다.

이후 코다개발과 정부는 함께 전문가그룹으로 심사단을 꾸려 실시설계와 시공비용 등의 상업성과 기술력 등을 종합 평가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처럼 제2연육교 시공사 선정 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

김헌동 단장은 "현재의 수의계약형태가 아니라 시공자, 설계자 선정시 정부가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저가낙찰제에 비해 수십 % 이상 부풀려진 민자사업의 부풀려진 공사비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 활성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건설업체 위주의 독점사업자 구성을 막고 금융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기업 등 진정한 의미의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5:59

“정부 자영업자 대책, 두손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꼴”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로 역량을 높이 평가받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을 최근 다시 만났다. 올초 상당수 언론을 통해 유포됐던 경기 회복론이 가라앉고 '장기 침체' 조짐마저 나타나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그의 진단과 해법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경제가 '기술집약적 경제구조로 급변한 상황에서 재정확대책은 효과가 없다'거나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최근의 경기 악화를 사전 경고했었다.

또 올초에는 판교신도시를 첫 사례로 삼아 지속적으로 영구 임대주택 단지를 개발하면 집값을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만들어내 저출산 및 고령화 추세에 따른 복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공영 영구임대단지 개발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수용할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그는 5월초부터 시작한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손경제)'를 진행한 뒤부터 밀린 '본업'을 처리하느라 잇따르는 언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지만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는 흔쾌히 응했다.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 등 최근 한국 경제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 진단을 토대로 금리정책과 자영업자 문제에 집중했다. 두 시간여 동안 이뤄진 이날 인터뷰도 예전 인터뷰처럼 일문일답식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강의식'으로 진행됐고 구체적인 근거와 날카로운 분석에 근거한 그의 논지 또한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미디어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자영업자 문제와 금리정책을 주제로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먼저 자영업자 문제와 관련해 김소장은 자영업자 문제는 단순히 개별 자영업자 단위로 다룰 게 아니라 상가 단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1)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상가 단위별로 특색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개발하며, 2)문화산업, 관광산업적 관점에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주상형, 상공형, 체험형 등으로 상가별로 특색 있게 개발해야 하고 3)이 같은 체계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법적, 제도적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자영업자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해진 데 대해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색깔론 등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과 무능과 도덕적 해이로 구시대적인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한편, 그는 '손경제' 진행 이후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손경제 진행을 조기에 끝내고 싶어하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프로그램을 맡기 전부터 연구소 운영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프로그램 진행을 고사했던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

이제 방송을 한 달여 정도 했는데 자영업자 문제나 증권집단소송제 문제 등 이전에 잘 안 다루던 진지한 주제들을 다루면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반응이 즉각 오는 것 같다. 방송 매체가 직접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시간의 제약을 크게 받는 방송의 근본적인 한계나 기존 방송의 제작 관행이나 시스템 등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측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많이 애쓰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 시간은 25분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시간은 6시간이 넘어 오전 시간을 다 써야 한다. 그러니 다른 일들이 밀려 연구소 운영을 하기가 벅차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티질 못하겠다. 건강이 위협 받을 정도다.

솔직히 문화방송 측에는 미안하지만 조기에 그만두고 싶다. 이 같은 뜻도 전달했는데 문화방송측은 그래도 당분간은 계속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건강상 한계 상황에 와있다. 빠른 시일 내에 방송을 그만두고 본업인 연구소 일에 전념하고 싶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자격을 제한하는 '코미디 같은 정책'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자영업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자영업자 대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주택정책만 있는 게 아니다. 상가정책도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 돼야 한다. 상가 문제를 빼놓고는 자영업자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 상가들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과는 1대1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시장 시스템 안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자영업자 개인에 초첨을 맞춰서는 해결이 안 된다. 상가 단위로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이탈리아나 일본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상가 단위로 가게들의 스타일이나 디자인 등이 통일적으로 정비해 경쟁력을 갖게 한다. 대형 할인점은 만물상처럼 구색을 갖추면서도 저가로 경쟁력을 높이고, 백화점은 고가이면서도 문화적인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상점은 그 중간 지점에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할 수 없는 특색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문화 이벤트다. 따라서 상가 정책은, 상가를 어떻게 조성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이는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둘째로, 상가 정책을 하드웨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문화산업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상가 고유의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이 내수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면 상가는 외국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도 그 지역의 상가 등에서 많이 쓰지 않느냐.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관광객들이 백화점에 가서 예전 같은 고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 일인당 지출액이 2000년 128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980달러 정도로 줄었는데 그 정도 쓰는 사람들이 백화점 가서 물건 하나 제대로 사겠느냐.

유럽이나 일본, 미국에서처럼 외국 관광객이 돈 쓸 데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와도 돼지갈비나 불고기나 먹고 남대문시장 등에서 싸구려옷이나 한 두 벌 사가지 그 외에는 쓸 곳이 없다. 상가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상가를 관광산업이나 문화산업화해야 한다.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 수가 2000년 500만명에서 더 이상 안 늘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관광 소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외국 관광객이 들어와 이를 상쇄하게 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쓰게 만들려면 상가 단위로 개발해 관광산업화, 문화 산업화해서 상가별로 특색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상가를 개발한다고 하면 주상복합으로 생각해 건물을 지어서 분양하는 식으로 끝내버린다. 그런 식으로는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가가 된다. 어떤 경우는 주상복합, 어떤 경우는 상공복합으로 개발하고 또 다른 경우는 체험형 상가로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심 한가운데일 경우 1층은 상가, 2층 이상은 주거용으로 개발하고, 전문화된 상가 경우에는 1층은 의류상가, 2,3층은 관광객이 주문할 경우 바로 맞춰줄 수 있는 상공형 상가가 돼야 한다. 좀 외곽으로 가면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즐길 수 있게 체험형 상가로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광주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산수화, 수묵화 등을 그릴 수 있는 체험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 주상이나 상공형은 상가를 만들 때 이벤트홀이나 중앙광장을 만들거나 비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아케이드를 만들어 가수 등 연예인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가를 그렇게 만들어야 서비스의 파이도 커진다. 지금은 그런 경쟁력이 없으니 관광 문화산업 진흥이라고 떠들었는데 한 게 뭐냐. 딱 하나 한 게 게임산업이다. 상가 문제를 소홀히 생각할 게 아니라 이게 우리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구조가 바뀌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자본 집약적 형태의 성장 단계에서는 생산직 중심의 고용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기술중심의 고용만 이뤄지고 있어 고용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래 인력을 기술직으로 훈련시켜 고용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비정규직으로 가든지, 자영업으로 독립하든지 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상태로는 자영업으로 가는 출구가 꽉 막혀버린 것이다.

세번째는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상가가 차별화 된 특징을 갖고 있으려면 동일지역이라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상가가 돼야 한다. 현재는 상가 점포들이 모두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저마다 들쭉날쭉 지어놨다.

하지만 상가 단위로 체계적으로 개발하려면 불가피하게 사유재산을 제약할 경우들이 생겨난다. 외국,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강력한 법적 제약을 가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자기 점포에 마음대로 손을 못 대게 한다. 간판 같은 것을 통일적으로 정비하게 한다.

우리는 법으로 해도 안 되는데 유럽에서는 상가번영회 같은 것을 조직해서 자발적으로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법적 틀에 맞는 안을 갖고 오는 상가는 대폭 지원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쇼핑할 때 다 차로 가는데 상가가 집객(集客) 능력을 가지려면 주차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도심에서 주차장을 갖는 것도 어렵고 주차타워를 세우는 것도 꼴불견이다. 그럴 때는 상가 개별 단위가 아니라 도심지에 대규모 공영 주차장을 개발하고 퇴근 이후에는 상가 주차장으로 연계시켜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대책들을 단기적이고 단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지역경제발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갈 것인지 비전과 철학을 갖고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연차별로 가야 한다. 1차 9년, 2차 9년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같은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하려면 사유재산의 제약이 불가피한데 이는 정치권의 합의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정책의 기획이나 입법이 기형적으로 돼 있다. 원래 정책입법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정치권은 놀고 있다가 정부 부처들이 눈치 봐서 적당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언론이 떠들면 부동산 개발업자 이익 챙겨주고 정치권 줄 대서 승진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행정 부처가 만든 안을 정치권에 가져오면 상급 기관이 평가하는 식으로 '왜 이런 식으로 해왔어' 대충 호통치다가 그대로 통과시켜 버린다. 이런 상태로는 안 된다.

비정규직 800만, 자영업자 500만명 등 1300만명의 유권자들도 문제다. 왜 이런 정치인들을 뽑아서 국회로 보냈느냐. 유권자들도 대오 각성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장래가 없다. 자영업자 문제는 바꿔 말하면 서비스 활성화 방안이다.

넌센스를 하나 말하면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 터진 이후인 99년경 실업자가 많이 생기니, 실업을 해소한답시고 서비스업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벌였다. 은행융자 등을 통해 이 사업에 2조원이 넘게 지원됐다.

그런데 그때 정책을 만들고 나서 잘 되고 있는지,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후속 대책들을 만들어 추가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에는 내던지고 한 편에서는 부동산으로 경기를 띄운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그때 다 넘어진 것이다.

한 쪽에서는 자영업자를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다른 한 편으로는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한다고 부동산 팍 튕겨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부담 때문에 망하게 했다. 양손이 완전히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와서는 자영업자들이 대책 없이 늘어나 문제다라고 엉뚱한 탓을 하는데 지금 실업자나 퇴직자가 뭐 해먹고 살 거냐.

자영업 말고는 대책이 없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고 해서 3월에 각 부처별로 종합대책안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어느 부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문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대책이 따로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상호 연관돼야 한다. 이것은 범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포함해 공동의 과제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자영업자, 서비스업의 문제 등에 관한 정책 실패나 과오가 빈발되는 것은 참여정부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여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 패러다임 양식에 걸맞은 경제 행동 양식, 정치 행동양식, 정부의 역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생기는 혼란이다.





-정부, 정치권, 유권자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선 유권자는 과거 정치 패러다임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 17대 총선을 통해 세대교체라는 변화된 행동 양식이 어느 정도는 나타났지만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과감해져야 한다.

