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사직 수행에 전념할 것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한나라당 내분 사태 이후 열리는 전당대회의 대표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정치도 중요하지만 경기도가 가진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일을 쉽게 팽개칠 수 없다"며 대표 경선 출마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손지사는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미디어다음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적 기회가 있다고 튀어나간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불신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 일선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당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손지사는 임기 이후 행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사직을 수행한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임기 이후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사직을 한번 더 하겠다고 하면 오로지 지사직 연장을 위해 도정을 펴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지사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대권 생각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국가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수도를 이전하면서 생기는 자원 낭비, 국론 분열, 장기적인 비전의 결여는 어떻게 할 거냐"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중앙정부에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사는 정부의 수도권 억제 정책에 대해서도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라고 비판한 뒤 "그 점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수도권의 비싼 땅을 팔아 지방으로 옮긴다"며 "공장부지의 용도변경을 중앙정부가 강권하며 기업윤리를 훼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내분 사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본다"면서도 "한나라당이 당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당의 체질은 한 틀에서 오래 고인 물같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당의 소장파 움직임은 전반적인 조류"
-한나라당 내에서 상당한 정치적 비중을 갖고 있는데 최근 당 내분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고, 환골탈태의 진통이라고 봐야 한다. 당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당의 체질은 한 틀에서 오래 고인 물처럼 돼버렸다. 뿌리가 3공까지 올라가고 그 시절의 정신과 체제, 인적인 유산들이 지금까지 계속 흘러온 상태다. 3공이나 5,6공 시절 국가건설에 기여한 정치세력으로서 한나라당의 위치는 역사적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에 적극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 만물 생존의 원리 아닌가. 그 동안 시대가 급변하는데 (당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지지도도 상당히 떨어졌으나 변화의 노력을 보이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 회복될 것이다.
-한나라당내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건전보수 또는 개혁적 보수를 주창하고 제 2창당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반적인 조류 아닌가. 최대표가 퇴진 결단을 내린 것도 당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최대표도 나름대로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는데 그 리더십으로 안 된다고 하니 '그럼 좋다. 내가 물러나겠다, 당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 일련의 (당내) 변화과정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취지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도록 실천할 수 있는 가가 과제겠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감으로도 거론되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의 법적 제약 때문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당 대표를 맡는다든지 하면 선거를 직접 지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결국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하게 된다. 물론 한나라당이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균형추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를 책임 있게 운영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도 중요하지만 경기도가 가진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 필요하고 그 일을 쉽게 팽개칠 수 없다는 게 내 입장이다.
물론 당이 어려울 때 나 몰라라 할 수 없으며, 당을 위해 헌신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다.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가 고민되는데 지금으로서는 경기도에 맡겨진 책임이 더 막중하다. 정치적인 기회가 있다고 튀어나간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불신을 줄 수 있다. 내가 선거 일선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당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정권 초기부터 대권 논의 나오는 현실 안타까워"
-정치권에서는 손지사께서 대권 도전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데 본인의 생각은 뭔가.
대권 논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때라고 본다. 물론 새 정권 탄생한지 일년밖에 안됐는데, 정권 초기부터 대권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무리 현실이 그렇더라도 대권 논의는 자제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지사직 임기가 다음 대선 이전에 끝나는데 임기 이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사직을 수행한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임기 이후를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사직을 한번 더 하겠다고 하면 오로지 지사직 연장을 위해 도정을 펴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지사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대권 생각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GRDP(국내지역총생산)의 25%를 경기도가 차지한다. 지금은 경기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실제로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신문 정치면은 제목만 보고 넘어간다. 경기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가 고민이다. 외국 기업이 R & D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왔다고 하면 온 사람이 과장급 실무자라고 해도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만날 정도다.
