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셉 스티글리츠의 책 <불평등의 대가>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습니다. 저는 미리 읽어보고 이 책의 해제를 쓰기도 했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읽어보기를 바라는 좋은 책입니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의 해제를 소개하니 일독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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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스티글리츠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서는 드물게 좌파로 분류되는 학자이면서 자본 중심의 세계화에 강력한 비판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최근작 <불평등의 대가>는 조셉 스티글리츠의 책 가운데서도 매우 특별한 책이다. 이 책은 미국 자본주의의 현실을 불평등을 핵심어로 해 적나라하고 통렬하게, 그러면서도 학자적 엄격성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미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학자와 대중들의 지지를(물론 주류 경제학계의 반발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스티글리츠의 책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저작일 뿐만 아니라 최근 나온 각종 경제서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저작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책의 주장은 설득력 있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강력한 열망도 담고 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추천사는 딱 두 줄이면 되지 않을까 한다. ‘현실의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처럼 정밀하게 설명하는 책은 매우 드물다. 그리고 이 책의 지적과 분석이 가장 잘 들어맞는 나라는 미국 다음에 한국일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역시나 한국은 미국과는 다른 현실 맥락이 있다. 사실 한국은 이 책이 보여주는 미국의 현실보다 더 악화된 측면도 적지 않다. 이 책을 읽는 이들 또한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한국의 악화된 현실이 궁금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해졌다. 불평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소득격차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8년까지 하위 10%의 월 소득이 101만원 증가하는 동안 상위 10%의 월 소득은 888만원이 늘어났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의 소득보다 약 아홉 배가량 더 많이 늘어난 셈이다. 상위 10%의 월 소득이 하위 10%의 소득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지를 보여주는 배율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높아졌다. 이 배율은 19936.8배를 기록했으나 외환위기가 터진 19989.4배까지 치솟았다가 지금도 9배 전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통계 기준이 2009년 이후 달라져 연속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2009년 이후에도 격차 확대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청 조사는 표본조사를 통한 것으로 타워팰리스거주자처럼 조사를 꺼리는 최상류층의 실태는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다행히도 상위 1%의 소득 집중도 윤곽이 경제학자 출신인 민주당 홍종학 의원에 의해 드러난 바 있다. 홍의원이 그동안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으로 공개되지 않던 국세청의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이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상위 1%의 평균 소득(38120만원)은 중위 소득(2510만원)15.1배였다. 하지만 이는 소득이 적어 면세 대상이 되는 과세 미달자를 뺀 비교인데, 과세미달자 560만 명을 포함한 경우 중위소득(1688만원)22.6배나 됐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의 소득격차도 계속 늘어났는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상위 10%의 평균 소득 증가액은 710만원으로 전체 평균 소득증가액 226만원의 3.1, 하위 10% 평균 소득증가액 40만원의 17.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통합소득 상위 10% 이상 소득계층의 비중은 200732.9%에서 201134.3%로 늘어났다. 이 같은 소득 집중도는 대다수의 선진국들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등 상당수의 중남미 국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사실 국세청의 소득 자료는 각종 비과세 및 감면 소득이 빠진 액수이므로 실제 소득격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한국의 빈부격차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대 중반에 이미 30여개 OECD국가들 가운데 빈곤층(전 국민 가운데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인 계층)이 여섯 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다. 또 멕시코와 스위스,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빈곤격차(poverty gap, 중위소득과 빈곤층의 평균 소득의 차이를 나타냄)가 큰 나라가 됐다. 하위 10%의 소득 대비 중위소득의 배율이 2.5배 정도로 멕시코, 미국, 터키에 이어 네 번째다.