지금의 정치세력으로서는 한국 경제와 유권자들의 장래를 기대할 수 없다. 여전히 구시대적인 패러다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소위 대권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 역시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정말 한국경제와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 전문적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 새로운 세대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일차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두 번째로, 정치권의 경우에 여야를 막론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문제 등 모든 절체절명의 문제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데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가 정면으로 달라붙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나. 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무슨 노선 투쟁이니 뭐니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대안을 낸다든지, 나름대로 차별화된 정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당의 실수만을 바라고 있다. 굿만 보고 떡만 먹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야당이 왜 필요하냐. 심지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색깔론과 같은 20, 30년 전의 저차원적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느냐.

지금 정치 구도에서는 정책적 역량의 측면에서 여야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거리가 전혀 없다. 서로 욕질하고 싸우고 인신공격하는 것이 전부이지. 그런 것이 정치인양 과거의 구태를 계속 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가 문제다. 이미 우리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도덕적 해이나 무능력 때문에 바뀐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구시대 정책을 쓰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을 통해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둥 엉뚱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중후장대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등 재정정책이 맞았다. 기업들이 대형 설비를 갖추면 고용이 팍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집약적 경제 단계에 이미 와 있다. 대부분이 첨단산업 쪽이다. 기술 개발 투자가 관건이 되는 경제가 돼버렸다. 이 상태에서 투자 예산을 두 배를 늘려준들 연구인력이 한정돼 있는데 연구성과가 나오겠나.

또 설사 설비투자를 하려고 해도 기업이 기술개발을 해서 성공을 해야 설비투자가 일어난다. 기술개발 투자를 해서 성공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투자해서 성공할 확률도 잘해야 2,3%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상태에서는 재정확대책을 한다고 한들 경기 부양의 효과가 없다. 30년대 대공황 시기에 탄생한 케인지안 방식의 재정확대책을 쓴다는 것은 넌센스다.
by 선대인 2008. 9. 4. 15:57

2005년에 작성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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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 집값 잡겠다?..오히려 내려야






김광수경제연구소장 ⓒ미디어다음 김준진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립니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이후 오랜만에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의 말이다. 기자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김소장을 인터뷰했지만 그가 이번처럼 현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격하게 질타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16일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과 정부의 재정확대책 및 부동산정책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소장은 먼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재정정책이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김 소장은 이어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를 특징으로 하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경기 부양 수단으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라며 금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소장은 최근 한국은행이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그는 "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느냐"며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는 것.그는 소수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의 예금의 7,80%를 갖고 있는 사실을 거론한 뒤 "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며 "물론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며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지난해부터 줄곧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의 잘못된 처방과 상당수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비판했던 그는 지쳤다는 듯 "길게 말하기 싫다"면서도 최근 부동산 대책에 대해 또 다시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김소장은 그 동안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선진국 수준인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분양(소유) 위주 공급 방식에서 탈피해 활용(전월세) 위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초부터 판교택지지구를 100% 영구임대단지로 공영개발하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김소장은 "정부는 여전히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라고 질타했다.그는 90년대 초 3000명이던 국내 연간 자살자 수가 지난해 1만1000명 수준으로 급증한 사실을 거론한 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질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대공황 시대에 나온 재정확대 정책 더 이상 안 통해"


-올초 반짝하는 것처럼 보였던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이를 재정확대 정책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낡은 처방'을 꺼내고 있는데.

재정정책은 노동집약적, 자본 집약적 성장 경제와 폐쇄적 경제에서 임금이 단기적으로 경직적인 경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개방형 경제 및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크게 증대된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과거 한미일 3국이 실시한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80년대 초 레이건정부 출범 이래로 미국은 주로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통화론자들이 경기부양 수단으로서 항구적 감세정책을 주장해왔다. 즉 감세정책을 통하여 소비 및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고용창출을 유발하려고 하였던 것이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감세는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였다는 비판과 감세가 기업의 투자 및 고용창출을 유발할 정도로 강력한 경기부양 수단이 되지 못했다는 점도 드러났다.또 일본과 한국은 감세보다는 주로 5,60년대 이후 양적 고도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케인지안적 성향이 강한 관료 및 관변학자들에 의해 적자재정 또는 추경편성을 통한 재정확대가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단기 성장주의를 추구하는 관료주도의 재정정책이 주류였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재정정책은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지금 같은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하면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선 이미 확정된 기술을 가지고 기계설비를 사서 대량생산해서 파는 경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성 즉 불확실성이 원천적으로 적다.하지만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의 경우는 다르다. 기술개발을 성공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성공할 확률도 불과 2,3%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또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해가는 과도기에는 고용의 구조적 미스매칭이 발생한다.우리의 경우 외환위기를 맞아서 정리해고가 많아지고 노동 유연성이 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한국 경제는 90년대 후반부터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왔다. 그런데도 자본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의 경제운용 틀을 고수해오다 보니 외환위기 충격에 급격하게 터져버린 모습을 보인 것일 뿐이다.임금이 경직적일 때 단기적인 경우에 한해 케인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많이 해소되었으므로 사실상 케안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특징처럼 돼 버렸다. 따라서 기술집약적 경제에 있어서 경기부양 수단은 결국 금리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 3%대로 굳어져"
"경제 성장률 떨어지고 불확실성 커진 경제 상황에서 금리는 내려야"


-그러면 현 국면에서 금리는 어느 수준에서 결정이 되야 하나.

금리결정 모델은 케인지안 모델과 통화론자 모델에서 다른데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은 자본경제, 즉 생산경제에서의 실수요를 전제로 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산경제에서의 투기와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로는 불확실성과 투기가 빈발하는 현실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반면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은 불확실성하에서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감안하여 위험과 기대수익간의 교환관계로 설명한다.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을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시장금리는 잠재성장률-(불확실성의 크기 X 위험프리미엄) 이라는 식으로 결정된다.이 모델은 매우 직관적 설득력을 지닌다. 먼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금리도 낮아진다. 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리가 내려간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려 한다. 즉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의 투자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으로 기업이 마땅히 투자할만한 데가 없거나 있더라도 굉장히 위험한 투자처만 있는 경우다.이런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돈을 투자해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간다. 그런가 하면 투자자들이 과도한 위험프리미엄을 요구할수록 금리는 하향 압력을 받게 된다.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우리 경제는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 우리 연구소는 이를 지난해 말부터 주장했다.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내수 자력에 의한 평균성장률을 보면 평균 3%대다. IT 버블이나 신용카드 버블, 부동산 버블 등을 모두 걷어내면 3%대다. 지난해에도 4%대 성장을 하였으나 이는 수출단가가 크게 높아진 데 기인한다.예를 들어, 포스코의 매출은 2003년 대비 2004년 32% 가량 늘어났다. 매출증가에 대한 기여도를 판매량과 판매가격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해보면 판매가격 기여도가 무려 31% 에 이르고 있다.그러면 3% 전후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문제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사실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제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경제에서의 3%는 문제일 수 있지만 질적 성장경제에서의 3% 성장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또 일부에서 5% 이상 성장해야만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5% 성장한다고 고용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미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고용은 상당기간 동안 늘어나기 어렵다. 그러니까 3% 성장을 해서 고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5% 대의 성장을 해도 '고용 없는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도 그런 경우다.이미 한국경제는 내수 자력에 의한 성장잠재력은 3% 전후 수준으로 고착되고 있다. 98년 이후부터 벌써 8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계속 떨어져 왔는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왔다'고 하지만 사실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맞는 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그런데 지금 한국은행은 '부동산 투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지 내릴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면 가계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나. 부동산투기는 저금리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와 저금리에 대한 일부 경제주체들의 부적응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

"엉터리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 치밀어 잠을 못 이룬다"


-그러면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인가.

1분기에 2.7% 성장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세를 분석해본 결과,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2%대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최소한 2% 전후 수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나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4%도 어렵다고 본다면 금리를 당연히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안 내리는 이유가 뭐냐.부동산 투기는 다른 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부동산이 우리 한국 경제에 상당히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한국경제의 핵심부분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경제와 서비스업에 있다. 우리가 경제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서비스업을 정책적으로 전혀 준비를 안 해왔기에 최근의 자영업 사태와 같은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미국 경제를 이끌고 가는 것은 서비스업이다. 일본을 이끌어가는 것도 서비스업이다. 일본도 제조업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비스업이 경제의 핵심이다. 이미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넘어간 단계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성은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국내의 경우 서비스업이 활성화 안 돼 있다 보니 가족들이 강물에 뛰어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즉 공동체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록적으로 자살하고 있다. 인구 약 3억인 미국의 자살자가 연간 3만명 내외다. 일본은 90년대 초까지는 2만명 수준이었으나 98년에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31,000명으로 갑자기 1만명 이상 급증했다.종신고용 시스템 등으로 비교적 고용이 안정됐던 나라에서도 경제에 충격이 오니 이렇게 자살자가 급증했다. 우리는 90년대 초에 3000명, 95년에 6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1만 1000명에 달했다. 즉 자살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우리 연구소는 최근 일자리창출과 관련된 연구를 했는데 분노가 치밀어서 연구를 할 수가 없었다.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분노가 치밀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자살자 수가 급증하는 이유가 대부분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말 분노한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엉터리 집값 정책 내놓은 관료들 도덕적 해이의 극치"





-김소장께서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최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다시 '판교발 집값 폭등 현상'으로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데.

부동산 투기 문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으니 길게 얘기하기 싫다. 정말 간단하다. 누가 주택을 공급하지 말라고 했나. 지금까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해서 문제다라고 주장한 것은 바로 우리 연구소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2년 전에 출판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에서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며 우리의 주택정책 방향은 소유보다는 전월세(임대) 문제로 전환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언론이나 정부나 부동산 투기대책을 말하면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없는데 자기 멋대로 상정해놓고 주장하고 있다. 아주 악질적이다.

우리 연구소는 그 동안 정부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한 것을 비판하였고, 공급을 해도 어떤 식으로 공급할 거냐 하는 공급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부의 분양(소유) 위주 공급정책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결국 철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린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값 잡겠다고 금리 올린다면 투기가 없어지나."


