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12년말 기준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상의 개인(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부채 규모가 발표됐다. 개인금융부채는 총규모가 1158.8조원으로 2011년말 기준 1105.9조원보다 약 13조원 가량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개인 금융부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부문 대출금은 같은 기간 1039.2조원에서 1089.8조원으로 약 50.6조원 가량 늘어나 또 다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그림>에서 보다시피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은 163.8%까지 올라갔다. 그나마 2012년 경기 침체 양상이 확연해지며 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 개인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덕으로 2011162.9%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하지만 통계 발표 전까지 이 비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던 한국은행의 전망은 여지 없이 빗나갔다. 또한 2004년 이 비율이 122.1%였던 것에 비하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같은 비율이 글로벌 경제위기 전인 2007131%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105% 수준으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정반대로 역주행을 한 것이다. 대다수 국가가 경제위기를 맞아 공공부채는 늘리더라도 가계부채는 다이어트를 유도했는데, 한국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심산으로 가계부채를 계속 늘리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이명박정부 이후 박근혜정부의 4.1부동산종합대책까지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은 단기 부양책 일색이었다. 심지어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나 자산가들의 다주택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사실상 투기 조장책도 적지 않았다. 수조원의 세금이나 공기업 자금을 동원해 건설업체 미분양 물량을 사들였다. 각종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넘쳐났다. 아직도 전국적으로 40%, 수도권 기준 45%에 가까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가계 소득이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주택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로지 집값 떠받치기에 목을 맨 정책 기조였다.

 

이럴 때마다 정부나 기득권 언론들은 연착륙을 부르짖었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면 한국경제가 위험하다면서 말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힘들다는 협박(?)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정부의 미봉책 또는 미루기 대책은 사실 경착륙 조장책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29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지금처럼 계속 연장하면 분기별 대출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돼 있다. 이런 판에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문제는 한국경제 최대의 난제인 가계부채 폭탄이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필자가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 주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분석해보니 이명박정부 이후 가계부채 문제가 정말 심각해졌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개인 금융부채와 달리 가계부문에 대한 대출 및 신용판매액 합계를 뜻하는 가계신용 통계 기준임) 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만 292조원 증가했다. 이명박정부 초반인 2008년 말부터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더 짧은 시간에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정부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정상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살 수 없는, 소득 여력이 적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도록 부추긴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은 줄었어도 주택 거래당 부채 크기는 더 커졌다. 이 같은 기조는 박근혜정부의 4.1부동산대책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둘째, 고환율-저금리에 따른 고물가와 재벌편중 경제 심화로 가계 소득이 늘지 않아 가계들이 빚을 내 생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때 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고 가계소득이 꾸준히 성장했으나 이명박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8% 수준으로 낮아졌다. 더구나 실질 가계소득은 대기업 편중 성장과 고물가부담 때문에 거의 정체됐다. 그 결과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누적 경제성장률은 12%를 넘지만 가계가처분소득 성장률은 7.5%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2012년 말 기준으로 959조원을 넘어섰으니 일반 가계가 느끼는 부채 부담은 훨씬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2008년 이후 가계부채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더욱 악화됐다. 첫째, 다른 나라가 부동산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줄일 때 오히려 한국은 가계부채를 막대하게 늘렸다. 둘째, 보험사, 대부업체, 신용카드 할부까지 대출금리가 높은 악성 부채가 늘어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됐다. 셋째, 부산, 대전 등 지방 부동산까지 가격이 부풀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부채까지 크게 늘리고 악화시켰다.

 