그런데 이 같은 통계조차 한국의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한 대로 통계청 자료는 최상위 계층의 소득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한편 평균 소득이나 중위 소득 등은 국세청 자료보다 상당히 높게 잡혀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이 같은 표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불평등 관련 지표를 내고 있고 그것이 OECD에도 보고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불평등 지표가 실제보다 훨씬 완화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홍의원이 밝힌 국세청 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불평등도 지표인 지니계수를 구하면 2011년 기준 0.448이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은 셈인데, 이 수치를 그대로 대입하면 OECD 34개국 가운데 2000년대 후반 기준 가장 지니계수가 높은 멕시코(0.4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진다. 미국의 지니계수는 OECD 통계로는 0.38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스티글리츠가 책에서 인용한 수치는 0.48로 멕시코와 맞먹는 수준이다. 어떤 경우든 분명한 것은 한국의 소득 불평등도는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사회가 멕시코나 남미국가들처럼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가 되고 있다고 개탄했는데, 한국 또한 미국의 궤적을 뒤쫓아 빠른 속도로 불평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빈부격차는 스티글리츠가 지적하듯이 교육기회의 격차와 건강 격차, 사회적 이동성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면 관계상 여기에서는 교육기회의 격차만을 따져보면 한국은 공교육 비중이 낮아 세계에서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이에 따라 집안의 재력에 따라 학생들의 진학 기회가 크게 달라진다. 이른바 포커판에서처럼 판돈(=사교육비)을 많이 댈 수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사립초등학교와 국제중, 특목고, 명문대 등으로 이어지는 성공경로에 일찍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고소득 직장에 취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교육의 승자독식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미 환상이 된지 오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의예과 신입생의 43%, 법대 신입생의 38%가 자신이 상류층 출신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상류층 응답 비율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이처럼 상류층 출신들이 한국의 지배엘리트로 성장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법조계가 대표적인데, 특목고가 생겨난 이후 외고--->서울대--->법조계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는 유행이 되다 시피했다. 실제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미 대원외고를 나온 현직 판검사가 129명으로 전통의 명문고인 경기고 55명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하지 않는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끊어지고 기회 격차가 구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공식적으로는 OECD국가들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미국 대학생의 67% 가량이 국공립대 등록금을 내는 반면 한국 대학생의 78%가 사립대 등록금을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소득은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되고 대학 교육의 수준도 훨씬 낮은 나라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은 더 높은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개탄하는 미국의 등록금 현실도 한국에 비하면 약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대다수 국민들을 희생해 경제 성장의 과실을 재벌 대기업과 극소수 상류층에 몰아준 탓이 크다. 특히 상시적인 정리해고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의 주축인 일자리를 뿌리째 흔들려버린 것이 국민 대다수의 빈곤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일자리 불안에는 부동산거품, 수출편향 경제, 저출산 고령화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지만 재벌독식 구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재벌독식구조가 강해지다 보니 중견,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생태계가 사라지고 골목상권까지 무너지는 상황이 돼버렸다. 일자리의 88% 가량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담당하는데 이들 일자리가 점점 위축되거나 불안한 일자리가 돼버린 것이다. 일례로, 두부시장에 CJ나 대상과 같은 대기업이 들어와 수많은 중소 두부공장이 문을 닫은 것이나 동네 구멍가게와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나 SSM 등에 밀려난 것이 대표적이다. 재벌그룹의 부와 이익은 늘어났으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무너졌다. 그렇다고 재벌대기업들이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고용을 확대한 것도 아니다. 외환위기 전 직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13%에 이르렀으나 외환위기 이후 5%대로 떨어진 뒤 조금 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살아남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노력하는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는 경제 기득권에 막대한 특혜를 몰아주고 이들이 중소하도급업체나 협력업체 및 그 종사자들의 소득을 사실상 가로채는 삥땅경제’ ‘가로채기 경제행태가 만연해 있다. 각종 사내하청이나 파견근로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건설, IT서비스, 화물수송, 택배 등 많은 산업 및 직업 영역에서 이 같은 행태가 횡행한다. 실제로 정부 등 발주자나 원주문자가 지급하는 금액이 100이라고 한다면 현장 노동자에게는 40~50 정도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원도급자나 중간 하도급업자, 알선업자 등이 모두 떼먹고 실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쥐꼬리만한 돈만 내려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의 일당은 외환위기 전과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내려갔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그들의 일당은 반토막났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부동산 광풍이 불고 공공건설 물량도 몇 배나 늘었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대우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진행돼온 게 이런 식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충분한 부가 생산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재벌대기업과 극소수 상류층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재벌대기업에 대해서는 인위적 고환율과 연간 16조원이 넘는 R&D 예산의 대부분, 대규모 공공토건사업, 불공정거래 및 담합 등에 대한 방조, 세계적으로 낮은 법인세율과 대폭적인 비과세감면 혜택 등으로 재벌의 독식을 방치해왔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재벌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는데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계속 가난해졌다.

그런데도 이 같은 현실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악화시켜 왔다. 조세구조를 예로 들어보자. 득세의 경우 한국은 평균임금의 167%를 받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이 OECD 국가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또 한국 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수준에 속한다. 오히려 스티글리츠가 불만을 터뜨리는 미국의 법인세율은 세계 2위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일본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명목세율뿐만 아니라 실효세율은 더 낮아 삼성전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누리기 힘든 낮은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도 삼성 등 재벌기업들은 언론을 통해 세금 부담이 높아 금방이라도 한국을 떠날 것처럼 협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재분배해서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효과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다. 예를 들어, 가계 가처분소득 가운데 과세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OECD 국가 간에 비교한 지표를 보면, 한국은 이 비율이 8.0%OECD국가 중 가장 낮다. 한국 바로 다음인 아일랜드도 19.4%로 한국보다 2.4배 이상 높다. OECD 평균은 28.3%로 한국의 3.5배 가량에 이른다. 미국도 OECD 평균에 비해 낮기는 하지만 약 26%로 한국보다는 훨씬 높다. 한편 이 같은 과세로 인해 불평등이 감소하는 효과가 스위스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정리하자면 한국은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가계 가처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누진세 적용 등이 미약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고소득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 적용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고소득 부유층과 재벌 대기업 등의 세금 부담이 적은데도 이명박정부는 미국 부시행정부를 따라 대규모 감세정책을 실시했다. 세계적으로 3위 수준의 대규모 감세였다. 그 같은 감세정책의 결과는 스티글리츠가 지적하듯이 경제성장에도 기여하지 못했고, 불평등을 키웠으며 정부채무만 잔뜩 늘려놓았을 뿐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국세 수입의 3대 축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가운데 직접세인 소득세(-3.6%)와 법인세(5.2%)는 줄거나 거의 늘지 않았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57.4%)와 개별소비세(-1.8%)도 줄었다. 반면 간접세여서 상대적으로 서민들 부담이 커지는 부가가치세(20.0%), 유류세(21.9%), 주세(27.2%)는 대폭 늘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왕창 깎아주고 중산층과 서민들 세금을 대폭 올려 소득 역진성을 키워버린 것이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때 상위 20%의 세금 증가율은 63.7%였으나 이명박정부에서는 13.2%로 감소했다. 반면, 하위 20~40% 계층의 세금 증가율은 3.8%에서 65.7%로 크게 늘었다. 가뜩이나 심각한 빈부격차를 더욱 악화시켜 버린 것이다.

