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부분 언론은 하우스푸어 구제책이 당연한 듯이 보도하고 있다. 굳이 한다는 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의 개인적 선택을 문제 삼을 뿐이다. 반면 왜 이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졌는지, 하우스푸어를 양산해낸 구조적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대신 집값이 더 떨어지면 하우스푸어가 더 늘어나게 된다며 건설업계 등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주문하는 핑계로 사용하고 있다.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말하기보다 누가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주체들은 엉터리 정책들을 반복해온 정부정치권과 부동산 투기심리를 부추기며 고분양가 폭리를 취한 건설업계, 부동산시장에 펌프질하며 빚을 권해온 금융권,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 부동산 투기 심리를 조장했던 다수의 언론들, 그리고 이들 언론을 통해 건설업계 또는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해온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 그리고 부동산업계 종사자 등 객관적인 부동산 전문가인 양 행세해온 이해관계자들이다.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에 이르고 하우스푸어들이 양산된 것은 바로 이처럼 강고한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족에 휘둘린 노무현정부, 건설족을 위한 이명박정부

 

정부 책임을 생각해 보자. 노무현정부는 정권 초기 10.29대책을 내놓는 등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았다. 그렇게 해 2003년 하반기~2004년까지 부동산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이헌재 재경부 장관-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투톱으로 하는 건설부양책을 쏟아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에서는 한국판 뉴딜이라며 토건 부양책을 밀어붙였다. 이것이 판교 로또와 맞물리면서 2005~2006년 수도권 2차 폭등의 도화선이 됐다. 또한 기업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개발구역 등을 잇따라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인천 송도신도시 등의 사례에서 보듯 부동산 개발만 부추기고 심각한 재정 부담만 남기고 말았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동시다발적인 뉴타운 재개발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질렀다. 이 같은 뉴타운 정책이 먹히는 것 같자 당시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열린우리당까지 합세해 초당적으로 뉴타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노무현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서민 중심의 주거정책을 추진할 의지라도 있었다. 하지만이명박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강부자정권이었다. 2008년 뉴타운돌이들의 사기성 헛공약으로 뉴타운 재개발 집값은 더욱 부풀어올랐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열풍에 가세했다. 2008년 말 경제위기 이후 나온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도 부양책 일변도였다. 그러면서 집값이 떨어질 때마다 DTI규제 해제나 완화 등 단기 미봉책을 내놓아 가계 부채 증가를 조장했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5년 동안 부동산 활황기에도 202조원 가량 늘어난 가계부채가 이명박정부 4 1분기 동안에만 240조원 가량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는 증가일로를 걸었고 멀쩡하던 가계들이 하우스푸어로 대거 전락했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대책 내놓을 때마다 금융위나 국토해양부는 늘 금융업계나 건설협회 관계자들만 만나왔다. 무주택서민들이나 많은 빚을 진 가계 또는 이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나 금융소비자단체들을 만난 적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늘 나온 대책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민원성 대책들이었다 (미분양 매입, 양도세-취득세 완화, DTI완화.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양성화하는 제도,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후분양제 폐지 등). 늘 서민을 팔지만 늘 대책의 수혜자는 건설업계, 금융업계, 부동산 부자들이었다.

 

저축은행 사태 때도 더 이상 영업정지 없다는 식의 시그널 보내 저축은행이 부실해지는 등 믿고 돈을 맡긴 가계들이 피해보게 하는 식이었다. 집값이 조금 떨어질만하면 집값 떠받치는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으며 이를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이라고 표현하는 정부 정책도 누구의 시선에서 시장상황 보는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DTI LTV 규제에 대한 정부 태도의 차이만 봐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보호막인 LTV규제는 상대적으로 일찍 도입했고 큰 틀에서 한 번도 완화한 적이 없으나 대출자인 가계를 약탈적 대출로부터 보호하는 DTI규제는 수시로 풀어가며 부동산 부양책을 위한 제물로 삼았다. 실제로 그 결과 DTI규제를 풀 때마다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증가했고, 하우스푸어는 양산돼 왔다.