만약 가계부채가 지금 속도로 증가한다면 5년 후인 2016년에 가계부채(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 기준) 총액은 2012년말 959조원에서 1377조원으로 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 163.8% 수준인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80% 수준에 육박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 가계가 버는 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9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다는 뜻인데, 그 정도 부채 비율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지 않고 폭탄 돌리기모드로 간다면 한국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재앙을 맞게 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5년 내내 폭탄 돌리기모드를 지속하더니 이어받은 박근혜정부도 설거지를 하기는커녕 다시 5년 동안 폭탄 돌리기를 지속할 모양새다. 4.1부동산대책이 명확히 그런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전세금 규모는 최소 6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는 집 주인이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따라서 전세금의 절반인 300조원을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959조원 수준에서 1259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주택대출액은 404조원 수준이지만 전세금의 절반만 포함해도 바로 704조원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처럼 이미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 상황인데도 정부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 30대 등 젊은 세대 중심의 무주택세대와 자산 가진 노후세대까지 빚 내서 집을 사라며 세금을 줄여주고 DTI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다. 이 정도면 부동산 떠받치기와 가계부채 폭탄 돌리기에만 혈안이 돼 정신이 나간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지금 시중은행은 재무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 단계적으로 분할해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면 시스템 차원의 금융위기는 피해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이명박정부가 그랬듯 박근혜정부에서도 폭탄 돌리기 모드로 간다면 2~3년 안에 정말로 피하기 어려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설거지를 해야 한국경제에 그나마 희망이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출판문화진흥원에서 선정하는 '5월의 좋은 책'으로 뽑혔습니다. 많은 분들 성원 덕분으로 생각합니다. 성원에 감사드리기 위해 <경제질문>을 구매하신 뒤 저희 연구소 웹마스터 메일 (webmaster@sdinomics.com) 로 구매 사실을 알려 주시면 전작인 <프리라이더>PDF판을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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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4. 26. 12:03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남녀와 세대 구분이 없다. 가히 ‘만성불안증후군’이라고 부를 만하다. 특히 1997IMF 외환위기 이후 이 같은 현상은 매우 가속화됐다. 외환위기 여파로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무너졌고, 상시적인 정리해고가 일상화됐다. 기업의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1980년대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조금씩 도입됐던 일본식 종신고용제는 정착되기도 전에 무너졌다. 그렇다고 소수 상위 재벌들의 독식구조가 고착되면서 미국처럼 활발한 창업 및 산업생태계가 형성되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뿌리부터 흔들리니 삶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유럽식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있어 고용불안에 따른 생활수준 악화를 막아주거나 시장소득의 부족을 메워준 것도 아니었다. 김대중,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가 큰 틀에서 조금씩 확충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OECD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OECD국가 34개국 가운데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두 번 째로 낮은 현실에서 잘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 한층 증폭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4~5%대라도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008년 이후에는 2%대를 기록하는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나마 성장의 과실도 대부분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편중되고 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의 누적 경제성장률이 13.4%를 넘는데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은 7.8%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는 만성 위기구조를 갖고 있다.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정부채무와 공기업부채를 합한 공공부채도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400조원 이상 더 늘어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불안감을 극적으로 고조시키는 것이 한국의 매우 빠른 정년퇴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50대 초반에 퇴직한다. 물론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은퇴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을 선호하고 퇴직한 뒤 재취업도 어렵기에 현실에서는 사실상 은퇴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퇴직 직전까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게 다반사여서 퇴직 이후에 대한 준비를 할 기간도 많지 않아 막막하기도 하다. 사실 대부분 국내 기업에서 정년을 55~57세 정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직급별 정년이 있어서 때에 맞춰 다음 직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40대 중후반에도 퇴직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론에서 거의 보도하지 않지만 삼성 등 재벌 대기업들의 대규모 승진인사 뒤에는 승진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대량 해고가 함께 일어난다.

 

한국의 공무원들 정년 연령은 60세로 돼 있지만 민간 부문은 이보다 훨씬 빠르다.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민간 부문의 정년은 평균 53~54세 정도다. 그런데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의 정년은 60세나 65세가 대부분이다. 이스라엘과 아이슬란드의 정년은 67세이고, 영국, 독일, 일본, 스페인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65세이며 조금 낮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60세 전후이다. OECD 평균 정년은 남성63.1, 여성 60세다. 한국의 민간 부문 실제 정년에 비해 최소 6~9년 이상 늦은 것이다. 이에 따라 그나마도 고령화와 수명 연장, 은퇴자들에 대한 연금 지출 증가 추세에 따라 이들 나라들은 정년을 단계적으로 2~5년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통 정년 연장과 함께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프랑스 등에서는 정년 연장을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한국에서는 상당히 낯선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영국은 아예 정년을 폐지하려 하고 일본은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빠른 정년 연령은 정년 이후 노후기간의 장기화로 이어진다. 각국 인구의 기대수명에서 정년 연령을 뺀 퇴직 후 노후기간은 한국 남성과 여성이 각각 26.2세와 31.2세로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길다. OECD 평균은 남녀 각각 17.3세와 23.3세로 나타나는데 이에 비해 8.9세와 7.9세나 긴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한국의 경우 정년 퇴직 이후 뚜렷한 소득 없이 더 오랫동안 노후를 보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림1> OECD국가들의 정년 및 노후기간, 노동중단 시점 현황

) OECD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한국 사람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바로 일자리 불안과 소득 단절이나 감소에 대한 공포다. 한국은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OECD국가들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반면 비정규직과 자영업은 OECD 평균의 두 배씩이나 된다. 그만큼 안정적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그 안정적 정규 직장의 일자리조차도 정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6~9년 이상 빠르다. 물론 정년이 빠르기 때문에 정규직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고령 비정규직과 자영업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악순환 구조인 셈이다. 정년이 빠르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무엇보다 전 생애에 걸쳐서 돈을 버는 기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아진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대학을 못 나오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 진학이 필수 코스처럼 돼 있다. 남성의 경우 2년 전후의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대졸 신입사원들 일자리가 줄어 젊은이들의 취직이 늦어지고 있다. 취업 재수는 필수, 취업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보다 첫 직장생활이 4~5년 정도 늦은데다 정년은6~9년 이상 빠른 것이다. 당연히 정규 직장에서 취직하는 기간은 25~30년 정도로 선진국의 40년 전후보다 훨씬 짧다. 그만큼 노후를 대비할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노후를 대비할 충분한 소득을 벌기 어려운 데다 사회복지 및 연금 혜택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한국의 노후 세대는 퇴직 이후 상대적으로 저소득 일자리일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 등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더 고령 시기까지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실제 노동 중단 시기는 남성 70.3, 여성 69.8세로 실제 정년보다 약 16년이나 더 길다. OECD국가들의 평균 노동 중단 시기가 남녀 각각 63.9세와 62.4세로 정년 연령과 거의 차이 나지 않는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대부분 OECD국가들은 정년이 되면 일을 그만 두고 은퇴한 뒤 그 동안 벌어놓은 소득과 연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반면 한국은 그 같은 소득과 연금이 부족해 정년 이후에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이 41%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가 넘는 기현상을 보이지만 이들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면서 과로 노동을 하고 있다. 편히 노후를 보내기는커녕 부족한 노후 소득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해 소득과 조건을 따지지 않고 취업해 저소득 과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도 부족한 소득을 채우지 못해 OECD국가들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두 번째로 높은 상태다.