이 같은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결과 성장 잠재력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불평등의 대가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13.6% 성장한데 이어 20122.0% 성장률에 머문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9% 수준인데, 이는 김대중정부 5년 동안 5.0%, 노무현정부 4.3% 수준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위기라는 상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2011년과 2012년 연속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밑돌 정도인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극소수 상류층과 재벌대기업들로 부가 쏠린 반면 대다수 서민들의 소득이 부족해져 지출 여력이 고갈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 가운데도 내수주들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백화점이나 마트의 매출이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위축되고 있다. 가계 소득이 부족하니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낸다 한들 사줄 여력이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 따라 경제의 성장성과 효율성마저 떨어지는 것은 멕시코, 핀란드, 남미국가들에서 이미 목격한 바다. 그런데 이 같은 궤적을 미국과 한국 같은 과거의 상대적 고성장 국가들이 빠르게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의 대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사회정치적 기득권을 강화하고 그 사회정치적 기득권이 어떻게 다시 경제적 불평등을 강화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강점이다. 한국에서도 그 같은 양상은 낯설지 않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에도 정경유착에 의한 이권 주고받기가 횡행했는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더욱 교묘하게 그들만의 이권 주고받기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원리든 정부개입주의든 기득권에 유리한 방식들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받아들인 결과 한국은 기득권 만능 사회가 됐다. 예를 들어, 분양가 자율화 도입과 함께 폐지하기로 했던 반시장제도인 선분양제를 허용함으로써 공급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주택시장을 만들어 주택 폭등을 자극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들 경제적 기득권은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독과점과 담합,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부품을 조달하는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고 불공정거래를 요구한다. 상당수 건설업체는 대물변제라는 형식으로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 떠넘기고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그 결과 경제적 강자들은 공정한 시장경쟁 상태에서보다 늘 많이 가져간다. 하도급 업체와 같은 ''과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그들의 배를 불리는데 쓰는 것이다.

이 같은 기득권구조를 뒷받침하는 세력들은 한국사회의 주요 영역에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및 관련산업에 형성된 모피아나 토건족은 한국경제의 자원 배분과 정책 및 제도 결정을 좌우하고 있다. 재벌에 매수된 검찰과 법원 등은 재벌과 상류층의 구조적 불공정게임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 재벌 광고주들이 던져주는 광고에 눈이 먼 기득권언론들은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와 같은 거짓말로 국민들을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재벌대기업의 용역을 받아 일하는 다수의 학자나 전문가들은 이들 언론의 보도나 정부의 결정에 기꺼이 권위와 (허구적인) 논리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렇게 지배 엘리트들 사이에 끈끈하게 인지 포획이 일어나고 1%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내는 규제 포획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는 막대한 일반대중의 이익을 희생해 상류층의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는 불평등 사회다. 재벌 계열사들에 국가가 쥐꼬리만한 면허세를 받고 황금알 낳는 거위인 면세점을 허용해주거나 각종 민자사업과 재정사업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에게는 막대한 퍼주기를 지속하도록 하면서도 OECD국가 가운데 복지 예산 비중이 가장 낮은 현실을 왜곡하며 복지로 망한다고 협박한다. 최소 주거여건에 미달하는 가구가 13%에 이르지만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복지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가진 자들의 집값을 떠받치기 위한 각종 세금 감면책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식으로 상위 1%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와 정책, 법률들을 누적시켜온 결과 한국의 불평등은 스티글리츠가 우려하는 미국 이상으로 극심해졌다. 이 같은 불평등을 반영해 사회는 갈가리 찢어지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재벌개혁과 복지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운동에 상응하는 흐름인 셈이다. 물론 대선 1번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국정목표에서 빼버린 박근혜정부에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미 시대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를 완전히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국회에서 정년 60세 연장안이 통과되고, 재벌 경제력 집중 견제와 공정거래 질서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입법안이 통과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스티글리츠가 강조하듯이 지금의 불평등이 바꿀 수 없는 흐름이 아니라 정치적, 정책적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낙관적일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의 불평등 구조를 지탱하는 사회정치적 기득권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날이다. 하지만 낙관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함께 노력할 때 다른 세상은 가능해진다’. 이 책을 읽고 함께 꿈꾸어 보자. 재벌 등 경제기득권에 주던 특혜를 없애고 이를 서민의 혜택으로 전환한 미래를.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서민들의 부를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이전해온 거대한 부의 이전 시스템을 바꾼 미래를. 재벌대기업 지원과 토건부양책으로 탕진하던 세금을 아껴 보육과 교육, 복지, 문화, 생활체육 등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쓰는 나라 살림살이를. 그리고 수출대기업이나 건설업계, 외국자본에 장악된 금융업체들에게 유리한 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 주택수요자, 금융소비자 등에 유리한 정책기조가 상식이 되는 세상을. 우리가 함께 꿈꾸는 한 그 같은 세상은 결코 꿈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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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31. 09:31

 

이미 국내 재벌들의 횡포와 탐욕, 부정비리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나마 재벌1,2세들은 정경유착과 부패 속에서도 기업가정신이라도 있었는데, 재벌 3,4세로 넘어오면서는 그 같은 기업가정신은 고사하고 타락과 탐욕뿐이다. 이들이 재벌기업을 주도할 때 기술 및 제품 혁신에 대한 유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들 재벌 3,4세 가운데는 소시오패스형 인간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런데 이들 재벌 3,4세들은 이미 자신들이 여러 탈불법적 상황에서 부를 대물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사실 이 같은 인간형은 한국의 재벌들에게 거의 공통된 특징이다. 4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2조원대의 탈세를 하고 온갖 탈불법을 자행한 이건희 회장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설교하는 게 전형적 예다.

그 아들 이재용은 어떤가. 그 자녀가 국제중의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대상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적 조작 정황까지 드러났다. 말끝마다 초일류 글로벌기업이라고 떠드는 삼성전자의 부회장이 일반 전형자나 사배자 전형자의 몫까지 가로채며 자녀를 입학시켰으니 참 남새스럽다. 어떤 불법과 반칙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자들에게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까. 하긴 생각해보면 이재용 자녀가 사배자인 것 같기도 하다. 이재용은 2조원대 넘는 삼성 지분 불법 상속할 때 돈이 없어 지 아비인 이건희로부터 받은 60억원에서 16억원을 증여세로 냈으니 말이다.