-최근 일본을 방문해 3억 4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치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 이번 투자 유치의 특징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우리 나라 LCD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것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첫째 성과다. 두 번째는 노조와 중앙정부, 기업이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협동체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세 번째는 경기도의 행정서비스 수준이 높아진 것이 투자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에는 투자유치 활동을 오직 LCD부품산업에만 한정했다. 이번에 10개 업체를 방문하거나 직접 만났다. 이를 통해 투자합의서((MOA) 2건 1억600만달러, 투자양해각서(MOU) 2건 9000만달러, 투자의향서(LOI) 3건 1억5000만달러 등 모두 3억 5000만달러 정도를 유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구매담당자가 함께 갔는데, '들어오면 너희 물건 사주겠다'며 더 이상 보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득)했다. 또 스미토모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평택 포승단지 땅을 농심이 소유하고 있는데, 경기도가 (농심에) 설득해서 그 땅을 (스미토모에게) 넘길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 그 일을 계기로 우리를 신뢰하게 됐다. 외자유치를 위한 행정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 대목이다. "경제 살리려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해야"
-일본이 10여년 깊은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받은 느낌이 어땠나.
미국도 올해 4~5%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데, 우리와 대만만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 동경권은 확실히 살아나가고, 오사카는 좀 어려운데 거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제를 되살렸다.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제조업을 포기하는데 나라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고 우리 미래도 거기 있다고 본다.
-중국의 성장 또한 눈부시다.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에 있는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중국에 밀리고, 기술 산업은 일본에 밀린다. 우리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는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90년대 들어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휴대전화, 반도체, LCD가 성장산업이다. 자동차 부품산업이 IT(정보기술)와 접목돼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대학내에서도 산업과 연결하는 기술대학원을 만들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대가 IT,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등 융합기술연구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 같은 현상을 막거나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고 중국으로 빠져나간다. 대한민국 바깥에 펜스를 쳐놓았다면 강제적 규제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경 없는 경쟁시대에 수도권을 누르면 지방으로 중국으로 가게 되는 게 이치다. 또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도 많은 경우 '땅 장사' 하러 간다. 수도권 땅을 팔아 아파트용지로 용도를 변경시키고 그 돈으로 지방으로 가는 거다. 기업윤리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 같은 용도 변경을 중앙정부가 강권하고 있는데 모순이다. 수도권 인구 억제정책을 써서 수도권 성장을 막겠다고 하면서 공장이 떠난 곳에는 아파트를 지으라 하니 인구만 늘고 있다. 그 인구가 어디 가서 뭐 먹고 살겠나.
-그런 점에서 정부와의 관계설정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할 계획인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정책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점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만 살자고 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할 수 밖에 없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반대하거나 수정 보완을 요구했고 법 통과 시 상당부분 반영되게 하기도 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대통령 입으로 천도니, 지배세력 교체니 하며 행정수도의 기본 개념을 바꾸는데 문제는 치열한 국제 경쟁상황에서 우리가 '넛크래커'(호두 등 견과류를 쪼개는 도구)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국가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수도권 이전하면서 생기는 자원의 낭비, 국론의 분열, 장기적인 비전의 결여는 어떻게 할 거냐.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중앙정부에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지원과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 이번 방일 과정에서도 산업자원부에 요청해서 담당 과장이 동행했고 경기도 국토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건설교통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 R & D센터를 유치한다든지 첨단기술을 육성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과학기술부 등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수도권 난개발 막기 위해 계획적 신도시 개발 필요"
-경제와 교육에서는 경쟁원리의 도입을 강조하지만 문화에서는 대중적 향유를 강조하는 것 같다. 겉으로는 모순돼 보이는데.
전혀 모순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경제분야의 경쟁력 제고가 최우선 과제다.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오해하는데, 사실 도의 재원을 가장 많이 투입하는 분야는 공교육의 내실화다. 변두리 지역에 좋은 학교를 만들고 소규모 학교를 지원한다. 또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숙사와 학교 도서관을 짓는다거나 보육교사 등을 지원하는 것도 사실 교육기회가 좀더 공정하고 광범위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몇몇 사람에 의해 전유적으로 향유 되는 문화보다 일반 시민들이 좀더 가까이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도에 교향악단이다, 예술단이다 만들어 거기에 온 몇몇 사람만 즐긴다면 자원 낭비다.