 

건설업계/금융권: 고분양가 거품과 부채 펌프질에 피박 쓴 하우스푸어들

 

건설업계는 어땠나. 건설업계는 부동산 호황기 때 선분양제와 분양가 자율화 등 공급자인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들을 이용해 고분양가로 막대한 폭리를 취해왔다. 떳다방과 임직원들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투기를 조장했다. 2008년 이후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서는 자신들이 망하면 한국경제가 망한다며 협박(?)하며 자신들의 무리한 탐욕에 따른 경영 부실 책임을 사회로 전가했다, 그리하여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건 재정부양책과 미분양 물량 매입 등을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음은 물론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미분양 물량을 속이고 회사보유분 특별분양이라는 식의 속임수 분양으로 가계를 하우스푸어 행렬로 들어서도록 유혹했다.

 

금융권은 또 어땠나. 외환위기 이후 메가뱅크론등을 내세우며 매출 및 외형 확대 경쟁으로 신도시 등의 집단대출을 통해 가계들이 무리하게 빚을 떠안게 했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정부의 공적자금 등 온갖 특혜를 받고서도 CD금리 담합으로 주택대출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연체자에게는 가혹한 채권 추심과 재빠른 경매처분을 통해 채권을 회수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당국의 압박 아래 주택대출 거치기간을 계속 연장하며 폭탄 돌리기를 지속했다. 당장 급한 불은 막았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하우스푸어들의 부실 위험성은 더욱 키운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건설업체들의 선분양제와 국내 금융회사들의 3~5년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결합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대표적 제도들이다.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한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분양하고 난 건설업체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이들을 외면하고, 금융회사들은 빚 독촉하기 바쁘다. 최근 잇따른 주택집단대출과 관련한 수분양자와 건설사-금융회사의 집단 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분양자들은 백전백패다. 물론 이들 수분양자들의 과도한 욕심도 문제지만, 이들의 탐욕을 자극해 무리하게 빚을 지게 한 건설업체들과 금융회사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기득권 언론들, 그리고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의 나팔수들

 

정부정치권의 정책이나 건설업계-금융권의 펌프질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조중동이나 대다수 경제지 등 기득권 언론들이다. 이들 언론들은 광고단가가 센 아파트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홍보성 일변도 기사를 쓰고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논리들을 전파해왔다. 상당 부분 가계부채를 동반한 투기적 요인 때문에 집값이 뛰었음에도 늘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뛴다는 식으로 시장수급에 따른 상황인 것처럼 호도해왔다. 이들 언론에서는 건설업계 산하의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을 별다른 설명 없이 객관적 전문 연구기관인 것처럼 포장했다. 또한 이들의 코멘트를 결론으로 인용해 이해관계자들을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둔갑시켰다. 또한 건설업계 등에서 각종 용역을 받거나 후원을 받는 도시공학 전공자나 부동산학과 교수들도 거의 대부분 마찬가지 역할을 수행했다. ‘집값이 오른다고 선동해야 먹고 사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내놓은 선동 레파토리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음은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자금 80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외환위기 직후처럼 V자형으로 반등한다/ 실수요를 나타내는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면 매매가가 오른다/주택 공급이 부족해 2-3년후 집값 폭등한다/시중에 풀린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 유발돼 집값 오른다/인구는 줄어도 가구수는 증가하기 때문에 오른다/ 토지보상급 수십 조원이 풀리면 집값이 오른다/지방선거, 총선 등에서 개발공약들 나오면 집값 오른다 등등의 주장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들이었는가. 이렇게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주장들을 수도 없이 되풀이한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들은 반성해야 한다. 이들의 선동에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들은 정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그 같은 반성은커녕 여전히 하우스푸어 핑계를 대며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를 부양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니 뻔뻔스럽기 그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했던 자들이 앞장서서 이제는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거론한다. 몇 줄의 글로 선심쓰는 것은 쉽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이는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시장 기율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더구나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할 돈이 있다면, 그 돈은 부동산 거품에 책임이 없지만 불똥이 튀고 있는 88만원세대나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저소득·취약계층, 그리고 무주택서민들에 먼저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계속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게 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들먹일 것이 아니라 선분양제나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제도와 같이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는 시대착오적 제도부터 고치는 것이 옳다.