이미 몇 년 전 일이지만,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이 시비 끝에 아들을 때린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을 심야에 인적이 드문 청계산으로 끌고가 조폭들에게 폭행을 가한 것도 그렇다. 하지만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가 차를 매매하기 위해 찾아간 노조원을 야구 방망이로 실컷 휘두르고 맷값을 던진 사건이다. 그는 경찰에 출두해서 조사를 받을 때도 기자들 앞에서 히죽히죽 웃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의 뜻은 전혀 없었다. 사실 최철원씨는 드러난 경우일 뿐 사실 재벌가 3,4세 가운데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들이 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게 될 때는 동정을 구한다고 한다. 동정을 구한 뒤 다시 강자로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악행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2003년 재판에서 선처를 구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던 최태원 회장이 2011년 다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때도 나눔 경영과 사회공헌을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법정에 다시 서게 된 그는 또 다시 선처와 동정을 구했다. 문제는 재벌 2세뿐만 아니라 3,4세로 내려오면 이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다른 국민들을 등치고 희생시켜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이들이 활개 치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다수 국민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을까.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소시오패스 경향이 재벌가에만 그치지 않고, 이 땅의 가진자들 상당수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시 논란이 된 이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범인인 윤모씨의 경우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윤씨야 재벌이라고 하기엔 모자라지만, 적어도 이 땅의 돈 가진 자들이 갖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살아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앞길이 창창한 여대생을 청부살인하고, 국제중 사배자 전형의 절반을 부자들이 차지하고, 아직도 고관대작들의 자녀들은 군면제나 수도권 편한 곳에서 근무하고, 역외에서 세금 빼돌리고...도대체 이 땅 가진자들의 탐욕과 파렴치는 끝이 어디인가. 이 같은 상황을 바꾸는 것은 한두 가지 조치로 될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물갈이할 수 있는 혁명적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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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29. 12:03

 

2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교하신도시 운정지구의 A아파트 단지 정문. 파주 교하신도시는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 이어 들어선 2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운정지구 쪽은 행정구역상으로는 파주시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일산의 끝자락과 맞닿아 있어 거의 일산생활권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 없는 곳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수도권 아파트를 물색하다가 이 곳을 골랐다. 많은 아파트단지들 가운데 굳이 이 아파트를 찾은 이유가 나름대로는 있다. 이 아파트단지가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 가운데 수도권 부동산 활황기의 정점인 20069월경에 분양됐다는 점이 작용했다. ‘부동산 불패의 환상과 그 이후의 환멸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 아파트단지 거주가구들의 부채 실태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나는 올해 초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이 제작한 ‘2013 부동산 보고서편에 인용된 A아파트단지 가구들의 부채 실태 분석작업을 도와준 적이 있다. 분석작업을 도와주면서 살펴본 부채 실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분석상으로는 이 아파트단지에 사는 가구의 70% 가량이 깡통 아파트로 분류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겁도 없이 빚을 내 위험한 상황까지 치닫게 됐을까. 그걸 현장에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파트 단지의 정문은 웅장했다. 족히 길이가 30여 미터는 돼 보이고 높이도 4~5미터는 돼 보이는, 대리석 타일이 붙은 직사각형 정문이었다. 아파트단지 이름에 센트럴파크까지 들어 있어 이른바 명품 아파트로 치장하고 싶은 욕구가 이름과 정문에서 역력히 묻어난다. 200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특징 중 하나는 웅장하고 화려한 정문을 만들고 아파트 단지에 고급스러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에 살게 되면 곧바로 상류층으로 진입하고, 잘 살게 될 것 같은 환상을 주는 것이다. 이 환상에 혹해 많은 이들이 욕망의 덫에 걸려들었고, 그들중 상당수가 하우스푸어가 된 게 아닌가. 물론 건설업체들이 엄청나게 부풀린 고분양가와 그 이후 높게 형성되는 거래가격을 합리화하기 위한 소소한 장치들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A아파트단지 주변도 높은 나무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고, 주요 시설들처럼 입주민임을 확인해야 차량 진출입이 가능했다. 이처럼 아파트단지를 외부 공간과 명확히 구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어렵게 하는 빗장도시(gated city)’의 특성을 조금씩이라도 강화하는 게 2000년대 후반 아파트들의 특징이다. 외부에는 나는 너희들과 달라라고 외치고, 거주자들에게는 여기에 사는 당신은 특별합니다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단지 안의 공간은 널찍했다. 20, 30층씩 되는 아파트 11개 동으로 구성돼 있어도 신도시 단지답게 동간 거리가 꽤 많이 확보돼 있어 답답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자리한 어린이 놀이터도 수백 평은 돼 보였다.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고 있던 아주머니들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에 인사를 나눌 때까지는 좋은데 부채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들 입을 다물거나 시선을 돌렸다. 단지 이곳저곳을 둘러봤으나 눈에 띄는 주민이 많지 않았고, 설사 만났다 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한 시간 가량 지나서야 겨우 한 40대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인근의 파주시 금촌동에서 살다가 2006년 이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2009년 바로 입주한 경우였다. 이 아파트단지 40평형 아파트에 사는데 당시 분양가는 53000만원. 하지만 취등록세와 이사비용 등등으로 실제 입주하는 데는 57000만원 가량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떨어졌을 텐데 어떠시냐?”고 다소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 “어휴! 말도 못하죠. 집값이 떨어지니 속상해서 집값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그 아주머니 사정은 좋은 편이었다. 입주 초기에는 빚이 많아서 고생했던 모양인데,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서 지금은 빚이 3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 달에 10여 만원 정도 이자를 내니까 별 부담은 없고요. 지금은 그냥 아이들 좋은 환경에서 키운다는 기분으로 만족하고 살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그 아주머니는 전형적인 사례는 아니다. 마침 내가 아는 지인 가운데 이 아파틀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지인은 파주시와 인접한 일산신도시에 살고 있다. 지금은 50대 후반인 그는 얼마 전까지 중견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부인은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서 장식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2000년대 부동산 투기바람이 불 때 화정동 지하철 역세권 인근의 오피스텔 한 채를 2억 원 정도의 빚을 내서 샀다. ‘사두면 노후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건설업체의 사탕발림에 혹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6A아파트가 분양되자 기존의 일산 아파트와 화정동 오피스텔을 담보로 다시 수억 원의 빚을 내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이후 수도권 집값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이 지인이 가지고 있던 세 건의 부동산은 모두 가격이 20~40%씩 빠졌다. 수도권에서도 고양시와 파주시는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이니 오죽했겠나. 설상가상으로 이 지인은 그 사이 퇴직해 이제는 조그만 중소기업에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일하고 있다.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경기 침체로 장사가 시들하다. 전형적인 하우스푸어 가계다.