-도내에 20개 신도시를 만든다는 발표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손지사의 '개인적 욕심'에서 나온 선심성 정책, 장밋빛 계획이 아니냐 하는 지적을 하는데.
신문 제목이 그렇게 나서 그렇지, 20개 신도시를 20년에 걸쳐 만든다는 것이다. 신도시 만든다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 아니라 경기도의 장기적인 성장관리 기본 계획을 짠 것이다. 교통 자연 교육 문화 산업 일자리 등이 조화를 이뤄 자족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계획적으로 만들겠다는 발표였다. 도지사에 취임해서 바로 시작했던 작업이었고 1단계 용역이 끝나서 발표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에 10년동안 500만호를 짓겠다고 했는데 그 중 수도권이 300만호, 경기도가 200만호 아니냐.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결국 경기도가 세운 장기계획에 따라 해달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분당급의 신도시를 20년에 걸쳐 20개를 지어야 수도권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고 도시도 발전하면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 큰 도시를 만들어야 거기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으로 도로와 전철도 만들고 학교나 공원 등을 만들 수 있다. 건교부는 순전히 주택수요만 따지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만든다면 비판을 받으니 여론 눈치 보며 몰래 내놓는 게 100만평 규모다. 100만평으로는 택지 개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족적 발전이 불가능하다.
덧붙인다면 90년대 이후 개발된 안양 평촌 분당 등 신도시가 서울 가까이에 있었는데 이제 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웠어야 하는데 가만 놔둬 용인처럼 난개발로 이어졌다. (수도권) 바깥을 그냥 놔두면 형편 없는 난개발이 가속화될 뿐이다. 제 2순환도로를 만들어 자족적인 계획도시를 연결해 서울의 부담을 덜어줘야 수도권 교통문제가 해결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해진다. 또 그래야 수도권의 삶의 질과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국가 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
-이명박 시장과 자주 비교되는데 이 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잘하고 계신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시대적 과제인데 잘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는 순치(잇몸과 이) 관계다. 대중교통 문제 등 모든 면에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보는데 수긍할 수 없다. (이 시장과 자주 보느냐고 묻자) 그럼, 자주 보지.
손지사는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미디어다음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적 기회가 있다고 튀어나간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불신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 일선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당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손지사는 임기 이후 행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사직을 수행한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임기 이후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사직을 한번 더 하겠다고 하면 오로지 지사직 연장을 위해 도정을 펴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지사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대권 생각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국가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수도를 이전하면서 생기는 자원 낭비, 국론 분열, 장기적인 비전의 결여는 어떻게 할 거냐"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중앙정부에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사는 정부의 수도권 억제 정책에 대해서도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라고 비판한 뒤 "그 점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수도권의 비싼 땅을 팔아 지방으로 옮긴다"며 "공장부지의 용도변경을 중앙정부가 강권하며 기업윤리를 훼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내분 사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본다"면서도 "한나라당이 당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당의 체질은 한 틀에서 오래 고인 물같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당의 소장파 움직임은 전반적인 조류"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고, 환골탈태의 진통이라고 봐야 한다. 당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당의 체질은 한 틀에서 오래 고인 물처럼 돼버렸다. 뿌리가 3공까지 올라가고 그 시절의 정신과 체제, 인적인 유산들이 지금까지 계속 흘러온 상태다. 3공이나 5,6공 시절 국가건설에 기여한 정치세력으로서 한나라당의 위치는 역사적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에 적극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 만물 생존의 원리 아닌가. 그 동안 시대가 급변하는데 (당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지지도도 상당히 떨어졌으나 변화의 노력을 보이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 회복될 것이다.