 

 

이미 수많은 과오가 긴 세월에 걸쳐 누적돼 발생한 문제를 아무것도 없었던 양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문제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하우스푸어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인 집값 부양 시그널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정부가 한 것처럼 틈만 나면 DTI규제를 푼다거나 완화한다면 정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것이며,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를 더욱 키우는 것이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택정책 및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고 하우스푸어를 대량으로 양산한 선분양제 같은 제도들 고치는 한편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민 주거난을 해소해가야 한다.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그토록 무리한 주택 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거나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일반 가계들에게. 그 동안 지나치게 과욕을 부렸다면 지금이라도 가계의 재무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부채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부동산 기득권의 덫에 걸려 자신들을 덫에 걸려들게 한 기득권 세력들과 운명공동체로 생각하는 심리를 버리길 바란다. 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는 ‘스톡홀룸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부자 정권’을 비롯해 당신들을 구제해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은 여러분들의 편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착취자에 가깝다. ‘혹시나’ 하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힘은 이제 그들에게도 없다. 부동산 버블의 시장 압력은 그만큼 강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부채 조정에 나서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가계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다. 언제까지 미련을 가지고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면서 부채의 늪에서 허우적댈 것인가. 잔뜩 부풀어 올라 있는 부동산 거품을 자식세대들에게까지 떠넘기셔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부동산 거품은 결국 근본적 수술을 통해 떼내야 할 악성종양과 같은 것이다. 이제라도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정책을 정부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의 반석 위에 서는 길이며, 일반가계가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재테크 머니게임’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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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23. 06:49
오늘 안철수후보측이 마련한 국민정책참여단에 연세대 의대 교수인 천근아 선생님과 함께 공동단장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다소 갑작스럽게 내리게 된 결정이라 충분한 이해를 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제가 안후보캠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철수후보캠프 내의 인사인 천근아 단장과는 달리 저는 캠프 밖의 외부 전문가로서 국민정책참여단이 당초 취지대로 국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안후보캠프에 제가 참여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하고, 이 때문에 저를 오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번 역할을 맡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선거는 소수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이 미래의 가치와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국민들은 구경꾼에 가까운 상태로 머물고 있습니다. 정치의 근본이자 정책의 출발점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안후보가 유권자가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참여할 수 있는 토론광장을 열어 주었습니다. 정경관 기득권 유착구조가 오래 지속돼온 한국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정책을 제안하고 참여하는 데 익숙지 않습니다.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국민의 정책 제안은 좋은 정책의 금맥입니다. 이 금맥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후보가 멍석을 깔아준 기회를 잘 살려 유권자의 정책제언과 참여가 일상화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공동단장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국민들의 정책 아이디어라는 원석을 잘 다듬어 우리 삶을 바꿀 좋은 정책으로 탈바꿈시키는 보석연마사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문제를 정책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르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과 전문가그룹에 전달하는 ‘정책 통역사’ 역할도 하겠습니다.
여전히 힘세고 돈 많은 사람들에 비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키우는 확성기 역할도 할 생각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습니다.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건전한 일자리가 많아지고 정당한 소득이 느는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열중하고 부모님들은 노후 걱정 없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아니라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경제민주화 논의에 조금이나마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저는 형식적으로는 안후보라는 통로를 통해 서민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 같은 목소리를 문재인후보를 포함한 전체 정치권이 함께 받아 안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안후보가 깔아준 멍석이지만, 안후보의 정치적 입지를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겠습니다.

이 일이 안철수후보 캠프에서 상근하며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의 본업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물론 상당히 바빠지겠지만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 업데이트 및 다른 업무들에 차질 없도록 할 것입니다. 나꼽살 방송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다만, 방송에서 제가 맡게 된 역할을 공지하고 청취자들이 제 입장을 감안해서 청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정파나 후보에 편중된 주제선정이나 진행은 전혀 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앞으로 국민정책참여단에 많은 제안을 주십시오. 힘 닿는 대로 그 제안들이 정책으로 실현되고 공론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2. 10. 17. 14:33