4년 전쯤 잠시 만났을 때 그는 그때부터 빚 부담으로 힘들어했다. 그 때 나는 적어도 한 채는 조금 헐값에라도 처분해 빚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그러지 못했고, 짐작컨대 매월 400만원이 넘는 빚을 감당하고 있다. 그것도 원리금상환을 미뤄서 그렇지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게 되는 순간 그는 대책이 없다. 불안한 노후를 해결하려고 부동산을 샀지만, 의도와는 정반대로 그의 노후는 그 때문에 위태로워졌다. 사실 그 지인이 바로 A아파트단지 소유자들의 전형적인 케이스에 가까웠다.

이쯤에서 PD수첩팀을 도우면서 분석했던 이 아파트 가구들의 가계부채 실태를 짧게 소개해보자.

A아파트단지는 모두 937가구(분석 대상 가구는 933가구) 40500가구, 47215가구, 48110가구, 59108가구로 구성돼 있다. 2006년 분양당시 분양가격은 평형에 따라 5억 원에서 89000만원까지 됐다. 분석대상 가구 전체의 84.5%788가구가 주택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부등본상에 나타난 근저당설정액이 실제 대출액의 약 120% 정도라고 보고 주택대출을 받은 가구 전체의 평균 주택담보대출액을 추정한 결과 평균 3267만원이었다. 또한 등기부등본상 주택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비율은 26.9%였다. 거꾸로 말하면 73.1%가 전월세를 끼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액에 전세 대출금까지 포함한 타인자본 금액은 38900여 만원으로 더 높아졌다. 특히 평형이 넓을수록 대출금과 전세금의 규모도 큰 편이었다. 소유자의 거의 대부분이 전월세를 끼고 평균 3억원 이상에 이르는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것이다. 사실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 또는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샀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A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수도권 외곽의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아파트라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우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3년 전 역시 PD수첩팀의 의뢰로 판교신도시 판교원마을의 두 개 아파트단지 부채 실태를 분석했을 때도 빚을 진 가구들 비중이 75%를 넘었고, 평균 대출액도 3억 원이 넘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부동산 폭등기에 분양된 상당수 아파트단지가 다 이런 양상이었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줄지어 들어선 부동산중개업소 한 군데에 들어가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입주 시점부터 4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장모씨. 그는 “A아파트는 그나마 입주율이 100%일 정도로 사정이 좋은 편이라며 주변에 들어선 다른 아파트단지들 가운데는 입주자를 못 채운 아파트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아파트 소유자들은 파주시나 인근 고양시 지역 거주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아파트 소유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낸 이유를 물어보았다. “2006당시에는 분양받기만 하면 로또라고 불리지 않았나. 이 아파트도 경쟁률이 4~51씩 됐는데 당시에 분양받으면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빚 걱정이나 했겠나.” 예상했던 답변이지만 하긴 달리 뭐라고 말하겠는가.

그는 계속되는 부동산 거래 침체로 값을 못 벌어서 집에서 쫓겨날 지경이라고 농반진반으로 푸념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듯했다. 근거는 두가지였다. 입주시점에 6500만원 하던 전세 시세가 17000만원까지 올라 매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 빚이 많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경매에 크게 넘어가지 않고 그래도 4년간이나 버텨왔기에 조금만 경기가 좋아지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기존 언론의 엉터리 진단에서 많이 나왔던 이유들이지만, 그의 믿음은 꽤 굳건해 보였다. 그는 4.1부동산대책에 대한 일정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런 희망을 그는 아마도 찾아오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전파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라.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고, 정부가 계속 그 같은 미련을 키우는 부양책들을 내놓으면서 사태는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다.

다소 전문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꼭 확인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LTV 비율 실태였다. 아파트 가격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얼마나 과중한지 살펴보기 위해 주택 가격 대비 주택담보대출액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가 LTV(Loan to Value). 예를 들어, LTV 70%라고 하면 주택 가격이 5억원일 때 주택 가격의 70%에 해당하는 3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어떤 주택가격을 적용하느냐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LTV비율을 산정할 때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사태를 실제보다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보게 된다. 실거래가는 5억원인데 호가는 여전히 6억원 수준으로 설정돼 있는 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아파트의 경우에도 호가 시세를 기준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 가구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이미 50.2%로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60%이상 가구 비중이 61.6%로 껑충 뛴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 LTV비율은 100%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된다. 최근 수도권 경매낙찰가율이 70%가량 되는데 전세가를 포함한 LTV70% 넘는 가구 비중만 71%. , 이들 71% 가구는 소유주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깡통아파트, 깡통전세가 된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도 이 같은 실태를 제대로 인식하는 언론도, 금융권도, 정부 관계자도 드물다. 실제로 A아파트단지 인근 상가에 위치한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거래가로 이미 4억원도 안 되는 40평형 아파트의 시세를 45000만원 정도로 적용하고 있었다.