-한나라당내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건전보수 또는 개혁적 보수를 주창하고 제 2창당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반적인 조류 아닌가. 최대표가 퇴진 결단을 내린 것도 당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최대표도 나름대로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는데 그 리더십으로 안 된다고 하니 '그럼 좋다. 내가 물러나겠다, 당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 일련의 (당내) 변화과정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취지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도록 실천할 수 있는 가가 과제겠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감으로도 거론되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의 법적 제약 때문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당 대표를 맡는다든지 하면 선거를 직접 지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결국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하게 된다. 물론 한나라당이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균형추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를 책임 있게 운영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도 중요하지만 경기도가 가진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 필요하고 그 일을 쉽게 팽개칠 수 없다는 게 내 입장이다.
물론 당이 어려울 때 나 몰라라 할 수 없으며, 당을 위해 헌신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다.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가 고민되는데 지금으로서는 경기도에 맡겨진 책임이 더 막중하다. 정치적인 기회가 있다고 튀어나간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불신을 줄 수 있다. 내가 선거 일선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당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정권 초기부터 대권 논의 나오는 현실 안타까워"
대권 논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때라고 본다. 물론 새 정권 탄생한지 일년밖에 안됐는데, 정권 초기부터 대권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무리 현실이 그렇더라도 대권 논의는 자제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지사직 임기가 다음 대선 이전에 끝나는데 임기 이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사직을 수행한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임기 이후를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사직을 한번 더 하겠다고 하면 오로지 지사직 연장을 위해 도정을 펴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지사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대권 생각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GRDP(국내지역총생산)의 25%를 경기도가 차지한다. 지금은 경기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실제로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신문 정치면은 제목만 보고 넘어간다. 경기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가 고민이다. 외국 기업이 R & D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왔다고 하면 온 사람이 과장급 실무자라고 해도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만날 정도다.
-최근 일본을 방문해 3억 4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치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 이번 투자 유치의 특징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우리 나라 LCD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것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첫째 성과다. 두 번째는 노조와 중앙정부, 기업이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협동체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세 번째는 경기도의 행정서비스 수준이 높아진 것이 투자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에는 투자유치 활동을 오직 LCD부품산업에만 한정했다. 이번에 10개 업체를 방문하거나 직접 만났다. 이를 통해 투자합의서((MOA) 2건 1억600만달러, 투자양해각서(MOU) 2건 9000만달러, 투자의향서(LOI) 3건 1억5000만달러 등 모두 3억 5000만달러 정도를 유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구매담당자가 함께 갔는데, '들어오면 너희 물건 사주겠다'며 더 이상 보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득)했다. 또 스미토모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평택 포승단지 땅을 농심이 소유하고 있는데, 경기도가 (농심에) 설득해서 그 땅을 (스미토모에게) 넘길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 그 일을 계기로 우리를 신뢰하게 됐다. 외자유치를 위한 행정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 대목이다. "경제 살리려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해야"
미국도 올해 4~5%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데, 우리와 대만만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 동경권은 확실히 살아나가고, 오사카는 좀 어려운데 거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제를 되살렸다.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제조업을 포기하는데 나라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고 우리 미래도 거기 있다고 본다.
-중국의 성장 또한 눈부시다.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에 있는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중국에 밀리고, 기술 산업은 일본에 밀린다. 우리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는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90년대 들어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휴대전화, 반도체, LCD가 성장산업이다. 자동차 부품산업이 IT(정보기술)와 접목돼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대학내에서도 산업과 연결하는 기술대학원을 만들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대가 IT,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등 융합기술연구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 같은 현상을 막거나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고 중국으로 빠져나간다. 대한민국 바깥에 펜스를 쳐놓았다면 강제적 규제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경 없는 경쟁시대에 수도권을 누르면 지방으로 중국으로 가게 되는 게 이치다. 또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도 많은 경우 '땅 장사' 하러 간다. 수도권 땅을 팔아 아파트용지로 용도를 변경시키고 그 돈으로 지방으로 가는 거다. 기업윤리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 같은 용도 변경을 중앙정부가 강권하고 있는데 모순이다. 수도권 인구 억제정책을 써서 수도권 성장을 막겠다고 하면서 공장이 떠난 곳에는 아파트를 지으라 하니 인구만 늘고 있다. 그 인구가 어디 가서 뭐 먹고 살겠나.