-최근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부동산 문제를 금리와 관련해서 생각해보자. 가계부문의 금융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을 보면, 유이자성 가계부채가 500조원이고 유이자성 금융자산은 600조 정도 된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가계부문의 상대적인 금융부채 규모는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이다.즉 과다부채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가계의 과다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은행은 무슨 근거로 가계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을 하느냐.그리고 전체 예금자의 5% 정도에 불과한 소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예금의 7,80% 이상을 갖고 있다. 반면, 유이자성 부채 500조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70조원 정도이며 나머지 330조원은 일반대출이다. 그 중에서 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은행에서 차입한 사람들을 나눠서 따지기는 어렵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지 않다.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원래 돈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은행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유이자성 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170조를 뺀 330조는 자영업자 등 일반서민 대출이다. 그러면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어느 쪽이 덕을 보고 어느 쪽이 피를 보겠느냐.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물론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한국은행은 왜 이런 계산을 못하는가. 금리를 오히려 내려야 한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금리와 상관없는 문제다. 금리를 내려야만 상위 5%계층이 어차피 이자가 낮으니 저축보다는 소비를 택하는 유인이 작용한다. 즉 돈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다.또 금리를 인하하면 절대 다수의 이자부담을 안고 있는 서민가계의 부담이 줄어든다. 가계 전체로 보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이자소득이 주니 가계 전체로는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지만 내부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이런 구조인 것이다. 이런 것까지 정책 당국에 일일이 다 설명을 해주어야 아느냐.가계 과다부채가 문제가 될 때는 금리를 내려야 소비가 늘어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자로 노후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한국경제는 돈 있는 사람들이 희생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바로 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이 최소화되고 효과가 최대화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방송을 통해서도 몇 차례 넌지시 경고했는데도 엉뚱하게도 한국은행 총재가 그런 식의 발표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또 유가나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거나 환율이 급락하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금리인하로 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 북핵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하면 투자를 잘 안 하려 할 텐데 그때 금리를 낮춰야 한다. 금리는 불확실성을 흡수해줄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는 훌륭한 수단이다.유가 급등과 같이 외생적 충격으로 코스트가 확 올라간 경우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는 더욱 침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금리를 내려서 유가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원가상승 부담을 이자부담 감소로 상쇄하여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인상 폭을 줄여야 한다.또 소비자들의 소비를 늘려주고 빚을 낸 경우에는 이자 부담이 적도록 해줘야 한다.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은 거의 FRB의 금리조절을 통하여 경기를 조절해왔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기업부채, 가계부채 과다한 한국 경제, 금리인하로 체력 보완해야"

-그런데 일본은 제로금리까지 갔는데도 경제가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로금리 정책으로 일본 기업부문이 많은 구조조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기업부문은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에 있다. 미국의 경우, 명목 GDP 11조달러에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는 5조달러로 GDP 대비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 비중이 45%정도다.이에 비해, 일본은 90년대 초반 일본 기업부문의 유이자 금융부채가 600조엔에 달했으나 지금은 430조엔으로 줄었다. 즉 지난 10년 동안 초저금리 및 제로금리 정책을 바탕으로 170조엔이나 되는 막대한 과다부채를 조정해온 것이다.그런데 일본의 명목GDP는 450조엔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거의 제로성장 상태에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 기업의 유이자 금융부채 비율은 명목 GDP 대비 95% 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이다. 일본기업들이 금융부채 조정을 많이 했지만 플로우 GDP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면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이다.단순하게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줄여가야 한다. 지금까지 제로금리 정책으로 그나마 170조원을 줄인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규모의 과다부채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지금보다 1~2% 더 올린다면 일본 기업들이 망한다.한국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은 명목GDP 700조원에 대해 기업부문의 유이자성 금융부채 규모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673조원으로 97~8%에 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서 재무구조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금융부채 규모는 97년의 670조원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재무구조가 좋아진 것은 사실 부실기업들 구조조정 과정에서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채가 출자전환 되거나 부채탕감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금융부채 비중은 매우 높은 상태다. 금리를 내려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금리는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금리인하는 구조조정의 부작용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 일본은 앞으로도 기업의 과다부채 구조조정이 상당 수준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대신 일본의 가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가계들이 은행이자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가계들이 900조엔(금융부채 300조엔)에 달하는 유이자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로 인해 이자 한 푼도 못 받고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보면 가계를 이자수입을 희생하더라도 기업의 과다부채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가계 부문은 그 동안 축적한 자산이나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상당 기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제로금리로 인해 가계 전체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는데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때문에 생기는 희생대가이다.한국의 경우 가계도 과다부채, 기업도 과다부채인 상태에서 정부의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즉 경제 전체가 과다부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아까 얘기했으니 기업부채 문제만 좀 더 따져보자.극히 일부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이 수출단가가 좋아져서 자금 사정이 굉장히 좋아져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로우 GDP경제 전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의 부채규모로 봤을 때는 일본이나 우리는 여전히 기업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다. 적어도 미국기업 수준까지 가려면 670조원 되는 금융부채를 최소한 200조원은 더 줄여야 한다.기업이 부채를 줄이려면 사업성 없는 투자는 접어야 하고, 부실한 기업은 문 닫고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부문을 찾아야 한다. 그게 구조조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실업증가 등 사회적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보면 지금의 금리수준은 한국경제가 감당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다.일부 대기업은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은 이 금리수준을 감당하기 힘들다.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절대다수의 중소기업 가운데 절대다수가 자영업자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구조조정 하겠다고까지 할 정도이니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려야 하지 않나.
by 선대인 2008. 9. 4. 11:39

“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입니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도방송 전문 채널인 YTN 노조는 현 정권의 ‘낙하산 사장’에 의한 인사
전횡을 인정할 수 없다며 5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를 이끌고 있는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1일 만났다. 노 위원장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돌발영상’을 처음 제안하고 안착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를 YTN 노조사무실에서 만나 최근 YTN 사태에 대한 노조의 입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 위원장은 먼저 “(현 정권은)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했다. 그는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며 “그런 것을 볼 때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씨는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YTN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속도로 정부가 YTN 주식을 시장에 매각한다면 특정 기업이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데만 4년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YTN 노조에 대한 정권의) 압박용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며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며 정권과 기득권 신문들의 ‘작전’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케이블 방송 정착 당시 공적 보도전문 채널로서 YTN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공기업이 다수의 YTN 지분을 소유하는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큰 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가을에 있을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공정방송 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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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YTN 사태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설명해 달라.

4월부터 MB캠프에서 방송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5월에 사장 공모를 하자, 구본홍씨가 접수했다. 2주정도 후 사장추천위에서 구씨를 단수 후보로 추천했다. 5월30일 이사회에서 구씨를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우려했던 상황대로 진행되자 우리 노조원들은 7월14일 주주총회에 개최 저지에 나섰다. 그런데 이사회측이 노조와 협상을 벌여서 주주총회를 개회한 것으로 해주면 바로 폐회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줬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말려든 것이었다. 한 번 주총 개회를 하면 연기회를 바로 열 수 있는데, 바로 7월17일 2차 주총이 외부에서 열렸다. 우리 노조원들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사회측에서 1차 주총 때도 수십 명의 용역을 동원했는데, 2차 때도 수백명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막았다. 우리는 ‘날치기 주총’으로 규정했지만, 회사측은 적법 절차를 거친 사장 선임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법적으로는 구씨가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노조는 2차 주총 다음날인 7월 18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그때부터 오늘(9월1일)까지 46일간 출근 저지 투쟁을 해온 것이다. 그동안 구씨는 왔다가 쫓겨 가기도 하고 사장실에 잠입해 2박3일간 문 걸어 잠그고 숙박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측과 타협하고 합의하려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7월말 전임 노조 위원장이 사퇴하고 제가 새로 위원장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구본홍사장이 부장 및 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지금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부국장 대행 체제인데, 보도국장도 없는 상태에서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구씨 본인 입으로 ‘보도국 일은 보도국에 맡기겠다’고 해놓고 바로 다음날 인사를 했다. 이어 구씨는 평사원 인사까지 단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 노조는 사원 인사까지 단행하면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선언이므로, 이미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구씨는 인사를 단행하고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까지 하겠다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재민 문화관광부 차관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며 YTN 지분을 처분하는 등 정권 차원의 전방위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사측은 무슨 명목으로 노조원들에 대해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를 한다는 것인가?

노조원들이 사장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에서 농성을 한 것이라든지, 인사위원회 개최를 저지한다든지, 신임 부서장들의 보도국 회의와 업무를 저지한 행위들을 업무방해로 걸어 징계도 하고 사법처리도 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곧 평사원 인사 발령을 내면 바로 파업으로 가는 것인가?

인사 발령이 나면 노조원들의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가결됐다고 해도 바로 파업으로 갈 수도 있고, 우리가 사측에 일정한 조건과 일정을 제시하고 그 같은 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파업으로 가는 식이 될 수도 있다.

-노조원들의 결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되나?

투쟁이 길어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는 상태다. 출근 저지 투쟁을 하려면 아침 7시에 집결해야 하고 수시로 저녁 집회도 해야 한다. 노조원 수가 400명 정도로 다른 언론사에 비해 적다. 더구나 노조 전임자는 2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24시간 방송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가 모이면 많이 모이는 것이다. 40명 정도로 구씨의 출근 길목을 모두 지키는 게 쉽지가 않다. 더구나 경찰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면 불가항력이다. 이런 상태로 40일을 넘으니 노조원들의 피로도가 극심하다. 아무리 명분이 뚜렷하고 옳아도 노조원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 전임 노조집행부가 사측과 대화시도를 해 잠정 합의안을 갖고 왔지만, 부결돼 내부 분란만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사원들의 공정 방송 사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더구나 구본홍씨가 그동안 악수(惡手)를 많이 뒀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지가 더욱 결연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월급 문제다. 8월 25일 급여일을 3일 앞둔 22일 금요일에 사측이 월급을 못 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동안 7월 급여와 8월초 수당도 아무런 문제 없이 나왔는데 갑자기 자신이 결재하지 않으면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는 압박을 가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구씨가 사장 집무실로 진입하려 했다. 내가 10여분동안 구씨와 논쟁을 벌였다. ‘지난달까지 사장 결재 없이도 아무런 문제 없었는데, 이번 달에 갑자기 못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는 구씨를 사장으로 인정 안 하지만 우리가 일한 노동의 대가는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의 저지로 구씨가 돌아갔는데, 돌아가면서 ‘노조에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두 시간 후 ‘노조의 집단 업무방해로 월급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사내게시문을 띄웠다. 그때 조합원들이 많이 분노했다. 결국 나중에는 구씨의 결재 없이 월급이 나왔다.