 

특히 한국의 노후세대는 정년 이후에도 국민연금을 타기까지는 65세까지 약 1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고 이마저도 향후 계속 뒤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퇴직연금은 보통 55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이는 과거의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일 뿐이어서 충분한 생활 보장이 되지는 않는다. 만약 정규직장에서 퇴직한 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퇴직연금에 의존한 채 10년 이상을 변변한 소득 없이 생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50대 초반이야말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다. 이미 대학생이거나 출가를 앞둔 자녀들을 두고 있고, 아직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일자리와 소득이 뚝 끊겨 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날벼락 같은 현실인가. 아직도 얼마든지 더 일할 수 있는 기력과 능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대규모로 퇴직해야 하는 50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불안감이 2012년 대선에서 폭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직장에서 젊은 30,40대에게 밀려났다는 서러운 감정 때문에 30~40대의 지지를 받는 후보의 반대쪽 후보로 지지가 쏠린 측면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민간 기업의 정년을 최소 60세 이상으로 늘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삶을 안정화할 수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정년 60세 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어제 여야 합의로 2016년부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너무 더딘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정년 연장을 법제화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정규직의 정년을 확대할 경우 현 상태라면 비정규직의 지위는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을 확고히 하는 등 비정규직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조치들을 병행돼야 한다. 또한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 상태에서 정년을 늘릴 경우 청년 세대의 일자리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 활발한 산업생태계가 생겨나 안정적 일자리들이 늘어나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기업의 정년 연장을 유도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거나 고령 노동자의 재교육 지원이나 고용 유지 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들 부담을 일정하게 덜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들이 고령 직원들에 맞는 유연한 근무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체력과 가용 시간에 맞게 근무 시간과 장소, 임금액 등을 융통성 있게 조절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근무 시간과 임금액 등을 조금씩 줄여가는 단계적 퇴직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갑자기 단절되는 충격을 줄이면서 정년을 연장해 갈 수 있다. 대신 단계적 퇴직 단계의 최종 임금액이 연금 수령 시 불리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연금 제도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가 국내 최고 강사진으로 구성된 경제특강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이름하여 선대인경제연구소와 함께하는 [경제마스터 클래스] 제1탄. 유종일, 우석훈, 곽수종, 이유영, 제윤경, 그리고 선대인. 여섯 분의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현실경제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키우십시오.

by 선대인 2013. 4. 23. 10:00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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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4. 22. 11:42

어젯밤 방영된 KBS 추적60분을 뒤늦게 보았다. 선분양제가 토건족의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이 내놓을 부동산 정책은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아니라 선분양제와 같은 이런 시대착오적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우선, 추적60분의 앞부분을 보면 정말 코미디 같은 장면 나온다. 설계 시방서에 비해 절반으로 철근 시공한 대우건설, 구조상 전혀 문제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면 설계는 폼으로 하나? 한 술 더 떠 그걸 제대로 감리하지 않은 감리업체는 대우건설이 잘 할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시공업체가 제대로 잘 하는지 감시하라고 감리제도를 둔 것인데, 시공업체가 잘 할 거라고 믿었다면 감리는 왜 하나? 한국의 건설업체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건축물이 부실하게 지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사기에 가까운 분양광고를 하고, 각종 하자와 부실 투성이인 건물을 지어대고도 나 몰라라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바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선분양제 때문이다. 인천 청라신도시나 영종하늘신도시처럼 공공기관이나 건설업체가 약속한 온갖 기반시설 들어서지 않은 채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있다고 생각해 보라. 후분양제 상태라면 그런 곳에 엄청나게 비싼 돈을 누가 들어갔겠는가.

한국 주택시장은 공급자인 건설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인데 그 가운데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가장 취약하게 만드는 제도가 선분양제다. 몇 천만 원 하는 자동차도 실제 차를 시승해보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수억 짜리 집을 사면서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선분양제는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품을 보지도 않고 사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선분양제는 민간건설자본이 취약하고 주택 공급은 늘 부족하던 시절에는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하게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물량이 남아돌고 건설업체들도 과포화 상태인 지금까지 선분양제를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이와 짝을 이룬 3~5년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한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들을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친시장정책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언론들에 의해 시장주의자라고 불리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시대착오적 제도를 개혁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들은 토건족에 유리한 방식으로만 시장을 갖다 붙이는 기득권만능주의자일 뿐이다.

국토교통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추적60분이 보여줬듯이 인천시와 같은 지자체, 경제자유구역청, 공기업이라는 LH공사 등을 보면 이들은 대다수 가계들 편이 아니라 철저히 건설업체들 편에 서 있다. 무책임한 장밋빛 개발계획을 내놓고, 건설업체들의 사기성 분양광고를 방조하고, 시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을 지는 주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렇게 수많은 입주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제도적 개선에 나서거나 책임 있는 답변에 나서는 이들 하나 없다. 오히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건설업체들이 적당히 무마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십 년 동안 공급자인 건설업계와 유착에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행정이나 사업을 추진해온 관행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분양제는 한국 토건족들이 만든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주택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는 등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외환위기 이후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4.1부동산대책과 같은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숱한 위기와 폐해를 겪고서도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에 집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은커녕 문제를 일으킨 건설업체와 금융권 등에 대한 선심성 부양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계속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일반가계들만 고생하고, 건전한 경제구조의 토대가 허물어질 뿐 경제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체와 금융권을 배불려온 시대착오적 선분양제 같은 제도 들을 정비해야 할 때다.