-그런 점에서 정부와의 관계설정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할 계획인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정책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점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만 살자고 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할 수 밖에 없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반대하거나 수정 보완을 요구했고 법 통과 시 상당부분 반영되게 하기도 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대통령 입으로 천도니, 지배세력 교체니 하며 행정수도의 기본 개념을 바꾸는데 문제는 치열한 국제 경쟁상황에서 우리가 '넛크래커'(호두 등 견과류를 쪼개는 도구)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국가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수도권 이전하면서 생기는 자원의 낭비, 국론의 분열, 장기적인 비전의 결여는 어떻게 할 거냐.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중앙정부에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지원과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 이번 방일 과정에서도 산업자원부에 요청해서 담당 과장이 동행했고 경기도 국토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건설교통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 R & D센터를 유치한다든지 첨단기술을 육성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과학기술부 등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수도권 난개발 막기 위해 계획적 신도시 개발 필요"
전혀 모순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경제분야의 경쟁력 제고가 최우선 과제다.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오해하는데, 사실 도의 재원을 가장 많이 투입하는 분야는 공교육의 내실화다. 변두리 지역에 좋은 학교를 만들고 소규모 학교를 지원한다. 또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숙사와 학교 도서관을 짓는다거나 보육교사 등을 지원하는 것도 사실 교육기회가 좀더 공정하고 광범위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몇몇 사람에 의해 전유적으로 향유 되는 문화보다 일반 시민들이 좀더 가까이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도에 교향악단이다, 예술단이다 만들어 거기에 온 몇몇 사람만 즐긴다면 자원 낭비다.
-도내에 20개 신도시를 만든다는 발표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손지사의 '개인적 욕심'에서 나온 선심성 정책, 장밋빛 계획이 아니냐 하는 지적을 하는데.
신문 제목이 그렇게 나서 그렇지, 20개 신도시를 20년에 걸쳐 만든다는 것이다. 신도시 만든다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 아니라 경기도의 장기적인 성장관리 기본 계획을 짠 것이다. 교통 자연 교육 문화 산업 일자리 등이 조화를 이뤄 자족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계획적으로 만들겠다는 발표였다. 도지사에 취임해서 바로 시작했던 작업이었고 1단계 용역이 끝나서 발표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에 10년동안 500만호를 짓겠다고 했는데 그 중 수도권이 300만호, 경기도가 200만호 아니냐.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결국 경기도가 세운 장기계획에 따라 해달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분당급의 신도시를 20년에 걸쳐 20개를 지어야 수도권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고 도시도 발전하면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 큰 도시를 만들어야 거기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으로 도로와 전철도 만들고 학교나 공원 등을 만들 수 있다. 건교부는 순전히 주택수요만 따지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만든다면 비판을 받으니 여론 눈치 보며 몰래 내놓는 게 100만평 규모다. 100만평으로는 택지 개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족적 발전이 불가능하다.
덧붙인다면 90년대 이후 개발된 안양 평촌 분당 등 신도시가 서울 가까이에 있었는데 이제 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웠어야 하는데 가만 놔둬 용인처럼 난개발로 이어졌다. (수도권) 바깥을 그냥 놔두면 형편 없는 난개발이 가속화될 뿐이다. 제 2순환도로를 만들어 자족적인 계획도시를 연결해 서울의 부담을 덜어줘야 수도권 교통문제가 해결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해진다. 또 그래야 수도권의 삶의 질과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국가 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
-이명박 시장과 자주 비교되는데 이 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잘하고 계신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시대적 과제인데 잘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는 순치(잇몸과 이) 관계다. 대중교통 문제 등 모든 면에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보는데 수긍할 수 없다. (이 시장과 자주 보느냐고 묻자) 그럼, 자주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