우려하고 있던 상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모두는 파우스트박스가 영혼을 파는 듯한 거래를 해왔다. 집은 가족들이 행복하게 사는 주거공간이 아닌 돈벌이수단이 됐다. 하지만 그 결과 멀쩡하던 중산층이 붕괴 직전으로 치달았고, 그 탐욕이 한국 사회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한국 사회의 많은 이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그렇다. 이들이 내놓은 대책들은 연착륙을 유도한다고 떠벌렸지만, 실은 길게 보면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경착륙 대책이었다. 그 과정에서 2004년 이후 470조원 수준이던 가계부채는 두 배로 늘어 이제 963조원이 됐다. 원리금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이자만 내는 가계가 70%를 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무너지는 부동산시장을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동산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고 정부도 상당수 언론도 악을 쓴다. 그 과정에서 가계들은 부채 부담이 늘고 지출여력은 줄어 내수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집값 대신 사람값이 오르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를 살려야 부동산시장도 살 수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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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27. 10:06

 

뉴스타파의 명단 공개로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이수영 OCI 회장, 조욱래 DSDL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조세피난과 역외탈세는 단순한 일탈행위가 아닙니다. 세금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는 현대 국제금융이 발달해온 방향이며 본질의 한 부분입니다. 한국의 조세피난과 역외탈세도 이미 심각한 지경이고요. 앞으로 뉴스타파의 명단 공개도 계속 나오겠지만 그 조차도 빙산의 일각일 겁니다. 쉽지는 않지만 돈 벌고도 세금 안 내는 재발가 등 수퍼리치들의 행태 관련 전문가 충원과 철저한 추적, 제도 정비, 국제 공조 강화 등을 통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눈여겨볼 대목은 조세피난처 명단을 발표한 것이 국세청도 아니고 거대 방송사나 신문사도 아닌, 기존 방송사 등에서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쫓겨난 독립언론인들의 조직인 뉴스타파라는 점입니다. 국세청이나 기존 언론사들이 돈과 인력이 없어서 이런 일들을 못하겠습니까? 뉴스타파처럼 진정한 언론정신이 살아 있으니 국제탐사언론보도협회와 연대할 기회를 가졌고, 협업 취재를 통해 이런 실태를 많은 국민들께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독립언론의 진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그런 뉴스타파의 독립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게 많은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후원금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세상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습니다. 사실 선대인경제연구소도 많은 연간구독회원들의 정성으로 재벌과 정부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반가계들을 대변하는 정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저희도 계속 정진해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이 사회에 기여하는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로 꾸준히 성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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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23. 12:00

뉴스타파의 명단 공개로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이수영 OCI 회장, 조욱래 DSDL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조세피난과 역외탈세는 단순한 일탈행위가 아닙니다. 세금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는 현대 국제금융이 발달해온 방향이며 본질의 한 부분입니다. 한국의 조세피난과 역외탈세도 이미 심각한 지경이고요. 앞으로 뉴스타파의 명단 공개도 계속 나오겠지만 그 조차도 빙산의 일각일 겁니다. 쉽지는 않지만 돈 벌고도 세금 안 내는 재발가 등 수퍼리치들의 행태 관련 전문가 충원과 철저한 추적, 제도 정비, 국제 공조 강화 등을 통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눈여겨볼 대목은 조세피난처 명단을 발표한 것이 국세청도 아니고 거대 방송사나 신문사도 아닌, 기존 방송사 등에서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쫓겨난 독립언론인들의 조직인 뉴스타파라는 점입니다. 국세청이나 기존 언론사들이 돈과 인력이 없어서 이런 일들을 못하겠습니까? 뉴스타파처럼 진정한 언론정신이 살아 있으니 국제탐사언론보도협회와 연대할 기회를 가졌고, 협업 취재를 통해 이런 실태를 많은 국민들께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독립언론의 진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그런 뉴스타파의 독립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게 많은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후원금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세상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습니다. 사실 선대인경제연구소도 많은 연간구독회원들의 정성으로 재벌과 정부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반가계들을 대변하는 정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저희도 계속 정진해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이 사회에 기여하는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로 꾸준히 성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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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23. 11:57

 

한국은 그동안 재벌 총력지원 체제를 통해 각종 자원을 재벌들에게 몰아주고 이들에게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읍소하거나 압박하는 식의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있고, 자선사업가도 아닌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할 리 만무하다. 이제는 재벌들은 자체 경쟁력으로 성장하게 하고 재벌들에게 보냈던 자원을 중소기업들에게 돌려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적자본개발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재벌과의 실질적인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 자생적인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만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한때 개발도상국이었던 싱가포르·대만·한국 등은 이제 고품질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어요. 뒤를 돌아보면 중국이 바싹 그 뒤를 좇고 있죠. 하지만 나는 대만은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2개의 명함을 가지고 다닙니다. 바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앞으로 설립할 회사의 명함이죠. 그만큼 창업이 쉽고 정부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숨을 불어넣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재벌들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고 대만처럼 소규모 창업이 쉽지 않죠. 일본의 뒤를 좇지 않을 것인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한국 경제의 엔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선 기업가들이 파괴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앞장서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습니다.”(조선일보 2007년 3월 23일자 ‘경영학의 아인슈타인’ 역발상 경영을 외치다, 기사 중에서)

마이클 포터 이후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을 대표하는 경영 구루라고 할 수 있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진단이다. 나는 그의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왜 그럴까. AMC와 퀄컴, 애플 등을 주요 고객사로 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주문생산 제조업체인 대만의 TSMC 사례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TSMC는 숱한 첨단기술기업들의 모태가 된 대만의 국책연구진흥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ITRI)에서 1987년 떨어져 나와 중소벤처기업으로 설립됐다. 종래 수직적으로 통합돼 있던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반도체 칩 설계와 판매를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 제조공정(fabrication) 없이 하드웨어 장치와 반도체칩의 디자인과 판매에 특화한 반도체 산업 분야)분야에 특화하면서 반도체 제조공정 분야를 아웃소싱할 때 이를 주문받아 급성장해온 회사다. TSMC는 이 같은 시장을 초기에 포착해 끊임없이 기술력을 높여온 결과 2010년 말 기준 시장가치가 70조 원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10여 년 만에 RFWS 무선 칩셋 분야 2위, 전세계 반도체 팹리스 분야 4위를 기록한 미디어텍이라는 회사도 있다. 이 회사는 기술혁신을 거듭해 2001년부터 10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처럼 대만은 TSMC나 미디어텍 외에도 에이서, 아수스, MSI(노트북 및 PC제조 분야)와 UMC (반도체제조분야), HTC(스마트폰), 치멜 이노룩스, AU 옵트로닉스(TFT-LCD 분야) 등 탄탄한 기술력과 혁신능력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많다. 우리처럼 재벌기업 계열사이거나 재벌기업을 모태로 하지 않고서도 실력 하나로 성장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중소벤처기업에서 시작해 10여 년 또는 20여 년 만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예를 잘 상상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숱핱 재벌 협력업체 등이 있지만 자체적으로 다양한 국내외 거래처를 가지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활발한 중소기업 산업생태계가 있고 없음의 차이다. 대만은 정부 주도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해왔고 국토가 비교적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하며 경제개발의 출발 시기가 비슷하고 비슷한 발전 단계에 와있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한국과 비교되는 나라다. 하지만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한국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고 사회복지 수준이 우리보다 높으며 경기의 진폭이 훨씬 적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점은 경제성장의 핵심 축이 재벌 중심의 한국과는 달리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경쟁 규칙에 따라 치열하게 기술력과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경쟁한 결과 탄탄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만드는 대기업들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 결과 대만의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97%를 차지하지만 고용의 77%만 담당하고, 3% 정도인 대기업이 23%나 고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어 중소기업이 수출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38%에 불과하고 대기업이 62%를 차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구조다.