하지만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지금의 비정상적인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일념으로 점철된 4.1부동산대책을 내놓은 현 정부여당에 그런 기대를 해봐야 부질없다. 그렇다면 야당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20대의 절반 이상이 월세에 사는 등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30대 이하의 대다수가 세입자 상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지층을 위해 임대차보호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든지, 깡통전세의 세입자의 법적 대항력을 키운다든지,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방안을 내놓는다든지, 시대착오적인 선분양제와 3~5년 거치식 대출구조를 개혁한다든지 하는 차별화되는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4.1부동산대책의 적용 대상을 늘리는 등 아무리 많이 잡아도 수혜자가 상위 5~10% 정도에 불과한 부동산부자들을 위해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대책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고도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꿈 깨시라.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8. 14:10

 

주말에 저 아는 분이 다음 아고라 댓글에 소장님 보고 책장사아니냐고 하는 사람 있던데, 기분 안 나쁘세요?” 그러더군요.

하하, 기분이 왜 나쁩니까? 책장사 보고 책장사라고 한 건데^^”

제 솔직한 대답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책을 쓰는 저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 생각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고 그런 점에서 제 책이 많이 팔리기를 원하고 선전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저는 많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상담을 해서 돈 번 적도 없고, 재벌대기업들에게 듣기 좋은 소리 지어내 고액의 기업강연 다닌 적도 없습니다. 주로 일반시민들이나 학생들 대상 강연을 다녔습니다. <나꼽살>이나 <선대인의 이것이 경제다> 벙커원특강처럼 열심히 제 시간과 에너지를 썼습니다. 그게 제 책의 독자들이 보내주신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기에 그렇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책을 사주시고, 연구소 회원으로 가입해 주시기에 제가 그 정성을 든든한 배경으로 해서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제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데 팔려갔다면 지금과 같은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요? 제가 재벌계 연구소에 있었다면 일반가계들을 위해 이해관계에 오염되지 않은 정보를 생산하고 발신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까지 제가 책을 쓴 주된 이유는 부동산거품 경고와 나라살림살이 개혁,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들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연구소에서 낸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도 정부의 언론장악과 기득권 미디어의 편향, 왜곡보도에 맞서 일반인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경제현실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세대 구분 없이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세대간 이해와 소통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책을 쓰고 책이 나오면 열심히 책 선전도 할 겁니다. 대신 제 책 사주시는 많은 분들의 정성과 성원 잊지 않고 더 깊이 있는 분석, 더 정직한 목소리로 보답하겠습니다. 늘 저와 저희 연구소를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미국의 저명한 독립 저널리스트 I.F. 스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5. 09:26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에게 필요해서이거나 아니면 투자(또는 투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후자의 이유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며 끝났다. 대세하락기에는 후자의 이유로 부동산을 살 이유와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시대다.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물건들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빚내서 집사면 큰 코 다친다: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지만, 그래도 아직 빚내서 집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거품기의 저금리시대와는 다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 정책당국이 억지로 눌러 놓은 저금리다. 하지만 향후 경제위기 전개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와는 별개로 시장 금리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길게 보면 한국경제가 장기침체를 겪는 동안에는 상당기간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다달이 수십만~수백만 원씩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사두면 파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가 아니라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해 큰 낭패 볼 수 있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큰 비용이 발생한다: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살이의 불편함만 강조되고 주택 보유와 거래 등에 따른 비용은 무시됐다. 비용이 발생해도 그보다 더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 닿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정부 때는 역주행했지만, 향후 한국의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는데 세원은 부족해 어떤 식으로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투기적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지고 불편한 아파트에 들어가 산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투기적 욕심이 충족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오히려 그 같은 집을 자비로 수리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집은 소유해서 시세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한국 언론의 잘못된 왜곡보도로 여전히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집값은 길게 보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오산이다.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일정하게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5~10년 정도의 소득을 미리 당겨와 부동산을 사버린 상태다. 더구나 향후 인구 감소 시기와 맞물리는 대세하락기에는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집을 사려는 많은 이들이 2006년 말 또는 2008년 중반의 꼭짓점 가격을 심리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때 못 샀던 사람들이 그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조바심 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수도권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까지 내려온 정도밖에 안 된다. 장시간에 걸쳐 앞으로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추가로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착시효과 때문에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십수 년에 걸쳐서 집값이 몇 분의 1로 떨어진 지역이 수두룩하다. 정말 실수요인 경우에도 집값은 충분히 흥정한 다음 사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집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샀던 과거의 가격이나 고점 때 가격을 자기 집 가격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미 5억 원 이상에서는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인데, 자신이 7억 원에 집을 샀으니 내 집값은 7억 원이라고 우기는 경우다. 그 집에서 계속 산다면 문제가 없지만 집을 처분하려 할 때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 더구나 부동산정보업체 등에서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담긴 매도호가에 근접한 시세를 게시한다. 그래서 더더욱 집주인들의 착각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정말 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말라: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다. 사실은 투기 열풍이 불어 오른 것이지만 조그만 개발호재나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계를 갖다 대도 올랐다. 그래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 하락기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데도 필수적이다.