최근 인사도 마찬가지다.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 대상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오히려 사내 징계위원회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 일부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추가로 있었는데, 문제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과거에 감사를 받았거나 징계를 받았던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구씨가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앉힌다 해도 수긍할까 말까인데,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저런 자리에 앉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까 언급했지만,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의 공기업 지분을 팔고 있다며 민영화 추진을 시사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2차 주총이 끝나고, YTN의 공기업 지분들이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8월초 구씨가 두 번 사장 집무실에 잠입했는데, 두 번째는 3박4일 동안 사장실에서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농성을 벌였다. 그때 구씨가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니 다 같이 긴장해야 한다. 우리은행 주식은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장 통해 매각된다’고 말했다. 우리 노조는 ‘왜 동네방네 소문내며 사원들을 불안하게 하며 분열시키려 하느냐’고 반발했다. 8월 19일 청와대 모 인사가 전화를 해 ‘주식 만 주를 팔았다. 이대로 나가면 곤란하다. 노조가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시 잠잠하다가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지분 2만주가 팔렸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지난주 화요일(8월 26일)에 난 뒤 분노한 노조원들의 투쟁의지가 고조됐다.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인사의 형식, 시기, 내용에 대해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수요일 오후에 조합원 총회에 150명이 모였다. 24시간 방송 체제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사측의 인사 철회와 부장 팀장의 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부장단이 중재에 나섰지만 중재가 깨졌다. 중재가 깨진 바로 다음날 신재민차관이 발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볼 때 회사 지분을 팔겠다는 것은 노조에 대한 협박이다.

그런데 지분 매각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 회사 주식이 모두 4200만주인데 매각설이 나온 지 한달반만에 겨우 2만주를 팔았다. 1대 주주가 되려면 1000만주는 있어야 한다. 하루에 1만주를 주식시장에 산다고 해도 1000일이 걸린다. 주식 거래일수로 따지면 4년은 족히 걸린다. 어떤 매수세력이 YTN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한 번에 지분을 사서 회사 경영을 정착시키려고 하지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투자자 입장이라면 몰라도 경영하려면 한 번에 매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더구나 현재 상황에서 누가 우리 주식을 대량으로 선취매할 것인가? 대주주가 된다 해도 방송통신위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금은 재회수해야 한다. 또 파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 우리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정부가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구나 정부가 강요할 위치에 있지 않다. 문광부의 경우 한전 등이 자기네 산하 기관이 아니다. 설사 산하기관이라고 해도 공기업의 자율경영 책임이 있는데, 정부가 마음대로 팔아라, 말아라 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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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말 YTN 민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노조 압박용인가? 또 조중동은 YTN 민영화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이라고 보나?

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이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압박용일뿐이다. 더구나 야권이 적극적으로 저항할 경우, 신문법 개정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부터 우리 회사 주식을 사모으면 나중에 일이 잘못될 때 어디에서 그 돈을 찾느냐? 결국 민영화를 위한 주식 지분 매입을 하더라도 신문법 개정이 이뤄진 뒤에 될 것이다.

-특정 신문사가 YTN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는데.

7월초까지는 중앙(일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조중동 가운데 중앙이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중앙이 최근 윤전기 교체 작업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다고 한다. 만약 조선, 동아가 뛰어든다면 타인 자본을 끌어들여서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아가 종합편성채널을 염두에 뒀다가 노하우도 없고 새로 시장 진입하기도 어려우니, 정권이 넘겨준다면 YTN를 받아가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돈다.

-동아일보는 광고 매출 등이 급감해 자금여력이 별로 없을 텐데.

컨소시엄을 구성하겠지. YTN도 지상파DMB를 갖고 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갔기 때문에 YTN 자본이 실제로 들어간 것은 얼마 없다. 자금이 없어도 일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돈이 없어도 지분 소유는 가능할 것이다. 향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자산총액 3조원 이하 기업에서 10조원 이하 기업까지 종합방송 및 보도방송 소유가 가능해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자세한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전 KDN과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등이 YTN 지분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 구조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YTN이 왜 이런 구조를 갖게 됐는지, 이것이 공정방송을 추구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달라.

YTN은 한 번도 공기업이었던 적이 없다. 94년 창립 당시 연합뉴스와 KBS, MBC가 75%의 지분을 보유했다. YTN은 당시 연합뉴스라는 공기업이 만든 자회사일 뿐이었다. 다만 당시 김영삼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이 실패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PP(Program Provider, 프로그램 공급자)들이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었다. 정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선전하며 사업자 선정만 해놓고 기반 시설 설치에는 실패했던 탓이 컸다. 95년 초 가입자 수가 10만 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렵게 출발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 회사들이 망할 지경이었다. 더구나 외환위기 때 광고시장이 다 죽으니 케이블TV의 간판 방송인 DCN과 스포츠채널 등의 주인이 모두 바뀌는 파동을 겪었다. YTN도 6개월 동안 월급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뉴미디어환경을 어떻게 정립할까가 98년 이후 화두였다. 상업방송들은 주인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바뀌는 것으로 봉합하고 중계 유선방송사업자들을 케이블로 끌어들여 시청가구 수를 700만 가구로 늘렸다. 그리고 케이블과의 경쟁을 막기 위해 위성방송 출범을 늦추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케이블의 대표채널이고 보도전문채널인 YTN을 일반 사기업에 맡기거나 법정관리나 청산 수순을 밟게 하면 뉴미디어 상징이 허물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와 당시 사측이 협의해 다수의 공기업이 출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YTN의 공적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굴곡은 있었지만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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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상황에서 YTN노조가 지금의 사태를 푸는 해법은 뭐라고 보나?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믿는다.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용납 못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넉달여 동안 싸움을 해오면서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쳐왔다. 일부 사측 간부들은 공정방송을 하겠다면 구씨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공정방송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씨는 공정 방송이나 민영화 저지 차원에서 신뢰를 줄 어떤 책임있는 행동도 보여주지 못했다.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그런 것을 볼 때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구씨는 민영화를 막겠다고 했지만, 결국 정부가 지분 매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막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현 정권이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고 신임 사장을 임명하는 한편, MBC PD수첩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방송장악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YTN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방송장악 시도를 하려는 것 같은데 에서 현 정권의 의도가 뭐라고 보나?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 KBS 정연주 사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 반대 세력을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제거한다든지, 이병순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미디어포커스나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등 정권에 비판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던 프로들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최소한 자신들의 정권 연장에 방해되지 않는 방송으로 만들려 하는 것 같다. YTN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게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현 정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MBC도 사법처리와 민영화 문제로 양쪽으로 압박하고 있다. 결국 소유구조를 바꿔서 방송을 장악하고 정권에 이롭게 하겠다는 것인데, 내가 볼 때 지금의 KBS나 MBC는 과거 노무현정권에 봉사한 방송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방송들이 자신들에게 훨씬 가혹했다고 생각해서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손을 보려면 경영진부터 장악해야 하니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것이다. 또 민영화를 해 대기업과 신문 자본이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훨씬 누그러진 보도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지는 것은 생각 안 한다. 지금까지 우리 노조는 이기는 싸움을 해왔고, 지금도 승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싸운 것만 해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만약 구본홍씨가 노조원들을 사법처리하고 사장자리에 안착한다고 해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아마 새로운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깨지고 잡혀가도 다시 일어나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다른 방송 노조나 언론노조 등 외부 단체와 연대는 어떻게 하고 있나?

KBS나 MBC 등에 서로 사람이 왔다갔다하지만 본격적인 연대는 현재로선 어렵다. 회사마다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이 방송이라는 날개를 달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KBS나 MBC, YTN이 다르지 않다.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신문들은 조중동으로 논조가 편향돼 있다. 신문이 현 정권을 대변하고 정권이 선물로 방송을 주겠다는 상황을 기존의 어떤 방송이 눈 뜨고 보겠느냐? 국민들이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한다면 달게 감수하겠지만, 우리에겐 명분이 있기에 당당하다. 신문 자본이 경우에 따라서는 정권의 특혜를 입어 급속도로 덩치를 키워서 방송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신문시장에 이어 방송시장마저 현 정권을 옹호하는 색깔로 채워진다고 생각해보라.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단계의 방송 민주화투쟁이 올해 늦가을부터 일어날 것이다.