몇 주 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주택경기 장기 침체 가능성 진단>이라는 세미나에 다녀왔다. 주최측이나 발표자의 면면을 보면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는 행사에 들러리를 서게 될 것 같아 참석할까 망설였다. 이런 행사는 주로 발표자의 발표 내용만 언론에 보도되는데, 발표자들의 평소 주장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장기 침체 가능성 적다는 식의 결론이 보도될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시점에서 이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까 싶어 토론자로 참석했다. 결론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한 발표자는 과다부채 가구가 급증하고, 특히 원금 상환을 개시할 경우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등의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일반 국민들 소득 대비 너무 높아져 있는 집값은 하락하는 게 당연한데도, 이를 단지조정국면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한 술 더 떴다. 자신이 제시한 각종 전제를 근거로 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이 다른 외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들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검토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반박이 필요하기에 이들 주장에 대한 반론은 뒤로 미루기로 한다. 다만, 이들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나 부동산시장 상황을 일시적 경기 변동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한국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인구구조 측면에서 인구 및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시장 수요가 창출되고 비교적 빠른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진행되면서 집을 사두면 언젠가 오른다는 기존 주택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이처럼 구조적 패러다임 전환기인데, 이를 일시적 주택시장 사이클 상의 변화로 본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크게 낭패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전환기라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앞서 소개한 발표자들과 같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일반가계들을 오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2008년 말 이후로도 여러 차례 거짓말로 드러난 집값 바닥론을 또 거론하고 있다. 그런 주장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등의 실현되지 않는 희망사항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구태의연한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그 같은 선동적 주장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명백히 드러났다.

2009년 이후 나온 그런 주장들 가운데 몇 가지만 일별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외환위기 직후처럼 V자형으로 반등한다, 토지보상금 수십 조원이 유입돼 집값이 뛴다, 부동자금 800조원이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한다, 전세가가 상승하면 집값이 뛴다, 주택 공급이 줄어 2~3년 후 집값이 폭등한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집값이 오른다, 인구가 줄어도 1인가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 각종 선거에서 개발 공약이 쏟아져 집값이 뛴다 등등. 이런 주장을 내놓은 부동산전문가들(?)과 그들의 나팔수 노릇하는 언론들의 보도에 속아 무리하게 집을 샀던 많은 이들이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신음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자신들의 엉터리보도에 대한 반성은커녕 여전히 일반가계들을 현혹하는 기사들을 아직도 내놓고 있다. 그리고 마음 여린 팔랑귀들은 이 같은 보도에 여전히 솔깃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 정리해 보았다. 이른바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일반 가계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 10계명> 이다.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에게 필요해서이거나 아니면 투자(또는 투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후자의 이유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세 하락기에는 후자의 이유로 부동산을 살 이유와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물건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빚을 내서 집을 사면 큰 코 다친다.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지만, 그래도 아직 빚을 내서 집을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거품기의 저금리 시대와는 다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서 정책 당국이 억지로 눌러 놓은 저금리다. 하지만 향후 경제위기가 전개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 금리와는 별개로 시장 금리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길게 보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는 동안에는 상당 기간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다달이 수십만~수백만 원씩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사두면 파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가 아니라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함을 잊지 말라.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살이의 불편함만 강조되고 주택 보유와 거래 등에 따른 비용은 무시됐다. 비용이 발생해도 그보다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 닿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정부 때는 역주행했지만, 향후 한국의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는데 세원은 부족해 어떤 식으로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투기적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진 채 불편한 아파트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투기적 욕심이 충족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오히려 그 같은 집을 자비로 수리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집은 소유해서 시세 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한국 언론의 잘못된 왜곡 보도로 여전히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오산이다.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일정하게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5~10년 정도의 소득을 미리 당겨다가 부동산을 사버린 상태다. 더구나 향후 인구감소 시기와 맞물리는 대세 하락기에는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되면 자동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집을 사려는 많은 이들이 2006년 말 또는 2008년 중반의 꼭짓점 가격을 심리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때 못 샀던 사람들이 그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수도권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까지 내려온 정도밖에 안 된다. 장시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추가로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착시 효과 때문에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십수 년에 걸쳐서 집값이 몇 분의 1로 떨어진 지역이 수두룩하다. 정말 실수요인 경우에도 집값은 충분히 흥정한 다음 사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집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샀던 과거의 가격이나 고점 때 가격을 자기 집 가격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미 5억 원 이상에서는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인데, 자신이 7억 원에 집을 샀으니 내 집값은 7억 원이라고 우기는 경우다. 그 집에서 계속 산다면 문제가 없지만 집을 처분하려 할 때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 더구나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서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담긴 매도 호가에 근접한 시세를 게시한다. 그래서 더더욱 집주인들의 착각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정말 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마라.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다. 사실은 투기 열풍이 불어서였지만 조그만 개발 호재나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계를 갖다 대도 올랐다. 그래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빙자한 선동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 하락기에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가계 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 데도 필수적이다.