이렇게 된 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평적 관계가 큰 기여를 했다. 한국의 경우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흔히 갑을관계로 표현된다. 하지만 말이 갑을 관계이지 최근 남양유업 사태나 편의점주 연쇄 자살 사태에서 봤던 것처럼 실제로 재벌대기업은 쥐 앞의 고양이처럼 ‘수퍼 초강력 울트라 갑’으로 행세한다. 협력업체 기술 탈취와 이들 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 판매 물량 떠넘기기 등은 기본이고, 협력업체가 다른 대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도록 해 거래관계를 종속적으로 만든다. 이런 식이다 보니 2000~2009년 10년 동안 삼성전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3.28%인데, 삼성전자 하도급업체는 6.71%로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만의 중소기업은 여러 기업체에 동시에 납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만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외국 업체들과 동시에 거래한다. 이러다 보니 이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납품 단가와 관련해서도 대등한 협상력을 가진다. “대만의 기업들은 서로 협력하되 지배하지 않는다”는 전통이 깊숙이 자리 잡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결과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매우 전문화되면서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들 중소기업들이 기술력과 자본력을 축적함에 따라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또 하나의 요인은 앞서 언급한 ITRI 등을 통한 대만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라고 할 수 있다. ITRI는 1973년 대만 경제성 산하 국책 연구소로 출범했다. ITRI는 경제성과 민간기업들의 자금을 반반씩 출자 받아 기초 연구개발과 응용과학기술연구를 진행한다. 이들 연구는 중소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아래 이뤄지면 이렇게 개발된 기술들은 이들 기업에서 활용해 상용화한다. 또 여기에서 연구하던 팀들이 별도 회사를 차려 나가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독립한 업체가 TSMC를 포함해 140여 개가 넘는다. 또한 ITRI가 매년 기업에 이전하는 기술만 7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ITRI는 또한 인큐베이션센터 등을 활용해 벤처창업 등을 적극 지원하고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마이크로소프트, MIT 등 첨단 기업 및 대학들과 연구협력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ITRI의 역할이 한국과 크게 다른 것은 일부 대기업이 아닌 주로 중소기업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과 연구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여기에서 개발된 기술들을 중소기업이 활용토록 하는 것이다. 한국이 연구개발비 예산의 90%를 최종적으로는 재벌들에게 몰아주는 것과는 상반된다. 이런 식으로 ITRI가 보유한 기술특허만 약 1만개가 넘는데 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비슷한 숫자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술특허는 자사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반면 ITRI의 기술특허는 중소기업들에게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대만에서도 대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이들의 매출과 이익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오랫동안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기술력을 키워온 업체들이 대기업으로 성정했고,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도 수평적이어서 동반성장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지금 대만은 노트북, 넷북, 마더보드, 케이블모뎀 등에서 전세계 시장의 90% 가량을 지배하게 됐고, LCD모니터와 LCD TV, LCD패널 등에서도 상당한 시장을 차지하고 한국기업들을 뒤쫓고 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한국은 홈런 치는 거포만 있는 야구단이다. 홈런 타자는 환호를 받지만 다른 선수들은 이 타자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다. 홈런 타자에게는 거액의 연봉과 광고수입이 따라붙지만, 다른 선수들은 박봉에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더구나 홈런타자가 큰 부상을 당하거나 노쇠해지면 그 야구단은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만은 어느 정도 실력 차이는 있지만 타자들이 돌아가며 안타를 치며 득점하는 야구팀이다. 한국의 홈런 타자 한 사람에 집중되는 연봉을 대만 선수들은 골고루 나눠가지며 좋은 팀웍을 유지하며 경기를 치른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대만은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은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가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다. 홈런타자도 필요하지만 홈런타자와 함께 돌아가며 안타를 치며 득점에 기여하는 타자들도 필요하다. 이런 타자들을 길러내기 위해 한국정부는 재벌의 독과점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거래를 엄벌하고, 대만처럼 지속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쉽게 말해 고질적인 갑을관계를 이번 기회에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재벌들에 몰아준 자원들을 이제는 중소기업들에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연구개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에 배분하고,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인적자원개발 예산을 대폭 늘려 중소기업 인력의 질을 높이고, 마케팅 능력 향상 및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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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21. 10:11

 

“여기에 지하 동굴이 있다. 동굴 속에는 죄수가 갇혀 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두 팔과 다리가 묶인 채로 동굴 벽만 보고 산다. 목도 결박당하여 머리를 좌우로도 뒤로도 돌릴 수 가 없다. 죄수의 등 뒤 위쪽에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 죄수는 횃불에 비추인 자신의 그림자만을 보고 산다.



죄수와 횃불 사이에는 무대 높이의 회랑이 동굴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다. 이제 이 회랑 뒤에서 누군가가 인형극 놀이를 한다고 상상하자. 돌이나 나무로 만든 동물 모형, 사람 모형을 담장 위로 들고 지나가는 것이다. 죄수는 횃불에 의해 투영되는 모형의 그림자만을 볼 뿐, 실재의 모형을 본적이 없지. 인형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대사를 읽을 경우, 죄수는 모형의 그림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인식할 거야.