-KBS는 노조원들의 입장이 분열된 가운데,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KBS는 이미 정권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노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변수는 11월에 있을 KBS 노조 선거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현 정권과 신임 사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쪽이 득세하지 않을까? 국회의 신문법, 방송법 개정 과정과 맞물리면 파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한 방송사의 파업도 언론사의 역사처럼 남아있는데, 만약 방송사간의 연대 파업이 이뤄진다면 정권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원론적 질문을 한 가지 하겠다. YTN은 ‘공정방송’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공정방송이 왜 중요한가?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세상 일을 전하는 권한, 사실 굉장한 권한인데, 그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 정부 못지않게,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들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방송사들을 공격하는 등 정권의 선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신문의 보도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공정하지 않다. 철저히 사주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 언론 환경에서 언론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낙하산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그들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보도하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 노무현 정권 시절 서동구씨가 KBS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뒤 출근 저지당할 때 조중동은 낙하산 인사의 부당함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번 YTN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외면하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사주의 이익, 사주가 좋아하는 정치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지, 시민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론이 아니다. 언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제가 진행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신문마다 다르다’는 코너였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신문별로 어떤 보도를 하는지 비교한 코너였다. 조중동은 팩트(fact)를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강조점을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팩트를 왜곡하는 사례마저 있다. 무섭다. 여론조사 경우에는 동아일보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임기 말에 지지율이 한 때 꽤 올라갔는데, 다른 신문들은 지지율 상승을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동아일보는 한 쪽 구석에 살짝 숨겨놓는 식이었다. 노무현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뉴스 가치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이 보기 싫은 팩트는 안 보겠다는 식이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면 일반 시정잡배들과 뭐가 다른가?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토론을 원하시면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인터뷰 내용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주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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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9. 4. 09:08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구본홍 <와이티엔>(YTN) 사장이 9월 1일 단행한 인사발령을 두고 YTN 노조는 ‘낙하산 사장’의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상 총회를 열어 파업에 돌입할 태세입니다. 또한 사원 인사를 받은 노조원들이 기존 소속부서에서 근무를 계속하는,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YTN의 간판 프로그램중 하나인 '돌발영상'이 불방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구본흥 사장이 1일 징계성 사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저께까지 YTN에서 돌발영상을 진행하고 있던 임장혁 '돌발영상팀' 팀장을 뉴스팀 사회 1부로 발령을 냈기 때문입니다. YTN 노조원의 말에 따르면, 임팀장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구사장이 임 팀장을 징계대상으로 삼으면서, 돌발영상까지 폐지하려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옵니다.

이처럼 YTN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방송이라는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정의의 기자들’도 많습니다. 아래에는 이번 YTN사태에서 언론인의 정의와 양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YTN 기자 세 분의 글을 소개합니다. 먼저 9월 2일 오후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이 ‘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겠냐’는 제목으로 사내게시판에 직접 띄운 글을 소개합니다. 이어 국제부 신웅진기자(베스트셀러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의 저자입니다)의 글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서울시청에 출입하다 현재 뉴스제작팀에 근무하는 김수진 기자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에 띄운 ‘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김기자의 글은 8월28일에 쓴 것이지만, 그동안 YTN사태의 진행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어 그동안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김기자의 글부터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YTN 돌발영상팀장의 글-'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1. 오늘 아침 상황

 4년 가까이 해오던 대로 오늘 오전 방송분을 편집하고 런다운(*구체적인 방송 내용 시나리오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좀더 잘 아시는 분은 댓글에 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퍼나른이의 주)과 자막 작성을 위해 뉴시스(*통신사 이름이 아니라 YTN사내의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이라고 합니다-퍼나른이의 주)를 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어제 저녁 돌발영상팀에서 사회1부로 발령났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됐습니다. 저녁에 인사 내고 바로 다음날 아침 런다운 작성권을 없애버린 사측의 순발력에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촉박한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후배의 아이디를 빌려 자막을 쓰고 녹화를 해야 했던 제 신세에 개탄할 따름이었습니다.


2.지금까지의 돌발영상

돌발영상은 현재 저를 포함한 3명의 기자가 하루 1꼭지씩을 맡아 3꼭지를 제작해 광고를 붙여 10분 내외의 일일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재가 없거나 1명이 휴가 등으로 결원될 경우 2꼭지씩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혹은 시청자들이 머리 속에 넣고 있는 ‘돌발영상’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3꼭지 프로그램이 아닌, 5년여 전 출범한 3분짜리 단일 돌발영상입니다. 이 3분짜리 돌발영상은 거의 전적으로 제가 맡아서 해 왔고, ‘오늘 문득’이나 ‘돌발사전’ 등 다른 두 꼭지는 함께 있는 후배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제가 도맡아 제작한 돌발영상은 2003년 노종면 선배가 시작해 2005년 가을 제가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단 한차례만 제작자가 바뀐 셈입니다. 당시 인수인계 과정은 넉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인사는 돌발영상 제작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인사권자와 돌발영상팀의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쳤고, 이후에도 후배기자들의 인사나 AD,작가들의 신규채용 등도 한달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돌발영상팀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져 왔습니다.


3. 지금의 돌발영상

그런데 이번 회사의 한 축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 갑작스런 인사는 아무런 인수인계 과정없이 하루아침에 이뤄졌고 제 자리에 오도록 발령난 다른 기자는 돌발영상에 대해 누구에게서도,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이며, 저는 런다운 작성권 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거부할 경우(이대로 계속 돌발영상을 만들 경우) 징계할 것이라는 경고만 있을 뿐입니다.

현 상태라면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기자가 제 자리에 대신 오더라도, 그 기자의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불방사태가 뻔합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몇몇 간부들이 불방 사태를 감수하고라도 구씨를 안착시키기위해 인사를 강행한 무책임함에 참으로 개탄합니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했는데, 돌발영상 얘기 밖에 안 하더라”“모 인사가 돌발영상 팬이라더라”“돌발영상은 YTN 간판이다”라는 말로 격려를 하시던 간부 선배들의 말씀이 불과 두세달 전입니다. 그런 분들이 구씨 한 명을 위해 돌발영상 불방을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돌발영상은 한동안 문을 내려도 문제없을 만큼 YTN 내에서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와 타 언론사에서는 돌발영상을 애청하거나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주총회장에 가려고 집단으로 연차휴가 내서 하루 불방시킨 놈이 무슨 자격으로 불방사태 운운하냐고 비난하실 간부들도 계실 겁니다. 당시 일에 대해서는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프로그램 제작권이 침해받는 지금의 사태를 어느정도 예견한 나름대로의 투쟁이었다고 변명, 또는 해명하고 싶습니다.

 

4. 앞으로의 돌발영상

저는 이번 인사의 물리적 결과가 될 수 있는 ‘불방사태’ 보다는 그 ‘의도성’에 더 주목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인사에 개입한 간부들은 돌발영상 불방사태를 뻔히 예견했을 겁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돌발영상을 인사대상에 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구본홍씨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돌발영상 불방을 감수하고라도’가 아닌, ‘이제 돌발영상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몇 달의 인수인계가 필요한 자리를 기습 교체하고, 몇 시간도 안돼 런다운 작성권을 빼앗고, 인사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것은 ‘돌발영상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YTN에 굴러온 돌을 통한 정권 차원의 돌발영상 폐지 수순이라고 해석합니다.

 

5. 더 먼 미래의 돌발영상을 위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불방시켰던 보도국장을 거세게 비난하며 돌발팀에 밥 사줍시다라고 외치셨던 한 심의위원님과,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연차를 내고 돌발영상을 하루 불방시킨 일에 대해 엄한 채찍질을 가하셨던 많은 부장급 선배들께 묻습니다.
-돌발영상이 당장 펑크가 나는 마당에, 저는 구씨의 인사지침에 따라 사회1부로 조용히 가 있어야 하는게 맞습니까?

구본홍씨를 받더라도 공정방송 약속만 확고히 받아내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선후배들께 묻습니다.
-부팀장 인사는 실국 자율에 맡긴다고 한 다음날 부팀장 인사를 단행하고, YTN 조직의 안정과 건강성을 위한다면서 정치, 경제 등 주요 취재부서를 겨냥한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고, 돌발영상과 별의별 뉴스 등의 특화코너를 키우겠다면서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구씨의 지금 행태는 이미 공정방송을 크게 침해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인사에게 받은 약속이 언제까지나 지켜질 것이라 믿어야 합니까?

정권과 싸우자는 얘기냐며 노조의 비현실적인 투쟁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걱정하시는 사우들께 묻습니다.
-정권과 구씨에게 항복한 뒤, 지금과 같은 줄세우기로 길들여지며, 지금과 같은 구씨의 어떠한 인사횡포와 전횡에도 아무말 못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적당히, 옆에서 아무리 부당한 일이 일어나도 조용히, '내 일 처럼' 적극적으로 해왔던 뉴스를 이제는 ‘사고없이, 찍히지 않게’ 조심조심 소극적으로...이런 조직이 정권과 싸우는 상황보다 훨씬 나은 걸까요?

돌발영상의 방송을 유지시켜야 할 사측은 ‘인사 거부에 따른 징계’를 내세워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반면, 낙하산 반대 투쟁을 위해 제작거부를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는 저는 ‘징계를 감수하고’ 방송을 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사측과 선배들의 지시에 의거한다면, 오늘 방송된 돌발영상 프로그램은 회사의 지시를 어기고 제작한 사규위반 방송이 되며 저의 사규위반 방송을 위해 부조작업을 하신 스탭들과 사규위반 방송을 송출한 주조정실은 본의아니게 사규위반에 동참하신 셈입니다.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대선특보 출신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개탄만 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돌발영상팀 3명 전원이 징계 심의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이 고소장에도 이름이 오른 마당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국제부 신웅진 기자의 글-<나도 처벌하시오 !>

 

6명 고소, 그리고 76명 징계 심의.

나름 전략적으로 선택한 명단이겠지요. 딱 그 숫자만큼만 회사에 항명한 것이라 믿고 싶겠죠.그들만 처벌하면 항복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물론 심의 과정에서 숫자는 더 줄겠죠.

 제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니 저도 잡아가세요. 명석한 분들께서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겠죠? 나름대로 채증을 하셨다면 잘 살펴보세요.

저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으니 말이죠.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는 노조원들은 훨씬 많답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거라는 착각은 말아주세요.

부당한 인사가 난 뒤 소집된 비상총회에 100명가량이 모였다고요. 그 숫자가 적어 보였나요? 그 숫자가 전부로 보였나요? 그 뒤에 어린 더 크고 많은 분노를 보지 못했나요?

저 자신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밖에서나마 내내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현상과 본질을 동시에 꿰뚫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선배들은 다 어디 갔나요? 그나마 보이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저 자신 그동안 노조게시판에 눈도장만 찍고 그저 조용히 노조의 지침만 따랐습니다. 하지만 더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 동지들도 이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팀장 선배들에게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이제는 제발 행동해 주세요. 달갑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퇴직의 순간은 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죠.