10. 언론의 거짓 보도에 속지 마라.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심지어 정도는 약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부동산 관련 기사조차)은 일반 가계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건설업체의 입장이나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언제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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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15. 11:49

 

문재인 대선 후보가 어제 노무현정부가 재벌개혁에 실패한데 대해 참여정부의 역량 부족을 인정한다. 그러나 두 번 실패는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재벌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여러 방안들이 발표됐기에 각론 하나하나에 대해 세세히 평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체로 이 방안들만 잘 실천해도 재벌들의 횡포와 경제력 집중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재벌이나 건설업계와 유착했거나 그들에게 휘둘렸던 고위 전직 관료들이 자문단에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후보가 정말 재벌개혁을 제대로 하겠다면 이 같은 전직 관료들을 과감히 내쳐야 한다. 이건 꼭 문후보뿐만 아니라 안철수후보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은 말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내가 진행에 참여하는 나꼽살방송을 통해 그동안 기성 언론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모피아와 토건마피아(또는 토건족)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모피아란 기획재정부나 그 전신인 재정경제부 출신 경제관료들이 현직에 있을 때나 퇴임 후 낙하산이나 정치인 등으로 변신해 재벌업계 및 금융기관 등과 유착해 이들에게 유리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부의 영문 머릿글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보면 된다. 토건마피아는 모피아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건설 및 부동산업계와 유착해 불요불급한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는 국토해양부 출신 관료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무능하고 부패하며 시대착오적인 관료 체제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때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으로서 칭송받던 한국 관료체제가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지금도 한국의 관료들 개개인은 똑똑하다. 하지만 시스템으로서는 매우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알다시피 한국 관료 시스템은 일제시대부터 이어져온 고시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고시체제는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과 표준화된 대량생산방식이 주가 되던 시대에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시체제는 기술집약적인 경제패러다임과 지식정보화 및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 혁신이 강조되는 시대를 이끌어가기에는 부적합한 체제다. 더구나 민간 부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문화되고 있는데, 고시체제로는 민간 부문의 전문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 물론 개발연대 초기에는 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정책 집행권과 자원 배분권을 가진 관료들의 힘이 막강했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관료로 몰렸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로는 민간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관료들은 큰 틀에서 과거 개발연대의 경제정책과 관행의 틀 속에 갇혀 있다. 그들은 개발연대 시절 독재 권력에 굴종하며 스스로 정책을 창의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구조를 갖출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사후 평가나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고 군대식으로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이를 지탱해온 것이 고시 기수에 따른 서열식 승진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고시체제 하의 관료들에게 나타나는 전문성 부족은 결국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환경 변화에 노출되면서 잇따라 문제가 되었다. 김영삼정부 당시 급변하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한 채 외환위기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 카드 빚 사태와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관료들의 전문성 부족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관료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이익집단이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관료 독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 대다수의 진정한 뜻과는 동떨어진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게 된다. 국민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FTA의 추진 과정부터 국회 비준까지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 그룹과 국민들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 사실상 김현종 전 외교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 관료들과 이들의 판단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만이 진로를 좌우했을 뿐이다. 미국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라고는 하지만 입법부의 민주적 통제 권한과 전통이 취약한 한국의 경우 관료 독재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과 예산안의 95%는 결국 행정부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사실상 제대로 견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FTA는 최근 국민의 눈에 도드라진 사례일 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내 관료들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관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해오면서 막대한 권한을 배경으로 재벌 기업 및 토건산업 등과 유착해왔다. 이들은 퇴직 후 산하 공기업 또는 민간 기업에 취업한 뒤 몇 년간 연봉 수억 원씩을 챙기며 현직에 있을 당시의 상대적 박봉을 일거에 만회한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경제 관련 부처 국장의 2~3년 후 직장이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산하 금융기관이나 개발공기업, 각종 관련 재벌 기업, 금융업협회나 건설업협회 등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들이 이해관계에 초연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더구나 이미 그들의 숱한 선배와 동료들이 그들 산하 공기업이나 관련 기업들에 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결국 그들이 겉으로는 국민과 서민을 외치면서도 늘 그들의 ‘1차 고객인 금융기관, 건설업계, 정유업계, 정보통신업계 등 공급자들을, 그것도 대기업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정책을 펼쳐온 것도 바로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각종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 소비자인 국민들을 위하기보다는 늘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 위주로 집행되어왔던 것이다. 그 때문에 민간건설업체의 미분양 물량을 세금으로 매입해주고 다주택투기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며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게 하는 선분양제와 아파트 전매 같은 정책들을 허용해온 것이다. 또한 카드 빚 사태를 초래한 각종 재벌계 카드사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해준 반면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에 편승한 무분별한 대출 관행을 방조하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면 DTI 규제와 같은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조차 허무는 것도 바로 그런 관성에서 나온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등 수많은 민자 사업을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주고 막대한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것도 이 같은 유착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시대착오적인 정부조직과 관료 시스템이 연명하기 위해 계속 시대적 소명이 다한 사업들을 끊임없이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각종 정책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유령 공항과 텅 빈 도로 등 사업성이 없는 온갖 개발 사업들을 곳곳에서 목도할 수밖에 없다. LH공사나 수자원공사 등 시대적 소명을 다한 공기업들이 막대한 공공 부채를 쌓아놓고 막가파식 토건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모피아와 토건마피아로 상징되는 시대착오적인 관료 시스템을 혁파하지 않으면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건전한 경제정책 수립은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이들 낡은 관료 시스템을 혁파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 후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은 바로 모피아와 토건족들을 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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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12. 10:46