이제 죄수의 몸을 묶고 있는 사슬을 풀어주자. 모형을 죄수에게 보여주자. 당신이 보아온 동굴 벽의 이미지는 모형의 그림자였음을 설명해 주자. 죄수는 악을 쓸 것이다. 평생 그림자만 보아온 죄수는 그림자를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고집할 게야.”



(플라톤의 ‘국가(Politeia)’중에서)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장치는 ‘희생양 만들기’다. 반면 피지배세력은 현재 자신이 겪는 고통이 ‘극소수 지배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희생양 만들기와 음모론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현실의 문제를 단순화해 실체적 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벽에 투영된 인형극 놀이일 뿐이다. 동굴 벽에 투영된 그림자는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은 동굴 밖 찬란한 태양 아래 놓여 있다.



매트릭스(Matrix). 이 영화에서 매트릭스는 기계에 의해 가상 현실을 진짜 현실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 체계를 뜻한다. 한국 사회경제에도 분명히 매트릭스와 같은 현실이 있다. 그것은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이건회 회장 등이 무죄판결을 받은 현실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광고를 주는 건설업체를 위한 기사를 쏟아내는 한국 신문들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워낙 복잡하고, 그것을 떠받치는 세력 또한 워낙 강고하므로 일반인들이 매트릭스를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설사 매트릭스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과 매트릭스가 어떤 식으로 구성돼 당신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매트릭스를 빠져 나와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과 SNS의 발달을 통한 집단지성의 발현은 많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매트릭스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것은 한국의 정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기득권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생산하는 정부부터 많은 경우 정보를 통제하거나 왜곡한다또 정부 정책이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 재벌계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나 ‘상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정보 유통 구조 또한 많이 일그러져 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많은 사안에서 상당수 기득권 신문들은 자사의 기득권과 광고주, 그리고 그들 신문이 대변하는 기득권 세력을 위해 진실을 호도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모자라 이명박 정부는 방송을 장악했고, ‘조중동방송’이라고 불리는 종편방송도 허용했다.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언론들이 정부의 거짓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일본 국민들이 제대로 경제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카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대본영의 발표만 전달했던 상황에 비유하며 버블 붕괴라는 ‘제2의 패전’ 뒤에 가려진 진실을 국민들이 보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금 한국 언론의 상황은 당시 일본 언론의 상황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일부 기득권 언론을 비판하는 매체들이 있지만, 충분한 깊이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런 언론들조차 ‘진보진영’ ‘개혁진영’으로 스스로를 표방하며 기득권세력을 은연중에 ‘보수세력’으로 미화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언론 또한 낡은 이념의 틀로 사람들의 정확한 인식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그들 언론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서는 비교적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경제 문제 등의 보도는 깊이와 전문성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



다행히 쌍방향 정보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이 같은 정보 유통과정의 왜곡을 어느 정도 중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일정 부분 그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미디어가 만들어낸 왜곡된 컨텐츠를 대량 유포하는 통로가 되는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또한 인터넷이나 SNS 또한 정파적, 진영적 논리에 함몰된 글들이 넘쳐나 합리적 이성에 근거한 공론의 장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정보를 소비하는 수용자의 태도도 매우 왜곡돼 있다. 왜곡된 정보 생산과 유통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거기에 많은 이들이 길들여진 탓이다. 예를 들어, 현 정부를 비판하면 그 논리를 따지기 전에 정치적 또는 이념적 색깔부터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여야 안에서도 다시 친노, 반노, 안빠 등으로 딱지를 붙여 서로의 생각과 주장을 왜곡하고 공격하는 성향이 크게 강해졌다. 경제적 문제에서도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 그 논리적 근거를 보기보다 ‘집이 없으니 배 아파서 그러느냐’는 인신공격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 같은 정보 환경에서 일반인들이 중요한 사회경제적 사안들에 대해 제대로 현실을 인식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아 생기는 폐해는 매우 크다. 소비자나 투자자로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으면 공급자인 기업과 그 기업의 내부자들에게 판판이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사기와 선동이 난무하는 것도, 수많은 하우스푸어가 양산된 것도 그 때문이다. 시민으로서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할 수도 없다. 그 같은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었다. 또한 전적으로 그 이유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으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언론지향을 문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필자는 기자나 연구자, 저자로서의 경험 등을 통해 올바른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 잘 알기에 한국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알리는 작업을 필생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필자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또 필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최대한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로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업을 좀 더 큰 틀에서 하기 위해 선대인경제연구소를 만들었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연구소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1. 재벌과 정부정치권 눈치 보지 않고 정직한 목소리 낼 수 있는 연구기관을 만든다.

2. 연구소를 모태로 일반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미디어를 만든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완전한 형태로 달성하는데 당초에는 7년 정도의 목표시한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시기를 좀 앞당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앞당겨야 하겠다는 절박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여러 이유로 국내에 아직 없는 정보 DB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DB, 전국 곳곳의 예산 낭비사례를 감시하고 축적하는 DB,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동산 실거래가 DB, 각종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사업과 예산, 투자, 조직, 임원 등의 정보 DB, 그리고 재벌 대기업의 지분 및 내부거래, 회계정보 및 사업정보 등을 담은 DB 등을 구축할 생각이다. 이 DB들을 바탕으로 광범위하면서도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또 국민들의 알권리를 확장하고 올바른 정치, 경제적 의사결정을 돕도록 노력하고 싶다.



이와 함께 한국경제를 좀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들 수 있는 정책대안을 개발하고, 정책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인력들을 키워내고 싶다. 외환위기 이후 여야가 번갈아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데는 올바른 인식과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선대인경제연구소를 통해 정책 대안의 개발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래서 최소 20~30명 이상의 전문인력들이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연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일들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실현할 생각이다. 그것이 필자가 이 사회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여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의 성원과 채찍질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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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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