언론인이란 무엇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감히 조언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94년,,,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수송동 사옥으로 모여들었던 선배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죠. 제가 잘못 본 거였나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MB 특보출신 구본홍씨를 위해 그동안의 자존심과 신념을 버릴 건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뉴스제작팀 김수진 기자의 글-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YTN에서 일하고 있는 6년차 기자입니다. 저희 회사 노조가 날치기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 출근 저지에 나선지가 벌써 40일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꽤 질기게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권이 급해졌는지 참 치졸한 방식으로 협박을 해옵니다. 울화통이 터져서 이 밤중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YTN은 그동안 목숨처럼 지켜온 365일 24시간 생방송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수습 기자때 귀가 따갑도록 듣던 말이 '보도는 신속 정확 공정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고요.

공정성을 잃으면 기사는 가치를 잃게 됩니다. 언론은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국민을 대변해 취재하는 것이고 언제나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고 잘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 그렇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공정방송을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더라도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와이티엔 사원들은 '공정방송' 그 한가지를 지키기 위해 4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습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몇 백명밖에 안되는 작은 회산데 임명 받고도 이렇게 오래 출근도 못하게 될 줄은 구씨도 몰랐을 겁니다.

이제 저희 투쟁도 기로에 서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KBS도 이제 정리됐는데 너네도 이제 곧 상황 끝나겠구나. 어차피 주총에서도 통과돼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는 사장인데

구본홍을 그냥 받아들이고 공정방송 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나 구본홍씨가 절대 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공정방송에도 관심이 없다는 증거가 지난 40여일간의 투쟁 과정에서 점차 드러나더군요.

구씨는 태생적으로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라는 한계를 지니고있는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하고자 하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그 최전선에 설 사람입니다. 신문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방송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보수지에 방송을 먹이로 던져주려 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목표입니다.

물론 보수지는 보수신문으로서의 역할이 있겠죠. 같은 언론인으로서 보수신문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와이티엔이 보수신문에 먹힌다면 더이상 와이티엔은 와이티엔이 아닙니다. 방송은 그나마 지키고 있던 최소한의 중립성마저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사장이 되면 절대로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만 하겠다던 구씨는 최근에 보도국의 독립성을 완전히 짓밟는 인사를 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팀장을 싸그리 바꾸는 인사를 낸것이죠. 원래 언론사에서는 보통 보도국장이 부팀장 인사를 합니다. 와이티엔은 현재 보도국장이 공석인데, 그 와중에 바뀐 지 4개월밖에 안 된 부팀장을 모두 바꾼 것이죠.회사 사정도 모르는 구씨가 인사들을 알리 없습니다. 구씨 쪽에 줄을 선 몇몇 간부들 말만 듣고

엉터리 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보도국장을 뽑아야 하는데, 완전 허수아비 예스맨으로 만들겠다는 얘깁니다.저희 사원들은 인정할 수 없는 구씨가 낸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장의 업무 지시를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냥 부장을 무시하고 알아서 일하고 있죠. 이제 곧 사원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사원 인사 역시 우리가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징계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징계를 하면 저희를 와해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며칠 전에는 회사에 출근을 못하게 해서 월급 결재를 못했으니 월급을 못 받아도 원망하지 말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출근 저지 투쟁은 40일이 넘었지만 지난 달에도 구씨가 회사에 못 들어왔어도 월급은 꼬박꼬박 잘 나왔습니다. '월급 장난'에 화가난 노조원들이 더 똘똘 뭉치자 이번에는 공중파 수준으로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당근을 내밀더군요. 저희도 생활인인데 가끔 그런 말에 솔깃할 때도 있죠. 그러나 돈만을 바란다면 그냥 샐러리맨을 했지 왜 기자가 됐겠습니까. 구본홍이 그만한 돈을 벌어올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건 오직 공정한 보도를 위한 환경 뿐입니다.

구본홍씨는 자기 권력욕에 눈이 벌개서 이런 온갖 치사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리에 앉고 싶은 생각 뿐이지 공정방송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당연히 정권의 입김에 맞서서 외압을 막아줄 리 없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만약 회사가 사원 인사를 내고 이걸 빌미로 징계절차에 들어가면 와이티엔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을 겁니다. 93년에 회사가 세워진 이후로 저희는 단 한 차례도 파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외환 위기때 육개월동안이나 월급을 못 받았어도 바보처럼 참으면서 버틴 선배들이 살린 게 와이티엔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외환위기때 사실상 사측이 경영을 포기했을 때 생겨나 '경영하는 노조'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동안 임단협 등에서 임금 인상등을 이유로 파업하거나 파업을 조건으로 건 적 조차 없습니다.

지난 15년동안 일년 365일 중 단 하루도, 아니 일분 일초도 생방송을 멈춘 적 없는 그런 저희가, 매일 출근 저지한다고 새벽부터 회사에 모여 집회하면서도 생방송을 멈추지 않기 위해 기술 스텝들은 돌아가면서 집회에 나오고, 기자들은 집회하는 틈틈이 출입처 나가고 기사쓰고, 일하면서 투쟁하면서 그렇게 목숨처럼 지켜온 24시간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파업을 하면 사측은 임단협 사안이 아니니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원들을 사법 처리하겠다는 수순을 밟겠죠. 공정방송하겠다는 기자들을 감옥에 쳐넣어서라도 자기네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만들겠다는게 이 정부의 본색입니다.

써놓고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됩니다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본 회원 여러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와이티엔을 응원해 주신다면 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사족: 잠시 저희 회사의 소유 구조 설명을 위해 덧붙이자면 오늘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까지 갑자기 뜬금없이 와이티엔 주식 매각을 언급했더군요. 사실 차관이 우리 회사 얘기를 언급하는 것부터가 웃기죠. 신차관은 YTN 사장에 대해서 와이티엔은 주식회사니까 이사회에 물어보라고 했었는데 자기 말을 뒤집고 또 말을 꺼낸겁니다. YTN 대주주는 한전 KDN, KT&G,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미래에셋 등이고 이들 주식이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이 공기업이니 간접적으로 공기업 성격이 있지만 주인은 없는 게 YTN이고 그래서 그나마 그동안 공정방송을 지키려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신 차관은 정부가 YTN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것이며 이미 일부를 시장에서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공기업 협박해서 저희 회사를 민영화 시켜버리겠다는 협박인 거죠.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

 

by 선대인 2008. 9. 3. 12:05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중동 3개 신문사가 지난 1일 인터넷 포털인 미디어다음에 제공하던 뉴스공급을 오는 5일 중단하겠다고 구두 통보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번 조치가 다음과 조중동에 가져올 충격에 대해서만 짧게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다음에 미칠 충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충격 미미,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다음에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네이버와 다음에 뉴스 컨텐츠를 공급하는 CP(컨텐츠 프로바이더)는 60~70개 내외입니다. 이 가운데 3개 신문이 전체 조회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않을 겁니다.

3개 신문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빈 자리를 채울 컨텐츠가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따라서 조중동 기사 공급 중단으로 주는 조회수 비중은 기껏해야 전체의 1~2%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좁게는 인터넷 포털간 대응, 그중 네이버와 다음의 대응, 그리고 조중동의 향후 대응, 이를 둘러싼 언론 및 정치 사회적 환경에 따라 충격파가 달라질 겁니다.

예를 들어, 당장 다음에서 조중동 컨텐츠가 빠질 경우, 어쨌든 '뉴스 백화점'으로서 뉴스 포털의 위상 측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열세에 놓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시각을 고루 접하려는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네이버로 옮겨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중동의 컨텐츠 공급 중단을 계기로 다음과 네이버의 사용자층이 정치성향별로 상당히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포털들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색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 사태로 아고라 등을 통해 다음에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향 사용자층이 늘게 된 상황이 조중동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확대 증폭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조중동이 다음에만 기사를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일반 사용자들에게 다음과 네이버의 성향을 구분짓게 만들어 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국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네티즌들의 개혁성이 강화되고, 이들이 다음으로 몰린다면 다음에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종합하면,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중동의 기사 공급 중단 조치 그 자체만으로는 다음이 극복하기 힘든 충격을 겪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조중동은 이번 조치로 오히려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조중동은 정치성향의 차별화는 이루었지만, 기사 품질의 차별화는 거의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조중동 기사의 상당 부분이 포털을 통해 소비된다고 보면 됩니다. 과거 신문이 뉴스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전부 맡았지만, 이제 유통의 상당 부분이 포털에 이전됐기 때문이죠.
얼마전 한국언론재단 조사 자료를 보니 96년 70%에 이르던 신문 구독률이 올해 34%대로 떨어졌더군요. 그만큼 종이 신문 형태의 뉴스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뉴스 포털 시장에서 점유율이 40%가 넘는 다음을 포기할 경우 조중동의 대중 접점은 그만큼 크게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중동의 영향력은 대중 전달력과 비례한다고 할 때 조중동의 이같은 조치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보나마나 그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겁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조중동이 한 순간 열 받아서 화풀이식으로 저지른 자충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상대에 주는 피해보다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돌아오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말이죠.

비유하자면, 옆을 지나간 위압적인 덤프트럭에 화가 난 티코 운전자가 홧김에 덤프트럭 뒤를 들이받는 경우라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중동은 어느 순간 피해를 실감하게 되겠지요. 이런 때에 다음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이용, 어느 한 신문의 컨텐츠만 꽤 비싼 값으로 사겠다고 제의하면 어떻게 될까요? 비교적 손쉽게 조중동 동맹을 깨뜨릴 수도 있게 될 겁니다.


여기까지라면 해피하겠지만, 문제는 조중동의 압박과 위협이 여기에서 끝이 안날 것 같다는 겁니다. 정권과 유착돼 있는 이들 신문이 '시장의 힘'과 상관없이 방통위와 지식경제부 등을 동원해 다음 등 포털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조치들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럴 경우 다음이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 타협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경우엔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다만 다음이 정부와 조중동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여부는 일정 부분 네티즌들의 대응에도 달려 있다고 봅니다. 다음이 지금까지 지적돼온 일부 부정적 측면은 극복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더라도 기득권 언론과 정부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온라인 여론 광장’을 지키고 잘 가꾸는 것 또한 민주 시민의 책무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태의 진전을 계속 주시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짧게 쓴다고 해놓고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참고로, 얼마 전 메이저 신문사에 있는 한 선배를 만나 들어보니 광고 매출이 연초 대비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클 텐데, '조중동 광고 기업 압박 운동'이 어쨌든 기업들이 광고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를 마련해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 선배는 광고주 압박 운동을 벌이는 네티즌들을 '좌파' '빨갱이 무리' 등으로 욕하더군요. 예전에는 꽤 합리적인 선배였는데, 이번에 만났을 때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3. 01:28

최근 강남을 위시해 소위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의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대세 하락이냐 일시 조정기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는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굳이 꼽자면 다른 요인들이 더 있지만) 집값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그 다섯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주가처럼 세계 각국의 집값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 주택 공급 초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은 실질적으로 공급 초과 상태다.