10. 언론의 거짓보도에 속지 마라: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은(심지어 정도는 약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의 부동산 관련 기사조차) 일반 가계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건설업체의 입장이나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언제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3. 09:14

 

저출산고령화로 저성장에 시달릴 한국경제에 북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남한의 자본 및 기술력, 경제개발 경험과 북한의 저렴한 숙련 노동 및 광물자원과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대륙으로 뻗어갈 수도 있다. 이런 판에 전임 이명박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물밑 창구 다 끊긴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개성공단마저 문 닫게 생겼다. 남북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여 전쟁억지 역할을 하던 보루마저 닫혔다. 남북 경제통합의 미래도 함께 닫히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 경제가 그렇듯, 북한 문제도 이명박정부에서 저질러진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야 단기간에 쉽지 않고, 박근혜정부가 그럴 능력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대북문제는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에 일정한 변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 동안 국방부의 강성발언만 나올 뿐 박근혜대통령의 존재감이 크게 안 보였다. 다행히도 뒤늦게나마 박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남북간 대치상황이 하루빨리 해소돼 남북간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다시 증진되기를 기원한다.

다만, 필자는 북한문제 전문가는 아니기에 그와 관련한 논의는 생략하고 이 글에서는 우리가 위기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쉽게 잊어버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북한의 대남 위협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이다.

전임 이명박정부나 다수의 기득권언론들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거론하며 북한이 한국경제에 위협 요인인 것처럼 다뤄왔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한국경제에 가진 기회의 측면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물론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착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붕괴한다든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한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제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 기회 요인을 따져보기 전에 통일비용에 대한 논란을 잠시 살펴보자. 통일비용은 연구자나 연구기관에 따라 최소 500억 달러에서 최대 5조 달러까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환율로 약 55조원에서 5500조원까지 100배 가량의 편차를 보인다니 과연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사실 통일비용은 통일비용을 어떻게 정의하고, 추정 방법을 어떻게 달리하느냐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정세현의 정세토크>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통일비용 논쟁에서 간과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남북간의 군사적, 외교적 긴장관계와 이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을 일컫는 분단비용은 통일이 되면 사라지게 되므로 통일비용에서 분단비용을 빼서 계산하는 게 옳다는 점이다. 둘째는 통일비용만 고려할 뿐 통일에 따른 편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균형 잡힌 계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은 통일비용 논쟁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통일이 한국에 위협요인 또는 부담요인으로만 인식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는 남북관계가 20~30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질서정연한 통일로 이어질 경우 비용보다는 편익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활짝 여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지는 한국경제에 가지는 잠재적 기회 요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과 토지 비용이다. 북한 개성공단의 사례를 들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60달러, 공장부지는 평당 15만 원 정도다. 특히 북한의 노동자는 남한의 관리자와 언어 소통이 자유롭고 숙련도가 높은데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보다 인건비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남한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인력이다. 특히 남북 경제가 통합된다면, 저렴한 인건비 등을 노리고 동남아시아 등지에 투자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북한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그 같은 수출기업들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 수준을 끌어올려 통일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남한과 북한의 비교 우위에 따라 남한의 첨단기술 집약형 경제와 북한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남북이 서서히 경제협력 단계를 거쳐 경제공동체 단계에 이르면 현재로도 7500만 명 가까운 내수 시장을 가지게 된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도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면 이들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할도 하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경제계획을 통해 고속 성장했던 남한의 경험을 살려 북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낼 경우 북한 주민의 구매력도 빠르게 신장될 수 있다. 그 경우 상당히 큰 규모의 내수시장이 형성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통합된 한반도 경제는 장기적으로 세계 7~8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좀 더 단순하게 보더라도 북한과의 경제적 통합은 향후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요인인 저출산 고령화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11년 현재 남한 인구4875만여 명의 중간연령(median age)38.4세다. 북한 인구 2445만여 명의 중간 연령은 32.9세다. 이 두 인구가 합쳐지면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중간 연령이 36.6세 정도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식으로 2011년 기준 남한의 합계 출산율 1.23명이 경제공동체가 되면 1.49명으로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경제 통합만으로도 저출산 고령화가 상당히 완화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통합된 인구가 건실한 노동력과 소비자로서 성장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과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점진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때 통일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내수 위축 효과 등을 상당히 상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통합에 따라 북한에 상당한 개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 SOC 사업과 설비투자가 다시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개발사업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사실상 일감이 크게 줄어든 국내 건설업체 등에 상당한 사업 기회들이 열릴 수 있다.