 

수치놀음에 가까운 3%대 공식 실업률을 내세우면서 '고용대박'이라고 너스레 떨지만 사실상의 실업자들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11~15%대를 넘나든다. 비슷한 범주로는 사상 최악의 실업난 겪고 있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

 

 

이렇게 고용이 불안하고 물가가 오르니 실질 가계소득은 거의 정체 상태. 이명박정부 들어 2008~2011년 누적 경제성장률이 13% 이상인데, 그 사이 실질 가계소득은 5% 정도 성장.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일자리와 소득은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그걸 빚으로 메워서 성장. 2008~2011년 동안 공공부문과 가계부문의 부채 증가율이 연 평균 13% 수준. 연 평균 3.2% 수준 성장률 기록했는데, 공공과 가계 부채 안 늘렸으면 마이너스 성장 지속했을 것.

 

2008년 이후 실시한 부자감세의 대표작은 역시 법인세 인하. 이미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 가진 나라에서 경제위기 핑계대면서 세계에서 네번째로 만이 법인세율 인하. 그것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이런데도 다른 OECD국가들 법인세 내리고 있으니 더 내려야 한다니.

 

 

 

이런 부자감세의 이면은 바로 서민증세. 2008년 이전까지 상위 20% 고소득층(5분위) 조세부담 증가율이 대체로 높았는데, 감세정책 이후로는 저소득층인 하위 20~40%(2분위) 조세부담 증가율이 급증했다. 한때 분기별 증가율이 55.6%, 48.3%를 기록. 부자들 세금 깎고 서민들 세금 늘리면서 '친서민정부'라고? 이런 정부는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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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10. 12:02

 

이명박정부 들어 내놓은 각종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은 단기 부양책 일색이었다. 심지어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에 가까운 정책들도 있었다. 수조원의 세금이나 공기업 자금을 동원해 건설업체 미분양 물량을 사들였다. 각종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넘쳐났다. 아직도 40%를 넘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가계 소득이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주택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마디로 집값 떠받치기에 올인한 정책 기조였다.