3. 낮은 투자수익률: 연간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택 투자는 오히려 손해다.

4. 투기 심리의 위축: 투기 심리로 오른 집값은 투기 심리가 위축되면 꺼진다.

5. 경기 침체와 시중 금리 상승: 주택을 살 실탄이 떨어진다.

 

하지만 집값 상승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를 논외로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 정권이 경기 침체를 빌미로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집값 부양책을 쓸 경우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매수세가 거의 없다는 점을 볼 때 정부의 ‘집값 부양책’도 시장의 힘을 이기기 힘든 상황에 왔다고 판단된다. 두번째 집값 불안 요인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평형의 수급 불균형이다. 하지만 강북 뉴타운 거주 주민의 70~80%가량이 세입자이므로 이 지역의 집값 불안은 주로 전세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이 뛴다 해도 국지적 현상에 그칠 공산이 크며, 전체 주택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전체적 상황을 종합할 때 집값은 앞으로 상당 기간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집값 대세하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7월15일자로 다음 블로거뉴스에 띄운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476151)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모두 집값이 불안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해 100%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거나 자신의 장삿속 또는 이해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능하면 그들의 말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방향으로, 집을 사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전문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많은 경우 이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개발 정보와 개발 절차에 따른 집값 상승 패턴을 이용해 주택 투자 또는 투기를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유하자면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만나본 이들은 부동산시장의 전반적 흐름과 이를 둘러싼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지했다. 필자에게 오히려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라며 물어보곤 한다. 집값 상승이 지속될 땐 그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크게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집값 버블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에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 미국 내 한인 부동산 브로커의 말을 듣고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감행한 경우가 그렇다. 2006년말에서 2007년 상반기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사람들의 피해는 매우 크다. 필자가 아는 사람의 경우 30만 달러를 선금(downpayment)으로 넣고 모기지 대출을 받아 80만달러에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집을 은행에 처분하고 빚 청산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모두 35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버블의 정점에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필자가 지금처럼 버블 붕괴의 언저리에 있는 현 국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가급적 새로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언젠가는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10여년전 일본의 사례와 지금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는 깨지며,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을 생각한다면, 지금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더구나 무주택자가 은행 부채 등을 잔뜩 지고 지금 집을 사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하다.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정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30대 중후반의 무주택자라고 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세대의 사람이 안정된 노후기반으로 집이 필요한 시기는 10여년 후인 50세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집값 거품 붕괴가 과거 90년대초의 패턴을 따른다면 7~8년간의 집값 하락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집값은 90년초의 정점 대비 실질적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10여년 사이에도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충분히 집값 거품이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라.

 

반면 집값이 금방이라도 다시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고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똑같은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서 매년 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내느라 쪼들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당신 집의 자산 가치는 그 사이에도 계속 하락하게 된다. 또한 당신이 집에다 투자한 최소 수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꼬박꼬박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비단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상실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값 거품 붕괴가 불러올 경제적 충격을 과장하면서 집값 부양을 요구하는 논리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일부에서는 집값 거품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주로 건설업체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학계 인맥들,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그렇다. 예를 들어, 미분양이 증가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매입하거나 분양을 촉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집값이 폭등할 때는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니 정부가 억제책을 쓰지 말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작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쌓이면 시장원리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반대로 입장을 바꿔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하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언필칭 주장하던 시장 원리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 증가는 공급 과잉과 높은 분양가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이자 할부 등 온갖 분양 촉진책은 써도 분양가는 낮추지 않는다. 실제로 닥터아파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상반기 아파트 신규 분양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수도권 분양가는 평균 9.1%, 지방 아파트는 60.1%나 올랐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은 미분양 물량 적체를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라고 온갖 떼를 쓴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건설업체들이야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상당수 정책결정자들이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정부의 비축임대주택 물량으로 매입하겠다는 조치가 그런 예다. 이처럼 기획재정부(과거 재경부)와 국토해양부(과거 건설교통부)의 상당수 관료들은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오히려 집값 거품을 떠받쳐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 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진다”는 식의 ‘대국민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부동산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당수 언론들을 통해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품은 형성될 때부터 자체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된다. 토지 비용의 증대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한국의 경우에는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의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숙자가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든 주택이라는 재화를 이용하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주거비용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거품은 최대한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거품이 더 커져 나중에 경제에 급격한 충격이 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와 건설업체와의 유착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는 거품을 계속 키우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거품은 터뜨려야 한다. 거품은 무한정 커질 수 없고,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정부처럼 집값 거품을 억지로 부양하면 할수록 이후 집값 거품 붕괴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상당수 사람들이 일본의 거품 붕괴 현상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집값 부양을 옹호하고 있는데 이는 착각이나 의도적인 왜곡이다. 일본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거품 붕괴 자체보다 붕괴 후 일본 정부의 부실한 수습과 지연된 구조개혁이 장기 침체를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집값 거품을 떠받쳤던 은행족과 토건족 등 기득권세력에 가로막혀 구조개혁을 질서정연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건설경기 부양책을 남발함으로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현 정부가 집값 거품을 계속 키우다 결국 거품이 터진 뒤 허둥지둥 일본 정부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by 선대인 2008. 9. 3. 01:27
8월초 어느 날 A씨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 더운 여름 날씨를 견딜 수 없어 에어컨을 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한 전자제품 매장엘 가보니 폭염 때문에 에어컨이 다 팔려서 3주 정도 걸려야 에어컨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A씨는 에어컨을 선주문하고 가격도 지불해놓고 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을 지내보니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전자제품 매장에 가 보니 역시 재고가 없는데, 점원은 10여일만 있으면 신규 물량이 나온다고 했다. A씨는 하루라도 더 일찍 무더위를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한 대 더 주문했다. 하루라도 먼저 도착하는 에어컨을 쓰고 나머지 한 대는 부모님댁에 보내드리거나 아이들 방에 따로 놓아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안 돼 더위는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10여일 후 에어컨 두 대가 하루 간격으로 A씨 집에 나란히 도착했다. 때는 8월말이었고,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한낮이라도 선풍기 바람으로도 충분히 더위를 식힐 수 있을 정도였다. A씨는 다음 해 여름까지 에어컨을 틀어보지도 못하고 묵혀야 했다.


        위의 예는 물론 가상의 사례다. 우스꽝스러운가? 그럴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좀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 독자들은 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느냐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현실에서는 이런 멍청한 짓 투성이다. 그런데 이런 멍청한 짓들이 우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심지어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일정한 시점에 내리는 ‘합리적’ 판단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들을 빚어내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품 공급과정에서 일어나는 시간 지연(time delay)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을 때도 이런 결과들이 빚어진다.


        이 같은 메카니즘을 생생히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에서 개설되는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 수업은 초기에 학생들이 조를 짜서 ‘맥주 유통 게임(Beer Distribution Game)’을 해보게 한다. 공급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간 지연이 생산공장과 유통업자, 도매상, 소매상, 소비자를 거치면서 연쇄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지를 간접 체험해보게 하는 게임이다. 게임은 이런 식이다. 학생들이 각각 소비자와 소매상 등 한 가지 역할을 맡는다. 소비자가 주문을 내면 이에 반응해 소매상--->도매상--->유통업자--->공장으로 이어지며 주문을 내게 된다. 각 단계에서 학생들은 재고를 갖게 되면 한 상자당 0.5달러, 주문 적체(마이너스 재고)가 생기면 한 상자당 1달러의 손실을 보게 된다고 가정한다. 즉, 재고를 최대한 0에 가깝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소비자는 처음 몇 주 동안 4 상자를 주문하다가 이후 8상자로 올려 주문한 다음에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소매상, 도매상, 유통업자, 공장 등에서는 소비자 주문이 8상자로 오른 다음에는 주문이 들쭉날쭉 해진다. 소비자 주문은 8상자로 올라선 뒤 일관됐는데도 각 공급 단계의 반응은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또 각 단계별 재고는 +에서 -로 진폭이 생겨나고, 약 20~25주에 걸친 사이클도 생겨난다. 특히 소비자 주문 증가에 대응한 공장의 생산량 증가는 약 15주 후에 절정에 이르렀고, 생산증가량은 주문 증가량의 약 4배였다. 각 단계의 행위자들은 재고량을 최대한 0에 가깝게 만들려 하지만 실제 재고는 크게 넘치거나 모자라는 주기를 되풀이했다. (Business Dynamics, P689) 이 같은 반응은 이 게임이 수십 년 동안 전통처럼 되풀이되는 동안 한결같았다. 이 게임은 현실의 복잡한 공급 과정에 비해서는 훨씬 단순화된 시뮬레이션인데도 이 같은 진폭과 불안정성이 나타났다. 공장의 기계 고장부터 시작해서 수송 사고, 노조 파업, 양산능력의 한계나 예산 제약 같은 것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는 불안정성이 훨씬 증폭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맥주 유통 과정에서만 발생할까? 아니다. 오히려 시장 수요의 시그널에 반응해 시장에 제품이 재빨리 공급되는(즉, 시간 지연이 적은) 공산품은 덜한 편이다. 공급 과정에서 시간 지연이 많이 생기는 주택시장은 이런 진폭 현상이 훨씬 심하고 진폭의 주기도 길다. 주택 시장의 시간 지연으로 인한 집값의 등락 사이클은 세계 각국에서 오랫동안 관찰돼온 일반화된 현상이다. ‘시스템 다이내믹스’ 수업의 기본 교재로 사용되는 존 D 스털먼 교수의 명저 ‘비즈니스 다이내믹스’에도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거품 붕괴 현상을 아예 케이스 스터디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스털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가장 불안정한 주기성을 띤 자산 시장 가운데 하나로 약 10~20년에 걸친 증폭 주기를 가진다”고 적어 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그 같은 주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의 설명을 인용해보자. (시스템 다이내믹스에 나오는 용어는 충분한 설명 없이는 오해를 부를 수 있으므로 일부 표현은 필자가 일반적 용어로 대체하거나 생략했다)