북한에 매장돼 있는 풍부한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남한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40여 종을 포함, 매장돼 있는 지하자원의 종류만 220여 종에 이른다. 특히 항공기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값비싼 희귀금속인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무려 60억 톤에 이르러 중국과 매장량 1,2위를 다투고 있다. 더구나 이들 북한의 지하자원은 대부분 남한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아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실시하는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중국에 헐값에 막대한 북한 광산 개발권과 채굴권을 넘기고 있는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물론 이밖에도 북한과 통일될 경우 유라시아 대륙과 육로로 이어지면서 명실상부한 대륙국가가 됨으로 해서 얻게 되는 직간접 파급효과 또한 매우 커질 수 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북한은 한국경제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요인이다. 다만 대북정책 및 향후 통일과정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북한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비용과 편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통일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그 편익, 또는 기회요인은 극대화하는 전략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 같은 전략은 몇 가지 점을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통일 과정에 따르는 비용과 혜택을 시기적으로 잘 매치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어, 북한 체제가 갑자기 붕괴한다든가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반면 통일에 따른 편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혼란으로 남한 경제마저 큰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협력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한 점진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자연스럽게 남북한 경제의 시너지 효과도 높이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편익은 점점 키워갈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세력균형을 도모하며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중국이 동북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는 시기에 기존 한미동맹만을 강조하는 외교 전략을 취해왔다. 군사안보적으로 미국에만 의존한 상태에서 지역내 세력균형의 변화가 생길 경우 한국의 입지만 매우 난처해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이 향후 동북아시아의 지역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은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할 때 지금과 같은 상태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안보 또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남한이 북한에 강경일변도로 일관할 경우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마저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 양국과 전략적 등거리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북한과 점진적 경제적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2. 09:44

 

4.1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기득권 언론들은 부동산 가격이 곧 오를 것처럼 봄바람 살랑’ ‘시장 온기’ ‘훈풍등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 기사들의 구체적 내용을 읽어보면 대부분 매수세는 없는데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만 늘어나는 식이다. 일부 언론 표현대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약발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금방이라도 집값이 호들갑처럼 떠들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자 다시 면피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면적, 가격 기준 등을 허술한 대책에 한숨식의 제목을 단 보도를 내놓고, 국회 입법이 안 따라줄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핑계도 댄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이런 엉터리 선동보도를 하고 있으니 누가 한국 신문들을 신뢰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 신문들이 금방 선동보도를 멈출 기색도 없다. 아마 한동안은 집값이 오를 것처럼 계속 선동하는 보도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왜곡 엉터리보도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수많은 가계들도 결국 이들 언론들의 잘못된 선동보도에 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09년 인천 청라와 영종신도시 등에서 상당한 분양열기가 생긴 것도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이들 신문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한 측면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 당시 필자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많은 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기에 편승했고 결국 그들 중 상당수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상당수 언론들은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온갖 선동보도를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일반인들은 이런 신문들의 선동보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부동산 투기 선동 기사에 낚이지않기 위한 10계명을 정리해보았다.

1. 기사에 나온 현장과 그 주변 상황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라. 특히 집을 살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기사에서 나온 현장 상황 전반을 충분히 파악해서 비교해보라. 기자가 현장을 충실하게 돌아보지 않고 중개업소 한두 군데에 전화하거나 부동산업계 등의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그대로 옮기는 기사가 많다. 따라서 정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라면 현장에 가서 정말 거래가 많은지, 거래가격이 호가인지 실제 거래가격인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부동산중개업소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민이나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현지 분위기를 물어보는 게 좋다.

2. 해당 기자가 그 동안 쓴 기사 이력을 검색해보라. 기사를 다년간 쓴 기자라면 그 동안 어떤 기사를 썼는지, 그 기사가 신뢰할 만한 기사였는지 찾아보라. 계속 건설업계를 대변하고,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인용한 기자들의 기사는 경계하라. 드물지만, 신뢰할만하거나 최소한 균형감 있는 기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신문사 안에서도 기자 성향에 따라 보도 태도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

3. 신문사뿐만 아니라 기사에서 전문가로 인용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각종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또는 부동산 포털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산하이고, 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이 각각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부설 연구원이라는 것을 한국 언론은 대부분 밝히지 않는다. 이들은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주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삼성, LG, 현대경제연구원 등 재벌계 연구소도 당연히 재벌 오너그룹과 주요 계열사이자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의 이해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업체로부터 용역을 받거나 각종 공공공사 입찰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므로 로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서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할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라.

4.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지 않는지 의심하라. 예를 들어 부동산정보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는 여론조사 결과 각론은 다르게 나왔는데 제목을 그럴 듯하게 뽑아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

5. 확정된 결과인지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의 부풀리기 주장인지 구분하라.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을 구분하라. 신문 기사들의 상당수는 거래는 따라주지 않는데도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린 것을 두가 집값 일주일새 3000만원 온랐다는 식의 제목을 뽑는다. 아무리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도 거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청약은 고사하고 분양업체에 문의 전화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금방이라도 거래가 확 늘 것처럼 전하는 기사들이 많다. 또는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이 는 것을 두고도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를 것처럼 주장하는 기사들도 많다.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든 불안감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현 상황을 궁금해하거나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려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높은 집값을 끌어올릴 정도의 수요세력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확정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기사에 주의하라.

6. 마지막 문장을 조심하라. 사실 기사라고 하더라도 기자가 교묘하게 자신의 결론에 동의하도록 기사를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집값이 오르고 내릴 것인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각각 소개하는 기사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기자는 A, B 두 사람의 견해를 다 소개하는 듯하지만 최종적으로 B의 코멘트로 마무리하면 많은 이들은 B의 견해를 결론으로 생각하게 된다.

