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어제 발표된 종부세 개편안에서 과표기준 주택 가격을 접하고 "나도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서 간단히 설명드린다.
종부세 과표가 3억~6억 원인데, 시가로는 1주택 기준 대략 20억 원이 넘어야 한다. 다른 대부분 세금도 과표와 실제 소득(또는 자산가치)의 괴리가 있지만, 종부세만큼 괴리가 큰 세금도 없다. 이것부터가 지금 종부세가 얼마나 제대로 안 걷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가 18억원이어도 공시주택가격이 3분의 2 수준인 12억원 정도다. 여기에 이명박정부 때 감세정책의 하나로 종부세를 깎아주기 위해 도입한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0.8을 곱한다. (어제 정부 발표안은 이걸 매년 5%포인트씩 올려서 4년 후에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건 환영할 일이다.) 그러면 9.6억 원. 여기에서 기준시가인 9억원을 빼고 과표로 잡는다. 0.6억원이 실제 과표로 잡혀서 여기에 세율 0.5%를 곱해서 종부세를 산출한다. 연간 30만원.
이번 개편안으로 조중동이나 경제지 등이 소개하는 다주택자들 사례의 경우 몇 백만~몇 천 만원 세금 더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가 20억 원 수준 주택 한 채의 종부세 부담이 10만~20만원 수준 더 느는 수준에 그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물론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개편안을 마련한 만큼 빚 내서 무리하게 다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서울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는 한 채 기준 5억~15억 원 짜리 주택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 개편안이기도 하다.
더구나 ‘노무현정부 때를 뛰어넘는 최고세율 3.2%’라는 제목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노무현정부 시절 종부세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무현정부 때 걷었던 종부세 세수의 6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세수 규모다.
현재 기준시가는 9억원으로 노무현정부 때 기준시가 6억원보다 더 높아 당연히 종부세 대상 범위가 노무현정부 때에 비해 훨씬 적다. 나중에 위헌 판결을 받아 수정됐지만, 노무현정부 때 종부세 당초 대상은 가구합산 6억원이었다. 당시에는 누구 명의로 돼 있든 합산해서 6억원이 넘으면 대상이 됐는데, 지금은 개별합산이니 부부가 각자 명의로 8억5천 주택 두 채를 소유해도 대상이 안 된다.
종부세, 7월의 1차 개편안보다는 진전됐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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