        “상업 용지 수요는 경제 활동에 좌우된다. 해당 지역 고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공실률은 떨어진다. 공실률이 낮을 때 임대료는 오르기 시작한다. 임대료 상상은 기업들이 직원 일인당 공간을 줄여 적응함으로써 약간의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수요 반응의 탄력도는 낮고 반응 시간은 길다. 공급 측면에서는 상승하는 임대료는 기존 자산들의 수익성과 시장 가치를 높인다. 가격이 높고 상승 중일 때 임대료와 운영 수익은 높고 디벨로퍼들도 상당한 자본 이득을 실현할 수 있다. 높은 수익은 새 디벨로퍼들을 끌어들이고, 그 붐에 편승해서 돈을 벌려는 금융적 지원도 부족함이 없다. 많은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들이 시작되고, 이는 개발 중인 건물들의 공급을 부풀린다. 오랜 지연 끝에(2~5년) 임대 공간은 늘어나고 공실률은 떨어지며 임대료도 시장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익이 떨어지면 개발 비율도 떨어진다. 시장은 가격을 통해 수요 공급의 균형을 잡으려는 음의 순환고리를 만든다.

 

        새로운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할 때 디벨로퍼들과 투자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성장을 전망함으로써 장래 공실률을 예측해야 한다. (중략) 그렇게 했다면 새 개발 프로젝트 착수율은 임대료가 정점에 이르기 훨씬 전에 떨어졌을 것이다. 디벨로퍼들은 지금 공실률이 낮고 수익이 높다 해도 수급 균형을 이룰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야 한다. 하지만 임대료의 정점이나 그 이후에야 건물 공급은 정점에 이른다. 다시 말해 부동산시장에 공급이 과잉되고 공실률이 높아지며 임대료가 떨어진 다음에 말이다. 디벨로퍼들은 지금 당장 수익이 높다고 본다면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 프로젝트를 끝내는데 2~5년이 걸리는데도 말이다. 이 공급과정을 계산에 넣지 못하기 때문에 붐일 때는 건물 과다 공급으로 이어지고 거품이 꺼진 뒤에는 건설 투자가 재빨리 살아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지난 100년 이상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어 스털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업계의 의사 결정자들에 대한 MIT 학생들의 면담 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그가 요약한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이렇다.

        “(업계의 의사 결정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건설 물량에 상관없이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일정한 속도로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들은 공실률과 임대료, 수익률, 건설 물량, 임대 공간 공급 물량들 사이의 반복작용(feedback)을 인식하지 못했다.” “과잉 공급이 부인할 수 없이 명확해졌을 때도 디벨로퍼들은 종종 자신들보다 못한 다른 프로젝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응을 늦춘다.” 

        지금 한국의 건설업계 종사자들도 거의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또한 건설업계의 요구에 따라 집값이 오르는 지난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주택 공급만을 강조해온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스털먼 교수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전체 시장에 공급이 넘쳐날 때, 심지어 가장 좋은 위치의 가장 좋은 개발사업도 피해를 본다.” 왠지 분양 물량 당첨자의 40%가 계약을 포기한 반포 자이의 사례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쯤에서 최근 국내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위 내용에 대입해보자.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의 집값 상승은 수급 불균형 측면에서도 합리화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부터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잠재수요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실제 공급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2001년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증해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소됐다. 실제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지난해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년 약 41만호에 이르렀던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량 부족은 2006년에는 7만3000호까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소는 다주택보유 가구 및 수도권 비거주자의 투기적 가수요를 빼면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 부족은 거의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최근 몇 년동안 매년 50만~60만호로 사상 최고 수준의 공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주택 시장이 2006년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급 과잉은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잇따르는 분양 미달, 입주율 저조 등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2만 9859호에 이르렀지만 실제 미분양 물량은 두 배 가량인 25만가구에 이른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올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5만352가구 중 미분양 물량은 19.5%인 9819가구나 됐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 균촉지구의 주상복합으로 시선을 모은 ‘서교자이’가 1순위 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나 은평뉴타운의 입주율이 약 4분의 1에 불과한 것도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책 내용을 생각해보면 집값 버블 붕괴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 아닐까? 물론 집값 부양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하기에 따라 거품 붕괴는 지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 문제일 뿐 집값 거품 붕괴는 필연에 가깝다. 더구나 집값 거품이 한 번 붕괴하기 시작하면, 그 하락 폭은 상당히 클 가능성이 높다. 맥주 유통 게임의 결과에서 실제 수급의 불균형에 비해 시장 전체의 반응은 매우 크게 증폭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집값도 예외가 아니다. 초기 수급 불균형으로 촉발됐던 집값 상승이 부동산 시장 내의 요인들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 문화적 변수들까지 합쳐져 크게 부풀려진다. 하지만 집값이 내릴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실제 공급이 초과된 정도를 훨씬 넘어서 집값이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공급과정의 시간 지연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만이 집값의 거품 형성과 붕괴 사이클을 만드는 요인은 아니다. 달러 유동성 급증과 저금리 기조에 편승한 은행의 마구잡이 담보대출과 앞뒤 안 가리고 엉터리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 정부 정책의 난맥상, 건설업체와 관료들의 유착,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담합 및 투기 붐에 편승한 고분양가 조작,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한 언론의 왜곡 보도, 부녀회 등의 집값 담합과 일반 가계 및 기업들의 투기 붐 편승 등이 모두 집값 거품 형성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거품이 이제 꺼질 수밖에 없는 국내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집값 대세하락을 전망하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다음 블로거뉴스에 띄운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476151)을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가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택 수급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제 집값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같은 메카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공급 부족론’을 들고 나오며 10개의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서울시가 이명박 전임시장 시절 지정했던 35개 뉴타운의 주택 공급 물량도 2009년 이후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지금도 공급 초과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 계획이 실현되기 시작하는 2010년대 집값은 어떻게 될까? 그때가 되면 정부나 서울시도 부동산 시장 위축 상황을 보며 계획을 수정할까?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꼭 그러리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가 그동안 유사한 방식으로 숱한 엉터리 정책들을 저질러왔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돌아섰는데도 70년대식 가족계획 정책을 불과 몇 년전까지 지속해왔던 정부가 아닌가? 쌀이 남아도는 게 뻔히 보이는 시점에도 대규모 새만금 간척지를 개발했다가 그 용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몰라 쩔쩔매는 정부가 아닌가? 더구나 외환위기 충격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분양가 자율화와 전매 제한 해제, 세금 인하 등 각종주택 및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을 집값 폭등이 계속된 이후까지 지속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제쯤이면 정부는 이런 엉터리 짓을 멈출 수 있을까?  

by 선대인 2008. 9. 3. 01:25
최근 수도권의 전반적인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각종 집값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정부 수장들과 한나라당의 인식을 보면 현 사태의 문제점을 단단히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도입한 각종 규제 때문이라는 부동산시장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조급해진 일부가 급매물을 내놓다 보니 집값 하락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식의 인식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인식이 정말 이렇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집값 거품 형성과 붕괴 과정의 메카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대출 규제나 건축 규제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일어나는 거래 부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값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주는 이른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집값이 높은 고물가 현상과 거래 부진이라는 경기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집값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높아져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들은 아직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이다. 앞에서도 봤지만 이 기간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하는 단계이므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수록 버티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거래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다. 매월 이자 부담만으로 몇 백 만원이 눈앞에서 깨지는 상황에서 집값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매물이 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매물보다 싸거나 비슷해야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급할 게 없으므로 거래는 여전히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집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거품의 붕괴가 일어난다. 요약하자면 투자수익율 저하--->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급매물의 증가--->집값 하락--->추가 집값 하락--->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과거 90년대초의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에서도 이런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거친 뒤 버블이 붕괴했다. 일본의 경우 90년 중반부터 부동산 가격이 거의 정체상태에 있다가 92년초부터 폭락하기 시작했다. 반면 택지 거래량은 90년 221만 건에서 92년 182만 건으로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2005년 말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된 2007년 중반까지 기존 주택 가격이 정체 상태를 보였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급감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대략 1년반~2년 가량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버블 붕괴에 선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국내의 경우는 어떨까? 2006년말 거래량과 집값이 동반 상승한 뒤 2007년초부터 집값은 주춤하고 거래는 절반 가량으로 떨어져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말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거래량이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둔 분양 증가 및 뉴타운 파장, 종부세 회피 매물 증가 등의 이유 때문이다. 특히 6, 7월의 거래량이 다시 줄어든 것을 보면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초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부동산시장도 이미 1년반 가량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난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의 패턴을 고려한다면 향후 어느 순간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정책적 변수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실제로 2008년 5월 이후의 집값 하락 현상은 거품 붕괴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현상이다. 다만 현 정부의 집값 부양 의지에 따라 거품 붕괴가 일정 기간 지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정치적, 정책적 요소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품 붕괴 압력이 국내외에서 점증하는 상황에서 ‘정권의 힘’으로 얼마나 더 오래 지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한 번 정도 더 뛰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미국의 집값 그래프를 보면, (그래프를 보면 좋은데, 여기에 옮겨올 수 없어 안타깝다)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 기간에도 미미하지만 두 차례의 조정과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반등기에 거래량 증가는 동반되지 않는다.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이었던 셈이다. 집값 거품이 극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렵게 되자 매수자들이 더 이상 거래에 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반등 시도가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집값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 국내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규제를 풀어주면 주택 보유자가 좀 더 버틸 여력은 줄 것이다. 미미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소폭의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권의 힘’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호가 위주로 반짝 상승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매도자까지 포함해 전 시장 참여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집값은 급락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정부의 집값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그리고 다급한 주택 보유자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by 선대인 2008. 9. 3. 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