7. 제목과 기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현재 한국 신문의 편집체제상 신문 기사의 편집제목은 취재 기자가 아닌 편집 기자들이 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자는 나름대로 균형 있게 기사를 썼는데 제목은 한 쪽의 주장만 담는 경우도 있다. 또는 기사의 톤은 상당히 유보적인데, 편집 기자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기 위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사와 제목이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런 경우도 있으므로 제목에만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8.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를 경계하라.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나 영종신도시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2,3년 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져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이 극심해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2009년 부산, 대전 등 지방도시들의 주택시장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의 보도가 4.1부동산대책 이후 또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이전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임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 일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지 않는지 조심하라.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자가 쓰고자 하는 이른바 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사례 몇 개를 가지고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기자들은 사례들 가운데서도 자기가 전개하려는 기사의 리드에 맞는 사례들 가운데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도 4.1 대책 이후 일부 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에 대한 가계약이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전반적인 집값 상승 움직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몇몇 사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문제다.

10. 언론에서 쓰는 상투적 용어가 적절한지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10가지 정도로 추려서 부동산 선동보도를 가려읽는 방법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부동산광고 등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측면도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에 편향된 전문가그룹들에 의존하는 기자들의 행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결국 큰그림을 볼 줄도, 전문성도 없는 기자들이 자신들에게 기사거리를 제공해주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공생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을 곧디곧대로 믿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어 이번 4.1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다하는 순간 더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일반 가계들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때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4월 10일)까지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회원 가입후 <경제질문>을 구입하시는 분들께 연구소 할인 쿠폰(5000원권)이나 전작인 '프리라이더' PDF판을 보내드리니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10. 10:06

 

어제 연구소 회원들을 위해 4.1부동산대책의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쓰려고 정부 보도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언론보도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뭔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였다.

 

보도자료 앞부분에 나온 정부의 상황인식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국민은행 가격지수 기준으로 수도권 집값이 겨우 3.5% 가량 떨어졌다고 온갖 호들갑 떠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기득권 언론에서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이는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엉터리 호가 지수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뒤이어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별로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20~30% 하락했음을 뒤이어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죽어도 정부는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그토록 막대한 세제 혜택과 각종 공공기관을 동원하면서까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만약 정부가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상황인식과 대책의 수위가 완전히 엇박자라는 점에서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말 그대로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의 속내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실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자세가 각종 정책 수단과 목표 곳곳에 배어 있다. 먼저 필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그 동안 건설사들이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고 원성이 자자했던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공급을 대폭 줄인 것을 들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적지 않음에도 연 7만호에서 2만호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라면 공공분양 물량을 줄이면 공공임대나 공공전세를 늘리겠다는 얘기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소리도 하지 않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든 그 소중한 택지에 특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자족기능 강화를 통한 수요창출을 추진하겠단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서민들 주거안정을 도모할 생각도 없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주택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민간주택건설회사들에 대해서도 사업계획승인 후 의무 착공기간을 당초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분양률 저하 등 사업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는 주택 청약자들이 피해를 입든 말든 착공연기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민간주택 공급 속도도 최대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따라 오른 집값을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고 얼마 전까지 떠들었던 국토부가 이번에는 주택 공급이 과잉이어서 집값이 떨어지니 주택 공급을 줄여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급 감축 정책은 약과다. 세제나 금융, 청약제도 개선을 통한 수요 창출 정책으로 가면 그 같은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금 이미 부동산시장에서는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려 더 이상 집을 살 사람들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것이 여전히 소득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을 포함한 일부 무주택서민층이다. 또 한쪽은 상대적으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여유자금을 가진 일부 자산가들이다. 사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을 총동원해봐야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 전자는 아직 소득여력이 없어서 DTI, LTV 규제 등을 풀어서 빚을 왕창 내게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 등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주는 특혜를 제공해야 한다. 주택 매입시 5년간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주택수 산정에서도 제외하는 것 등이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을 보면 더 가관이다. 이 대책들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지만 일반가계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어떤 식으로든 급매물 출회를 막아서 집값 하락을 막거나 금융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계에게는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아직 연체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하되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5년째 주택담보대출 가계의 거치기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그래서 약 75%의 가계가 원금을 갚을 생각은커녕 이자만 내고 있는데도 집값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면 매년 원리금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우스푸어들이 빚에 쪼들려 급매물을 내놓거나 그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캠코와 주택금융공사로 하여금 잠재 부실을 떠안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대폭 낮춘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이미 주택연금은 매년 주택가격이 3.3% 가량 상승한다는 장밋빛 전망에 기초해 디자인돼 있어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매우 후한 조건이다. 이미 주택금융공사의 잠재 부실이 최소 수천억 대로 추정될 정도로 현재의 주택연금 설계가 잘못돼 있다. 이런 마당에 하우스푸어의 상당수가 포진해있는 50대까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들 가입자들의 잠재 부실을 주택금융공사가 추가로 떠안아주는 격이다. 이 또한 결국 하우스푸어들이 급매물을 내놓는 것을 공기업을 동원해 막아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결국 부실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전세 수요가 넘쳐나는 판에 정상적 상황에 있는 집주인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자금을 빌려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래서 집주인들에게 소득세 비과세나 양도세 중과폐지, 재산세 및 종부세 감면 등 무리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보통 전세소득은커녕 월세소득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국내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에 반응할 사람들은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렌트푸어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에게 버틸 여력을 주는 대책에 가깝다.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4.1부동산종합대책은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 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주거안정이란 가치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고, 소득여력이 없는 젊은층들을 제물로 삼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일반가계들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급매물 출회를 막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대책들뿐이다. 흔히 말하는 도덕적해이를 넘어 기득권 중심의 특혜를 제도화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처럼 노골적으로 부동산 기득권을 수호하는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바로 집값 추락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즉 겉으로는 별 문제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의 곳곳에는 집값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정부의 대책이 실은 집값 폭락을 더 부추기거나 부동산시장 침체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치로 65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부동산시장의 하락을 3~6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사이에 하우스푸어와 가계부채는 더 늘 것이고, 공기업들의 잠재 부실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정부의 부양책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시장에서 확인하는 순간 그 동안 지연됐던 가격 조정은 더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동산침체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부동산거품에 돈이 묶이다 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침체가 온 것이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만 5년 동안 292조원의 가계부채와 400조원 가까운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그 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동산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높은 부동산가격 때문에 45%에 이르는 무주택서민을 비롯한 대다수 가계들은 자녀 출가와 노후 걱정으로 날밤을 지새고 있다. 대규모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높은 부동산임대료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고비용구조 때문에 한국경제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땅값 집값이 뛰는 동안 사람값은 똥값이 되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와 소득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를 살려야 부동산시장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정반대의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동산거품을 빼고 새로운 경제활로를 모색해야 할 판에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해서도 안 되는 짓까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정말 그 의도가 사악한, 악랄한 대책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아래 조셉 스티글리츠의 글귀에 가장 부합하는 대책인 셈이다.