 

이럴 때마다 정부나 기득권 언론들은 연착륙을 부르짖었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면 한국경제가 위험하다면서 말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힘들다는 협박(?)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숱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국토해양부 장관은 건설업계와는 수시로 만나지만, 무주택 서민들 한 번 만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연착륙이 처음 나온 것은 2004년 초였다. 2003년 발표된 10.29대책 등이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카드채 버블 붕괴와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침체로 건설업계와 금융권이 함께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이에 2004년 하반기부터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강동석 건교부장관과 함께 연착륙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판 뉴딜등 적극적인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을 썼다. 그 결과 2005년 초 판교발 로또열풍을 계기로 부동산 2차 폭등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후 단기적으로는 연착륙 대책이지만, 길게 보면 경착륙을 조장하는 정책이 되풀이돼왔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470조원에서 920조원대로 두 배로 부풀었다. 특히 이명박정부 들어 가계부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41분기 동안(20081분기~20122분기)에만 240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기간 동안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더 짧은 시간에 늘어난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계부채뿐만 아니다. 현 정부 들어 400조원 이상 늘어난 공공부채와 각 지자체 재정난 및 LH공사 등 개발공기업들의 부채 위기, 늘어나는 하우스푸어, 건설업체들의 잇따르는 도산, 끝없는 저축은행 부실 위험 등이 지금 부동산 거품이 폭발 직전 상태까지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나는 이 모든 예고된 위기들'에 대해 숱하게 경보음을 울려왔다. 그러나 거듭된 정부·정치권의 정책실패와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세칭 부동산전문가들, 그리고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이제 선택지가 하책 또는 최하책 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됐다. 이미 많이 그르친 상태에서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래도 최하책에 이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 정치적 탐욕에 따른 각종 부동산 막개발을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 시장 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이다. 또한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양대 제도인 선분양제와 3~5년 거치 후 원리금 상환식 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도 부동산 시장 건전화를 위한 기본 과제다.

 

안타깝지만 하우스푸어들은 자기투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 빚을 정리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하우스푸어들을 위해 공공부문이 주도해 대대적인 재무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과도한 빚을 지고 있으면, 생활의 다른 부분들을 조정해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플랜들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급증하는 렌트푸어들을 위해 독일 등 유럽국가들처럼 임대 기간을 5~10년 정도로 연장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공정임대료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급증하는 저소득 1인가구와 고령가구들이 안정적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공공임대(또는 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일본주택공단이 버블 붕괴 후 분양 주택 공급은 중단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전환한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적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거품을 빼야 한다. 그래야 한국사회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고 사람값이 올라갈 수 있다. 일례로, 자영업자의 부동산 임대료를 줄여야 자영업자도 살고 자영압자들이 고용하는 알바들의 임금도 올라갈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집값과 전세값이 떨어져 서민들의 주거비용과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

 

누구 못지않게 나는 진정으로 연착륙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 정책과는 반대로 단기적으로는 일정하게 경착륙이 되더라도 길게 보면 부동산시장과 한국경제가 연착륙하는 방안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살아나려면 단기적인 충격이 있더라도 부동산시장이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본이 건설업계와 금융권 등의 부실 구조조정을 미룬 탓에 계속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돼 장기침체에 빠져들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정부가 일정한 위기대응 시나리오를 짠 뒤 통제 가능한 형태로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고 지나가는 게 낫다. 거품 빼기를 미룬 채 계속 폭탄 돌리기식으로 가면 부동산시장은 저출산고령화 충격과 맞물려 회복하기 힘든 수렁에 빠지게 된다.

 

거품 빼기를 미루면 거품 붕괴의 충격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일례로,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지금처럼 계속 연장하면 분기별 대출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돼 있다. 당장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위기의 순간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람이 아메바가 아닌 이상 지금껏 정부의 단기 연착륙대책이 장기 경착륙 유도책으로 작용했던 것은 명확하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아직 시중은행은 재무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 단계적으로 분할해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면 시스템적인 금융위기는 피해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또 다시 폭탄 돌리기에 나선다면 다음에는 진짜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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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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