 

정치시스템이 부유층의 관점에 포획되어 있는 경우, 법률 및 규정은 부유층의 횡포에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약화시킬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켜 부유층의 부를 불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될 여지가 많다.(조셉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에서)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을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링크를 통해 사시면 좀 더 저렴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소 공지사항 참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6. 09:55

 

 

많은 분들 성원으로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예스24 종합 17위까지 올랐네요. 감사합니다. 성원에 보답코자 무려 머리말씩이나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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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 어렵다고 한지도 오래돼 무감각해질 지경까지 왔다. 이런 저런 정부를 겪어봤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했지만 기대감이 높지 않다. 한 때 부동산에, 주식에, 펀드에 열광했지만 그 열광도 가라앉았다. 많은 돈을 들여 뛰어난 스펙을 쌓았지만 졸업해도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다. 쌓아놓고 벌어놓은 게 많지 않은데 50대 초반에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은 막막하다. 일자리도, 복지도 부족한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불안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지만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도 드물다. 대다수 언론들은 거대 광고주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실한 정보를 넘어 광고주의 이해에 오염된 정보가 넘쳐난다. 그들 언론의 정보를 믿고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기획됐다. 형식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직접 답변하는 형식으로 전개했다. 그 동안 각종 강연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받았던 질문들을 기초로 삼았다. 경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꼽사리다> 진행 과정에서 받았던 청취자들의 질문도 반영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하다 보니 일종의 ‘생활경제학’이 됐다. 한국경제 구조에 대한 고담준론보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알고 싶어 하는 경제 현상과 판단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았다. 물론 여기에 실은 내용이 ‘만병통치약’도 ‘절대 진리’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연구소가 현 시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정보와 최선의 조언을 담았다는 점만은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고민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세대간 대결구도가 극명해졌지만, 잘못된 경제구조로 불안하고 힘겨워 한다는 점은 모든 세대가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20~40대든, 50대 이상 노후세대든 서로가 처한 상황과 고민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세대간 공감대 형성에 일조했으면 한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의 트위터 친구(@jumeok_)가 보내준 사진 장면을 자주 떠올렸다. (아래 이미지 참조) 리어카에 한 가득 폐지를 싣고 오르막길을 오르다 지친 한 노인이 고개를 떨구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 머리말을 쓰기 며칠 전 비슷한 실제 상황에 마주쳐 60대 할머니를 대신해 리어카를 끌어보았다. 겨우 100여 미터 떨어진 고물상까지 가는데 땀이 솟았다. 고물상에서 무게를 재보니 리어카 무게를 포함해 360 킬로그램이나 됐다. 그렇게 힘든 노동을 해도 그 노인이 손에 쥐는 돈은 1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 노인 복지 수준은 뒤에서 두 번째인 우리 상황을 이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는 50대 이상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마저 왜 노후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 부모님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우리도,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다. 우리가 경제구조를 바꾸고 나라 살림살이만 제대로 해도 우리 부모님들을 지금보다 더 잘 모실 여유는 얼마든지 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함께 노력하면 우리의 현재도, 노후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책은 선대인경제연구소 출범 이후 연구소 명의로 처음 발간하는 책이다. 지난해 출범하면서 우리 연구소는 재벌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정보, 일반 가계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경제정보를 생산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 같은 취지에 상당히 걸맞은 첫 책이 탄생한 것 같아 흡족하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앞으로도 정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직은 조그만 연구소지만 10년 후 삼성경제연구소를 능가할 연구소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다. 아무쪼록 부족한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 조언과 채찍질을 기대한다.

by 선대인 2013. 4. 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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